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영      01091198211      polarislkh@naver.com
  마고가 돈 문제에 대처하는 법
 
지은이 : 루피 소프 (지은이), 보탬 (옮긴이)
출판사 : 열림원
출판일 : 2026년 05월



  • 마고처럼 똑똑한 여성이 어떻게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와 잠자리를 갖고 아이까지 낳게 되었을까? 자신이 온리팬스(OnlyFans)를 한다는 사실이 부끄러워 등을 돌린 어머니에게 마고는 어째서 계속 사랑을 갈구하는 것일까? 등 이런 어려운 고민을 하고 힘든 시기를 헤쳐 나가기에 마고는 아직 미성숙하다.



    마고가 돈 문제에 대처하는 법


    1장. 
    마고의 베이비 샤워는 그녀가 일하는 레스토랑의 주인인 테사가 열어준 것이었다. 테사는 커다란 음경 모양의 케이크를 만들면 재미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마고가 결혼도 하지 않았고, 19살이며, 술을 마실 수 없기도 하거니와 마고를 임신시킨 사람이 다름 아닌 그녀의 교수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테사는 성공한 제빵사였다. 그녀는 자기 레스토랑의 디저트를 모두 직접 만들었는데, 이 페니스 모양 케이크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손으로 조각한 3차원 형태의 남근 모양으로 무광 분홍 당의를 입힌 12겹의 스펀지케이크였다. 그녀는 수동펌프까지 만들었고, 마고가 촛불을 불어 끈 뒤 모두가 “그는 유쾌하고 멋진 친구라네”라는 생일 축하 노래의 곡조에 “그녀는 우량아를 낳을 거라네.”로 개사하여 노래를 불렀다. 왜냐고? 마고의 생일인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테사가 펌프 손잡이를 꽉 쥐어짜자 하얀 푸딩이 케이크 위로 솟구치며 옆으로 흘러내렸다. 테사가 신이 나서 함성을 질렀다. 마고는 웃는 척했지만, 나중에 화장실에 가서 엉엉 울었다.

    마고는 테사가 그리 달갑지 않은 상황을 애써 밝게 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비극적인 일을 축제처럼 바꾸는 일은 테사의 전문 분야였다. 하지만 마고에게 주어진 유일한 사랑이 이토록 부적절하고 가슴 아픈 것이었다는 게 불공평해 보였다.

    마고의 엄마인 샤이앤은 마고에게 낙태를 권유했고, 그녀의 교수는 병적일 정도로 낙태를 종용했다. 사실 마고도 편리하게 그들 뜻을 따르지는 않을 거라고 그 두 사람에게 보여 줄 만큼 그 아이를 원하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자기가 이런 입장을 고수한다면, 두 사람은 간단하게 자기와의 소통을 줄일 수도 있다는 생각 따윈 아예 떠오르지 않았거니와, 교수의 경우엔 그녀와 완전히 단절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결국 샤이앤은 마고의 결정을 받아들이고 심지어는 지지해 주겠다고도 했지만, 그런 지지만으로는 충분한 도움이 되지 않았다. 마고가 출산에 들어갔을 때도 그녀의 엄마는 쓸만한 곰 인형을 찾겠다고 온 시내를 돌다가 네 시간이나 늦게 병원에 나타났다.

    마고가 지은 아기 이름을 보고 무례하게 놀렸던 간호사가 있었다. 마고는 아이의 이름을 ‘보디’라고 지었다. ‘보디사트바’를 따라서. 그녀의 엄마조차도 우스꽝스러운 이름이라고 생각했지만, 샤이앤은 그 간호사에게 따귀를 날렸고, 그 바람에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그러나 그때가 마고가 엄마의 사랑을 가장 크게 느낀 때였다. 마고는 그 뒤로도 몇 년이나 그때의 차진 따귀 소리와 간호사 얼굴에 어린 놀란 표정을 자주 떠올리곤 했다.

    하지만 그때는 하반신 마취 후였고 광견병에 걸린 개처럼 밤새 내내 목이 탄 상태여서 끝도 없이 얼음 조각을 달라고 졸라 겨우 빨아먹을 노란 스펀지를 받은 뒤였다. 이 스펀지는 갈증을 달래주기에 탁월하다고 알려진 제품이었다. 마고는 레몬 맛이 나는 스펀지를 입안에 넣은 채로 “제기랄!”이라고 투덜거렸다. 테이블에는 온갖 산고의 흔적들과 배설물로 가득했고, 담당 산부인과 의사는 역겨운 표정으로 배설물을 치웠다. 마고는 “젠장, 이런 건 전에도 다 봤잖아요!”라며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의사는 웃음을 터뜨렸다. “맞아요, 맞아. 그랬죠, 어머님. 그러니까 이제 한 번만 더 세게 힘을 줘봅시다.” 그리고 보디의 미끌미끌한 자줏빛 몸의 마법이 일어났다. 그들이 보디의 몸에 수건을 둘러서 내 가슴에 얹어 주었는데, 보디는 두 눈을 꼭 감고 있었다. 마고는 보디가 뼈만 앙상한 것 같아 돌연 걱정이 몰려왔다. 특히 다리가 아직 덜 자란 올챙이 다리 같았다. 체중은 겨우 2.7킬로그램이었다. 직장 동료들이 우량아라고 노래까지 불러 주었는데. 그럼에도 마고는 보디가 정말 사랑스러웠다. 아기가 어찌나 예쁘던지, 그때 불렀던 노래가 귓가를 맴돌았다.


    3장. 
    “내가 널 임신했을 때는,”

    엄마는 내 머리를 살살 쓰다듬으며 말하기 시작했다.

    “너무너무 무서웠단다.”
    “그러면 왜 유산시키지 않았어?”

    내가 물었다. 누가 봐도 전혀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건 하룻밤 불장난의 결과였다. 엄마는 내 아빠가 딱히 어떤 사람인지도 잘 몰랐다. 두 사람은 엄마가 일하는 후터스에서 만났는데, 엄마는 그 사람의 진짜 이름도 모르던 때였다. 오직 링에서 불리던 ‘징크스’라는 이름만 알 뿐이었다. 이런 이름이 붙게 된 까닭은 첫 번째 경기에서, 이 사람이 손을 대기도 전에 상대방이 쓰러져 죽어 버렸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난 그 사람이 이미 결혼한 사람이었다는 걸 몰랐어. 반지를 끼고 있지 않았거든. 상대방에게 상해를 입힐 수 있으니까 그 사람들은 아무도 반지를 끼지 않았대. 그땐 그런 사실을 몰랐지. 사실 우리 사이는 굉장히 열렬했어. 내 생각엔 아마...... 모르겠다. 어쩌면, 있잖아, 운명 같은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그 사람이 바로 ‘나의 짝’이라고 느낀 거지.”
    “그럼, 그 시절의 아빠는 어떤 사람이었어? 지금은 너무 심각한 사람이라 상상하기 힘들어서. 아빠가 술에 취해 흐트러진 모습을 생각할 수 없어.”
    “아, 진짜야, 네 아빤 그 사람들 가운데서도 가장 괜찮은 사람들하고 술을 마셨으니까. 모르겠다. 네 아빤 반짝이는 듯한 까만 눈을 가졌어. 그리고 스테로이드를 너무 많이 복용한 탓에 승모근은 떡 벌어졌지만, 태닝은 하지 않았지. 정말 허여멀건 거구라서 새하얀 황소처럼 보였어.”
    “엄마, 난 아빠의 인격을 묻는 거야!”
    “나도 그 얘길 하려고 하잖아! 그 사람은 신사였어. 아마 캐나다 사람이라서 그랬을 거야. 항상 친절했는데, 링에서는 비열한이었지. 넌 생각도 못 하겠지만 말이야. 그 사람은 남의 얘기를 잘 들어 주는 사람이야. 뒤로 기대앉아서 다른 사람들이 얘기하는 걸 듣기 좋아했거든.”
    “그건 알 것 같아요.”

    내가 인정했다. 나는 레슬러로서의 아빠는 잘 모른다. 내가 기억이라는 게 생길 때쯤에, 아빠는 이미 일본에서 디스크 두 개가 탈출하는 사고를 당해서 ‘머더앤메이헴’의 매니저로 일했다. 통상적인 의미로 그들이 경기할 수 있도록 출연 계약을 하는 일이었다. 그들은 ‘먼데이 나잇 워즈’ 가운데 보기 드문 프리랜서들이었다. 하지만, 아빠도 티브이에서 그들의 매니저 역할을 했다. ‘머더와 메이햄’은 말이 별로 없었고, ‘징크스’는 홍보의 천재였기 때문이다. 나는 아빠가 몸무게가 너무 빠져서 다친 후론 스테로이드를 끊었다고 생각했다. 아빠는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깡마른 사람이 되어 가는 것처럼 보였다. 체구는 큰데 거의 해골처럼 깡마르고 머리를 박박 밀어서 털 없는 고양이를 닮아 가기 시작했다.

    “엄마 생각엔 꼭 이유가 있어야 일이 벌어지는 것 같아요?” 

    내가 물었다.

    “난 모르겠어. 그러나 네 인생을 망치는 쪽을 받아들이기엔 너도 겁이 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엄마는 그게 내 인생을 망칠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 맹꽁아. 네 인생을 망칠 게 뻔하지. 그런데 가끔 네 인생을 망가뜨리는 게 너의 유일한 바람이기도 하잖아.”

    나는 엄마가 나를 임신했을 때 지우지 않기로 결심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엄마와 징크스가 그들의 온 삶을 보낸 애매한 상황에 대해서. 다른 여자의 남편과 그럭저럭 살아온 쓰라림에 대해서. 아빠가 문 안으로 들어설 때 소리를 지르며 수다를 떨곤 했던 나의 모습. 아빠가 가방을 내려놓기도 전에 나를 안아 던지라고 매달리던 내 모습과 행주에 손을 닦으며 부엌에서 나오며, 기괴한 복고풍 요리를 해 보겠다고 수선을 피우던 엄마의 모습. 안에 건포도를 넣은 참치 캐서롤에, 케첩으로 덮인 미트로프. 엄마는 나에게 잔소리를 해대며 아빠에게서 좀 떨어지라고 하면서 아빠에게 맥주를 주고 나는 그런 와중에도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시끄럽게 떠드느라 바빴다. 며칠 있다가 아빠가 다시 떠나면 아파트는 쥐 죽은 듯 조용해졌고, 우리는 서로에게 말하는 방법조차 까먹곤 했다. 우리 자신과 우리의 행동에 당황한 사람들처럼.

    “내가 엄마의 인생을 망쳤구나.”

    나는 질문이 아니라 이렇게 말했다. 나는 다만 나도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을 엄마가 알아 주길 바랄 뿐이었다.

    “네가 내 인생을 아주 완전 말아먹었지, 이 맹꽁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엄마 무릎을 벤 채로 소파에 누워 있었다. 엄마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 아크릴 손톱으로 내 두피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주었다.


    4장. 
    마고는, 막연하게 아기를 키우면 사람들이 좀 더 친절하게 자신을 도와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식료품점에서 마주친 아줌마들은 자기와 보디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남자들의 시선은 마치 자신이 투명 인간인 것처럼 그냥 쓱 스쳐 갔다. 마고는 어디를 가든 수치의 구름 속을 걷는 것 같았다. 그녀는 아기를 낳았다는 이유로 멍청하고 난잡한 계집애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낙태 수술을 받았다고 해도, 똑같이 멍청하고 난잡한 계집애였을 것이다. 이건 도저히 승산이 없는 게임이었다. 엄마나 마크, 심지어 베카까지도 모두 마고에게 노심초사 경고했었다. 하지만 그들이 마고가 놓치게 될 기회들을 얘기할 때면, 마고는 4년제 대학을 말하는 걸로만 생각했다. 그때는, 마고가 만나는 사람들, 새로운 친구들, 연애 상대들, 고용주나 집주인들 모두가 그들이 “올바른” 선택이라고 주장하는 방향으로 행동했는가에 따라 그녀를 판단할 거라는 뜻으로 말했다는 걸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마고는 내일 실직자로 등록할 작정이었다. 어떻게든 이 문제를 해결해 볼 생각이었다. 해결책이 없으란 법은 없으니까 말이다. 사람들은 시대를 불문하고 아기를 낳았고, 어떻게든 그 상황을 헤쳐 나갔다. 마고는 남들보다 조금 더 열심히 노력만 하면 될 뿐이다.

    마고는 실업자 등록을 위해 이틀의 대부분을 날렸다. 샤이앤에게서 자신의 출생 신고서와 사회 보장 카드를 가져와야 했지만, 그런 수고 끝에 공식적으로 생활 보조비를 받게 되었다. 마지막 화면에 이르렀을 때 마고는 심장이 멈췄다. 축하합니다! 정부에서 그녀에게 매달 1,236달러를 지급할 것입니다. 화면에 전자 색종이 조각들이 비처럼 우수수 쏟아져 내렸다.

    마고는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았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 캘리포니아에서 그 액수로 살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월세를 제하고 나면 달랑 200달러가 남을 것이다. 그것도 곧바로 새 룸메이트를 찾았을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마고는 전화기를 들었다, 놓았다, 금세 다시 집어 들고 아빠에게 전화했다. 전화벨만 계속 울렸다. 보통 때 같으면 마고는 이러이러하다고 절대 음성 메시지 같은 걸 남기지 않았을 것이다. 아빠의 다른 아이들과 아내가 마고에 대해 알고는 있었지만, 그들은 징크스가 마고랑 통화하는 걸 좋아하지 않았고, 그의 아내인 쉐리가 계속해서 그의 전화를 염탐한다는 사실을 마고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고는 기다릴 만한 인내심도 없고 그럴 심정도 아니어서, 아빠가 쉐리 없는 일본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판단했다.

    “아빠, 마고예요. 제가 지금 진짜 곤란한 상황에 처했어요. 일자리에서 해고되었고, 내 룸메이트들은 갑자기 나가겠대요. 제가 월세 3,000달러에 살고 있거든요. 실업자 수당을 신청하긴 했는데, 한 달에 달랑 1,200달러만 줄 거래요. 도움이 필요해요. 음, 이건 다 제가 자초한 일이라고 다들 그렇게 말해요. 그래서 이런 말은 정말 하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무서워요. 그래서 가능하면 빨리 전화 주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제가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그러니까, 네. 더 밝은 소식 전하지 못해 죄송해요. 사랑해요.”

    마고는 틀림없이 아빠가 전화해 줄 거라고 느꼈다. 이제껏 아빠한테 아무것도 부탁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졸업식에 와 달라고도 하지 않았고, 아이폰을 사 달라고 한 적도 없으며, 보디를 낳았을 때도 아빠에게 와 달라고 부탁도, 기대도 한 적 없었다. 마고는 중요한 순간을 위해 평생의 작은 운이나 기회를 저축해 온 셈이었다. 이제 그것들을 현금으로 바꾸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고는 아빠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 분명 전화해 줄 것으로 믿었다.


    6장. 
    일주일쯤 뒤, 초인종이 울렸다. 보디가 잠을 자고 있어서. 마고는 보디가 깼는지 보려고 잠시 멈칫했다. 그러자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마고는 서둘러 문으로 가서 아주 살짝만 열었다.

    텔레비전에 나올 때나 일상에서나 징크스는 항상 똑같은 옷차림이었다. 까만 청바지 아니면 가죽 바지에, 목폴라, 까만 가죽 블레이저였다. 성스럽지 못한 사제 느낌이랄까.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엔 여기저기 반지를 끼고 있어서, 종종 수상하고 부자연스럽게 손깍지를 끼곤 했다. 마치 우산을 접을 때처럼 두 손을 움켜쥐었다.

    그는 마고에게 한 번도 답전화를 준 적은 없었고, 마고는 항상 징크스의 일정에 따라 만났다. 그런데 그는 종종 아무런 기별 없이 불쑥 나타나곤 했다. 아빠가 가죽 더플백을 메고 온 것도 그렇게 낯선 광경이 아니었다.

    “내가 잘못 온 건가?”

    그는 마고에게 손님이라도 있을까 봐서 한껏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아니에요, 저는 그냥...... 몇 주나 지났는데도, 문자에 답이 없어서. 음성 메시지도 남겼는데, 들었어요?”
    “그래서 내가 온 거야. 이게 최대한 빨리 온 거란다. 내가 재활 치료하러 들어가서 휴대전화가 없었거든. 거기는 휴대전화를 못 가져오게 해. 그곳에서 나오면서 전화기를 돌려받았는데, 음성 메시지가 어마어마하게 와 있더구나. 네 메시지를 듣고 부리나케 곧장 이곳으로 차를 몰고 달려온 거야. 들어가도 되겠니? 지금 당장 수표를 끊어 줄게.”

    마고가 말했다.

    “음, 네. 하지만 돈 문제는 해결했어요, 그러니까.......”

    마고는 아빠가 들어오도록 문을 활짝 열었다. 그녀는 전에도 아빠가 중독 재활 센터에 들어간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항상 그 일에 대해서는 대충 얼버무리고 지나갔었다. 마고는 아빠의 상황이 나쁘다는 의미인지 걱정이 앞섰다.

    “마실 것 드릴까요?” 마고가 묻자, 보디가 뒷방에서 아우성을 치며 울기 시작했다.

    "보디 먼저 데려온 다음에 차나 마실 거 드릴게요.”

    마고는 보디에게 왼쪽 젖을 물리고 꼭 안은 채로 돌아왔다. 마고는 아빠 앞에서 이렇게 젖을 먹이는 게 이상한 행동일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징크스는 전혀 불편해하는 기색이 없었다.

    “다 먹으면 곧바로 내게 줘 봐. 진짜 귀한 아기야. 신기하구나, 마고.”

    마고를 바라보는 그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마고는 이상하게도 어지러운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이번 일이 처음으로 자신의 아빠에게 뿌듯함을 준 게 아닌가 싶어서였다. 아니면 적어도 자신이 그렇다고 인지한 처음인 것 같았다.

    마고가 자신의 드라마 같은 일에 사로잡혀 있는 사이 징크스는 한창 과도기를 겪는 중이었다. 지금 마고는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중요한 사항들을 놓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 다. 머더는 5년 전에 약물 과다복용으로 죽었고, 메이헴은 안간힘을 쓰며 단독으로 링에 계속 오르다 몇 년째 절름거리고 걷는 신세가 되었다. 사람들은 짝을 이뤄 무대에 임하길 원했다. 그런 면에서 메이헴과 머더는 상징적인 레슬러였고, 역사의 일부였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메이헴은 나이가 너무 많아서, 허리가 부실해지고 있었다. 결국 메이헴이 공식적으로 은퇴를 선언하자, 아빠는 ‘시한폭탄’인가 뭔가 하는 새로운 녀석과 일하기 시작했다. 그건 그냥 징크스의 관심 끌기 전략이었다. 마고는 소파에 앉아 있는 징크스에게 차를 가져다주고, 자기는 맞은편 의자에 앉아 젖을 먹였다.

    “빌리 앤츠인가, 그래, 일이 좀 안 풀렸단다. 내가 전에 너랑 이 얘기했는지 모르겠는데, 나랑 쉐리랑 이혼할 거야.”

    징크스는 분명히 전에 마고에게 이런 얘길 한 적이 없었다.

    “조만간에 일어날 일이었다.”

    마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잠든 아기를 그의 팔 안으로 슬며시 넘겨주었다.

    아빠의 얼굴에 어린, 사랑에 취한 표정에 마고는 목구멍이 따끔거렸다. 자신이 어렸을 때 아빠는 이런 식으로 자길 본 적이 있을까? 바깥 날씨가 온통 흰 구름으로 뒤덮여 흐린 탓인지 거실 공기도 우수에 젖은 분위기가 감도는 듯했다.

    “샤이앤 말로는 네가 룸메이트를 구하려고 방을 내놓았다고 하길래 실은 나도 살 곳이 몹시 필요한 상황이거든. 그런데 우리가 함께 살려면, 너에게 다 털어놓고 싶었다. 그것 때문에 네가 날 우습게 보게 된다 해도 말이야.”
    “제가 룸메이트가 필요한 건 결단코 사실이에요. 그리고 매일 아빠를 보게 되면 정말 좋을 거예요. 하지만...... 아빠가 아기 주변에 있을 거면, 반드시 약을 끊은 상태여야 해요.”
    “마고.”

    징크스가 말을 시작했다.

    “난 깨끗하다. 그리고 그렇게 되길 바라고. 난 내 자신을 바로잡으려고 중독 치료 센터에 들어간 사람이야. 그리고 30일을 성공적으로 마쳤지. 회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한 사람이라고. 난 네가 앞으로는 절대 이런 식으로 날 바라보지 말아줬으면 좋겠구나. 절대로, 여기서 그럴 일은 절대 없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