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AI 전환이 단순한 기술의 진보를 넘어 산업, 정책, 교육, 의료, 국방 등 사회 전반의 구조를 어떻게 재편하고 있는지를 실제 현장 사례를 통해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국내외 75인의 전문가 인터뷰를 바탕으로, AI 기술이 어떻게 개발되고 활용되며, 어떤 가능성과 한계를 지니는지를 다양한 관점에서 조망한다.
특히 ‘기술 격차’보다 무서운 ‘활용 격차’에 주목하며, AI 시대의 성패는 기술이 아닌 인간의 전략적 활용 역량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AI와 공존하며 협업하기 위한 본질적인 질문들을 제기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기술의 흐름을 넘어선 사고의 주도권을 되찾게 만든다.
AI를 도구가 아닌 동반자로 삼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은 인간의 주도권을 지키는 전략적 사고와 실질적인 인사이트를 제공할 것이다.
■ 저자
김동원
서강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언론정보를 전공했으며, 10여 년간 인공지능, 반도체, 클라우드 등 첨단 기술 산업을 심층 취재해 왔다.
AI타임스, 디일렉, HelloT 등 주요 전문지에서 기자 및 편집장으로 활동했고, 국회 출입기자로서 정책 현장 경험도 쌓았다.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회 ‘AI 확산에 따른 미래 갈등 대비’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민간 인공지능 위원회 설립을 주도해 현재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기술 변화의 흐름과 산업, 정책의 접점을 연결해 온 기자로서, THE AI를 통해 국내외 주요 전문가들과의 심층 인터뷰를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는 ‘5060을 위한 AI 입문’, ‘전문성을 탑재한 AI’, ‘농업과 AI’ 등이 있다.
구아현
중앙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미디어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으며, AI타임스에서 기자로 활동한 바 있다. 현재 THE AI에서 인공지능 분야의 교육 및 연구 생태계를 중점적으로 취재하고 있다.
유덕규
서강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언론정보를 전공했으며, 현대경제신문 산업부 기자로서 제조, 화학, 부동산 등 주요 산업 분야를 폭넓게 취재했다. 현재는 인공지능 융합 분야를 집중취재하고 있다.
■ 차례
추천의 말
들어가며
PART 1. AI 현재와 미래
1) AI 에이전트
2) 피지컬 AI
3) LLM, sLLM
4) 일상 AI
PART 2. AI 준비(AI와 동행 방안)
1) AI 정책
2) AI 안전
3) 교육
4) AI 인프라
PART 3. AX(AI로 변하는 산업)
1) 제조
2) 의료 1
3) 의료 2
4) 교육
5) 국방 & 안보
6) 물류 & 교통
7) 농업
8) 예술
AI는 지금, 단순한 기술이 아닌 산업과 사회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어요. 무엇을 아느냐보다,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한 시대. 이제는 기술의 속도를 따라잡는 게 아니라, 주도하는 법을 고민할 때입니다.
THE AI가 묻고 미래가 답하다
AI 현재와 미래
AI 에이전트
토니 스타크 옆에는 늘 자비스가 있었다. 말만 하면 움직이고, 알아서 판단하며,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분석해 판단하는 완벽한 AI 에이전트. 과거엔 그저 SF 속 이야기였다. 그런데 지금, 현실은 그 상상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AI가 말을 알아듣고 원하는 글과 이미지, 영상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은 LLM 기술 발전 덕분이다.
이제 AI는 단순히 대화만 잘하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스스로 움직이고, 일하고, 돈을 벌고, 다른 AI와 협업하는 단계에 진입했다. 말 한마디로 뉴스레터를 작성해 구독자에게 발송하고, 반응률을 분석해 콘텐츠 전략까지 짜는 시대. AI가 일을 ‘실제로’ 해내는 세상, 그 중심에 바로 에이전트가 있다.
4,500년 시간 절감, AI 에이전트의 진짜 힘
기존 AI 도구는 사용자가 모든 단계를 일일이 지시해야 했다. 하지만 에이전트는 다르다. 최종 목표만 제시하면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추론하며 문제를 해결한다. 필요할 때는 질문을 던지고, 최적의 해결책을 제안한다. 마치 경험 많은 개발자 동료가 옆에서 도와주는 것처럼 말이다. 이제 AI는 단순한 툴이 아니라 디지털 동료가 됐다.
이런 변화를 이끈 건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이라는 새로운 개발 방식이다. 개발자가 자연어로 만들고 싶은 기능을 말하면, AI가 자동으로 코드와 프레임워크를 생성해 준다. 개발자는 더 이상 ‘무엇을 만들까’와 ‘어떻게 구현할까’를 동시에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에만 집중하면 되는 것이다.
물론 한계도 존재한다. 바이브 코딩은 프로토타이핑이나 실험적 개발에는 강력하지만, 실제 운영 환경에 배포한 코드는 여전히 개발자의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보안, 확장성, 안정성 같은 요소는 기술이 아닌 인간의 판단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AI가 생성한 코드의 저작권 문제나 오픈소스 유사성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AWS는 이를 위해 레퍼런스 트래커(Reference Tracker) 기능을 도입했다. AI가 만든 코드가 오픈소스 학습 데이터와 유사한 경우, 출처 URL과 라이선스 정보를 함께 제공해 투명성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아마존 베드록 가드레일(Amazon Bedrock Guardrails)은 AI의 환각 현상을 방지해 잘못된 응답 75% 이상을 걸러내고, 유해 콘텐츠의 88%를 차단한다.
이러한 노력은 AI를 실질적으로 활용하고 싶은 기업들에 안정적인 기반을 제공한다. 앤디 재시 아마존 CEO는 이렇게 말했다.
“AI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기업은 앞으로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AI 시대에 개발자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디팍 싱 부사장은 ‘리더십’이라고 답했다. 원하는 바를 명확히 정의하고 이를 AI가 이해할 수 있도록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AI의 결과물을 지속적으로 검토하며 주도권을 놓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 전략적 판단은 언제나 인간의 몫이기 때문이다.
“AI는 도구이고, 주도권은 인간에게 있다는 인식이 가장 중요하다.”
AI 에이전트로 구성된 ‘어벤져스’가 온다
물리 세계에서 서로의 의도를 파악하고, 상황에 맞춰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AI들이 함께 움직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단일 AI가 아닌 여러 AI가 팀을 이뤄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시대, ‘멀티에이전트 AI’가 도래하고 있다. 이 기술은 단순히 다수의 AI가 존재하는 수준이 아니다. 각기 다른 에이전트들이 맥락과 행동을 바탕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명확한 통신 없이도 협력하는 진정한 ‘집단 지능’을 구현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이 보편화되면 이른바 AI 에이전트로 구성된 ‘어벤져스’가 나타날 수 있다.
마치 ‘코드네임’ 같은 협동 게임에서 제한된 힌트와 단어만으로 팀원들의 의도를 파악하고 함께 정답을 찾아가는 것처럼, AI 에이전트들 역시 제한된 정보를 바탕으로 서로의 역할을 추론하고 조율하며 작동해야 한다. 이런 비유는 현실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자율주행차가 신호나 도로 상황에 따라 각자 반응하면서도 서로 충돌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주행하는 상황, 혹은 제조 현장에서 여러 산업용 로봇이 제한된 통신만으로도 부드럽게 협업하는 장면이 그 사례다.
이처럼 멀티에이전트 AI는 ‘상호작용을 통한 추론’이라는 새로운 학습 전략을 기반으로 한다. 단순한 반복 훈련이나 규칙 기반이 아니라, 상대의 행동을 보고 전략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고도화되는 것이다.
멀티에이전트 AI의 응용 가능성은 단순한 교통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제조업, 물류, 자율주행, 국방, 금융, 심지어 일상 속 스마트홈 기기까지 ‘협력하는 AI’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김 센터장은 사람과 대등한 수준에서 의사결정을 함께 내리고 실행하는 AI가 미래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과거에는 ‘AI 어시스턴트’가 주된 표현이었지만, 이제는 ‘코파일럿’, ‘AI 에이전트’처럼 능동적이고 파트너에 가까운 개념이 보편화되고 있다.
피지컬 AI
컴퓨터 안에 살던 AI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지금까지 AI는 스크린 너머의 디지털 주민이었다. 텍스트를 생성하고, 이미지를 만들고, 질문에 답하는 것이 전부였다. 아무리 똑똑해도 물리적 세계에는 손 하나 댈 수 없는 존재였다.
그런데 이제 AI가 진짜 손을 얻었다. 로봇 팔로 물건을 집고, 다리로 걸어 다니며, 눈으로 현실을 보고 판단한다. 디지털 지능이 물리적 행동력과 만나는 순간, 완전히 새로운 차원이 열렸다. ‘피지컬 AI’ 시대가 개막한 것이다.
과거 산업용 로봇은 정해진 루틴만 반복하는 기계였다. 예상 밖의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멈추고 사람을 불렀다. 하지만 피지컬 AI는 다르다. 상황을 보고 스스로 판단한다. 부품이 예상 위치에 없으면 찾아서 가져오고, 장애물이 있으면 피해서 이동한다. 심지어 인간 동료와 눈짓만으로 협업한다.
로봇과 일하는 방법
“오늘도 잘 부탁해.”
공장 작업자 김 씨가 매일 아침 8시에 출근해서 가장 먼저 건네는 인사다. 인사를 받는 이는 사람이 아니다. 로봇이다. 이 로봇은 인사를 듣고 김씨의 움직임을 감지하며 작업 준비를 마친다. 이 로봇은 단순히 정해진 동작만 반복하는 기계가 아니다. 상황을 판단하고, 환경 변화에 적응하며, 심지어 사람의 작업 패턴을 학습해 더 효율적인 협업 방식을 스스로 찾아낸다. AI 로봇이 공장에 적용된 사례다.
이 변화는 ‘피지컬 AI’라는 기술이 이끌고 있다. 기존 AI가 디지털 세계에서 데이터를 분석하고 답을 찾는 데 집중했다면, 피지컬 AI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물리적 현실에서 직접 행동한다. 화면 속 정보 처리를 넘어 실제로 물건을 집고, 조립하고, 운반하며 우리 일상에 직접적인 변화를 만든다.
제임스 데이비슨(James Davidson) 테라다인로보틱스 최고AI책임자(CAIO)는 이러한 변화를 “AI가 실제 세계에서 사물을 조작할 수 있는 능력과 결합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는 20년 이상 AI와 로보틱스 경험을 보유한 전문가다. 샌디아 국립연구소, 구글 브레인/딥마인드, MITRE 등에서 연구 리더로 활동했으며, 서드 웨이브 오토메이션의 공동 창업자이기도 하다.
그는 특히 제조업에서 AI의 진정한 활용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영역을 넘어 물리적 세계로의 확장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한국, 미국, 유럽 등 노동력 부족이 심각한 국가에서는 이 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다.
하지만 피지컬 AI의 길은 순탄하지 않다. 가장 큰 걸림돌은 ‘변화에 대한 대응력’이다. 기존 자동화 시스템은 고정된 반복 작업에는 뛰어나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면 멈춰버리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부품의 위치가 조금만 바뀌어도 로봇은 당황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테라다인로보틱스는 두 가지 핵심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하나는 ‘데모 기반 학습’이다. 복잡한 프로그래밍 코드를 작성하는 대신 사람이 로봇에게 직접 시범을 보여주면 로봇이 그것을 학습해 동일한 작업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마치 아이가 부모의 행동을 보고 따라 하는 것처럼, 로봇도 인간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모방하며 새로운 기술을 익힌다. 이를 통해 전문적인 프로그래밍 지식이 없는 현장 작업자도 쉽게 로봇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다른 하나는 ‘감각 기반 피드백’이다. 로봇이 시각과 촉각 센서를 통해 주변 환경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상황에 맞게 동작을 조정하는 기술이다. 단순히 입력된 경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상황을 판단해 최적의 움직임을 선택한다. 예를 들어, 부품이 예상 위치에서 조금 벗어나 있어도 로봇은 센서로 이를 감지하고 자연스럽게 조정해 작업을 완료한다.
이러한 기술 발전은 산업 현장에 구체적인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자동차 산업을 보면 초기 조립 공정은 이미 높은 수준으로 자동화돼 있지만, 최종 조립 단계는 여전히 사람의 손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복잡성과 변화가 많아 기존 로봇으로는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AI가 탑재된 로봇은 이런 복잡한 환경에서도 유연하게 적응하며 사람과 협력해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AX(AI로 변하는 산업)
제조
공장이 돌아간다. 끊임없이 제품을 쏟아낸다. 그런데 이상하다. 인기척이 없다. 사람이 없다?
납량특집에나 나올 법한 이 공장. 실제로도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대신 기계와 로봇들이 부지런히 움직인다. 사람은 공장이 잘 돌아가는지 살피는 관리자 역할만 맡고 있다. 관리자 곁에는 언제나 ‘완벽한 비서’가 함께한다. 바로 AI다.
“3번 생산라인 온도가 평소보다 2도 높습니다.”
“A 고객 주문량이 20% 늘었으니 야간 생산을 준비해야 합니다.”
“다음 주 화요일, 2번 모터 교체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마치 비밀스러운 속삭임처럼 AI가 실시간으로 조언을 건넨다. 사람은 AI가 알려주는 정보를 듣고, 판단만 하면 된다. 이것은 공상과학 소설이 아니라, 제조업 강국인 한국이 지금 생존을 위해 걸어가고 있는 길이다.
AI, 자율 제조 실행 주체로 진화
AI가 사람의 개입 없이 현장에서 직접 판단하고 행동하는 실행 주체로 자리 잡는다는 것은, 제조 현장에서 AI가 단순한 보조 도구를 넘어 자율적으로 상황을 인식하고 대응하는 능력을 갖춘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공장 내 컨베이어벨트 고장 징후를 감지하면 AI가 이를 즉시 분석해 적절히 조처한다. 작업 중단 없이도 설비를 안전하게 제어하고, 필요한 경우 교체 시점을 판단해 작업자의 안전을 확보한다.
서영주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포크리프트 충돌방지 AI와 컨베이어 고장 탐지 기술은 현장 맞춤형 튜닝을 거쳐 1~2년 내 실제 제조 현장에 도입될 예정이다. 이 기술은 작업자와 현장의 안전성을 크게 높이고, 생산성과 운영 효율성까지 크게 개선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시스템들이 수집하는 데이터는 제조 현장의 다양한 운영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나아가 제조 공정 전체를 최적화하는 지능형 공장으로의 전환을 견인하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결국 이러한 AI 기술은 단순한 안전장치를 넘어 공장 운영의 ‘뇌’ 역할을 해 제조업의 미래를 한층 더 스마트하고 안전한 방향으로 이끌 것이다.
이처럼 AI는 제조 현장의 안전성을 책임지는 ‘두 번째 눈’이자 ‘즉각 대응자’ 역할로 빠르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서 교수의 연구 성과가 현실이 되면 더 많은 공장이 이 첨단 기술을 도입해 작업 환경을 한층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바꾸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자율 제조를 실현하기 위해 넘어야 할 과제는 많다. 안전성 검증, 설명 가능한 AI 구축, 그리고 신뢰성 확보가 반드시 선행돼야 하며, 사람이 주도하는 설계와 AI의 제어 역할이 조화를 이루는 협업 체계가 필요하다. AI가 모든 판단을 독립적으로 내리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상호작용 하면서 최적의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서영주 교수는 자율 제조를 위한 AI 기술이 앞으로 5년 내 신뢰성과 책임성을 갖춘 실용적 기술로 진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초거대 AI 모델의 경량화와 효율화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으며, 엣지 컴퓨팅 기반 AI가 제조 현장과 모바일 환경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AI의 윤리적 사용과 사회적 신뢰 확보를 위한 연구도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의료 1
AI에 의사 가운을 입히는 방법
의료 AI는 왜 현장에서 작동하기 어려울까? 이유는 단순하다. 기술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AI를 쓰려면 ‘기술-제도-경제-신뢰’라는 네 가지 기반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먼저 AI는 끊임없이 데이터를 학습하며 성능을 유지해야 한다. 시간이 갈수록 정확도는 올라가지만, 그만큼 유지비용도 증가한다. 이 비용을 감당하기 위한 해법이 바로 보험 적용이다. 진공용 전북대병원 교수는 의료 AI는 개발보다 유지에 훨씬 많은 시간과 돈이 들기 때문에 보험 적용이 필수 과제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23년 8월 디지털치료기기 및 AI 의료 기기 등재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의료용 빅데이터를 분석해 질병을 진단, 예측하는 소프트웨어를 정식 의료기기로 인정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제도가 실제 현장에 안착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임상 근거 부족, 경제성 평가의 어려움, 수가 체계 미비, 정책 공백, 의료 현장의 불신 등 넘어야 할 벽이 많다.
현장의 신뢰를 얻지 못한 기술은 결국 병원 문을 넘지 못한다. 그렇다면 AI는 어떤 방향으로 진화해야 할까? 진 교수는 다음 단계로 ‘멀티모달 AI’를 제시한다. CT 영상뿐만 아니라 병력, 증상, 검사 결과 등 다양한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분석해 진단과 치료 방향을 제시하는 구조다. 영상 하나만 보는 시대는 끝났고, 이제는 전체 환자를 바라보는 진단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흐름에 생성형 AI가 결합하면, AI는 단순한 판독 보조를 넘어 진료 흐름 전체를 조율하는 조력자로 진화할 수 있다. 실제로 구상되고 있는 시스템은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면 AI가 먼저 면담을 진행하고, 필요한 검사를 추천한다. 이후 의사가 이를 검토해 최종 진단을 내리는 방식이다. 의료진이 사람에게 집중하고, 반복 작업은 AI가 맡는 구조가 점차 현실이 되는 중이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기술을 어떻게 설계하고 어디에 적용할 것인가다. 여기서 주목받는 것이 바로 ‘의사-과학자’ 모델이다. 환자를 직접 보는 의사가 기술개발에도 참여해, AI가 병원에서 실질적으로 쓰일 수 있는 방향으로 설계하는 구조다. 진 교수 역시 미국 NJH에서 간질성 폐 이상을 공부했다. 귀국 후 10년 넘게 이 질환을 연구해 왔고, 그 경험을 AI에 반영했다. AI가 의사의 언어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의사가 기술의 언어로 의료문제를 재정의하는 방식이다.
의료 AI의 잠재력은 분명하다. 5년 후 의료 보조 인력의 상당 부분이 AI로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물론 그 전에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신뢰, 규제, 보험, 인력, 데이터, 그리고 시간. 이 모든 조건이 갖춰졌을 때 비로소 기술은 병원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기술이 설 자리를 만드는 제도와 환경이다.
물류 & 교통
기술 발전은 물류와 교통을 넘어 해양 산업으로까지 확장됐다. 무인 자율운항 선박이 바다를 누비고, AI는 날씨와 해류를 분석해 최적 항로를 찾아낸다. 항구에 도착하면 자동으로 접안하고, 다음 여정도 이미 계획되어 있다. 2028년부터는 국제 규정에 따라 이런 자율운항 선박들이 본격적으로 운항할 예정이다.
이제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이 빠른 변화 속에서 어떤 미래를 만들고 있는가? AI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며, 인간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우리는 여전히 많은 기술을 시험 단계에 머물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사람 + AI + 로봇이 만든 물류혁명
사실 물류는 전통적으로 디지털 전환이 느린 분야였다. 낮은 수익률과 높은 노동 의존도 때문이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이커머스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사람의 손만으로는 감당이 어려워졌다. 현재 물류 분야에서는 비전 인식, 예측, 강화학습, 센서 기반 고장 인식, 로봇 경로 탐색 등 다양한 AI 기술이 쓰이고 있다. 컴퓨터 비전 기술은 창고 내 QR 코드 인식, 상품 분류, 재고 위치 추적 등에서 이미 활발하게 사용 중이다.
물류는 더 이상 사람이 관리하는 창고가 아니다. AI가 자산 추적, 자동 주문, 적재 최적화, 글로벌 공급망 예측까지 도맡고 있다. 남 교수는 물류의 AI 기술이 이제는 단순한 데이터 처리를 넘어서 사람이 말로 요청하면 실시간 분석과 실행까지 가능한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가 바라보는 물류의 미래는 사람과 AI 그리고 로봇이 실시간으로 협업하는 하나의 유기체다. 물류 현장에서 작업자와 AI 시스템이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하며, 공동 작업을 수행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다양한 국적의 작업자가 함께 일하는 환경에서는 다국어 인식과 번역, 시각 자료 제공이 동시에 이뤄져야 하며, 기업, 작업자, 로봇이 각각의 역할을 하면서 피드백을 주고받는 통합 운영체계가 필수적이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할 열쇠는 ‘엣지 AI 기술’이다. 복잡한 연산을 클라우드에서가 아니라 현장 장비가 직접 처리하게 하는 것이다. 물류센터나 배송 환경에서 활용되는 AI는 작업자의 안전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자율주행 수준의 실시간 반응속도가 요구된다. 예를 들어 무인운반차, 자율주행로봇 같은 이동형 장비는 주변 사물, 작업자, 장애물 등을 인식하고 순간적으로 회피하거나 이동 경로를 재설정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남 교수는 분석형 AI는 입출고 기록, 재고 회전율 등을 정밀하게 분석할 것이고, 생성형 AI는 자연어 기반의 설계, 운영 시뮬레이션에 활용될 것으로 예상한다. 5년 후에는 자율운영 기술과 무인화 설비가 더 넓은 영역에 자리 잡을 것으로 본다. 이제 물류 현장은 관리자 한 명의 명령만으로도 전체 설비가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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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