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논술과 글쓰기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사고력과 바른 인성을 키워 주기 위해 아이들에게 고전을 읽히려는 부모님들이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막상 아이들이 고전을 너무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 멀리하게 될까 봐 권하기를 망설이게 됩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고전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커집니다.
서사원 주니어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청소년 필수 고전 시리즈’는 이런 고민에서 출발했습니다. 고전을 어렵게 느끼는 초등 고학년과 중학생이 보다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기획됐습니다.
『처음 읽는 논어』는 사랑스러운 고양이로 변신한 공자님과 그의 제자들이 이야기를 들려주며, 아이들이 고전을 쉽고 재미있게 접하도록 돕습니다. 『논어』 속 수백 가지 이야기 가운데 16가지 핵심 장면을 선별해 담았고, 도입부에 배치된 만화는 아이들의 흥미를 돋우며 이어질 이야기를 궁금해하고 상상하도록 이끕니다. 여기에 ‘야옹선생 가라사대’와 같은 토막 상식, 원문과 해설을 함께 실어 역사적 배경과 원전의 의미까지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이 책은 이러한 다양한 구성을 통해 아이들이 고전의 메시지를 쉽게 이해하도록 돕고, 그 과정에서 생각하는 힘과 텍스트를 이해하는 문해력, 바른 인성까지 함께 키워 갈 수 있게 합니다.
■ 작가정보
돌핀미디어
교육과 고전 분야를 중심으로 활동해 온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콘텐츠 제작팀이다. 아동 문학 작가, 아동 교육 전문가, 고전 연구가, 시나리오 작가 등 다양한 영역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구성원들이 모여,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책과 교육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어 오고 있다.
고전을 재미있고 쉽게 풀어내는 데 그치지 않고, 아이들의 사고력과 올바른 가치관 형성에 도움이 되는 내용을 선별하고 재구성하는 데 주력했다. 또한 지식 전달을 넘어, 고전 속 사상과 이야기를 오늘의 삶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콘텐츠를 만들어 가고 있다.
번역 권성지
부산교육대학교에서 영어 교육학을 전공하고 방송통신대학교에서 중국 문학을 공부했다. 중국어를 처음 배운 스무 살 이후 한문과 중국 문학의 매력에 푹 빠져 살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며, KT&G 상상마당의 〈차이나는 출판 번역 과정〉을 수료한 후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지구 야옹족 탐구 보고서 1, 2』, 『너도 고민이 있니?』, 『동글동글 양배추가 궁금해』 등이 있다.
■ 목차
옮긴이의 말_인간 공자를 만나다
들어가기 전에_춘추전국시대와 제자백가
등장인물
[야옹극장] 화합과 타협 사이
뚝심 있는 정치가, 공자 ? 화합과 타협을 구분하기
[야옹극장] 수영 배우기 소동
학습과 사고 ? 둘 중 하나라도 빠뜨려서는 안 되는 법
[야옹극장] 아는 척하는 것과 진짜 아는 것
선의가 일을 그르친다 ? 모르면서 아는 체하면 남과 자신을 해칠 뿐
[야옹극장] 뭐니 뭐니 해도 우정이 제일
군자다운 다툼이란 ? 다툴 때와 다투지 말아야 할 때를 아는 것
[야옹극장] 참된 사람이 갖춰야 할 덕목
인, 공자가 말한 ‘사람다움’이란 ? 혼탁한 세상에서 인간답게 살아가는 법
[야옹극장] 고기 맛을 못 느낄 만큼 열중하다
공자, 섭공을 만나다 ? 꿈꾸는 사람은 언제나 젊다
[야옹극장] 가난한 집 아이가 일찍 철든다
공자, 가난을 딛고 일어선 성인 ? 출신은 운명을 결정하지 않는다
[야옹극장] 작지만 소중한 꿈
자그마한 소망 ? 때로는 소박한 소망이 가장 귀한 법
[야옹극장] 공자표 맞춤형 교육
공자의 애제자, 안회 ? 욕망을 절제하고 예로 돌아가기
[야옹극장] 관중은 죽음을 두려워한 겁쟁이?
관중, 나쁜 사람 같은 좋은 사람 (상) ? 사람을 평가할 때는 큰 그림을 보아야 한다
[야옹극장] 관중은 과연 배신자 혹은 영웅?
관중, 나쁜 사람 같은 좋은 사람 (하) ? 결국 최종 판단은 각자의 몫
[야옹극장] 강 건너는 법
내려놓을 용기 ? 실패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야옹극장] 어느 제자나 똑같이
공평한 선생님, 공자 ? 차별하지 않는 평등 교육의 선구자
[야옹극장] 작은 일에 큰 힘 들이기
자유, 소 잡는 칼로 닭을 잡다 ? 작은 일도 소중히 여겨야 큰일을 이룬다
[야옹극장] 노나라 구하기 대작전
자공, 외교의 천재 (상) ? 꾀와 지략은 위기가 닥쳤을 때 빛난다
[야옹극장] 말재주로 천하를 움직이다
자공, 외교의 천재 (하) ? 탁월한 계책이 천 리 밖 전장을 주무른다
논어 속 수백 가지 이야기 가운데 16가지 핵심 장면을 선별해 담았고, 도입부에 배치된 만화는 흥미를 돋우며 이어질 이야기를 궁금해하고 상상하도록 이끕니다. 여기에 ‘야옹선생 가라사대’와 같은 토막 상식, 원문과 해설을 함께 실어 역사적 배경과 원전의 의미까지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인간 공자를 만나다
『논어』만큼 이름이 널리 알려진 책은 드뭅니다. 공자만큼 많은 사람에게 알려진 인물도 흔치 않지요. 하지만 정작 『논어』가 어떤 책인지, 공자가 어떤 삶을 살다 갔는지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공자는 춘추시대의 정치가이자 사상가였습니다. 당시에는 더 많은 땅을 차지하기 위해 여러 나라가 전쟁을 벌이고, 가혹한 법으로 백성들을 다스리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던 시대였습니다. 공자는 이런 상식에 맞서, 법과 군대가 아니라 ‘도덕’과 ‘사람다움’으로 세상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임금이 백성과 신하의 모범이 되고, 늙은이는 공경받고 어린이는 사랑받으며, 부모는 자애롭고 자식은 효도하는 세상. 공자는 그런 세상을 꿈꾸었습니다.
아름답지만 너무 이상적이라고요? 맞습니다. 이런 생각은 당시로써는 너무 급진적이라고 여겨졌고, 귀족들의 반대와 이웃 나라의 방해 속에서 공자는 정치 무대에서 뜻을 이루지 못했고, 결국 14년 동안 방랑의 길에 오르게 됩니다. 정치가로서의 공자는 실패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공자의 진정한 위대함은 그가 뛰어난 교육자였다는 데 있습니다.
공자는 타고난 ‘선생’이었습니다. 학교와 교육이라는 개념조차 분명하지 않았던 시절, 공자는 배움 그 자체를 즐겼고, 가르치는 일을 자신의 사명으로 여긴 특별한 사람이었습니다. 육포 한 묶음을 바칠 정도의 성의만 있다면, 신분과 나이를 가리지 않고 누구든 제자로 받아들였습니다. 공자와 제자들은 인간이 걸어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묻고 답했으며, 말에 그치지 않고 삶에서 실천하려 애썼습니다.
『논어』는 정치가이자 사상가이며 교육자였던 공자가 남긴 말들을 모아 엮은 책입니다. 『논어』 속 공자는 결코 범접할 수 없는 고고한 성인(聖人)의 모습만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제자들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기도 하고, 난처한 상황에서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기도 합니다. 속을 썩이는 제자에게는 불같이 화를 내고, 사랑하던 제자가 세상을 떠났을 때는 온몸을 떨며 통곡하기도 합니다.
『처음 읽는 논어』는 이런 공자의 이야기를 모아, 고양이 발바닥처럼 말랑말랑하게 풀어낸 책입니다. 고양이로 변신한 공자 선생님과 그의 제자들이 들려주는 재밌는 이야기를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읽어 보세요. ‘공자냥’과 먼저 친해진 뒤에는 2500년 전에 살았던 ‘인간’ 공자의 숨결이 담긴 『논어』에도 꼭 한번 도전해 보기를 바랍니다.
춘추전국시대와 제자백가
지금으로부터 약 3000년 전, 중국의 주인은 주나라였습니다. 주나라는 넓은 영토를 효과적으로 통치할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천자’라고 불리는 주나라 왕은 친척과 신하들을 각 지역의 지도자, 즉 ‘제후’로 임명했습니다. 제후들은 다스릴 땅을 받는 대가로 주나라 왕실에 충성할 것을 약속했지요. 이러한 통치 방식을 ‘봉건제’라고 합니다.
그러나 주나라의 봉건제는 완벽하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제후들과 주나라 왕실의 관계는 점점 멀어졌고, 나라들을 하나로 묶어 주던 종교적인 권위도 약해졌습니다. 이민족의 침입으로 주나라가 통제력을 잃자, 제후들은 저마다 중국의 주인이 되고자 나섰습니다. 무려 500년 넘게 이어진 이러한 혼란의 시기를 ‘춘추전국시대’라고 합니다.
춘추전국시대는 공동체를 지탱하던 기존의 상식과 관습이 무너지고, 전쟁이 끊임없이 이어지던 시대였습니다. 많은 사람이 혼란을 끝내고 질서를 되찾을 방법을 고민했고, 다양한 사상가들이 제각기 의견을 펼치며 치열한 논쟁을 벌였습니다. 이 시기에 활동한 중국의 여러 사상가를 통틀어 ‘제자백가(諸子百家)’라고 부릅니다. 혼란 속에서 피어난 제자백가의 사상은 오늘날에도 인간과 사회를 들여다보는 소중한 지혜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등장인물_공자와 그의 제자들
공자: 혼란한 세상에서 사람답게 사는 길을 고민한 제자백가 사상가. 예와 배려, 스스로를 돌아보는 태도를 가장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염유: 현실 감각이 뛰어나 일을 잘 처리하는 제자. 하지만 이익을 앞세울 때는 공자에게 자주 지적을 받았습니다.
자로: 솔직하고 용감해 앞장서 행동하는 제자. 신중함이 부족해 공자의 가르침을 통해 균형을 배우려 했습니다.
자공: 말솜씨와 재치가 뛰어나 사람의 마음을 잘 읽는 제자. 자신의 뛰어난 능력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군자다운 다툼이란
다툴 때와 다투지 말아야 할 때를 아는 것
자로가 또 사고를 쳤어요! 심지어 이번에는 공자에게 현장에서 딱 걸렸지 뭐예요!
“자자, 솔직히 털어 놓거라, 자로야. 또 무슨 사고를 친 것이냐?”
“제 잘못이 아니에요, 선생님. 다 그놈의 마차 때문이라니까요! 그 녀석이 갑자기 저를 추월하지만 않았어도 열받은 제가 죽기 살기로 박차를 가해 속도를 겨루지는 않았을 거 아니에요?” 자로는 억울하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어요.
하지만 공자의 표정을 힐끗 본 뒤로는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어요. “만약, 만약에요… 제가 마차를 정신없이 몰지 않았다면 추돌 사고가 벌어지진 않았을 텐데요….”
처음에 팔을 걷어붙이고 언성을 높이던 자로는 점점 고개를 떨구더니, 나중에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어요. “에휴, 겨우겨우 빠져나와 슬그머니 교실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말이죠. 세상에, 선생님이 대문에서 딱 버티고 계실 줄이야! 하늘도 무심하시지….”
자로의 그 말이 공자의 심기를 더욱 건드렸어요. “듣자 하니, 나에게 걸리지 않았다면 잘못한 게 없다고 여기는 것 같구나.”
“군자가 지녀야 할 올바른 몸가짐에 대해 수업한 게 불과 며칠 전이거늘…. 자로 넌 나에게 배운 기간도 길건만, 아직 거칠게 행동하기만 하고 앞뒤를 가리지 않는구나!” 자로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공자는 ‘군자의 길’ 네 글자를 그 이마에 새겨 주고 싶었어요.
“그래도 다른 사람에게 지는 건 싫어요. 오직 일등만 기억하는 세상이라고요. 위대한 사람만이 박수갈채를 받을 수 있단 말이에요!”
기죽어 있던 자로는 그새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대꾸했어요.
“자로야, 어려서부터 힘든 환경을 이겨 내느라 고생 많았다는 거 나도 잘 안다. 그래서 네가 승부욕이 강하다는 것도 충분히 이해해. 그러나 어떤 일이든 정도가 지나쳐서는 안 된다. 지나친 것은 화근이 된단 말이다. 내 말을 잘 생각해 보거라!”
말을 마친 공자는 멍하니 선 자로를 뒤로 한 채 자리를 떴어요.
점심시간이 되었어요. 자로는 제자들이 오가는 안뜰에 누더기를 걸치고 말뚝처럼 서 있었어요.
안뜰에서 제자 자로가 한숨을 내쉴 때, 방 안에서 공자도 탄식을 내뱉기는 마찬가지였어요. 공자는 다양한 출신의 제자들을 받아들여 가르쳤어요. 그중에는 귀족도 있었고 평민도 있었지요. 제자들의 연령대는 다양했으며 성격도 제각각이었어요. 자로는 그중에서도 유달리 덜렁대고 승부욕이 강한 제자였어요. 그래서 공자는 자로를 가르치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하곤 했어요. 자로의 욱하는 성질을 가라앉히고자 특별 예절 강좌를 마련하기까지 했답니다. 그러나 보아하니 자로는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였어요.
모든 수업이 끝난 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제자들은 안뜰에 모였어요.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며 활쏘기 연습을 하려는 것이었어요.
춘추시대에 귀족 남자라면 여섯 가지 기능, 즉 ‘육예’를 익혀야 했어요. 예법과 음악, 활쏘기와 말타기, 글쓰기와 셈하기는 당시 귀족이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기본 소양으로 여겨졌답니다.
공자가 활쏘기 연습을 강요한 적은 없지만, 제자들은 짬이 날 때마다 함께 어울려 궁술을 연마하곤 했어요.
제자들은 활쏘기를 연습하면서 실력을 겨뤄 ‘으뜸 사수’를 뽑기도 했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제자들의 첫 번째 경기가 끝났어요.
달랑 한 발 맞힌 자고가 꼴찌였고, 염유는 힘이 부족해 두 발밖에 못 맞혔어요. 모범생 안회는 정확도가 뛰어나 다섯 발이 적중했어요. 제자를 통틀어 궁술이 가장 훌륭한 사람은 자용으로, 한 번에 일곱 발을 명중시켰답니다.
“자용 선배, 저도 한 수 가르쳐 주세요. 다음에는 제가 꼭 이겨 볼게요!” 꼴찌인 자고도 기죽기는커녕 의지를 활활 불태웠어요.
“좋아! 동작의 요령만 잘 기억해서 연습하면 별거 아니야!” 일등 자용은 자랑하는 기색 없이 활짝 웃으며 후배들에게 기법을 전수해 주었어요.
그 장면을 본 자로는 못마땅한 듯 콧방귀를 뀌었어요. 잔뜩 힘이 들어간 수염도 뻗쳐 올라갔지요.
“겨우 일곱 발 가지고 으뜸 사수? 내가 하는 걸 잘 봐!” 말을 마친 자로는 활을 집어 화살을 메기고 여러 발을 연이어 쐈어요. 슈슈슉! 단숨에 열 발이 날아갔어요.
세상에, 열 발 모두 보란 듯이 과녁 중앙에 꽂혔어요!
“대단해!” 뜰을 가득 채운 제자들이 갈채를 보냈어요.
자용도 혀를 내두르며 탄성을 질렀어요. “역시 자로 선배를 따라올 사람은 없다니까!”
“물론이지! 내가 있는데 누가 감히 일등 자리에 오를 수 있겠어!” 자로는 고개를 쳐들고 주위 제자들을 쓱 흘겨보았어요. 그리고 입을 비쭉거리며 허세를 부렸어요. “이 몸이 있는 한, 너희들 아무도 으뜸 사수가 될 수는 없어!”
자로의 말에 뜨겁게 달아올랐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싸늘해졌어요.
자용의 얼굴에서도 웃음기가 싹 사라졌어요. 하지만 이내 다시 미소를 지으며 분위기를 수습했어요. “그냥 놀이일 뿐인데요, 뭘. 이기고 지는 게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지요.”
잠자코 눈빛만 주고받던 제자들은 곧 핑계를 대며 뿔뿔이 흩어졌어요. 떠나가는 제자들의 모습을 바라보자니 자로의 마음 한편이 공허해졌어요.
“선생님, 군자는 다투거나 싸우지 않는다면서요. 그런데 왜 쟤네는 으뜸 사수를 가리는 걸까요? 왜 다들 자용이 일등을 할 때는 좋아하고, 제가 일등을 하면 싫어하냔 말이죠!” 공자가 입을 떼기도 전에 불같은 성미의 자로는 또 발끈 화를 냈어요.
그런 자로에게 공자가 안타깝다는 듯 일러 주었어요. “하나만 묻자. 일등을 했을 때, 자용은 어떻게 행동하였느냐?”
“그야 웃으면서 얘기도 하고, 활 쏘는 법도 알려 줬지요….”
공자가 질문을 하나 더 던졌어요. “그럼 너는 어떻게 행동했느냐?”
자로는 우쭐거리며 대답했어요. “후후! 그야 모두를 속 시원하게 비웃어 주었죠. 그런 형편없는 솜씨로 어떻게 으뜸 사수가 되겠냐고요!”
말을 내뱉은 순간 자로는 뜨끔했어요. 제자들이 자리를 피한 것은 자로에게 졌기 때문이 아니었어요. 자로에게는 승부만이 있을 뿐, 친구 사이 우정은 온데간데없기 때문이었어요.
“앞으론 아무것도 경쟁하지 말아야겠어요….” 휑하니 비어 버린 안뜰을 내다보며 자로가 고개를 떨궜어요.
자로의 말에 공자는 한숨을 푹 내쉬며 생각했어요. ‘자로 녀석, 잘못을 뉘우치는 건 빠르지만 때로 반성이 너무 과할 때가 있다니까.’
공자는 자로의 어깨를 토닥이며 차분히 일깨워 주었어요. “군자라고 해서 어떤 경쟁도 하지 않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뭐든지 다 다투란 것도 아니야. 공정과 정의가 달린 문제라면 있는 힘껏 싸워야 하는 법이다. 하지만 대수롭지 않은 일은 다툴 필요가 없지.”
자로는 생각에 잠겼어요. “그러니까 선생님 말씀은 승부욕이 꼭 나쁜 게 아니라는 거지요? 승부욕을 어떤 상황에서 불태우느냐가 중요한 거고요.”
공자가 고개를 끄덕였어요. “기억하거라. 순위를 겨룰 때는 규칙을 준수하고, 승패를 가릴 때는 우정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옳고 그름을 가릴 때는 공정함을 잃어서는 안 돼.”
드디어 공자의 말을 이해한 자로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선생님, 알겠어요! 우정이 제일, 시합은 그다음이란 말씀이군요. 일등을 차지하려다 자신의 품격을 망치는 일을 다시는 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군자다운 사람이 되겠어요!”
공자가 껄껄 웃으며 수염을 쓰다듬었어요. “옳지. 그뿐 아니라 다퉈야 할 일과 다투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해야 참된 군자라 할 수 있어. 싸울지 말지는 자기 양심에 따라 판단해야 한단다!”
공평한 선생님, 공자
차별하지 않는 평등 교육의 선구자
공자에 따르면 그의 제자 중 육예에 통달한 우등생이 일흔 두 명 있었는데, 이들을 ‘칠십이현’이라고 불러요.
그중 인격 수양으로는 안회와 중궁이 훌륭했고, 정치 수완으로는 염유와 자로가 뛰어났어요. 언변으로는 자공과 재여가, 글쓰기로는 자유와 자하가 유명했다고 해요.
진항은 공자보다 마흔 살 아래였으며 진(陳)나라의 대부 진자거의 동생이었어요. 진항 역시 공자의 우등생 칠십이 명 중 하나였답니다.
진항은 공자를 스승으로 모시기 위해 만 리를 마다하지 않고 노나라에 왔어요. 그런데 당시 유명 인사였던 공자는 천 명, 적게 잡아도 팔백 명의 제자를 거느리고 있었어요. 따라서 진항 같은 새내기는 선배들의 지도를 받을 뿐, 공자의 가르침을 직접 들을 기회는 전혀 없었지요.
공자 밑에서 배움을 마친 제자들은 대부분 자신의 꿈을 찾아 학당을 떠났어요. 하지만 공자의 곁에 머무르기를 선택한 제자들도 있었어요. 이들은 스승의 가르침이 담긴 원고를 정리하고, 새로 들어온 후배들에게 강의하는 일을 맡았답니다. 그중 자공은 공자 곁을 가장 오래도록 지킨 제자였어요.
자공이 후배들을 대상으로 연 강의에 참석한 뒤, 진항은 타고난 언변가인 그의 재치와 입담에 마음을 빼앗겼어요.
자공이 잘나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진항은 부러움의 눈길을 보냈어요. “공자 선생님 바로 밑에서 배우면 저렇게 될 수 있는 걸까? 공자 선생님의 일대일 지도를 매일 받을 수만 있다면, 나도 자공 선배처럼 훌륭해질 수 있을 텐데!”
이후 진항은 다른 대선배들도 만나게 됩니다. 특히 안회와 자로 같은 공자의 수제자를 알게 된 후로는 공자에게 직접 배우지 못하는 아쉬움이 더욱 깊어만 갔어요.
진항은 속으로 투덜거렸어요. ‘공자 선생님은 왜 나를 직접 가르치지 않으실까? 설마 내가 신입이라서? 그게 아니라면, 내가 노나라 출신이 아니라서? 그러고 보니 선생님이 가장 아끼는 안회 선배, 자로 선배 모두 노나라 사람이잖아. 자공 선배는 위나라 출신이라 선생님 마음속에 3위 자리밖에 차지할 수 없는 거고…….’
생각하면 할수록 자신의 추측이 틀림없어 보였어요. 진항은 자신의 생각이 맞는지 확인할 사람을 찾고 싶었어요. 그때 머릿속에 번뜩 떠오른 사람이 있었어요. 바로 공자의 아들인 백어였어요.
공자에게는 재능을 타고난 총명한 제자가 많았지만, 그의 하나뿐인 아들 백어는 그저 평범한 수준에 그쳤어요. 그렇긴 해도 백어는 너그러운 인품으로 평판이 좋았답니다.
‘선생님과 관계가 가장 가깝기로는 외아들 백어를 넘어설 사람이 없지. 겉으로는 우리와 함께 종일 수업하는 것처럼 보여도, 남몰래 아버지께 비밀 과외를 받고 있는지 몰라!’
마음을 굳힌 진항은 백어에게 접근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만을 엿봤어요. 백어에게서 ‘비밀 과외 자료’를 얻기 위해 진항은 다른 학우들에게는 얼씬도 하지 않고 백어 옆에만 착 달라붙었어요.
하지만 진항의 노력은 헛수고일 뿐이었어요. 원래 백어는 말수가 적었어요. 진항이 열 마디 말을 할 때 한 마디 답해 주는 정도였지요. 게다가 백어는 말주변도 없어서 공자의 심오한 이치를 설명해 낼 턱이 없었어요.
백어를 통해 비밀 과외 자료를 입수하려던 진항의 계획은 그만 난관에 부딪혔어요. ‘설마 선생님의 비밀 과외 같은 건 원래부터 없었던 걸까? 아니면 백어가 마음속에 꽁꽁 숨긴 채 내게 털어놓지 않는 건가?’
미련을 버리지 못한 진항은 공자가 집을 비운 틈을 타 백어를 찾아갔어요. 백어는 참죽나무 밑에서 거문고를 타고 있었어요. 진항이 들어오자 백어는 곧바로 일어나 손을 모으고 말했어요. “아버지께서는 오늘 외출하셨습니다. 헛걸음하시게 되어 죄송합니다.”
진항은 눈동자를 한 바퀴 굴리더니 백어의 옆으로 다가가 앉았어요. “오늘 저는 선생님을 만나러 온 게 아닙니다. 실은 백어 님을 만나러 왔지요.”
“저를 찾아오셨다고요?”
“친구의 부탁으로 여쭤 보는 것입니다만, 백어 님께서는 선생님께 특별한 가르침을 받은 적이 있으신지요?”
사실 진항은 친구에게 그런 부탁을 받은 적이 없었어요. 본인이 알고 싶지만 직접 물어보기 겸연쩍어 그럴듯한 핑계를 둘러댄 것이었지요.
“특별한 가르침 같은 건 아버지께 받은 적이 없소만.” 백어가 대답했어요.
“그 긴 세월 동안 선생님께서 특별히 하신 말씀이 분명 있을 텐데요! 자세히 생각해 보세요. 수업 시간 외에 선생님께서 일러 주신 것을요.” 진항이 물러서지 않고 캐물었어요.
백어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마침내 입을 열었어요. “한번은 아버지께서 마당에 홀로 서 계실 때 제가 지나가는 걸 보시고 『시경』을 공부했는지 물으시더군요. 아직 배우지 않았다고 대답하자 아버지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시경』을 배우지 않으면 말을 전달하는 법을 모르고, 다른 사람과 막힘없이 교류할 수 없다’라고요. 그래서 저는 『시경』을 공부했지요.”
각지의 민요와 음악을 수록한 『시경』에는 세상 만물에 대한 지식이 들어 있었어요. 날짐승, 들짐승의 이름과 식물의 생장 주기를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천체와 지리에 대한 지식까지 습득할 수 있는 자료였지요. 그래서 공자는 백어에게 『시경』을 공부하지 않으면 지식이 얕고, 지식이 얕으면 글을 쓰든 말을 하든 설득력이 없다고 일러 준 것이었어요.
백어의 대답이 진항의 마음에 들 리 없었어요. 공자는 평소에도 모두에게 『시경』을 공부하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거든요. 『시경』을 공부하면 내면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알 수 있고, 사회와 자연 현상을 살필 수 있으며, 친구를 사귀고 부모를 돌보고, 군주를 보필할 수 있다고 공자는 말했어요. 그런데 백어가 공자에게 전수받은 내용도 이와 특별히 다를 게 없었어요.
진항은 백어를 재촉했어요. “그런 거 말고요. 다른 게 더 있는지 곰곰이 떠올려 보세요!”
할 수 없이 백어는 다시금 기억을 더듬어 보았어요. 그러고 간신히 한 일화를 떠올렸답니다. “아버지께서 이 나무 아래에서 생각에 잠겨 계실 때였어요. 저는 방해가 될까 봐 재빨리 물러나려고 했지요. 그런데 아버지께서는 저를 불러 세우고 ‘예’, 즉 ‘예법’을 익혔는지 물으셨답니다. 저는 아직 익히지 못했다고 말씀드렸지요. 그러자 아버지께서 이렇게 타이르셨어요. 예법을 모르면 인간 노릇을 하기 어렵고, 삶의 방향을 정할 수 없다고 말이에요.”
백어는 두 손을 펼쳐 보이며 말했어요. “아버지께서는 특별한 무엇인가를 제게만 따로 알려준 적이 없어요. 특별했던 점을 굳이 말하자면 바로 이 두 가지 정도입니다.”
그 말을 들은 진항은 박혀 있던 돌덩이가 툭 떨어지듯 마음이 가벼워짐을 느꼈어요. 진항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자신을 비웃었어요. ‘선생님을 의심하다니. 진항, 이놈아! 애초에 공자 선생님의 인품과 학식에 감탄하여 스승으로 모시겠다고 한 것 아니냐?’
진항은 생각했어요. ‘그래도 아주 헛수고는 아닌걸. 하나를 물었는데 세 가지를 얻었으니 말이지. 『시경』을 읽어 언어 능력을 키우고, 예법을 익혀 인격을 닦아야 한다는 걸 알았어.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도 깨달았지. 바로 우리 스승님께서는 편애 따위는 하지 않는 분이란 사실!’
그리하여 진항은 마음을 편히 먹고 다른 학우들과 함께 공부에 매진했어요. 열심히 노력하다가 어려운 일이 생기면 자공, 안회뿐 아니라 자로, 백어를 찾아 언제나 겸손히 가르침을 청했답니다.
학문을 닦은 진항은 훗날 위나라의 재상이 될 정도로 성공합니다. 진항은 공자의 ‘인’을 계승한 제자로 후대 사람들의 칭송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