이보영      01091198211      polarislkh@naver.com
  미스터리 걸작선
 
지은이 : 엘러리 퀸 (엮은이), 정연주 (옮긴이)
출판사 : 열림원
출판일 : 2026년 02월



  • 슬픔과 분노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예리하게 관찰하고 그 근원을 파고들고자 하는 작가의 욕망은 장르에 상관없이 언제나 충족되어야만 한다. 총 11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졌다.



    미스터리 걸작선


    인도 마을의 황혼 - 러디어드 키플링
    임레이는 불가능한 일을 달성했다. 느닷없이 아무도 헤아리지 못할 이유로, 성공의 문턱에 선 젊은 나이에 지금까지 살아온 작은 인도 마을이라는 세상에서 사라지겠다고 마음먹은 것이다.

    전날까지만 해도 임레이는 클럽 당구대에서 멀쩡한 모습으로 신나게 당구를 치고 있었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이 밝았을 때는 이미 자취도 없이 사라져, 아무리 찾아도 행방을 알 수 없었다. 집은 텅 비었고 정시가 지나도 사무실에 나타나지 않았으며, 임레이가 몰던 이륜마차도 길거리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인도제국 정부는 상황이 영 석연찮은 데다 임레이를 살짝 성가셔했기에, 대체 어찌 된 영문인지 조사에 나서기를 순간 망설였다. 그러나 곧 못을 샅샅이 훑고 우물을 파헤치며 철도를 따라 1200마일 떨어진 가장 가까운 항구 도시에 전보를 보내는 등 수색전을 펼쳤다. 

    그러나 바닥을 더듬는 밧줄 끄트머리, 확인 여부를 타진하는 전신선 끝자락에서도 임레이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아주 감쪽같이 사라져서 그가 머물던 곳에서도 사정을 아는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었다. 위대한 인도제국의 업무를 더는 미뤄둘 수 없었기에 책임자들은 제각기 과거를 떨치고 앞을 보며 나아갔고, 임레이는 수수께끼에 휩싸인 인물이 되고 말았다. 남자들끼리 클럽에 모여 숙덕거리며 떠들기를 어느덧 한 달, 이제 누구도 임레이를 기억하거나 떠올리지 않았다. 그가 소유하던 총이며 말, 우마차는 경매에 넘어가 최고 입찰자의 손에 떨어졌다. 임레이의 상사는 그의 어머니에게 아들이 뚜렷한 이유 없이 사라졌다는 턱없이 성의가 부족한 편지를 보냈고, 임레이가 살던 방갈로는 텅 빈 채 쓸쓸히 먼지가 굴러다녔다.

    서너 달간 이어진 타는 듯한 더위가 한풀 꺾였을 즈음, 경찰서에 근무하는 내 친구 스트릭랜드는 지역 토박이인 집주인에게 방갈로 한 채를 빌리기로 마음먹었다. 모처에서 불륜이라고 수군거렸던 올 양과의 약혼을 맞이하기 이전의 이야기로, 현지의 삶이란 어떤 것인지 수사에 착수한 시절이었다. 스트릭랜드가 고수하는 사생활은 주변 사람들이 그의 태도이며 습관에 일일이 불평을 늘어놓을 만큼 충분히 기이했다. 집 안에 음식이 떨어지는 날은 없었지만 밥 먹는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았다. 그저 작은 탁자에 놓인 음식을 손에 잡히는 대로 집어 들고 선 채로 혹은 걸어 다니면서 먹는 것으로 식사를 때웠고, 이런 식습관은 당연히 건강에 좋을 리 없었다. 

    집 안에 굴러다니는 집기라고는 소총 여섯 자루, 산탄총 세 자루, 안장 다섯 개, 연어용 대형 낚싯대보다 크고 튼튼한 마흐시어용 조립식 낚싯대뿐이었다. 이런 거친 짐 더미가 집의 절반을 차지했고, 나머지 절반은 스트릭랜드와 매일같이 성인 남성 두 사람 몫의 먹이를 해치우는 커다란 람푸르 그레이하운드 암캐 티전스가 함께 사용했다. 티전스는 자신만의 언어로 스트릭랜드와 소통했다. 여제 폐하답게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안위를 거스른다고 판단 되는 장면을 목격하면 반드시 주인에게 돌아와 미주알고주알 고발하기 일쑤였다. 그러면 스트릭랜드는 득달같이 조치를 취했고, 그가 지나간 곳에서는 반드시 누군가가 문제를 떠안거나 벌금을 내고 징역을 살았다. 지역 주민들은 티전스를 스트릭랜드가 부리는 마귀라고 믿으며, 마주칠 때면 증오와 두려움이 낳은 드높은 존경심을 품고 대했다. 

    방갈로에는 아예 티전스만을 위해서 방 한 칸을 따로 마련했다. 개인 침대와 담요, 물통을 누리고 사는 티전스는 밤중에 무언가가 스트릭랜드의 방에 침입하는 소리가 들리면 반드시 달려가서 침입자를 쓰러뜨리고, 누군가가 불빛을 비추며 들어올 때까지 짖어댔다. 음침한 동틀 무렵에 나타나는 현지 살인마를 수색하느라 스트릭랜드가 안다만 제도보다 훨씬 멀리 떨어진 국경에 머무를 당시에는 티전스가 그의 목숨을 구하기도 했다. 범인이 단검을 입에 물고 스트릭랜드의 텐트로 숨어드는 순간을 티전스가 포착하고 덤벼든 것이다. 법정에서 판결이 내려지고 범인은 교수형에 처해졌다. 그날 이후로 티전스는 투박한 은제 목걸이를 차고, 이름이 새겨진 잠자리용 담요를 덮고 잤다. 섬세한 개를 위해 특별히 마련한 이중직으로 짠 캐시미어 담요였다.

    스트릭랜드가 임레이의 방갈로에서 생활하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 또한 사업상 현지에 머무르게 되었고, 클럽에 남는 방이 없어서 자연스럽게 오랜 친구의 집에 비집고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방이 총 여덟 개나 되는, 비가 새는 것을 막기 위해 지붕을 두툼하게 덧댄 매력적인 방갈로였다. 경사진 천장 아래 하얀 천을 드리운 덕분에 내부는 회반죽으로 마무리한 집만큼이나 깔끔해 보였다. 인도식 방갈로를 어떻게 짓는지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면 깨끗한 하얀 천으로 가려진 지붕 아래 기둥과 이엉 뒤편으로 이루어진 어두운 삼각 동굴 속에 쥐, 박쥐, 개미 등 온갖 불결한 생명체가 은밀하게 돌아다닌다는 사실은 짐작도 하지 못할 것이다.

    9시가 되자 스트릭랜드는 잠자리에 들겠다고 했고, 나도 지친 상태였다. 스트릭랜드가 자기 방에 들어가자마자 식탁 아래 앉아 있던 티전스는 벌떡 일어나 스트릭랜드가 본인 방 바로 옆에 마련해준 완벽한 자신의 방을 뒤로하고 비가 제일 덜 들이치는 베란다로 달려갔다. 만일 평범한 아내가 빗줄기 가 퍼붓는 와중에 문밖에서 자겠다고 우긴다면 대단치 않은 일이었겠지만 티전스는 개였고, 따라서 더 나은 동물이었다. 나는 스트릭랜드가 채찍이라도 휘둘러 티전스를 나무라기를 바라며 그를 바라보지만 그는 불행한 가문의 치부를 막 털어 놓는 사람처럼 기묘한 표정으로 웃었다. “티전스는 우리가 여기로 이사 온 이후 내내 저러고 있다네.” 스트릭랜드가 말했다. “내버려두게.”

    티전스는 스트릭랜드의 애완동물이었으니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스트릭랜드가 대수롭지 않은 척하면서 애써 넘어가려고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티전스가 내 침실창문 바깥쪽에 진을 친 가운데, 폭풍이 연신 몰아치면서 지붕 너머로 천둥소리가 울려 퍼지다 점차 잦아들었다. 헛간 문에 집어던진 달걀 얼룩처럼 하늘을 쪼개는 번개가 노란색 대신 옅은 푸른색으로 빛났다. 내 방 창문의 줄줄이 갈라진 대나무 블라인드 너머로 커다란 개가 잠들지 않고 베란다에서 등줄기의 털을 바짝 곤두세우고 현수교의 강철 로프처럼 단단하게 다리로 닻을 내린 듯이 버티고 선 모습이 보였다. 

    천둥소리가 아주 잠시 멈춘 사이 잠을 청해봤지만, 어디선가 나를 아주 다급하게 찾는 기척이 있었다. 내 이름을 부르려 애쓰지만 쉰 속삭임에 그치는 식이었다. 이윽고 천둥이 멎고, 티전스가 정원으로 달려가 낮게 걸린 달을 향해 울부짖었다. 누군가 내 방 문을 열려고 시도하다 집을 가로질러 베란다로 가서 거칠게 숨을 내쉬었고, 막 잠이 들려던 순간 머리 위 근처나 문 바깥에서 거칠게 쾅쾅거리며 떠들썩한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나는 스트릭랜드의 방으로 뛰어가 어디가 아픈지, 그래서 혹시 나를 불렀는지 확인했다. 그는 옷을 반쯤 걸친 채 파이프를 물고 침대에 앉아 있었다. “자네가 찾아올 거라고 생각했네.” 그가 말했다. “방금 내가 집 안을 어슬렁거렸나?”

    식당과 흡연실 외에도 두세 곳을 돌아다녔다고 설명하자 그는 웃으며 이제 그만 침대로 돌아가라고 말했다. 나는 침실로 돌아가서 아침까지 잤지만, 밤새 누군가의 호소를 부당하게 무시하는 내용의 온갖 꿈에 시달렸다. 그 누군가가 뭘 바라는 중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 주변을 서성이면서 뭔가를 속삭이고 빗장을 더듬어보다가 어정어정 움직여서 숨어버린 누군가가 내 태만한 자세를 책망했고, 그러다 반쯤 잠에서 깬 채로 정원에서 티전스가 짖는 소리, 빗방울이 잎사귀를 타작하는 소리를 들었다.

    지난번에 스트릭랜드와 엮였을 적에는 이교도의 우상과 관련한 작은 사건에 휘말려서 정신병원 문턱까지 밟아봤기 때문에, 더는 그를 도와가면서 무언가를 함께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는 평범한 사람이 저녁 식사를 하는 것처럼 불쾌한 일이 일상적으로 찾아오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명확하게, 그를 대단히 좋아하고 낮 시간에 만나는 것은 매우 환영하지만 이 집에서 밤을 보내는 것은 달갑지 않다고 말했다. 저녁 식사도 끝나서 이미 티전스가 베란다로 나가 엎드렸을 시간이었다.

    “맙소사, 놀랍지도 않군.” 스트릭랜드가 천장에 드리운 천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것 좀 보게!”

    갈색 뱀 두 마리의 꼬리가 천장의 돌림띠와 하얀 천 사이로 비집고 나와 있었다. 어른거리는 등불에 비쳐 길고 가느다란 그림자가 벽에 드리워졌다.

    뱀 꼬리는 스르륵 위로 올라가더니 사라졌다. 그저 기다란 몸통이 헐렁한 천장 천을 쓸며 허둥지둥 도망치는 메마른 소리만이 들려왔다. 내가 천장 천을 뜯어내면 부동산 가치가 떨어질 것이며, 그게 아니더라도 그동안 천장 천과 지붕 사이에 서식하던 뱀을 사냥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사실을 인지 시키는 동안 스트릭랜드는 등불을 집어 들었다.

    “흠!” 스트릭랜드의 목소리가 지붕 속에서 웅웅거리며 울려 퍼졌다. “여기에 어지간한 방 크기의 공간이 있는데. 어이쿠, 누가 있잖아!”

    주머니처럼 여며진 천장 천이 식탁 위에 놓인 환한 등불을 향해 밑으로 조금씩 처지며 내려왔다. 나는 잽싸게 등불을 잡아챈 다음 뒤로 물러섰다. 그 순간 벽에서 찢어져 나온 천이 엉망이 되어 흔들리며 식탁에 떨어졌고, 나는 스트릭랜드가 사다리를 타고 내려와 옆에 설 때까지 두려운 마음에 천에 감긴 물건을 제대로 쳐다볼 수 없었다.

    “아무래도,” 스트릭랜드가 등불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우리의 친구 임레이가 돌아온 것 같군. 오! 자네, 정말 자네인가?”

    스트릭랜드는 식탁보를 다시 살짝 들어 올려 물체를 관찰했다.

    “임레이네.” 그가 말했다. “게다가 귀에서 다른 쪽 귀까지 목이 베였어.”

    “임레이가 돌아왔어.” 스트릭랜드가 말했다. “문제는....... 누가 임레이를 살해했을까? 아무 말도 말게. 나에게 짚이는 것이 있어. 이 집을 샀을 때 나는 임레이가 부리던 하인을 대부분 넘겨받았지. 임레이는 정직하고 누구에게도 싫은 소리를 하지 못하는 사람이지 않았나?”

    침실 문밖에서 묵직한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잠에서 깨어난 몸종 바하두르 칸이 스트릭랜드에게 뭐가 필요한 것이 있는지, 왜 침소에 들지 않는지 궁금히 여겨 찾아온 참이었다.

    “들어오게,” 스트릭랜드가 말했다. “참으로 무더운 밤이지. 그렇지 않나?”

    커다란 녹색 터번을 두르고 6피트에 육박하는 거구의 회교도인 바하두르 칸은 아주 푹푹 찌는 밤이지만 곧 더 많은 비가 내릴 것이며, 이는 신의 가호로 이 나라에 안도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대답했다.

    “신이 만족한다면 그렇게 되겠지.” 스트릭랜드가 신발을 단단히 잡아당기며 말했다. “내 생각엔 말이지, 바하두르 칸, 내가 자네를 오랫동안 무자비하게 부린 것 같은데. 자네가 처음 내 하인이 되었을 때부터 말이야. 그게 언제였지?”

    “신성한 나으리께서 잊으셨나 보군요? 임레이 나리가 아무 예고 없이 몰래 유럽으로 떠났을 때부터였습지요. 그러고 나서 가난한 이를 구원하는 분을 모시는 영광스러운 하인이 되었습니다.”

    “임레이 나리는 유럽으로 떠났다?”

    “나리의 하인이었던 자들은 그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그가 돌아오면 자네는 다시 그를 모실 셈인가?”

    “물론입죠, 나리. 그분은 좋은 주인이었고, 부양가족을 소중히 여겼습니다.”

    “그랬지. 나는 매우 피곤하지만 내일 사냥을 떠날 예정이네. 인도영양을 잡을 때 주로 사용하는 작고 날렵한 소총을 가져다주게. 저기 놓인 상자 안에 있네.”

    바하두르 칸은 상자로 다가가 몸을 숙였다. 스트릭랜드는 개머리판과 총열, 전상을 건네받고 음울하게 하품을 하며 총을 조립했다. 그리고 엽총 주머니로 손을 뻗어 매끈한 탄약통을 꺼내 사냥용 고속총 약실에 밀어 넣었다.

    “그리고 임레이 나리가 비밀리에 유럽으로 떠났다라! 정말 이상한 일이군, 바하두르 칸. 그렇지 않나?”

    “백인 분의 생각을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신성한 나으리?”

    “잘 모르겠지, 그렇고말고. 하지만 곧 조금 더 알게 될 걸 세. 임레이 나리가 길었던 여행에서 돌아왔다는 소식이 귀에 들어왔거든. 사실 지금 옆방에 누워서 본인이 부리던 하인을 기다리고 있네.”
    “나리!”

    스트릭랜드는 소총을 들고 등불에서 흘러나온 빛이 미끄러져 내려가는 총신으로 바하두르 칸의 넓은 가슴팍을 정확히 가리켰다

    바하두르 칸은 등불을 집어 들고 응접실로 향했고, 스트릭랜드는 소총 총구로 그를 거의 밀치듯이 하며 뒤를 따라갔다. 잠시 천장 천 너머의 짙은 어둠을 응시하던 바하두르 칸은 발치에서 버둥거리는 뱀을 흘끗 내려다보고 마지막으로 불분명한 시선으로 식탁보에 싸인 물체를 바라보았다.

    “봤나?” 스트릭랜드가 말했다.

    “봤습니다. 저는 이제 백인 손에 들어간 찰흙 반죽 신세군요. 찰흙 반죽은 앞으로 어떻게 됩니까?”

    “한 달 안에 자네를 처형하게 되겠지. 그 밖에 무엇이 있겠나?”

    “그를 죽였다는 이유로 말입니까? 아니 나으리, 생각해보십시오. 그는 우리 하인들 사이를 걸어 다니다 고작 네 살에 불과했던 제 아이와 눈을 똑바로 마주했습니다. 그가 마법을 건 탓에 열흘 후 제 아이는 열병에 시달리다 죽고 말았습니다. 제 아이가 말입니다!”

    “임레이 나리가 뭐라고 하던가?”

    “그는 제 아이가 잘생겼다며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그 때문에 제 아이가 죽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임레이 나리가 사무실에서 돌아와 잠이 든 황혼 무렵에 그를 죽였습니다. 그리고 지붕보로 끌고 올라가 둔 뒤 천장 천을 다시 단단히 맸습니다. 신성한 나으리는 뭐든지 알고 계시지요. 저는 신성한 나으리의 종입니다.”

    바하두르 칸은 얼굴을 잿빛으로 물들인 채 등불 하나에서 흘러나오는 불빛 아래 서 있었다. 그는 매우 빠르게 자신을 정당화했다. “저는 함정에 빠졌군요. 하지만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그입니다. 저는 그가 악마의 시선을 제 아이에게 던졌기 때문에 살해하고 은닉했습니다. 악마가 돕는 이만이,” 그는 눈앞에 무신경하게 앉아 있는 티전스를 노려봤다. “그런 이만이 제가 한 일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제법 머리는 썼다만, 자네는 밧줄로 그를 지붕까지 끌어올려야 했겠지. 이제 자네가 밧줄에 매달려 명을 달리하게 될 걸세. 경관!”

    졸린 눈의 경찰관이 스트릭랜드의 부름에 따라 들어왔다. 곧이어 다른 경관 한 명이 그 뒤를 따랐고, 티전스는 놀라울 정도로 얌전히 앉아 있었다.

    “그를 경찰서로 데려가게.” 스트릭랜드가 말했다.

    “아니요, 하지만 저는 빠르게 이곳을 뜰 겁니다.” 바하두르 칸이 말했다. “보세요! 저는 이미 죽은 사람입니다.”

    그는 발을 들어서 반쯤 명을 달리한 채로, 죽음의 고통 속에 눈앞의 물체를 단단히 물어 챈 뱀이 대롱대롱 매달린 발가락을 보여주었다.

    “저는 집과 함께 딸려온 재산입니다.” 바하두르 칸은 선채로 몸을 흔들며 말했다. “공개 처형대에 서는 건 불명예입니다. 저는 이 방식을 택하겠습니다. 나으리의 셔츠는 제자리에 걸어두었고, 세면대에 여분의 비누가 있다는 걸 기억해두십시오. 제 아이는 저주에 걸렸고, 저는 그래서 마법사를 죽였습니다. 왜 제가 밧줄에 매달려 죽어야 하지요? 이제 제 명예는 지켜졌으니, 이렇게 죽겠습니다.”

    바하두르 칸은 작은 갈색 크레이트 뱀에게 물린 사람이 그 러하듯 1시간여가 지난 후 사망했고, 경관은 그와 식탁보 아래의 시신을 수습해 옮겼다. 임레이 실종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필요한 모든 증거였다.

    “이것이.” 스트릭랜드는 침대에 들며 아주 차분하게 말을 꺼냈다. “바로 19세기란 말이지. 그가 내뱉는 말을 자네도 들었지?”

    "들었네.” 내가 대답했다. "실수를 했더군.“

    “그저 단순히 동양의 특성을 몰랐을 뿐인데, 거기다 우연히 계절성 발열이 겹친 거지. 바하두르 칸은 임레이를 4년이나 돌봤는데 말이야.”

    나는 두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내가 데리고 있는 하인도 정확히 그만큼의 시간을 함께 보낸 참이었다. 방으로 돌아가자 내 하인이 구리 동전에 새겨진 얼굴처럼 무표정하게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하두르 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지?” 내가 말했다.

    “그는 뱀에 물려서 죽었지요. 나머지는 나으리께서 모두 알고 계십니다.”

    “그리고 자네는 이 사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만족을 얻기 위해 황혼에 찾아오는 자에게서 얻을 수 있는 만큼이지요. 나으리, 신발을 조심스럽게 벗길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피로에 절어 잠이 들 때쯤 자기 방에서 스트릭랜드가 소리를 질렀다.

    “티전스가 자기 자리로 돌아왔어!”

    정말이었다. 커다란 사냥개가 전용 담요를 깐 자기 침대에 위엄 있는 태도로 앉아 있었고, 텅 빈 옆방에서는 식탁까지 축 처진 천장 천이 조용히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