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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르게 발명하는 일
 
지은이 : 명지연 (지은이), 서상덕 (감수)
출판사 : 매일경제신문사
출판일 : 2026년 01월




  • 카이스트(KAIST) 연구실에서 출발해 창업 7년 만에 ‘K-팔란티어’로 불리며 코스닥 상장에 성공한 AI 스타트업 에스투더블유(S2W)의 성공 비결을 파헤친 책. AI가 인간의 지능을 대체하는 시대, 역설적이게도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결정짓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최첨단 기술이 아니라 ‘사람’과 ‘휴머니즘’이었다.




    집을 짓는 스타트업, 사람을 키우는 회사

    경청: 경청으로부터 시작되는 조직문화
    자신을 돌보는 게 가장 중요한 보상이에요
    이기욱 상무의 첫인상은 한 조직의 ‘상무’라기보다 ‘요긴’에 가까웠다. ‘요긴(yogin)’이란 ‘요가’와 같은 동사 어근 ‘yuj’에서 파생된 숙련된 요가의 달인, 또는 깨달음을 얻은 숙련자로 불리는 남성 ‘요가 수행자’를 가리키는 용어다. 다소 마른 몸, 인자한 웃음 뒤에 수놓인 세월의 주름들. 그 주름이 비껴간 자리엔 지극한 환희와 애통함이 교차한 도인 같은 모습이었다.

    한 시간 남짓한 가벼운 면접을 보면서 나는 그를, 그는 나를, 어떤 사람인지 알아갔다. 그중에서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질문이 있는데 ‘성취’와 ‘협력’ 중 무엇이 더 나의 본질에 가깝냐는 질문이었다. 이력서에서 보이는 나는 굉장히 화려하고 성취 지향적인 사람 같은데, 지금 만나본 느낌은 오히려 ‘허당’에 더 가까운 것 같다고. 나는 입사 이후, 그에게 그때 그 질문을 했던 이유를 되물었다.

    “너무 훈련이 잘된 특수 요원 같은 느낌이었어. 근데 그걸 반드시 해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게 싫더라고. 일을 먼저 시작한 선배 입장에서 후배를 볼 때, 안타까웠다고 해야 하나. ‘왜 꼭 해내야만 하는데?’라고 질문해주고 싶었어. 숙제가 너무 많은 사람 같아서 가혹해 보였거든.”

    회사에 면접을 오는 수많은 지원자는 마치 힙합을 소재로 한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처럼 내게 ‘합격 목걸이’가 주어질지 고민하고 전전긍긍한다. 그런데 그는 지원자를 볼 때 ‘회사가 이 지원자에게 필요한 무언가를 해줄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한다. 그렇기에 에스투더블유의 면접 자리는 ‘뽑는다’와 ‘뽑힌다’의 줄다리기가 아니라, ‘함께 맞춰본다’에 더 가까운 자리가 된다.

    그래서 에스투더블유가 가진 아름다움에 대해 말할 때 그를 꼭 첫 번째 인터뷰이로 삼고 싶었다. 나의 존경하는 어른이자 운동 경기에서 경기 전 선수들의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확인하고 진단해주는 이 조직의 ‘의사’. 그래서 ‘팀 닥터’. 나는 그의 위트와 여유, 본질을 관통하는 질문, 따르게 하는 힘이 ‘듣는 태도’에서부터 나온다고 여겼다.

    서로 경쟁하는 문화 안에서 살아남으려면 스스로에게 집중하기보다 타인의 시선과 성과를 의식하게 될 확률이 높다. 그 과정은 우리를 불안하고 지치게 만든다. 누군가와 싸움을 해야 한다면, 그건 나 자신이어야 한다.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나, 나를 믿지 못하는 나, 나에게 집중하지 못하는 나와 겨루는 일. 그 과정에서 이기욱 상무가 왜 ‘자기돌봄’과 ‘마음챙김’에 관심을 갖고 도인의 향기를 내뿜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뒤이어 그가 덧붙였다.

    이기욱: 인사관리를 한다는 게 누군가를 채찍질해서 성과를 더 낼 수 있는 게 없느냐를 고민하며 살아왔다는 의미잖아요. 그 고민이 내 본질인 거지. 근데 난 그게 결국 자기돌봄이랑 마음챙김이라고 생각하거든. 조직원들을 채찍질하지 않고 잘 돌볼 방법이 예전에는 보상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그 게 속임수라고 생각해서요. 근본적으로 스스로를 컨트롤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이면 보상으로 강요하지 않아도 자기돌봄을 통해 개인과 조직이라는 본질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

    명지연: 그게 어떤 의미에선 또 다른 보상이겠어요.

    이기욱: 네, 물론 저도 전통적인 인사관리 방식과 시스템은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기돌봄과 마음챙김도 하나의 동기 부여 방식인 거고. 오직 이것만으로 완벽한 조직문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거든요.

    이기욱 상무가 도입한 에스투더블유만의 조직문화 프로그램으로 3분 스피치가 있다. 매달 전사 임직원이 함께 참여하는 타운홀 미팅 과정에 포함된 임직원 스피치 세션이다. ‘3분 스피치’라는 이름 그대로 매월 무작위로 선발된 임직원들이 각 3분간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 자리다. 꼭 거창한 주제가 아니라도 개인적인 취미나 취향, 좋아하는 콘텐츠 등 무엇이든 원하는 방식으로 그저 자신을 소개하면 된다.

    아마도 이런 문화를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이유는, 비록 우리가 ‘회사’라는 공간에서 만났지만, 이 회사에 모인 우리는 에스투더블유라는 조직의 핏(fit)에 맞는 ‘공동체’라는 암묵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건강한 자아를 갖고 자신의 일을 사랑하며 긍정적인 기운을 주는 사람들이라는 믿음, 나 또한 그들의 건강과 사랑과 긍정을 닮고 싶다는 자극. 내가 3분 스피치 세션을 들을 때마다 느끼는 바다. 그리고 이기욱 상무가 덧붙이기를, 이런 조직문화를 만들고 싶었던 이유는 이랬다.

    이기욱: 전통적인 인사관리 방식과 더불어 이 회사는 안전한 곳이라는 믿음을 주는 그런 환경을 조성하고 싶었어요. 그런 ‘안전한 환경’을 만들었을 때 우리가 최고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을지를 에스투더블유에서 실험해보고 싶었고요. 그래서 제가 이 조직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키워드가 ‘안전’입니다.

    잘 지내기 위해선 안전해야 한다
    명지연: 조직이 ‘안전하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요.

    이기욱: 조직을 ‘내 편’이라고 생각하는 것.

    명지연: ‘내 편’이요?

    이기욱: 네, 조직이 나를 사실과 다르게 해석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알아봐준다고 느낄 때, 우리 모두는 스스로 자신의 일에 몰입할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해요. 그걸 다른 말로 하면 ‘이 조직이 내 편에 서 있구나’하고 느끼게 되는 거고. 요즘 제 고민은 내 가족과 회사의 가족 모두와 어떻게 하면 잘 지낼 수 있을까인데, 잘 지낸다는 게 뭘까 생각해보면, 너무 버거워도 지치지 않고 잘 견뎌낸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어요. 여기서 조금 더 확대한다면 존경받는 실력, 넘어져도 일어서는 회복탄력성, 변하지 않는 응원, 뭐 이런 거. 그런 생각을 들게 하는 건 사실 굉장히 어려운 것이거든. 특히 회사에선 상대에게, 그것도 각기 다른 성향의 구성원들에게 내 편으로 마음속에 자리매김한다는 것이 힘든 일이라 생각하고요. 그래서 굉장히 지속적이고 절대적인 노력이 필요한 거죠. 이걸 잘하고 싶은 게 내 고민인 거고.

    명지연: 잘 지낸다는 건... 그러니까 항상 좋은 일만 생기길 바란다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일들이 몰아치더라도 너무 버거워 쓰러지지 않고 견뎌낼 수 있다는 의미라는 말씀이네요?
    이기욱: 네, 맞아요. 잘 견뎌내기 위해선 안전해야 한다.

    스타트 위드 후(Who): ‘나만큼 서로를 믿는 동료’와 함께
    성장의 원동력은 일만 걱정하면 되는 문화
    이기욱 상무가 구축한 에스투더블유의 조직문화에는 색다른 구석이 있다. 에스투더블유에서는 조직의 상위 리더나 인사팀에게 임직원들의 출퇴근 기록이 따로 전달되지 않는다. 각 팀의 팀장은 미팅과 대면 협업 등의 일정을 조율하기 위해 팀원들의 출퇴근 여부를 눈으로 파악할 뿐, 이들의 출퇴근 시간을 강제로 지정하거나 근태를 별도로 기록하는 공식적인 제도나 절차는 없다. 또한 재택근무도 언제든지 허용한다. 회사와 집의 거리가 너무 먼 경우 출퇴근을 하다가 지치게 되고, 이는 곧 업무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100명이 넘어가는 조직에서 어떻게 이런 신뢰가 형성될 수 있었을까? 이기욱 상무가 입사 후 처음 했던 일은 ‘조직 진단’이었다. 풀어서 설명하자면, 이 조직의 구성원들이 어떤 만족과 불만이 있는지 그 마음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방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한 질문과 인터뷰의 과정이었다.

    그가 말하길 “조직 진단을 해보니 에스투더블유를 첫 회사로 선택한 많은 임직원이 항상 1등을 해야 한다는 압박”을 가지고 있었다고. 회사가 다루는 기술의 특성상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일을 시작한 이들이 제법 많았는데, 긴 시간 공부했던 학구열과 해당 기술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이들이 모여 있다 보니, 일을 할 때도 매 순간 각 영역에 있어 최고의 퍼포먼스를 내야 한다고 느낀 듯하다고 말이다.

    그런데 대기업에서 중소 조직까지 직접 운영해본 일의 경험을 통해 그가 느낀 교훈은 “매 게임에서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면 부상을 당하기 쉽다”는 것이었다. 그런 방식의 업무 태도는 게임이 단기전일 때는 속도가 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문제는 그렇게 계속 1등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다 보면 부상을 당하기 쉽고, 더 큰 문제는 부상을 당했을 때 막상 출전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경기에는 출전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 그런 상황은 개인뿐 아니라 조직 차원에서도 가장 손해일 것이고 말이다.

    그래서 그는 조직 진단 후 조직원들에게 언제나 1등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매 게임에서 최선을 다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1등을 하지 말라고 이야기해도, 스스로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있는 후배들에게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주기만 하면, 그들이 반드시 출전해야 하는 게임에서 건강하게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고 했다.

    매일 임직원들이 자기 스스로 회사가 허락한 자유 안에서 자신을 돌보고, 업무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업무 강도를 조절하며 일하다 보니 에스투더블유의 ‘완전 자율 출퇴근’ 제도는 창업 초기부터 8년 차에 이르는 지금까지 무리 없이 유지되고 있다.


    한 사람의 영웅이 아닌, 모두의 자리에서
    합심: 더 멀리 가기 위한 연대의 마음
    회사안의 회사
    올해 초 에스투더블유에서 전사 리더들을 대상으로 ‘리더십 부트 캠프(Leadership Boot Camp)’를 열었다. 쉽게 말해 올해 집중적으로 회사의 리더들이 힘을 모아 해결해야 할 문제를 치열하게 논의하는 ‘리더십 워크숍’이었다. 리더십 워크숍의 순서는 각 팀의 리더들이 지난 한 해 동안 잘했던 점과 아쉬웠던 점에 대해 목표 대비 성과를 리뷰하고, 해당 세션이 끝나면 모두 함께 올해 해결해야 할 문제를 정의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이때 내게 유독 눈에 띄었던 분이 KE(Knowledge Engineering/지식 공학)팀의 이승현 수석이었다. 이승현 수석은 지난해 팀이 성취한 성과와 목표 대비 아쉬웠던 점이 무엇이었는지 설명하는 세션을 진행할 때 유독 회사의 목표와 팀의 역할 사이의 관계, 조직에서 마땅히 해야 할 기능과 업무 처리량을 강조해 발표했다. 그의 발표를 들으니 조직의 목표에 공감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KE팀 각 구성원들의 역할이 자연스레 머릿속에 그려졌다. 마치 ‘KE팀’이라는 하나의 조직이 ‘회사 안의 회사’로 독립적인 작용을 하는 듯했다.

    에스투더블유의 KE팀은 핵심 기술을 제품화하는 데 애쓰는 팀이다. 크게 두 가지 파트가 있는데, 우선 프로젝트를 설계하는 ‘설계’ 파트가 있고 다음으로는 핵심 기술을 제품화하는 ‘개발’ 파트가 있다. 특히 요즘은 ‘에스에이아이피(SAIP/S2W AI Platform)’을 설계하고 개발하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에스투더블유가 다크웹 분석에서 시작해 AI 기술 회사로 거듭나면서 최근 AI 플랫폼 구축과 관련된 업무 비중이 높아졌지만, 기술을 ‘제품화’하는 과정은 에스투더블유의 다른 제품들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래서 KE팀은 안보 빅데이터 플랫폼인 ‘자비스(XARVIS)’, 사이버 위협 인텔리전스 플랫폼인 ‘퀘이사(QUAXAR)’, 그리고 ‘에스에이아이피(이하 SAIP)’와 같은 에스투더블유의 3대 제품 PO와 함께 유기적으로 일한다.

    꽃이 피기 시작한 따뜻한 봄날 이승현 수석을 만나 에스투더블유의 고유한 지식 기반 기술이 어떻게 고객사가 사용하는 제품으로 만들어지는지 들어봤다.

    명지연: 지난 리더십 부트캠프에서 수석님 발표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그래서 인터뷰이로 모셔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승현: (머쓱해하며) 어떤 부분이 인상적이었을까요?

    명지연: 음... KE팀이 다른 팀 대비 많은 팀원이 있잖아요. 한 팀에 팀원이 다섯 명만 되어도 팀을 매니징하는 일이 상당히 난도가 높은 과정인데, 한 팀에 열 명 넘는 팀원들과 함께 일하고 있는 리더는 어떤 마음일까 싶은 생각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리더십 부트 캠프 세션을 듣고 KE팀을 ‘회사 안의 회사’라고 표현해도 될 만큼 굉장히 기능 중심으로 움직이는 ‘조직적인 팀’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승현: 그런가요? 의도한 바이긴 한데...(웃음) 알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명지연: 네, 또 KE팀이 어떤 업무를 하는 팀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팀인지에 대해 설명해 주신 것도 인상적이었고요. 그 당시에 하신 말씀을 다시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승현: 네, 저는 KE팀의 존재 목적은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고 제품에 접목해 안정적인 매출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기술적 토대를 마련하는 팀이라고 정의하는데요. 그 목적 아래 세 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첫 번째는 ‘기술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핵심 기술에 대한 연구 및 프로토타이핑(prototyping)을 수행하는 것. 두 번째는 ‘매출 증대’ 측면에서 신규 사업 및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 마지막 세 번째는 ‘원가 개선’ 측면에서 사내 기술 부채 및 비효율을 해결하는 것입니다. 첫 번째 목표는 미래 먹거리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고요. 두 번째 목표는 현재 매출을 위한 활동, 마지막 목표는 과거 부채에 대한 해결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명지연: 와, 맞아요. 미래, 현재, 과거로 귀결되는 관점. 바로 이 내용이었어요! 팀이 해결해야 하는 목표를 문제에 대한 정의로부터 시작한 점이 인상적이었거든요. 특히 그중에서도 세 번째 목표요.

    이승현: 원가 개선에 대한 부분이요?

    명지연: 네, 저는 기본적으로 비즈니스센터 소속이라 회사에서 매출이나 영업 이익에 대한 관점을 이야기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기술자가 이렇게 구체적으로 돈 이야기를 하는 것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어요. 좋은 의미로요.

    이승현: 그러셨군요. 저는 원가 개선에 대한 목표가 정말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하고 이 부분에 대해서 팀원들과도 자주 이야기하는 편이에요. 일단 인원이 많은 팀이다 보니 회사에서 저희 팀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 1년에 최소 10억 원 이상은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목표를 수행하기 위해 ‘기능’ 관점에서 팀 전체의 인력을 재배치하고 업무를 재분배했던 것이고요. 이때 ‘회사 안의 회사’라는 개념이 나오게 된 것이었어요. KE팀을 마치 하나의 회사처럼 연구 및 개발, 인프라, 데이터 파이프라인, 서비스 개발 등 기술 개발에 필요한 ‘풀 스택(Full Stack)’을 진행할 수 있는 열세 명의 인원으로 구성했습니다.

    명지연: 그렇군요. 무슨 말씀이신지 정확히 이해했습니다.

    이승현: 네, 그러다 보니 KE팀에서 일하면서 가장 보람된 순간은 외람되게도 ‘팀장이 일을 안 해도 목표대로 팀이 잘 돌아갈 때’입니다.

    명지연: 하하, 외람되다니요. 저는 너무 공감이 가는걸요.

    이승현: 지연님도 그러셨나요? 저는 팀 단위로 일을 할 때 제가 원하는 팀의 방향성과 목표를 잘 설정해두고, 이후 실행 과정에서 KE팀 내 테크 리드(Tech Lead/TL)를 중심으로 팀원 모두가 각자 해야 할 일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편인데요, 이때 모든 팀원이 각자 알아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보일 때 정말 행복해요. 저뿐 아니라 팀 안에서도 계속 이런 구조를 확장하고자 테크 리드를 포함한 팀 동료들도 후학 양성 및 스스로에 대한 기술적/인간적인 발전에 힘쓰고 있고요.

    명지연: 네, 저도 공감합니다.

    이승현: 아, 그리고 한 마디 더 덧붙이자면... 과거의 저는 ‘내가 열심히 잘 해내면 뭐든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며 살았던 사람인데요. 타인과 불필요한 소통을 하기보다는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거나, 저보다 뛰어난 사람에게 좋은 가르침을 받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런데 회사 생활을 하며 팀을 운영하고 나선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의 종류와 크기는 한정되어 있고, 더 많은 일을 빠르게 하려면 협력해야 한다고 절실히 느꼈습니다. 동료가 하는 생각, 행동, 의도 등 다양한 요소가 결과물에 영향을 미치고, 이런 요소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제대로 된 일을 할 수 없더라고요. 회사가 점점 성장함에 따라 이해관계도 다양해지고, 다양한 스펙트럼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본질적으로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그러다 보니 재미있게도 타인을 이해하려고 나 자신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저희 팀뿐만 아니라 ‘사람’ 자체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시기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스타트 위드 와이(Why): ‘더 나은 데이터의 미래’를 위해
    시류에 맞는 국제 논문으로 무에서 유를 만든 경험
    에스투더블유의 사명에는 알파벳 S가 두 개, W가 한 개 들어가 있다. 그래서 ‘에스 투 더블유(S2W)’다. 두 개의 S는 ‘세이프(Safe)’와 ‘시큐어(Secure)’의 첫 알파벳이고, W는 ‘월드(World)’의 첫 알파벳이다. 그러니까 S2W는 “Safe and Secure World”, 즉 “안전한 세상을 만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에스투더블유는 창업 초기부터 세계 각국의 경찰 기관과 협력해 국제 범죄를 추적하고 수사하는 국제형사경찰기구 ‘인터폴’을 고객사로 확보해 주목을 받았다. 인터폴에 에스투더블유의 제품을 공급하게 된 첫 계약 과정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를 알아보기 전에 에스투더블유가 창업 초기부터 가지고 있던 고유한 기술 ‘다크웹 분석’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다크웹은 일반 웹과 달리 특수한 브라우저를 통해서만 접속할 수 있는 ‘숨겨진 웹’을 의미하며, 그렇기에 다크웹을 분석한다는 것은 이 숨겨진 웹을 찾아내 분석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에스투더블유는 암호화되어 뚫기 어렵다는 인식을 가진 인터넷 공간의 콘텐츠들을 추적하고 해석할 수 있는 AI 기술을 개발한 회사다. 이를 통해 다크웹에 떠도는 기업 및 기관의 주요 정보들이 실제 위협으로 이어지는지 분석해 그렇다고 판단한 경우에는 고객사의 자산 유출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

    인터폴은 암호화된 인터넷 공간에 숨겨져 있는 범죄의 위험성을 파악하고 에스투더블유에 선제 연락을 취한 고객사였다. 창업 초기에 에스투더블유는 카이스트를 통해서 인터폴이 제품과 회사에 대해 문의하는 연락을 전해 받았다고 한다. 당시 카이스트와 공저로 ‘국제보안학회’에 낸 논문이 있었는데, 그 주제가 다크웹에서 비트코인 등의 가상자산이 어떻게 얼마나 사용되고 있는지를 연구한 내용이어서 인터폴이 이에 관심이 있었다고.

    시류에 잘 맞는 국제 논문 한 편이 작은 스타트업에게는 세계로 가는 문을 여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제대로 경험한 일이었다. 이후 에스투더블유는 자기계발을 장려하는 회사의 조직문화 안에서 구성원들이 보다 해외 학회에 연구 성과를 제출하거나 기술 연구 논문을 작성하는 데 힘을 쏟는 것을 더욱 장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