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6월 1주차

BOOK SUMMARY
 인문 

인텔리전스 랩

저자 조니 톰슨 (지은이), 최다인 (옮긴이)
출판 윌북
출간 2025.05
내 삶을 바꾸는 오늘의 지식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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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리전스 랩


생물학

생명의 기원_진화의 도미노가 시작된 순간

타임머신을 타고 40억 년 전으로 돌아가보기로 하죠. 시간 여행용 슈트를 입고 밖으로 나온 당신은 눈앞에 펼쳐진 지옥도에 기겁합니다. 당신이 알던 지구의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거든요. 낮은 다섯 시간에 불과하고, 달은 커다랗고, 거대한 화산섬들은 마그마를 토해내죠. 바다는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운석이 사방을 강타합니다. 그나마 조금 있는 산소는 다른 물질과 결합되어 있어 공기 중에서는 찾아볼 수 없고요. 바로 여기 어딘가에 우리가 찾는 생명의 기원이 숨어 있습니다.


불과 몇십 년 전까지 가장 유력했던 생명 기원설은 원시 수프(pri-mordial soup) 가설이었습니다. 1950년대에 처음 나온 이 가설은 미 화학자 스탠리 밀러(Stanley Miller)와 해럴드 유리(Harold Urey)가 생명이 탄생했으리라고 추측되는 조건을 실험실에서 재현하면서 세상에 알려졌지요. 해당 실험에서 이들은 멸균 플라스크에 물, 메탄, 암모니아, 수소를 넣고 밀봉했습니다. 그런 다음 증발이 일어나게끔 플라스크를 가열했고, 혼합물에 낙뢰를 모방한 전기 충격을 가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일주일이 지나자, 아미노산(생명의 기본 구성 요소) 다섯 개가 생겨난 것이죠.


하지만 밀러-유리 가설에는 사소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수프 자체가 잘못되었거든요. 35~40억 년 전의 화석 기록을 살펴보니 플라스크에 넣었던 기체는 당시에 존재하지 않았음이 거의 확실해졌습니다. 게다가 플라스크 자체가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컸습니다. 이제 뭔가 새로운 개념이 필요해졌다는 뜻이었죠.


20년이 지난 뒤 과학자들은 심해에 있는 열수분출공 연구에 착수했습니다. 지열로 데워진 물이 해저의 틈새로 뿜어져 나오는 곳이었죠. 놀랍게도 이토록 가혹한 환경에도 생명체가, 아니 생태계가 존재했습니다. 이렇게 극단적인 환경에 내성을 갖추고 살아가는 생명체들은 극한성 생물(extremophile)이라고 합니다.


이 사실이 중요한 이유는 뭘까요? 이 발견으로 생명의 기원을 이해하는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그때까지는 생명의 탄생에 필요한 몇 가지 조건이 있으며, 이런 조건의 범위는 매우 한정적이라고 가정했습니다. 극한성 생물이 이 범위를 대폭 넓힌 것이죠. 극도로 뜨겁거나, 차갑거나, 산성이거나, 염기성인 곳에서도 생명체가 발견되었습니다. 심지어 엄청난 방사선까지 견디는 미생물도 있습니다.


이런 발견은 영국 지질학자 마이클 러셀(Michael Russell)이 1980년대에 내놓은 이론에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강력한 열수분출공이 생명 탄생에 필요한 에너지와 기체를 제공했다는 이론이었죠. 이를테면 물속의 산소와 분출공에서 나오는 황화수소가 결합해 당류, 즉 생명에 필요한 에너지가 생겨나면서 유기체가 탄생했을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지금도 우리는 생명체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완전히 알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생명의 탄생에 대해서라면 생각만 해도 그 경이로움에 절로 머리가 숙여지죠. 지구에 어느 순간 핵산(아마도 RNA)이 등장해 세상이 뒤바뀌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그렇게 해서 수십억 년이 지난 지금이 책을 읽는 당신이 존재하게 되었다는 사실도요.


화학

물질 보존법칙_우리는 결코 사라지지 않아요

우리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제 아내가 아무리 애를 써도 세상에서 저를 제거할 방법은 없습니다. 당신과 저는 영원히 존재하지만, 아마도 우리가 원하는 모습대로는 아니겠죠... 이는 물질 보존법칙과 관련 있습니다. 물질은 사라지거나 생성되지 않으며, 구성과 배치가 바뀔 뿐이라는 개념이죠. 생명체란 단순히 에너지 교환의 한 형태일 뿐입니다. 우주 자체도 무수한 입자가 다양하게 배치된 결과물일 뿐이고요. 지금 우리 손이나 뇌를 구성하는 작은 조각들은 절대 죽지 않습니다. 다만 재가 되어 바람에 날리겠죠. 우리는 절대 사라지지 않으며, 벌레의 식량이 될 뿐입니다.


잠시 혁명 이전의 프랑스로 이동해봅시다. 1774년 한 실험실에 딱 달라붙는 멋쟁이 바지를 입고 염소 털 가발을 쓴 화학자 앙투안 라부아지에(Antoine Lavoisier)가 앉아 있습니다. 유리병 안에서 뭔가를 태우는 중이죠. 현재 우리가 산소라고 부르는 특정 기체를 분리하려고 애쓰던 라부아지에는 실험 과정에서 산소의 존재만큼이나 놀라운 사실을 깨닫습니다. 밀봉된 용기 안에서 가열된 주석은 타올라서 기체가 되었다가 다시 굳어지는데, 신기한 것은 어느 시점에서도 유리병의 전체 질량에 변화가 없다는 점이죠.


당시에나 지금이나 이는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상입니다. 과학적 사고방식이 몸에 배지 않은 사람들이 보기에 기체는 무게가 전혀 없거든요. 눈에 보이지 않으면 없다고 여기는 겁니다. 하지만 폐쇄된 환경에서 질량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라부아지에가 증명했죠. 만약 제가 당신을 방에 가둬 밀봉한다면 500만 년 뒤에도 방 전체의 무게는 똑같을 겁니다(썩 좋은 모습은 아니겠지만요). 물론 진공 상태에서 살지 않는 우리는 항상 숨을 쉬고, 땀을 흘리고, 노폐물을 배출하죠. 그러니 당신이 남의 집을 방문할 때는 그 집에 질량을 더해주는 셈입니다(물론 거기서 비스킷을 얻어먹었다면 주고받은 게 되겠죠).


이러한 우주관, 즉 여러 원자가 일시적으로 모여 이런저런 사물을 구성한다는 개념은 물질의 상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 주변의 모든 사물은 고체, 액체, 기체 또는 플라스마 (이 책에서는 에너지로 취급되기도 하는) 상태입니다. 각 상태의 차이점은 물질을 구성하는 입자의 밀도뿐이죠.


다양한 물질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상태 전환의 열쇠는 열입니다. 열을 충분히 가하면 입자의 간격이 벌어집니다. 초콜릿(맛있음)이 걸쭉한 초콜릿 음료(더 맛있음!)로, 결국에는 초콜릿 증기(너무 갔음)로 변하는 것이죠. 하지만 온도가 높아지면 액체 상태를 건너뛰고 바로 고체에서 기체로 변하는 물질도 상당히 많으며, 이 과정은 승화라고 불립니다.


그러니 나라고 부르는 일시적 입자 배치 상태를 한껏 즐기길 바랍니다. 어느 날 이 입자들은 산산이 흩어지고 다시 우주에 합류하게 됩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아름다운 별똥별이나 아침 이슬, 봄꽃이될 수도 있겠지요. 아, 물론 소똥이 돼버릴지도 모르지만요.



물리학

특수상대성이론_나의 오늘은 당신의 내일

버튼을 누르면 불이 켜집니다. 화살을 쏘면 화살이 과녁을 맞힙니다. 약을 먹으면 몸이 나아집니다. 이게 원인과 결과죠. 과거와 현재고요. 모든 일이 깔끔하게 순서대로 일어납니다. 그래서 우리는 점진적으로 질서 있게 과거, 현재, 미래를 거치며 시간을 따라 움직일 수 있죠.


시간은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갑니다. 물론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랬다는 말이죠. 아인슈타인이 내놓은 특수상대성이론(1905년에 발표)에 힘입어 과학자들은 시간이 일정하게 흐른다는 뉴턴식 관점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이제 시간이란 관측하는 사람의 위치와 이동 속도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이 보편적 인식입니다.


시간은 상대적입니다. 아마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말이지만, 이게 정확히 무슨 뜻일까요? 우선은 물리적 기준점, 즉 기준틀(frame of ref-erence)에 따라 우리가 움직임을 어떤 식으로 경험하는지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예컨대 차를 운전할 때는 맞은편 차량이 자기 쪽으로 다가오는 것처럼 보입니다. 맞은편 차에서는 당신이 다가오는 것으로 보이겠죠. 보도에 선 사람에게는 양쪽 차가 서로 다가가는 모습이 보일 겁니다. 이 중에 다른 것보다 더 옳은 관점은 없습니다.


한편, 빛의 속도는 누가 어디서 보든 항상 같지요. 그러므로 우리가 사건을 경험하게 되는 때는 빛이 우리에게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에 따라서 정해집니다. 당신이 어떤 사건에서 멀어지고 있고 저는 더(My Today, Your Tomorrow) 가까이 있다면 (또는 더 느리게 멀어지고 있다면) 당신은 그 사건을 저보다 더 나중에 겪게 된다는 뜻입니다. 더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어떤 사건이 제게 먼저 일어나는 것처럼 보인다면, 그 사건이 당신의 현재가 되기 전에 제 과거가 되는 셈입니다.


조금 서글픈, 다른 예를 하나 들어보죠. 오늘 밤하늘에 보이는 별 가운데 일부는 수백만 년 전에 이미 죽은 별들입니다. 머나먼 그 별에 가까이 살던 외계인에게 그 사건은 까마득한 옛일이겠죠. 밤하늘을 올려다볼 때 우리는 사실 과거를 들여다보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사실상 특수상대성은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습니다. 이런 효과는 물체가 빛의 속도에 가깝게 움직일 때만 뚜렷하게 나타나거든요. 하지만 우리는 모두 같은 속도로 도는 돌덩이 위에서 인간다운 속도로 인간다운 일을 하는 인간일 뿐이죠. 그래서 시계는째깍째깍 가고, 태양은 떠오르고, 우리 머리는 백발로 변합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정말로 과학계를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시간은 일정하고 공평하게 흐른다고 여겨졌지만, 아인슈타인은 둘 다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냈죠.


상대성은 GPS와 원자시계를 정확히 유지하는 데 활용됩니다. 핵에너지 생산 방법의 핵심에도 관련되어 있고요. 덧붙여 상대성은 SF에서 흥미로운 소재로 쓰일 만한 여러 가지 문제를 제기합니다. 가령 우리가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항행하는 우주선을 본다면 그 안의 선원들은 우리 눈에 극도로 느리게 움직이고 천천히 나이 드는 것처럼 보일 테지요. 그런 할리우드 영화가 어디 있었던 것 같기도 한데요...



의학

백신_1796년 이래 무수한 인명을 구한 기술


인간은 더럽고 역겹고 자꾸 뭘 만지는 생물입니다. 그러니 위생설비가 시원찮은 도시에 사람들을 밀어 넣으면 온갖 질병이 돌기 마련이죠. 초기 문명사회에서 사람들이 한데 모여 대도시를 이루기 시작한 이래로 인간 사회에는 거의 항상 주기적으로 전염병이 창궐했습니다.


그래서 에드워드 제너(Edward Jenner, 1749~1823)가 처음으로 백신을 개발했을 때 전 세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살면서 전염병을 걱정할 일이 별로 없는 현대사회에 살다 보니 우리는 백신이 얼마나 귀중한지 쉽게 잊곤 하죠.


한때 천연두는 가장 끔찍하고 치명적인 질병으로 손꼽혔습니다. 유럽산 변종인 소두창(smallpox)이 유행하면 전체 인구의 1~3퍼센트가 사망했죠. 한편 아시아에서는 천연두가 기승을 부렸고, 치사율이 50퍼센트에 달할 정도였습니다. 충격적일 만큼 흔한 병이었죠.


제너의 등장 이전,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은 인두법을 써서 천연두에 대처했습니다.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사람에게 옮기고, 바이러스가 순하거나 약해서 가볍게 알은 다음 면역력을 얻기를 바라는 방법이죠. 말할 것도 없이 이는 위험한 방법이었습니다. 가볍게 앓는다는 걸 보장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었죠. 제너의 업적이 그리 중요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영국인 제너는 주로 낙농업을 하는 시골 동네에서 일하는 의사였습니다. 진료를 보는 동안 제너는 소젖 짜는 여성들이 소두창에 거의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눈치챘죠. 더불어 이 여성들의 손에는 소가 걸리는 두창인 우두가 옮아서 생긴 물집이나 흉터가 있다는 점도요. 과학적 지식이 전혀 없었음에도 제너는 우두가 소두창의 약한 변종이며, 어떤 식으로든 이 여성들이 더 심한 병에 걸리지 않도록 면역력을 제공했다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이어서 제너는 지금 했으면 교도소에 가고도 남았을 실험을 감행했습니다. 자기 정원사의 아들에게 우두를 감염시키고 얼마 뒤 다시 소두창을 감염시킨 것이죠.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제너에게도, 그 소년에게도(다행히), 인류에게도 말이죠.


초창기 백신은 불결하고 위험성도 적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그래도 백신을 맞았습니다. 잘못 맞은 백신 주사의 위험성과 천연두라는 훨씬 심각한 위험을 저울질한 다음 백신 쪽이 낫다고 판단했으니까요.


제너 이후 수십, 수백 년에 걸쳐 과학자들은 백신용 바이러스를 약화하거나(MMR 백신) 바이러스를 아예 죽여서 백신으로 쓰는(소아마비 백신) 방법을 알아냈습니다. 이제 백신은 안전하고 빠르며 간단해졌죠. 그러면서도 장애나 흉터, 치명적 질병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줍니다. 오늘날 백신에 반대하는 음모론자들이 판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백신의 성공을 보여주는 증표입니다. 심각한 전염병을 겪지 않은지 너무 오래되어 사람들이 이 놀라운 의학적 성취가 얼마나 필수적이었는지 잊어버렸다는 뜻이니까요.



사회

복지국가_낙오되는 사람이 없도록

인터넷과 세계화, 값싼 국제여행 시대를 사는 우리는 한때 지역공동체가 얼마나 소중했는지 실감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최근까지는 (인류 정착 이래로) 자기 고향에서 몇 킬로미터 바깥으로 거의 나가지 않고 사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지금은 누가 그렇다고 하면 신기하게 여기겠죠. 하지만 당시 사람들이 살던 동네는 단순한 거주지가 아닌 일종의 지원 체제였습니다. 교회는 가난한 자들을 보살폈고, 수도사들은 환자를 돌봤습니다. 당신이 나이 들면 가족과 이웃이 당신을 뒷바라지했고요. 공동체가 모든 구성원을 책임진 것이죠.


고문서 기록에 따르면 고대 바빌론에는 일종의 빈민 구제 정책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거의 모든 종교 경전에는 자비를 베풀라는 말이 있죠. 예를 들어 유교에서는 노인을 봉양하라는 양로(養老)가 기본윤리에 해당합니다. 이슬람교의 자카트(zakat, 자선 헌금)는 교도의 5대 의무인 이슬람의 다섯 기둥 가운데 하나고요. 비록 이 책에 반증이 많기는 하지만, 인간은 대부분 그럴 기회가 있으면 친절하게 행동합니다. 곤란에 빠진 이웃을 돕는 것은 제2의 천성이죠.


공식적인 복지국가는 19세기에 생겨났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그 전에도 다양한 복지 제도가 존재했습니다. 이집트의 비지르(vizier,지역 행정관)는 빈곤층에 식량을 지원했습니다. 기원전 3세기 로마의 곡식 수당은 지위와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돌아가는 지원 물자였고요(어쩌다 지원이 끊기면 폭동이 일어났죠). 칼리프가 다스리던 이슬람 국가에는 사회복지기금으로 따로 떼어둔 국고인 바이트알말(Bayt al-Mal)이 있었습니다. 중앙아메리카의 잉카와 아스텍은 둘 다 곤궁한 이들을 지원할 목적으로 복지세를 거뒀습니다. 그러니 산업화가 시작되고서야 복지가 생겨났다는 것은 근거 없는 생각입니다. 인간의 연민을 평가절하하는 오해죠.


하지만 개혁가들이 복지를 체계화하려고 팔을 걷어붙인 것은 19세기가 맞습니다. 나라마다 세세한 부분이 다르기는 하지만, 세계 각국은 대부분 비스마르크식 사회보장제도를 운영합니다. 직장인과 고용주, 정부가 각각 일정 금액을 내서 돈을 모은 다음 아프거나 다쳤거나 은퇴한 사람에게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는 방식이죠. 언젠가 보상받기 위해 미리 돈을 내는 겁니다. 한편, 영국 경제학자 윌리엄 베버리지(William Beveridge)가 만든 베버리지식 제도에서는 세금으로 특정 형태의 지원(건강보험 등)이 누구에게나, 지급 당시에는 무상(또는 최소비용)으로 제공됩니다.


오늘날 복지는 논란이 많은 주제입니다. 복지를 아예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어쨌거나 복지는 인도적이고 문명화된 사회가 가장 취약한 이들을 어떻게 대우하는지 보여주는 기준이니까요. 하지만 커다란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은퇴죠. 예전에 은퇴란 병약해지고 일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는 뜻이었습니다.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몇 년간 조용히 보내는 세월을 돌려 부르는 말이 은퇴였죠. 하지만 이제 은퇴는 휴가이자 꿈을 이루는 삶에 가깝습니다. 긴 은퇴를 즐기는 사람은 그만큼 국가에서 연금도 오래 받겠죠. 이 문제를 해결할 간단한 정답은 없지만, 옛날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일지 모릅니다. 구성원이 자기 공동체를 책임지고 이웃끼리 서로 보살피던 시절의 방식으로요.



정치

민주주의_민중에게 민중이 원하는 것을

한때 민주주의는 말도 안 되는 생각으로 취급받았습니다. 수세기 동안 사회를 지배한 것은 통치하는 법을 교육받은 소수의 엘리트였고, 이들의 권력은 세습되었습니다. 그러다 누군가가 민중에게 발언권을 주는 편이 합리적이라는 생각을 해냈죠. 아테네에서 초창기 민주주의를 직접 목격한 플라톤은 일개 선원에게 배의 선장을 맡기는 것만큼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여겼습니다. 민중이 무슨 정치를 안다고?


하지만 그 생각은 오래도록 살아남았고, 알고 보니 인류 역사상 가장 효율적이고 강력하며 혁신적인 통치 형태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우리는 민주주의 개념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그게 얼마나 복잡한 제도인지 종종 잊어버립니다. 고대 그리스의 민주주의는 직접 민주주의였습니다. 투표권이 있는 사람들(전체 인구에서 매우 제한적인 일부)이 무슨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직접 투표해야 한다는 뜻이죠.


전쟁을 하자고? 투표해야지. 세금을 올려? 투표. 새로 학교를 짓자고? 음, 투표해야겠네. 요즘 사람들은 투표가 너무 많아 피곤하다고 하지만, 그리스인들이 들으면 토가 자락을 펄럭이며 웃을 겁니다. 오늘날 가장 널리 자리 잡은 제도는 대표 민주주의입니다. 우리 대신 이 모든 일을 맡아서 해줄 사람을 뽑는 방식입니다. 아무래도 이 대표들(하원의원, 상원의원, 대리인 등)이 평범한 사람보다는 잘 알테고, 그렇게 하면 일반인들은 시간을 뺏기지 않고 생업에 전념할 수 있다는 게 핵심입니다. 우리는 대표들을 뽑고, 이들이 하원이나 상원에모여서 논쟁을 벌이고 법을 만드는 일을 하는 거죠.


역사적으로 민주주의를 둘러싼 가장 큰 쟁점은 민중, 즉 투표권이 있는 사람의 범위였습니다. 아테네에서는 토박이 남성만이 유권자였습니다. 로마 공화국에서도 남성만 투표할 수 있었고, 계급과 지위에 따라 한 표의 가중치가 정해졌죠. 모든 사람이 투표할 수 있다는 급진적인 주장은 19세기에 들어서야 탄력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다양한 투표권(참정권) 운동이 일어났으며,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영국의 여성 참정권(서프러제트, suffragette) 운동과 미국의 세네카폴스 집회(Seneca Falls Convention)였습니다.


하지만 역사를 살펴보면 알 수 있듯, 기득권자들은 권력을 순순히 나누려 하지 않는 법입니다. 반백년이 훌쩍 넘는 세월과 한 차례의 세계대전이 지나고 나서야 1920년대에 미국과 영국에서 마침내 여성에게 참정권이 부여되었습니다. 뉴질랜드의 경우인 1893년보다 한참 늦은 시기였죠. 세계 주요 민주주의 국가들이 투표 연령을 18세로 낮춘 것은 다시 몇십 년과 두 번째 세계대전이 지나간 뒤였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지금과 같은 형태의 민주주의가 존재한 것은 사실 5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세계 역사를 기준으로 하자면 겨우 걸음마 단계인 셈이죠.


민주주의는 고정된 개념이 아닙니다. 민주주의가 국가 체제를 변화시켰듯 민주주의 제도 자체도 끊임없이 달라지고 변모하죠.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떠오릅니다. 내일의 민주주의는 어떤 모습일까요? 외국의 간섭과 사이버 공격, 허위 정보 유포와 인공지능의 시대에도 민주주의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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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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