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어린 시절부터 컴퓨터와 가까이 지내던 내성적인 천재가 어떻게 실리콘밸리의 중심 인물이자 AI 제국의 설계자로 성장했는지를 추적한다.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YC에서 미래 유니콘 기업들을 발굴하며 권력과 인맥을 쌓은 그는, 오픈AI를 창립하고 마이크로소프트와의 동맹, 챗GPT의 개발, 이사회 해임과 극적인 복귀에 이르는 과정 속에서 기술과 자본, 윤리 사이의 긴장과 모순을 보여준다.
책은 단순히 챗GPT의 성공을 넘어, AI를 둘러싼 권력 이동과 기술적 진보의 이면에 자리한 인간의 야망과 철학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올트먼이 이상을 말하면서도 현실적 자본과 손잡고, 위험을 경고하면서도 더 강력한 기술을 앞당기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기술이 어떻게 권력이 되고, 그 권력이 어떤 미래를 설계하는지를 생생히 목격하게 된다.
AI를 둘러싼 국제적 경쟁 구도와 기술 제국의 전략을 이해하고 싶거나, 다가올 AI 시대의 설계도를 가장 가까이에서 엿보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인류의 미래를 준비할 결정적인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저자 저우헝싱
저자 저우헝싱은 기술과 인간의 미래를 탐구하는 저널리스트이다. 12년간 실리콘 밸리를 무대로 활동하며 일론 머스크, 샘 올트먼 등 세계 최고의 기술 리더들과 심도 있는 인터뷰를 진행해 왔다. 미국 플로리다대학교 정보시스템 석사 출신으로, 중국의 혁신 기술을 해외에 전달하는 글로벌 미디어 ‘판데일리’의 설립자이자 편집장이다.
AI, 벤처 기업, 인터넷 산업 전반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생생한 현장 취재로 독자와 전문가들로부터 신뢰를 얻어 왔으며, ‘샘 올트먼: AI 제국의 설계자’는 그가 10여 년간 샘 올트먼을 직접 취재한 기록과 통찰을 바탕으로 집필한 세계 최초 전기다. 주요 저서로는 ‘실리콘 밸리의 아이언맨: 일론 머스크’가 있다.
■ 역자 정주은
역자 정주은은 고려대학교 중문과와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중과를 졸업하였다. 여러 해 동안 철학, 문학, 사학, 육아, 자기계발, 아동문학,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서적을 번역하였다.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 및 중국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유비는 왜 그랬을까’ 시리즈, ‘심리학이 제갈량에게 말하다’ 시리즈, ‘부자되려면 유대인처럼’, ‘메타버스 새로운 부의 탄생’, ‘디지털 신세계 메타버스를 선점하라’, ‘1분 물리학’, ‘송나라에 간 고양이’, ‘한 권으로 읽는 인도신화’ 외 다수가 있다.
■ 차례
추천사
Prologue.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사람
PART 1. 오픈AI 탄생에서 챗GPT 개발까지
CHAP 1. 슬며시 다가온 AI 혁명
CHAP 2. 오픈AI의 설립
CHAP 3. 0에서 1로
CHAP 4. 절체절명의 순간, 리더로 우뚝 서다
CHAP 5. 전시의 CEO
PART 2. 권력 게임
CHAP 1. 실리콘 밸리의 ‘종교 전쟁’
CHAP 2. 이사회의 음모
CHAP 3. 시련의 끝
CHAP 4. 유한게임과 무한게임
PART 3. 실리콘 밸리의 기린아
CHAP 1. 청소년기: 세인트루이스에서 실리콘 밸리로
CHAP 2. 창업 단계: 거래 성사의 달인
CHAP 3. YC의 수장: 실리콘 밸리의 중심으로
CHAP 4. YC 개조: 미래로 나아가자
CHAP 5. 샘이 그린 미래도
Epilogue. 왜 오펜하이머인가?
기술의 진보와 인간의 야망이 얽히는 실리콘밸리의 무대에서, 한 천재의 도전과 성장 스토리가 펼쳐집니다. 권력, 윤리, 그리고 이상이 충돌하는 순간마다 드러나는 인간의 진면목을 깊이 있게 그려냅니다. 변화의 파도 속에서 우리가 어떤 미래를 마주할지를 묻는 생생한 여정이 시작됩니다.
샘 올트먼: AI 제국의 설계자
오픈AI 탄생에서 챗GPT 개발까지
오픈AI의 설립
실리콘 밸리의 아이언맨, 일론 머스크
2013년 말, 일론 머스크는 구글이 당시 가장 앞서 나가던 AI 기업 중 하나인 딥마인드를 인수하려고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AI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더 깊어졌다. 일론 머스크는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버락 오바마를 찾아가 AI가 인류에게 미칠 위협을 이야기하며 AI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의 노력은 실패로 돌아가, 관련 법규는 끝내 상정되지 못했다.
일론 머스크와 샘 올트먼은 구글의 폐쇄성에 대항하려면 ‘오픈 소스’가 답이라고 생각했다. 훗날 공개된 문서에 따르면, 2015년 5월 25일에 샘 올트먼이 일론 머스크에게 보낸 이메일에 이런 내용이 있다.
나는 인류의 AI 개발을 막아야 하지 않을까 줄곧 고민했다. 아마 이는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AGI가 언젠가는 실현된다면, 구글 외의 다른 기관이 먼저 해내는 편이 나을 것이다.
샘 올트먼은 YC가 AI ‘맨해튼 프로젝트’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이런 구조를 만들어 볼 수 있다. 비영리 단체를 통해 기술을 전 세계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일단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여기에 참여한 연구진도 스타트업 수준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물론 모든 규제 규정을 준수하고 적극 지지할 것이다.
이에 대해 일론 머스크는 이야기해 볼 만하다고 답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샘 올트먼은 비영리적 AI 연구소를 함께 만들어 AGI 경쟁에서 구글을 뒤쫓되, 구글과 전혀 다른 방식을 취해 보자고 제안했다. 2015년 6월, 샘 올트먼은 일론 머스크에게 이메일을 보낸다.
우리의 사명은 최초의 AGI를 만들어 더 많은 사람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가장 안전하고 분산돼 보이는 AI 버전을 만드는 것이다. 아무튼 안전성이 AGI에 가장 바라는 것이다. (...) 기술은 재단이 소유하고 전 세계의 이익을 위해 쓰일 것이다.
샘 올트먼은 일단 7~10인 규모로 시작해 점차 늘리자고도 했다. 일론 머스크는 ‘모두 동의한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일론 머스크는 새 연구소의 이름을 ‘오픈AI 연구소’, 줄여서 오픈AI라고 지었다. 일론 머스크에 따르면 당시에 소위 ‘합의서’까지 썼다고 하는데, 다음과 같은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다.
오픈AI는 비영리 단체이다. 오픈AI가 개발한 제품은 오픈 소스가 될 것이다. 이 연구소는 AGI 시합에서 구글 딥마인드와 경쟁할 것이고 주요한 견제 세력이 될 것이다. 그러나 오픈AI의 목표는 인류를 이롭게 하는 것이지, 영리를 목적으로 회사 주주들의 이익을 챙기는 것이 아니다.
절체절명의 순간, 리더로 우뚝 서다
마지막 회의
2018년에 오픈AI는 또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 샌프란시스코의 18번가와 폴섬(Folsom)가가 만나는 곳에 있는 오픈AI의 새 사무실은 역사의 그림자 속에 자리한 듯한 신비로운 창고였다. 파이오니어 빌딩(Pioneer Building)이라고 불리는 이 역사적 건물의 외벽은 단조로운 회색빛을 띠고 있었다. 창문에는 옅은 색이 감돌았지만, 안쪽은 빈틈없이 드리운 커튼에 가려져 있었다. 지난날 트렁크 공장이 남긴 빛바랜 붉은 글자 자국만이 세월의 흔적을 말해 주고 있었다.
하지만 머스크는 이미 이 새 건물에 머물 뜻이 없었다. 한동안 갈등을 겪은 끝에, 그는 올트먼에게 오픈AI를 떠나겠다고 통보했다. 사실 머스크가 두 달만 더 머물렀다면 오픈AI가 트랜스포머 모델을 이용해 GPT-1을 만드는 것을 볼 수 있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생각을 바꿨을지도 모른다.
스승이자 아버지, 리드 호프만
머스크가 떠난 뒤, 올트먼이 모든 짐을 짊어졌다. 오픈AI의 유일한 의장으로서, 올트먼은 오픈AI가 곧 돈이 끊길 위기에 직면할 것을 알았다. 올트먼은 그때를 이렇게 회상했다.
당시의 상황은 무척 힘들었다. 나는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부득불 내 생활과 시간을 다시 조정해야 했다.
가정과 일, 양쪽에서 큰 타격을 받은 올트먼은 길을 잃은 아이처럼 막막해졌다. 이때, 머릿속에 누군가가 떠올랐다. 바로 리드 호프만(Reid Hoffman)이었다.
올트먼은 호프만에게 전화를 걸어 오픈AI가 처한 상황을 알렸다. 당시 오픈AI는 현금이 바닥난 수준이었기에, 호프만은 직원들의 임금을 자기가 주겠다고 먼저 제안했다. 그러면서 아주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 바로 기존의 비영리 조직의 틀 아래, 영리 법인을 만들어 이 영리 법인이 비영리 모회사에 보고하는 형태로 조직을 개편하자는 것이었다. 호프만의 생각은, 오픈AI 기술로 돈을 벌고 싶은 투자자들을 끌어 들여 오픈AI의 발전 속도를 높이자는 것이었다. 호프만은 속도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했다.
“반드시 당신이 먼저 움직이고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실리콘 밸리에서 속도가 도덕이고 윤리인 이유다.”
호프만은 오픈AI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려줬다. 오픈AI를 살리려면 신속하게 회사 구조를 개편하고 외부 투자자를 끌어들여 머스크가 떠남으로써 생긴 자금 공백을 메워야 했다.
방향은 정해졌다. 이제 남은 일은 적당한 투자자를 찾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대 투자자인 머스크를 잃은 상황에서 새 투자자를 구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런데도 올트먼은 금세 기회를 포착해 낸다.
선밸리 계단에서의 ‘우연한 만남’
선밸리 콘퍼런스가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CEO들이 평소에는 만나기도 어려운 잠재적 파트너, 경쟁자, 인수자와 사적이면서도 비공식적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대다수 CEO들의 만남과 대화는 모두 치밀한 계획과 조율을 거쳐 이루어졌다.
올트먼도 그런 기회를 얻었다. 올트먼은 계단에서 ‘우연히’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를 만났다. 이것이 정말로 우연한 만남이었는지 호프만의 치밀한 안배였는지는 알 수 없다. 올트먼이 나델라에게서 받은 첫인상은 ‘상냥한 사람’이었다. 반면 나델라는 올트먼과 그저 얼굴 몇 번 본 게 다라서 처음에는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평소 실리콘 밸리에 머물지 않는 나델라로서는 당연했다.
올트먼은 나델라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데도 개의치 않았다. 올트먼은 황급히 다가가 자신을 소개하고는 나델라에게 오픈AI를 홍보하기 시작했다. 나델라는 굉장히 흥미로워하며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했다.
올트먼은 곧 시애틀로 가는 비행기에 올라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나델라에게 오픈AI가 아직 발표하지 않은 최신 성과인 GPT-2를 직접 보여 준다. 나델라는 GPT-2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비틀대는 거인
오픈AI와의 협력 여부를 두고, 마이크로소프트 내부에서도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쟁점은 두 가지였다. 하나, 마이크로소프트에 이미 방대한 AI 연구팀이 있으므로 오픈AI에 대한 중복 투자는 비용면에서 현명하지 않은 결정이다. 둘, 투자 이후, 연구팀 간의 분업과 소통을 관리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 것이다.
구글을 이기고 싶은 간절함에, 결국 나델라는 오픈AI 투자를 결정한다. 이메일을 발송한 지 몇 주 만에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에 10억 달러를 투자한다.
올트먼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투자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오픈AI를 구해냈을 뿐만 아니라 머스크의 이탈이 불러온 오픈AI에 대한 외부의 불신까지 해소했다. 게다가 딥마인드와 달리, 오픈AI는 어느 정도의 독립성까지 지켜 냈다.
전시의 CEO
오픈AI의 급습: 챗GPT
시애틀에서 돌아온 샘 올트먼은 ‘급습’을 결심한다.
2022년 11월, 샘 올트먼은 갑자기 직원 전체 회의를 소집해 몇 주 안에 챗봇을 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샘 올트먼이 생각한 모델은 최신 GPT-4가 아니라 그보다 성능이 못한 구형 버전으로, 충분한 테스트와 개선이 요구됐다. 아무튼 샘 올트먼은 GPT-3.5 출시를 지시하며 이를 위해 간단한 대화 인터페이스를 준비하라고 한다.
쫓기듯 새 챗봇을 만드는 것에 불만을 가진 직원도 있었다. 개발팀은 이미 GPT-4의 정식 출시를 앞두고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다른 프로젝트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게다가 혹시 모를 리스크와 남용 문제에 대한 충분한 준비와 검증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샘 올트먼은 일단 직원들을 달랬다. 사람들이 GPT-3.5를 사용하게 되면, 오픈AI는 사람들이 AI를 사용하는 법, AI와 상호작용하는 법에 관한 더 많은 데이터를 모을 수 있어서 향후 회사가 GPT-4의 발전 계획을 세우는 데 유용할 것이라며 직원들을 설득했다. 이는 기술을 더 광범위하게 배치한다는 오픈AI의 전략적 방침에도 부합했다. 오픈 AI는 기술을 차근차근 퍼뜨려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사용하게 만들겠다는 전략을 세운 바 있다.
11월 29일, 챗GPT 출시 하루 전날 밤, 마침내 준비 작업이 마무리되었다. 그렉 브록만 오픈AI 회장은 야근을 밥 먹듯이 한 개발팀을 위해 회식 자리를 마련했다. 술기운이 오른 그렉 브록만은 며칠 동안 고생한 팀원들의 헌신에 고마움을 표하면서도 챗GPT가 큰 관심을 끌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모두 틀렸다. 챗GPT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닷새 만에 사용자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 등록자 수가 폭증하면서 회사 서버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백엔드 엔지니어들은 사무실 카페테리아 옆의 너저분한 공간을 바삐 오가며 노트북 앞에 우르르 모여 다른 프로젝트에서 컴퓨팅 파워를 빼갔다.
검색의 ‘새 시대’
2023년의 해가 밝자마자 마이크로소프트는 2월 7일 본사로 기자들을 초청해 챗봇이 탑재된 자사의 검색 엔진 빙(Bing)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2월 8일 새벽, 마이크로소프트의 주가는 5%나 뛰었다. 반면 성급히 올린 구글의 공고에서는 문제가 발견되었다. 응용 시나리오 속 이미지 중 하나가 문제였는데, 바드는 그것이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ames Webb Space Telescope)이 처음으로 찍은 태양계 밖 행성의 사진이라고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칠레 북부의 유럽남방천문대에서 2004년에 처음으로 찍은 태양계 밖 행성의 사진이었다.
너무도 분명한 오류로 인해 바드는 소셜미디어에서 웃음거리가 되고, 구글 주가는 8%나 떨어져 시가총액은 1,000억 달러나 날아가 버렸다. 나중에야 마이크로소프트의 챗봇에도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으나 당시에는 아무도 그 사실을 신경 쓰지 않았다.
솔직히 바드가 그렇게 엉망이었던 것은 아니다. 챗GPT도 아무렇지 않게 헛소리를 늘어놓았으니 말이다. 챗GPT 출시 이후, 모두가 구글의 반응을 기다렸다. 그런데 이 실수 하나로 지난 십수 년 동안의 AI 분야 리더라는 이미지가 무너졌다. 그렇게 하룻밤 사이에 헤비급 구글이 라이트급 오픈AI에게 AI 분야의 선두를 빼앗기고 만다.
이에 비해 오픈AI 기술을 탑재한 빙은 큰 인기를 끌며 짧은 시간 안에 다운로드 건수가 여덟 배나 급증했다. 나델라는 마이크로소프트가 ‘800파운드 고릴라’를 쓰러뜨렸다며 구글을 조롱했다.
‘혁신가의 딜레마’라는 저주가 다시금 힘을 발휘했다.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는 구글의 진지 한복판으로 들어가 구글의 핵심 사업인 ‘검색’ 분야를 위협하고 있었다.
권력 게임
이사회의 음모
“샘, 이사회에서 당신을 해고했어요”
12시 정각, 올트먼은 회사에서 마련해 준 은색 맥북을 열고 구글 밋(Google Meet)에 로그인했다. 화면에 수츠케버와 사외 이사 셋의 얼굴이 보였다. 그런데 다른 한 명이 보이지 않았다. 그의 가장 중요하고도 믿음직한 아군, 브록만이 없었다. 올트먼은 이상한 기운을 직감했다. 수츠케버가 입을 열었다. 여느 때처럼 간단명료했다.
“샘, 이사회에서 당신을 해고했어요.”
“뭐라고요?”
올트먼은 잘못 들었나 싶어 되물었다.
“이사회에서 당신을 해고했다고요. 곧 공지할 겁니다.”
그러고 나서 수츠케버는 고개를 숙이고 공지 내용을 읽기 시작했다. 공지 내용도 간단명료했다. 올트먼은 너무 놀란 나머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몰랐다.
회사가 박살나는 것이 이사회의 사명에 맞을 수도 있다
11월 17일, 금요일 오후 2시, 화상 전체 회의가 열렸다.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많은 사람이 수츠케버에게 올트먼이 해고된 이유를 따져 물었다. 수츠케버는 상세한 사정은 밝히지 않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한 직원이 외쳤다. “이건 ‘쿠데타’입니다!”
수츠케버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그렇게 부를 수도 있겠군요.”
이어서 수츠케버는 자신을 변호했다.
“당신이 왜 그 단어를 선택했는지 이해합니다만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서 올트먼을 해고한 것은 오픈AI의 사명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하면서도 진행 과정이 보기 좋지는 않았음을 인정했다.
오픈AI 직원들은 수츠케버의 변명을 묵살하고 더 구체적인 이유를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수츠케버는 ‘올트먼이 이사회에 거짓말을 했다’고 하면서도 법률적인 이유로 상세히 설명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전체 회의가 끝난 뒤, 약 15인의 오픈AI 임원이 본사 회의실에 모여 회의를 이어 갔다. 사외이사들은 각지에서 원격으로 참여했다. 회의실 안에는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긴장감이 가득했다. 한 고위직 임원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자세한 사정을 말하지 않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임원들은 올트먼이 솔직하지 않았다고 한 데 대한 구체적인 사례를 추궁했다. 그러나 이사회는 올트먼이 너무 교묘하게 행동해서 구체적인 사례를 내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고 답했다.
시련의 끝
“실리콘 밸리는 모두 샘을 지지합니다”
체스키는 올트먼이 해고된 소식을 듣자마자 제일 먼저 올트먼에게 메시지를 보내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다. 올트먼은 ‘너무 잔인하다’고만 답했다. 체스키는 곧바로 전화를 걸어왔다. 올트먼은 자신도 어찌 된 일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아마도 토너나 수츠케버와의 갈등과 관련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후 체스키는 브록만을 비롯해 평소 알고 지내던 오픈AI 직원 몇 명에게 차례로 전화를 걸어 이것이 형사 사건이 아님을 확인한 다음, 오픈AI의 최대 주주인 마이크로소프트의 CEO 나델라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나델라에게 이렇게 말했다.
실리콘 밸리는 모두 샘을 지지합니다.
체스키가 한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실리콘 밸리 스타트업계의 여론은 완전히 올트먼 편이었다. 유명 IT 투자자들이 너도나도 올트먼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으며 그의 다음 창업 프로젝트를 지지한다는 뜻을 암암리에 내비쳤다.
유한게임과 무한게임
왕의 귀환
결국 양측은 한발 물러섰다. 올트먼은 새로 구성된 임시 이사회에는 합류하지 않기로 했으며, 이 임시 이사회는 전임 이사회의 해임 결정에 대해 신속하고도 효율적인 심사를 진행할 외부 로펌을 고용하기로 합의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올트먼과 브록만을 포함한 수백 명의 직원은 오픈AI 사무실에 모여 서로를 끌어안고 승리를 자축했다. 브록만은 잔을 높이 들며 롤러코스터 같았던 한 주의 끝을 축하했다. 그러면서 X에 직접 찍은 단체 사진을 올리고는 ‘우리가 돌아왔다’는 글을 덧붙였다.
믿기 힘든 역전극이었다. 단 5일 만에, 올트먼은 안팎으로 몰린 위기의 상황에서 다시 CEO로 복귀했으며, 그를 반대한 인물들은 모두 물러났다. 이제 그의 곁에는 충성도 높은 인재들만 남아 있었다.
실리콘 밸리는 열광에 휩싸였다. 실리콘 밸리 투자자 맷 터크는 자신의 X 계정에 이렇게 적었다.
샘 올트먼의 복귀는 마치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서 쫓겨난 후 12년 만에 돌아온 것과 같다. 다만, 이번에 그가 맞이한 것은 ‘틱톡 세대’였다.
* * *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