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스타트업과 대기업, 국내외를 넘나들며 19년간 제품을 기획해온 저자의 실제 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IT 조직과 생태계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한다. 성공담이 아닌 ‘실패의 기록’을 통해 스타트업 현장에서 반복되는 시행착오의 원인을 짚고, 조직과 개인이 무너졌다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책은 OKR 도입, 온보딩 방식 개선, 유저 저니 맵과 디자인 싱킹 운영법, 게임처럼 일하는 레이드 전략 등 실무자가 당장 적용 가능한 구체적인 실천안을 제시하며, 좋은 조직과 제품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바꿔야 할 것들에 대해 단호한 메시지를 전한다. 실패를 외면하지 않고, 조직의 변화와 성장을 진심으로 바라는 이들에게 현실적인 통찰과 실행의 용기를 줄 것이다.
■ 저자 세균무기
저자 세균무기는 19년 차 IT 서비스 기획자이자 프로덕트 오너로, 국내외 15개 기업에서 실무 경험을 쌓아왔다. 초기 스타트업부터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전자상거래, O2O, 소셜미디어, 애드테크, 블록체인, 에듀테크, 헬스케어 등 다양한 도메인의 플랫폼과 서비스를 기획하며 기술과 사용자를 연결해왔다. 또한 중국과 필리핀에서 글로벌 서비스를 기획하고, 3년간 직접 창업을 하는 등 기획자로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5년간 많은 기획자와 취준생, 기업에 서비스 기획 강의 및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실무 노하우를 담은 저서 ‘세균무기가 알려주는 서비스 기획의 모든 것’(위키북스, 2024)을 집필했다.
■ 차례
추천사
서문
PART 1 최고의 인재
01 성장에 무관심한 회사
-기업 교육의 실종과 사교육 열풍
-직원의 성장에 관심 없는 조직
02 AI 시대, 경쟁력을 잃어가는 한국
-IT 강국, 코리아
-고급 인재를 육성할 수 없는 교육 시스템
-AI 시대, 우리의 미래는?
03 동기부여
-소명의식과 사명감
-성공의 경험과 성취감
04 집중과 몰입
-잃어버린 집중력을 찾아서
PART 2 성공하는 팀
05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조직
-수평적인 조직문화, 애자일 방법론
-애자일 조직 만들기
-수평적 조직문화의 실패
06 리더의 역할
-매니저 vs. 리더
-리더의 역할
07 당신은 동료에게 ㅇㅇ이다
-동료로서 좋은 자세와 태도
-시너지
08 협업의 기술
-커뮤니케이션과 문서화
-문서의 작성과 관리
PART 3 위대한 제품
09 기술의 인문학
-기술 만능주의
-통찰과 통섭의 역량, 인문학
10 고객 집착과 우선순위
-고객에게 집착하기 ― 디자인 싱킹 방법론
-의사결정하기
11 보이지 않는 진의
-용어의 함정
-마케팅의 유혹
12 윤리적 제품 개발
-국내법과 IT 산업
-좋은 사용자 경험과 직업윤리
-사용자를 속이는 다크 패턴
-디지털 소외 문제와 디지털 접근성
13 데이터 유감
-데이터 만능주의
PART 4 일하고 싶은 기업
14 레이드 방법론
-레이드 시스템
-레이드 방법론의 적용; 업무를 게임처럼
-레이드 조직의 평가와 보상
15 실패하더라도
-실패에 박수 쳐주기 위해선
맺음말
실패의 연속 속에서도 조직과 개인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합니다. 기획자와 실무자가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변화의 길을 제시합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변화와 성장을 꿈꾸는 이들에게 깊은 용기를 건넵니다.
세균무기의 스타트업 바운스백
최고의 인재
성장에 무관심한 회사
직원의 성장에 관심 없는 조직
불과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위계질서를 가진 수직적인 조직 구조와 팀 중심의 조직문화 때문인지 연공서열에 기반해 승진했다. 한편으로 고과 및 성과급 지급을 위한 조직 평가 항목에 역량 개발이나 교육 훈련과 관련된 내용도 있었다. 따라서 상사는 팀원이나 부하 직원의 성장을 위해 교육 훈련에 힘써야 했다.
그러나 스타트업은 직원의 교육 훈련이나 성장에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는 인사 평가 방식이나 항목만 봐도 알 수 있다. 업무 성과뿐만 아니라 역량 개발 및 성장을 위한 개인의 노력이나 사내 교육, 지식 공유 등과 같이 동료의 성장에 기여해도 적절한 평가와 보상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평가 방식이나 항목에서 그런 것을 고려한 부분을 찾아볼 수 없다. 여러 스타트업이 적용하는 OKR(objectives and key results) 평가 방식을 보더라도 가입자수나 매출, 영업이익 등 회사와 제품의 성장과 성공에만 초점을 맞추지, 직원의 성장에 대한 고려는 없다. 그래서 스타트업에서 개인은 업무를 통해 부딪히며 배우거나 개인의 노력에 의존하여 발전하고 성장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개인에 따라 누군가는 성장이 빠르고 누구는 느려져서 편차가 발생한다. 이는 장기적으로 조직에 여러 문제를 일으켜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그래서 스타트업은 도서 구입비나 외부 교육, 컨퍼런스 참가 비용 등을 지원하며 직원 교육에 힘쓰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는 교육 훈련으로서 실제 효과가 크지 않다. 직원들은 한 달에 책 한 권 읽지 않으며, 외부 교육이나 컨퍼런스에 참가하려면 자리를 비워야 해서 회사와 동료의 눈치를 보느라 가지 못한다. 때로는 눈치 없이 자주 사용하거나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 때문에 그 횟수를 제한해서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사내에서 직원이 성장하기가 어렵다면, 외부 활동을 통해서라도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외부 활동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거나 금지하는 회사나 매니저가 많다. 물론 회사나 매니저 입장에서는 직원의 외부 활동의 목적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직원들이 회사 업무를 따분하고 재미없어하거나 동기부여가 되지 않아 그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외부 활동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회사에서 성장이 어려워 성장과 발전을 위해 외부 활동을 하는 것인지 파악해야 한다. 전자의 경우라면, 회사나 매니저가 직원의 불만을 해결해주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후자의 경우라면, 성장을 위해 외부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권장해야 한다. 그러나 대개의 회사에서는 외부 활동이나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는 것을 겸업이나 이직을 위한 사전 활동으로 간주하며, 회사 업무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금지하거나 퇴사를 권고한다.
AI 시대, 경쟁력을 잃어가는 한국
고급 인재를 육성할 수 없는 교육 시스템
여전히 한국 사회의 교육은 과거 제조업 기반의 산업사회에서 필요한 지식과 역량을 교육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예컨대, 자동차를 생산하는 공장의 컨베이어벨트 앞에서 A와 B 두 사람이 함께 작업하고 있다고 하자. A는 숙련공으로 시간당 100대를 처리할 수 있지만, B는 시간당 50대밖에 처리하지 못한다. 그러면 이 공장의 시간당 자동차 생산량은 50대일 것이다. 그렇다 보니 과거 제조업에서는 제아무리 뛰어난 인재라도 급여의 차이가 클 수 없었다. 그런데도 숙련공인 A가 비숙련공인 B보다 급여를 더 많이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A가 B를 교육 훈련시켜 생산량을 50대에서 60대로 끌어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필요한 500명의 인력을 모두 숙련공으로 채용할 수 없다면, 소수의 숙련공을 통해 비숙련공을 교육 훈련시켜 전체 인력의 평균적인 역량을 끌어올리는 것이 효율적인 선택이었다. 따라서 특출난 천재를 육성하기보다는 획일적인 교육을 통해 평균적인 수준의 인력을 많이 배출하는 것이 국내 제조업 산업 기반에서 효율적인 교육이었다. 그리고 이런 교육 방식을 통해 제조업으로 한강의 기적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서비스업 중심의 정보화 사회로 발전하면서 개인의 역량이 중요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IT 산업이 주류 산업으로 성장하고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맞이하며 고급 인재가 더욱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획일적인 주입식, 암기식 교육을 통해 평범한 많은 인력을 배출하기보다는 소수의 천재와 고급 인재가 기술 개발과 혁신을 통해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의 경쟁력과 미래까지 결정짓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래서 정보화 사회로 진입한 선진국들의 주식 시장을 살펴보면, 소수의 IT 기업이 전체 시가총액의 상당량을 과점한다. 반면 해당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임직원 수는 시가총액을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매우 소수이고, 최근 AI 발전에 의해 그 수조차도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현행 교육 시스템과 제도로는 AI 시대에 필요한 고급 인재를 육성할 수 없다. 과거에 자동차나 통신, 원자력,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기업과 대학교가 산학 협력을 통해 필요한 인재를 집중적으로 육성했듯이, 여러 성공한 IT 기업에서 대학교와 산학 협력을 통해 커리큘럼을 공동 개발하고 실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실습, 실무 중심의 교육으로 전환하여 미래 사회에 필요한 고급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그런데 기업은 더 이상 대학 교육을 신뢰하지 않는 것 같다. 대학마다 컴퓨터공학과가 있는데도 기업이 직접 아카데미를 설립하거나 부트캠프 등의 사교육을 통해 단기간에 걸쳐 대학에서 배웠어야 할 기초 교육을 다시금 하고 있다. 그러나 단기간에 고급 인재를 육성할 수는 없다. 4년이라는 긴 시간을 활용하여 대학에서 고급 인재를 육성할 수 있도록 성공한 IT 기업이 산학 협력을 많이 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을 통해 청년들의 사회 진출을 앞당기며 인구 소멸을 막는 데도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성공하는 팀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조직
수평적인 조직문화, 애자일 방법론
IT 기업에서 제품을 개발하는 프로덕트 조직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운영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론이 연구되었다. 그중에서도 워터폴(waterfall) 방법론과 애자일(agile) 방법론은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국내 IT 기업의 대다수는 워터폴 방법론을 사용했다. 워터폴 방법론은 기획(계획), 디자인, 개발, 테스트, 배포의 단계가 폭포수가 흘러내리듯이 순차적으로 진행되며 제품이 개발되는 것을 말한다. 사전에 모든 단계를 계획하여 진행하기 때문에 체계적이고 예측 가능성이 높아 관리자 입장에서는 프로젝트를 관리하기가 수월하다. 정해진 일정과 비용, 인력의 제약이 있는 프로젝트에서 주로 사용하다 보니 대기업이나 SI 프로젝트에서 많이 사용된다.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조직보다는 위계질서를 가진 수직적인 조직문화에 적합한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가 2010년대 초 스마트폰과 앱 스토어의 등장과 함께 스타트업 전성시대가 시작되자, 짧은 주기를 반복하며 작은 단위의 개발 범위를 효율적으로 개발하는 애자일 방법론이 빠르게 확산되기 시작했다.
현대 사회는 고객의 요구사항도 복잡하고 트렌드도 빠르게 변화한다. 그런데 기업이 워터폴 방법론으로 3개월, 6개월, 1년에 걸쳐 제품을 개발하면, 그사이 비즈니스 환경이나 고객의 요구사항의 변화에 유연하고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경쟁사와 경쟁 제품의 등장에 경쟁력이 떨어지며 실패를 겪을 수 있다. 게다가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부족한 리소스로 인해 오랜 기간에 걸쳐 제품을 개발했는데 해당 제품이 실패하면 회사가 망한다. 그래서 짧은 주기로 가설을 설정하고 실험과 검증을 반복하며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애자일 방법론이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그러나 기존의 상명하복의 수직적이고 보수적인 조직문화와 매니저의 역량이나 이해 부족, 변화를 거부하는 구성원 등으로 인해 방법론을 바꾸기가 쉽지 않아, 안타깝게도 대다수 기업이 애자일 조직으로 변화하는 데 실패하고 혼란만 가중되었다.
애자일 방법론은 ‘수평적’이고 ‘효율적’이며 ‘성장’을 추구하는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애초부터 수평적이고 효율적인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던 영미권 기업에서는 프로덕트 조직을 더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프레임워크나 이를 지원하는 도구를 도입하는 행위에 가까웠을 것이다. 하지만 수직적이고 보수적이며 연공서열이나 정에 기반한 조직문화를 가진 국내 기업에서는 이는 방법론이라기보다는 문화에 가깝다.
그러나 방법론이라고 하니 이를 도구처럼 쉽게 생각하고 적용하려고 든다. 문화를 바꾸는 것은 관습이나 습관, 가치관, 행동 양식 등을 바꾸는 행위다. 개인의 습관이나 태도를 바꾸는 것도 어려운데, 구성원 모두가 사고나 행동 양식을 함께 바꿔야 하는 방법론의 도입은 왜 그리 쉽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애자일 방법론을 도입한 많은 기업에서는 과거 조직문화의 병폐였던 연공서열과 직급 체계를 없애고 ‘님’이나 ‘프로’ 등으로 호칭을 통일하거나 영어 이름을 사용하며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정착시키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스타트업처럼 처음부터 직급이 없으면 이후에 입사한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그런 문화에 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직책과 직급, 호봉이 있는 조직이 갑자기 서로 영어 이름이나 ‘님’으로 부른다고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조직이 될 수 있을까? 게다가 여전히 연공서열식 인사평가 제도가 있고 상사가 부하 직원을 관리하고 지시하며 업무 평가를 하고 있는데, 과연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조직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수평적인 조직이라면 직책이나 직급을 떠나 구성원 모두 동등한 관계에서 서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하고, 보상은 호봉이나 연차가 아닌 업무 성과에 기반하여 공정하게 지급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인사평가나 보상 지급 방식을 바꾸는 것은 고사하고, 칸반이나 위키 등의 애자일 도구를 도입하고 임직원이 이에 적응하는 것조차 어렵고 힘들다. 고작 영어 이름을 사용하거나 호칭을 바꾼다고 해서 수직적인 조직문화가 수평적으로 바뀔 리는 없다.
국내의 여러 조직에서 애자일 방법론을 정착시키는 데 실패했던 가장 큰 이유는 시니어 기획자 또는 프로덕트 오너로서 업무 도구뿐만 아니라 조직의 구성과 목표 설정 방식, 인사평가 시스템, 보상 지급 방식 등을 모두 변경할 수 있는 충분한 권한을 지니지 못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호칭을 영어 이름이나 ‘님’으로 바꾸고 칸반이나 위키 등의 애자일 도구를 도입한다고 해서 애자일 방법론을 정착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역설적이지만,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조직문화를 도입하고 정착시키려면 애자일에 대한 높은 이해와 함께 조직의 여러 시스템과 제도를 바꿀 수 있는 강력한 권한과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래서 경영진이 애자일에 대한 높은 이해가 없거나 조직의 구성이나 목표 설정 및 인사평가 방식 등의 시스템과 제도를 바꿀 수 있는 권한이 없는 직원이 애자일 방법론의 도입을 주도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나는 애자일 방법론을 도입하고 정착시키기 위해 주어진 권력이나 권한을 모두 포기하고 한 달 동안 모든 팀을 돌아다니며 애자일 방법론에 대해 수차례 발표하고 설명하며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런데도 도구나 프레임워크를 도입할 때마다 끊임없이 반대와 불평, 불만을 들어야 했다. 가끔은 다 포기하고 워터폴 방식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을 극복하고 도입한 다음 조직의 상황에 맞게 수정 및 보완하며 구성원이 도구나 프레임워크에 익숙해지자 비로소 애자일 방법론이 조직에 정착되었다. 그래서 초기 스타트업을 제외하고는 애자일 방법론의 도입을 그다지 추천하지 않는다. 오히려 구성원에게 혼란과 분란만 가져오고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하고 싶은 기업
레이드 방법론
결국 조직은 개별 구성원들의 집합이기 때문에 구성원들의 역량이나 자세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제아무리 채용을 잘하더라도 모든 구성원이 조직의 미션이나 제품의 가치에 소명의식이나 사명감을 가지고 있을 수는 없으며, 이런 동료는 10명 중에 1~2명에 불과할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완벽한 채용 시스템을 통해 사명감을 가지고 열정 넘치는 사람을 채용하고 싶어도 그런 채용 시스템을 가진 회사는 상상 속에나 존재하며, 설령 그런 사람을 채용했더라도 입사 후에 여러 이유로 마음이 변할 수도 있다. 그래서 구성원들에게 지속적으로 동기를 부여하는 리더가 중요한데, 현실은 프로 정신이나 책임감마저 잃게 만드는 리더가 많다. 결국 리더나 구성원 개인의 역량이나 노력에 의존하거나 기대서는 지속적으로 동기를 부여하기 어렵다. 따라서 구성원들을 지속적으로 동기부여할 수 있는 환경과 문화, 시스템이 필요하다.
레이드 시스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나 ‘리니지’, ‘로스트아크’, ‘검은사막’ 등과 같은 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massively multiplayer online role-playing game, MMORPG)을 즐겨본 사람이라면, 레이드(raid)라는 용어가 익숙할 것이다. 탱커, 딜러, 힐러 등의 서로 다른 직업과 특성을 가진 다수의 플레이어가 난이도가 높은 거대한 인스턴스 던전(instance dungeon)에 입장해 함께 몹(mob)을 제거하며 여러 단계의 중간 보스를 처리하고 최종 보스를 공략하는 콘텐츠를 말한다.
레이드에서 모든 플레이어가 각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며 협업할 수 있는 이유는 게임의 온보딩과 레벨 시스템이 잘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레이드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서는 게임에서 지원하는 최고 레벨인 만렙을 달성해야 한다. 만렙을 달성하기까지 여러 퀘스트와 미션을 수행한다. 40명까지는 아니지만 적은 수의 인원이 파티를 맺고 함께 콘텐츠를 즐기거나 던전을 탐험하고 보스에 도전하는 등 사전에 많은 연습과 훈련을 통해 시행착오를 거치며 게임 시스템을 이해하게 된다. 직업에 대한 역할과 스킬 등을 자연스럽게 학습하고 숙달한 다음 레이드에 참여하기 때문에 유기적으로 협업하며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그런데 많은 IT 조직이 온보딩 프로세스를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아 구성원들이 충분한 온보딩을 거치지 못하고 현업에 투입된다. 게다가 레벨 시스템도 존재하지 않고 각자의 역할도 모호한 경우가 많아 업무에 어려움을 겪거나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누군가는 번아웃을 겪고 급기야 퇴사를 선택하기도 한다. 또한 조직의 미션이나 목표가 불명확하거나 공감이 되지 않으며, 평가나 보상이 동기를 부여하기는커녕 불합리한 나머지 있던 의욕마저 꺾는 경우도 있다. 이런 점에서는 IT 조직이 게임의 레이드 시스템을 보고 배워야 한다.
레이드 방법론의 적용; 업무를 게임처럼
기업의 조직문화에 레이드 방법론을 적용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딱딱한 업무 용어를 게임처럼 이해하고 느낄 수 있도록 게임 용어로 변경하는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기본적인 워크플로는 애자일 방법론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애자일 문화에서 사용하는 용어만 게임 용어로 변경해서 표현한다. 예컨대 ‘사무실’을 ‘인던’이라고 표현하고, 사무실에 ‘출근’하는 것을 인던에 ‘입장’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애자일 문화에서 업무의 주기를 의미하는 ‘스프린트’는 ‘레이드’로, ‘작업, 일감, 이슈’ 등은 ‘퀘스트’나 ‘미션’으로 표현한다. 또한 ‘일일 스크럼 작성’은 ‘일일 업적 작성’, ‘스프린트 플래닝 미팅’은 ‘레이드 전술 미팅’, ‘스프린트 회고’는 ‘레이드 회고’로 표현하는 식이다.
개별 작업을 게임의 퀘스트처럼 변경하기도 한다. 작업을 게임의 퀘스트처럼 변경하기 위해서는, 작업마다 스토리의 제공과 함께 임무나 목표를 명확히 제시하고 목표 달성 시에 지급되는 보상이 명시되어야 한다. 또한 임무 완료나 목표 달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지표 등을 기록하여 퀘스트의 목표를 명확하게 제시한다. 그래서 측정이 필요한 지표와 목표 수치 등을 기재해 해당 임무 완료나 목표 달성 시에 보상을 지급한다.
퀘스트의 임무 완료나 목표 달성 시에 지급되는 보상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애자일 방법론에서 사용하는 ‘스토리 포인트’를 ‘포인트’로 지급한다. 포인트가 게임에서 골드나 경험치의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특별한 경우라면, 퀘스트보다는 미션 수준의 임무가 퀘스트로 주어졌을 때 그 보상으로 상품권이나 회식비 지원, 휴가 등을 회사나 경영진으로부터 지원받아 명시하기도 한다. 퀘스트를 수행할 때마다 스토리를 읽고 퀘스트를 수행한 다음, 임무를 완료하거나 목표를 달성하면 이에 대 한 보상으로 포인트를 얻는 것이다.
또한 퀘스트에서 포인트는 골드의 역할이면서 동시에 경험치(experience point, XP)를 의미한다. 즉, 퀘스트를 수행할수록 그 보상으로 골드와 함께 경험치가 쌓이는 것이다. 그래서 누적된 포인트는 휘장으로 교환하여 휘장의 개수에 따라 성과급이나 연봉 인상 등을 결정하는 금전적인 보상의 목적으로 활용하고, 경험치를 통해 휘장과 함께 직책이나 직급, 레벨 등의 상향을 위한 기준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결국 조직의 운영 방식을 게임처럼 변경하려면, 게임의 온보딩 시스템과 같이 조직이 정한 레이드 방법론과 규칙을 잘 정리해서 가이드북으로 제공해야 한다. 또한 수습 기간 3개월 동안은 레이드 방식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평가 및 보상에서 제외한다.
레이드 조직의 평가와 보상
나는 애자일 문화에서 조직과 개인이 함께 성장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정이 스프린트 회고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레이드 방법론을 적용했을 때도 스프린트 회고와 동일하게 레이드가 종료되는 금요일 오후 4시에 레이드 회고를 진행하고 레이드 주기를 마무리한다. 그리고 레이드 회고 시간을 통해 모든 공대원이 이번 레이드를 진행하면서 느낀 점을 자유롭게 공유하고, 다음 레이드를 위해 개선할 부분을 파악한다. 좋았던 부분(Keep)과 개선이 필요한 부분(Problem), 그리고 시도해볼 부분(Try)을 공유하는 KPT 회고를 하는 것이다.
회고 진행 시 주의해야 할 사항은 회고는 성장에 목적이 있기 때문에 비난과 비방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효율적인 진행과 변화를 측정하기 위해 정량화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각자 10점 만점으로 이번 레이드를 평가하고,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을 공유한다.
또한 레이드 리뷰를 진행하며 각자 퀘스트 진행 상황 및 진행되지 못한 이유에 대해 공유하고 포인트와 경험치를 지급한다. 레이드 리뷰가 끝나면 바로 레이드 전술 미팅을 진행하며 다음 레이드에 진행해야 할 퀘스트를 정리한다.
애자일 조직에서의 개인 평가는 전사 OKR과 직군별 OKR의 달성률 또는 성장률에 동료 평가 점수를 반영한다. 따라서 OKR을 통해 제품의 성장에만 집중하거나 지나치게 수치와 지표 중심으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레이드 방법론에서는 레이드가 종료되면 레이드 회고 마지막에 이번 레이드에서 가장 기여도가 높았던 동료를 레이드 MVP 또는 레이드 히어로로 선정한다. 그리고 이 선정 결과를 개인 평가 결과에 반영한다. 직군별 평가로는 직군 내에서 열심히 노력해 성과를 만들어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 대한 변별력이 없어 무임승차 효과가 발생하여 모두가 열심히 일할 동기가 사라진다. 따라서 서로 견제하고 긴장감을 부여하면서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MVP나 히어로 선정을 통한 주기적인 상호 평가 방식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멤버는 자신을 제외한 이번 레이드에서 가장 기여도가 높았던 3명의 동료에게 공개적으로 이유를 설명하며 하나씩 휘장을 주도록 한다. 그리고 3개월마다 보유한 휘장과 포인트를 합산해 해당 분기의 평가 결과에 반영한다. 포인트에 따른 휘장의 환산 가치는 구성원의 합의에 의해 적절한 비율을 결정한다. 나의 경우에는 30포인트를 1휘장으로 환산하되 운영하면서 조정해나간다. 이러한 레이드 평가를 통해 즉각적인 보상을 지급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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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