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 부의 본질』은 철학자가 추상적 이상을 말하는 책이 아니다. 가정, 재산, 사람, 노동을 어떻게 배치하고 운영할 것인가를 묻는 인류 최초의 경영 텍스트다. 이 책에서 ‘부유함’이란 많이 가지는 상태가 아니라 필요한 것을 제때 쓰고, 사람과 자원을 정확히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다. 그래서 그는 돈보다 먼저 집안의 질서, 역할의 분담, 책임의 배치를 말한다.
이 고전은 위기의 시대마다 정치가·사상가·경영자들의 책상 위로 돌아왔다. 마키아벨리가 권력을 읽기 위해, 푸코가 통치의 원형을 이해하기 위해 이 책을 곁에 두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불안한 시장을 예측하려 애쓰기보다 흔들리지 않는 기준을 갖고 싶은 독자에게 이 책은 가장 오래되고, 가장 현실적인 답을 건넨다.
소크라테스는 단언한다. “질서 없는 풍요는 가난보다 위험하며 관리되지 않은 재산은 결국 주인을 지배하게 된다.”
■ 저자 크세노폰
“탁상공론은 없다, 오직 실천만이 증명할 뿐.” 크세노폰의 철학은 아고라의 그늘이 아닌, 생사가 오가는 치열한 전장에서 완성되었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혼란기인 기원전 430년경 아테네 명문가에서 태어난 그는, 사변적인 토론 대신 피 튀기는 전장을 선택한 ‘행동하는 지성’이었다. 당대 최고의 지성 소크라테스 문하에서 수학했으나, 그는 안온한 삶을 거부하고 페르시아 내전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 스승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선택한 그 길에서, 그는 적진에 고립된 1만 그리스 용병대를 이끌고 혹독한 사막과 설산을 넘어 귀환하는 기적의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이 과정에서 일개 용병이었던 그는 만인대의 수장으로 거듭났고, 전장에서 체득한 그의 사상에 날카로운 실용성을 더해주었다.
그가 남긴 『소아시아 원정기』가 생존을 위한 처절한 사투의 기록이라면, 『소크라테스 부의 본질』은 평화 시에 가정을 지키고 부를 일구는 탁월한 경영 매뉴얼이다. 플라톤이 이상적인 국가를 논할 때, 크세노폰은 현실의 흙을 만지며 “활용할 줄 모른다면 돈조차 재산이 아니다”라는 냉철한 실용주의를 설파했다. 이 책은 그가 전장에서, 그리고 망명지인 스킬루스의 영지에서 직접 흙을 만지며 깨달은 ‘부와 성공의 원리’다. 부유함이란 단순히 재화를 소유하는 상태가 아니라, 그것을 관리하고 증식시켜 사람과 조직을 이롭게 하는 ‘능력’임을 역설했다.
로마의 키케로가 번역하고 근대의 마키아벨리가 탐독했으며, 현대의 미셸 푸코가 ‘통치술의 원형’으로 주목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2,400년의 시간을 넘어, 흙먼지 속에서 단련된 그의 통찰은 오늘날 부와 리더십의 본질을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해답을 제시한다.
■ 역자 박문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와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독일 보쿰 대학교에서 수학했다. 또한, 고전어 연구기관인 비블리카 아카데미아(Biblica Academia)에서 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 원전들을 공부했다. 대학 시절에는 역사와 철학을 두루 공부했으며, 전문 번역가로 30년 이상 인문학과 신학 도서를 번역해왔다.
역서로는 『자유론』(존 스튜어트 밀),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막스 베버), 『실낙원』(존 밀턴) 등이 있고, 라틴어 원전을 번역한 책으로 『고백록』(아우구스티누스), 『철학의 위안』(보에티우스), 『유토피아』(토머스 모어), 『우신예찬』(에라스무스) 등이 있다. 그리스어 원전에서 옮긴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과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니코마코스 윤리학』, 『이솝 우화 전집』 등은 매끄러운 번역으로 독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 차례
제1부 가정 경영론
1장 가정 경영과 재산의 정의
2장 부유함에 대하여
3장 가정 경영의 사례
4장 농업 기술에 대하여
5장 농업의 유익함에 대하여
6장 아름답고 좋은 사람, 이스코마코스
제2부 가정 내부 관리론
7장 아내 교육에 대하여
8장 가정의 질서와 배치에 대하여
9장 가사 관리인에 대하여
10장 아름다움과 건강함에 대하여
제3부 사업 경영론
: 농장 경영을 통해 배우는 경영의 본질
11장 농장 경영인의 자질에 대하여
12장 관리인의 첫 번째 자질: 근면함에 대하여
13장 관리인의 두 번째 자질: 일꾼 관리에 대하여
14장 관리인의 세 번째 자질: 정의로움에 대하여
15장 농업의 기술에 대하여
16장 토양의 본성에 대하여
17장 파종 시기와 그 방법에 대하여
18장 수확에 대하여
19장 과실수에 대하여
20장 실행력과 근면함에 대하여
21장 다스리는 능력과 왕의 품성
해설│박문재
크세노폰 연보
가정과 재산, 사람과 노동을 어떻게 배치하고 운영할 것인가를 다룬 인류 최초의 경영 텍스트. 위기의 시대마다 사상가와 경영자들이 다시 찾은 고전으로, 돈보다 먼저 질서와 책임의 기준을 세우는 법을 제시한다. 불안한 시장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부의 원리를 찾는 이들에게 의미 있는 안내서가 될 것이다.
가정 경영론
가정 경영과 재산의 정의
언젠가 나는 소크라테스가 가정 경영을 주제로 이런 대화를 나누는 것을 들었다.
“말해보게, 크리토불로스.” 소크라테스가 말했다. “과연 가정 경영이라는 것도 의술이나 목공술, 대장장이 기술처럼 특정한 지식을 가리키는 이름인가?”
“제게는 그렇게 보입니다.” 크리토불로스가 대답했다.
“그러면 다른 기술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말할 수 있는 것처럼, 가정을 경영한다는 게 무슨 일을 하는 것인지도 말할 수 있겠는가?”
“훌륭한 가정 경영자의 임무는 집안 살림을 잘 관리하는 것입니다.” 크리토불로스가 대답했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의 가산이라면 어떠한가?” 소크라테스가 말했다.
“누군가 그에게 가정 경영을 맡긴다면 자신의 가산처럼 잘 경영할 수 있지 않겠는가? 목공술을 아는 사람을 생각해보게. 그는 자신을 위해서 일하든 다른 사람을 위해서 일하든 똑같이 일할 수 있네. 훌륭한 가정 경영자도 마찬가지일 것이네.”
“제게는 그렇게 보입니다, 소크라테스여.”
“그렇다면 이 기술을 아는 사람이라면 자기 재산이 없더라도 남의 집 살림을 경영해주고 보수를 받을 수 있지 않겠나? 마치 다른 사람의 집을 지어주고 보수를 받는 것처럼 말이네.”
“제우스께 맹세하건대 만약 그가 가정 경영을 도맡아 필요한 지출을 감당하고 나서도 이익을 남겨 가산을 불려줄 수 있다면 많은 보수를 받을 것입니다.” 크리토불로스가 대답했다.
“그런데 자네에게는 가산이란 무엇인가? 단지 집의 건물인 것인가, 아니면 집 바깥에 둔 모든 소유물까지 포함하는가?”
“제가 보기에는 같은 도시에 있든 다른 곳에 있든 상관없이, 그가 소유한 모든 것이 그의 가산입니다.” 크리토불로스가 대답했다. “제우스께 맹세하건대 가산이란 어떤 사람이 소유한 좋은 것입니다. 제우스께 맹세하건대 나쁜 것이라면 저는 그것을 소유물이라고 부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자네는 소유자에게 이득을 가져다주는 것들을 소유물이라고 부르는 모양이군.”
“물론입니다.” 크리토불로스가 대답했다. “그리고 해를 끼치는 것들은 재산이라기보다는 손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말을 샀으나 잘 다루지 못해 떨어져 다쳤다면 그 말은 그에게 재산이 아닌가?”
"그렇습니다. 재산은 좋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땅을 경작해서 손해를 보았다면 땅도 그 사람에게는 재산이 아니겠군."
"만약 땅이 먹여 살리는 대신 굶주리게 한다면 땅도 재산이 아닙니다."
"어떤 사람이 양들을 다루는 방법을 몰라서 손해를 본다면 그 양들도 마찬가지로 그 사람에게 재산이 아니겠지?"
"적어도 제게는 그렇게 보입니다."
"보아하니 자네는 이득을 가져다주는 것은 재산이고 해를 끼치는 것들은 재산이 아니라고 생각하는군.“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완벽히 같은 대상일지라도 그것을 사용하는 방법을 아는 사람에게는 재산이지만 사용하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재산이 아니라는 것이군. 가령 피리는 피리를 능숙하게 불 줄 아는 사람에게는 재산이지만 피리를 불 줄 모르는 사람에게는 쓸모없는 돌덩이보다 나을 것이 없다는 것이군.“
"그렇습니다. 그가 피리를 팔지 않는 한은 말입니다."
"이제 분명해졌네. 피리를 사용할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 피리는 팔았을 때만 재산이며, 팔지 않고 소유하고 있을 때는 재산이 아니라는 것이네."
‘그렇습니다. 소크라테스여. 그리고 우리의 논의는 정말 일관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득을 가져다주는 것을 재산이라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팔리지 않은 피리는 쓸모가 없으므로 재산이 아니지만 팔린다면 재산이 됩니다.”
이 말에 대해 소크라테스가 말했다.
“그냥 팔기만 해서는 안 되고 그 방법이 중요하다네. 만약에 팔고 나서 그 대가로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모르는 것을 받았다면, 자네의 말마따나 그 피리는 팔렸다고 해도 여전히 재산이 아니네.”
“소크라테스여, 당신은 만약 어떤 사람이 돈을 사용하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면 그에게는 돈조차 재산이 아니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자네와 나는 사람에게 이득을 가져다주어야 재산이 된다는 합의에 이르렀네. 예컨대 어떤 사람이 돈을 줘서 창녀를 산 다음에 그녀 때문에 건강이 나빠지고 영혼도 나빠지고 그의 가산도 탕진했다면 과연 그 돈이 그에게 이득을 가져다주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우리가 사람을 실성하게 만드는 히오스키아모스라는 독초를 재산이라고 부른다면 모를까, 결코 그렇게 말할 수 없습니다.”
“크리토불로스, 그렇다면 돈이라고 할지라도 사용법을 모른다면 아무짝에도 쓸모없어서 재산이라고 할 수조차 없네.” 소크라테스가 말했다.
“그럼 친구들은 어떠한가? 친구들을 잘 활용해서 이득을 얻는다면 그들을 뭐라고 불러야 하겠는가?”
“제우스께 맹세하건대 당연히 재산입니다. 만약 소 떼보다 큰 이득을 가져다준다면 친구들이 훨씬 더 가치 있는 재산입니다.” 크리토불로스가 대답했다.
“자네 논리에 따르면 적들도 재산인가? 적들에게 이득을 얻을 줄 안다면 말이네.” 소크라테스가 말했다.
"저에게는 그렇게 보입니다." 크리토불로스가 말했다.
"그렇다면 훌륭한 가정 경영자는 적을 다루는 법을 알아서 그로부터 이득을 얻어야 한다는 말인가?“
"단연코 그렇습니다."
사업 경영론: 농장 경영을 통해 배우는 경영의 본질
농장 경영인의 자질에 대하여
나는 말했네. "이스코마코스여, 당신이 어떻게 해서 명성을 얻게 되었는지를 기쁜 마음으로 설명해주시면 나도 아름답고 좋은 사람이 하는 일을 유심히 듣고서 배우며 크게 감사할 것입니다.”
"소크라테스여, 제우스께 맹세하건대 내가 계속하고 있는 일들을 당신에게 아주 기쁜 마음으로 설명하겠습니다." 이스코마코스가 대답했네. "당신이 보기에 내가 무언가 잘못하고 있다면 나를 바로잡아 주실 수 있도록 말입니다."
"내가 어떻게 아름답고 좋은 사람인 마땅히 당신을 바로잡으려 들겠습니까?" 내가 말했네. "특히 나는 쓸데없이 말을 많이 하고, 허공을 측량하는 사람으로 여겨질 뿐만 아니라, 가난한 사람이라 불리는 남자이지 않습니까? 물론 가난하다는 것은 나를 가리켜 비난하는 말 중에서 단연코 어리석은 말입니다.
이스코마코스여, 만약 내가 최근에 니키아스라는 외국인이 소유한 말을 우연히 마주치지 않았더라면 나는 가난하다는 비난을 듣고 매우 낙담했겠지요. 나는 많은 구경꾼이 그 말을 따라다니는 것을 보았고, 그들 중 어떤 사람이 그 말을 두고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마부에게 다가가서 혹시 그 말에게 재산이 많은지 물었습니다. 마부는 무슨 그런 정신 나간 질문을 하느냐는 표정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어떻게 말에게 재산이 있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나는 당당해질 수 있었습니다. 가난한 말이라도 타고난 기질이 훌륭하면 좋은 말이 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비록 가난할지라도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음이 밝혀졌으므로 당신이 겪은 일을 남김없이 들려주십시오. 그리하여 내가 듣고 깨달은 것을 본받아 당장 내일부터 당신을 따라하도록 말입니다. 미덕을 실천하기에 이보다 좋은 때는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소크라테스여, 당신은 농담하고 계시는군요." 이스코마코스가 대답했네.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어떤 것들을 실천하면서 살아가려고 하는지를 최선을 다해 당신에게 설명하겠습니다. 신들은 인간이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알고 그것을 완수하도록 주의를 기울여야만 성공하도록 허용하셨고, 현명하고 성실하다고 해서 모두 행복을 주지는 않으신다는 것을 나는 알아차렸습니다. 그래서 나는 신들을 섬기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기도하면서 올바른 방식으로 행동하려고 노력합니다. 건강하고 강인한 몸을 얻고, 국가의 명예와 친구 간의 호의와 전쟁에서의 안전한 귀환을 기원하며 명예로운 방식으로 부를 늘릴 수 있도록 말입니다."
이 말을 들은 내가 물었네. "이스코마코스여, 부자가 되어 많은 재산을 소유하고 그것을 관리하려면 뒤따르는 많은 문제를 감당해야 하는데도 당신은 부자가 되는 데 관심이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이스코마코스가 대답했네. "나는 당신이 말하는 것처럼 부자가 되고 문제를 감당하는 데 관심이 있습니다. 소크라테스여, 신들을 성대하게 공경하고 친구들이 무엇인가 필요로 할 때 그들을 돕고 내가 가진 재산으로 국가를 아름답게 장식하는 것이 나에게는 즐겁기 때문입니다."
"이스코마코스여, 당신이 말하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고 진정으로 유능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내가 말했네.
"대부분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살아가지 못하고, 다만 자신이 먹고살기 충분한 것을 얻는 데 만족하며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자신의 가산을 관리하고도 이익을 남겨 국가를 아름답게 장식하고 친구를 도우려는 그런 사람들을 두고 속이 깊고 힘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그런 사람들을 칭찬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실제로 그런 사람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내가 말했네. "이제 당신이 방금 말한 것들을 어떻게 실천하는지 나에게 알려주십시오. 건강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체력 단련은 어떻게 하는지, 전쟁에서 명예롭게 귀환하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말입니다. 재산을 증식하는 법에 관해서는 나중에 들어도 충분할 것입니다."
"소크라테스여, 적어도 내게는 그 모든 것이 서로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스코마코스가 대답했네. "음식을 충분히 먹고 제대로 움직이면 건강을 유지할 수 있고, 올바르게 훈련하면 체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단련한 몸으로 전술을 익히면 전쟁에서 살아남을 것이고, 나태함을 버리고 집안일을 돌보면 재산은 자연히 늘어나지 않겠습니까."
"이스코마코스여, 노력하고 돌보고 연습하는 사람이 좋은 것을 많이 얻는다고 말한 것까지는 나도 알겠습니다." 내가 말했네. "그런데 당신이 몸을 건강히 하고 체력을 단련하려고 어떤 노고를 쏟는지, 어떻게 전쟁 기술을 연마하는지, 어떻게 이익을 남겨 친구를 돕고 국가를 부강하게 하는지, 저는 이런 것들을 기꺼이 배우고 싶습니다.“
"소크라테스여, 나는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있습니다. 만나야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들이 미처 외출하기 전에 찾아가기 위해서입니다." 이스코마코스가 대답했네. "그리고 만약 시내에서 해야 할 일이 있을 때는 그곳으로 가는 것 자체를 산책으로 여깁니다. 만약 시내에서 해야 할 일이 없을 때는 하인을 시켜 내 말을 농장으로 끌고 가라고 하고, 나는 농장 가는 길을 기회 삼아 산책을 즐깁니다. 소크라테스여, 나는 이런 것을 지붕 있는 주랑에서 산책하기보다 좋아합니다.
그리고 농장에 도착하면 일꾼들이 나무를 심고 있든 휴경지를 개간하고 있든 씨를 뿌리고 있든 곡식을 수확하고 있든 각각의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살펴본 후, 지금 하는 방식보다 더 좋은 방법이 보이면 일하는 방식을 교정해 줍니다. 그다음엔 말에 올라 실전에 대비한 승마술을 훈련합니다. 오르막이건 내리막이건 도랑이건 개울이건 가리지 않고 달리되 말이 절뚝거리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씁니다. 승마를 마치면 하인에게 말을 씻겨 집으로 끌고 가라고 시키면서 농장에서 필요한 물품이 있으면 함께 도시로 운반해 가져가라고 합니다. 나는 때로는 걷고 때로는 달려서 집으로 돌아와 목욕을 하며 기름과 먼지를 긁어냅니다. 소크라테스여, 그런 후에는 너무 배고프지도 않고 너무 배부르지도 않게 하루를 보낼 수 있을 만큼만 아침 식사를 합니다."
"헤라 여신에게 맹세하건대 당신이 하는 그 일들은 정말 바람직해 보입니다." 내가 말했네. "당신은 건강을 유지하고 체력을 키우기 위한 준비와 전쟁 대비 훈련, 부를 관리하는 일을 한꺼번에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모든 것이 내게는 감탄할 만하고 존경스러워 보입니다. 그리고 당신이 그 각각의 일을 올바르게 돌보고 있다는 증거는 충분합니다. 당신이 신의 가호를 받아 대체로 건강하고 강인할 뿐 아니라 최고의 기마술을 갖춘 사람이자 가장 부유한 사람으로 불린다는 것을 우리가 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소크라테스여, 나는 이런 일을 하면서 많은 사람에게 대단히 비방받고 있습니다." 이스코마코스가 말했네. "아마 당신은 내가 많은 사람에게 아름답고 좋은 사람이라고 불릴 것이라고 생각했을 테지만 말입니다."
"이스코마코스여, 나도 마침 그것이 궁금하던 참이었습니다." 내가 말했네. "당신이 자신을 변호하거나 타인의 잘못을 따져 묻는 능력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늘 묻고 싶던 참이었습니다.“
"소크라테스여, 내가 날마다 하는 게 바로 그것입니다." 그가 대답했네. "나는 아무도 부당하게 대우하지 않고 내 능력이 닿는 한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건네줌으로써 나 자신을 해명합니다. 그리고 개인이나 국가에 해를 끼치고 아무 도움도 주지 않는 사람들을 파악해두는 것으로 고발을 대신합니다. 과연 그렇게 보이지 않습니까?"
"하지만 이스코마코스여, 당신은 그런 것을 말로 설명하는 연습도 합니까?" 내가 말했네. "그렇다면 내게 설명해주십시오.“
"나는 말하는 연습을 조금도 멈추지 않고 계속합니다." 이스코마코스가 대답했네. "가노 중 누군가가 고발하거나 변호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그의 말을 논박해보고, 친구들 앞에서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칭찬해보고, 친한 동료들을 서로 화해시킴으로써 서로 적이 되기보다는 친구가 되는 것이 이득이 된다고 가르치면서 끊임없이 이런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장군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누군가를 비판하기도 하고 누군가 부당하게 비난받고 있을 때는 그를 변호하기도 하며 누군가 부당하게 존경받고 있을 때는 우리끼리 그 사람을 고발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동료들과 함께 해야 할 일을 여러 차례 의논하면서 원하는 것은 찬성하고 원하지 않는 것은 반론을 제기합니다.
그리고 소크라테스여, 나는 이미 어떤 처벌을 받고 어떻게 배상해야 할지 여러 번 판결을 받아보았습니다.“
"누구에게 판결을 받았습니까, 이스코마코스여? 나는 모르고 있었습니다." 내가 물었네.
"내 아내에게 받았습니다." 그가 대답했네.
"당신은 뭐라고 변론하였습니까?" 내가 물었네.
"진실을 말하는 것이 내게 이득이 될 때는 더할 나위 없이 충분히 변론합니다. 그러나 소크라테스여, 제우스께 맹세하건대 나는 거짓을 말하는 것이 유리할 때도 약한 논리를 강한 논리로 만들지 않습니다."
"아마도 이스코마코스여, 당신은 거짓을 진실로 만들 수 없는 사람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내가 말했네.
다스리는 능력과 왕의 품성
내가 말했네. "이스코마코스여, 나는 당신의 논의 전체가 당신이 주장하고자 하는 바를 잘 뒷받침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은 농업 기술이 모든 기술 중에서 가장 배우기 쉽다고 주장했는데 이제 당신이 말한 것을 모두 듣고 나니 완전히 설득되어 진정 그러하다고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제우스께 맹세하건대 진정 그러합니다." 이스코마코스가 계속해서 말했네. "하지만 소크라테스여, 농업이든 정치든 가정 경영이든 전쟁이든 모든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사안이 있습니다. 바로 다스리는 능력입니다. 그리고 사람마다 그 판단력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에서는 나도 당신과 생각이 같습니다.
이를테면 삼단노선을 타고 바다에 나가 종일 노를 저으며 항해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이때 어떤 노꾼대장은 말과 행동으로 사기를 북돋아 노꾼들이 자발적으로 열심히 노를 젓게 하는 반면 어떤 대장은 너무 무능해서 같은 거리를 항해하는 데 시간이 두 배 이상 걸립니다. 전자의 경우에는 노꾼대장과 명령을 따르는 노꾼들이 땀을 뒤집어쓴 채 서로 칭찬하며 배에서 내리지만 후자는 노꾼대장과 노꾼들이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도착해서 서로 미워하면서 배에서 내립니다.
장군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장군 밑에 있는 병사들은 힘든 일을 하려 하지도 않고 위험을 감수하지도 않으며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닌 한 명령도 따르지 않을 뿐 아니라 도리어 상관에게 반기를 드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깁니다. 이런 장군은 병사들이 비겁하고 불명예스러운 행동을 했을 때 수치심을 느끼도록 가르치지 못합니다.
하지만 신과 같이 선하며 지혜로운 지휘관은 다릅니다. 이들은 앞서 말한 병사는 물론이거니와 그들보다 못한 병사까지 돌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병사들이 명예롭지 않은 일을 저지를 때에는 스스로 부끄러워하게 만들고, 복종하는 편이 더 낫다고 여기게 하지요. 나아가 개인으로서든 집단으로서든 기꺼이 복종하는 일을 자랑스럽게 여기게 하며, 힘든 일을 맡게 되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도록 이끕니다.
훌륭한 지휘관이 이끄면 병사 개인에게 힘든 일을 기꺼이 하려는 마음이 샘솟듯 군대 전체에서도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샘솟고 지휘관에게 훌륭히 맡은 바를 완수하는 모습을 앞다퉈 보여주려는 명예욕도 함께 생깁니다.
부하들이 이런 태도로 대하는 사람은 진정 강력한 지휘관으로 거듭납니다. 제우스께 맹세하건대 이런 지휘관은 가장 힘센 자도, 창을 잘 던지는 자도, 활을 잘 쏘는 자도, 최고의 기병이나 무장보병도 아닙니다. 하지만 병사들이 ""불 속이라도 저 사람을 따르겠다""는 마음을 먹게 만드는 사람,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따르게 만드는 사람, 그가 진짜 강력한 지휘관입니다.
이런 자를 일컬어 우리는 마땅히 위대한 정신을 지녔다고 합니다. 그를 따르는 많은 사람이 이를 이해합니다. 사실상 ""큰 손""으로 행진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텐데, 그의 판단력을 추종하는 많은 사람이 무수한 손을 내밀어 그를 자발적으로 섬기기 때문입니다. 물리적 힘이 아닌 정신적 지도력으로 위대한 업적을 이루어내는 사람이야말로 진정 위대한 자입니다.
이는 비단 국가가 아닌 개인의 범위에서도 적용됩니다. 관리인으로 불리든 감독관으로 불리든 책임자가 일꾼을 일에 집중하게 하고, 열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일하게 만들 수 있다면 바로 그 사람이 훌륭한 결과를 만들어내고 커다란 부를 일구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소크라테스여, 주인이 게으른 일꾼을 크게 벌하고 열심히 일하는 일꾼을 크게 드높일 능력이 있는데도 만약 그가 일터에 나타났을 때 일꾼들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나는 그런 주인을 존경하지 않을 것입니다. 반면에 주인을 보고 일꾼들이 분발하고 각자에게 열정과 경쟁심과 최고가 되려는 명예욕이 생긴다면 나는 그런 주인을 두고 왕의 품성을 지녔다고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능력입니다. 농업을 비롯하여 사람들이 협력해 이루어내는 모든 일이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제우스에게 맹세하건대 이런 능력은 한번 보거나 설명을 듣는다고 해서 단번에 터득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런 능력을 갖추려면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고, 좋은 성품을 지녀야 하며, 무엇보다 신적인 탁월함을 갖춰야 한다고 확신합니다. 사람들의 자발적인 복종을 이끌어내는 이 훌륭한 능력은 순전히 인간의 것이 아닌 신의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