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대로 흘러가는 인생은 없다. 열심히 준비한 일이 무너지고, 믿었던 사람이 떠나며, 예상하지 못한 일이 삶의 방향을 바꾸어놓는다. 우리는 그때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오디세우스의 삶은 전혀 다른 답을 보여준다. 흔들리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흔들린 뒤 다시 항로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 목적지는 지키되 방법은 바꿀 수 있어야 하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방법이라면 오래 공들였더라도 놓을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삶에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오디세우스의 지혜는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남의 성공을 정답으로 삼지 않는 법, 힘이 부족할 때 결정할 시간을 버는 법, 도움을 청하면서도 상대에게 거절할 자리를 남기는 법, 피할 수 없는 손실 앞에서 더 큰 파국을 막는 법, 무너진 뒤 남은 것으로 다시 시작하는 법 등 이 책에 담긴 53가지 지혜는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한다. 중요한 것은 오디세우스처럼 사는 것이 아니다. 나에게 이타케는 어디인지, 무엇은 끝까지 지키고 무엇은 기꺼이 바꿀 것인지를 아는 것이다. 세상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아도 목적지를 알고 있다면 다시 항로를 잡을 수 있다.
■ 저자 호메로스
고대 그리스의 서사시인. 서양 문학의 출발점으로 평가받는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의 저자로 전해진다. 정확한 생몰 연대와 출생지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대체로 기원전 8세기 무렵 활동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오니아 지방의 스미르나와 키오스 등이 그의 출생지로 거론되어왔다. 고대부터 앞을 보지 못하는 음유시인이었다는 전승이 널리 퍼졌지만 이를 역사적 사실로 확인할 자료는 없다. 오늘날까지도 호메로스가 실제 한 명의 시인이었는지, 오랫동안 구전되어온 여러 영웅 이야기를 한 사람 또는 여러 시인이 정리한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호메로스의 대표작 『일리아스』와 『오디세이』는 기원전 12세기 무렵 벌어진 것으로 여겨지는 트로이 전쟁과 그 이후의 세계를 다룬다. 『일리아스』가 트로이 전쟁 말기의 아킬레우스의 분노와 전투를 중심으로 펼쳐진다면, 『오디세이』는 전쟁이 끝난 뒤 오디세우스가 고향으로 돌아가기까지 겪은 10년의 귀향을 그린다. 두 작품은 2800년 동안 서양문학과 예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수많은 이야기의 원형이 되었다. 특히 『오디세이』는 모험과 귀향을 다룬 서양문학의 가장 위대한 원형으로 오늘날까지 살아남아 있다.
■ 엮음 강현규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으며 대학 졸업 후 줄곧 출판기획자의 길을 걸어왔다. 최근에는 ‘고전 다시 읽기’라는 취지로 고전들을 원전의 가치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흥미롭게 재구성해 엮어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 『단종과 함께한 사람들』이 있으며, 엮은 책으로 『쇼펜하우어의 인생 수업』 『니체의 인생 수업』 『괴테의 인생 수업』 『파스칼의 팡세』 『세네카의 화 다스리기』 『에픽테토스의 인생을 바라보는 지혜』 등이 있다.
■ 역자 이선미
저작권 에이전시에서 에이전트로 일했으며,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책 만드는 일을 했다. 옮긴 책으로는 『파스칼의 팡세』 『톨스토이의 인생론』 『성인을 위한 이솝우화』 『해저 2만 리』 등이 있다.
■ 차례
엮은이의 말_『오디세이』에서 오늘을 살아갈 지혜를 찾다
『오디세이』 이야기의 전체 흐름
PART 1 목적지를 정하라_돌아갈 곳을 알고 길을 떠나라 『오디세이』 제1~8권
01 돌아갈 곳을 먼저 정하라
02 빈자리를 보지 말고 자기 자리를 지켜라
03 집안의 문제를 사람들 앞에 드러내라
04 힘이 부족할 때는 결정할 시간을 벌어라
05 찾을 답이 집에 없다면 집을 떠나라
06 남의 성공을 정답으로 삼지 마라
07 복잡할수록 핵심 질문을 붙들어라
08 편안함보다 돌아갈 곳을 택하라
09 길이 열리면 뗏목부터 만들어라
10 부서진 뗏목은 놓고 헤엄쳐라
11 도움을 청하되 거절할 자리도 남겨라
12 낯선 곳에서는 먼저 청할 사람을 찾아라
13 지나간 일의 상처를 외면하지 마라
PART 2 항로를 바꿔라_살아남으려면 방법과 모습을 바꿔라 『오디세이』 제9~16권
14 승리한 뒤에는 떠날 때를 알아라
15 목적지를 잊게 하는 즐거움에서 떠나라
16 호기심 때문에 동료를 위험에 빠뜨리지 마라
17 살아남아야 할 때는 이름을 감춰라
18 탈출한 뒤에는 이름을 자랑하지 마라
19 시기심으로 모두의 귀환을 망치지 마라
20 모든 배를 한곳에 묶지 마라
21 적과 손잡기 전에는 해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라
22 조언을 구했다면 불편한 답도 들어라
23 죽은 뒤의 영광보다 지금의 삶을 택하라
24 유혹을 이기려 하지 말고 먼저 자신을 묶어라
25 손실을 피할 수 없다면 더 큰 파국을 막아라
26 경고할 수는 있어도 남의 선택을 대신할 수는 없다
27 배가 부서지면 남은 조각을 다시 묶어라
28 고향에 돌아오면 달라진 현실부터 보라
29 사람의 태도를 보려면 지위부터 감춰라
30 힘없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보라
31 아무도 보지 않아도 맡은 일은 이행하라
32 배움은 돌아와 책임질 때 완성된다
33 목적지는 지키되 돌아가는 길은 바꿔라
34 함께할 사람에게 정체를 먼저 밝혀라
35 재회했다면 다음 행동을 함께 정하라
PART 3 귀환을 완성하라_집을 되찾고 관계를 회복한 뒤 싸움을 멈춰라 『오디세이』 제17~24권
36 모욕에 반응하기 전에 목적부터 보라
37 돌아왔다면 기다린 이의 시간도 보라
38 이길 수 있어도 필요한 힘만 써라
39 원하는 것이 있다면 내 몫부터 내놓아라
40 결전 전에는 상대가 쓸 무기부터 치워라
41 말보다 지나온 흔적을 보라
42 분노가 치밀면 견뎌낸 자신을 떠올려라
43 할 수 있어도 때가 아니면 멈춰라
44 내 편인지 먼저 확인하라
45 함께하겠다고 했다면 위험 앞에서 움직여라
46 말보다 실력으로 보여라
47 주도자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지 마라
48 같은 집단에 있었다고 같은 책임을 묻지 마라
49 승리 후에 죽은 적을 조롱하지 마라
50 가까운 사람에게 믿음을 재촉하지 마라
51 함께 살아온 기억으로 서로를 확인하라
52 집을 되찾았어도 기다린 사람에게 돌아가라
53 승리한 뒤에는 상대편의 상실도 보라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에서 10년 동안 이어진 오디세우스의 방랑과 귀환을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53가지 인생 지혜를 찾아낸다. 목적지는 지키되 방법은 바꾸며,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기준을 제시한다.
오디세우스의 지혜, 흔들려도 가라
목적지를 정하라_돌아갈 곳을 알고 길을 떠나라 『오디세이』 제1~8권
오디세우스와 텔레마코스의 여정을 통해 삶에서 먼저 목적지를 정하는 법을 배운다. 남의 빈자리에 기대지 말고 자기 몫을 맡으며, 답이 없다면 직접 찾아 나서야 한다. 길이 열리면 준비하고, 방법이 무너지면 바꾸되 목적지는 놓치지 않는다. 또한 도움을 청할 때는 대인의 선택을 존중하고, 낯선 곳에서는 누구에게 청해야 할지 살핀다. 과거의 상처가 남아 있더라도 인정하고 다시 나아가야 한다. 항로는 바꾸되 돌아갈 곳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 첫 번째 지혜다.
돌아갈 곳을 먼저 정하라 『오디세이』 제1권
트로이 전쟁이 끝난 뒤 많은 전사가 제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나는 바다의 님프 칼립소사가 사는 외딴섬에 붙잡히로 이타케로 돌아가지 못했다. 내게 다른 목적지는 없었다. 아내 페넬로페와 아들 텔레마코스가 있는 이타케, 그곳이 내가 끝내 돌아가야 할 곳이었다.
그곳으로 가는 길은 내 뜻대로 정할 수 없었다. 어느 섬에 닿을지, 언제 폭풍이 일어날지, 신들이 어디에서 길을 막을지 알지 못했다. 동료들의 선택조차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바다는 나를 엉뚱한 곳으로 밀어냈지만, 내가 돌아가려는 곳까지 바꾸지는 못했다. 나는 길을 잃을 때마다 다시 이타케를 향했다.
이타케에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내가 돌아가 말아야 할 삶이 있었다. 어디로 돌아가지 안난다는 것은 무엇을 지키며 살아갈지 안난다는 뜻이다.
목적지가 있다고 폭풍이 사라지거나 길이 짧아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예상하지 못한 곳으로 밀려났을 때 어느 쪽으로 다시 나아가야 하는지는 알 수 있다. 목적지를 아는 사람에게 방황은 끝없는 표류가 되지 않는다.
우리도 어디로 갈 것인지보다 어떤 일이 더 좋아 보이는지를 먼저 따질 때가 많다. 더 많은 돈과 높은 자리, 남보다 앞설 수 있는 길은 쉽게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좋은 조건이 원하는 삶으로 데려간다는 보장은 없다. 목적지가 없으면 새로운 기회가 나타날 때마다 방향을 바꾸게 된다. 얼마나 빨리 가는가보다 그 길의 끝에 내가 원하는 삶이 있는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큰 선택을 앞두었다면 자신의 이타케부터 정하라.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지, 무엇을 지키고 싶은지, 누구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생각하라. 목적지가 분명하다고 한 길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길이 막히면 돌아가고 방법이 맞지 않으면 바꾸면 된다. 항로는 바뀌되 목적지는 잃지 마라.
힘이 부족할 때는 결정할 시간을 벌어라 『오디세이』 제2권
이타케로 돌아온 뒤 나는 내가 없는 동안 페넬로페가 구혼자들을 어떻게 견뎠는지 알게 되었다. 그들은 결혼할 사람을 고르라고 끈질기게 재촉했다. 페넬로페는 시아버지 라에르테스의 수의를 다 짜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낮에는 베를 짜고 밤에는 다시 풀었다. 그들을 물리칠 힘은 없었지만, 그들이 정한 때에 뜻을 꺾지는 않았다.
페넬로페가 얻은 것은 단순한 며칠이 아니었다. 자신의 삶을 남이 정한 속도에 넘겨주지 않을 여유였다. 힘의 차이가 클수록 상대는 대답의 내용뿐 아니라 대답할 시기까지 정하려 든다. 그런 순간에는 곧바로 맞서 이길 수 없어도, 적어도 서둘러 결론을 내리지 않을 수 있다. 언제 결정할 것인가도 결정의 일부다.
그렇다고 어려운 선택을 계속 미루라는 뜻은 아니다. 두려워서 아무것도 정하지 않는 것은 기다림이 아니라 회피다. 시간을 늦췄다면 그동안 무엇을 확인할 것인지가 분명해야 한다. 사정을 더 알아보고,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을 살피고, 성급한 선택으로 잃을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기다림에는 다음 판단을 위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우리도 충분히 생각하지 못한 채 답을 재촉받을 때가 있다. 지금 계약해야 한다거나 오늘 안에 결론을 내리라는 말을 들으면 서두르기 쉽다. 그러나 상대가 급하다고 나까지 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되돌리기 어려운 일일수록 필요한 사실을 확인하고 내가 감당할 결과를 살필 여유를 요구하라.
페넬로페의 방법도 끝없이 통하지는 않았다. 비밀은 드러났고 구혼자들의 압박은 다시 이어졌다. 시간을 번다고 불리한 형편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힘이 부족한 순간에 성급한 대답으로 스스로 물러설 필요는 없다. 당장 맞설 힘이 없다면, 결정할 시기만큼은 빼앗기지 마라.
편안함보다 돌아갈 곳을 택하라 『오디세이』 제5권
칼립소의 섬에서 나는 부족함 없이 살 수 있었다. 여신은 나를 곁에 두고 늙지도 죽지도 않는 삶까지 약속했다. 인간인 아내 페넬로페가 불멸의 여신 칼립소보다 아름다울 수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래도 나는 날마다 바다를 바라보며 이타케를 그리워했다.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곳과 내가 돌아가야 할 곳은 달랐다.
이타케로 향하는 길에는 아무런 보장도 없었다. 다시 폭풍을 만나 죽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위험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칼립소의 섬을 내 삶의 끝으로 삼을 수는 없었다. 내가 원한 것은 가장 오래 사는 삶이 아니라 페넬로페와 텔레마코스가 있는 집으로 돌아가 내 자리를 되찾는 일이었다. 영원한 삶도 돌아갈 곳을 대신하지 못했다.
사람을 목적지에서 멀어지게 하는 것은 고통만이 아니다. 편안함도 사람을 멈춰 세운다. 익숙한 자리와 좋은 조건에 오래 머물면 처음 무엇을 원했는지보다 지금 가진 것을 잃는 일이 더 두려워진다. 그러다 보면 머무는 것이 자신의 선택인지, 좋은 조건을 놓지 못하는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2; 2;당신에게도 쉽게 떠날 수 없는 자리가 있을 수 있다. 안정된 직장이나 익숙한 생활은 놓기 어렵다. 그렇다고 좋은 조건을 무조건 버리라는 뜻은 아니다.
지금 남아 있는 이유를 물어보라. 이곳이 정말 원하는 곳이어서 머무는지, 가진 것을 잃기 두려워 떠나지 못하는 것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
항로를 바꿔라_살아남으려면 방법과 모습을 바꿔라 『오디세이』 제9~16권
오디세우스의 방랑과 귀환을 따라가며 목적지는 지키되 상황에 맞게 방법과 모습을 바꾸는 지혜를 배운다. 승리 뒤에는 떠날 때를 알고, 호기심·자존심·시기심이 공동의 목표를 망치지 않게 해야 한다. 위험 앞에서는 이름을 감추고, 유혹에는 미리 대비하며, 피할 수 없는 손실에서는 더 큰 파국을 막는다. 배가 부서지면 남은 것을 다시 엮고, 고향에 돌아와서는 달라진 현실과 사람을 살핀다. 끝내 배움과 계획을 행동으로 옮기고, 함께 책임질 사람과 다음 행동을 정한다. 항로는 바뀌어도 목적지는 잃지 않는 것, 그것이 두 번째 지혜다.
승리한 뒤에는 떠날 때를 알아라 『오디세이』 제9권
트로이를 떠난 뒤 우리는 키코네스족의 도시 이스마로스를 공격해 전리품을 나누었다. 싸움이 끝나자 나는 동료들에게 곧바로 배에 올라 떠나자고 했다. 그러나 그들은 듣지 않았다. 승리를 거두었고 먹을 것과 술도 충분했다. 위험이 지나간 것처럼 보이자 떠나야 할 때를 놓치기 시작했다.
우리가 해변에 머무는 동안 살아남은 키코네스족은 내륙의 동족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다음 날 더 많은 전사들이 몰려왔다. 우리는 해가 질 때까지 싸웠지만 결국 물러나야 했다. 배마다 여섯 명의 동료를 잃은 뒤에야 바다로 빠져나왔다. 싸움에서는 이겼지만, 승리한 자리를 떠나는 데는 실패했다.
나는 그때 이기는 것만큼 끝낼 때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배웠다. 일이 잘 풀리면 조금만 더 머물고 싶어진다. 이미 충분히 얻었는데도 더 얻을 수 있을 것 같고, 위험도 전보다 작아 보인다. 2; 2;그러나 승리는 경계를 풀어도 된다는 신호가 아니다. 얻을 것을 얻었다면 이제 그 성과를 지킬 때인지 판단해야 한다.
당신도 목표를 이루고 나서 오히려 일을 그르칠 수 있다. 충분히 좋은 조건으로 합의를 마치고도 하나를 더 요구하거나, 잘 끝낸 일을 계속 손보다 결과를 망칠 수 있다.
더 할 수 있다는 것과 더 해야 한다는 것은 다르다. 이미 목적을 이루었다면 계속 밀어붙이기 전에 여기서 끝내는 것이 더 나은지 반드시 물어라.
성과를 기뻐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다만 성공의 기분 때문에 끝낼 순간까지 지나치지는 마라. 이스마로스에서 나는 적을 이기는 것과 승리를 지키는 것이 다른 일임을 배웠다. 시작할 때 용기가 필요하듯 끝낼 때도 용기가 필요하다. 승리한 뒤에는 더 얻을 것만 보지 마라. 떠날 때가 왔다면 떠나라.
호기심 때문에 동료를 위험에 빠뜨리지 마라 『오디세이』 제9권
나는 열두 명의 동료와 키클롭스의 동굴에 들어갔다. 안에는 치즈가 쌓여 있었고 양과 염소가 가득했다. 동료들은 필요한 것을 챙겨 곧바로 배로 돌아가자고 했다. 그러나 나는 듣지 않았다. 동굴의 주인이 어떤 자인지 직접 보고, 손님인 우리에게 무엇을 내놓을지도 알고 싶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 동료들의 말을 따랐어야 했다.
해가 지자 폴리페모스가 돌아와 거대한 바위로 동굴 입구를 막았다. 그는 우리를 대접하기는커녕 동료 둘을 붙잡아 죽이고 먹었다. 떠날 수 있을 때 떠나지 않은 우리는 이제 마음대로 나갈 수도 없었다. 위험을 감수하겠다고 결정한 사람은 나였지만, 그 대가는 나 혼자 치르지 않았다. 내가 더 보고 싶어 한 탓에 동료들이 함께 위험에 간다.
나는 그때 혼자 감당할 위험과 다른 사람까지 짊어질 위험은 다르게 판단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혼자라면 얼마나 더 가볼지 스스로 정할 수 있다. 그러나 동료와 함께라면 내가 궁금하다는 이유만으로 모두를 위험에 남겨서는 안 된다. 무엇을 새로 얻을 수 있는지보다, 일이 잘못되었을 때 누가 대가를 치르는지 먼저 살펴야 한다.
당신도 여러 사람과 함께 일하다 보면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을 수 있다. 그때 이것이 정말 필요한 일인지, 단지 내가 한번 해보고 싶은 일인지 물어라. 실패하면 누가 시간과 노력, 책임을 함께 부담하는지도 살펴라.
다른 사람이 위험을 함께 져야 한다면 혼자 결정하지 마라. 함께 대가를 치를 사람의 의견을 먼저 들어라.
호기심은 새로운 길을 찾게 하지만, 모든 호기심을 따라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그 대가를 다른 사람이 함께 치러야 한다면 더 신중해야 한다. 나는 동료들이 떠나자고 했는데도 내가 보고 싶은 것을 앞세웠다. 그 판정은 나만 위험하게 만들지 않았다. 내가 궁금하다는 이유로 동료까지 위험에 데려가지 마라. 함께 치를 대가라면 함께 판단하라.
유혹을 이기려 하지 말고 먼저 자신을 묶어라 『오디세이』 제12권
키르케는 세이렌의 섬을 지나기 전에 위험을 알려주었다. 그들의 노래를 들은 사람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다고 했다. 나는 그 노래를 듣고 싶었다. 그래서 동료들의 귀는 밀랍으로 박고, 내 몸은 돛대에 단단히 묶게 했다. 내가 풀어달라고 명령해도 따르지 말고 오히려 밧줄을 더 조이라고 일러두었다. 흔들리기 전에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을 먼저 줄인 것이다.
세이렌의 섬에 가까워지자 그들은 내 이름을 부르며 노래했다. 나는 더 듣고 싶어 몸부림치며 풀어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동료들은 따르지 않았다. 페리메데스와 에우리로코스는 오히려 밧줄을 더 단단히 조였다. 노랫소리가 들리지 않을 만큼 멀어진 뒤에야 나를 풀어주었다. 위험을 만나기 전에 정한 약속이 그 순간의 욕망보다 강했다.
나는 그때 흔들리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배웠다. 무엇에 약한지 이미 알고 있다면 그 앞에서 다시 자신을 시험할 필요가 없다. 마음이 맑을 때 해야 할 일을 정하고, 흔들리는 순간에는 그 결정을 쉽게 뒤집지 못하게 하라. 절제란 욕망과 매번 싸워 이기는 것만이 아니다. 잘못된 선택으로 가는 길을 미리 막아두는 것도 절제다.
당신도 같은 유혹 앞에서 여러 번 무너질 수 있다. 공부할 때마다 휴대전화를 확인한다면 이번에는 참겠다고만 다짐하지 마라. 알림을 끄고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두어라. 스스로 정한 시간을 자꾸 어긴다면 미리 다른 약속을 만들어도 된다. 반복해서 흔들리는 상황을 안다면 더 강한 사람이 되려고 애쓰기보다, 흔들려도 잘못된 선택을 하기 어렵게 만들어라.
그렇다고 모든 욕망을 없애라는 뜻은 아니다. 나도 세이렌의 노래를 듣고 싶었고 실제로 들었다. 다만 그 욕망이 나의 항로를 바꾸지 못하게 먼저 한계를 정했다.
자신이 약해질 순간을 알고 있다면 그때의 자신과 힘겨루기를 하지 마라. 지켜야 할 목적이 있다면 흔들리기 전에 선택을 제한하라. 유혹을 이기려 하지 말고 먼저 자신을 묶어라.
손실을 피할 수 없다면 더 큰 파국을 막아라 『오디세이』 제12권
키르케는 세이렌의 섬을 지난 후 두 위험 사이를 지나야 한다고 했다. 한쪽에는 배에서 여섯 사람을 낚아채는 스킬라가 있었고, 다른 쪽에는 배와 사람을 통째로 삼킬 수 있는 카리브디스가 있었다. 나는 스킬라와 싸워 동료들을 지킬 수 없겠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키르케는 맞서느라 지체하면 더 큰 피해를 입는다며 빠르게 지나가라고 했다. 아무도 잃지 않는 길은 없었다.
나는 동료들에게 카리브디스를 피하라고 했지만 스킬라의 위험은 알리지 않았다. 두려움에 사로잡혀 노를 놓을까 걱정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카리브디스를 바라보며 좁은 바다를 지나는 순간, 스킬라는 동료 여섯 명을 낚아챘다. 그들은 내 이름을 부르며 끌려갔다. 배 전체가 삼켜지는 파국은 피했지만,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그들의 죽음을 가볍게 만들지는 않았다.
나는 그때 모든 것을 지킬 수 없는 순간도 있다는 것을 배웠다. 어느 길을 택해도 손실이 생기고, 결정을 미룬다고 위험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모든 것을 구하겠다는 마음만 붙들다가 전부를 잃을 수도 있다. 완벽한 선택이 없다면 무엇을 가장 먼저 지켜야 하는지, 어떤 결과가 가장 되돌리기 어려운지를 먼저 보아야 한다.
당신도 시간과 힘이 부족한데 모든 일을 예전처럼 붙들려 할 수 있다. 그럴수록 무엇을 포기하기 싫은지만 보지 마라. 나중에 회복할 수 있는 것과 한 번 무너지면 되돌리기 어려운 것을 구분하라. 전부를 지키겠다는 마음 때문에 중요한 것까지 잃어서는 안 된다. 줄여야 할 것은 줄이고 끝까지 지켜야 할 것을 남겨라.
그렇다고 작은 피해라면 쉽게 받아들여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다른 길이 있는지 끝까지 살피고, 피할 수 있는 손실은 줄여야 한다. 그래도 잃어야 했다 "어쩔 수 없었다"는 말로 그 무게를 지우지 마라.
나는 스킬라에게 끌려간 동료들의 외침을 잊지 못했다. 손실을 피할 수 없다면 더 큰 파국부터 막아라. 그러나 그 선택으로 잃은 것까지 작게 만들지는 마라.
귀환을 완성하라_집을 되찾고 관계를 회복한 뒤 싸움을 멈춰라 『오디세이』 제17~24권
오디세우스는 이타케로 돌아온 뒤에도 바로 승리를 서두르지 않는다. 모욕과 분노 앞에서는 목적을 먼저 보고, 필요한 만큼만 힘을 쓰며, 위험은 미리 줄인다. 사람의 말보다 오래 남은 흔적과 행동을 보고, 함께할 사람의 선택과 책임도 구분한다. 집을 되찾은 뒤에는 페넬로페와 신뢰를 다시 확인하고, 기다린 아버지에게도 돌아간다. 마지막에는 상대편에 남은 상실을 바라보고, 복수가 또 다른 복수를 낳기 전에 싸움을 끝낸다. 귀환의 완성은 집에 닿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관계를 회복하고 책임을 가린 뒤, 마침내 멈출 때를 아는 데 있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내 몫부터 내놓아라 『오디세이』 제18권
거지의 모습으로 궁전에 있던 나는 페넬로페가 구혼자들 앞에 나서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들은 오랫동안 내 집의 양과 소를 잡아먹고 술을 마시면서도 페넬로페에게 자신을 선택하라고 요구했다. 페넬로페는 제대로 구혼하려는 사람이라면 자기 가축으로 잔치를 마련하고 여인에게 선물을 주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원하는 사람의 집을 축내면서 그 사람에게 자신을 선택하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았다.
그 말을 들은 구혼자들은 사람을 보내 옷과 장신구 같은 선물을 가져왔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기뻐했다. 지금까지 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우리 집의 재산을 써왔다. 그러나 그 순간만큼은 자기 것을 내놓아야 했다. 원하는 것은 내가 얻으면서 그 대가는 상대가 치르게 해서는 안 된다.
나는 그때 무언가를 원한다면 나에게도 감당해야 할 몫이 있다는 것을 생각했다. 관계를 바라면서 상대의 시간만 쓰고, 도움을 구하면서 상대의 수고만 요구할 수는 없다. 내가 얻을 것만 바라보면 내가 원하는 것을 위해 다른 사람이 무엇을 내놓고 있는지는 보이지 않는다.
당신도 누군가의 도움이나 협력을 필요로 할 때가 있다. 그때 무엇을 해줄지만 생각하지 마라. 함께하는 일이라면 내가 맡을 몫부터 살피고, 부탁하는 일이라면 상대의 시간과 수고를 당연하게 여기지 마라. 내가 원하는 일을 위해 한쪽만 계속 내놓고 있다면 오래 함께하기 어렵다. 무언가를 구하기 전에 내가 무엇을 내놓을 수 있는지 먼저 보라.
그렇다고 모든 관계를 정확히 주고받는 거래로 만들라는 뜻은 아니다. 때로는 한 사람이 더 많이 감당해야 할 수도 있다. 문제는 다른 사람의 시간과 수고를 자신의 권리처럼 여기기 시작할 때다. 구혼자들의 잘못은 페넬로페를 원하는 데 있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욕망을 위해 그녀의 집을 계속 축냈다. 무언가를 원한다면 그 대가부터 상대에게 떠넘기지 마라. 먼저 당신의 몫을 내놓아라.
승리한 뒤에는 상대편의 상실도 보라 『오디세이』 제24권
내가 아버지와 다시 만나는 동안 궁전에서 벌어졌던 일은 이타케에 퍼지고 있었다. 훗날 들으니 사람들은 울며 궁전 앞으로 모여 죽은 이들을 데려갔다. 이타케 사람들의 시신은 가족들이 거두어 묻었고, 다른 곳에서 온 이들은 고향으로 돌려보냈다. 내게는 집을 되찾은 날이었지만, 다른 집에는 가족을 잃은 날이었다.
또 들으니 사람들은 슬픔을 안고 광장에 모였다. 안티노오스의 아버지 에우페이테스는 아들의 죽음을 슬퍼하며 나에게 복수하자고 호소했다. 남은 사람들 중 일부는 그와 함께 무기를 들었다. 내게 끝난 싸움이 그들에게는 끝나지 않은 일이 되어 있었다. 한쪽의 승리가 다른 쪽의 상실까지 끝내주지는 않았다.
나는 그들의 슬픔이 구혼자들의 잘못을 없애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오랫동안 내 집을 축내고 가족을 위협했으며 자신들이 한 일에 책임이 있었다. 그러나 책임이 있다고 해서 그들을 잃은 사람의 슬픔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내가 옳다는 사실과 상대편에 상실이 남았다는 사실은 함께 볼 수 있다.
당신도 오랜 갈등 끝에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상대의 잘못이 분명하고 내 선택이 옳았을 수도 있다. 그래도 내가 얻은 것만 보고 끝내지 마라. 그 결정으로 누가 무엇을 잃었는지, 그 곁의 사람들에게 무엇이 남았는지도 살펴라. 상대의 상실을 본다고 내 판단을 거두는 것은 아니다. 승리의 결과를 한쪽에서만 보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고 양쪽의 책임이 언제나 같다고 말하라는 뜻은 아니다. 잘못의 크기는 다를 수 있고 막아야 할 일에는 분명히 맞서야 한다. 다만 내 승리만 바라보면 그 뒤에 남은 슬픔이 무엇으로 바뀔지는 놓치기 쉽다. 구혼자들을 잃은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결국 다시 무기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