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5월 4주차

BOOK SUMMARY
 인문 

나는 내 안의 애착을 돌아보기로 했다

저자 오카다 다카시 (지은이), 이정은 (옮긴이)
출판 초록북스
출간 2024.07
현재의 ‘나’를 받아들이고 삶의 용기를 전하는 마음 회복책!
도서요약 보기



나는 내 안의 애착을 돌아보기로 했다


생명을 이어주는 소중한 장치, 애착

애착의 발견과 심신에 미치는 작용: 르네 스피츠의 공헌

애착을 발견하는 데 선구적으로 공헌한 르네 스피츠는 1887년 빈에서 태어났다. 빈은 당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수도였으며, 아버지는 헝가리 석유왕으로 불릴 정도의 사업가였다." 르네의 아버지는 아들이 자신의 사업을 잇기를 바랐지만, 스피츠는 이미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 후였다. 부자는 격렬하게 대립했지만 스피츠는 자기의 고집을 꺾지 않았다. 베를린과 부다페스트에서 의학을 익힌 스피츠는 정신분석에 관심이 생겼고, 스스로 프로이트 분석치료를 받기도 했다.


제1차 세계대전이 시작되자 스피츠에게는 긴 군대 생활이 기다리고 있었다. 전쟁은 조국의 패배로 끝났고, 전후 혼란 속에 스피츠 자신도 가족도 몇 번이나 위험한 상황에 맞닥뜨리며 지내야 했다. 아버지의 사업을 도우려고 이탈리아의 탄광 경영에 관여하며 트리에스테(Trieste; 이탈리아 북동부 프리울리 베네치아줄리아주의 주도로 베네치아와 마주 보고 있는 항구도시-옮긴이)에서 수년간 지내기도 했다. 그러나 아버지의 탄광과 해운회사는 결국 국영화되었고, 아버지도 사장직에서 물러나게 되자 스피츠는 더는 이탈리아에 머물 이유가 없어졌다.


유럽에서는 파시즘 바람이 일기 직전이었다. 나치스가 유대인 배척을 선동하는 중에 유대인이었던 스피츠 가(家)는 몸둘 곳이 점차 줄어들었다. 아버지의 후계자가 아닌 의사를 선택한 건 현명한 판단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스피츠는 각지를 전전하며 지내다가 베를린에서 유대인 대학살이 시작되자 파리로 이동했다. 1933년의 일이었다.


파리에서의 생활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의학박사 학위가 있는 의사였지만 그것은 독일어권에 있을 때의 이야기였고, 프랑스어에 능숙하지 못했던 스피츠는 프랑스에서 정식 의사로 인정받지 못했다.


별 도리 없이 영적 마사지사라는 자격으로 정신분석치료를 시작한 그에게 때마침 생각지도 못한 기회가 날아들었다. 소르본 대학이 정신분석 강의를 의뢰해온 것이다. 그에게 주어진 주제는 아동발달이었다.


아동발달과의 만남: 철저한 관찰과 방대한 기록

스피츠는 직접 찾은 아동발달에 관한 문헌을 바탕으로 강의했다. 그러는 동안 그의 마음속에는 커다란 의문이 생겨났다. 정신분석 논의는 이론에 이론을 더할 뿐, 실제 유아기에 관한 객관적 자료가 너무 빈약하다 보니 마치 사상누각을 쌓고 있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정신분석의 대가인 프로이트나 아동분석학의 선구자 멜라니 클라인(Melanie Klein; 영국의 정신분석학자로, 대상관계이론의 창시자이며 어린이의 정신치료에 놀이치료를 처음으로 도입함-옮긴이)이 유아 심리에 대한 이론을 전개했으나 근거로 삼은 사례는 두세 건밖에 되지 않았다. 이 와중에 훌륭한 이론을 수립해낸 것이다. 르네는 더욱 철저하게 아이들을 관찰해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논의할 필요성을 느꼈다.


스피츠는 적극적으로 행동했다. 당시 아동연구로 알려진 빈의 카를 불러 부부[독일의 심리학자인 카를 뷜러(Karl Bühler)와 샤롯데 뷜러(Charlotte Bühler)-옮긴이]에게 가서, 시설에 수용된 고아와 유기된 아이들을 관찰했다. 그는 그저 보고 관찰하는 게 아니라,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방법을 사용했다. 뷜러 부부가 어떻게 해야 객관적으로 기록할 수 있을지 고민하자 스피츠는 주머니에서 홈 무비를 꺼냈다. 지금으로부터 80여 년 전의 일이다. 그의 사진취미가 도움이 된 것이다. 스피츠는 1년 반 정도 체류하는 동안 몇천 시간이 넘는 방대한 기록을 필름에 담았다. 어머니를 뺏긴 아이들에게서 보이는 이상 행동과 반응은 누가 봐도 명백한 형태로 기록되었다.


스피츠가 방대한 필름을 가지고 빈을 떠난 직후, 세계 역사상 일대 사건이 일어났다. 나치스 독일이 오스트리아를 침공하며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나치스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었던 것이다. 파리도 안전하지 않았다. 스피츠는 미국으로 망명했다. 이러한 고난은 생각하지도 못했던 선물을 가져왔다. 스피츠는 미국에서도 아이들 연구를 계속하려 했지만 특별히 연고도 없는 타국에서 의사 자격도 없는 망명자에게 수유기 아이를 관찰할 만한 장소를 내어줄 곳이 있을 리 만무했다.


어렵사리 그를 도와준 곳은 여성교도소 부속 모자원이었다. 복역 중인 여성 재소자가 아이를 낳았을 때 갓 태어난 아기들을 돌보면서 지내는 시설이었다. 스피츠는 5년간 모자원에 드나들면서 유아 40여 명의 성장 과정을 필름에 담았다. 더욱이 라틴 아메리카 보호 시설에서도 반년간 체류하며 관찰과 기록을 계속했다(스피츠는 조사에 협력해준 나라의 명예를 위해 국가명을 밝히지 않았다).


아동 보호시설 아이들과 교도소 부속 모자원 아이들의 차이

그러면서 스피츠는 교도소 부속 모자원의 환경이 유기 아동이나 고아들이 수용된 보호시설보다 훨씬 열악한데도 아이들이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는 것을 알게 됐다. 사실 보호시설에서는 많은 직원이 낮이고 밤이고 일하고 있는데도 아이들의 상태가 비참하기 짝이 없었다. 스피츠가 기록 필름을 소아과학회 모임 장소에서 처음으로 상영했을 때, 절망한 아이들의 가련한 모습에 의사들 대부분이 눈물을 참지 못했다고 한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어냈을까?


아동 보호시설에서는 시설 직원이, 교도소 부속 모자원에서는 어머니가 돌본다는 차이밖에 없었다. 교도소 모자원에도 직원은 있었지만 직접 보살피기보다 어머니들이 돌보는 모습을 감독하고 있었다. 어떤 면에서는 그다지 친절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보호시설 직원들도 열심히 아이들을 돌봤지만, 어머니를 잃은 아이들의 절망까지는 달래주지 못했다. 특히 한 살 미만에 어머니를 잃고 보호시설에 수용된 아이들은 확실히 생기도 없어 보였고, 질병에 대한 면역력도 점점 떨어졌다. 더욱이 그 아이들은 언어·운동·사회성 등 생활 능력이 전반적으로 저하되어 있었으며, 두 살이 되어도 말을 한 마디도 못 하거나 못 걷는 아이가 많았다. 발달지수(연령별 발달을 100으로 함)는 평균 72밖에 되지 않았다.


교도소 부속 모자원에서 지내는 아기는 만 한 살이 되면 외부 시설로 옮겨야 하는데, 적어도 모자원 체류를 허락받은 기간 동안 아이들은 활기 가득하고 호기심이 왕성했으며, 말이나 걸음마를 시작하는 아이도 있었다. 발달지수는 일반가정의 아이들과 다르지 않은 105였다.


여기서 특히 주목할 점은 교도소에서 어머니가 된 여성들은 비행(行)이나 범죄 등 문제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반면에 보호시설에 입소한 아이들의 어머니는 불운했지만, 범죄 이력이나 행동 상 문제가 없었다. 즉 보통 어머니에게서 태어나서 어머니 품에서 자라지 못한 아이들보다, 범죄를 저질렀더라도 어머니 손에서 자란 아이들이 더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발달하는 힘을 건네받을 수 있었다.


적당한 응답과 공감: 안전기지가 안정된 애착을 키운다

에인스워스는 애착 연구에서 아이와 안정된 애착을 보인 어머니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차이는 과연 무엇일까에 대해 끈기 있게 연구하고 관찰한 결과 한 가지의 중요한 발견을 했다.


전자의 어머니는 자기 아이에게 늘 세심하게 주의하며, 아이가 도움이 필요하면 곧바로 달려가서 아이를 끌어안아 주었다. 이에 반해 애착이 불안정한 어머니는 이러한 반응이 거의 없었으며 아이가 울고 있어도 냉랭하게 있거나 변덕스럽게 태도를 바꾸곤 했다. 즉 에인스워드는 아이가 찾으면 반응한다 라는 안정된 응답성이 애착을 안정적으로 자라게 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발견한 것이다.


다만 100% 완벽하게 응답할 필요는 없었다. 지나칠 정도로 완벽하게 반응하면 오히려 해가 되는 사례도 있었다. 가장 좋은 형태는 적당한 응답이었다.


또한 애착이 안정된 아이의 어머니는 자기 아이의 기분이나 바라는 바를 정확히 읽어냈다. 아이의 기분을 헤아려서 반응할 수 있었던 것이다. 공감성 역시 애착을 안정시키는 데 중요한 조건이었다.


에인스워스는 적당한 응답성과 공감성을 갖춘 존재를 안전기지라고 불렀다. 어머니가 안전기지로 기능했을 때 아이의 애착도 안정되게 자라며, 정서적으로 안정될 뿐 아니라 외부세계에 호기심을 보이며 적극적으로 탐험하려고 들었다. 어머니와 떨어지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주변을 걸어 다니며 다른 사람과 어울리고 지적 호기심을 채우려고 했다. 유사시에는 어머니가 지켜준다는 안정감이 탐험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애착이 안정되면 사회성뿐 아니라 지적으로도 발달이 뛰어난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아이가 어머니를 안전기지로 삼아 바깥세상 활동에 몰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른의 발달장애에 숨어든 애착장애

마치 시한폭탄처럼 뒤늦게 켜지는 스위치

애착장애는 증상이 바로바로 나오는 게 아니다. 수년에서 십수 년 동안 서서히 나타나며 고통이 점점 심해지기 때문에 더욱 무섭다. 그 때문에 인과관계를 찾기도 힘들다.


다른 질병이 원인이 되거나 선천적인 특성을 탓하기도 한다. 어릴 적 심어진 비극의 씨앗은 마치 유전자처럼 그의 인생을 계속 망쳐놓지만, 그 영향과 피해는 시간이 흐를수록 커지므로 어디서부터 그렇게 돼버렸는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아주 조금씩 궤도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1, 2년 사이에 눈에 띄지 않는다. 적어도 5년, 10년, 20년 정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 차이가 명백히 드러난다.


정리하지 못한다면 발달장애보다 애착장애를 의심하라

정리정돈을 못한다라는 특징이 ADHD의 대명사처럼 사용되다 보니 정리정돈을 못해서 방안이 어지러운 사람은 모두 자기가 ADHD일지도 모른다고 여기게 되었다. 게다가 전문가까지 그럴싸하게 설명하니 언제부터인가 누구나 다 그렇게 믿게 되었다.


그러나 이는 본래의 전제부터 잘못됐다. 성인 ADHD는 대부분 ADHD가 아니다. 정리를 잘 못해도 대부분은 성인 ADHD가 아니라는 것이다. 특별히 ADHD가 아니더라도 정리하기가 힘든 일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완벽하게 정돈된 방에서 지내던 사람도, 아이가 태어나고 직장에 출근하게 되면 정리할 여유가 없어지게 된다. 그렇다고 그는 ADHD는 아니다. 그저 할 일이 늘었을 뿐이다.


하물며 우울증, 알코올 의존증이나 스마트폰 의존증이 있으면 매사에 무기력해져서 집안일도 쌓여간다. 또한 컨디션이 나쁘거나 만성적 통증이 있어도 정리정돈이 힘들다. 애착장애가 있는 사람은 우울증, 의존증, 컨디션 난조 등 다양한 증상을 겪는다. 이러한 여러 원인이 겹치는 경우도 많아 정리정돈을 힘들어할 수도 있다.


또한 애착이 불안정하면 정리정돈이라는 습관을 익히는 데 방해가 된다는 연구도 있다. 불안정한 애착, 특히 회피형 애착이라면 정리하라는 부모의 말에 반항하며 말을 듣지 않는 경향이 많다.


어릴 적에 어머니와의 애착이 불안정했던 아이는 애착이 안정된 아이와 비교했을 때 스스로 노력해 규칙을 지키는 것도, 실행기능도 모두 뒤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정리정돈은 자율기능과 실행기능이 관여하므로 부모와의 애착이 불안정한 사람은 정리정돈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중에는 불안정한 애착에 수반되는 불안을 제어해보려고 지나치게 결백한 동시에 빈틈없는 성격인 사람도 있어서 단순히 재단할 수 없지만, 무질서형처럼 불안정한 환경에서 학대받으며 자란 사람은 주변을 정리하는 것을 매우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눈에 띄는 신경 기능 장애도 없는데 정리를 힘들어한다면, 애착이 안정된 대상에게 보호를 받으며 이들 기능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부족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정리를 잘하느냐 못하느냐 의 문제는 ADHD이냐 아니냐 의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예전에는 정리정돈을 잘하다가 못하게 되었다면 과로나 우울증이거나 혹은 너무 바빠서 그럴 수도 있다. 일이나 육아로 별다르게 분주하지도 않은데 정리정돈이 안 될 때, 기분이나 인간관계가 힘에 부치고 부모 자식 관계로 고민스럽다면 성인 ADHD보다도 성인 애착장애를 의심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애착장애를 딛고 회복에 이르는 길

애착장애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애착장애는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역사적으로는 종교가 애착장애를 많이 구원해주었다. 그러나 이제는 의학과 심리학이 애착장애로부터의 회복을 위해 다양한 경험치를 쌓고 있다. 그리고 어떤 방법이 더욱 효과적인지 조금씩 알게 됐다.


애착장애의 극복은 재활훈련과 비슷하다. 근력이 부족하거나 육체적으로 균형이 맞지 않아서 자기 힘으로 걷지 못하는 사람이 걷거나 뛰고 등산하게 되는 과정과 똑같다. 여기에는 크게 세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어떤 형태로든 의지할 것이 필요하다. 걸을 때 잡아야 하는 손잡이나 보행기, 유사시에 믿고 의지할 훈련사의 손이나 격려의 말이다. 고독한 수행이 아닌 트레이너나 치료사가 함께하는 재활훈련이라는 공동작업이 가장 효율적이다.


애착장애는 사람과 사람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장애이므로, 사람과의 관계 속에만 극복할 수 있다. 근본적인 원인은 안전기지의 부재다. 안전기지가 되는 존재와의 관계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동시에 스스로 일어서서 고통을 버텨내고 걸을 수 있게 만드는 기력과 인내심이 필요하다. 이것이 없으면 자립하기 힘들다.


다만 첫 상담에서부터 스스로 일어서라고 하는 건 그야말로 억지다. 그들은 더는 자신감도 없고, 자기 발로 자기를 지탱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큰 소리로 응원해줘도 터무니없는 소리나 하고 있다고 여길 것이다. 우선은 안전기지가 되는 사람과의 사이에서 본인의 마음을 존중받는 게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제일 중요한 게 남았다. 작은 단계를 쌓으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다. 재활훈련을 통해 이제 막 일어선 사람이 갑자기 뛰기를 목표로 삼거나 무거운 바벨을 들려고 하면 다칠 수도 있고, 자칫 좌절할 수도 있다.


애착장애의 회복도 마찬가지다. 자기가 노력해서 가능한 수준까지 연습을 거듭하는 게 중요하다. 갑자기 어려운 것을 기대했다가 안 된다고 절망하며 의욕을 잃곤 하는데, 가장 일반적이고 안타까운 유형이다. 재활훈련에 지름길은 없다.


물론 몇몇 코스를 순서대로 해내면 조금씩 나아진다는 것은 알고 있고, 조금 더 효율적으로 실시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갑자기 수준 높은 과제를 찾거나, 안 된다고 한탄한다고 해서 변하는 건 없다. 통상적인 치료과정에서 이렇게 단계를 밟아가기란 쉽지 않다. 애착장애라는 과제를 극복하려면 한 계단씩 훈련을 거듭해가는 수밖에 없다.


지속해서 안전기지가 된다는 것

애착이 안정되려면 안전기지가 될 존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즉 지속해서 안전기지가 되어주었을 때 애착은 점차 안정되는 것이다. 안전기지란 안심하고 의지할 수 있는 피난처이자, 쓰러질 것 같을 때 곧바로 손 내밀어 안아줄 존재다. 트레이너와 같은 역할로 도우려는 쪽은 항상 안전기지가 되어주어야 한다. 열심히 돕는가 싶더니,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생겼다고 귀찮아한다면 안전기지라 할 수 없다.


또한 안전기지가 되려는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주어진 애착의 문제를 어느 정도 극복해야 한다. 좋고 싫음, 기분에 따라 태도가 바뀌어서는 안전기지라고 할 수 없다. 안전기지가 되는 존재는 일관되게 응원해줘야 할 뿐 아니라 모범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의지하려는 사람도 스스로 안전기지가 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사람은 어떤 일이든 직접 경험해야 더 잘 배우는 법이다. 반대로 애착이 불안정한 사람은 안전기지라는 피난처뿐 아니라, 모범이 될 만한 존재가 없어서 제대로 된 방법을 배우지 못한 것이다.


경계성 인격장애, 섭식장애, 의존증, 만성 우울증 등으로 고통받는 사람의 부모들에게는 안전기지가 될 능력이 부족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부모는 아이의 안전기지가 되는 것이 아이의 회복에 중요하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아도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다.


안전기지가 되어준다는 걸, 아이가 말하는 대로 하는 거라고 오해하거나, 아이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버려두는 거라고 착각하는 사람도 있다.


안전기지가 된다는 건 아이의 안전을 위협하지 않는 게 첫 번째이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적절한 보살핌, 적절한 거리 유지 역시 필요하다. 내버려 둔다는 건 그저 방임일 뿐이며, 말대로 한다는 건 본래 의미로 보면 그를 지키고 소중히 여기는 게 아니다. 안전기지란 어디까지나 최종적으로 아이를 자립시키기 위한 체계이지, 아이가 할 수 있는 것을 대신해줘서 나약하게 만들려는 게 아니다.


물론 아이가 진짜 힘들어서 도움이 필요할 때는 아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주고 의지가 되어주어야 한다. 즉 때나 상황에 따라 도움을 주는 방법은 다르다. 이것이 적당함이란 말에 들어있는 뜻이다. 지나치게 획일적인 규칙에 사로잡혀서 극단적으로 대응하려는 사람은 안전기지가 될 수 없다. 이러한 적당함이 잘 이뤄지려면 응답성과 공감성이 관건이다.


모두에게 효과적인 애착장애 극복 방법

애착장애를 극복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안전기지가 되어줄 존재를 격려하고 훈련해 안전기지의 기능을 되찾아주는 방법으로 애착 접근법이라고 부른다.


애착 접근법은 특히 자녀를 뒷받침하는 부모를 지원해 힘을 발휘하는 접근법이다. 애착 접근법에서는 부모의 정신화와 지원기술을 높여서 안전기지가 되도록 응원한다. 처음부터 자녀와의 애착이 형성되지 않았거나 학대나 이별로 애착이 심각하게 손상된 부모와 자식이라면 관계 회복을 위한 애착 요법이 효과적이다.


이 방법은 심리적으로 포옹(홀딩)한 상태를 꾸준히 유지해 안정감을 되찾고 애착을 안정되게 재형성해간다. 애착의 상처가 극복되면 애착이 재활성화되어 새로운 인연이 된다. 비록 대상은 다르지만, 이 접근법은 비행소년이 자립하는 데 필요한 도움과 매우 유사하며 애착이 불안정한 사례를 지원할 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회복 원리다.


한편 10대 후반 이후의 청년, 성인이 스스로 불안정한 애착이라는 과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개발된 것이 양가형(불안형) 애착 개선 프로그램이다. 여기에서는 정신화를 높이는 훈련을 통해 불안정한 애착과 연결된 이분법적 인지 등 자기를 괴롭히는 반응과 행동 유형에 변화를 주어 살아가는 데 도움을 준다."


공감성을 훈련하면 애착장애를 극복하는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이러한 시도는 예전에 종교적 수행에서 실행되었던 것을 치료 상황으로 치환한 것이다.


점점 희박해져가는 애착, 죽음에 이르는 사회

애착이 점점 희박해지면, 사람은 아무도 돌보지 않고, 누구의 돌봄도 받지 않으며, 자기만을 위해 살게 된다. 이래서야 애착 시스템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삶의 기쁨도, 의미도 얻지 못한다.


의학기술로 수명이 길어지고 젊음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됐어도 삶에 대한 진정한 기쁨과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반짝반짝 빛나는 외모와 욕망은 있지만 따스함이 있는 기쁨과 공감을 잃은 밀랍인형과 같은 존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사회는 보살핌이라는 관여를 통해 인연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관리되는 실험동물 집단에 지나지 않게 된다. 이로써 생명은 유지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잃은 죽은 사회가 된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죽음에 이르는 사회로 빠져드는 상황 속에 저항하며 가까스로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사회가 붕괴한 이후에는 어떤 사회가 기다리고 있을 것인가? 여기에 우리는 대비해야만 한다.

죽음에 이르는 사회로의 붕괴를 예방하고, 삶이 의미 있는 사회로 존속하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돌보는 기쁨을 찾아내는 체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사랑하는 사람, 도움이 필요한 존재를 보살피는 일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돌봄에서 애착이 자라고, 이는 다시 기쁨이 되며, 삶의 의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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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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