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인생의 전쟁터 한가운데 서 있다. 시험에서 떨어지고, 면접에서 좌절하고, 믿었던 관계가 깨지고, 투자에서 손실을 보며 삶의 기반이 흔들린다. 그 순간 인간은 절실히 깨닫는다. 한 번의 승리가 모든 것을 보장하지 않으며, 매번 이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무너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반이라는 사실이다. 손자가 말한 ‘백전불태’(百戰不殆)는 바로 이 진실을 꿰뚫는다.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은 자리에 선 자만이 흔들리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손자를 승리의 기술자로 오해한다. 그러나 그는 싸움마다 이기는 것을 최고라 하지 않았다. 손자가 강조한 것은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은 ‘백전불태’였다. 손자는 승리를 갈망하지 않았다. 그는 “이겨놓고 싸워라”라고 냉정하게 말했다. 싸움에 뛰어들고 나서 이기려는 것은 도박이지만, 미리 승리의 조건을 만들어 놓고 싸우는 것은 전략이다. 오늘날의 경쟁 사회에서 이 가르침은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성급한 성공은 쉽게 무너지고, 단기 실적만 추구하는 기업은 지속되지 않는다. 오히려 불필요한 싸움을 피하고, 싸우지 않고 이기는 자가 진정한 승자다. 『손자병법』은 단순한 전쟁서가 아니라, 삶을 버티는 철학이다.
■ 저자 손자
중국 춘추시대 오나라의 병법가로, 동서양을 아울러 고대 최고의 전략가로 꼽힌다. 본명은 손무(孫武)이며, ‘손자’는 그를 높여 부르는 이름이다. 그의 집안은 대대로 병법에 뛰어났으며, ‘손’(孫)이라는 성씨 또한 조부가 공을 세워 하사받은 것이다. 본래 제나라에서 태어났으나 정치적 혼란을 피해 오나라로 망명해 은거하며 불후의 저서 『손자병법』을 집필했다.
오나라 재상 오자서의 천거로 합려 왕의 부름을 받아 군사(軍師)로 등용되었다. 손자는 자신의 병법을 실전에 펼쳐 보이며 대국 초나라를 무너뜨리고, 오나라를 춘추시대의 패자로 끌어올렸다. 이후 합려가 월나라에 패망하고 세상을 떠나자, 후계자 부차를 도와 월나라를 제압하기도 했다. 그러나 권력의 소용돌이 속에서 물러난 뒤 행적은 알려지지 않았다.
손자는 단순한 책략가가 아니라 시대를 꿰뚫는 통찰력을 지닌 사상가이자 혁신가였다. 단 6천 자 남짓의 글 속에 그는 전쟁의 기술을 넘어 “이겨놓고 싸우라”는 역설적이면서 분명한 원칙을 설계했다. 『손자병법』은 불패의 조건, 기만과 기회의 활용, 지형과 군심(軍心)을 다스리는 방법 등 전장의 모든 국면을 관통하는 원리를 담고 있다. 하지만 그 가치는 전쟁에 국한되지 않는다. 리더십, 협상, 경영, 인간관계까지 오늘날의 경쟁 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승리의 사고법을 제시한다.
2,500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손자의 지혜는 낡지 않는다. 그것은 단순한 병법이 아니라 삶의 원리를 꿰뚫은 통찰이기 때문이다. 『손자병법』을 읽는다는 것은 곧,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은 인생의 전략 지도를 손에 쥐는 것과 같다. 손자는 우리에게 지금도 냉정하게 속삭인다. “최고의 승리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다.”
■ 역자 소준섭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상하이 푸단復旦 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으로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대우교수로 강의했고, 국회도서관 중국 담당 조사관으로 일했다. 오랫동안 쌓아온 풍부한 지식과 연구를 바탕으로 경제경영, 정치, 역사, 인문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여러 저서를 펴냈으며, 다수의 한·중 매체에 폭넓고 깊이 있는 글을 꾸준히 기고하고 있다. 『소준섭의 정명론』, 『우리가 몰랐던 중국 이야기』, 『중국을 말한다』, 『중국인은 어떻게 부富를 축적하는가』, 『왕의 서재』, 『사마천 경제학』, 『중국사 인물 열전』, 『사마천 사기 56』, 『십팔사략』, 『논어』, 『도덕경』 등 여러 책을 쓰고 엮었다.
■ 차례
머리말 | 이겨놓고 싸우라 ─ 전쟁터에서 인생까지, 2,500년의 통찰
제1편 계計|승리를 계획하라
전쟁의 승패는 이미 결정되어 있다
· 싸우고 이기려 하지 말고, 이겨놓고 싸워라 - 맹자와 두보가 그린 전쟁의 참상
· 전쟁의 정당성은 어디서 오는가 - 명분이 아닌 마음의 힘
· 마음을 얻는 자가 승리를 얻는다 - 유방과 항우의 결정적 차이
· 사람의 뜻이 곧 하늘의 뜻이다 - 민심으로 천하를 얻은 성탕
치밀한 계산이 승리를 부른다
· 전쟁은 계략이다 - 손자의 과감한 선포
· 실력을 숨겨 판을 흔들어라 - 무능을 가장한 장군 이목
· 자신을 낮춰 방심을 유도하라 - 오왕 부차와 월왕 구천의 복수혈전
· 감정을 파고들어 균열을 만들어라 - 유방의 책사 진평의 이간책
· 상대의 예측을 설계하라 - 묵돌선우의 심리전
제2편 작전作戰|전쟁에서 살아남는 법
모든 전쟁에는 대가가 따른다
· 전쟁의 생명은 속승이다 - 진나라 재상 범저의 실책
· 장기전은 자멸을 부른다 - 고구려 원정으로 나라를 잃은 수양제
이기는 지도자는 어떻게 다른가
· 무능한 지휘관은 참패를 부른다 - 4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조나라의 오판
· 승리할수록 강해지는 조직 - 반란 세력마저 포용한 광무제 유수
· 분노를 연료로 활용하라 - 제나라 장군 전단의 계책
· 인재에게 인색하면 승리할 수 없다 - 스스로 패망을 부른 항우
· 인재를 통해 승리의 씨앗을 뿌려라 - 한무제의 능력 중심 인재 등용
제3편 모공謀攻|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고의 전략이다
· 싸우지 않고 승리하는 길을 찾아서 - 『손자병법』은 비전쟁론이다
· 온전한 승리를 추구하라 - 전(全)을 모르면 『손자병법』을 알 수 없다
· 한발 빠른 정보가 판세를 바꾼다 - 조국을 구한 상인의 꾀
· 강자를 이기려면 연합하라 - 진나라의 발을 묶은 소진의 합종책
· 작은 틈이 큰 균열을 만든다 - 진나라의 통일을 이끈 장의의 연횡책
· 적을 교란해 스스로 무너지게 하라 - 위나라 사신으로 간 상앙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위태롭지 않다
· 적과 나의 역량을 올바로 진단하라 - 이신의 자만과 왕전의 통찰
[부록] 전장에서 피어난 노자의 철학 ─ 평화를 꿈꾼 손자의 병법
제4편 형形|형세를 읽는 자가 승리를 거둔다
불패의 조건을 설계하라
· 무너지지 않는 지반을 다져라 - 진나라가 천하를 제패한 비결
· 적이 이기지 못할 싸움을 하라 - 제갈량과 장비의 내기
승자는 이겨놓고 싸우며, 패자는 싸우면서 이기려 든다
· 승리하는 조직의 비결 - 사마양저의 공명정대한 정치
· 전략 없는 전술은 실패한다 - 일본의 진주만 공격
제5편|세勢 흐름을 장악하라
정공으로 맞서고 기습으로 승리하라
· 적의 의표를 찌르다 - 제나라 전단의 계책
흐름을 지배하는 자가 싸움을 지배한다
· 적임자를 골라 믿고 맡겨라 - 제갈량과 조조의 용인술
· 배경이 아닌 능력을 보라 - 세종대왕의 인재 등용
· 경영의 근본은 인재를 얻는 데 있다 - 당 태종의 믿음과 보답
· 사람의 일이 곧 모든 일을 좌우한다 - 측천무후의 군자만조(君子滿朝)
· 허물보다 본질에 집중하라 - 술주정꾼을 사령관에 임용한 링컨
제6편|허실虛實 허실을 꿰뚫어 주도권을 잡아라
적의 운명을 설계하라
· 내가 원하는 대로 상대를 움직여라 - 당 태종이 아낀 병법의 백미 「허실」
· 상대가 원하는 대로 끌려다니지 마라 - 영락제의 몽골 원정
나를 감추어 적을 드러내라
· 속내를 감추고 결정타를 날려라 - 일곱 나라의 반란을 제압한 주아부
흐름을 읽고 허를 찔러라
· 실상을 감추고 허를 꿰뚫어라 - 원수의 손으로 자신의 이름을 빛낸 손빈
제7편|군쟁軍爭 주도권 경쟁의 기술
주도권 경쟁이 승패를 결정한다
· 때로는 돌아가는 길이 가장 빠르다 - 위나라 등애의 우회 전략
· 이로움의 이면에는 해로움이 있다 - 진시황의 만리장성 축조
· 지나친 주도권 경쟁은 화를 부른다 - 맹강녀의 비극과 진나라의 몰락
주도권 싸움에서 지켜야 할 원칙
· 이익으로 적을 움직여라 - 낙양의 두 군웅을 물리친 당 태종
나를 다스리고 적을 다루는 방법
· 힘을 비축해 피로한 적을 상대하라 - 풍이 장군의 외효 진압
제8편|구변 九變 상황이 달라지면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
원칙은 유지하되 유연하게 대응하라
· 이로움과 해로움을 함께 살펴라 - 정나라 명재상 자산의 혜안
· 거듭 흔들어 무너뜨려라 - 오자서의 복수
· 적이 판 함정을 발판으로 삼아라 - 정국의 진나라 수로 건설
· 리더의 지혜는 경청에서 나온다 - 두 사람의 항명, 서로 다른 처벌
요행을 바라지 말고 역량을 쌓아라
· 과신은 스스로를 망친다 - 천하영웅 항우의 몰락
제9편|행군 行軍 적의 움직임에 답이 있다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자가 승리를 차지한다
· 적이 대응하지 못할 판을 짜라 - 강 한가운데서 패한 조구
적의 동태를 파악하는 방법
· 적의 의도를 역이용하라 - 한신이 패전한 척 후퇴한 이유
승리하는 군대를 다스리는 법
· 리더는 때로는 너그럽고, 때로는 엄격해야 한다 - 문무를 겸비한 황제, 강희제
· 믿음을 주면 사람은 절로 따른다 - 신의로 다스린 제갈량의 군대
· 믿음을 저버리면 대가가 따른다 - 폭정으로 허망한 최후를 맞은 장비
[부록] 사업은 전쟁이다 ─ 병법에서 배우는 비즈니스의 원리
제10편|지형 地形 지형을 꿰뚫는 자가 전장을 지배한다
내가 있는 곳을 올바로 이해하라
· 지형을 읽어야 승리할 수 있다 - 제갈량의 읍참마속
실패에서 배워라
· 공동체에 이로운 길을 따라가라 - 도를 지킨 문공, 명성을 탐한 자옥
· 허울뿐인 명분은 일을 그르친다 - 송나라 양공의 지나친 인의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승리를 거두는 데 위태로움이 없다
· 허울이 아닌 진심으로 대하라 - 오기 장군이 병사의 종기를 빨아준 까닭
· 때와 자리를 모르면 승리할 수 없다 - 효산에서 무너진 진목공의 원정
· 때와 자리를 파악하면 승리는 나의 것이다 - 적벽의 불길이 증명한 원칙
제11편|구지 九地 보이지 않는 마음의 지형을 읽어라
상황이 달라지면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
· 위기에서 새로운 길이 열린다 - 항우의 파부침주
심리를 다스려 승리를 차지하라
· 신뢰가 사람을 움직이게 만든다 - 목숨 바쳐 약속을 지킨 전저
· 심리를 읽으면 판세를 뒤집을 수 있다 - 적의 사기까지 다스린 조귀
승리를 이끄는 자의 자질
· 패왕의 군대가 갖추어야 할 조건 - 한신이 배수진을 친 까닭
· 위기에서 드러나는 지휘관의 힘 - 반초의 서역 개척
때를 기다려 과감히 실행하라
· 고요하게 다가가 신속하게 공략하라 - 한신의 위나라 기습
제12편|화공 火攻 불을 다스리는 자가 승부를 결정한다
흔들리는 불꽃처럼 변화에 맞춰 움직여라
· 수공(水攻),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다 - 춘추시대의 막을 내린 조양자의 계책
불씨를 지키되, 불길에 삼켜지지 마라
· 유리하면 움직이고 불리하면 멈춰라 - 유대인의 행동 원칙
· 헛된 싸움은 제 살 깎아 먹기다 - 소대의 어부지리 이야기
· 분노에 휩쓸리면 일을 그르친다 - 수나라 양현감의 반란
제13편|용간 用間 아는 것이 힘이다
· 『손자병법』이 추구한 네 가지 가치 - 전(全)과 지(知), 선(先)과 선(善)
적정을 꿰뚫으면 승리가 보인다
· 상대 세력을 포섭해 격파하다 - 첩자를 써 연나라를 몰아낸 전단
정보 없이는 작전도 없다
· 상대를 꿰뚫어 보는 자가 승리한다 - 성탕을 도와 하나라를 무너뜨린 이윤
· 정보를 지배하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 - 문왕을 보좌해 주나라를 세운 강태공
· 적진에 숨긴 아군으로 승리를 이끌다 - 비수대전으로 패망한 부견
[부록] 생존의 묘수, 삼십육계 ─ 『손자병법』을 계승한 실천 전략
해제 | 피할 수 없는 싸움을 맞닥뜨릴 때, 두고두고 꺼내 볼 인생 전략
손자병법은 어떻게 2,500년 동안 고전의 자리를 지켜왔을까요? 그 이유는 단순합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승리의 본질은 단순히 “어떻게 이길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위태롭지 않게 살 것인가”이기 때문입니다. 싸워서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지만, 지더라도 위태로워지지 않는 상태, 다시 탈탈 털고 일어설 수 있는 수천 년의 검증을 견뎌낸 지혜를 전하기 때문이지요.
손자병법
계(計) 승리를 계획하라
『손자병법』의 첫 장을 여는 「계(計)」편이다. 여기서 ""계(計)""는 기기묘묘한 간계의 개념이 아니라 전쟁의 승산을 헤아리는 ""계산""을 뜻한다. 손자는 첫 구절에서 전쟁이란 백성과 국가의 생사존망이 걸린 중대사이기에 반드시 신중한 태도로 임해야 한다고 천명한다. 이어서 그는 전쟁을 결정하기에 앞서 적군과 아군의 전력을 면밀히 비교하고, 승패를 좌우하는 조건을 철저히 계산한 후에야 비로소 전쟁에 임해야 한다고 설파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요소가 도(道)와 궤(詭)이다. 손자는 군사 전략으로서의 도·와 구체적 전술로서의 궤가 하나로 통일되어야 하고, 전쟁의 실행에는 반드시 세부 전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여기서 도는 도의나 정의가 아니라 민심이 부여하는 ""정당성""에 가깝다. 손자에 따르면 먼저 도를 중심으로 한 병법의 근본 조건인 오사(五事), 오사를 바탕으로 한 비교 항목인 칠계(七計)를 통해 전쟁의 승패를 판단해야 한다. 그런 다음 승리의 조건을 갖추고 전략을 세워, 이를 구체적 전술인 궤, 즉 계략을 통해 실행하는 것이다.
『손자병법』의 핵심 사상은 "먼저 필승의 형세를 갖춘 뒤에야 싸움을 시작한다"[先勝而後求戰 선승이후구전]라는 구절에 압축되어 있다. 즉, 싸운 후 승리를 바라지 말고 ""이겨놓고 싸우라""는 것이다. 손자는 「계」를 비롯한 전편에 걸쳐 일관적으로 승산 없는 전쟁을 시작해서는 안 되며, 반드시 유리한 형세를 조성한 뒤에 작전을 실행해야 한다는 확고한 원칙을 제시한다.
손자가 중시하는 것은 무엇보다 패배하지 않을 조건을 마련하는 일이다. 아무리 훌륭한 계책이라도 실패하지 않을 기반이 조성된 연후에야 비로소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이 순서가 뒤바뀌어 승산을 따져보지 않고 전쟁에 뛰어들어 뒤늦게 수습하려 든다면, 일시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라도 결국은 패배할 수밖에 없다.
전쟁의 승패는 이미 결정되어 있다
손자는 말한다.
전쟁이란 국가의 대사이다. 수많은 사람의 생사와 국가의 존망이 달린 일이므로, 반드시 신중하게 살피지 않으면 안 된다.
원문의 병(兵)은 본서의 제목이 손자""병""법인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손자병법』의 중심 개념이다. 손자는 이 책에서 ""병""을 크게 ""전쟁"", ""군대 혹은 군인"", ""병기""(兵器)라는 세 가지 의미로 사용했다.
이를 위해서는 다섯 가지 요소를 기준 삼아 적과 아군 양측의 여러 상황을 비교함으로써 승패를 파악해야 한다. 다섯 가지 요소란 첫째로 도(道), 둘째로 천(天), 셋째로 지(地), 넷째로 장(將), 다섯째로 법(法)이다.
이를 오사(五事)라 한다. 전쟁의 승패를 결정하는 다섯 가지 요소를 말한다.
도란 백성들로 하여금 윗사람과 한마음 한뜻이 되어 공생공사하고 두려워하거나 의심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천은 천시(天時), 즉 기후 조건으로 밤과 낮, 맑고 흐린 날, 사계절의 변화 등을 말한다. 지는 지리(地理) 조건으로 도로의 멀고 가까움, 지세의 험준함과 평탄함, 지역의 넓고 좁음 그리고 사지(死地)와 생지(生地) 등을 말한다. 장은 장수(將帥)의 덕목으로 지모(智謀)가 뛰어난가, 충신(忠信)을 지녔는가, 부하를 인애(仁愛)하는가, 용맹하고 과단성이 있는가, 군령을 엄격히 다스리는가를 살피야 한다. 마지막으로 법은 군대의 조직 편제, 직책과 관리 제도 그리고 군수물자 제도를 가리킨다. 장수는 이 다섯 가지 요소를 모두 깊이 파악해야 한다. 오직 이를 파악한 자만이 전쟁에서 승리를 획득할 수 있다.
손자가 말하는 ""도""(道)는 노자가 『도덕경』에서 논한 ""도""(道)와 연결되는 개념이다. 『손자병법』 주석서를 저술한 당나라 시인 두복(杜牧)은 이 도를 ""인의""(仁義)로 해석했다.
사지(死地)란 나아가지도 물러서지도 못하는 지형을 가리키며, 신속하게 싸워야만 살아남고 늦어지면 전멸할 수밖에 없는 곳이다. 생지(生地)란 수비와 방어에 유리한 지형을 가리키며, 더욱 광범위하게는 생명을 보장할 수 있는 안전한 지대를 말한다.
또한 이것을 일곱 가지 항목과 비교하여 적군과 아군의 정황을 탐색해야 한다. 일곱 가지 항목이란 어느 쪽 군주가 도의(道義)를 지녔는가, 어느 쪽 장수가 현명하고 유능한가, 어느 쪽이 좋은 기후와 지리 조건을 차지했는가, 어느 쪽이 군기가 엄정하고 법령을 엄격히 집행하는가, 어느 쪽 병력이 더 강대한가, 어느 쪽 병사가 더 잘 훈련되어 있는가, 어느 쪽 군대가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상벌이 분명한가를 말한다. 나는 이러한 정황으로 누가 이기고 누가 패배할지 예측할 수 있다.
이를 칠계(七計)라 한다. 오사를 바탕으로, 적군과 아군의 정황을 비교해 헤아리는 일곱 가지 요소를 말한다.
만약 나의 계책을 받아들이고 그로써 승리하면 나는 이곳에 남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나의 계책을 받아들이지 않고 그로써 실패하면 나는 이곳을 떠날 것이다.
모공(謀攻)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고의 전략이다
손자는 말한다.
무릇 용병의 원칙은 적국으로 하여금 스스로 싸우지 않고 항복하게 만드는 것[全國 전국]이고, 무력으로써 적국을 무너뜨리는 것[破國 파국]은 그다음이다. 마찬가지로 적의 전군(全軍)이 싸우지 않고 항복하게 하는 것이 상책이고, 무력으로써 전군을 무너뜨리는 것[破軍 파군]은 그다음이다. 적의 부대[全旅 전려]가 싸우지 않고 항복하게 하는 것이 상책이고, 무력으로써 적의 부대를 무너뜨리는 것[破旅 파려]은 그다음이다. 적의 중대[全卒 전졸]가 싸우지 않고 항복하게 하는 것이 상책이고, 무력으로써 적의 부대를 무너뜨리는 것[破卒 파졸]은 그다음이다. 적의 소대[全伍 전오]가 싸우지 않고 항복하게 하는 것이 상책이고, 무력으로써 적의 소대를 무너뜨리는 것[破伍 파오]은 그다음이다. 그러므로 백 번 싸워 백 번 이기는 것이 최선이 아니라, 싸우지 않고도 적을 굴복하게 만드는 것이 최고의 책략이다.
후대 해설가들은 이 내용을 간추려 "오전(五全)을 지키고, 오파(五破)를 피하라"고 표현했다. 오전(五全)은 ""온전히 지켜야 할 다섯 가지 대상""이라는 뜻으로, 전국(全國)·전군(全軍)·전려(全旅)·전졸(全卒)·전오(全伍)를 묶어 부르는 용어이다. 반대로 오파(五破)는 ""되도록 피해야 할 다섯 가지 파멸""이라는 뜻으로, 파국(破國)·파군(破軍)·파려(破旅)·파졸(破卒)·파오(破伍)를 가리킨다. 한편, 국가를 칭하는 국(國) 외에 군(軍)·여(旅)·졸(卒)·오(伍)는 춘추전국시대의 군대 편제 단위이다. 군은 2,500명, 여는 500명, 졸은 100명, 오는 5명으로 구성된다.
따라서 용병의 최고 책략은 전쟁을 하지 않고 모략으로써 적을 굴복시키는 것[伐謀 벌모]이다. 그다음은 적의 외교 동맹을 와해시켜 고립시키는 것[伐交 벌교]이고, 다음은 무력으로써 승리를 거머쥐는 것[伐兵 벌병]이다. 적의 성을 격파하는 공성(攻城)은 최악의 책략으로, 다른 선택이 없을 때 부득이하게 취하는 방식이다.
공성을 위해서는 대형 방패와 대형 사륜차 같은 각종 공성 무기를 제작하는 데만 최소 3개월이 필요하고, 흙산을 쌓는 데도 최소 3개월이 소요된다. 만약 장수가 조급한 마음을 억누르지 못하고 병사들에게 개미처럼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성을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리면, 병사 가운데 3분의 1을 잃고도 적의 성을 함락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것이 공성의 위험성이다.
그러므로 용병에 능한 자는 적을 굴복시키되 전쟁을 하지 아니하고[非戰 비전], 성을 빼앗되 강공에 의존하지 아니하며[非攻 비공], 적국을 멸망시키더라도 장기간 지구전을 벌이지 않는다[非久 비구]. 그들은 온전한 승리[全勝 전승]의 책략을 추구함으로써 천하를 다투며, 국력과 병력의 손실 없이 승리의 이익을 온전히 거둔다. 이것이야말로 모략으로 적을 격파해 승리를 거둘 수 있는 법칙이다.
손자는 비전(非戰), 비공(非攻), 비구(非久)의 ""삼비""(三非)를 견지하고자 했다.
실제 용병 방법은 다음과 같다. 아군 병력이 적군의 열 배이면 포위 섬멸 작전을 실시한다. 다섯 배이면 적군에 맹공을 가한다. 두 배이면 적군을 분산시켜 각개 격파한다. 병력이 서로 대등하면 능히 적군과 대적할 수 있다. 아군 병력이 적에 비해 적으면 적으로부터 벗어난다. 아군의 힘이 적에 미치지 못하면, 최대한 적과의 교전을 피한다. 약소한 소부대가 강대한 대부대에 결사 저항하면 포로가 된다.
장수는 국군(國君)을 보좌(輔佐)하는 자이다. 장수가 보좌를 주도면밀하게 수행하면 국가는 반드시 강성해지고, 보좌에 결함이 있으면 국가는 곧 쇠락한다.
싸우지 않고 승리하는 길을 찾아서 - 『손자병법』은 비전쟁론이다
「모공」편에서 손자는 "싸우지 않고도 적을 굴복하게 만드는 것이 최고의 책략"[不戰而屈人之兵 불전이굴인지병]이라고 하였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최상의 방법은 ""벌모""(伐謀), 즉 전투 없이 모략으로 승리를 거두는 것이다.
『손자병법』은 그저 이기는 방법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싸우지 않고도 승리할 수 있는 길을 찾는 데 초점을 둔다. 그래서 손자는 되도록 전쟁을 피하되, 피치 못할 상황이 오면 먼저 승리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든 뒤 전쟁을 시작해야 한다는 철저한 원칙을 내세운다.
이러한 점에서 『손자병법』은 단순한 ""전쟁론""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전쟁에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는 철학을 담은 ""비전쟁론""(非戰爭論)이라고 할 수 있다.
구변(九變) 상황이 달라지면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
손자는 「구변」(九變)편에서 전쟁은 고정불변의 원칙이나 이론에 따라 움직이지 않기에, 반드시 상황에 따른 임기응변과 변통(變通)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변""(變)이라는 글자는 『손자병법』 전편에 걸쳐 총 14차례 등장한다. 횟수만 놓고 보면 그리 많은 편은 아니지만, 이에 근거한 사유 방식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전쟁은 본질적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변화의 연속이다. 따라서 전쟁의 승패는 단순히 병력의 규모나 무력의 크기에 따라 갈리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국면에 얼마나 민첩하게 대응하는가, 전략과 전술을 얼마나 정밀하게 수립하는가, 그리고 지휘관이 그것을 얼마나 기민하게 운용할 수 있는가에 따라 전쟁의 향방이 결정된다.
동서고금의 뛰어난 군사가들은 모두 천변만화하는 상황을 읽고, 변화에 적절히 대응함으로써 승리를 쟁취했다. 손자는 전쟁에서 마주하는 무수한 변화와 그에 대처하는 방식을 ""구변""(九變)이라는 개념 아래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또한 전쟁 수행 과정에서 이로운 요소와 해로운 요소를 모두 고려해야 하며, 요행을 바라지 않고 스스로 충분한 역량을 갖추는 것이 승리의 조건임을 일깨워준다.
원칙은 유지하되 유연하게 대응하라
손자는 말한다.
용병의 기본은 장수가 군주의 명을 받아 병력을 소집하고 군대를 조직하는 데 있다. 통행이 곤란한 곳[?地 비지]에 주둔해서는 안 된다. 사통팔달한 교통의 요지[衢地 구지]에서는 인근 국가와의 관계에 주의해야 한다. 적국의 국경이 가까워 생존하기 어려운 곳[絶地 절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지세가 험하고 포위당하기 쉬운 곳[圍地 위지]에서는 미리 대비책을 세워두어야 한다. 만약 되돌아갈 길이 없는 곳[死地 사지]에 잘못 진입했을 때는 과감히 결전을 벌여야 한다. 상황에 따라 어떤 길은 가지 말아야 하고, 어떤 적군과는 교전하지 말아야 하며, 어떤 성은 공격하지 말아야 하고, 어떤 땅은 탐하지 말아야 하며, 군주의 불합리한 명령은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
그러므로 위에서 말한 구변(九變)의 구체적 운용에 정통한 장수야말로 진정 용병을 아는 자라 할 수 있다. 구변에 정통하지 못한 장수는 비록 지형에 익숙할지라도 그 지리(地理, 지리적 이점)를 얻지 못한다. 구변에 정통하지 못한 장수는 비록 다섯 가지 지형의 이익과 폐단을 알고 있을지라도 부대의 전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한다.
위에서 설명한 항목은 모두 열 가지로, 구변은 이 중에서 "군주의 불합리한 명령" 항목을 제외한 아홉 가지를 일컫는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장수는 어떤 문제를 고려할 때 반드시 이로움과 해로움을 함께 살핀다. 불리한 정황에서도 유리한 요소를 충분히 찾아내므로 대사가 순조롭게 진행된다. 유리한 정황에서도 불리한 요소를 충분히 경계하여 화란(禍亂)을 미리 피할 수 있다. 그러므로 적에게는 가장 두려운 손실로 위협해 굴복시키고, 위험하고 번잡한 일을 강요해 지치게 만들며, 이익을 내세워 유인함으로써 복종하게 한다.
이로움과 해로움을 함께 살펴라 - 정나라 명재상 자산의 혜안
춘추전국시대, 정나라는 강대국 사이에 낀 소국 중에서도 특히 작은 나라였다. 그럼에도 정나라가 강국의 틈바구니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자산(子産)이라는 명재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산이 아직 어렸을 때, 정나라는 자신보다 더 약소한 인근의 채나라를 공격해 대승을 거두고 채나라 공자까지 포로로 잡는 커다란 전과를 세웠다. 정나라의 백성과 대신 모두가 환호작약했다. 당시 정나라의 고위 관리를 지내던 자산의 아버지 자국(子國)도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채나라 정벌을 크게 반겼다. 그러나 이때 조금도 기뻐하지 못하고 오히려 깊은 걱정에 빠진 단 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어린 자산이다. 자산은 이렇게 말했다.
"소국이 문덕(文德)도 없이 무력으로 채나라를 침략했으니, 뒤에 닥칠 후환이 너무도 클 것입니다. 채나라가 의지하는 대국 초나라가 반드시 쳐들어올 것이고, 초나라에 굴복하면 초나라와 경쟁하는 진나라 또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초나라와 진나라가 모두 우리 정나라를 침공한다면, 앞으로 4, 5년은 단 하루도 편안할 날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자 자국은 자신의 아들을 크게 꾸짖었다.
"아직 어린 네가 뭘 안다고 그런 말을 하느냐? 국가의 대사는 대신들이 알아서 처리하고 있다. 네가 또다시 그따위 말을 하면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자산의 예측은 그대로 현실이 되었다. 정나라가 동생의 나라를 침략하자, 초나라는 대응 차원에서 공격에 나섰다. 이어 초나라와 경쟁하던 진나라까지 군사를 일으켜 정나라를 침공했다. 결국 정나라는 자산이 내다본 대로 몇 해 동안 초나라와 진나라의 침공에 시달리며 온갖 고초를 겪어야 했다.
무릇 어떤 일을 실행하고자 할 때는 그로 인한 이로움뿐 아니라, 반드시 그에 뒤따를 해로움까지 살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