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를 잘하면 관계가 달라지고, 설득을 잘하면 기회가 따라온다. 이 책은 고전 수사학의 대명사인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을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누구나 일상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대화법으로 풀어낸 책이다. ‘논리’와 ‘감정’ 그리고 ‘인성’이라는 세 가지 설득의 축을 실제 대화에 적용하는 구체적 방법을 소개하며, 특히 ‘토포스’(Topos)라는 설득 공식의 다양한 유형을 풍부한 예시와 함께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다.
일상에서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나를 지키며 대화하고 싶다면,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를 대하는 요령을 배우고 싶다면,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온라인에서 넘쳐나는 정보들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고 싶다면, 이 책을 통해 시대를 초월하는 대화와 설득의 원리를 터득할 수 있다.
■ 저자 다카하시 겐타로
저자 다카하시 겐타로는 요코하마에서 태어나 조치대학 대학원 문학연구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한문학을 전공했다. 어려운 고전과 사상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내는 데 탁월하다. 그의 대표작 ‘지지 않는 대화’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을 현대의 언어로 해설한 책으로, 단순한 내용 설명을 넘어 2,400년 전 고전을 현대의 삶에 적용할 수 있도록 새롭게 풀어내며 일본과 한국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현재 편집 프로덕션에서 다수의 서적을 제작한 경험을 바탕으로 고전과 명저를 독창적 관점에서 연구하고 집필하는 작업에 전념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인생의 8할은 설득이다’, ‘돌아보면, 아리스토텔레스’, ‘노자의 진실’, ‘귀곡자 완역’ 등이 있다.
■ 역자 양혜윤
역자 양혜윤은 상명대학교 일어교육과를 졸업하고 SBS 번역 과정을 수료했다. 일본 각지를 여행하며 여러 가지 체험을 했고, 현재는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지지 않는 대화’, ‘너와 나의 일그러진 세계’, ‘정년을 해외에서 보내는 책’, ‘100년 기업’, ‘하우징 인테리어’, ‘알기 쉬운 일본의 역사’ 등이 있다.
■ 차례
한국어판 서문: 아리스토텔레스가 알려주는, 말의 소용돌이에서 나를 지키는 법
들어가는 글: 사람을 설득하는 능력이 인생을 결정한다
단번에 이해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변론술
Chapter 1. 이천 년간 전해져 온 최고의 변론술: 변론술로부터 나를 지키는 방법
인류 역사상 가장 탁월한 설득의 기술
1분 만에 알아보는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자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
이천 년을 이어온 ‘말’의 고전, 《수사학》
아리스토텔레스 변론술을 배워야 하는 네 가지 이유
정리 노트
Chapter 2. 언제, 어디에서나 통하는 설득의 기술: 철학자처럼 평범한 말로 사람을 움직이는 법
철학자는 누구나 알 수 있는 평범한 말로 설득한다
인간은 옳은 말을 듣는다고 설득되지 않는다
설득하는 자신이 훌륭한 사람이라고 납득시켜라
듣는 사람의 감정을 설득의 기준으로 삼아라
타인을 설득하고 싶다면 먼저 타인을 인정하라
정리 노트
Chapter 3. 다투기도 전에 이기는 말의 공식: 아리스토텔레스처럼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법
변론술의 핵심, 생략삼단논법이란 무엇인가?
말과 논리는 간결할수록 단단해진다
‘개별적’이고 ‘구체적’일수록 설득력이 높아진다
토포스, 철학자가 마련한 설득의 필승 공식
정의의 토포스: 먼저 정의를 주입하라
반대의 토포스: 반대되는 성질을 설득에 활용하라
상관의 토포스: 여기에 해당하면 저기에도 해당한다
기결의 토포스: 선례와 역사를 활용하라
비교의 토포스: 비교를 근거로 설득하라
분할의 토포스: 알기 쉽게 쪼개라
선악의 토포스: 자신에게 유리한 쪽을 근거로 삼아라
본심과 포장의 토포스: 상대의 모순을 비판하라
비유의 토포스: 비례식으로 정당화하라
결과의 토포스: 의도보다는 결과를 강조하라
일관성의 토포스: 현재와 어긋나는 과거를 지적하라
억측의 토포스: 근거 없는 무의식을 근거로 활용하라
있을 수 없는 일의 토포스: 엉뚱하기에 오히려 그럴듯해진다
귀납의 토포스: 공통점을 찾아 법칙을 유도하라
또 하나의 논리적인 말의 기술, 예증
설득력을 높이려면 생략삼단논법에 예증을 보태라
정리 노트
Chapter 4. 듣는 사람을 장악하는 말의 심리학: 감정을 조종해서 대화를 지배하는 법
어떻게 말해야 듣는 사람의 감정을 조종할 수 있을까?
감정을 유도하려면 이것에 주의하라
분노: 청중의 마음에 고통을 강요하라
우애: 청중에게 남이 아닌 존재가 되어라
두려움: 공포에 사로잡히면 설득당하기 쉬워진다
부끄러움: 타인의 시선이 가진 무게를 활용하라
연민: 당신도 나와 같다는 감정의 이입을 유도하라
정리 노트
Chapter 5. 누구도 모르게 상대를 내 편으로 만드는 화법: 나를 빼어난 현자처럼 연출하는 법
‘좋은 사람’이 하는 말은 ‘좋은 것’처럼 들린다
덕이 있어 보이는 말은 좋은 말로 들린다
‘아름다운 것’으로 덕의 증거를 마련하라
프로네시스, 일상의 철학자처럼 말하라
프로네시스를 전달하는 법 1: 좋은 쪽을 따라 설득하라
프로네시스를 전달하는 법 2: ‘더 좋은 것’을 제시하라
부당한 공격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방법
정리 노트
Chapter 6. 금지된 말의 기술: 궤변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지혜
왜 금지된 말의 기술을 배워야 하는가?
금지된 말의 기술 1: 결론 같은 거짓 토포스
금지된 말의 기술 2: 다양성의 거짓 토포스
금지된 말의 기술 3: 분할과 합성의 거짓 토포스
금지된 말의 기술 4: 부대적 결과의 거짓 토포스
금지된 말의 기술 5: 조건의 거짓 토포스
정리 노트
나가는 글: 설득이란 상대방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한다
상대 마음을 움직이는 건 단순한 말솜씨가 아니에요. 논리와 감정, 그리고 사람됨을 잘 어우르면 어떤 대화도 새로운 길이 열려요. 일상의 소소한 설득부터 중요한 순간의 한마디까지, 상황에 맞는 전략을 익히면 관계는 깊어지고 기회는 넓어져요.
지지 않는 대화
언제, 어디에서나 통하는 설득의 기술: 철학자처럼 평범한 말로 사람을 움직이는 법
인간은 옳은 말을 듣는다고 설득되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다른 이를 설득할 수 있을까? 뒤집어 말하자면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 무엇에 설득될까? ‘설득’의 원리와 구조에 대해 조금 더 파헤쳐 보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설득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요소’에 의해 성립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1. 말하는 사람의 인성
2. 듣는 사람의 기분
3. 말에 담긴 내용의 올바름
세 번째인 ‘내용의 올바름’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애초에 이야기의 내용이 이상하다면 상대방을 설득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 함께 ‘인성’이나 ‘기분’이 설득의 중요 요소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의외라고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일상에서 이런 대화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1. “왠지 그 사람이 말하면 그럴듯하게 들리면서 믿음이 간다니까.”
2. “오늘은 부장님 기분이 좋아서 그런지 단번에 결재를 받았습니다.”
3. “그가 제시한 데이터와 의견에는 반박의 여지가 없다.”
첫 번째 예시는 말하는 사람의 인성에 의한 설득이다.
“평소에도 묵묵히 일만 하던 자네가 그렇게까지 나서서 반대하니, 이번 사업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 보겠네”나 “저쪽 담당자가 자네 일처리를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으니 분명 이번 미팅은 잘 될 거야”와 같이 말하는 사람이 듣는 사람에게 보여준 태도나 성품 등이 설득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인성에 의한 설득의 한 예시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초점을 바꿔 듣는 사람의 기분에 의한 설득이다.
“지금 부장님 기분이 안 좋아 보이니까 이 기획안은 나중에 보고하자고.” 사무실에서 한번쯤 들어 봤을 법한 말인데, 여기에는 듣는 사람의 현재 심리 상태가 설득의 성공 여부에 큰 영향을 준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세 번째는 내용의 올바름에 의한 설득이다. 흔히 이야기하는 ‘반론의 여지가 없는 의견’이나 ‘어떻게 생각해도 그것이 옳은 의견’과 같은 상황이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누군가를 설득하다 보면 종종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제시하는 의견이 합당한데 벽에 부딪힌 것처럼 튕겨 나가는 것 같다’라고 불평하는 경우가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빌리자면 ‘이야기하는 내용만 옳다면 상대를 설득할 수 있다, 나아가 상대는 반드시 설득당해야만 한다’라는 생각 자체가 착각이다.
설득하는 자신이 훌륭한 사람이라고 납득시켜라
누가 한 말이라고 해도 바른 것은 바른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당연한 사실이 현실에서는 달라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지각이란 그저 회사에 늦게 도착한 게 아니야. 회사와 나눈 약속을 어긴 것이라고.”
누구나 할 수 있는 당연한 말 같지만 그 말을 꺼낸 사람이 평소 지각을 자주 해왔다면 설득력을 잃는다. 설득에서 말하는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다시 말해 ‘말하는 사람이 어떤 성품’을 가졌는지가 그만큼 중요하다.
듣는 사람의 감정을 설득의 기준으로 삼아라
텔레마케팅 분야에서 손꼽히는 영업자 한 분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때 그에게 들었던 노하우 가운데 하나는 ‘휴일이 끝난 다음 날, 상대방의 컨디션이 가장 좋은 월요일 아침에 전화를 거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같은 내용의 홍보일지라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상대방의 기분이 긍정적일 때와 피로에 찌들어 우울할 때의 반응이 전혀 달랐다고 한다. 당시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문득 앞서 언급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이 떠올랐다.
그런데 아리스토텔레스가 이야기하는 ‘듣는 사람의 기분’과 상대방의 기분을 살피는 텔레마케팅의 노하우 사이에는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변론술에 의한 설득을 조금 더 ‘적극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설명하는 변론술에 의한 설득이란, 앞에서 사례로 든 ‘월요일 아침, 기분 좋은 사람’처럼 설득하기 쉬운 기분을 가진 특정한 사람들을 가려서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변론술을 통해 듣는 사람의 감정을 말하는 사람에게 유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청중의 감정을 적극적으로 조종해서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며 감정에 대해 철저하게 분석했다.
타인을 설득하고 싶다면 먼저 타인을 인정하라
지금까지 설득의 삼대 요소 가운데 ‘이야기하는 사람의 인성’과 ‘듣는 사람의 기분’에 대해 소개했다. 사실 이 두 가지는 변론술에서 비논리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부터 다룰 ‘내용의 올바름’은 변론술의 삼대 요소 가운데 유일하게 논리적인 부분이다.
다소 거칠게 말하자면 토론에서는 ‘진실’이 ‘모두에게 그렇게 생각되는 상식’에 비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변론술에서 이야기하는 ‘논리적인 화법’이란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듣는 상대방의 상식을 출발점으로 삼아, 그 시작 지점에서부터 상대방이 납득할 수 있는 이야기로 무리 없이 전개를 이어 나가 자신이 의도한 결론에 이르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나만이 옳다는 생각을 버릴 때 논리가 시작된다
또한 ‘진실이나 정답은 하나가 아니다’라는 태도를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 현실에서는 상반된 의견이 충돌했을 때 옳고 그름이 분명하게 나뉘지 않고 두 의견이 양립하는 경우도 흔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즉 변론술에서는 우선 반대 의견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반대 의견이 가진 논리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목적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듯 어떤 사물이나 현상의 진면목을 다면적으로 살펴보고, 나아가 반대 의견이 바르게 성립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려는 데 있다. 그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자신의 의견이 반대 의견보다 ‘더 바르다’고 설득할 수 있다. 이것이 실제 토론에서 요구되는 ‘논리적인 화법’의 기본자세라고 할 수 있다.
다투기도 전에 이기는 말의 공식: 아리스토텔레스처럼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법
변론술의 핵심, 생략삼단논법이란 무엇인가?
논리적이라면 옳은 것처럼 들린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논리적인 화법에 두 가지 방식이 있다고 말했다. 바로 ‘생략삼단논법’과 ‘예증’이다. 두 가지 용어 모두 낯설게 들릴 것이다.
‘생략삼단논법’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청중을 설득하기에 가장 유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듯 변론술의 핵심이자 대표적인 형식이다. 생략삼단논법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설득을 위한 추론’이다. 여기서 추론이란 어떤 근거를 바탕으로 아직 분명하지 못한 사실에 대해 ‘아마도 이럴 것이다’라고 가정하고 논의를 전개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생략삼단논법이란 아직 모르거나 분명하지 못한 것에 대해 말할 때 근거로부터 자신이 의도하는 결론을 유도하는 설득법이다. 알기 쉽게 실제 대화에 대입해서 살펴보자.
1. “그는 우수한 사람이야. 그러니까 이번 프로젝트도 멋지게 성공시킬 거야.”
이처럼 ‘OO이기 때문에 XX이다’라는 형태가 바로 생략삼단논법의 기본형이다.
2. “영화관이 오늘 쉬는 날이라면 가 봤자 소용없어.”
이처럼 ‘OO라고 한다면 XX라는 것이 된다’라는 형태는 생략삼단논법의 발전형으로, 전제가 가정의 형태를 가진다.
3. “범인은 바로 그다. 왜냐하면 목격자가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XX이다. 왜냐하면 OO이기 때문이다’라는 형태로 전개하는 방식도 있다. 이는 결론과 근거의 순서를 뒤집은 형태다.
한마디로 말해서 OO라는 근거를 바탕으로 ‘따라서 XX이다’ 또는 ‘그러므로 XX일 것이다’라고 주장하는 화법은 모두 생략삼단논법이다. 뒤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이와 같이 ‘따라서 XX이다’에서 ‘XX’ 부분에 자신의 주장을 집어넣으면 나도 모르는 새 설득력이 높아지게 된다.
토포스, 철학자가 마련한 설득의 필승 공식
지금까지 생략삼단논법을 활용해 상대방을 설득하는 방법과 주 의해야 할 사항들에 대해 설명했다. 그 중에는 지극히 당연하다고 생각될 만한 내용들도 있었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이 가진 탁월함은 이처럼 얼핏 당연해 보이는 주장이나 반론을 위한 설득 방식의 유형들을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분석해서 소개해준다는 데 있다. 이와 같이 아리스토텔레스가 정리한 설득 방식의 유형들을 가리켜 ‘토포스’라고 한다.
정의의 토포스: 먼저 정의를 주입하라
가장 먼저 소개하는 토포스는 ‘정의의 토포스’다. 주장하고 싶은 것을 이야기할 때 ‘A란 B다’라는 뜻매김을 사전에 주입한 다음 이어서 ‘따라서 XX이다’라고 전개함으로써 설득력을 높이는 방식이다. 다음에 나오는 사례를 살펴보자.
1. “인생은 시련의 연속이다. 따라서 기대와는 다른 결과를 맞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더욱 열심히 하자.”
2. “우리 회사에서 모든 임직원은 가족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급여를 함부로 삭감할 리가 없다.”
두 주장은 단순히 ‘좌절하지 말고 더욱 열심히 하자’나 ‘급여를 함부로 깎을 리가 없다’라고 주장하는 것보다 설득력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논리의 구조를 분해하면 1번 사례는 ‘인생(A)이란 시련의 연속(B)이다’라는 정의를 일단 제시해 두고, 그것을 근거로 ‘기대와는 다른 결과를 맞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더욱 열심히 하자’라는 논리로 전개되고 있다.
2번 사례 또한 ‘임직원(A)은 가족(B)이나 마찬가지다’라는 정의를 사전에 주입한 다음 가족처럼 소중한 사람들의 ‘급여를 함부로 삭감할 리가 없다’라는 결론으로 자연스럽게 이어가고 있다.
참고로 아리스토텔레스가 이야기하는 ‘정의’란 ‘지시하는 사항에만 해당되는 고유의 설명으로, 그 본질을 나타내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토론이나 설득에 동원되는 논리에서 중요한 핵심은 엄밀한 의미에서 정의인지 아닌지보다는 ‘청중이 과연 납득할 만한 정의’인가 하는 것이다.
반대의 토포스: 반대되는 성질을 설득에 활용하라
다음으로 소개할 토포스는 ‘반대의 토포스’다. 반대의 토포스는 ‘반대하는 것에는 반대의 성질이 있는 법이다’라는 전제를 세움으로써 주장에 논리적인 설득력을 만들어내는 패턴이다. 다음의 예시를 살피면서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1. “이 아이디어는 라이벌 OO사에 큰 타격을 줄 겁니다. 즉 OO사와 경쟁하는 우리 회사에는 큰 이익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그 아이디어를 반드시 채택해야 합니다.”
반대의 토포스란 ‘A는 B다. 따라서 A의 반대는 B의 반대가 된다’라는 형태를 활용해 상대를 설득하는 방식이다. 1번 예시는 ‘라이벌 회사(A)에는 손해(B)다. 따라서 A의 반대인 우리 회사에는 B의 반대인 이익이다’라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 토포스를 사용해 설득할때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지금까지 토론의 전제는 내가 아닌 상대방이 납득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반복해서 설명해 왔다. 토포스를 활용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즉 1번 예시라면 ‘이 아이디어는 라이벌 OO사에 큰 타격을 준다’라는 전제를 상대방이 납득하지 못하고 “글쎄, 별로 큰 타격은 아닐 것 같은데?”라고 회의적으로 반응한다면, 더 이상의 설득은 어려워진다. 그러므로 반대의 토포스를 사용할 때에도 그 전제 또한 설득해야 할 상대가 납득하는 것이어야만 한다.
귀납의 토포스: 공통점을 찾아 법칙을 유도하라
‘귀납’이란 다수의 개별적인 사례에서 공통점을 찾아 보편적인 법칙을 유도해내는 방법이다. 오늘날에도 귀납법은 연역법과 대비되는 형태로 널리 쓰이는데, 이러한 방식은 이미 아리스토텔레스가 살았던 시기부터 있어 왔다. 다만 사고의 도구로서 모든 분야에 귀납법을 적용한 사람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처음일 것이다.
1. “요즘 편집장님이 다이어트 특집이나 디저트 카페 탐방, 별자리 점 같은 기획만 받아들이고 있는데, 잡지 방향을 아예 여성지 쪽으로 잡아나갈 생각인가?”
2. “아주 중요한 결전의 날에는 공을 던질 때 항상 오른쪽 다리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지역대회 결승전 때도, 현 대표 결정전 때에도, 갑자원에 진출했을 때에도, 잘된 시합에서의 투구 동작은 항상 오른쪽 다리부터였습니다.”
1번 예시의 경우 ‘다이어트 특집 기획이 채용되었다’, ‘디저트 카페 탐방 기획이 채용되었다’, ‘별자리 점 기획이 채용되었다’라는 개별적인 정보들 사이에서 여성 독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찾아 ‘잡지 정체성을 여성지로 전환할 예정이다’라는 법칙을 유도했다. 이것이 바로 귀납의 토포스다.
사례는 많아야 하고, 반례는 없어야 한다
물론 징크스가 맞지 않는 경우가 많듯이 귀납으로 유도된 법칙 또한 절대적이지는 않다. 그러나 현실에서 올바르게만 사용한다면 충분한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올바른 사용법’이란 무엇이며, 귀납의 토포스를 올바르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신경 써야 할까?
첫째, 충분한 양의 개별 사례를 준비한다.
예를 들어 50명이 소속된 동네 야구팀에서 장타력을 가진 두 사람을 예로 들면서 ‘이 팀에는 홈런 타자가 많다’는 법칙을 유도해 주장해 봤자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 누군가 “다른 선수들은 어떤데?”라고 반론하면 법칙은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귀납에 의한 토포스는 예시가 지나치게 적으면 설득력을 잃는다.
둘째, 반례가 없는지 확인한다.
반례란 유도된 법칙에 해당하지 않는 사례를 가리킨다. 1번 예시를 두고 이야기하자면 “여성들이 좋아할 법한 소재들 중에서 패션 기획은 통과되지 않았잖아?”라는 반론이 나오는 순간 설득력은 떨어진다. 반례는 단 하나만 있어도 귀납법을 무너트리는 데 충분한 힘을 발휘한다. 그러니 항상 이 점에 주의하도록 하자.
또 하나의 논리적인 말의 기술, 예증
나아가 생략삼단논법 외에도 또 하나의 논리적인 화법을 소개했다. 바로 ‘예증’이다. 예증이란 어떤 것을 주장하고 싶을 때 몇 가지 유사한 사례를 제시함으로써 주장이 참임을 증명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앞서 나온 귀납의 토포스에 의한 생략삼단논법과 똑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예증은 얼핏 귀납을 바탕으로 삼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는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금 다른 차이점을 찾을 수 있다.
예증이란 개별 사례로 개별 사례를 주장하는 것이다
그 차이에 대해 아리스토텔레스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예증은 결론 지어진 숙제에 대해 ‘부분의 전체에 대한 관계’도 아니고, ‘전체의 부분에 대한 관계’도 아니며, ‘전체의 전체에 대한 관계’도 아니다. 예증은 ‘부분의 부분에 대한 관계’이자, ‘비슷한 것의 비슷한 것에 대한 관계’에 있다.”
인용문에 나온 ‘부분의 전체에 대한 관계’를 이용한 논법이란 다음에 나오는 예시처럼 각각의 경우로부터 보편적인 주장을 끄집어내는 형식으로, 귀납의 토포스와 같다.
1. “그 양도, 이 양도 모두 털북숭이다. 그러니까 양이라는 동물은 털북숭이일 것이다.”
다음으로 ‘전체의 부분에 대한 관계’를 이용한 논법이란 다음에 나오는 예시처럼 보편적인 명제에서 개별적인 주장을 유도하는 형식을 가리킨다.
2. “모든 양은 털북숭이다. 따라서 이번에 오는 양도 털북숭이일 것이다.”
이어서 ‘전체의 전체에 대한 관계’를 이용한 논법이란 다음에 나오는 예시처럼 보편적인 명제에서 보편적인 명제를 결론짓는 형식을 의미한다.
3. “모든 동물은 감각을 갖는다. 그러므로 모든 양도 감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다루는 ‘예증’이란 앞에서 소개한 세 가지와는 다르다. 다시 말해 다음에 나오는 예시에서 확인할 수 있듯 ‘부분의 부분에 대한 관계’이자 ‘비슷한 것의 비슷한 것에 대한 관계’를 이용한 논법이다.
4. “일본의 양은 털북숭이다. 그러니까 뉴질랜드의 양도 털북숭이일 것이다.”
이것은 바꿔 말하면 ‘구체적인 개별 사례를 근거로 구체적인 개별 사례를 주장하는 것’과 같다. 오늘날 우리가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상황에 빗대자면 다음과 같다.
5. “이번에 교토 지점장으로 발령이 났다며? 그럼 본사 임원이 되는 것도 시간문제겠네. 요시다 씨도 교토 지점장을 거친 다음 본사 임원이 되었고, 하마다 씨도 똑같은 코스로 승진했잖아?”
5번 예시에서는 ‘요시다는 교토 지점장 후에 본사 임원이 되었다.’ ‘하마다도 교토 지점장 후에 본사 임원이 되었다’라는 두 개의 개별 사례를 근거로 들어 ‘당신 또한 교토 지점장을 거쳐 본사 임원이 될 것이다’라는 추측을 내놓았다. 여기에는 근거와 결론을 연결 짓는 ‘교토 지점장을 거쳤던 모든 직원은 본사 임원이 되었다’라는, 귀납을 통해 유도해야 할 보편적인 명제가 생략되어 있다.
이와 같이 ‘예증’은 근거와 결론을 잇는 보편적인 명제를 생략하고 개별적인 사례를 근거로 직접 개별 사례를 설명하며 주장을 전개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 * *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