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2주차

BOOK SUMMARY


 인문 

심리학자의 설득법

저자 이현우
출판 매일경제신문사
출간 2026.06
전쟁터에서 시작해 실험실에서 완성된 설득 심리학을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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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의 설득법


전쟁과 설득 심리학 - 인간 행동 결정 요인을 찾다
호블랜드, 설득을 과학으로 만들다 - 메시지만으로 사람의 행동을 바꿀 수 있을까?
행동주의 심리학의 태동
- 파블로프의 개 실험
파블로프는 원래 생리학을 연구하는 학자였다. 그것도 러시아 사람으로서는 최초로 1904년 노벨상 생리의학상을 받을 만큼 실력 있는 연구자였다. 위와 췌장에서 분비되는 소화액이 신경 계통, 특히 미주 신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사실을 발견한 공로였다.

파블로프는 심리학을 무척 싫어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내 실험실에서 감히 심리학 용어를 사용하는 자가 있으면 총으로 쏴 죽이겠다”고 극언할 정도로 심리학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 심리학을 뜻하는 영어 단어 psychology는 그리스어 psyche와 logos의 합성어로, 어원에 따라 해석하자면 마음을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뜻이다. 파블로프가 연구에 매진하던 19세기 말의 심리학은 긴 역사를 가진 다른 학문에 비해 아직 학문적 체계가 허술했다. 엄격한 실험주의자였던 파블로프가 심리학을 무시했던 것도 그런 이유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처럼 심리학을 비하했던 파블로프가 미국 행동주의 심리학을 태동하게 만든 일등 공신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

파블로프 연구팀은 동물의 타액 분비에 관한 실험을 진행 중이었다. 개에게 다양한 자극 샘플을 제시하고 샘플에 따라 개의 침샘에서 나오는 타액의 양을 비교하는 실험이었다. 파블로프는 어느 날 개에게 먹이를 주려던 연구 조교의 발걸음 소리가 실험실 개들의 타액 분비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관찰하게 되었다. 파블로프는 먹이 주는 사람의 발걸음 소리가 곧 음식 제공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인지한 개들이 음식 없이도 침을 흘리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자신의 가설을 과학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간단한 실험을 고안했다.

파블로프는 개에게 음식을 줄 때마다 메트로놈 소리를 반복해서 들려주었다. 며칠이 지난 후, 그는 개들에게 음식은 주지 않고 메트로놈 소리만 들려주었다. 실험 결과는 예측한 대로였다. 개들은 메트로놈 소리만 듣고도 타액을 분비했다. 본격적인 후속 연구를 통해 파블로프 연구팀은 종소리, 바닐라 향, 전기 버저 등 먹이 주는 행동과 결합된 다양한 대상이 메트로놈의 경우와 동일한 결과를 만들어 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파블로프는 자신의 연구 결과를 조건 반사(conditioned reflex)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개는 생리적으로 음식을 보면 침을 흘리게 되어 있다. 여기서 음식은 무조건 자극, 타액 분비는 무조건 반응이라고 한다. 그런데 음식이라는 무조건 자극이 메트로놈 소리와 반복적으로 연합하게 되면 개는 학습을 통해 메트로놈 소리만 들어도 침을 흘리게 된다. 여기서 메트로놈 소리는 조건 자극이라 불린다. 이처럼 아무런 관계가 없어 보이는 자극과 반응도 특정 조건이 충족되면 특정 반응을 만들어 낸다는 파블로프의 조건 반사 개념은 훗날 미국으로 전파되어 고전적 학습 이론으로 발전한다. 소화 과정에 대한 생리학적 연구가 주의 깊은 관찰과 창의적인 실험에 의해 현대 심리학을 태동시킨 행동주의 이론으로 꽃피우게 된 것이다.

호블랜드와 메시지 학습 이론
학습 이론은 그 자체로도 매우 유용한 심리학 이론이지만 전혀 예상치 못했던 역사의 흐름 속에서 현대 설득 심리학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칼 호블랜드가 있었다. 1912년 미국 중서부의 시카고에서 태어난 호블랜드는 어려서부터 말수가 적고 또래와 어울리기보다는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는 내성적인 아이였다. 열여섯 살에 노스웨스턴 대학에 입학해 수학, 물리학, 심리학 등을 복수 전공한 그는 1932년 겨우 스무 살의 나이에 대학을 마쳤다. 이어서 대학원에 진학한 그는 1년 만에 석사 학위를 취득한다. 호블랜드는 예일대 대학원 심리학과 박사 과정에 입학해서도 첫 1년 동안 여섯 편의 논문을 학술지에 출판할 정도로 탁월한 지적 능력을 자랑했다. 3년 만에 심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을 때 그의 나이는 겨우 스무네 살이었다. 호블랜드는 뛰어난 연구 능력 덕분에 1936년 졸업과 동시에 예일대 교수로 초빙되었고 평생을 교수로서의 삶을 살았다.

- 전쟁의 나비 효과
제2차 세계 대전은 호블랜드가 연구 방향성을 설득 심리학으로 전환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전쟁이 한창이던 1942년, 호블랜드는 미국 전쟁부(The War Department)의 정보 및 교육 부서 책임 연구원으로 일하게 된다. 미국은 제2차 세계 대전에 갑자기 참전하게 되면서 신병 1500만 명을 급히 모병해야 했다. 기존에 있던 훈련된 군인들과는 달리 얼마 전까지 민간인 신분이었던 이들은 기본기가 매우 부족했다. 그래서 전쟁부는 이들 신병을 대상으로 미국이 왜 전쟁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미국의 적은 누구이고 우방은 누구인지, 적과 왜 싸워야 하는지 등 다양한 정신 훈련을 실시해야 했다. 또한 그러한 훈련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도 알고 싶어 했다. 당시 가장 유능한 심리학자였던 호블랜드가 전쟁에 호출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전쟁이 끝난 1945년까지 3년 동안 호블랜드는 미군 장병의 사기 진작 및 동기 부여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를 진행했다. 가장 대표적인 연구는 당시 할리우드의 스타 감독이었던 프랭크 카프라(Frank Capra)가 제작한 우리는 왜 싸우는가(Why We Fight)의 효과를 평가하는 작업이었다.

영화의 효과를 평가하기 위해 호블랜드는 일면 메시지와 양면 메시지 효과, 공포 소구의 효과, 정보원 신뢰도 효과 등 다양한 실험 연구를 디자인했다. 호블랜드는 단순히 “영화가 감동적인가”라고 묻지 않았다. 이들 연구는 모두 공통적으로 군인들의 태도 변화를 종속 변인으로 삼고 있었다. 예를 들면, 전쟁 영화를 보기 전과 비교해 군인들이 적군에 대한 적개심이 더 커지면 영화의 효과가 증명되는 식이었다. 이때부터 호블랜드의 학문적 관심은 암기 학습 이론에서 설득 연구로 바뀌게 되었다.


인지 혁명과 설득 심리학 - 행동으로 가는 내부 과정을 탐구하다
20세기 중반 컴퓨터라는 발명품의 등장은 심리학의 흐름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생각, 기억, 목표, 피드백, 감정 등 행동주의 심리학이 주홍 글씨 낙인을 찍었던 개념에 관한 새로운 연구가 이루어졌고, 심리학은 행동의 과학에서 다시 마음의 과학으로 돌아갔다. 이 시기, 심리학을 비롯해 언어학, 신경 과학, 컴퓨터 공학, 인류학, 철학 등의 학문 영역에서 동시대적으로 관찰된 새로운 연구 경향은 후대에서 인지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행동주의 심리학이 자극-반응의 단편적인 공식에 몰두하고 있었다면, 인지 혁명은 자극-반응 사이에 놓여 있던 보이지 않는 세계, 즉 인간의 마음속 과정에 주목했다. 인간은 단순히 자극에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존재가 아니라, 정보를 해석하고 평가하고 추론하는 존재라는 관점이 심리학의 중심으로 들어온 것이다. 인지 혁명은 태도, 정보 처리 과정, 판단과 의사 결정, 사회적 영향 등에 관한 연구 전반을 새롭게 재구성하는 출발점이 되었다. 인지 혁명 이후 설득 심리학은 행동 그 자체가 아닌 행동으로 가는 길에 존재하는 복잡한 연결 고리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피시바인-아이젠, 행동으로 가는 길 - 태도는 어떻게 행동을 예측하는가?
태도가 뭐길래
- 태도의 유용성에 대한 낙관론
20세기 초반, 행동주의 심리학의 전성기 시절에도 일부 학자들은 태도라는 심리적 개념을 붙잡고 씨름했다. 원래는 19세기 말 사회학에서 먼저 연구되던 개념이었지만, 심리학자 중에서도 태도 개념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초기 태도 연구자인 고든 올포트(Gordon Allport) 교수는 1935년 출판된 사회 심리학 핸드북(Handbook of Social Psycholgy)에서 당시까지의 연구를 종합하여 태도를 경험에 의해 조직된 정신적, 신경적 준비 상태로 정의하고, 태도가 인간의 행동에 역 동적인 영향을 준다고 주장하였다. 외부 자극이 곧바로 행동 반응으로 이어진다는 믿음을 가졌던 행동주의자들과는 달리 올포트는 외부 자극은 태도라는 내부 매개 과정을 거쳐 행동으로 연결된다는 새로운 관점의 설명을 제공했다. 하버드 대학의 교수로 재직했던 올포트는 수많은 제자들을 배출했는데, 인지 심리학의 대표 연구자 제롬 브루너(Jarome Bruner), 전기 실험으로 유명한 스탠리 밀그램(Stanley Milgram), 인지 반응 모델을 만든 앤서니 그린월드(Anthony Greenwald) 등이 그들이다. 올포트의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의 활약에 힘입어 태도 연구는 훗날 사회 심리학의 황태자 자리에 등극하게 된다.

행동주의 심리학 시대에도 태도 연구가 지속할 수 있었던 핵심적인 이유는 태도가 가진 행동 예측력 덕분이었다. 올포트 등 많은 학자는 내부적 태도가 외부적 행동의 준비 태세라고 생각했다. 즉, 태도가 곧 행동으로 연결된다는 믿음이 태도 연구를 견인했다. 마치 삼손이 가진 괴력의 비밀이 그의 머리카락에 있었듯이 태도의 유용성은 행동의 예측력에 있었다. 그러나 태도 측정 연구가 축적되면서, 태도와 실제 행동이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는 결과들이 보고되기 시작하였다. 태도 측정의 정교화가 양날의 검으로 작동한 것이다. 사람들이 설문에서 응답한 태도와 실제 상황에서 보인 행동 사이에는 상당한 괴리가 존재한다는 발견은 태도를 행동의 직접적 원인으로 보던 초기 낙관론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였다. 1934년 리처드 라피에르(Richard LaPiere)는 태도와 행동의 불일치를 지적하는 대표적인 논문을 발표했다.

- 정보 구성체로서의 태도
태도를 대상에 대한 호불호 수준의 감정적 반응으로 간주했던 당시 대부분의 연구자와는 달리 피시바인은 태도를 정보 차원에서 접근했다. 태도 측정 방법이 점차 정교해지면서 인간 내부의 태도는 정량화된 수치로 측정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러한 태도 점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기존 이론으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었다. 피시바인 이전까지 태도는 측정 대상일 뿐, 설명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피시바인은 측정된 태도 점수의 의미를 해석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측정된 태도 점수는 어떠한 정보로 구성되었는가라는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

피시바인은 태도가 두 가지 중요한 정보로 구성된다고 말하고 있다. 태도는 대상이 가진 속성에 대한 신념 정보와 그 신념에 대한 가치 평가 정보의 결합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가상의 시나리오를 통해 피시바인의 주장을 설명해 보자.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민수는 하루의 대부분을 모니터 앞에서 보낸다. 최근 민수는 운동 부족으로 자신의 몸무게가 급격히 늘고 있다는 사실을 염려하기 시작했다. 민수는 지금처럼 과체중으로 고민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긴 고민 끝에 민수는 바쁜 시간을 쪼개 동네 주민센터에 있는 헬스장에 등록하기로 했다. 그는 표준 몸무게를 유지하는 것이 건강 관리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민수는 헬스장에서 열심히 운동하면 몸무게가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라 믿고 있다.

무엇이 민수가 헬스장에 등록하게 했을까? 민수는 꾸준히 운동을 하면 몸무게가 정상 체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강한 신념을 갖고 있었다. 이것이 신념 정보이다. 그리고 민수는 표준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건강 관리를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평가하고 있었다. 이것은 평가 정보이다. 피시바인은 이처럼 강한 신념과 그 신념에 대한 높은 가치 평가가 결합되면 강한 태도가 만들어진다고 설명한다. 강한 태도는 자연스럽게 민수의 헬스장 등록이라는 행동으로 연결된다. 피시바인에 의해 태도는 대상에 대한 단순한 호불호의 감정적 반응이 아니라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신념 정보와 평가 정보에 대한 복잡한 계산법의 결과치로 탈바꿈되었다.

피시바인의 합리적 행동 이론
피시바인은 태도에 대한 새로운 접근에 이어 더 원대한 꿈을 가졌다. 그는 태도가 인간 행동에 이르는 길을 자세하게 해부하고 싶었고, 오랜 작업 끝에 행동에 이르는 길을 다음과 같이 요약해서 제시했다. “인간은 생각하고, 결심하고, 행동한다.” 피시바인의 합리적 행동 이론은 태도가 행동에 이르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기존의 태도 이론과 가장 확연한 차별점을 갖는 행동 의도 개념을 중심으로 합리적 행동 이론을 알아보자.

- 헤어질 결심
헤어질 결심이라는 영화가 있다. 연인 관계에서 누군가 헤어질 결심을 하면 대부분 이별이라는 결과가 뒤따른다. 피시바인의 용어로 설명하면, 헤어질 결심이라는 행동 의도는 궁극적으로 이별이라는 행동으로 연결된다는 말이다.

피시바인은 태도의 유용성 관련 회의론자들이 지적하고 있는 태도와 행동 사이의 불일치 문제를 해결하는 창의적인 방법을 찾아냈다. 피시바인은 대부분의 사회 행동이 충동적 반응이 아니라 어느 정도 숙고된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특정 후보에게 투표할 것인지, 혹은 특정 제품을 구매할 것인지에 관련된 행동은 그러한 행동을 할 의도를 거쳐 최종적으로 행동으로 연결된다고 생각했다. 피시바인은 인간의 행동을 예측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상대방에게 행동 의도가 있는지 물어보는 것이라면서 피시바인은 태도와 행동 사이에 행동 의도라는 새로운 과정을 추가했다.

이 결정에는 당시 일리노이대 심리학과에 있던 동료 학자 도넬슨 덜레이니(Donelson Dulany)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덜레이니는 행동주의 심리학이 배제해 온 의식, 의도, 규칙 등의 개념을 다시 심리학의 중심으로 불러왔다. 피시바인은 특히 행동은 외부적 자극에 대한 자동 반응이 아니라 나는 이렇게 하기로 했다는 주관적 결단의 결과라는 덜레이니의 주장에 주의를 집중했다. 인간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이유를 가지고 있으며 그 이유를 말로 설명할 수 있다는 덜레이니의 관점은 피시바인에 의해 행동 의도 개념으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 주관적 규범
피시바인은 합리적 행동 이론에서 행동 의도가 두 가지 요소의 합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한다. 첫 번째 요소는 앞에서 설명한 개인적 차원의 태도다. 그러나 피시바인은 행동 의도를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태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피시바인은 행동 의도를 계산하는 공식에 주관적 규범이라는 개념을 두 번째 요소로 추가하고 있다. 주관적 규범은 동조 이론이 강조했던 타인의 존재 개념에 기초하고 있다. 앞에서 제시한 가상 시나리오를 계속해서 이어 가보도록 하자.

민수의 가족은 모두 건강 관리에 예민한 편이다. 민수의 부모님은 모두 과체중으로 인한 심혈관 질환으로 일찍 세상을 뜨셨다. 그래서 민수를 포함한 삼 형제는 체중 관리에 특히 유념하고 있다. 매년 실시하는 건강검진 결과가 나오면 서로 돌려보면서 조금이라도 체중 변화가 있었는지 세밀하게 검토한다. 과체중 상태가 되지 말자고 서로 격려하는 그런 형제들이 민수는 정말 사랑스럽다고 생각하면서 절대로 그들을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피시바인은 주관적 규범 역시 두 개의 정보로 구성된다고 말한다. 민수의 경우를 바탕으로 설명하면, 표준 몸무게를 유지하는 것에 대한 주위 사람들의 생각 관련 정보와 그러한 생각에 얼마나 동조할 것 인가에 대한 동기 관련 정보가 민수의 주관적 규범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민수에게는 부모님 돌아가신 후에 남겨진 형제들이 제일 중요한 타인의 존재다. 삼 형제는 모두 과체중에 대해 과민할 정도로 반응하고 있다. 민수는 그런 삼 형제의 생각에 깊이 공감하고 그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정보의 결합은 민수에게 강한 주관적 규범으로 작동하고 있다.

피시바인에 의하면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이며 민수의 경우처럼 사용 가능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사용하여 의사를 결정한다. 이런 점에서 피시바인은 자신의 이론에 합리적 행동 이론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행동 의도를 행동을 결정하는 최전방에 위치시킴으로 행동에 대한 예측력은 높아졌지만 그 대가로 이론의 적용 영역은 큰 폭으로 줄어들게 되었다. 백화점에서 마음에 드는 옷을 보고 충동적으로 구매하는 행동은 합리적 행동 이론의 이론적 틀로 설명되지 않는다. 합리적 행동 이론을 세상에 소개하면서 피시바인은 그들의 이론이 자의적인 행동(volitional behavior)에만 국한된다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개인이 합리적으로 생각하여 사전에 행동 의도를 갖고 있는 행동만 제대로 설명하여도 그 학문적 의의가 충분하다는 자기 합리화도 함께 덧붙여졌다.


21세기의 설득 심리학 - 새로운 길을 모색하다
배럿, 이성에서 감정으로 -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이성인가, 감정인가?
20세기의 감정 연구자
- 실반 톰킨스
톰킨스는 1911년 미국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러시아계 유대인 이민자였다. 그의 교육적 기반은 매우 다양했다. 학부에서는 희곡(playwriting)을 전공했고, 석사는 심리학, 그리고 박사는 펜실베니아 대학에서 철학으로 학위를 받았다.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로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 말콤 글래드웰(Malcom Gladwell)은 블링크(Blink)에서 톰킨스에 관한 매우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있다. 미국 대공황 시기에 톰킨스는 하버드 대학 박사후 과정 중에 있었다. 그는 생활비를 조달하기 위해 경마장에서 경마 예상꾼으로 일했다. 그런데 그의 경마 결과 예상치가 너무 정확해서 그는 맨해튼의 부촌에서 호화롭게 살 수 있을 정도로 돈을 많이 벌었다. 경마장에서 톰킨스는 교수로 불렸다고 한다. 그가 경마 결과를 예상하는 과정이 매우 체계적이며 분석적이었기에 얻은 애칭이다. 경마장 사람들은 그가 훗날 탁월한 교수가 될 사람이라는 것을 아무도 몰랐다. 그의 성공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톰킨스는 경마의 결과를 예상하기 위해 망원경으로 경주마를 관찰했다. 톰킨스는 그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경주마의 표정을 관찰했다. 배팅을 고려하고 있는 경주마 주위에 어떤 말이 있으며 그들의 표정이 어떠한가도 관찰했다. 그는 얼굴 표정이 자신의 내부 감정 및 동기 상태를 알려 주는 창문 역할을 한다고 믿었다. 속설에 의하면, 톰킨스는 지명 수배자 포스터에서 얼굴만 보고도 그들이 어떤 범죄로 지명 수배 상태에 있는지를 알아차렸다고 한다.

감정 연구와 관련해서 그의 저서는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공헌을 하고 있다. 첫째로, 그는 감정과 관련된 주요 개념들을 분명하게 구분해서 정리하고 있다. 그는 정동(affect), 느낌(feeling), 그리고 감정(emotion)을 다음과 같이 구별하여 정의하고 있다. 정동이란 감정을 구성하는 생물학적인 요소를 말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정동을 구사하는 생물학적이고 신경학적인 능력을 보유하고 태어난다는 사실을 톰킨스는 자신의 아이를 관찰하면서 알게 되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한편, 느낌이란 정동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지각하는 개인의 주관적 경험을 말한다. 느낌은 일반적으로 감정과 동의어로 사용되고 있지만 톰킨스는 두 개의 개념이 엄밀하게 다르다고 말해 주고 있다. 이어서, 톰킨스에 의하면 감정이란 정동이 개인적 경험 및 과거 기억과 복합적으로 얽혀지는 것을 말한다. 감정 연구자 도널드 네이선슨(Donald Nathanson)은 정동은 생물학(biology)이지만, 감정은 전기(biography)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갓 태어난 아이는 정동은 경험할 수 있지만 감정은 경험할 수 없다. 감정을 구성하는 데 필요한 과거 경험이 아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로, 톰킨스는 감정의 본질을 생득적인 정동 체계로 이해하고 기본 정동을 발견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 앞에서 개념 정리하였듯이 정동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감정보다 더 기초적인 신경 생리적 반응 체계를 말한다. 감정이 문화와 경험을 통해 해석되고 이름 붙여진 결과물이라면, 정동은 그 아래에서 작동하는 원초적 에너지 신호라고 볼 수 있다. 정동과 감정의 연관성은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과학자들은 정동이 감정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다. 톰킨스는 감정보다 더 근원적인 정동에 더 큰 관심을 가졌다.

톰킨스에 따르면 인간에게는 총 아홉 가지 기본 정동이 존재하며, 이들은 얼굴 표정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즉, 정동은 단지 마음속 느낌이 아니라, 얼굴 근육의 특정 패턴과 함께 나타나는 전신적 반응이라고 톰킨스는 설명한다. 그는 정동을 일종의 생물학적 신호 체계로 인식했다. 정동이 보내는 신호는 행동을 촉진하거나 억제하고, 무엇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지를 알려 주는 동기적 역할을 한다. 아홉 개의 보편적 정동은 두 개의 긍정적인 정동, 하나의 중립적인 정동, 그리고 여섯 개의 부정적인 정동으로 구성된다고 톰킨스는 보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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