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의 행복과 건강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회경제적 지위가 아니라,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 맺는 관계의 질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토록 중요한 관계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줄 알면서도, 양질의 관계에 필요한 경계 설정의 중요성과 그 방법에 무신경한 걸까.
『정중하게 꺼지라고 하면 돼』는 이 질문에서 출발해, 관계의 안전거리를 확보하는 ‘경계 설정’의 심리학을 탐구한다. 저자는 경계가 타인에 대한 제재나 이기심의 표현이 아니라, 오히려 건전하고 지속 가능한 관계를 만들기 위한 ‘사랑의 행위’임을 명확히 정의한다.
그러나 우리는 성장 과정에서 형성된 문화와 신념, 그리고 양육 태도의 영향으로 ‘타인의 기분이 나보다 중요하다’는 잘못된 믿음을 내면화해 왔다. 이 믿음은 결국 우리를 타인의 조종이나 감정적 학대에 취약하게 만들고, ‘아니요’라는 말에 따라붙는 죄책감을 키워 관계를 병들게 한다. 저자는 이 죄책감이야말로 바로 타인이 우리를 통제하는 강력한 심리적 메커니즘이라고 지적한다. 그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좌절을 피할 수 없는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무엇보다 자신의 필요와 감정을 존중하는 태도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심리 치료 및 신경 심리학 전문가인 저자는 관계 속에서 무너지는 ‘좋은 사람’들의 심리를 분석하며, 상처 주지 않으면서 단호해지는 법을 실전 대화 예시와 함께 구체적으로 알려 준다.
■ 저자 알바 카르달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출신의 심리 치료 · 신경 심리학 전문가. 인지 행동 심리 치료, 단기 전략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심리학자이다. 그녀는 12년 넘게 아동, 청소년, 성인을 대상으로 개인, 부부, 가족 치료에 전념해 왔다. 여기에 2017년부터 거주지 없이 전 세계를 여행하며 얻은 통찰을 결합해 ‘나를 지키는 경계 설정’을 가르친다. 또한 소셜 미디어 채널을 통해 수십만 명의 팔로워와 독자들의 건강한 마음과 관계를 위한 실용적인 심리적 도구를 전하고 있다.
특히 이 책은 출간 즉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어 수많은 독자에게 관계의 자유를 선사했다.
■ 역자 윤승진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를 졸업 후 동 대학 통번역대학원 한서과를 졸업했다. 현재 엔터스코리아 스페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주요 역서로는 『레 미제라블』 『예전처럼』 『포용』 『하루의 절반을 먹는 데 쓴다고?』 『지능의 역사』 외 다수가 있다.
■ 차례
1. 경계란 무엇이고, 경계가 아닌 것은 무엇인가?
경계란 무엇인가?
경계가 아닌 것은 무엇인가?
2. 관계, 사랑 그리고 행복
획기적인 연구
마스터피스
3. 양질의 관계
질 좋은 물건 vs 질 높은 관계
광고 산업
양질의 관계란?
4. 문화, 신념, 양육 태도
세계 모델
문화
신념
양육 태도
5. 잘못된 신념 깨뜨리기
실제 사례
치료 과정
자아실현
6. 죄책감은 어쩌지?
죄책감, 조종을 유발하는 메커니즘
마음과 이성
좌절, 우리의 친구
7. 정도에 따라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경계주의
너무 순진한 심리
인지 편향
8. 경계가 놓일 자리
협상할 수 있거나 협상할 수 없는 경계
협상할 수 없는 경계
협상할 수 있는 경계
손해가 곧 이득
9. 자기주장성과 의사소통 스타일
자기주장성이란?
어떻게 하면 자기주장적인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의사소통 스타일
자기주장성의 바탕
10. 효과적으로 소통하기 위한 인지행동 전략
행동으로 배우는 자기주장성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위한 세 가지 황금률
비례적 결과와 일치적 결과
호의가 반복되면
‘마치 ~인 것처럼’ 전략
마인드맵 전략
다른 사람의 의도 분석하기
11. 경계의 설정과 협상에 효과적인 의사소통 전략
자기주장성 이상의 것
비언어적 의사소통
적극적으로 듣기
무전기 전략
바꾸어 말하기
거짓말 탐지기
수동태 사용하기
12. “아니요”라고 말하기 전략
“예”라고 말하지 않을 자유
부가 설명 없이 “아니요”라고 말하기
감사 인사+거절(+사과)+정중한 표현
감사 인사+거절+대안 제시
연장 요청
튀는 레코드판 기술
13. 비난에 대응하기 위한 자기주장적 전략
비난에 흔들리지 않는 법
기본적인 자기주장성
부정적인 질문
안개구름 기술
샌드위치 기술
유머로 위장한 조롱과 비판에 대응하기
14. 심리 조종자들에게 경계를 긋는 방법
“나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봐”
자기 노출 최소화하기
신체 언어
명령형 사용하기
상대방의 행동을 입증하기
침묵하기
다른 질문으로 대응하기
고맙지만, 대답하지 않겠어요
도덕주의자·권위주의자 대응하기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말하는 사람 대응하기
험담하는 사람 대응하기
비난하는 사람 대응하기
15. 정중하게 꺼지라고 말하는 법
물과 기름처럼
“꺼져 버려! 꺼지라고!”
매우 정중하게 꺼지라고 말하는 법
죄책감을 유발하는 조종
거짓말을 변명하려고 하는 조종의 말
가스라이팅 형태의 모욕
감정적 협박을 담은 조종의 말
구하지 않은 의견
싫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결국 “괜찮아요.” 하고 끝낸 적이 있는가. 누군가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나만 지쳐 버린 경험이나 타인의 기분을 배려하느라 내 마음은 늘 뒷전이었던 적이 있는가. 죄책감 없이, 단호하고도 우아하게 ‘아니요’라고 말하는 법. 지금, 건강한 관계의 경계를 세울 시간이다.
정중하게 꺼지라고 외치면 돼
경계란 무엇이고, 경계가 아닌 것은 무엇인가?
경계란 무엇인가?
경계란 사물이나 능력, 책임 따위가 실제 또는 상징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범위, 또는 그런 범위를 나타내는 선을 뜻하며, 사물이 어떠한 기준에 따라 분간되는 한계를 말한다. 넘어서는 안 되거나 넘을 수 없는 어떤 지점이다. 심리학에서는 대인 관계에서의 경계를 자주 언급한다. 타인뿐 아니라 자신과의 관계에서도 건강함을 지키기 위해 세우는 마음의 선이라 할 수 있다. 경계는 그 형태 또한 다양하다.
먼저 물리적인 경계가 있다. 이는 개인 공간과 신체 접촉에 관한 것이다. 신체 접촉을 편안하게 느끼는 사람은 타인과 관계를 맺을 때 물리적인 거리가 더 가까운 편이다. 타인과 대화할 때 손이나 팔을 만지거나, 인사할 때 껴안기도 한다. 이들은 신체 접촉을 통해 애정을 느끼고, 표현하기를 좋아 한다.
개인 공간의 경계란 사적인 공간, 즉 자기 방이나 자기 가방, 자기 호주머니에 관한 것이다. 신체적인 폭행은 가장 심각하게 물리적인 경계를 침범하는 행위일 것이다. 그보다 가벼운 수준이라 해도 누군가가 원치 않는 접촉을 하거나 허락 없이 개인 공간을 침범하거나 내 소지품을 만진다면 그 또한 물리적인 경계를 침범하는 경우라 할 수 있다.
감정적인 경계도 있다. 그것은 자기감정을 표현하는 형태, 순간, 대상 그리고 맥락과 관련이 있다. 누군가가 당신의 감정을 멋대로 취급한다거나, 겉으로 드러나는 감정으로 당신을 판단한다거나, 당신의 감정을 무시한다면 그것은 감정적인 경계를 침범하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개인의 정서적인 대화를 엿보거나 엿듣는 것 또한 감정적인 경계를 침범하는 행위이다.
성적인 경계에 관해서도 이야기해 보자. 이는 성관계에 내포된 정서, 소통, 신체 등의 측면과 관련이 있다. 성적인 경계를 침범하는 행위에는 합의되지 않은 신체 접촉뿐만 아니라 음란한 발언, 외설스러운 행동도 포함되며 성적인 접촉에 이르기 위해 저지르는 모든 형태의 압력이나 조종 등도 포함된다.
시간적인 경계는 삶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활동과 주변 사람들에게 쓰는 시간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와 관련이 있다. 누군가가 당신에게 예정된 시간보다 더 오래 함께 보내자고 하거나 직장 생활처럼 이미 일정 시간이 정해진 활동에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길 요구한다면, 이는 명백히 시간적 경계를 침범하는 행위다.
마지막으로 물질적인 경계가 있다. 이는 사물이나 재화의 개인 소유권에 관한 것이다. 이 소유권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무엇을 그리고 누구와 공유하길 원하는지에 관한 문제이다. 누군가 허락 없이 당신의 물건을 훔치거나 빌려 간 물건을 가진다든지, 물건을 망가뜨려 놓고 원래 상태로 복구하지 않는다든지, 당신의 소유물을 자기 마음대로 사용하려고 당신을 압박한다면, 이는 모두 물질적인 경계를 침범하는 상황에 해당한다.
대인 관계에서의 경계는 다른 경계에 비해 식별하기 힘들거나 기준을 정립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물질적인 경계나 물리적인 경계처럼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경우는 감정적인 경계처럼 눈으로 볼 수 없는 경우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정하기 어렵지 않다.
누군가가 당신의 자동차 키를 자기 것인 양 아무렇지 않게 가져가는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가 자기 뜻대로 하기위해 당신의 감정을 조종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더 자주 일어난다. 이처럼 우리는 물리적인 침해에는 즉각 반응하면서도, 정서적 ‘경계 침해’에는 쉽게 눈치채지 못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수량화할 수 있는 경계를 설정하는 작업은 비교적 간단하다. 예컨대 시간적인 경계는 성적인 경계처럼 수량화할 수 없는 경계에 비해 경계를 설정하기가 더 수월하다. 친구가 약속 시간보다 한 시간 늦게 나타났다면 당신은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겉으로 드러내도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두 가지 경우 모두 당신은 그저 피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고 하는 것일 뿐인데 대체 뭐가 다른 걸까? 경계를 정할 때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모든 유형의 경계에 똑같은 비중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한 친구가 자기에게 열쇠를 주지 않았다고 불같이 화를 낸다면 어떻게 반응하겠는가? 자기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당신의 집을 언제든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허락해 주어야 한다고 당신에게 요구한다면 뭐라고 할 텐가? 자기를 신뢰하지 않고 애정이 없어서 열쇠를 주지 않는 거라고 말한다면 어떻게 할까?
개인의 경계를 침해하는 행위를 애정의 증거로 포장하는 것은 심리 조종의 대표적인 형태다. 그가 자기 행동이 부당함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관계의 단절은 불가피할 것이다. 그게 무엇이든 경계를 지키지 않는다면, 당신의 사랑이 완전히 무조건적이길 기대한다면 문제다.
당신이 '아니요'라고 말할 때 불편해하거나, 정서적 욕구를 표현했을 때 귀찮아한다면 그또한 마찬가지다. 결국 그런 태도는 당신 집의 열쇠를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그 친구처럼 뻔뻔하고 무례한 사람으로 보일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당신이 아무리 그 사람을 사랑한다 해도 더는 양보하기 힘들 것이다.
그동안 생각해 온 것과는 다르게 들릴지 몰라도, 경계란 타인을 향한 사랑의 행위라 할 수 있다. 관계 속에서 당신이 원하는 바와 필요한 바를 명확하게 표현한다는 것은 더 편안하고 안전한 관계를 위해서 당신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상대방이 알게 해 주는 것이며, 그런 과정을 통해 건강하고 단단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타인의 경계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가능한 한 가장 건강한 관계를 맺기를 원하며, 상대방이 가장 안전하다고 느끼는 방식으로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또한 그것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방식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한 관계를 통해서 당신은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들에 귀를 기울이고 중요하게 여기게 될 것이며 타인과의 관계에서뿐만 아니라 당신자신에게도 그런 태도를 유지하려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양질의 관계
양질의 관계란?
당사자들이 자신의 욕망과 욕구, 경계를 거리낌 없이 표현할 수 있고, 동시에 다른 사람의 욕망과 욕구, 경계 또한 받아들일지 말지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상태일 때 양질의 관계를 형성한다고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의사소통, 대우, 행위가 배려와 존중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며, 당사자 중 누구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관계를 조종하지 않는다.
또 서로에게 필요한 것, 불편한 점이 무엇인지 존중과 애정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묻고 소통할 수 있으므로 서로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잘 안다. 갈등이 발생하더라도 파괴적이지 않기 때문에 관계가 무너지지 않으며, 서로를 지지하는 마음을 저버리지도 않는다.
용서와 감사, 사랑의 마음이 진심 어린 말이나 행동으로 표현되는 관계가 바로 양질의 관계이다. 이 조건들은 양질의 관계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지만, 구성원들은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이 외에 다른 조건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관계를 맺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고 개인적이기 때문에 누구나 각자의 기준과 자신이 맺는 관계의 특성에 따라 건강한 관계를 형성하는 데 필요한 기초를 바탕으로 무엇이 필요하고 필요하지 않은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죄책감은 어쩌지?
죄책감, 조종을 유발하는 메커니즘
죄책감과 두려움은 통제와 조종이 이루어지게 하는 두 가지 주요 메커니즘이다. 각종 미디어, 종교 단체, 종파, 정부 등은 이 두 가지 메커니즘을 이용해 개인을 마음대로 조종하고 이익을 꾀해왔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사람들이나 사람들의 집단이 무지했기 때문이다.
무지한 사람들은 교양 있고 학식 있는 사람들보다 더 쉽게 두려움에 의해 조종된다. 무지한 시민들에게는 비판적 사고 능력이 부족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지 않으면 사고의 자유가 있다 할 수 없고, 사고의 자유가 없다면 자유를 논할 수 없다. 그러므로 무지한 민중은 자유가 제한된 구속된 민중이다.
대인 관계도 똑같다. 감정적으로 무지한 사람은 더 쉽게 이용당한다. 감성 지능이 낮은 사람은 두려움과 죄책감이라는 감정을 느끼면 스스로에게 질문을 할 수가 없으므로 상대에게 쉽게 굴복한다. 조종당하지 않으려면 죄책감과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촉발됐을 때 이를 인식할 수 있도록 감성 지능을 활성화해야 한다.
안 그래도 되는 일에 계속해서 죄책감을 느끼고 있나? 아무런 피해도 없는데 내 행동에 대해 용서를 구해야 하나? 나는 의식적으로 누군가에게 조종당하는 것을 묵과하고 있는 걸까? 이뿐만 아니라 다음과 같은 의문도 생길 것이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부당하게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걸까? 그 사람의 행동으로 내 권리가 침해당했나, 아니면 내 특권이 사라진 것에 화가 난 것인가? 다른 사람이 한 행동 때문에 화가 난 것인가, 아니면 다른 사람이 나에게 '아니오'라고 대답해서 짜증이 난 것인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 또한 다른 질문들로 이어질 것이며, 결국 당신은 자기 인식이라는 실로 거대한 그물을 엮어 가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감성 지능을 단련하고,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는 한편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되며, 리더십, 회복탄력성, 자제력, 공감 능력, 좌절에 대한 인내력, 그리고 자신의 행동과 다른 사람의 행동을 평가하는 비판 능력이 향상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자신의 경계를 설정하고 다른 사람의 경계를 받아들일지 말지를 결정할 때 도움이 되어, 결과적으로 질 높고 건강하며 공평하고 서로 존중하는 관계가 구축될 것이다.
좌절, 우리의 친구
감성 지능을 통해 개발되는 기술 중 하나는 좌절을 견디는 능력이다. 이는 변화나 학습과 관련된 어떤 과정에서든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능력이다. 그 이유는 변화나 학습 과정을 수행하다 보면 계속 실수하게 되고, 수없이 실패할 것이며 실패할 때마다 좌절감을 느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예 처음부터 좌절을 과정의 동반자 정도로 받아들이고 시작할 필요가 있다.
좌절은 과정의 시작부터 목표를 달성하는 순간까지 함께할 것이므로 가능한 한 빨리 받아들이는 게 낫다. 그렇게 하면 좌절을 견디기가 훨씬 수월할 테고, 넘어지더라도 그때마다 다시 일어나 가던 길을 계속 갈 수 있을 것이다.
글쓰기를 배우려면 글을 써보아야 하고, 걷는 법을 배우려면 걸어야 하며, 경계 설정 배우려면 경계를 그어 보아야 한다. 다른 방법이 없다. 그러니 죄책감을 분석하는 법을 배우려면, 처음에는 죄책감을 느낄 수밖에 없더라도 실행에 옮겨야 한다. 죄책감을 느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이유로 죄책감을 피하려고 한다면, 결국 좌절만 겪게 되고 몇 번 시도하다 목표를 포기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듯이 이성과 마음은 나란히 갈 수 없으며, 그렇게 하려 해도 성공을 거두기 전까지 여러 차례 시도에서 '실패'를 맛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시도해 봐야 소용없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시도 자체가 전혀 무의미한 건 아니다. 오히려 진정한 변화를 이루고자 한다면 꼭 필요한 과정일 수 있다.
왜냐하면 실패한 시도는 당신이 살아가면서 겪어야만 하는 경험의 일부이기 때문에 당신의 뇌는 그 정도의 죄책감을 견딜 수 있어야 하고, 그런 경험을 할수록 점점 덜 민감해지기 때문이다.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몇 차례 시도하다 보면 죄책감이 점점 옅어지면서 결국에는 거의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그것이 힘든 과정이며 경험이 부족하니 기대만큼 잘할 수 없을 거라는 것, 원하는 결과를 바로 얻을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소파에서 일어나 운동을 시작하기에는 당신이 너무 게으르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훨씬 더 커진다.
경계를 정하고 존중하며 그것을 재정의하고 제한적인 신념을 자유로운 신념으로 대체하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연습을 끊임없이 반복해야만 그것을 이상하게 여기거나 강요당한다고 느끼지 않고 자연스럽게 실행하게 될 것이다.
효과적으로 소통하기 위한 인지행동 전략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위한 세 가지 황금률
경계를 설정해야 할 때나 '아니요'라고 말해야 할 때 꼭 기억해야 할 세 가지 기본 규칙이 있다.
분명하고 확실하게, 둘러대지 않고 말하기
'거절해야 할 일이 있으면 가능한 한 빨리 거절하는 게 낫다'라는 스페인 속담이 있다. 맞는 말이다. 누군가가 선을 넘으려 하거나, 당신이 '아니요' 라고 말하고 싶을 때는 가능한 한 빨리 그리고 둘러대지 않고 말하는 게 최선이다. 일회용 반창고를 뜯어낼 때를 생각해 보라. 아프지 않을 도리가 없지만, 천천히 뜯을수록 더 아픈 법이다. 가장 좋은 건 살며시, 그러나 한 번 만에 깔끔하게 처리하는 걸 테다.
경계를 긋고 거절해야 할 때 상냥하지만 분명하고 확실하게, 지나치게 많은 핑계를 대지 않고 말하는 것이다. 빙빙 둘러대거나 지나치게 많이 설명하려 들면 두 가지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하나는, 그렇게 행동하면 그저 어떤 행동을 하고 싶지 않다거나 귀찮다거나 피해가 된다는 단순한 사실이 거절하거나 경계를 설정하는 데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상대방에게 변명을 늘어놓을수록 오히려 그것이 상대방에게 계속해서 자기주장을 고집하게 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신이 변명하면 할수록 상대방은 더 고집을 피울 것이다.
마인드맵 전략
자기주장적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효율적으로 경계를 설정하는데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는 개념이 두 가지가 있다. 바로 마인드맵 전략과 공감 전략이다. 마인드맵이라는 개념을 생각해 보자. 누구나 세계와 자기 자신 그리고 다른 사람에 대한 자기만의 마인드맵을 가지고 있다. 이는 유일하고 개인적이며 주관적이다.
마인드맵은 교육과 유전, 문화, 경험, 신념, 가치관, 환경, 기대, 성격, 문제의 사람이 겪는 감정 등에 기반한다. 이 점을 이해한다면 개인은 현실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그에 따라 유일한 진실이 아닌 '자기만의 진실'을 구축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니 당신이 생각하는 진실과 다른 진실을 옹호하는 사람과 의견이 엇갈리더라도, 이 전제를 기억하고 자기주장적 권리에 따라 행동하려는 태도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당신이 아끼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그렇다. 마찬가지로 당신 역시 다른 사람이 당신과 당신의 진실을 존중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누구나 자기만의 유일하고 주관적인 마인드맵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거의 모든 사람이 저지르는 실수를 피할 수 있다. 그것은 다른 사람을 그가 원하는 방식이 아닌 당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대하는 것이다. 여기서 공감의 개념을 살펴보자.
공감은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받고 싶은 방식으로 상대방을 대하는 능력이라고 정의되곤 한다. 공감에 대한 이 정의에는 오류가 있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의 마인드맵이 아닌 당신 자신의 마인드맵을 유지하는 태도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개념은 별로 쓸모가 없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그 사람의 마인드맵을 통해 세상을 본다는 의미여야 한다. 그런 활동을 통해 진정한 공감 능력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개념을 이해한다면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당신과 상호작용하는 상대방의 마인드맵을 알 수 있다면 의사소통이 한결 수월해지고, 상대방의 논리와 행동을 판단하지 않고 그저 이해할 수 있게 되며, 상대방을 공격하는 게 아니라 이해하기 위해 경청하는 태도를 보이게 되고, 더 쉽게 합의에 도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모든 사람에게 경계를 정하고자 하는 대상과 공감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노력을 기울이라고 권하고 싶지는 않다. 대게의 경우 그저 경계를 존중하면 되고, 더 이상 설명하거나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경계를 정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그저 떠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리를 두기로 마음먹기 어려운 관계, 예를 들어 부모, 자녀, 친인척, 직장 동료 등에서는 자신의 경계를 설명할 때 상대의 사고방식,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의 마인드맵을 고려하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다
정중하게 꺼지라고 말하는 법
“꺼져 버려! 꺼지라고!”
자기를 불편하게 하거나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꺼지라고 말하는 일이 비교적 쉬운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은 게 사실이다. 우리 대부분은 참기 힘든 일을 기어코 참아 낸다. 상대방이 우리 삶을 힘들게 하지만 그 사람이 화를 낼까 봐, 더 심한 경우에는 상대방이 그만 괴롭히길 바라는 마음을 들킬까 봐 억지로 견디는 것이다. 그저 조용히, 얼마 남지도 않은 우리의 존엄성을 완전히 땅에 묻어 버릴 때까지 계속 참아 내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당신이 스스로 자신의 입장을 돌아보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의 입장을 그의 관점에서 생각한다는 건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그러니 누구도 당신의 권리를 침해하려 하거나, 당신을 존중하지 않거나, 당신의 자유를 제한하려 하거나, 당신을 조종하지 못하게 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말하자면 당신이 자신의 입장을 돌아보는 것은 감정을 보호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을 하겠다고 스스로 다짐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로 인해 다른 사람의 비난을 사거나 다른 사람과 거리가 멀어지더라도 말이다.
때에 따라 다른 사람의 비난에 맞서 싸우는 경우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자기 자신과는 절대 그러지 않는다. 결국 그런 자기 모습에 실망할 걸 알면서도 자기 내면의 허락보다 외부의 허락이 더 중요한 것처럼 굴고, 자기를 무시하는 사람의 비위를 맞추려고 하는 태도는 모순이다.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려고 자신을 배신하고, 자신에게 부정직한 행동을 하면서 왜 자존감이 낮은지 궁금해한다. 자기를 대하는 태도가 이러한데 어찌 스스로를 좋아할 수 있겠는가?
당신이 자신을 보호하지 않고, 자신을 돌보지 않고, 자기 자신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하지 않는다면, 오직 당신 내면에서만 찾을 수 있는 무언가를 자꾸 밖에서 찾으려고 할 것이다. 당신에게 기꺼이 그것을 내주려는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당신에게 주려고 해도 당신 스스로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충분하다고 느끼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끝나지 않는 보물찾기이자 끝없는 투쟁이며, 오직 자신만이 채울 수 있는 공허함을 외부로부터 채우려는 노력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어떤 사랑도 충분하지 않다.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 돌보고, 존중하고, 세상의 모든 악으로부터 지켜 주는 일이다. 그리고 때로는, 상대를 향해 "꺼져 버려"라고 말할 용기를 갖는 일이다. 겉모습, 남의 시선과 말, 가식과 계산, 수치심과 비겁함, 협박, 타인의 기대, 망설임, 과도한 예의, 강압과 조종, 에두름, 무가치한 인간 관계… 이 모든 것들에 단호히 외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