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더 이상 특정한 기술이 아니다. 모든 산업과 의사결정을 보이지 않게 움직이는 가장 기본적인 글로벌 운영 체계다. 저자는 비즈니스·금융·의료·교육·에너지, 그리고 일상의 디지털 환경에 이르기까지 AI가 스며드는 현실과 그것이 만들어갈 미래를 보여준다.
저자는 강연장에서 이렇게 묻곤 한다. “로봇이 당신의 고양이를 목욕시켜도 괜찮은가요?” 청중들의 대답은 언제나 ‘아니오’다. 이 단순한 질문은 AI가 확산되더라도 끝내 자동화할 수 없는 인간만의 역할이 존재함을 짚어낸다.
이 문제는 교육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AI를 활용해 과제와 시험을 손쉽게 해결하려는 흐름 속에서 우리는 어떤 부분을 평가해야 할까? 앞으로 인간의 능력을 평가하는 방식은 어떻게 달라지며, 과거로 회귀해 수기로 풀이하고 사고하는 능력은 어떤 의미를 갖게 될지 분석한다.
한편 AI는 또 다른 역설을 만든다.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이를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에너지를 요구한다. 그리고 그 에너지는 다시 경제와 권력의 중심으로 이동한다. 결국 AI 시대의 경쟁력은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을 지탱하는 에너지에서 결정된다고 진단한다.
저자는 데이터에 기반한 분석과 세계 유수의 기업·투자 기관·각국 정부를 자문하며 축적해 온 통찰을 바탕으로 금융·기술·에너지·의료·교육·비즈니스 전반에 걸쳐 AI 운영체제가 어떻게 인프라로 자리 잡는지를 짚어낸다. 그 결과, AI가 만들어 낼 변화의 윤곽은 물론, 기회와 책임이 어디로 향하는지까지 선명하게 드러난다.
■ 저자 제이슨 솅커
“블룸버그 공인 세계 1위 미래 전망 전문가, 국가안보와 경제전략의 최전선에 서 있는 미래학의 거장” 데이터에 기반한 정밀한 통찰로 미래를 설계하는 세계 최고의 미래 전략가다. 세계적인 경제 연구소 ‘프레스티지 이코노믹스(Prestige Economics)’의 대표이자 ‘퓨처리스트 인스티튜트(The Futurist Institute)’의 의장으로서, 글로벌 리더들이 다가올 변화를 선제적으로 대비하도록 돕고 있다. 2011년 이후 블룸버그 뉴스(Bloomberg News)가 선정한 유가·원자재·통화·고용 등 35개 이상의 경제 지표 부문에서 꾸준히 세계 1위 예측 전문가로 이름을 올리며 압도적인 정확성을 입증해 왔다. 강연은 1,250회 이상, TV 인터뷰는 1,000회를 넘었으며, 『제2차 냉전 시대』 『로봇 시대 일자리의 미래』 『코로나 이후의 세계』 등 총 38권의 저서와 편저를 출간했다. 이 가운데 16권이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며, 그의 영향력을 증명한다. 또한 링크드인 강좌는 150만 명 이상의 수강생이 선택하며 그의 전문성과 권위를 뒷받침하고 있다.
현재 그는 단순한 이론가를 넘어 국가와 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실전 전략가로 활약 중이다. 미국 국무부 자문위원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객원 연구위원을 맡고 있으며, 미 특수작전사령부 산하 합동특수작전대학교(JSOU) 교수로서 국가안보와 기술 패권을 강의한다. 또한 서울국제정책자문단에서 AI 및 신기술 분야 자문을 수행하며, 글로벌 정책과 전략의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 책은 그가 수십 년간 축적해 온 경제 예측 방법론과 안보전략을 집약한 결정판으로, AI가 인류의 새로운 운영체제가 된 이후의 세계를 가장 정밀하고 객관적으로 분석한 ‘최종 보고서’라 할 수 있다.
■ 역자 김익성
경희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행정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항공사와 콘텐츠 개발회사에서 근무했으며, 현재는 번역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싯다르타』 『마음 새로고침 365』 『독재자를 막을 것인가 만들 것인가』 『부처의 인생 수업』 『새뮤얼 스마일즈의 인생 수업』 『아리스토텔레스의 인생 수업』 『필터월드: 알고리즘이 찍어내는 똑같은 세상』 『결국 원하는 것을 얻는 사람들의 비밀: 예일대 최고의 인기 강의로 배우는 영향력의 규칙』 『프레스턴, 더 나은 경제를 상상하다』 『명상록(출간예정)』 『차라투스투라의 말(출간예정)』 등이 있다.
■ 차례
한국어판 서문
서문 _ AI 이후를 준비하는 리더의 조건
여는 글 _ 다가온 미래, 준비되지 않은 세계
1부. AI, 번영과 위기의 두 얼굴
1장. AI, ‘비가시성의 시대’가 온다
2장.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
3장. 위대한 전망, 그리 위대하지 않은 전망
4장. AI는 가장 유능한 신입 사원이다
5장. 일손 부족이 부른 AI 혁명
6장. 보이지 않는 노동력이 폭발하는 시대
7장. AI 의존이 불러올 치명적 위험
8장. 에이전틱 AI, 통제 없는 자동화의 위험
2부. AI의 도전에 맞서다
9장. AI 이후, ‘관계’가 경쟁력이다
10장. 당신의 시간은 어디에 쓰이고 있는가
11장. 평범함을 복제하는 기계
3부. AI 이후, 모든 것이 달라진다
12장. AI 이후 ‘금융’의 미래
13장. AI 이후 ‘기술’의 미래
14장. AI 이후 ‘에너지’의 미래
15장. AI 이후 ‘의료’의 미래
16장. AI 이후 ‘교육’의 미래
17장. AI 이후 ‘비즈니스’의 미래
18장. AI 이후 ‘도시’의 미래
4부. AI 이후의 미래 전략
19장. AI 이후 미래는 미래학자의 몫
20장. AI 이후, 미래를 읽는 네 가지 방법
21장. 연결된 세계 그리고 분열된 사회
22장. 리더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23장. 기업 이사회의 역할은 바뀌어야 한다
24장. AI가 전쟁의 균형을 바꾼다
감사의 말
AI는 아직 머나먼 미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신기술은 늘 과장되기 마련이고, 현실화하는 데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낙관은 시대의 낙오자를 만드는 안일한 사고일 뿐이다. 인터넷이 그랬고, 스마트폰이 그랬다. 변화를 과소평가한 사람들은 늘 뒤늦게 따라붙었고, 그 사이에 기회는 이미 다른 사람들의 몫이 되었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AI 역시 예외가 아니다. 문제는 변화의 속도가 아니라, 우리가 얼마나 빠르게 그리고 제대로 대응하느냐다.
AI, 번영과 위기의 두 얼굴
AI, ‘비가시성의 시대’가 온다
이 책의 핵심 주장은 분명하다.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는 더 이상 인공지능, 즉 AI를 주요 화제로 삼지 않게 될 것이다. 이렇게 예상하는 이유는 AI가 사라져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AI가 미래 경제의 초석이 되어 사람들이 AI를 특별하게 여기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AI는 컴퓨터, 인터넷, 휴대전화, 반도체, 마이크로프로세서와 함께 현대 기술을 떠받치는 주춧돌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사람들이 AI의 내부 작동 원리를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AI가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의 기본 구성 요소로 기능하게 된다는 점이다. AI는 우리 시대의 디지털·기술·경제 시스템 전반에 깊숙이 내장된 ‘보이지 않는 운영체제’가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AI 이후의 미래’다. AI가 사라진 세계가 아니라, 어디에나 존재하면서도 더 이상 의식되지 않는, 그런 세계다.
우리는 일상 대화에서 반도체나 마이크로프로세서, 내연기관을 거의 입에 올리지 않는다. 그것들은 이미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며, 그저 소리 없이 우리가 사용하는 기기와 자동차, 네트워크와 인프라를 작동시킬 뿐이다. 사람들이 그 작동 원리를 완벽히 설명하지 못한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그런 기술이 무엇을 가능하게 하는지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AI 비가시성(AI Invisibility)의 시대’, 즉 AI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배경으로 작동하는 시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AI는 도구와 플랫폼, 서비스, 그리고 업무 흐름 전반에 깊숙이 내장되어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되며, 어디에나 존재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말끝마다 AI를 언급하기보다는 AI가 만들어 낸 애플리케이션과 성과, 비즈니스와 경험을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즉, 그 기반에 놓인 AI 자체가 아니라, AI가 가능하게 한 결과가 우리의 관심과 언어의 중심이 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AI
기술 시대의 주요 혁신에 대한 역사적 관심도를 가늠하는 한 가지 방법인 구글 트렌드의 데이터와 그래프는 인공지능뿐만 아니라 아직 본격적으로 도입되지 않은 양자 컴퓨팅과 같은 기술의 미래에 대해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는 앞으로 실제로 전개될 흐름을 미리 엿볼 수 있게 해준다.
구글 트렌드 데이터는 2004년 이후 웹 검색의 상대적 관심도를 보여준다. 여기서 100퍼센트는 특정 시점의 역대 최고의 관심도를 나타낸다. 추세가 하락하면 웹 검색과 관심도가 줄었음을, 반대로 추세가 상승하면 관심도가 증가하고 있음을 뜻한다.
구글 웹 검색 데이터로 측정된 전 세계적 관심도는 어떤 기술이 여전히 놀라움을 안겨줄 만하고, 어떤 기술이 이제는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기술’이 되었는지를 통찰력 있게 보여준다. 예를 들어 “인터넷”이라는 검색어의 관심도는 2004년 1월 100퍼센트로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하락하여, 2025년 10월에는 32퍼센트 수준까지 떨어졌다.
“컴퓨터”의 구글 웹 검색량도 이와 비슷한 추세를 보인다. 2004년 1월 100퍼센트로 최고점을 찍은 뒤, 2025년 10월에는 26퍼센트까지 하락했다. “휴대전화”의 구글 웹 검색량은 2004년에 100퍼센트를 찍은 뒤 더욱 가파르게 하락하여 2025년 10월에는 16퍼센트 수준에 머물렀다.
이처럼 인터넷, 컴퓨터, 휴대전화는 더 이상 놀라운 기술이 아니다. 이미 일상에 완전히 스며든 기반 기술이 되었다. AI의 미래 역시 이와 유사한 길을 걸어갈 가능성이 크다. 2024년 1월 “AI”에 대한 전 세계 구글 웹 검색량은 최고점 대비 고작 2퍼센트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5년 9월 100퍼센트를 찍으면서 역대 최고점을 기록했다. 이러한 급격한 상승은 특히 2022년 말 챗GPT의 등장 이후 대중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확대되었음을 보여준다.
다만 모든 트렌드와 관심은 결국 정점을 지나기 마련이다. AI 검색량 역시 2025년 9월 정점을 찍은 뒤 같은 해 10월에는 87퍼센트로 하락했다. AI가 미래 경제의 토대로 자리매김함에 따라, 점차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AI의 정의나 작동 원리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 것이다.
아직 관심도가 정점에 이르지 못한 기술을 하나 꼽으라면, 바로 ‘양자 컴퓨팅 기술이다. “양자 컴퓨팅”에 대한 구글 웹 검색량은 2025년 10월 100퍼센트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양자 컴퓨팅 기술이 아직 완전히 개발되지도, 일상에 도입되지도 않은 상황임에도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양자 컴퓨팅이 본격적으로 확산되어 일상 속에 자리 잡으면 다른 기술과 마찬가지로 관심도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AI가 보이지 않는 미래
지난 3년간 수많은 기조연설과 이사회 발표 현장에서 사람들은 내게 이런 질문을 했다.
“혹시 우리가 AI 거품에 갇혀 있거나 과대한 기대를 하는 것은 아닌가?”
실제로 최근 몇 년간 블록체인처럼 과대 포장된 기술도 있었고, 나 역시 전작 『블록체인의 약속: 신기술의 약속과 과대 선전(The Promise of Blockchain: Hope and Hype for an Emerging Technology)』에서 이 문제를 다룬 바 있다.
하지만 AI는 단순히 과대 포장된 기술이 아니다. 실제로 시간과 인력, 비용이 많이 소모되던 영역에서 생산성을 크게 끌어올리며, 조직에 실질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새로운 기술이라고 해서 모두 컴퓨터나 인터넷, 휴대전화처럼 미래 산업과 경제를 결정짓는 중요한 동인이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AI는 경제의 판도를 뒤바꿀 기술 목록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결국 AI는 오히려 경제에 완벽히 통합되어, 보이지 않는 배경처럼 작동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이 오면, 우리는 더 이상 AI 자체를 특별히 언급하거나 주목하지 않게 될 것이다.
AI의 도전에 맞서다
AI 이후, ‘관계’가 경쟁력이다
AI는 이전 세대라면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수준의 분석 능력을 약속한다. 데이터 분석, 자료 조사, 보고서 작성, 업무 프로세스 자동화, 행정 업무 등 시간과 인력, 비용이 많이 소모되던 업무들을 훨씬 더 쉽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이는 끝이 보이지 않는 확장성까지 갖추고 있다. 무한한 분석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시대, 즉 모든 업무 프로세스를 증강하는 일종의 ‘디지털 초지능’을 활용하는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AI가 무대 뒤편에서 업무를 가속하는 동안, 무대 위에서는 전혀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다. 기술적·운영적 업무가 자동화될수록, 개인의 존재감은 오히려 더욱 중요해졌다. 고객을 직접 대면하는 역할의 가치는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처리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타인과 진정성 있고 의미 있는 관계를 얼마나 지속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다시 말해, AI 이후의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가치는, 사람들이 무엇을 알고 있는지가 아니라, 누구를 알고 있고, 어떻게 연결되어 있으며,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관계를 얼마나 잘 구축하느냐에서 비롯될 것이다.
2025년 6월, 퓨 리서치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절반이 AI로 인해 사람들이 의미 있는 관계를 맺기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보았다. 이러한 결과는 중요한 사실을 보여준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람들은 인간 사이의 기본적인 상호작용에 더 큰 불편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문자 메시지가 전화 통화를 대신하고, 알림이 대화를 대체한다. 디지털상의 ‘연결’이 ‘진정한 접촉’을 밀어내는 것이다.
AI가 단 몇 초 만에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분석을 내놓을 수 있는 시대에, ‘인간적’이라는 특징은 단순히 중요한 것을 넘어 결정적인 차별화 요소가 된다. 고객 대면 업무를 담당하는 전문가의 AI에 대한 차별화된 요소는 연산 능력이 아니라 존재감, 공감, 연결, 그리고 신뢰가 될 것이다. 내가 강연장에서 자주 말하는 것은 이것이다.
“AI는 존재감을 대체하지 못한다. AI는 친밀감을 대체하지 못한다. AI는 관계를 대체하지 못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기술적 한계가 곧 전문적 우위를 갖는 새로운 영역이 된다. AI의 세계에서는 ‘관계’가 당신의 직업을 지켜주는 훨씬 강력한 해자이자, 그것을 가속할 수 있는 증폭기가 된다.
2017년에 나는 이러한 변화의 조짐을 언뜻 엿보았다. 생성형 AI가 폭발적으로 성장해 주류로 자리 잡으려면 아직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했던 시기였다. 당시 함께 일하던 신입 분석가가 조사 과제를 두고 애를 먹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노동통계국 웹사이트에서 데이터를 찾을 수 있다고 정확히 알려주었고, 일주일 뒤에 업데이트되었으리라 기대하면서 진행 상황을 재차 확인했다. 그런데 그는 여전히 데이터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웹사이트에 나와 있는 담당자에게 전화해 봤어?”
그는 정말 의외라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는 것이 선택지가 될 수 있으며, ‘실제 전화번호’가 있는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이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는 생각 자체를 아예 떠올리지 못한 것이다. 나이 어린 수많은 전문가와 마찬가지로 전화를 거는 일이 누군가의 삶을 침해하는 부적절한 행동이나 거의 다름없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 탓에, 몇 분이면 얻을 수 있는 데이터를 찾느라 일주일을 통째로 허비해야 했다.
대화를 마치고 나서, 그는 마침내 전화를 걸어 곧바로 원하는 정보를 얻었다. 그러고는 마치 무슨 깨달음이라도 얻은 듯한 표정으로, 이 대단한 ‘비밀’을 동기들에게도 알려줄 참이라고 말했다. ‘무언가가 필요하면 그저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면 된다’라는, 이 비밀을 말이다. 지금 그는 성공한 기술 기업의 경영진이 되었고, 나는 그가 매우 자랑스럽다. 아마 그 역시 그 순간이 자신의 경력에서 가장 결정적인 순간이었다고 말하지 않을까.
결국 중요한 건 사람이다
AI는 검색할 수 있다. 요약할 수 있고, 분석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AI 모델도 실제 사람에게 손을 내밀거나 유대를 형성하거나 관계를 쌓아가는 가치까지 대신하지는 못한다. 그것은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나는 경력 초기에 타인과의 연결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웠다. 1996년 여름, 올랜도의 월트 디즈니 월드에서 열린 ‘디즈니 대학생 연수 프로그램’에서 일했을 때였다. 교육 기간 내내 거듭 강조된 한 가지 교훈이 있었다. 결국 중요한 건 ‘사람’이라는 점이다. 이 말은 그때도 옳았고, 지금도 여전히 옳다. 그리고 AI 시대에는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한 진리가 될 것이다.
분석 능력이 무한하다고 인간관계의 필요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것이다. AI를 통해 정보를 손쉽게 처리하는 만큼, 전문가는 기술이 할 수 없는 단 한 가지, 즉 타인과의 연결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한다.
AI 이후, 모든 것이 달라진다
AI 이후 ‘기술’의 미래
AI 이후 도래할 기술의 미래는 인공지능이 너무 보편화되어 아예 배경으로 사라져 버리는 미래다. 또한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서비스, 기기, 네트워크, 그리고 플랫폼 전반에 걸쳐, 모든 층 아래에서 당연한 전제로 작동하는 기본 요소이자 인프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전환은 이미 진행 중이며, 그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이나 예측 분석, 머신러닝, 초창기 데이터베이스 시스템 같은 과거의 여러 혁신이 등장했을 때, 이는 데이터를 활용해 가치를 만들어 내는 긴 연속선상에서 또 하나의 발걸음이었다. AI는 이러한 진화의 다음 단계다. 과거 기업들은 클라우드 전환이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구축에 집중했다. 그러나 오늘날 AI는 하나의 유행어처럼 소비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에는 ‘AI’를 언급하는 일 자체가 줄어들지도 모른다. AI가 우리 생활 전반에 깊이 뿌리내려 보편적으로 쓰이게 되면서, 더 이상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하고 당연한 기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데이터에서 가치를 추출하다
수십 년 동안 기술 도입을 이끌어온 핵심 주제는 단 하나, 바로 데이터다. 조직은 그동안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분석하여, 그 안에서 유의미한 시사점을 도출해 왔다. 그 형태가 어떻든, 모든 AI는 동일한 노력에 의존한다. 생성형 모델이든 에이전트형 시스템이든, 예측 분석이든 상관없이 AI는 데이터를 가져와 이를 하나의 가치 있는 결과물로 바꿔 놓는다.
이러한 흐름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AI가 가치 있는 결과물을 추출하는 규모와 속도가 이전의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압도적으로 커지고 빨라졌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많은 스타트업 창업자는 자사 제품 뒤에 있는 기술이 초보적인 분석에 지나지 않을 때조차, 해당 제품에 AI라는 딱지를 붙인다. 이런 딱지가 남용되더라도, 소프트웨어의 미래가 본질적으로 데이터 중심적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미래의 소프트웨어는 거의 모두 데이터 분석, 예측 모델링, 자율적 의사결정과 관련된 구성 요소를 갖추게 될 것이다.
보안은 점점 더 번거로워진다
현재는 어디에서나 AI를 찾아볼 수 있고 수집되는 데이터도 늘 국제적인 사이버 테러의 위협도 흔하게 발생하며, 양자 컴퓨팅에 기반한 암호해독 기술도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롭게 등장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인식별정보(PII), 금융 정보, 진행 중인 지식재산(Work In Progress Intellectual Property, WIP IP), 가치 있는 디지털 원본 자산, 온라인 플랫폼 접근 권한을 보호하기 위한 전 지구적 규범과 GDPR과 같은 법적 규제는 갈수록 복잡해질 것이다.
미래에는 더 명확한 해결책이 등장할 수도 있겠지만, 단기적으로 가장 유력한 대응은 인증 요구 횟수를 물리적으로 늘리는 방식일 것이다. 최근 몇 년간 비밀번호에 더해 문자나 이메일로 전송된 일회용 코드를 사용하는 2단계 인증(2FA)이 확산되었다.
이제는 2단계 인증에 더해 인증 앱 생성 코드까지 요구하는 3단계, 심지어 4단계 인증까지 등장하고 있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사이버 테러 위험도 함께 커지는 현실에서, 미래에는 과도해 보일 정도의 다단계 인증(MFA)이 일상화될 가능성이 크다.
일상을 빚어내는 보이지 않는 도구들
AI가 수많은 산업의 운영 체계로 자리 잡으면서, 개인과 기업은 기술의 세부 사항보다 그것이 만들어 내는 결과에 더욱 집중하게 될 것이다. 예컨대 우리는 컴퓨터 운영체제의 내부 구조를 깊이 이해하지 않아도 그것을 사용하고, 자동차 엔진이나 상하수도 시스템의 작동 원리를 몰라도 일상의 필수재로 의존하고 있다.
AI 역시 이러한 ‘보이지 않는 기반 기술’이 될 것이다. 이해하는 사람은 소수지만, 다수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일상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는 것이다. 대중이 더 이상 입에 올리지 않더라도, AI는 미래 경제를 떠받치는 초석으로서 그 가치를 계속해서 축적해 나갈 것이다. AI 이후의 기술 환경은 ‘조용하지만 어디에나 존재하는 편재성’으로 정의된다.
이렇듯 AI는 일상의 모든 곳에서 우리와 함께 움직이지만, 굳이 드러나지 않는다. 기술은 전면에서 더 큰 가치를 창출하면서도, 동시에 배경 속으로 깊이 스며든다. ‘인공지능’이라는 표현의 사용은 줄어들 수 있지만, AI가 미치는 파급력은 계속해서 커질 것이다.
AI 이후의 미래 전략
연결된 세계 그리고 분열된 사회
AI가 주도하는 세상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구축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시대적 과제다. 그러나 동시에, 디지털 방식으로 형성된 관계와 소셜미디어가 초래하는 위험을 관리하는 일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으며, 그 위험의 무게 또한 점점 커지고 있다.
AI가 바꾼 ‘진실’의 구조
현재 상황이 더욱 위험해 보이는 이유는, AI가 가짜 정보를 생성하고 확산시키는 속도를 비약적으로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적대 세력은 설득력 있는 거짓 정보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과거에는 그럴듯한 선동적 메시지를 만들어 내기 위해 전문 지식과 시간, 그리고 막대한 인력이 필요했다. 그러나 오늘날 생성형 AI 시스템을 활용하면 즉각적으로 사실처럼 보이는 이미지와 설득력 있는 서사, 조작된 증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AI 산출물은 단순히 분열을 증폭시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갈등의 씨앗을 뿌리고 새로운 균열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AI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사회 운동, 가상의 논란, 심지어 인위적인 공적 인물까지 생성할 수 있다. 이는 결국 현실 세계의 개인과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정치적·사회적 결과를 변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AI가 생성한 가짜 정보의 등장은 심리전의 양상이 근본적으로 변화했음을 의미한다. 전통적인 선동적 메시지가 여론을 바꾸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AI 기반의 선동적 메시지는 현실 인식 자체를 재구성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개인의 두려움과 편향, 취약성에 맞춰진 거짓 정보에 노출되면, 사람들은 서로 완전히 다른 정보 세계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이러한 개인화된 정보 환경에서는 서로 상충하는 정보를 조정하고 사회적 합의에 이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여기에 AI가 피드백 고리로 결합되면 그 영향력은 더욱 강력해진다. AI 시스템은 개인마다 어떤 감정적 자극이 가장 효과적인지를 빠르게 학습하고, 최대의 영향을 끌어낼 수 있도록 메시지를 정교하게 개인화한다. 그 결과 디지털 선동은 단순한 도구를 넘어, 정밀 유도 무기에 가까운 심리적 영향력의 수단으로 변화한다.
AI 시대, 인간 능력의 침식
소셜미디어 무기화의 여러 측면 가운데 가장 덜 주목받지만 치명적인 영향은 바로 이러한 무기화가 공감 능력과 창의성을 동시에 갉아먹어 사회를 조작에 더욱 취약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공감 능력의 소진은 폭격처럼 끊임없이 쏟아지는 위기와 분노, 그리고 갈등이 빚어낸 결과다. 사람들은 타인의 고통에 둔감해지고, 선동적 메시지는 도덕적 저항을 거의 유발하지 않은 채 더 쉽게 확산된다. 소셜미디어는 깊은 이해를 촉진하기보다, 분열을 더욱 공고히 하고 즉각적이고 양극화된 감정 반응에 익숙해지도록 사용자를 길들인다.
AI는 여기에 새로운 차원의 문제를 더한다. 가짜 관객과 가짜 댓글은 실제로 그런 집단이 존재하지도 않을 때조차 특정한 관점이 널리 지지받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딥페이크 영상은 일어난 적도 없는 사건을 실제로 일어난 것처럼 꾸미고, AI가 생성한 가상의 인플루언서는 실제 인간인 척하면서 은밀하게 여론을 몰아간다. 이러한 기술이 결합되어 가짜 합의를 조장하면, 사람들은 자신의 견해가 타당하며 다수가 지지하고 있다고 믿게 된다.
또한 소셜미디어는 사려 깊은 성찰보다는 감정적인 반응을 부추긴다. 이해를 넓히기보다 충동적인 반응을 강화하여 사회 분열을 심화하는 것이다. 창의성의 잠식 역시 현대 디지털 환경이 낳은 또 다른 불행한 결과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주의가 지속되는 시간을 줄이고, 깊이 있는 분석을 어렵게 만들도록 설계되어 있다. 입소문을 타고 폭발적으로 확산하는, 이른바 바이럴 콘텐츠는 대체로 복잡하고 지적인 탐구보다는 단순하고 감정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흐르기 쉽다. 여기에 AI 시스템이 참여도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최적화하면, 그 효과는 훨씬 극단적인 것이 될 수 있다. 그 결과 사람들은 감정을 자극하는 콘텐츠에 끊임없이 노출되고 길들여져서 결국 스스로 생각하거나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여지는 점차 줄어들게 된다.
인공지능은 가짜 정보를 더 빠르게 생산하고, 탐지는 더 어렵게 만들며, 심리적 파급력은 더욱 증폭시킬 것이다. 전장은 이미 바뀌었고, 전쟁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제2차 냉전 시대’에 진실과 국가 정체성, 디지털 회복력을 지키는 싸움이 자유 사회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인공지능에 대한 감시와 통제가 강화되는 이유이며, 기술적 철의 장막을 더욱 철저히 드리울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