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인생수업
 
지은이 : 홍자성 (지은이), 정영훈 (엮은이), 박승원 (옮긴이)
출판사 : 메이트북스
출판일 : 2025년 08월




  • 명나라 말기의 잠언집 『채근담』을 오늘의 언어로 풀어냈습니다. 단순히 고어를 현대어로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한문 고전 특유의 어투와 번역투, 형식적인 표현을 과감히 걷어냈지요. 또한 별도의 목차 없이 단순 나열식이었던 기존 원문의 구성을, 현대 독자의 삶과 연결되도록 6개의 주제별 장으로 재편했습니다.


    채근담 인생수업


    마음이 바뀌면 인생이 달라집니다

    마음이 밝으면 빛이 되고, 어두우면 그림자가 드리웁니다

    마음이 빛나고 밝으면 어두운 방 안에서도 푸른 하늘이 있을 것이고, 생각이 어둡고 어리석으면 빛나는 태양 아래에서도 못된 귀신이 나타납니다.


    괴로움 속에서도 기쁨을 찾고, 뜻을 이룬 뒤엔 슬픔이 옵니다

    괴로운 마음속에서도 오히려 마음을 기쁘게 해주는 정취를 얻을 수 있고, 자신의 뜻이 이루어졌을 때는 도리어 그 뜻을 잃는 슬픔이 따라올 수 있습니다.


    병은 깊은 곳에서 시작되니 겉보다 속을 먼저 살펴야 합니다

    간에 병이 생기면 눈이 흐려지고, 콩팥에 병이 들면 귀가 들리지 않습니다. 병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깊은 곳에서 시작하지만, 결국 겉으로 모습을 드러냅니다. 마찬가지로, 남의 시선이 닿는 곳에서 허물을 숨기려 하기보다는,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스스로를 지키는 것이 가장 먼저입니다.


    조급한 성질은 불길 같고, 차가운 마음은 얼음 같습니다

    조급한 성질은 뜨거운 불길과 같아 만나는 것을 태워 버립니다. 인정이 없는 사람은 차가운 얼음과 같아 무엇을 만나든 반드시 얼려 죽입니다. 꽉 막히고 고집스러운 사람은 고인물이나 썩은 나무와 같아서 생기가 이미 끊어져 있으니, 이 모두는 공로를 세우기도 어렵고 복을 오래 이어가기도 어렵습니다.


    말이 자연스러우면 인품도 본연의 빛을 냅니다

    말과 문장이 최고의 경지에 이르면 별다른 기교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알맞고 자연스러울 뿐입니다. 사람의 인품이 최고의 경지에 이르면 특별히 돋보이는 무엇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본연의 모습이 드러날 뿐입니다.


    사소한 일도 허투루 말고, 어두움 속에도 진실해야 합니다

    사소한 일에서도 허투루 하지 않고, 어두운 곳에서도 속이거나 숨기지 않으며, 모든 것이 무너져갈 때에도 나태하거나 함부로 하지 않아야 비로소 진정한 영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분노와 욕심이 치밀어도 마음만 바꾸면 달라집니다

    분노와 욕심이 치밀어도, 그것을 깨닫고 마음을 바꿀 수 있습니다. 깨닫는 자와 행하는 자는 다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마음을 단호히 바꿀 수 있다면, 사악한 마귀 같은 마음조차도 참된 마음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마음을 바꾸면 어둠도 빛으로 바뀝니다.


    마음은 우주의 운행처럼 막힘없이 흘러야 합니다

    비 갠 날의 푸른 하늘도 갑자기 변해 천둥과 번개가 몰아칠 수 있고, 거센 비바람도 어느새 걷혀 밝은 달과 맑은 하늘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기운의 흐름은 털끝 하나만큼도 막힌 적이 없고, 우주의 운행 또한 한 치의 지체도 없습니다. 사람의 마음도 본래 이처럼 막힘없는 흐름을 지녀야 합니다.



    사람과의 관계는 태도에서 갈립니다

    남의 허물은 덮고, 내 마음은 덕으로 채웁니다

    남의 사소한 잘못을 꾸짖지 않고, 남의 사적인 비밀을 들추지 않으며, 남의 지난 잘못을 마음에 두지 않아야 합니다. 이 세 가지를 지키면 덕을 기를 수 있고, 해로움도 멀리할 수 있습니다.


    덕을 베풀되 흔적 없이, 은혜를 주되 기대 없이

    원망은 덕을 베풀 때 생겨나기 쉬우므로, 남이 나를 덕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게 하는 것보다는 덕도 원망도 남기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원수는 은혜로 인해 생기기 쉬우므로, 내 은혜를 기억하게 하는 것보다는 은혜도 원수도 없이 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지나친 호의보다는 작은 정성이 감동을 줄 수 있습니다

    천금을 써도 잠깐의 환심을 사기 어려울 때가 있는가 하면, 한 끼 밥으로도 평생 잊지 못할 감동을 줄 수 있습니다. 사랑이 지나치면 오히려 원한으로 돌아갈 수 있고, 아주 각박하게 대했어도 오히려 고마움으로 남을 때도 있습니다.


    스스로를 앞세우지 말고, 한쪽 말에 휘둘리지 마십시오

    한쪽 말만 믿고 간사한 꾀에 속지 말고, 스스로를 내세워 객기에 휘둘리지 마십시오. 자신의 장점을 앞세워 남의 단점을 들추지 말고, 스스로 서툴다고 해서 남의 능력을 시기하지 마십시오.


    남의 허물은 감싸고, 완고함은 부드럽게 다스리세요

    남의 단점은 부드럽게 덮어주고 살며시 메워주어야 합니다. 그것을 들추어내고 드러내려 한다면, 결국 자신의 단점으로 남의 단점을 공격하는 셈입니다. 남의 완고함은 따듯하게 타일러서 바르게 이끌어야 합니다. 화를 내고 미워한다면, 자신의 완고함으로 남의 완고함을 고치려는 것이 됩니다.


    속은 줄 알아도 드러내지 말고, 모욕받아도 흔들리지 마십시오

    남이 나를 속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려도 굳이 말로 드러내지 않고, 남에게 모욕을 당해도 얼굴빛 하나 바꾸지 않는다면, 그 속에는 헤아릴 수 없는 깊은 뜻이 담겨 있고, 이루 말할 수 없는 유익함이 따르게 됩니다.


    경계는 하되 해치지 말고, 의심은 줄이고 살핌은 더하십시오

    “남을 해치려는 마음은 가져서는 안 되지만, 남을 경계하는 마음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말은 지나치게 안이해지는 것을 경계한 말입니다. “차라리 남에게 속을지언정, 섣불리 남을 의심하지 말라”는 말은 과도한 살핌이 의심으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한 말입니다. 이 두 태도를 지키면, 생각은 명료해지고 덕은 깊어집니다.


    몸가짐은 너무 깔끔하게 유지하지 말고, 착함과 나쁨 모두 품으십시오

    몸가짐은 지나치게 깔끔하게 유지해서는 안 되며, 모든 더러움과 부끄러움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람들과 사귈 때에도 너무 엄격하거나 분명한 잣대를 들이대지 말고, 모든 착함과 나쁨, 현명함과 어리석음을 포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최고 경지에 오른 사람은 걱정도, 의심도 없습니다

    최고의 경지에 오른 사람은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걱정하겠습니까? 어리석은 사람은 식견과 지혜가 없어 함께 학문을 논하고 공적을 세울 수 있습니다. 오직 어중간한 재주를 가진 사람은 생각과 지식이 많아질수록 억측과 의심도 많아져, 일마다 함께하기 어렵습니다.



    원칙 있는 삶이 사람의 중심을 세웁니다

    자신을 지키는 올곧음이 남을 기쁘게 하는 것보다 낫습니다

    자신의 뜻을 굽혀 남을 기쁘게 하는 것은, 차라리 스스로를 올곧게 지켜 남이 꺼리는 편만 못합니다. 착한 일을 한 것도 없이 남에게 칭찬을 받는 것은, 차라리 나쁜 일을 하지 않았는데 남에게 꾸지람을 듣는 편만 못합니다.


    여러 사람이 의심해도 자신의 뜻을 꺾지 마십시오

    여러 사람이 의심하한다고 해서 자신의 뜻을 꺾지 말고, 자기 생각만 믿고 남의 말을 가볍게 여기지도 마십시오. 사사로운 작은 은혜를 베풀다 큰 뜻을 훼손하지 말고, 공적인 명분을 빌려 개인적인 감정을 채우려 해서도 안 됩니다.


    마음을 억지로 바꾸려 말고, 혼란만 걷어내면 됩니다

    물은 물결이 일지 않으면 저절로 고요해지고, 거울은 가리는 것이 없으면 저절로 밝아집니다. 마음 또한 애써 맑게 하려 할 필요는 없습니다. 혼란함만 걷어내면 맑음은 저절로 드러나고, 기쁨도 억지로 구할 필요가 없습니다. 괴로움만 덜어내면 기쁨은 자연히 따라옵니다.


    감정이나 지식으로만 이해하면 깨달음이 얕아집니다

    생각나는 대로 일을 벌이면 시작하자마자 그만두게 되어, 멈추지 않는 수레바퀴와 다를 바 없습니다. 감정이나 지식으로만 이해하면 일시적인 깨달음에 그치고 곧 혼란에 빠지기 쉬워, 결국 늘 밝게 빛나는 등불이 되지 못합니다.


    너무 검소해도 안 되고, 너무 겸양해도 안 됩니다

    검소는 아름다운 덕성이지만, 지나치면 쩨쩨하고 인색해져 도리어 바른 도리를 해칩니다. 겸양은 아름다운 행동이지만, 지나치면 쩔쩔매고 조심스러워져 꾸미려는 마음이 많아집니다.


    기운이 평온한 사람에게는 온갖 좋은 일이 생깁니다

    성미가 조급하고 마음이 거친 사람은 한 가지 일도 이루기 어렵지만, 마음이 온화하고 기운이 평온한 사람에게는 온갖 복이 자연히 모여듭니다.


    길이 위태롭고 험하면 위험을 피해야 합니다

    바람이 세차게 불고 비가 쏟아지는 곳에서는 다리를 단단히 지탱해야 하며, 꽃향기가 진하고 버들가지가 고운 곳에서는 눈높이를 높게 가져야 합니다. 길이 위태롭고 험한 곳에서는 머리를 빠르게 돌려 위험을 피해야 합니다.


    이유 없이 얻은 복과 재물은 반드시 화를 부릅니다

    분수에 맞지 않는 복과 이유 없이 얻은 재물은, 조물주의 낚시미끼이거나 세상 사람들이 파놓은 함정일 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눈을 높여 바라보지 못하면, 그 덫에 빠지지 않고 버티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받고 누리는 것은 분수를 넘지 말아야 합니다

    총애와 이익에 있어서는 남보다 앞서려고 하지 말고, 덕행과 업적에 있어서는 남보다 뒤처지려 하지 마십시오. 받고 누리는 것은 분수를 넘지 말고, 수양과 실천은 분수 안에서 줄이지 말아야 합니다.


    완전한 명성을 혼자 차지해선 안 됩니다

    완전한 명성과 아름다운 절개는 혼자 차지해서는 안 되니, 조금이라도 나누어 남에게 베풀어야 손해를 멀리하고 몸과 마음을 온전히 지킬 수 있습니다. 치욕스러움 행위와 더러운 이름은 남에게만 미루어서는 안 되니, 조금이라고 끌어안아 자기 것으로 받아들여야 영광을 간직하고 덕을 기를 수 있습니다.



    욕망과 집착을 좇다 보면 결국 길을 잃습니다

    욕망은 가볍게 시작되어도 금세 깊은 덫이 됩니다

    욕망과 관련된 일은 잠깐의 편리함에 기뻐하다 보면, 손끝에만 스쳐도 어느새 깊이 빠져들게 됩니다. 반면, 도리에 관한 일은 조금만 어렵다고 피하려 들면, 금세 도리에서 멀어지게 됩니다.


    도리를 따를수록 마음이 트이고 욕망을 좇을수록 길이 막힙니다

    하늘의 도리로 가는 길은 매우 넓어, 잠시라도 마음이 그 길을 따르며 노닐면 가슴속이 곧 넓어지고 밝아집니다. 반면, 사람의 욕망으로 가는 길은 매우 좁아, 조금이라도 발을 들이면 눈앞이 온통 가시덤불과 진흙탕이 되고 맙니다.


    욕망이 고개를 들기 전에 곧장 마음을 되돌리세요

    생각이 일어난 바로 그 자리에서 욕망의 길로 흘러가고 있음을 문득 깨달았다면, 즉시 도리의 길로 끌고 와야 합니다. 한 번 일어난 생각을 바로 알아차리고, 알아차리는 즉시 되돌리는 이 과정이야말로 전화위복과 기사회생의 핵심입니다. 절대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됩니다.


    내 마음이 크면 모든 것이 가벼워집니다

    마음이 넓으면 아무리 많은 돈도 질그릇처럼 가볍게 여깁니다. 마음이 좁으면 머리카락 하나도 수레바퀴처럼 무겁게 여깁니다.


    마음의 크기만큼 삶의 흐름이 달라집니다

    어진 사람은 마음이 너그럽고 열려 있어 복을 후하게 받고 기쁜 일이 오래 지속되며, 일마다 너그럽고 열린 기상을 이룹니다. 반면, 비루한 사람은 생각이 좁고 급해 복이 박하고 은택이 오래가지 못하며, 모든 일이 작고 급박하게 진행됩니다.


    삶에도, 죽음에도 품격 있는 자취를 남기세요

    살아 있는 동안에는 마음을 너그럽게 열어두어 사람들이 불평하거나 탄식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죽은 뒤에는 은혜와 덕이 오래도록 전해져 ‘그분이 남긴 은혜가 끝이 없다’고 사람들이 생각하게 해야 합니다.


    서두르지 않으면 더 멀리 날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엎드려 있던 것은 반드시 높이 날게 되고, 먼저 핀 것은 오히려 유독 더 빨리 시듭니다. 이런 이치를 알게 되면, 헛디딜까 두려워 조급하게 움직이거나 성급한 마음으로 앞서 나가려는 생각을 덜 수 있습니다.



    지나침 없는 조화가 삶의 균형을 만듭니다

    넉넉함은 크기에 있지 않고 느낄 줄 아는 마음에 있습니다

    정취를 느끼는 일은 많이 가졌느냐에 달린 것이 아닙니다. 화분만 한 연못과 주먹만 한 돌 사이에도 안개와 노을은 충분히 깃들 수 있습니다. 좋은 경치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닙니다. 쑥으로 만든 창, 대나무로 엮은 집에서도 바람과 달빛은 늘 넉넉하게 머뭅니다.


    넓고 한가로운 세상도 조급한 마음엔 답답할 뿐입니다

    세월은 본래 넉넉하게 흐르지만 조급한 사람은 시간이 촉박하다고 느낍니다. 천지는 본래 한없이 넓지만 비루한 사람은 세상이 좁다고 여깁니다. 바람과 꽃, 눈과 달은 본래 한가로운 것이지만 아등바등 사는 사람은 그것들을 쓸모없다고 치부합니다.


    분주함을 돌아봐야 고요함의 가치를 알게 됩니다</P> 냉정한 시선으로 열광했던 순간을 돌아보면 그 분주함이 결국 무익했음을 알게 됩니다. 바쁜 곳에서 한가한 자리로 물러나보고 나서야 고요함 속에서 느껴지는 맛이 오래 남는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고요함을 좇는 마음조차 하나의 집착이 될 수 있습니다

    고요함을 좋아하고 시끄러움을 싫어하는 사람은 종종 사람을 피해 조용한 곳을 찾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없는 곳에 뜻을 두는 그 마음이 이미 ‘나’를 의식하는 것이고, 고요한 상태에만 머물려는 집착이 오히려 동요의 씨앗이 됩니다. 이런 이치를 깨닫지 못한 채, 어찌 남과 나를 하나로 여기고 고요함과 움직임을 모두 벗어난 경지에 이를 수 있겠습니까?


    시듦 속에서도 생명은 다시 피어납니다

    풀과 나무가 시들고 잎이 떨어지자마자 곧 뿌리에서 새싹이 돋아납니다. 계절이 아무리 얼어붙고 추워도 동지가 지나면 양기의 기운이 다시 돌아옵니다. 이처럼 차가운 기운 속에서도 만물은 살고자 하고 또 살리려는 뜻을 잃지 않으니, 그 안에서 우리는 천지의 깊은 마음을 조용히 엿볼 수 있습니다.


    세상이 괴로운 게 아니라 마음이 괴로움을 만들 뿐입니다

    사람들은 영예와 이익에 얽매여 쉽게 말하곤 합니다. “세상은 티끌 같고, 인생은 괴로움의 바다다.” 하지만 구름은 여전히 희고, 산은 푸르며, 냇물을 흐르고, 돌은 그 자리에 서 있습니다. 꽃은 피고, 새는 지저귀며, 골짜기는 메아리치고, 나무꾼은 콧노래를 부릅니다. 세상이 본래 티끌도 아니고, 바다가 괴로움도 아닙니다. 다만 스스로가 제 마음에서 티끌과 고통을 만들어내고 있을 뿐입니다.


    진짜 마음과 마주할 용기를 고요한 밤에 내보세요

    밤이 깊어 세상이 고요할 때, 홀로 앉아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거짓된 것들은 사라지고 오직 참된 마음만이 드러날 것입니다. 이처럼 참된 마음과 마주할 때마다 크고 깊은 정취가 느껴지지만, 그 참됨을 보고도 거짓된 마음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면, 그 또한 깊이 부끄러운 일일 것입니다.


    상황에 따라 달라져야 진짜 지혜로운 태도입니다

    세상이 잘 다르셔질 때는 행동이 바르고 단정해야 하고, 어지러운 세상에서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원만해야 하며, 세상이 무너져갈 때는 단정함과 원만함을 함께 갖춰야 합니다. 착한 사람을 만날 때는 너그러워야 하고, 못된 사람을 만날 때는 단호해야 하며, 평범한 사람을 만날 때는 너그러움과 단호함을 함께 지녀야 합니다. 


    봄날의 기운도 좋지만 가을날의 고요함이 더 깊습니다

    봄날은 기운이 무성하고 화려해 사람의 마음과 정신을 크고 자유롭게 만들어줍니다. 하지만 구름은 희고 바람은 맑으며, 난초와 계수나무 향이 감돌고, 물과 하늘이 한빛으로 어우러지며, 밝은 달이 천지를 비추는 가을날의 정취는 사람의 정신과 몸을 모두 맑게 해줍니다. 봄날도 좋지만, 가을날의 고요함이 더 깊이 있게 다가옵니다.



    끝을 알아 내려놓을 때 아름답게 살아갑니다

    다시 오지 않을 삶이기에 헛되이 흘려보내선 안 됩니다

    천지는 영원히 이어지지만, 우리의 몸은 다시 얻을 수 없고 인생은 고작 백 년 남짓에 불과합니다. 그런데도 그 하루하루는 놀랄 만큼 빠르게 흘러가고 맙니다. 다행히 지금 이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라면 삶의 기쁨을 모르고 살아서는 안 되며, 이 삶을 헛되이 흘려보내지 않을까 늘 돌아보며 살아야 합니다.


    부귀는 물론이고 내 몸조차 잠시 빌린 것에 불과합니다

    모든 것을 헛된 것으로 본다면, 공명과 부귀는 물론 팔과 다리, 몸까지도 그저 잠시 빌려 쓴 것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참된 경지로 본다면, 부모와 형제는 물론 세상의 모든 존재가 나와 한 몸이 됩니다. 사람이 이 이치를 분명히 깨닫고 진실한 자각에 이르면, 비로소 세상의 큰일을 맡을 수 있고, 인생의 굴레와 사슬에서도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이 거대한 세상도 결국 먼지에 지나지 않습니다

    산과 강, 그리고 땅덩이조차도 결국은 미미한 먼지에 불과하니, 그 속에 사는 우리는 어떻겠습니까? 피와 살, 몸뚱이조차도 물거품이나 그림자 같은 것인데, 그림자 바깥의 그림자는 또 얼마나 허망하겠습니까? 이런 이치를 명확히 깨닫는 일은, 지극한 지혜를 지닌 사람에게나 가능한 일입니다.


    세상은 좁고, 시간은 덧없습니다

    부싯돌 불빛 같은 찰나의 시간 속에서, 우리가 길고 짧음을 다투어본들 그 순간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달팽이 뿔처럼 좁디좁은 세상 안에서 우리가 자웅을 가려본들 그 세계가 얼마나 크겠습니까?


    세상의 맛을 다 겪고 나면 끄덕임조차 무심해집니다

    세상의 온갖 맛을 물릴 만큼 겪고 나면, 비와 구름이 엎치락뒤치락해도 그저 내버려둘 뿐, 눈을 뜨는 일조차 귀찮게 느껴집니다. 사람의 정을 다 겪고 나면, 소라고 부르든 발이라 부르든 더는 개의치 않고 그저 고개만 조용히 끄덕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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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