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고민을 해본 적 있다면, 당신에게는 경제 문해력이 필요하다. 경제는 단순한 뉴스거리가 아닌, 우리 삶의 모든 순간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이 쏟아지는 2025년, 글로벌 경제는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커졌다.
『드디어 만나는 경제학 수업』은 이런 불안정한 시대에 당신이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실용적 경제 지식을 담았다. 무겁고 따분한 경제학 ‘교과서’가 아닌, 실생활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61가지 경제 필수 개념을 쉽고 명쾌하게 예를 들어 설명한다.
기회비용, 행동경제학, 인플레이션, 미중 무역전쟁의 실체, 금리 결정 메커니즘까지… 이 책을 읽으면 어려운 이론처럼 느껴졌던 경제학 개념이 어떻게 당신의 지갑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확실히 알게 된다. 특히 실리콘밸리은행 사태와 같은 최근 금융 위기를 분석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이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게 하는 통찰을 키워준다.
■ 저자
앨프리드 밀
세계적인 교양 입문서 시리즈 『애덤스 101』의 경제·재무 분야 대표 저자이자 재정 전문가. 그는 일반 독자들이 복잡한 경제학과 재정 관리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경제학의 핵심 원리와 사회 보장 제도의 실용적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그의 저서들은 독자들의 실제 재무 의사 결정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셸 케이건
20년 이상의 실무 경험을 지닌 미국 공인회계사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애덤스 101』 시리즈의 경제학, 부동산 투자, 예산 관리 분야를 맡아 집필했으며, 특히 채무·세금·자산 관리 분야에서 탁월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는 소상공인을 위한 재무 관리와 실용 금융 교육에 주력하고 있으며, 정기적인 강연을 통해 일반인들의 금융 이해도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저서로 『최소한의 주식시장 이해하기』와 『최소한의 주식투자 이해하기』가 있다.
■ 역자 김선영
이화여자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현재 바른번역에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셰임 머신』, 『마인』, 『정의는 어떻게 실현되는가』, 『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 등이 있다.
■ 차례
추천사
들어가는 글: 삶의 무기가 되는 경제학
1 경제학이 세상을 해석하는 방법
무한한 욕망, 유한한 자원: 경제학의 탄생
하버드를 포기한 스타트업 대표: 기회비용의 진실
가난한 나라가 부자 되는 법: 비교우위의 마법
트럼프는 왜 관세에 집착하는가: 무역전쟁의 경제학
계획경제는 왜 실패했을까: 시장경제의 승리
보이지 않는 손 VS 자본론: 스미스와 마르크스, 세기의 대결
우리는 왜 비합리적 선택을 하는가: 행동경제학의 탄생
위기는 어떻게 전염되는가: 현대 경제학의 통찰
2 화폐와 시장의 심리 게임
돈은 어떻게 세상을 지배하게 되었나: 물물 교환과 화폐의 등장
중앙은행이 하는 일: 통화 공급량의 법칙
이자율은 어떻게 정해질까: 이자율을 결정하는 다섯 블록
은행은 어떻게 돈을 창출할까: 모든 것의 시작, 대출
실리콘밸리은행은 왜 무너졌나: 세상을 떨게 한 뱅크런 사태
왜 똑같은 물건인데 값이 다를까: 한계효용과 수요의 법칙
생산자와 소비자의 줄다리기: 공급량의 결정
마스크는 왜 품절되었을까: 코로나 팬데믹과 공황 수요
회계학 VS 경제학: 이윤을 따지는 서로 다른 관점
최적의 생산량을 계산하는 법: 장기와 단기의 생산함수
가장 이상적인 시장: 완전경쟁이라는 롤모델
스타벅스는 왜 값을 자주 올릴까: 독점적 경쟁의 약점
넷플릭스는 어떻게 OTT 시장을 점유했나: 과점 시장의 명과 암
우체국에서만 편지를 보낼 수 있는 이유: 국가 독점의 순기능
석유를 둘러싼 검은 그림자: 카르텔과의 전쟁
주유소의 기름값이 매일 변하는 이유: 게임이론과 가격 전쟁
맥주 회사가 계속해서 새로운 광고를 찍는 이유: 계속되는 가격 전쟁과 떠오르는 비가격 경쟁
편의점 알바생의 월급은 누가 정하나: 최저임금제의 두 얼굴
바우처보다 현금이 인기 있는 이유: 보조금의 역기능
정부는 언제 시장에 개입하는가: 시장 실패의 원인
3 당신이 몰랐던 금융의 숫자들
대출 금리는 누가 정하는가: 대부자금설과 유동성 선호 이론
국가와 기업에 급전이 필요할 때: 두 종류의 단기 채권, 기업어음과 단기채
장기 투자에는 리스크가 따른다: 중기채와 장기채, 지방채의 차이
요즘 ETF가 핫하다고?: 주식시장의 원리
미국 달러가 기축 통화가 된 이유: 환율이 정해지는 원리
도지코인? 이더리움?: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의 탄생
돈은 어디로 흐르는가: 가계에서 기업으로, 경제 순환 모형
국가 경제를 측정하는 법: GDP가 말해주는 것들
소비 심리가 GDP에 미치는 영향: 가처분소득의 중요성
GDP의 마지막 퍼즐: 국가 경제를 결정하는 수출액
GDP가 늘면 경제가 성장한 것일까: 명목 GDP VS 실질 GDP
돈으로 행복도 살 수 있을까: GDP의 한계와 다른 복지 지표
햄버거로 환율을 예측할 수 있다고?: 독특한 7가지 경제지표
4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숨은 플레이어들
불황과 호황은 왜 반복되는가: 경기 순환의 비밀
재정 적자가 쌓이는 이유: 국가에서 부채를 관리하는 법
실업수당은 왜 필요한가: 완전고용과 자연실업률
연봉은 올랐는데 왜 작년보다 쪼들릴까: 인플레이션이라는 벽
저축할까, 투자할까: 물가 상승에 대처하는 생존법
인플레 파이터, 폴 볼커: 금리를 올려서 경제를 안정시키는 원리
국가 경제는 어떻게 움직이는가: 총수요 VS 총공급
자유방임주의는 과연 최선인가: 고전파 경제학의 이론
케인스는 왜 정부 개입을 외쳤나: 케인스 경제학의 주요 개념
레이거노믹스는 성공했는가: 공급 중시 경제학과 래퍼 곡선
연준의 한마디에 전 세계가 움직이는 이유: 세계 경제의 수문장
확장이냐 긴축이냐: 연준에서 물가상승률에 대응하는 법
빈곤 없는 세상을 향하여: 세계 3대 경제 기구의 역할
대공황과 대침체의 악몽: 20세기와 21세기의 경제 위기
신용 관리가 중요한 이유: 리먼브라더스 사태와 크레디트스위스
트럼프의 경기 부양책은 성공할 것인가: 미국 경제의 최근 기조
더 나은 세상을 향한 노력: 경제 성장의 기준
경제 성장의 진짜 동력은 무엇인가: 생산의 씨앗, 인적·물적 자본과 연구개발
정부는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을까: 소득 재분배의 원리
‘지속가능한 성장’은 정말 가능할까: 기후거래소와 탄소배출권
이미지 출처
경제와 투자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을 위해 복잡한 개념을 쉽게 풀어낸 실용적인 경제 입문서입니다. 현실 경제 이슈를 바탕으로 자산을 지키고 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지식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드디어 만나는 경제학 수업
경제학이 세상을 해석하는 방법
무한한 욕망, 유한한 자원: 경제학의 탄생
당신이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저녁 메뉴를 고민하며 냉장고 문을 열었다고 합시다. 어떤 식재료가 있는지 둘러보고는 "집에 먹을 게 하나도 없네"라고 중얼거리며 배달 앱을 켜겠지요. 날씨 좋은 주말 아침, 외출하려고 옷장 문을 열었다가 "입을 옷이 하나도 없군, 옷 좀 사야겠어"라고 투덜거리며 늘 입던 옷을 입을지도 모릅니다. 냉장고에는 음식이, 옷장에는 옷이 넘쳐나는데 말이지요.
우리에게 필요하거나 우리가 욕망하는 것은 결코 채워지는 법이 없습니다. 이것을 경제학에서는 '희소성'이라고 합니다. 모든 사람의 욕구를 만족시킬 만큼 자원이 충분하지 않다는 뜻이지요. 경제학은 한마디로 '희소한 자원의 효율적인 분배'를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인간의 욕구는 무한하며 항상 소유하거나 구매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이 원합니다. 즉 우리는 모두 한정적인 조건에서 여러 선택지를 살피고 평가해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경제학적 존재'입니다.
경제학은 어디에나 있다
경제학이 체계적인 학문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근대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애덤 스미스(Adam Smit)가 『국부론」을 쓴 18세기경입니다.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등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도 사유재산의 개념과 자원의 분배 방식을 연구했지요. 태초에 경제학은 철학의 한 분파로 갈라져 발전하기 시작했습니다(애덤 스미스도 처음에는 경제학자가 아니라 도덕철학자로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미시와 거시는 서로 다른 렌즈로 경제를 바라보지만, 궁극적으로는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찾는다는 점에서 같은 목표를 향합니다. 현대에는 두 영역의 경계가 점점 흐려지면서, 미시적 행동이 거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나 거시 정책이 개별 시장에 미치는 효과를 통합적으로 연구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자원이 부족할수록 경제학이 필요하다
상상해보세요.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원하는 만큼 아이폰을 가질 수 있고, 누구나 강남에 집을 소유할 수 있으며, 일하지 않아도 풍족하게 살 수 있다면? 이런 세상이라면 경제학이란 학문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경제학은 바로 이 '부족함'에서 시작됩니다.
우리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모든 것이 '생산 요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토지, 노동, 자본이라는 세 가지 기본 재료로 설명하는데, 마치 요리사가 주방에서 재료, 조리법, 도구를 활용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첫째, '토지'는 자연이 선물한 모든 것입니다. 재생 가능한 자원은 마치 정원의 채소처럼 계속 기를 수 있습니다. 반면 석유나 희토류 같은 재생 불가능한 자원은 냉장고 속 마지막 달걀과 같죠. 한 번 쓰면 끝입니다. 최근에는 '무한한 줄 알았던 깨끗한 공기와 물마저 희소해지면서, 환경도 중요한 '토지' 자원이 되었습니다.
둘째, '노동'은 인간의 땀과 지식입니다. 과거에는 단순히 "얼마나 힘들게 일하는가"로 노동의 가치를 매겼지만, 이제는 더 재미있어졌습니다. AI가 등장하면서 의사나 변호사 같은 전문직보다 수제가구 장인이나 예술가의 노동이 더 값진 시대가 올 수도 있습니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창의적이고 감성적인 일이 새로운 '희소성'을 만들어내고 있죠.
셋째, '자본'은 생산 도구입니다. 과거에는 공장의 기계나 사무실 건물 같은 물리적인 것들이었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넷플릭스의 추천 알고리즘, 테슬라의 자율주행 데이터, 애플의 브랜드 가치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어마어마한 자본이 되었습니다.
이 세 요소는 마치 멋진 공연을 만드는 무대, 배우, 소품처럼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예를 들어 테슬라는 리튬(토지)을 채굴해 엔지니어(노동)의 기술로 특허(자본)를 만들어내죠.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든 경제 활동은 이 세 가지 요소가 끊임없이 서로 얽히고설키며 만들어내는 드라마인 셈입니다.
더 재미있는 건,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이 관계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는 거죠. 유튜버는 자신의 재능(노동)으로 콘텐츠(자본)를 만들어 조회수(새로운 형태의 토지)를 수확합니다. 과연 앞으로는 이 세 가지 생산 요소가 어떻게 변화할까요? 경제학자들의 새로운 고민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화폐와 시장의 심리 게임
가장 이상적인 시장: 완전경쟁이라는 롤모델
텔레비전으로 저녁 뉴스를 보는데 경제 전문 기자가 이렇게 말합니다. “유가가 오르면 수요가 줄어듭니다." 과연 맞는 말일까요?
상황에 따라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습니다. 공영방송 뉴스나 대형 일간지 등 공신력 있는 매체에서 경제 용어를 사용하면 모두 맞는 말처럼 들리지만, 이로 인해 잘못된 경제 개념이 퍼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경제학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수요와 공급을 비롯해 시장이 작동하는 원리를 반드시 이해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개념들이지만 복잡한 경제 논쟁의 소재가 되기도 하고, 자칫 잘못 이해하기 쉬운 주제이지요. 이번 장에서는 수요와 공급 법칙의 기반이 되는 '완전경쟁시장' 개념과 작동 원리를 알아봅시다.
완전경쟁시장의 이상과 현실
수요와 공급에 따른 가격 변동을 이해하기 위해 우선 '시장'의 개념을 짚고 넘어갑시다. 시장이란 구매자와 판매자가 모이는 공간을 말합니다. 시장이 꼭 물리적인 공간일 필요는 없지요. 실제 장소뿐만 아니라 우편, 인터넷 등 구매자와 판매자가 서로 교류하면 언제 어디서든 시장이 형성됩니다.
경제학에서는 시장이 효율적으로 기능하기 위해 몇몇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봅니다. 일반적으로 '다수의 생산자와 소비자'가 이익에 따라 독립적으로 경쟁하고, 거래 대상에 대한 '완벽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으며, '자유롭게 진입하거나 이탈할 수 있다'는 조건하에서 시장이 잘 작동하지요.
시장 참여자가 다수라면 한 명의 생산자나 소비자가 가격과 거래량에 크게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합니다. 다른 생산자 또는 소비자와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생산자나 소비자가 하나뿐이라면 가격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대형 할인점인 월마트는 여러 공급업체에 대한 수요독점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월마트가 이들 공급업체의 유일한 납품 업체이므로 가격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것이지요. 월마트 입장에서는 공급업체에서 가격을 맞춰주지 않으면 구매하지 않겠다고 해버리면 그만입니다. 실제 시장에서는 어떤 생산자나 소비자도 이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합니다.
완벽한 정보란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 생산 비용이 얼마인지 알 수 있고, 제품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며, 한 곳에서 싸게 사서 다른 곳에서 비싸게 되파는 차익거래의 기회가 없는 상황을 가리킵니다.
자동차 시장을 떠올려봅시다. 생산자와 판매자는 차량 비용과 사양에 대해 상당히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지만 소비자는 제한된 정보를 놓고 구매 여부를 결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차를 만드는 데 정확히 어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갔는지, 차량의 상태나 품질은 어떤지 잘 모르지요.
자유로운 진입과 이탈은 다수의 생산자와 소비자가 참여하게 해 시장 효율성을 높입니다. 간혹 자격을 갖춘 사람만이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험을 설계하고 판매하기 위해서는 자격이 필요합니다. 이런 경우 잠재적 판매자의 수가 제한되므로 시장에 진입장벽이 생겨 경쟁이 줄고 가격이 상대적으로 오르기도 하지요.
이상적 경제의 모델, 완전경쟁시장
학창 시절, 처음 원자를 배우던 과학 시간을 떠올려봅시다. 선생님이 칠판에 태양계와 비슷한 무언가를 그렸을 겁니다. 중앙에 태양과 같은 큰 핵이 있고, 그 주위를 작은 전자가 도는 원자 구조 모형이지요. 조금만 더 공부하면 모든 원자가 그림과 똑같이 생기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칠판에 그려진 단순한 모형은 원자라는 아주 작은 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경제학에서 시장을 연구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소 비현실적이고 불가능해 보이는 '완전경쟁' 모델을 알면 현실 세계의 조건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요.
앞에서 시장이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구매자와 판매자, 거래 대상에 대한 완벽한 '정보, 자유로운 시장 진입과 이탈이라는 조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여기에 모든 기업이 대체 가능한 제품을 생산한다는 조건을 추가하면 완전경쟁시장이 탄생합니다.
대체 가능한 제품이란 각 기업에서 만든 생산품에 실질적인 차이가 없다는 뜻입니다. 모든 기업이 비슷한 수준의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지요. 밀, 옥수수 등 시리얼에 들어가는 곡물을 떠올려보세요. 한 농부가 재배한 밀은 다른 농부가 재배한 밀과 크게 차이가 없습니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완전경쟁시장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시장의 가격 결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어 효율성이 극대화되고, 경제적 잉여가 최대인 이상적인 상태입니다. 자원의 배분이 최적화되어 사회 전체가 두루 이익을 볼 수 있고, 특히 소비자가 저렴한 가격에 품질 높은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시장이지요. 하지만 현실에서 완전경쟁시장을 형성하기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사람에 따라 접근할 수 있는 정보의 수준이 다르고, 기업들이 저마다 개성 있고 차별화된 제품들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지요.
당신이 몰랐던 금융의 숫자들
국가 경제를 측정하는 법: GDP가 말해주는 것들
수치를 측정하면 많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살을 빼고자 한다면 자주 체중계에 올라가 몸무게를 확인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요. 교사는 학생들의 학습 이해도와 성취도를 측정하기 위해 점수와 등급을 매깁니다. 이를 바탕으로 부족한 부분을 파악하고 보충 학습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야구 경기에서는 거의 모든 기록을 통계로 만들어 전략을 세울 때 활용합니다.
데이터와 통계는 정보에 입각해 결정을 내릴 때 유용한 도구입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대공황 직후인 1933년, 러시아 출신 경제학자 사이먼 쿠즈네츠(Simon Kuznets)에게 국가 경제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를 만들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때까지도 경제를 측정할 마땅한 지표가 없었던 것이지요. 쿠즈네츠는 한 국가의 경제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로서 국내총생산, 즉 GDP(Gross domestic product)라는 개념을 고안했습니다. 오늘날 GDP는 국가의 전반적인 경제 규모를 보여주는 중요한 정보로 활용됩니다.
한 국가에서 생산한 가치의 총합
GDP란 한 국가에서 일정 기간(주로 1년) 생산한 모든 최종 생산물의 가치를 측정한 것입니다. 달리 말하면 국내 생산물의 창출에 들어간 연간 지출을 측정한 수치이자, 국내 생산물에서 얻은 연간 소득을 측정한 것이기도 합니다. 이는 한 국가의 경제력을 판단하는 지표가 되지요.
GDP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쉬운 예시를 봅시다. 프랭크와 대니라는 두 사람으로 구성된 경제체제가 있다고 해봅시다. 겨울이 되고 날씨가 추워지자 프랭크는 대니에게 100달러를 줄 테니 담요를 하나 짜달라고 제안합니다. 대니는 이를 흔쾌히 받아들여 담요를 뜨기 시작하지요. 이윽고 담요를 완성한 대니는 프랭크가 건네는 100달러와 담요를 교환합니다. 두 사람으로 구성된 단순 경제에서 지출, 소득, 생산의 가치는 각각 얼마일까요? 정답은 100달러입니다. 즉 이 체제의 GDP는 100달러라고 볼 수 있습니다.
2022년 기준, 전 세계에서 GDP가 가장 높은 국가는 미국이었습니다. 총 25조 4,600억 달러로 어마어마한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했지요. 뒤를 이은 것은 중국입니다. 중국은 17조 9,600억 달러로 뛰어난 저력을 보여주었습니다. 같은 해 한국의 GDP는 1조 6,700억 달러였지요.
GDP는 딱딱하게 쌓인 견고한 벽돌보다는 일정 기간 흐름을 측정하는 유량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수도꼭지를 틀고 배수구를 열어 놓은 욕조를 생각해보세요. 수도꼭지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바로 GDP입니다. 욕조에 담긴 물은 그 나라의 부이며, 배수구로 새어나가는 물은 감가상각 등 가치의 손실과 유출을 뜻합니다. 부의 유출이 GDP를 초과하지 않는 한, 그 나라의 부는 지속적으로 증가합니다.
GDP는 생산, 지출, 소득의 세 관점에서 분석할 수 있습니다. 생산 측면에서는 각 산업의 부가가치를 합산하고, 지출 측면에서는 소비, 투자, 정부 지출, 순수출을 합산합니다. 소득 측면에서는 임금, 이윤, 이자, 임대료 등 생산 요소별 소득의 총합을 계산하지요.
한 국가에서 일정 기간 모든 경제 주체가 생산한 가치의 총량은 동일 기간 해당 국가 경제 주체의 지출 총량과 같다고 봅니다. 그래서 GDP를 계산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식은 국가 지출을 모두 더하는 것입니다. 지출은 소비, 투자, 정부 지출, 순수출의 네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소비란 가계와 기업 등 민간 분야에서 소비한 내역을 뜻합니다. 투자는 기업의 설비 투자, 건설 투자 등을 뜻하지요. 정부 지출은 정부의 소비와 투자를 포함합니다. 순수출이란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수치입니다.
GDP가 보여주지 못하는 것들
GDP는 한 국가의 경제 활동 중 많은 부분을 보여주지만 모든 것을 보여주지는 못합니다. 본질적으로 GDP는 새로 생산한 가치를 측정하는 지표이지 축적된 부를 나타내는 개념이 아닙니다. GDP라는 지표 자체가 재화와 서비스 등 생산물과 자본, 노동 등 생산 요소의 가치만을 측정하기에 순수한 금융 거래는 포함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령 주식시장을 떠올려봅시다. 한 개인이 가지고 있던 주식을 팔면 다른 개인이 그 주식을 구매합니다. 즉 한 개인에서 다른 개인으로 주식의 소유권이 넘어갈 뿐 새로운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식 거래는 생산물 시장에 포함되지 않고, GDP에도 잡히지 않습니다. 주식 거래 중개인이 받는 수수료만이 GDP에 들어가지요. 실업수당, 재해 보상금 등의 이전 지출(생산 활동과 무관하게 대가 없이 지급하는 소득 이전)도 마찬가지로 GDP 계산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하고 받는 것이 아니라, 단지 국가 정부에서 복지 수혜자에게로 소득이 이전된 것이기 때문이지요.
생산 활동이지만 금전 거래가 없는 경우도 GDP에서 제외됩니다. 아이를 돌보거나 청소와 빨래 등 집안일을 하는 것은 분명 노동에 속하고 큰 가치를 만들어냅니다. 그러나 금전적인 대가 없이 하는 일이기에 정확한 금전적 가치를 매기지 못하므로 GDP에서 배제됩니다. 흥미롭게도 이 모든 활동을 비용을 지불하고 타인에게 맡기면 GDP에 포함되지요. 집안일뿐만 아니라 정원의 잔디를 깎거나 엔진 오일을 교체하는 것 모두 비용을 내고 서비스를 구매하면 GDP에 속하지만, 직접 하면 GDP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GDP가 과대평가되지 않도록 재판매와 중간재 구매는 계산에서 빠집니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주택 구매는 GDP에 들어가지 않지요. 이미 지어져 있는 주택을 판매하는 것은 새로 가치를 생산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반면 새로 지어진 아파트를 구매하는 경우에는 GDP에 들어가지요. 재판매를 GDP에 포함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중복 계산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빵집에서는 밀가루와 버터, 설탕을 사서 맛있는 빵을 구워냅니다. 재료 구매 비용과 갓 구운 빵 판매 대금 모두를 GDP에 포함하면 GDP가 너무 높아질지도 모릅니다. 실질적인 경제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GDP를 계산할 때는 최종 생산물만 포함합니다. 빵의 가격에 재료 구매에서 발생한 비용이 이미 들어가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말입니다.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숨은 플레이어들
빈곤 없는 세상을 향하여: 세계 3대 경제 기구의 역할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저마다 경제 관련 부처나 기관을 두어 국가 경제가 원활히 굴러가게 합니다. 강대국일수록 세계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지요. 앞서 살펴본 연방준비제도는 미국의 중앙은행일 뿐이지만 실질적으로 전 세계가 연준의 금리 변동과 통화 정책을 주시합니다.
이번 챕터에서는 국제 기구들을 함께 살펴봅시다. 대표적인 국제 기구로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 세계무역기구가 있지요. 이들은 개발도상국지원, 국제 자금 흐름 조정, 무역 분쟁 해결 등을 통해 세계 경제의 균형 발전을 도모합니다. 이들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글로벌 경제 환경 속에서 전 세계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지원하는 핵심 역할을 수행합니다.
세계은행: 빈곤 퇴치와 개발도상국 지원
세계은행(WB. World Bank)은 1944년 브레턴우즈 회의에서 발족되고 이듬해 설립되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으로 황폐화된 국가의 재건을 지원하고, 개발도상국의 경제 발전을 돕기 위해 탄생했지요. 오늘날 세계은행은 "빈곤이 해결된,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라는 표어 아래에 전 세계의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경제 발전에 힘쓰고 있습니다.
세계은행은 주로 개발도상국 정부와 공공 기관을 대상으로 장기 저금리 대출, 무상 원조, 기술 지원 등을 제공합니다. 이들의 대출은 주로 국가의 경제 성장과 빈곤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 교육, 보건, 농업 개발, 천연 자원 관리 등의 프로젝트에 집중됩니다. 최근 추이를 보면 중남미 지역이 세계은행으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1945년 설립 이후 세계은행은 수십 년에 걸쳐 현재의 '세계은행 그룹(World Bank Group)' 이라는 5개 기구의 협력체로 발전했습니다. 국제개발협회(IDA),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국제금융공(IC), 국제투자보증기구(MIGA), 국제투자분쟁해결본부(ICSID)가 모여 세계은행 그룹을 구성합니다. 이들은 세계은행의 사명인 개발도상국 지원과 빈곤 퇴치를 위해 자문, 자금 지원, 연구 활동, 이해관계 조정 등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전통적으로 세계은행의 총재는 미국인이 맡아왔습니다. 이로 인해 전 세계의 균형 잡힌 부흥에 힘쓴다는 설립 취지와는 달리 소수의 경제 강국이 독점하듯 운영하며 오히려 전 세계에 인플레이션과 무역 독점을 불러일으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국제통화기금: 경제 위기국을 향한 도움의 손길
국제통화기금(IMF, International Monetary Fund)은 1944년 브레턴우즈 회의에서 세계은행과 함께 설립된, 세계 경제의 안정과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국제 기구입니다. 회원국 사이의 환율 안정, 무역 촉진, 경제 성장, 고용 증대 등을 목표로 하며 국제 금융 시스템의 안정을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또한 세계은행과 마찬가지로 균형 잡힌 성장을 기반으로 빈부 격차를 해소하고자 힘쓰고 있습니다. 현재 190개 회원국이 국제통화기금에 가입되어 있습니다(2025년 1월 기준).
국제통화기금은 외환 거래를 위한 시스템을 제공해 세계 무역의 핵심인 국제 통화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합니다. 특히 이들은 1969년에 특별인출권(SDR. Special Drawing Rights)이라는 제도를 도입했는데, 이는 국제 수지가 악화되었을 때 각 회원국이 필요한 만큼의 외화를 인출할 수 있는 권리를 가리킵니다. 한마디로 회원국이 경제적 어려움에 처했을 때 출자 할당액에 따라 인출할 수 있는 자산을 준비해둔 것입니다. 현재 특별인출권은 달러, 유로, 위안, 엔, 파운드의 다섯 동화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세계은행이 전통적으로 미국인을 총재로 선출해왔다면, 국제통화기금 의장은 꾸준히 유럽인이 맡아왔습니다. 때문에 미국과 유럽 연합이라는 강대국이 전 세계 경제를 장악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지요. 국제통화기금에 대해서는 개발도상국이나 급격한 변화를 겪는 국가의 경제 위기 극복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었다는 평가와, 재정 지원을 명분으로 해당 국가의 신용도를 낮추고 개별 국가의 경제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비판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세계무역기구: 모두가 자유롭게 교역하도록
세계무역기구(WTO, World Trade Organization)는 말 그대로 세계 무역을 관장하는 경제 기구입니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 등장한 관세무역일반협정 GATT의 의의를 이어받아 1995년에 출범했으며, 스위스에 본부를 두고 있습니다.
세계무역기구는 국제 무역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무역 규칙을 세워 집행하고, 협상을 진행하며, 회원국 사이의 분쟁을 해결하고 개발도상국 지원 역할도 맡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한 회원국은 166개국이고 이들은 전 세계 무역량의 98퍼센트가량을 차지합니다.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무역 및 경제 정책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고, 세계무역기구 회원국 3분의 2 이상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세계무역기구의 비전은 전 세계 국가 사이의 무역 장벽을 낮추고, 궁극적으로는 지구촌이 하나의 국가처럼 자유롭게 교역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자유 무역과 국가 보호주의 사이라는 두 관점은 늘 충돌해왔습니다. 세계화는 경제를 활성화하지만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낮은 국가에는 피해를 주기도 합니다. 오늘날 많은 다국적 대기업이 앞장서서 자유 무역을 지지하지만, 이것이 과연 적절한지 늘 주의 깊게 살피고 판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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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