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은, 금융의 복잡한 흐름을 단순한 개념 연결로 정리해주는 구조적 설명 방식에 있다. ‘금리 → 채권 → 통화량 → 환율 → 수출입 → 기업 실적 → 주가’로 이어지는 구조를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하며, 각 지표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투자자의 언어로 풀어낸다. 최근 시장에서 자주 등장하는 ‘연준의 기준금리 결정’ ‘인플레이션 압력’ ‘달러 강세와 수출기업 실적’ 같은 핫한 이슈들도 단편 정보가 아닌 구조적 흐름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무엇보다 이 책은 ‘이해는 되지만 실전에는 연결되지 않는 책’과는 확실히 다르다. 각 장마다 실전 투자자 시선에서의 요약 정리, 뉴스 읽는 법, 종목 선택 팁 등을 제공해, 독자가 ‘공부만 하고 끝나는’ 일이 없도록 설계되었다. 경제지 전문기자로서 그간 쌓아온 노하우가 이 책에 잘 녹아 있으며, 주식 초보자에서 중급자까지 모두에게 금융 지식의 기초를 단단히 쌓아주는 인생 책이 될 것이다. 경제에 문외한이더라도,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뉴스 속 숫자와 그래프가 말 걸어오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더 이상 남의 말에 휘둘리지 말고, 금융시장을 스스로 읽는 눈을 가져라.” 이 책은 그 변화의 첫걸음을 위한 완벽한 안내서다.
■ 저자 최정희
〈이데일리〉에서 기획 재정부, 한국은행 등 거시경제를 비롯해 은행, 증권 등 금융 분야를 10년 넘게 취재하고 있다. 〈조세일보〉에서 세금, 회계 등의 분야를 취재하며 언론계에 입문했다. 2008년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 전선까지 갖가지 위기와 이에 대한 정책 대응, 금융시장의 반응을 살펴보면 ‘경제와 금융은 보면 볼수록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공부할 가치가 있고 늘 새롭다. 동국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
■ 차례
지은이의 말 _ 좀더 일찍 금융 공부를 했더라면…
PART 1 경제의 흐름을 알아야 금융도 보인다
경제가 성장하고 있는지 도대체 어떻게 알 수 있나?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반도체와 중국을 보라
정부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돈을 찍을까, 빚을 낼까?
고물가의 역습, 경제의 복병
저출생과 고령화는 왜 걱정거리인가?
“세계화로 행복해졌나요?” 전 세계의 트럼프화
One Point Lesson 우리나라는 선진국인가, 아니면 신흥국인가?
PART 2 미국을 모르고는 금융시장 근처에도 못 간다
매월 첫째 주 금요일, 시장은 떨고 있다
매월 셋째 주에도 시장은 심란해진다
미국 제조업·서비스업 PMI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
무시무시한 연준의 힘, 새벽에도 잠을 못 잔다
금융위기 때도 돈 풀었는데 그땐 왜 고물가가 아니었나?
AI를 주도하는 미국, 마치 신흥국처럼 성장한다
SVB 사태로 살펴본 은행의 적나라한 실체
One Point Lesson 달러 스마일 vs. 흔들리는 달러 위상
PART 3 돈을 움직이는 마법지팡이, 금리의 엄청난 힘
‘금리’를 알면 금융시장의 절반을 아는 것
금리란 놈이 그렇게 무서운 줄 몰랐다
기준금리를 올렸는데 시장금리가 왜 떨어져?
금리는 ‘경기’도 예측한다, 장단기 금리의 신호
달러 유동성이 어떤지도 ‘금리’로 알 수 있다
투자할 곳 없는 남아도는 돈, 어디로 가는 걸까?
One Point Lesson 금융시장 경보음인 ‘CDS프리미엄’
PART 4 더 크고 더 길게 보려면 ‘환율’을 봐야 한다
흔들리는 편안함, 환율은 아무도 모른다
우리나라로 돈이 들어오나, 나가고 있나?
외환 당국을 빼놓고 외환시장을 논하지 말자
복잡하고 어렵다면 그냥 ‘달러’ 하나만 봐라
미국보다 금리가 낮으면 환율이 오른다고?
원화가 저평가되었다고? 그걸 어떻게 알아?
환율 전쟁과 역환율 전쟁, 왜 일어나는 걸까?
One Point Lesson 외환시장과 외화자금 시장이 다르다고?
PART 5 주식과 채권이 친구처럼 보였다면 그건 착각!
주식이 웃으면 반대로 채권은 운다
주식시장 ‘키워드’만 잘 읽어도 반은 먹고 들어간다
주식 투자를 하려면 필수 용어 이해는 필수!
돈을 잘 벌면서 주가는 싼 종목을 찾기
기업 재무제표, 어렵지만 이것만 체크하자
채권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주식회사 대한민국에 ‘국채’로 투자하기
One Point Lesson 물가연동국채와 BEI
PART 6 원자재와 가상자산, 너네는 왜 오르고 내리니?
왜 이렇게 금값이 올라? 안전자산 ‘금’의 미스터리
제조업이 살아나려나? ‘구리’ 값을 보라
우리나라 물가가 오르려나? ‘유가’를 보라
극심한 기후변화가 인플레이션을 부추긴다
세계 10대 자산인 비트코인, 어떻게 볼 것인가?
One Point Lesson 원자재 최대 생산·소비국인 중국을 보라
PART 7 국민연금만 알면 퇴직한 후에 ‘쪽박’ 찬다
퇴직 후 나를 지켜줄 든든한 ‘3대 연금’
낮은 퇴직연금 수익률, 어떻게 극복하나?
연말정산 때 돈 토해 낸다면 ‘연금저축’이나 ‘IRP’
퇴직연금은 세금도 다르게 매긴다
One Point Lesson 정부가 키우는 ISA계좌 활용하기
단순한 경제 상식서나 투자 상식서가 아니라 금리, 환율, 통화정책 같은 추상적 개념을 ‘투자의 언어’로 번역해주는 실전형 금융 입문서입니다.
주린이도 술술 읽는 친절한 금융책
경제의 흐름을 알아야 금융도 보인다
경제가 성장하고 있는지 도대체 어떻게 알 수 있나?
“경제가 어떤가요?” 라고 누구한테든 물어봐라. 아마 경제가 좋다고 말하는 사람은 찾기 어려울 것이다.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져서가 아니다. 체감 경기가 좋았던 적은 별로 없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느끼지 못하겠지만 경제는 꾸역꾸역 성장해왔다. 비가 오면 우산 가게는 장사가 잘되어 살맛난다고 하고, 부채 가게는 경기가 나쁘다고 한다. 우리나라 경제가 좋은지 나쁜지를 조사하는 정부 입장이라고 하면, 누구 말을 들어야 할까? 각자 자기 나름의 사정에 따른 것이니 누가 틀렸다고 말하기 어렵다. 우리 경제 전체의 모습을 알려면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기준점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국내총생산(GDP)이다.
GDP는 한 나라의 가계·기업·정부 등 모든 경제 주체가 일정기간 동안 생산한 재화, 서비스의 부가가치를 시장가격으로 합산한 것이다. GDP를 기준으로 그 나라가 성장하고 있는지, 경제 규모가 쪼그라들고 있는지를 평가한다. 그중에서도 '실질 GDP 증가율=실질 경제 성장률'을 기준으로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는지를 판단한다.
실질 경제 성장률은 가격변수를 고려하지 않은 성장률을 말한다. 햄버거가 작년에 9천 원 기준으로 100개 팔렸는데, 올해 1만 원으로 올랐음에도 100개 팔았다고 생각해보자. 1년간 생산된 햄버거 가격의 합을 우리나라 GDP라고 가정할 때, 명목 GDP는 작년 90만 원에서 올해 100만 원으로 약 11% 증가했다. 그런데 실질 GDP는 특정 시점의 시장가치를 고정해 계산한다. 즉 햄버거 가격이 올해도 9천 원이라고 보고 실질적으로 생산된 햄버거의 양을 측정한다. 그렇게 되면 실질 GDP 증가율은 '작년 햄버거 100개, 올해 100개'로 변화가 없어 0%가 된다.
GDP, 100점 만점에 몇 점?
1960~1970년대와 오늘날 경제 성장률 성적표의 만점 기준이 달라졌다. 이를 '잠재성장률'이라고 한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가 갖고 있는 노동, 자본 등 생산요소를 최대한으로 투입했을 때 인플레이션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을 말한다. 실질 경제 성장률이 이보다 높다면 경제가 잘 굴러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때 등장하는 개념이 'GDP갭'이다.
GDP갭은 잠재 GDP와 실질 GDP의 차이를 말한다. GDP갭이 플러스이면 GDP가 최대 달성할 수 있는 잠재 수준을 넘었다는 의미이고, 마이너스이면 경제 성장세가 잠재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잠재성장률이 2%이고 어느 해 경제가 1.8% 성장했다고 해서, GDP갭이 마이너스라고 보지는 않는다. GDP갭은 추세적인 성장세를 기준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잠재성장률은 어느 기관이 어떤 방식으로 추정하느냐에 따라 그 숫자가 조금씩 달라서 GDP갭 추정치도 제각각이다.
경제는 왜 성장해야 하나?
'성장하고 있는가'는 중요하다. '경제는 심리'이기 때문에 경제가 성장하고 있고 그럴 것이라고 믿는다면 경제는 훨씬 더 잘 돌아갈 것이다. 그런데 왜 성장해야 하는가? 결국엔 국민의 행복과 연결된다. 이 모든 일들은 국민이 행복하기 위해서다.
경제가 성장을 통해 국민의 행복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고용'이 중요하다. 고용 없는 성장은 오히려 사회적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 통계청에선 매달 '고용동향'을 통해 고용 지표를 발표한다. 경제활동참가율, 고용률, 실업률이 어떠한지를 비롯해 연령별·성별에 따른 통계를 낸다. 박근혜 정부 당시 목표로 제시했던 '고용률 70%'는 아직도 꿈의 숫자다. 2024년 5월과 6월에 달성한 63.5%가 역대 최고 수치다. 그러나 이제는 '고용률 70%'에 집착하지 않는다. 고용률 자체보다는 누가, 어떤 분야에서 가장 많이 고용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팬데믹 이후엔 여성과 고령층에서 가장 많이 취업자 수가 증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여성 취업자 수는 2024년 1,265만 2천 명으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말 대비 99만 2천 명(8.5%) 증가했다. 반면 남성 취업자 수는 이 기간 1,546만 3천 명에서 1,592만 4천 명으로, 46만 1천 명(3.0%) 증가했다. 여성 취업자 수 증가 폭이 남성보다 2배 이상 많아진 것이다. 60대 이상 취업자 수는 무려 38.0%(178만 8천 명) 급증했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고령 친화적이고 여성 친화적인 일자리의 공급과 수요가 증가했다는 얘기다.
여성, 고령층은 대부분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 등에 취업한 것으로 추측된다.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 취업자 수는 이 기간에 33.3% 증가했다. 반면 대표적인 남성 일자리로 분류되는 제조업 취업자 수는 0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정부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돈을 찍을까, 빚을 낼까?
정부가 가계 지갑에 돈을 꽂아준다면?
팬데믹 당시 지급되었던 '전 국민 재난지원금'같이 정부가 내 통장에 직접 돈을 꽂아준다고 생각해보자. 정부는 과연 이 돈을 어떻게 마련할까? 세금을 거둬서다. 그런데 경제가 위기에 빠졌는데 가계와 기업이라고 돈을 잘 벌겠는가. 결국 가계와 기업도 낼 세금이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정부는 빚을 낼 수밖에 없다. 즉 국채를 발행한다.
국채는 국고채, 재정증권, 외화표시 외채 등을 포함한 것이다. 은행 등 금융회사, 외국인들이 이를 사들여 거래한다.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회사들은 안정적인 금융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데, 이들에게 국채는 안정성과 유동성을 모두 갖추면서도 일정 수익을 낼 수 있는 주요 투자처다. 국채 발행이 많아지면 국채 금리가 높아진다. 국채를 사는 금융회사와 외국인들의 자금 규모는 정해져 있는데, 정부가 국채 발행을 확 늘리면 이를 받아주는 투자자 입장에선 이전보다 금리를 더 높게 줘야 투자 유인이 생긴다. 국채 공급이 많아진다는 것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국채 가격 하락, 즉 평가손실이 날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국채 금리가 상승한다는 것은 다른 금리도 오를 수 있다는 뜻이다. 국채 금리는 은행채 금리, 회사채 금리 등의 지표가 되는 금리다. 신용도가 가장 높은 정부가 발행하는 금리가 4%인데, 이보다 신용도가 안 좋은 은행과 기업(회사)들의 금리는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은행채 금리가 올라간다는 것은 내 대출금리가 오른다는 의미다. 은행들이 자금을 빌려오는 데 돈을 많이 썼으니까, 결국 은행도 이익이 나려면 대출금리를 높일 수밖에 없다.
동시에 국채 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나라가 내야 할 이자 비용이 증가한다는 것을 말한다. 이 이자 비용을 누가 낼까? 결국엔 내 세금이다. 지금 내 통장에 들어온 '나라 공돈'은 나 또는 내 자식이 나중에 낼 세금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 공돈을 도대체 나라에서 왜 줬나? 쓰라고 준 것이다. 동네 전통시장도 가고, 어느 지역에 놀러 가서 먹고 마시고 자고 하면서 여행도 좀 하라는 것이다. 그래야 경제가 돌고 '내수 시장'이 살아난다. 내수 시장을 적당히 살리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너무 지나치게 돈을 줘버리면 '물가'까지 오른다.
나랏빚 안 내고는 안 돼? 신사임당이 있다
나랏빚(국채 발행)을 내지 않고 정부가 경기를 부양시키는 방법이 있긴 하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된다. 2020년 팬데믹 때 한은은 기준금리를 연 0.5%로 사상 최저치까지 내렸다. 당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저 1%대로 떨어졌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리는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돈을 풀어댔다. 코스피 지수 등 주요국 주가지수가 '브이자(V)' 자로 반등했다. 금융시장은 금세 안정을 찾았다.
당시에 역대급 금리를 맛본 사람들은 한둘이 아니었다. 지금 빚내지 않은 사람 '바보'라며 '빚투(빚을 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열풍이 불었다. 주식만 오르겠냐며 부동산 투자가 붐이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는 2019년 12월 102.8에서 2021년 10월 144.8까지 치솟아 2년이 채 안 되는 동안 무려 40.8%가 급등했다.
그 뒤로 하락해 2024년 12월 124.2로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2019년 말과 비교하면 24%가량 오른 수준이다. 집이 있고 없고에 따라 부의 격차가 커지면서 '벼락거지' 라는 절망감 가득한 신조어가 한국 사회에 만들어졌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금리의 달콤함과 쓴맛을 동시에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금리를 낮춘 만큼 경기가 과연 살아났는지는 의문이다. 팬데믹으로 온 세상이 단절되자 온라인 소통 등 비대면 활동 강화로 우리나라가 잘하는 '메모리 반도체'가 2020년 중반부터 2022년 중반까지 호황기를 맞이한 덕분에 경기가 살아났을 수도 있고, 한국은행이 금리를 낮춰서 살아났을 수도 있다. 다만 분명한 점은 주식,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은 높아졌고 그 덕분에 가계부채가 급속도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대형 위기가 왔을 때 정부가 조기 대응을 강화해야 하는 것은 불문율이다. 그런데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까지 할 것이냐가 문제다. '마중물'이나 '심폐소생술' 정도여야지, 그 이상 욕심을 부리면 그 대가는 결국 국민이 짊어져야 한다.
미국을 모르고는 금융시장 근처에도 못 간다
매월 첫째 주 금요일, 시장은 떨고 있다
미국 연준은 고용 안정과 물가 안정, 이 2가지를 목표로 운영되고 있다. 연준이 2022년 미친 듯이 오르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무지막지하게 올렸음에도 미국의 경기는 크게 꺾이지 않았다. 물가 상승률은 서서히 꺾이고 있는데도 경기는 멀쩡해 미국 경제에 대해 '골디락스(Goldilocks, 경제 성장을 지속하면서도 물가가 안정되는 경제 상황) 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그 근거는 미국의 '고용 지표'였다. 미국은 월급제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월급이 아닌 '주급'으로 받는 노동자들이 많은데, 노동자 상당수가 팬데믹 때 경제적·사회적 활동이 중단되면서 대거 일자리를 잃게 된다.
우리나라와 유럽은 경제 위기가 왔을 때 노동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나누는 등 어떻게든 실업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책을 썼는데, 미국은 팬데믹이 왔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일단 노동자는 실업을 하고, 정부는 실업자에게 실업 수당을 주는 식이다. 그러니 미국의 실업률이 오를 수밖에 없었다.
팬데믹이 지나간 자리에 식당, 카페 등이 영업을 재개하면서 일할 사람을 구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미국 정부가 실업자들에게 너무 많은 지원을 하다 보니 굳이 일해서 버는 돈보다 일하지 않고 정부가 주는 돈을 먹는 게 더 유리한 경우가 생겼다. 식당, 카페 등 고용주들은 일할 사람을 구하기 어려웠다. 그러면서 임금이 오르고, 이는 물가 상승세를 더 자극하게 되었다.
미국의 노동 불균형은 서서히 해소되었지만 미국의 고용 지표는 장기간 호조세를 지속했다. 채권시장은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려면 아직도 멀었구나'라는 생각에 약세(채권금리 상승, 채권 가격 하락)를 보였고, 주식시장은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잘 돌아가니 호조를 보이기도 했다.
미국 노동시장에 '이민'이 끼치는 영향
미국 노동시장이 탄탄하면서도 시간당 임금 상승률이 서서히 둔화하면서 '골디락스'라는 찬사까지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이를 '이민'에서 찾는 분석들이 많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2023년 순 이민자 수가 330만 명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2019년 42만 명에 비해 크게 급증한 것이다. 이는 고용주 입장에서 일할 사람을 비교적 저임금에 쉽게 채울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024년 4월 초 한 강연에서 "강한 이민자 유입이 예상보다 경제가 더 성장하고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2024년 초 CBO는 미국 이민자 유입 증가로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이민자 유입이 없을 경우와 비교해 7조 달러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2024년 4월 '이민이 임금과 고용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이민 자체가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뺏지는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민자들이 육체노동을 할 때 미국인들은 의사소통이 많으면서 생산성이 더 높은 일자리를 찾아갈 수 있어 미국인들의 임금과 고용률을 높였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2024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민'이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만큼 '불법 이민'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분위기가 나타났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국경 봉쇄, 추방 등의 정책을 펴겠다며 불법 이민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흐름이 미국의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더 크고 더 길게 보려면 ‘환율’을 봐야 한다
흔들리는 편안함, 환율은 아무도 모른다
수출, 수입에 영향을 준다
환율은 왜 어떤 요인으로 오르고 내릴까? 환율은 중장기적으로 그 나라의 경제 성적을 반영한다.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상승하면서 더 잘살게 된다면 원화 가치가 오르게 된다. 그러면 원·달러 환율은 하락한다.
모든 가격 지표가 그렇듯이 수요와 공급을 먼저 따져봐야 한다. 수출이 잘 되어서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하게 되면 국내로 유입되는 달러가 많아진다. 달러화 공급이 많아진다는 것은 달러화 가치가 하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아져서 경상수지가 적자가 되면 밖으로 빠져나가는 달러화가 많아지게 되고, 그러면 달러화가 부족해지면서 달러화 가치가 오른다.
수출업체와 수입업체의 입장은 어떨까? 수출품을 팔고서 받은 수출대금, 즉 달러화를 갖고 직원들 월급도 주고 나라에 세금도 내고 공과금도 내고 하려면 주거래은행에 가서 '달러화를 원화로 환전'해야 한다. 주거래은행은 수출업체에서 받은 달러화를 좀더 유리한 가격에 '은행 간 도매시장'에 가서 팔아야 이득이다.
이렇게 은행 간 도매시장에서 달러화가 유입되면 '달러화는 약세, 원화는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면서 환율이 하락한다. 반면 수입업체는 수입한 부품의 값을 달러화로 치러야 하기에 주거래은행에 가서 '원화를 달러화로 환전'해야 한다. 주거래은행은 '은행 간 도매시장'에서 받은 원화를 수입업체에 팔고 달러화를 사는 거래를 한다. 이럴 경우 '달러화는 강세, 원화는 약세'가 되면서 환율이 상승하게 된다.
물가와 환율도 서로 주고받는다
한 나라의 물가가 오르면 그 나라의 통화가치는 하락한다. 짐바브웨 같은 나라를 생각해보면 쉽다. 짐바브웨의 물가가 폭등하자 짐바브웨 통화로는 뭘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졌다. 구매력이 떨어지게 되니 가치를 잃는다.
그러나 늘 그런 것은 아니다. 짐바브웨처럼 통제 불능인 나라가 아니라 일반적인 국가에서는 물가 상승이 반대로 통화가치를 높이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물가가 올라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거나 금리를 내리지 못할 것이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쳐서다. 팬데믹 이후 미국 물가가 오를 때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힘을 받으면서 달러화가 올랐다.
국제유가가 오른다고 생각해보자. 우리나라와 같은 원유 수입국에서는 더 많은 수입대금을 치러야 하고, 이는 달러화 수요가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역수지 등도 적자를 보일 위험이 커진다. 이는 '원화 약세, 환율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엔화는 2022년 이후 상당폭 약세를 보이면서 '안전자산'으로서의 지위가 크게 흔들렸는데, 약세의 원인으로 돈을 계속해서 풀어대는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과 함께 유가 상승이 꼽혔다. 일본도 원유 수입국으로 유가가 상승하면 수입대금이 늘어나는 데다 물가 또한 상승했다.
일본은 오랫동안 물가 상승률이 추세적으로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을 경험해 물가 상승 경험이 드물었는데 유가와 물가 상승이 엔화 약세를 만들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엔화가 '안전자산'으로서 전혀 기능하지 못한 것도 역사상 드문 일이었다. [일본은 장기간 디플레이션을 경험했기 때문에 물가가 오르더라도 미국처럼 기준금리 인상 기대로 이어지지 않았다. 물가 상승률이 어느 정도 진행된 이후에야 일본은행은 금리 인상 신호를 냈다. 2024년 3월에야 마이너스 금리에서 탈출했다.]
통화가치가 하락하면 물가가 올라가게 된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원유 등 수입품 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서는 더욱 그렇다. 원화가 약세가 되면 원화로 환산한 가격이 오르게 된다. 이는 수입 물가 상승으로 나타난다.
복잡하고 어렵다면 그냥 ‘달러’ 하나만 봐라
달러인덱스의 변화를 잘 살펴보자
달러화가 올랐는지 하락했는지는 달러인덱스(Dollar Index)를 보면 알 수 있다. 달러인덱스는 1973년 3월 브레턴우즈 체제가 무너진 직후 기준점 100을 시작으로 미국 뉴욕상품거래소(NYBOT)에서 처음 산출되기 시작했다.
미국의 주요 6개 교역국 통화인 유로화, 일본 엔화, 영국 파운드화, 캐나다 달러화, 스웨덴 크로나화, 스위스 프랑화에 대한 달러화 교환가치를 가중 평균하는 방식으로 달러인덱스가 산출된다. 이에 따라 달러인덱스에서 유로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57.6%에 달한다. 일본 엔화가 13.6%, 영국 파운드화가 11.9%, 캐나다 달러화가 9. 1%, 스웨덴 크로나화가 4.2%, 스위스 프랑화가 3.6%다.
밤새 달러인덱스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그다음 날 원·달러 환율이 오를지 내릴지를 대충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달러화는 언제 오르고 언제 하락할까?
달러화가 언제 오르고 언제 하락하는지는 미국 경제와 정책에 달려 있다. 미국 경제가 나 홀로 성장하면서 잘나갈 때 미 달러화는 오른다. 달러화를 찍어내는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시중에 풀려 있는 달러화를 거둬들일 때도 달러화가 오른다. 달러인덱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유로화가 하락해도 달러화가 오른다. 유로 경제가 미국 경제보다 나쁠 때 달러화는 강세를 보일 수 있다.
미국 경제가 좋을 때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다면, 미국 경제가 나쁠 때는 달러화가 약세를 보여야 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일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다. 미국 경제가 나쁜데 나머지 나라들의 경제만 좋기란 쉽지 않다. 그러니 미국 경제가 나쁠 것 같고 그로 인해 금융시장이 흔들리면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발동하면서 달러화가 강해진다. 금융시장에서는 불안하면 '달러화'다. 달러화가 강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전 세계 금융시장의 자금은 미국으로 향하지, 우리나라 같은 신흥국으로는 자금이 잘 안 온다.
달러화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미국 경제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을 차지하는데, 미국 경제가 좋다는 것은 시간차를 두고 유로 지역과 아시아 지역으로 경기회복세가 점차 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소비자가 더 많은 물건을 소비하길 원하면 미국에 수출하는 품목들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가 먼저 회복되고 시간이 갈수록 다른 나라로 회복세가 번진다면 초기에는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겠지만 점차 약세로 변할 것이다. 달러인덱스 중 유로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유로화가 강세로 변한다면 달러인덱스는 약해질 것이다. 미국 정부가 국채를 대거 발행하는 등 재정수지 적자 우려가 커질 때 달러화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기도 한다. 연준이 달러화를 대거 찍어낼 때도 달러화가 하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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