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이야기를 쉽게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오디세이’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 필요한 배경지식도 충실하게 담았다. 본문에 들어가기 전에는 ‘‘오디세이’가 시작되기 전에 있었던 일들’을 통해 고대 그리스 세계와 트로이 전쟁의 시작, 아킬레우스와 헥토르의 대결, 트로이 목마와 전쟁의 결말까지 먼저 살펴볼 수 있다. 수많은 신과 영웅 때문에 이야기를 놓치지 않도록 주요 등장인물도 한눈에 정리했다. 책 뒤에 마련한 작품해설 ‘‘오디세이’를 읽는 네 가지 프리즘’에서는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의 관계, ‘인 메디아스 레스’라는 서사 기법, ‘크세니아’라는 고대 그리스의 환대 문화, 신의 뜻과 인간의 선택까지 짚어준다. 이야기를 읽기 전에 배경을 알고, 본문에서는 모험에 빠져들고, 완독한 뒤에는 작품의 의미와 문학적 가치를 이해하는 구성이다. 이 책을 통해 어렵고 방대한 고전을 재미있게 완독하면서 서양 문학의 출발점인 ‘오디세이’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 필요한 핵심 교양까지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 저자 호메로스
저자 호메로스는 고대 그리스의 서사시인이다. 서양 문학의 출발점으로 평가받는 ‘일리아스’ 와 ‘오디세이’ 의 저자로 전해진다. 정확한 생몰 연대와 출생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체로 기원전 8세기 무렵 활동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오니아 지방의 스미르나와 키오스 등이 그의 출생지로 거론된다. 고대부터 앞을 보지 못하는 음유시인이었다는 전승이 널리 퍼졌지만 이를 역사적 사실로 확인할 자료는 없다. 오늘날까지도 호메로스가 실제 한 명의 시인이었는지, 오랫동안 구전되어온 여러 영웅 이야기를 한 사람 또는 여러 시인이 정리한 것인지는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호메로스의 대표작 ‘일리아스’와 ‘오디세이’는 기원전 12세기경 벌어진 것으로 여겨지는 트로이 전쟁과 그 이후의 세계를 다룬다. ‘일리아스’가 트로이 전쟁 말기의 아킬레우스의 분노와 전투를 중심으로 펼쳐진다면, ‘오디세이’는 전쟁이 끝난 뒤 오디세우스가 고향으로 돌아가기까지 겪은 10년의 귀향을 그린다. 두 작품은 2800년 동안 서양 문학과 예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수많은 이야기의 원형이 되었다. 특히 ‘오디세이’는 모험과 귀향을 다룬 서양 문학의 가장 위대한 원형으로 남아 있다.
■ 역자 정영훈
역자 정영훈은 대학 졸업 후 줄곧 출판기획자의 길을 걸어왔다.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으로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나는 더이상 휘둘리지 않기로 결심했다’가 있으며, 엮은 책으로 ‘오디세이’ ‘귀스타브 르 봉의 군중심리’, ‘몽테뉴의 수상록’,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카뮈의 인생 수업’ 등이 있다.
■ 차례
엮은이의 말?_ 포기하지 않는 한 인간의 위대한 귀향
‘오디세이’가 시작되기 전에 있었던 일들
‘오디세이’의 주요 등장인물
제1권.?아버지를 찾아 떠난 텔레마코스
제2권.?아버지가 살아 있다는 소식
제3권.?마침내 바다로 나선 오디세우스
제4권.?나우시카아와 파이아케스 왕국
제5권.?회고: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
제6권.?회고: 바람 자루와 마녀 키르케
제7권.?회고: 죽은 자들의 세계
제8권.?회고: 세이렌과 스킬라, 카륍디스
제9권.?스무 해 만에 돌아온 이타카
제10권.?스무 해 만에 만난 아버지와 아들
제11권.?아내 앞에 선 오디세우스
제12권.?마침내 시작된 복수
제13권.?침대의 비밀로 확인한 사랑
제14권.?마지막 귀환과 이타카의 평화
작품해설?_ ‘오디세이’?를 읽는 네 가지 프리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가 화제를 모으면서, 영화의 바탕이 된 호메로스의 고전 《오디세이》에도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복잡하고 반복되는 부분은 덜어내고 중요한 인물과 사건은 충실하게 살려, 오늘의 청소년이 오디세우스의 모험을 쉽고 재미있게 따라가며 끝까지 읽을 수 있도록 새롭게 엮었다.
청소년을 위한 오디세이
아버지를 찾아 떠난 텔레마코스
트로이 전쟁이 끝난 지 10년이 흘렀습니다. 전쟁에서 살아남은 그리스의 영웅들은 대부분 고향으로 돌아갔지만, 단 한 사람만은 돌아오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였습니다.
오디세우스는 바다 한가운데 외딴 섬에 붙잡혀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여신 칼립소가 그를 사랑해 곁에 두고 있었지만, 오디세우스가 원하는 것은 가족이 기다리는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는 것뿐이었습니다.
어느 날 신들이 올림포스의 제우스 궁전에 모였습니다. 오디세우스를 돕고 싶어 하던 아테나가 그의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제우스여, 오디세우스는 너무 오랫동안 고향에서 떨어져 있었습니다. 이제 그를 가족에게 돌려보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나도 오디세우스를 잊지 않았다. 문제는 포세이돈이다. 오디세우스가 그의 아들인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의 눈을 멀게 한 뒤로 포세이돈은 그가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하지만 포세이돈도 모든 신의 뜻을 혼자 거스를 수는 없지 않습니까?”
제우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습니다.
“그렇다. 이제 오디세우스를 고향으로 무사히 돌려보낼 때가 되었다.”
아테나는 헤르메스를 칼립소에게 보내 신들의 뜻을 전하게 해달라고 했습니다. 자신은 이타카로 가겠다고 했습니다.
“그곳에는 오디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가 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던 아이가 이제는 직접 아버지의 소식을 찾아 나서게 할 생각입니다.”
아테나는 오디세우스의 오랜 친구인 멘테스의 모습으로 변해 이타카로 향했습니다.
오디세우스의 집에는 수많은 구혼자가 주인처럼 들어앉아 있었습니다. 그들은 오디세우스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오디세우스의 아내 페넬로페에게 청혼하며 날마다 고기와 포도주를 먹어치웠습니다.
텔레마코스는 구혼자들 사이에 앉아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와 저들을 몰아내는 습을 상상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문 앞에 낯선 손님이 서 있는 것을 발견하고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우리 집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먼저 음식을 드십시오. 무슨 일로 오셨는지는 식사를 마친 뒤 말씀해주십시오.”
텔레마코스는 손님을 구혼자들과 떨어진 자리에 앉히고 음식과 포도주를 대접했습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낯선 손님을 먼저 대접한 뒤 신분과 방문 목적을 묻는 것이 중요한 관습이었습니다.
식사를 마치자 텔레마코스는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하도록 손님에게 몸을 가까이했습니다.
“저 사람들을 보십시오. 남의 재산을 마음대로 먹고 마시며 즐기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오는 모습을 본다면 저들은 재물이나 좋은 옷보다 빠른 발을 갖게 해달라고 빌 겁니다.”
“그대의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아버지는 아무런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이제 누가 돌아오실 것이라고 말해도 믿기 어렵습니다.”
“내 이름은 멘테스입니다. 그대의 아버지와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습니다. 나는 오디세우스가 죽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떤 섬에 붙잡혀 있다 해도 빠져나올 방법을 찾아낼 사람이 바로 오디세우스니까요.”
아테나는 텔레마코스의 얼굴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런데 그대는 정말 오디세우스의 아들입니까? 머리와 눈을 보니 놀랄 만큼 그를 닮았습니다.”
텔레마코스는 씁쓸하게 웃었습니다.
“어머니는 제가 그의 아들이라고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차라리 자기 집에서 편안하게 늙어 죽은 사람의 아들이었다면 좋았을 것입니다. 제 아버지는 인간들 가운데 가장 불행한 운명을 겪은 사람이 되었으니까요.”
아테나는 구혼자들을 바라보았습니다.
“저 많은 사람을 그대 혼자 막을 수는 없겠군요.”
“예. 저들이 이대로 우리 재산을 먹어치우다가는 결국 제 목숨까지 노릴 겁니다.”
“그렇다면 내 말을 잘 듣고 마음에 새기십시오. 내일 아침 이타카 사람들을 민회로 불러 모아 구혼자들에게 그대의 집에서 떠나라고 요구하십시오.”
“저들이 제 말을 듣겠습니까?”
“듣지 않더라도 말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보다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가장 좋은 배 한 척과 스무 명의 선원을 구해 아버지의 소식을 찾아 나서십시오. 먼저 필로스로 가서 네스토르를 만나고, 그다음에는 스파르타로 가서 메넬라오스를 만나십시오.”
텔레마코스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직접 아버지를 찾아 나서라는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이제 어린아이처럼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아버지가 살아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면 기다리십시오. 하지만 죽었다는 확실한 소식을 듣는다면 고향으로 돌아와 장례를 치르고 어머니가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게 하십시오.”
텔레마코스는 한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그는 아버지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자신이 직접 바다를 건너 아버지의 소식을 찾으러 간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천천히 고개를 들었습니다.
“손님께서는 마치 아버지가 아들에게 말하듯 말씀해주셨습니다. 그 말씀을 잊지 않겠습니다.”
말을 마친 아테나는 새처럼 날아 사라졌습니다. 그제야 텔레마코스는 자신을 찾아온 손님이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 신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조금 전까지 마음속에 없었던 용기가 솟아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때 음유시인 페미오스가 트로이에서 돌아오는 그리스 전사들의 고난을 노래하고 있었습니다. 위층에서 노래를 듣던 페넬로페가 두 시녀와 함께 내려왔습니다.
“페미오스여, 다른 노래를 들려주십시오.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그리워하는 사람이 생각나 슬픔을 견딜 수 없습니다.”
그러자 텔레마코스가 말했습니다.
“어머니, 페미오스를 탓하지 마십시오. 트로이에서 돌아오지 못한 사람은 아버지 한 사람만이 아닙니다. 노래하는 사람에게 잘못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페넬로페는 아들의 얼굴을 바라보았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에게 이렇게 단호하게 말하던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텔레마코스가 말을 이었습니다.
“이 집의 일은 이제 제가 맡겠습니다. 어머니는 방으로 돌아가 쉬십시오.”
페넬로페는 놀란 마음으로 위층으로 돌아갔습니다. 아들이 어느새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지만 그 변화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는 알지 못했습니다.
텔레마코스는 구혼자들을 향해 몸을 돌렸습니다.
“어머니에게 구혼하는 여러분, 오늘은 먹고 즐기십시오. 하지만 내일 아침에는 모두 민회로 나오십시오. 이제 내 집에서 떠나달라고 분명히 요구하겠습니다.”
구혼자들은 텔레마코스의 달라진 태도에 놀랐습니다. 구혼자들 중 한 사람인 안티노오스가 비웃듯 말했습니다.
“신들이 너에게 그렇게 거만하게 말하는 법을 가르쳐준 모양이구나.”
“누가 이타카의 왕이 되든 저는 제 집과 아버지가 남겨주신 재산의 주인입니다.”
안티노오스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습니다.
다음 날 아침 텔레마코스는 이타카 사람들을 민회로 불러 모았습니다. 사람들이 함께 중요한 일을 의논하는 민회가 열린 것은 오디세우스가 트로이로 떠난 뒤 처음이었습니다.
텔레마코스는 사람들 앞으로 나갔습니다.
“우리 집에는 큰 불행이 닥쳤습니다.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는 것도 슬프지만, 지금은 이곳의 유력한 집안 아들들이 어머니에게 구혼하며 날마다 우리 집의 소와 양과 염소를 잡아먹고 포도주를 마십니다. 이렇게 계속된다면 우리 재산은 모두 사라질 것입니다.”
안티노오스가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습니다.
“텔레마코스여, 우리에게 죄를 돌리지 마라. 네 어머니가 우리를 삼 년이나 속였다.”
그는 페넬로페가 시아버지 라에르테스의 수의를 다 짜면 구혼자 가운데 한 사람을 선택하겠다고 해놓고, 낮에 짠 천을 밤마다 다시 풀었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한 시녀가 비밀을 알려주어 그 계책이 들통났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네 어머니에게 한 사람을 선택하라고 해라. 그렇지 않는 한 우리는 떠나지 않을 것이다.”
텔레마코스는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저를 낳고 길러주신 어머니를 억지로 집에서 내쫓을 수는 없습니다. 여러분이 하는 일이 옳다고 생각한다면 각자의 집에서 자기 재산으로 잔치를 벌이십시오. 여러분이 이 집을 떠나지 않는다면 저는 신들에게 호소하겠습니다. 여러분이 저지른 일에 신들이 벌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그 순간 하늘에 두 마리의 독수리가 나타났습니다. 독수리들은 사람들의 머리 위를 맴돌다가 서로를 발톱으로 할퀸 뒤 날아갔습니다.
늙은 예언자 할리테르세스가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습니다.
“구혼자들은 내 말을 잘 들으시오. 커다란 재앙이 다가오고 있소. 오디세우스가 돌아와 여러분에게 죽음과 파멸을 가져올 것이오.”
에우리마코스가 코웃음을 쳤습니다.
“하늘을 나는 새가 모두 미래를 알려주는 것은 아니오. 오디세우스는 이미 먼 곳에서 죽었소.”
텔레마코스는 더 이상 말다툼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제게 빠른 배 한 척과 스무 명의 선원을 마련해주십시오. 저는 직접 필로스와 스파르타로 가서 아버지의 소식을 알아보겠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그를 도우려 하지 않았고 민회는 그대로 끝났습니다.
텔레마코스는 혼자 바닷가로 가 전날 자신을 찾아왔던 신에게 기도했습니다.
“아버지의 소식을 알아보라고 말씀하신 신이여, 제 기도를 들어주십시오. 사람들은 제 여행을 도와주지 않고 구혼자들은 저를 막으려 합니다.”
그러자 아테나는 이번에는 오디세우스의 친구 멘토의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텔레마코스여, 구혼자들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그대는 여행에 필요한 식량을 준비하십시오. 배와 함께 갈 사람들은 내가 마련하겠습니다.”
텔레마코스는 집으로 돌아가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길러온 유모 에우리클레이아에게 포도주와 보릿가루를 준비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에게는 비밀로 해주십시오.”
“어디를 가려고 그러느냐?”
“필로스와 스파르타로 갈 겁니다. 아버지가 살아 계신지 알아보려고 합니다.”
에우리클레이아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텔레마코스를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사랑하는 아이야, 하나뿐인 네가 떠나면 구혼자들이 너를 죽일 계략을 꾸밀지도 모른다.”
“신의 뜻 없이 하는 일이 아닙니다. 어머니에게만 제가 떠난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주십시오.”
에우리클레이아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사이 아테나는 텔레마코스와 함께 갈 젊은이들과 빠른 배를 마련했습니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자 선원들이 하나둘 바닷가로 모여들었고, 텔레마코스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준비한 식량을 배에 실었습니다.
선원들이 밧줄을 풀고 돛을 펼치자 아테나가 보내준 순풍이 배를 밀기 시작했습니다. 텔레마코스는 점점 멀어지는 이타카의 해안을 바라보았습니다. 태어나서 한 번도 고향을 떠나본 적이 없는 그에게 바다는 어둡고 낯설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는 집에 앉아 아버지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사라진 아버지의 소식을 찾기 위해 처음으로 자신의 힘으로 세상 밖으로 나서고 있었습니다.
배는 밤새 어두운 바다를 달렸습니다.
아버지가 살아 있다는 소식
밤새 바다를 달린 배는 다음 날 아침 필로스에 도착했습니다. 해변에는 많은 사람이 모여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제물을 바치고 있었습니다.
텔레마코스는 낯선 사람들 사이로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에 조금 긴장했습니다. 아테나가 그의 마음을 알아차렸습니다.
“텔레마코스여, 이제 머뭇거려서는 안 됩니다. 아버지의 소식을 알아보기 위해 여기까지 오지 않았습니까? 곧바로 네스토르 왕에게 가서 무엇을 알고 있는지 물어보십시오.”
“제가 어떻게 그런 분에게 다가가 말을 꺼내겠습니까? 저는 나이 많은 어른과 제대로 이야기를 나눠본 적도 없습니다.”
“할 말의 일부는 그대가 스스로 생각해낼 것이고 나머지는 신이 마음속에 넣어줄 것입니다. 용기를 내십시오.”
두 사람은 네스토르와 그의 아들들이 앉아 있는 곳으로 다가갔습니다. 네스토르의 가족은 낯선 손님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음식과 포도주를 권했습니다. 식사가 끝난 뒤 텔레마코스가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네스토르 왕이여, 저는 이타카에서 왔습니다. 제 아버지 오디세우스에 관한 소식을 듣고 싶어 이곳까지 찾아왔습니다.”
네스토르는 눈앞의 젊은이를 가만히 바라보았습니다.
“그대가 오디세우스의 아들이란 말이오?”
“그렇습니다. 트로이에서 싸웠던 다른 사람들의 운명은 대부분 알려졌는데 아버지가 어디에서 어떻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무엇이든 알고 계시다면 숨기지 말고 말씀해주십시오.”
네스토르는 오래전 트로이에서 보낸 세월을 떠올렸습니다.
“우리는 그곳에서 수많은 사람을 잃었소. 아킬레우스도, 아이아스도, 내 아들 안틸로코스도 돌아오지 못했소. 하지만 지략으로 그대의 아버지 오디세우스와 겨룰 사람은 거의 없었소. 그런데 그대가 말하는 것을 들으니 놀랍구려. 아버지와 매우 닮았소.”
“아버지가 트로이를 떠난 뒤 어디로 향해 갔는지는 알고 계십니까?”
네스토르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트로이가 무너진 뒤 그리스군은 귀환을 두고 갈라졌소. 나는 먼저 고향을 향해 떠났지만 오디세우스는 배를 돌려 아가멤논에게 돌아갔소. 그 뒤 어떤 일을 겪었는지는 나도 알지 못하오.”
텔레마코스의 얼굴에 실망한 기색이 떠오르자 네스토르가 말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실망하기에는 이르오. 나보다 늦게 고향으로 돌아온 사람이 있소.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요. 그는 아주 먼 나라까지 떠돌다 돌아왔으니 그대의 아버지에 관한 소식을 들었을지도 모르오.”
“그분을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내 아들 페이시스트라토스가 그대를 데려다줄 것이오. 말과 전차도 내어주겠소.”
해가 지자 네스토르는 텔레마코스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편안히 쉬게 했습니다. 아테나는 배로 돌아가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 순간 바다독수리의 모습으로 변해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네스토르는 놀라 하늘을 바라보다 텔레마코스의 손을 잡았습니다.
“그대는 결코 보잘것없는 사람이 되지 않을 것이오. 이토록 젊은 나이부터 신이 직접 그대를 지켜보고 있으니 말이오. 방금 떠난 분은 아테나 여신이오. 트로이에서도 그대의 아버지를 특별히 아끼셨소.”
텔레마코스는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이타카에서 자신을 찾아왔던 신이 지금도 자신의 여행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