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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1월 2주차

BOOK SUMMARY


 인문 

호기심 미술 책방

저자 김유미
출판 미디어숲
출간 2026.01
호기심에서 출발해 전문가의 시각에 이르는, 입문자를 위한 가장 입체적인 미술 교양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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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미술 책방


호기심의 방_일상 속에서 미술을 발견하다
알고 보면 꽤 쓸만한 인생 미술 수업
미술 교사로서 첫 수업을 시작할 때면 설렘과 고민이 함께 찾아옵니다.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로 미술의 문을 열어볼까? 규칙이나 안내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전하고 싶은 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미술은 배울 만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많은 학생이 미술을 그림 잘 그리는 기술 정도로 생각하지만, 미술은 그보다 훨씬 넓은 세계를 우리에게 열어줍니다.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눈을 길러주고,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을 만들며, 감정을 색과 형태로 표현하는 힘을 키워주지요. 이 힘은 살아가는 동안 예상치 못한 순간에 우리를 단단히 지탱해 줍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미술에 흥미를 느끼는 학생이 의외로 적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대부분은 어렵다고 느끼거나 의무적으로 수업에 참여합니다. 그래서 저는 늘 첫 시간을 이렇게 시작합니다.

"미술, 생각보다 꽤 재미있어요!"

작은 호기심 하나만 피어나도, 그다음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니까요.

우리 인생에서 미술은 정말 꼭 필요한 걸까?

먼저 미술이라는 단어는 사전적으로 아름다움을 시각적·조형적으로 표현하는 예술로 정의됩니다. 그렇다면 자연스레 또 하나의 질문이 떠오릅니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하지만 이 질문은 너무 근원적이고 철학적이라서 누구도 선뜻 답을 내리기 어렵습니다.

"얘들아, 살아오면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 것은 무엇이니?"

이 질문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아이들의 대답은 언제나 제각각이지요. 엄마의 얼굴, 아기의 미소, 노을이 내려앉은 바다, 봄 길에 피어난 꽃…. 각자의 마음속에 떠오르는 아름다움은 모두 다릅니다. 그런데 그 다양한 대답 속에서도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우리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대상에는 언제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 대상이 자연일 수도 있고, 겉으로 보기엔 그다지 아름다워 보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것은 투박하거나 조금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지요. 그럼에도 그런 것들이 우리 마음을 조용히 두드리는 순간이 있습니다. 바로 그 신비한 힘이 우리가 아름다움이라고 부르는 감정의 근원입니다. 사실 아름다운 것들은 세상에 처음부터 존재해 왔습니다.

푸른 바다, 길가에 핀 꽃, 아이들의 미소….

이 모든 것은 우리가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세상 어딘가에 있었고, 늘 우리 곁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어느 날 문득, 아주 짧은 찰나에 그 아름다움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또 누군가는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마치 선물처럼 그것을 발견하기도 하지요. 그리고 그 순간 마음속에서는 잔잔한 파문이 일듯 감정이 흔들립니다.

왜 그럴까요? 그 대상이 지닌 본질이 마음 깊은 곳을 울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동을 불러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아름다움이 누구에게나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선명하게 다가오지만, 또 어떤 사람에게는 전혀 보이지 않기도 하지요. 세상 곳곳에 아름다움이 가득해도, 그것을 발견하는 일은 결국 각자의 몫입니다.

아름다움을 발견하려면 먼저 관심과 애정을 담아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그때 꼭 필요한 것이 바로 제대로 보기입니다.

제대로 바라보기
제대로 세상을 본다는 건 무엇일까요? 바로 차이를 발견하는 일입니다. 비 오기 전 하늘과 비 온 뒤 하늘의 미묘한 변화, 겨울의 마른 가지와 봄의 연초록 잎 사이에서 느껴지는 색의 차이…. 이런 차이를 알아차리는 능력을 우리는 심미안, 즉 아름다움을 보는 눈이라고 부릅니다.

미술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친구는 "볼 게 하나도 없네."라며 10분 만에 나가 로비에서 휴대전화를 보기도 합니다. 반면, 어떤 친구는 한참을 그림 앞에 멈춰 서서 색감이나 분위기, 주제를 차근히 느끼며 감상하지요. 그러다 보면 두 그림 사이의 미묘한 차이를 알아차리기도 합니다.

이처럼 차이를 발견한다는 건 단순히 보는 데서 끝나는 일이 아니라, 그 대상의 본질을 이해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런 능력은 우리가 어떤 일을 하든, 그 일이나 대상을 1% 다르게 바라볼 수 있게 해 줍니다.


현대 미술의 방_낯섦과 사유의 미학
현대인은 왜 현대 미술을 모를까
현대 미술의 매력 포인트 "이게 미술이라고?"
현대 미술 전시장에 가면 유난히 자주 들리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점 하나만 찍힌 캔버스 앞에서, 혹은 어디선가 주워온 듯한 물건들로 조합한 조형물을 마주한 순간 갑자기 멍해지곤 하죠. 작품 제목과 짧은 설명을 꼼꼼히 읽어봐도 여전히 무슨 의미인지 감이 잡히지 않으면, 대체 뭘 느껴야 하지?라고 자신에게 묻습니다.

이처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오히려 현대 미술을 가장 이해하기 어려워한다는 사실은 꽤 아이러니합니다. 도대체 이런 상황은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요? 만약 르네상스의 천재 화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타임머신을 타고 지금 시대의 미술관을 찾는다면 어떨까요? 아마 "이런 것이 미술이라고?"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조금 뒤에는 미래의 사람들은 과거와 완전히 다른 생각과 사고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구나.라고 이해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정작 그 미래의 사람들, 즉 우리 현대인들은 자기 시대의 예술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현대인과 현대 미술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이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주는 그야말로 역설적인 현실입니다.

현대인들이 현대 미술을 이해하지 못하게 된 이유
우리가 현대 미술 앞에서 난감함을 느끼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그중 가장 큰 원인은 미술 교육의 방향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의 미술 교육은 여전히 19세기적 기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사실적 묘사와 전통적 기법에 집중할 뿐 현대 미술이 어떤 배경과 문제의식 속에서 등장했는지 설명하는 과정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지요. 그 결과 학생들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피카소나 반 고흐는 알고 있지만, 정작 자신들과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은 접할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입시 중심의 분위기 속에서 미술 교육은 어릴 때 배운 수준에서 멈춰 버렸고, 수도권에 집중된 미술관 환경 때문에 미술관 방문조차 큰 결심이 필요한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미술관과 갤러리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작품 설명은 전공자인 저조차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전문 용어로 가득 차 있고, 관람객과 작품을 연결하는 대신 권위적인 해석을 제시하는 데 머무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일반 관람객들이 현대 미술을 마주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소외감을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쉽고 빠른 이미지만 소비되는 사회
현대인들은 말 그대로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켜는 순간부터 잠들기 직전까지, 수백 개의 이미지가 쉼 없이 눈앞을 스쳐 지나가죠.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의 짧은 영상들은 강한 자극으로 우리의 시선을 붙잡고, 영화와 게임 속 화려한 장면들은 끊임없이 감각을 자극합니다.

이런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현대인에게 미술관은 어떤 공간으로 느껴질까요? 조용하고 정적인 전시실, 벽에 걸린 한 점의 그림 앞에서 오래 머물러야 한다는 부담감, 그리고 “이게 도대체 무슨 의미지?”라는 막막함. 특히 현대 미술 작품 앞에서는 그 난해함이 더욱 크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 만들어지고 있는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현대 미술은 어렵게만 보이지만, 알고 보면 충분히 매력적인 세계를 품고 있습니다. 마음을 조금만 열고 바라보면, 누구든 그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지요.

이제 저와 함께 현대 미술이 가진 그 특별한 매력을 천천히 들여다볼까요?

현대 미술의 매력 포인트
현대 미술의 매력 포인트 NO. 1, 지적 쾌락: 생각하는 즐거움의 발견
방 탈출 게임, 보드게임, 스도쿠, 체스, 바둑. 얼핏 보면 서로 다른 놀이처럼 보이지만, 이들 사이에는 분명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머리를 써야 한다는 점이죠. 최근 방송가에서 뇌섹남, 너드남이 하나의 이미지로 자리 잡고, 지니어스처럼 지략 대결을 다루는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끄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화려한 볼거리나 자극적인 장치 없이도, 순수하게 생각하는 재미만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것이죠. 이는 인간이 본능적으로 지적 활동에서 쾌감을 느낀다는 사실을 잘 보여줍니다.

문제를 풀고 전략을 세우고, 하나의 생각이 또 다른 생각을 불러오며 복잡한 퍼즐이 맞아떨어지는 순간, 우리는 그 과정을 통해 특별한 즐거움을 경험합니다. 바로 단순한 오락이나 소비적 즐거움과는 차원이 다른 창조적합니다. 이런 능동적 감상 속에서 우리는 단순히 작품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와 함께 새로운 의미를 창조합니다. 이것이야말로 미술이 선사하는 진정한 지적 쾌락, 그리고 생각하는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예술의 본질적 즐거움이 아닐까요?

현대 미술의 매력 포인트 NO. 2, 우리의 고정관념을 흔드는 불확실성
지루하고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권태로움을 느끼곤 합니다. 많은 업무나 일에서 새로운 생각과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도 있죠. 그럴 때 우리는 보통 영화를 보거나 소설을 읽고,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을 떠나며 재충전의 시간을 갖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순간에 현대 미술관을 찾아가는 경험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현대 미술관에 들어서면 우리는 익숙한 일상과는 완전히 다른 낯선 공간 속에 놓입니다. 거기에 더해 이해하기 쉽지 않은 현대 미술 작품 앞에 서면 불확실함과 혼란스러움이 밀려오기도 합니다. 단번에 파악하기 어렵거나 익숙하지 않은 대상과 마주할 때, 우리의 사고방식에는 작은 균열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현대 미술이 주는 불확실함이 매력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현대 미술은 우리의 고정관념을 뒤흔들고, 일상 속에서 굳어진 시야를 넓혀 새로운 영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이 불확실성은 단순한 혼란이 아니라 창의적 사고를 자극하는 강력한 힘이며, 우리를 또 다른 세계로 이끄는 창문과도 같은 역할을 합니다.

아무것도 없는 전시회?
여러분이 미술관에 비싼 입장료를 내고 기대를 안고 전시장에 들어갔는데, 놀랍게도 벽에는 그림 한 점 걸려 있지 않고 바닥에도 조각품 하나 놓여 있지 않으며, 완전히 텅 빈 하얀 방만 있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이게 뭐죠? 환불해 주세요!”라고 외칠지, 아니면 “왜 비어 있지? 혹시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걸까?”라고 궁금해할까요?

실제로 파리에서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1958년 4월 28일, 이브 클라인은 이리스 클레르 갤러리에서 공허라는 전시를 열었습니다. 말 그대로 아무것도 전시하지 않은 전시였습니다. 놀랍게도 수천 명의 관람객이 몰려들었고, 이 전시는 현대 미술의 흐름을 바꾼 사건으로 기록되었습니다.

클라인은 사람들을 속이려고 빈방을 보여준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매우 진지하게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관객에게 던지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보통 예술 작품을 볼 때 눈에 보이는 형태나 이미지를 중심으로 이해합니다. 하지만 클라인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예술일 수 있지 않을까? 느낌, 분위기, 상상력도 예술의 일부가 아닐까?”라는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관람객들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처음에는 많은 사람이 당황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상한 경험이 나타났습니다. 어떤 사람은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평온함을 느꼈고, 어떤 사람은 신비로운 기운을 감지했다고 말했습니다. 똑같이 비어 있는 방이었지만, 관람객들은 각자 완전히 다른 감정과 생각을 경험했습니다.

과거의 미술은 무엇을 그렸는지 명확하게 드러났습니다. 그러나 현대 미술은 달라졌습니다. 작가가 정답을 제시하지 않고, 관람자가 스스로 의미를 찾아가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 현대 미술의 재미가 숨어 있지요.

클라인의 전시에서 관람객은 각자가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냈습니다. 작가는 빈 공간만 제시했지만, 그 공간을 채운 것은 관람객의 상상과 감정이었습니다.

현대 미술의 이러한 불확실성은 인생과도 닮아 있습니다. 인생에는 늘 명확한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고, 때로는 정답이 없는 상황 속에서도 스스로 의미를 찾아야 할 때가 있습니다. 현대 미술은 바로 그 의미 찾기의 능력을 기르는 데 도움을 줍니다.

이브 클라인이 비워둔 그 공간처럼, 현대 미술은 여러분이 자유롭게 채울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공간입니다. 그 공간에서 여러분만의 예술적 발견을 해 보는 건 어떨까요?


융합의 방_미술로 세상을 읽는 법
예술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예술이 없는 세상을 상상해 보신 적이 있나요? 노래도 음악도, 아름다운 색채도, 상상력 가득한 이야기조차 없다면 우리의 세상은 아마 삭막한 흑백 사진처럼 보일지도 모릅니다. 예술은 우리를 더 인간다운 존재로 만들어줄 뿐 아니라, 인간으로 존재할 수 있는 이유 자체이기도 하지요.

사실 미술은 우리 삶 곳곳에 스며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집에서부터 책상 위의 볼펜 한 자루까지, 우리의 일상은 미술이 만든 형태와 색, 감각 속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미술은 주변을 아름답게 꾸미는 기능을 넘어, 글을 모르는 사람에게도 한눈에 정보를 전달하고,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깊은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도록 도와줍니다.

더 나아가 미술은 시간을 건너는 다리 역할도 합니다. 각 시대의 문화와 정신을 담아내며 과거로 들어가는 열쇠가 되어 그 시대의 진실을 우리에게 조용히 속삭여주지요. 또한 이런 긍정적인 역할에 그치지 않고, 미술은 때로 사회를 비판하거나 역사적 사건에 메시지를 던지기도 합니다. 미술이 세상을 직접 바꾸지는 못하지만, 미술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변화의 문을 여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제 미술이 삶과 사회에 어떤 파장을 일으켜 왔는지, 그리고 어떻게 세상을 움직여 왔는지 그 흐름을 만든 화가들의 작품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볼까요?

현대의 로빈 후드, 정체불명의 예술가 뱅크시
미술계의 테러리스트라 불리는 뱅크시는 전 세계 도시의 벽에 기습적으로 그림을 남기며, 정부와 전쟁, 폭력, 자본주의, 소비사회, 환경오염 등 현대 사회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거리 예술가입니다. 정체를 숨긴 채 뱅크시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그는 마치 권력자를 놀라게 하는 로빈후드처럼 예상치 못한 장소에 벽화를 남기며 미술적 저항을 이어왔습니다. 벽에 그림을 그리는 행위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 그의 활동도 끝나버릴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지요.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유명해지기 위해 활동한 것이 아니었지만, 그의 작품은 곧 예술계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결국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작품으로까지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뱅크시가 착한 로빈후드가 된 일도 있었습니다. 12년 동안 문이 닫혀 있던 브로드 플레인 소년 클럽의 출입문에 어느 날 그의 작품 휴대폰의 연인이 등장한 것입니다. 소유권을 두고 시의회와 경찰 등이 다투자 뱅크시는 클럽 주인에게 “그 그림은 당신 것입니다.”라는 편지를 보냈고, 작품은 경매에서 약 40만 파운드(약 6억 8천만 원)에 팔렸습니다. 이 수익으로 클럽은 다시 문을 열 수 있었습니다.

또한 뱅크시는 꾸준히 전쟁에 반대하고 평화를 주장해 왔습니다. 미국과 영국의 이라크 전쟁을 비판하며 그린 꽃을 던지는 남자에서는 시위하는 인물이 폭력이 아닌 꽃을 던지는 모습으로 평화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팔레스타인 지역의 벽에 등장한 뱅크시의 꽃을 던지는 남자는 멀리서 보면 돌이나 폭탄을 던지는 시위대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그의 손에는 알록달록한 꽃다발이 들려 있습니다. 힘과 폭력이 아니라 평화와 희망을 선택하자라는 메시지를 담은 것이지요. 특히 이 작품이 그려진 곳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을 가르는 거대한 서안 장벽으로 뱅크시는 이 벽을 세상에서 가장 큰 감옥이라 부르며 그 위에 평화의 상징을 남겼습니다.

뱅크시는 전쟁뿐 아니라 자본주의와 소비사회, 권위적인 예술 제도까지 날카롭게 풍자합니다. 익숙한 이미지를 패러디해 그 의미를 뒤집는 방식으로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현실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것이죠. 그는 한 인터뷰에서 "현대 미술은 소수가 만들고 사고 소비하는 기업 연합체와 같다. 나는 그 체계를 벗어나 대중과 직접 소통하고 싶다."라고 말했습니다. 어릴 적 로빈후드가 되고 싶었다고 밝힌 그는 오늘날에도 미술을 무기로 삼아 사회에 질문을 던지는 현대의 의적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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