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4월 5주차 |
BOOK 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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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령, 스피치 스피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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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어령 (지은이) 출판 열림원 출간 2025.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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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요약 보기![]() 이어령, 스피치 스피치 살아 있음의 자본주의- 순환하는 생명자본주의 패러다임 산업화와 민주화 지금 우리가 어디에서 왔고, 어디에 서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지 지난 시간을 한번 돌이켜 봅시다. 일제강점기 이후 해방이 되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역정을 돌아보는 시간입니다. 해방 이후 한국의 키워드는 산업화, 즉 어떻게 하면 굶주림에서 벗어나느냐였습니다. 산업화 기술이 고도로 성장했던 한국의 근대화 과정을 살펴봅시다. 한국인은 다른 나라들이 200년 만에 해낸 일들을 20, 30년 만에 이룬 민족입니다. 전 세계 다른 어떤 나라도 달성 못 한 성과죠. 당시 산업화가 가져온 역사의 반작용이 바로 민주화였습니다. 피 흘리는 투쟁을 통해 민주주의 국가로서 발돋움에 성공한 결과, 정권이 교체되고 새로운 계층이 출현하는 상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생명자본주의의 도래 그런데 산업화와 민주화로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로마제국을 예로 들면, 로마는 포에니(punica)전쟁을 중심으로 쇠퇴했습니다. 전쟁 이전 로마의 강점은 각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농업이었습니다. 작은 규모로 소수 인원이 농사를 지어 생활하고 남은 잉여생산물이 로마라는 도시를 건설했죠. 그런데 포에니전쟁에서 승리한 로마는 대규모 경제적 자원을 동원해 농토와 경작지를 극대화하고 자본화시켰습니다. 토지 자본화는 로마 한복판에서부터 토지의 산성화를 일으켰고 결국 농경지로서의 가치를 상실시켜버렸습니다. 더이상 농업 생산이 이뤄지지 않자, 엄청난 군대를 이끌고 무수한 로마 가도를 가로질러 전 유럽을 장악했던 로마는 서서히 붕괴했습니다. 여기서 로마제국 이야기를 열거하는 까닭은 역사가 아무리 융성해도 문명이 탄생, 성장, 쇠망하는 큰 변화의 물결은 누구도 막을 수 없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산업화, 민주화로는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는 새로운 도전의 날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21세기 미디어와 환경, 기술 변화로 인해 자본주의와 자유시장의 형식, 정치적 평등의 형식은 세계 각국 어디를 봐도 안정된 곳을 찾아보기 힘들어요. 제가 생명자본주의라는 낯선 단어를 꺼내는 것은 모험에 가까운 일이지만, 동시에 실감할 수 있는 일입니다. 지금까지의 산업자본주의, 금융자본주의라는 자본주의 틀을 깨자는 게 아닙니다. 자본주의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고서는 더 이상 우리가 설 자리가 없다는 뜻입니다. 사회자본(Social Capital)과 폴 호켄(Paul Hawken)의 자연자본주의, 빌 게이츠의 창조자본주의 (Creative Capitalism) 등을 외면하자 곧 리먼 브라더스(Lehman Brothers Holdings Inc.)의 금융 위기가 몰아쳤지요. PIGS를 읽어보세요. 포르투갈(Portugal), 아일랜드(Ireland), 그리스(Greece), 스페인 (Spain), 이 나라들이 전부 국가부도 사태를 겪었고 순서 또한 위와 같이 진행됐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 돼지들이 바로 우리들이라는 사실입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남의 이야기가 아닌 시간문제입니다. 상상력, 시대의 끝에서 새 문명을 향해 위기가 생존의 지혜를 낳는다 산불이 나면 약육강식으로 유지되던 정글의 법칙이 깨진다고 합니다. 큰 동물이든 작은 동물이든 평소에 쫓고 쫓기던 동물들이 모두 살길을 찾아 한마음으로 한 방향을 향해 뛴다고 합니다. 산불의 위기가 역설적으로 한 방향의 길을 찾아주는 순간적인 평화를 가져오는 것이지요. 생물학자들은 또 이런 말도 합니다. 발생생물학이나 유전학의 모델 생물로 곧잘 이용되는 단세포 편모충인 클라미도모나스는 암수의 구별이 없이 세포분열로 번식합니다. 한 몸이 두 몸으로 갈라지면서 번식을 한다는 말인데, 가령 질소 같은 것이 부족해진다든가 환경이 변하면 둘로 갈라졌던 생체가 다시 하나의 몸뚱이로 합쳐서 위기 상황에 대처한다고 합니다. 정글의 동물들도, 단세포생물인 클라미도모나스도 위기 상황에서는 서로 결합하여 생존의 지혜를 발휘한다는 이야기이지요. 지금 제가 간단히 두 가지 예를 들었습니다만, 사람의 경우는 더 말할 것이 없습니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그와 똑같은 경우를 무수히 발견해왔습니다. 분열하여 서로 싸우다가도 위기에 처하면 서로 손을 잡고 난국을 헤쳐 나가는 모습을 보아왔지요. 우리가 지금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길은 백 가지 이론과 천 가지 지식보다도 바로 이 정글의 법칙을 깨뜨리는 산불 원리, 분열한 것들이 하나로 결합하는 클라미도모나스의 생식 법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수많은 국난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근대 이전 우리는 평균 3년에 한 번 꼴로 난을 겪어온 민족입니다. 그때마다 슬기롭게 힘을 합쳐 난을 이겨냈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는 것입니다. 이사벨라 버드 비숍이 발견한 한국인의 가능성 하지만 때로 위기 앞에서도 관과 민, 중앙과 지방 그리고 분파에 따라 서로 증오하고 갈등하고 자중지란의 분열로 나라를 잃어 국민은 난민이 되기도 했지요. 구한말 한국을 찾아와 『조선과 그 이웃 나라들(Korea and her neighbours)』이라는 견문록을 남긴 이사벨라 버드 비숍(Isabella Bird Bishop)은 "한국에 있을 때 나는 한국인들을 세계에서 제일 열등한 민족이 아닌가, 의심한 적이 있고 그들의 상황을 가망 없는 것으로 여겼다"라고 적고 있습니다. 그러나 비숍 여사는 러시아의 연해주로 이주한 조선 사람들을 보고는 그런 견해가 잘못된 것임을 깨닫고 그 이유를 이렇게 밝히고 있습니다. "같은 한국인들인데도 정부의 간섭을 떠나 자치적으로 마을을 운영해가는 그곳 이주민들은 깨끗하고 활기 있고 한결같이 부유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고국의 남성들이 지니고 있는 그 특유의 풀죽은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의심과 게으름과 쓸데없는 자부심, 그리고 자기보다 나은 사람에 대한 노예근성은 주체성과 독립심으로 바뀌어 있었고, 아주 당당하고 터프한 남자로 변해 있었다." 평상시보다는 위기에 강한 민족, 남이 멍석을 펴주는 것보다 무엇인가 제 마음으로 일을 할 때 신명이 나는 한국인의 기질을 비숍 여사는 일찍이 한국의 난민들을 통해 간파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배고픔을 피해 고향을 떠나 온 난민들이 어느 민족보다도 부지런하고 우수한 성품을 지닌 사람들로 변해 있는 걸 바라보면서 다음과 같이 결론을 맺었지요. "고국에서 살고 있는 한국 사람들도 정직한 정부 밑에서 생계를 보호받을 수 있게 된다면 진정한 의미의 시민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비숍의 예언은 틀리지 않아 오늘날 한국인은 그녀가 본 연해주의 한국인처럼 세계가 놀랄 부지런한 한국인이 되었고 번영을 누리는 민족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말대로 정직하지 못한 정부와 규제와 간섭을 일삼는 관력이 국민의 활력과 창조력을 억압한다면 언제든 가망 없는 열등한 한국인의 모습으로 전락하고 만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한국인의 자율 신경과 뛰어난 창조적 상상력을 마음껏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오히려 오늘의 위기는 연해주 난민들의 예시처럼 새롭게 거듭나는 한국인의 가능성을 보여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생성 문자 속에서 언어의 영혼을 읽다 문화적 도구로서의 언어 말이라는 건 그 나라의 국토나 삶을 전부 합친 겁니다. 생각해보세요. 세상에는 많은 말이 있는데 가령 예를 들어서 성경은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됐잖아요. 그런데 한국어로 번역된 성서를 보면 기독교가 일반적인 종교이면서도 성서에는 번역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은 겁니다. 문화가 다르니까 그중 하나가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구절입니다. Men shall not be by bread 이때 bread를 떡이라고 번역을 했습니다. 빵하고 떡하고 비슷하잖아요. 그런데 실제로 시골에서 목사님이 사람이 떡만으로는 못 산다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고 해보세요. 당연한 얘기인 거죠. 밥도 먹어야지, 떡만 먹고 어떻게 살겠습니까? 서양에서 bread라는 것은 모든 양식을 대표하는 상징이지만 우리나라에서 떡은 양식을 대표하는 게 아니죠. 제대로 번역을 하려면 사람은 밥만 먹고 사는 게 아니다라고 해야겠죠. 밥만 먹고 살 수 없다는 것은 물질만으로 살 수 없다는 겁니다. 그런데 밥이라고 번역하면 문제가 생겨요. 악마가 돌을 주고 밥을 만들어봐라. 아무리 악마기로서니 어떻게 돌을 가지고 밥을 만들라고 합니까? 모래 주고 만들라고 해야죠. 그러니까 성서의 사건 자체를 바꿔야 하는 거예요. 의미를 따르자면 형태가 울고, 형태를 따르자면 의미가 웁니다. 도대체 언어라는 게 무엇인가부터 이야기하면 쉽게, 재미있게 가르칠 수 있습니다. 언어는 도구적 기능이 80퍼센트이고 20퍼센트가 미적 공감을 주는 겁니다. 우리가 시만 가지고는 못 삽니다. 춤추는 시간과 걸어 다니는 시간 중 어느 것이 많습니까? 걸어 다니는 시간이 훨씬 많아요. 장 보러 갈 때 춤추면서 갈 수 있습니까? 춤추는 시간은 춤추는 자체가 목적입니다. 그러나 걸어가는 것은 도구입니다. 언어도 도구로 쓰이는 것이지요. 언어는 실용적인 기능과 목적이 끝나면 사라져요. 입을 다물게 됩니다. 그러나 한숨을 쉬고 독백을 하고 넋두리를 하는 것은 지칠 때까지 할 수 있습니다. 춤과 같은 겁니다. 담배 사러 간 사람은 담배 가게에서 걸음을 멈추지만 춤추는 사람은 지칠 때까지 춤을 춥니다. 그러니까 언어에도 걸어 다니는 보행의 언어가 있고 그 속에 춤추는 것 같은 언어가 있습니다. 춤이냐, 걸음이냐? 한국어는 춤과 걸음이 함께 있습니다. 생명의 리듬과 그린테크놀로지 가이아 이론, 신비한 우주의 조화 생명자본주의라는 단어가 거창하게 들리지만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고 현재 진행형입니다. 문명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고 있고, 또 경제는 잘사는 북쪽에서부터 남쪽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서구 중심적이었던 사상이 점차 동아시아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올림픽도 그동안 북반구에서 치러졌고 남반구에서 치러진 것은 호주 올림픽이 유일했습니다만, 지금 세상은 바뀌어서 인도나 인도네시아가 경이적인 발전을 하고 있습니다. 올림픽에서 이런 큰 트렌드를 더욱 명확하게 볼 수 있습니다. 일본 다음으로 거의 20년 지나서 한국이, 또 20년 지나면서 중국이 개최했습니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건너갔던 게 거꾸로 해양 세력들에 의해서 영국, 미국, 일본, 한국까지 온 거죠. 이렇게 문명이라는 것은, 우주라는 것은 하나의 생명체처럼 묘한 생명 질서를 가지고 있어요. 예를 들어 바닷물이 흘러가 몇십억이 지났으면 상식적으로 바닷물의 염도가 달라져야 합니다. 그럼 바닷물은 점점 짜져야 하는데 그러면 생물들이 위협을 받겠죠? 수십억 년 동안 다양한 변화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산소와 질소의 배율이나 염도의 밸런스가 유지될 수 있을까요? 태양의 흑점이 왜 4년마다 바뀌는 걸까요? 이런 신비한 우주의 조화는 도저히 과학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과학자들은 이것을 가이아 이론이라고 합니다. 생체기술의 신비 우주의 시간과 빛을 물리학적으로 설명하는 아인슈타인에게 "죽음이라는 게 뭡니까?" 하고 물어보니까 죽음은 모차르트의 음악을 더 이상 못 듣는다는 거라고 말했습니다. 근대의 지성은 2, 300년밖에 안 되는 형식지라고 합니다. 형식지, 즉 양자화할 수 있는 것, 숫자화할 수 있는 것. 그것만 믿고 우리가 살아온 것입니다. 예전에는 병에 걸리면 무당에게 굿을 하며 치료했는데, 의학이 생기면서 과학에 의존해 살게 된 지 200년도 안 됩니다. 그런데 지구 최초의 DNA 복합체가 탄생하고 단성생식에서 양성생식으로 갈라지면서 인간이라는 종이 생기는 데 38억 년이 걸렸어요. 200년 남짓한 인간의 기술하고 38억 년 동안 이 지구에서 살아온 기술은 게임이 안 되는 거예요. 세계 제일인 삼성의 스마트폰은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을 못 이길까요? 그 사람이 기술자일까요, 과학자일까요? 왜 똑같은 하드웨어 기술은 있는데 우리나라엔 스티브 잡스가 없는 걸까요? 왜 우리는 아이폰을 못 만들까요? 삼성 스마트폰은 펜으로 찍어야 합니다. 그런데 아이폰은 아주 원시적으로 손가락으로 찌릅니다. 눌러서 되는 게 아니고 정전기로 하는 거예요. 이걸로 특허를 받았죠. 다른 사람은 물질의 체계, 도구의 체계로 만들었는데 스티브 잡스는 신체라고 하는, 바이오 생명을 생체기술으로 접근한 겁니다. 이게 어떻게 기술의 문제입니까, 철학의 문제이지. 한편 이런 예시도 있습니다. 한국 사람과 서양 사람을 보세요. 서양 사람은 내기할 때 동전이 없으면 내기를 못 해요. 하지만 한국 사람은 가위바위보를 하잖아요. 이것이 바로 생체기술입니다. 진정한 디지로그란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결합 사람들은 디지털을 아날로그로 바꾸는 것이 디지로그인 줄 알아요. 아닙니다. 디지털이 할 수 있는 것과 아날로그가 할 수 있는 것이 결합해야 진정한 디지로그가 됩니다. 시계를 보세요. 이제까지 바늘 시계가 전자시계로 바뀌었다가 다시 바늘로 돌아갔잖아요. 24시간 나를 쫓아다니니까 다른 도구와 달리 내 몸의 일부가 되는 것, 이걸 신체성이라고 합니다. 나와 함께 24시간 다니기 때문에 얼마든지 새로운 기계를 만들 수 있는 거예요. 그게 생명자본주의입니다. 문명으로 도래한 생명 - 끝없는 과정으로 기능하는 자본주의 시스템 생명화 시대의 무목적성 우리나라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바이오미미크리라는 개념이 실려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최근에 들어온 개념이지요. 해외에는 벌써 10년도 전에 소개된 개념인데 우리나라에는 전혀 소개가 되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바이오미미크리가 무엇이고 또 생명자본주의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과거 세계적인 피겨 무대에서 메달을 경쟁했던 김연아 선수와 아사다 마오 선수를 기억하겠지요. 아사다 마오 선수는 산업주의 시대의 아이, 김연아 선수는 생명 시대의 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이미 일본 사람들도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그들은 단순히 지난 밴쿠버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가 금메달을 땄기 때문에 놀란 것이 아닙니다. 어떻게 저런 선수가 있는지 놀랐던 겁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아사다 마오 선수는 상을 타지 못하고 경쟁에서 진 뒤에 감정적인 면을 여과 없이 보입니다. 이를 보며 일본 사람들도 따라 울었습니다. 하지만 김연아 선수는 달랐지요. 지면 지는 거고 이기면 재수가 좋은 것이라는, 아사다 마오 선수와는 확연히 다른 태도를 보입니다. 시대적인 시기는 비슷하나 전혀 다른 아이들이 태어난 셈이지요. 이런 현상은 산업화나 민주화처럼 인생의 뚜렷한 목표가 있는 게 아닙니다. 그 어떤 식물이 특정 목표를 두고 번져 가는 것을 보았습니까? 그저 형태가 없이 사방으로 뻗어갑니다. 지능이 있는 존재만이 특별한 데로 가지, 원래 생체라는 것은 어떠한 목표나 목적, 형체가 없이 그냥 가는 겁니다. 그러기 때문에 들뢰즈는 몸이라는 말을 쓰지 않지요. 그저 기관이라고 합니다. 세대 차이는 점점 더 격해지고 세대를 구분하는 것도 점차 세분화됩니다. 김연아 선수 세대와 2, 3년 늦게 태어난 아이들은 또 다릅니다. 올림픽에 태어난 아이들이거든요. 그 당시 깡통 차고 우는 고아들, 그게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한국의 이미지였어요. 독일 바덴바덴에서 서울을 목 놓아 외칠 때 태어난 그 아이를 제가 굴렁쇠를 굴리며 보여준 겁니다. 봐라, 당신들은 아직도 한국이 전쟁 때 태어난 고아의 나라로 알고 있겠지만, 이제는 더 이상 아니다. 이 아이가 그 깡통 든 아이인가? 그때의 아이들이 자라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겪은 겁니다. 그 절실하고 비통한 시대, 최루탄 맞고 피를 흘리던 그 시대가 지나고 이제 비로소 생명화 시대가 온 겁니다. 그렇다면 생명화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무목적성입니다. 잘 알다시피, 마르크스주의자나 우파 시장주의자들은 모두 특정한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생명에는 어떤 목표가 있을까요? 생명 그 자체가 목표인 것입니다. 이는 희랍어로 오토텔릭(autotelic)이라고 합니다. 오토텔릭은 자기 자신을 목적으로 삼는, 즉 외부의 목적이 아닌 내재된 목적을 의미합니다. 거대한 생명 질서의 본질 우리는 왜 살고 있을까요? 그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하실 수 있나요? 대부분은 그저 괜히 대답을 붙여서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양심에 손을 얹고 진지하게 생각해보세요. 사실, 우리는 그냥 살아가는 거죠. 결혼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그 사람과 결혼했냐”고 물으면, 대부분 이상형이나 여러 이유를 들지만, 사실은 어쩌다가 만난 것일 뿐입니다. 그게 정말 계획된 일일까요? 결국, 많은 일이 우연히 일어나고, 우리는 이를 정당화하려는 경향이 있는 겁니다. 생명이라는 것은 목표가 없습니다. 살아 있는 것 그 자체가 환희이자 행복이지요. 당장 내일 굶어 죽는다 해도 오늘 하루를 살기 위해 버둥거립니다. 이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 사회나 문화, 교육 전반의 근본적인 문제는 생명 교육을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반드시 어떠한 목적을 붙이고 공동체를 만들고 집단화를 시키지요. 솔직히 말해서 여기 공동체를 부정하는 분이 있나요? 공동체에 속하길 부정하는 것은 즉 개인으로 살아야 한다는 뜻인데 이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입니까. 옛날에는 한 마을에 호랑이가 내려오면 마을 사람 중 한 명을 산신령에게 제물로 바치곤 했다고 합니다. 공동체를 위해 죽으라고 하면 마땅히 죽어야 하는 것이 집단 사회의 구조입니다. 하등동물일수록 집단성은 있지만, 개체의식은 약합니다. 반대로 고등동물일수록 개체의식이 강해지죠. 그래서 생명의 본질을 보면,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거대한 생명 질서 속에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생체기술입니다. 우리는 산업기술, 즉 물리학이나 수학 등으로 인간의 환경을 만들어온 지 2,300년밖에 되지 않지만, 생명체는 30억 년에 걸친 생명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생명 기술, 즉 바이오테크놀로지는 그만큼 깊은 역사를 지닌 기술입니다. 여러분들의 몸속에도 바로 그 30억 년의 기술이 담겨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세요. 누군가 옆에서 때리려고 하면 눈을 딱 감게 되지요. 자기방어체계가 설정되어 있는 겁니다. 단순한 상품이 아닌, 감동을 주는 제품, 그리고 작품 생명화 시대로 넘어가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는 산업기술이 생명기술로 그 프로세스가 넘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인풋을 광석이나 물질이 아니라, 언어나 육체와 같은 보이지 않는 것들로 넣어, 생체 기술을 통해 뽑아내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나오는 결과물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감동을 주는 제품이나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제품들이며, 이것을 우리는 작품이라고 부릅니다. 아사다 마오 선수가 단순히 기술적인 부분만 고려했을 때, 김연아 선수는 예술적 면을 함께 끌어올렸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심사위원의 평가가 갈리게 되는 것이지요. 아사다 마오 선수의 경기는 심사위원이 로봇이든 사람이든 트리플 액셀을 성공하면 똑같은 점수가 나올 겁니다. 그러나 김연아 선수는 기술적인 측면과 함께 예술적인 부분 역시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니 심사 점수가 다를 수밖에요. 김연아 선수의 경우에는 신체를 이용한 접근 방식이고, 아사다 마오 선수는 반대로 육체를 어떻게 기계화할 것인가에 집중한 접근 방식입니다. 이처럼 우리가 현재 맞이하는 변화는 단순히 기술적인 발전에 그치지 않고 생명자본주의라는 새로운 개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생명자본주의를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기존의 금융자본주의, 노동자본주의, 토지자본주의, 지식자본주의에 생명 자체를 자본으로 삼아 생산하는 시스템이 결합하는 것입니다. 이런 시스템이 시장이나 소통의 장, 또는 다른 분야에서도 적용되는, 생명 자체가 자본으로 변환되는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가게 될 것입니다. * * *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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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만나는 경제학 수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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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미셸 케이건, 앨프리드 밀 (지은이), 김선영 (옮긴이) 출판 현대지성 출간 2025.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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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삶을 바꾼 인생역전 독서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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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상윤 (지은이) 출판 메이트북스 출간 2024.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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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케로 의무론 (라틴어 원전 완역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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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지은이), 박문재 (옮긴이) 출판 현대지성 출간 2025.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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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이화의 역사문화수업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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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이화 (원작), 박남정 (글), 백명식 (그림) 출판 열림원어린이 출간 2025.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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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 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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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고선경 (지은이) 출판 열림원 출간 2025.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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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S & BRIEF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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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례 없는 ‘세계 인구 감소’ 현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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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인구 과잉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 사람들은 가장 무지한 사람들에 속한다. 현재, 우리 문명을 위협하고 있는 것은 ‘인구 감소’ 폭탄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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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T] 바다의 원리를 이용한 새로운 ‘해수 담수화 기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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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와 중국 상하이 자오퉁 대학교(Shanghai Jiao Tong University)의 엔지니어들이 바다에서 영감을 받아 태양으로부터 전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