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쓸모 있는 수학적 사고
 
지은이 : 류쉐펑 (지은이), 이서연 (옮긴이), 김지혜 (감수)
출판사 : 미디어숲
출판일 : 2026년 04월




  • 흔히 “열심히 하면 반드시 성공한다.”라고 말한다. 혹은 반대로, “될 사람은 되고 안 될 사람은 안 된다.”라며 본인의 운명을 탓하기도 한다. 이처럼 노력 신화와 운명론은 오랫동안 우리의 사고를 지배해 왔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누구보다 성실하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사람도 있고, 큰 노력 없이 대운을 잡는 사람도 있다. 저자 류쉐펑 교수는이 양극단의 사고 모두가 현실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고 지적하며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확정의 세계’가 아닌 ‘확률의 세계’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성적 사고로 세상을 통찰하는 법_사고 편

    가혹한 현실을 인정하고 노력으로 99%의 확률에 도전하라
    김씨와 이씨의 이야기
    대학을 졸업한 뒤 몇 년간 직장생활을 하던 김씨는 매일 아침 9시에 출근해 저녁 5시에 퇴근하는 쳇바퀴 같은 삶이 싫어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물 좋고 경치 좋은 고향에 펜션을 차렸다. 펜션 운영은 처음이라 경험이 부족했지만 열정만큼은 뜨거웠다. 김씨는 항상 경영 관련 책을 읽었고, 성공하는 법이나 자신을 격려하는 법을 다룬 책도 즐겨 읽었다. 그리고 매일 아침 거울 앞에 서서 주먹을 불끈 쥐고 큰 소리로 ""나는 성공할 수 있어!""라고 소리쳤다. ""노력한 만큼 결실을 거둘 수 있다""라고 믿는 김씨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노력하면 성공한다""라는 격언을 침실 벽에 걸어 두었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펜션 운영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인테리어 공사 때는 완공일이 계속 늦춰져서 마음을 졸여야 했고, 가까스로 운영을 시작한 뒤에는 홍보 방식을 고민하느라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다행히 입소문이 퍼지면서 몇 년 뒤부터는 투숙객들이 많아졌지만, 집세, 전기세, 수도세 등 각종 세금을 내면 남는 게 없어 오랫동안 간신히 적자만 면했다. 여전히 관광객이 적은 비수기에는 찾아오는 손님이 없어서 빈방이 가득했고 성수기에는 방이 부족해 손님을 더 받고 싶어도 불가능했다. 이에 2년 전 김씨와 친구들은 거금을 투자해 펜션을 증축하기로 했다. 성수기 관광객이 몰릴 것을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마쳤는데 이번에는 갑자기 코로나 팬데믹으로 쏟아부은 노력과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워졌다.

    최근 반년 동안 김씨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에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자신이 노력한 만큼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운명이 자신에게 가혹하게 구는 이유가 뭔지, 자신이 도대체 뭘 잘못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가끔 침실 벽에 걸어 둔 ""노력하면 성공한다""라는 격언이 눈에 들어오면 무력감에 휩싸였다.

    이에 반해 이씨는 아직 40세가 되지 않은 젊은 나이였지만 자신은 ""불운""을 타고나 되는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중학교 시절 1, 2등을 다툴 만큼 성적이 좋았지만,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실력 발휘를 제대로 하지 못해 원하는 학교에 들어가지 못했다.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에도 부지런히 노력해 우수한 성적을 유지했지만, 대입 시험을 망치는 바람에 원하지 않는 대학에 들어가야 했다.

    그렇게 대학 생활을 시작한 이씨는 아껴서 모은 돈으로 오토바이를 구입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 사고가 나 일주일 동안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그리고 상처가 채 회복되기도 전에 누군가가 오토바이를 훔쳐 가고 말았다.

    그후 이씨는 대학을 졸업한 뒤, 대우가 괜찮은 회사에 취직했지만, 처음 맡은 프로젝트에서 작은 실수로 일을 망치는 바람에 해고 당했다. 이후에도 이씨는 불운의 연속이었다. 다른 사람이 주식 투자를 하는 것을 보고 뛰어들었지만, 매수하면 떨어지고 매도하면 오르는 바람에 시장 상황이 좋음에도 손해를 봐야 했다.

    시간이 흘러 이씨는 몇 년간 모은 돈으로 내 집 마련을 준비했다. 그러던 중 친구가 급히 돈이 필요해 잠깐 쓰고 돌려주겠다는 말에 8000만 원을 빌려주었지만, 돈을 빌린 친구는 투자에 실패해 목숨을 끊었고, 당연히 빌려준 돈도 받을 수 없었다. 이 일로 아내와 대판 싸운 이씨는 하마터면 이혼까지 당할 뻔했다.

    이런 일련의 안타까운 사건들로 이씨는 오랜 시간 힘들어했다. 이후로 그는 아내가 더 열심히 일하라고 타이를 때마다 "부자는 운명을 타고난 사람이 되는 거지 노력해서 되는 게 아니야"라고 말했다. 그는 직장, 수입, 직위, 배우자 등 모든 것은 태어날 때부터 이미 정해져 있다고 믿었다.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없으니 그저 운명의 ""시나리오""에 따라 연기하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노력하면 성공한다"" vs ""운명은 타고 난다""
    ""노력하면 성공한다""라는 격언을 벽에 걸어 둔 김씨의 세계관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노력하면 성공한다는 것은 ""인생은 예측할 수 없지만, 열심히 노력한다면 반드시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라는 의미이다. 반면 ""운명은 타고난다""라는 ""숙명론""을 믿는 이씨의 세계관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숙명론을 믿는 사람은 모든 것은 정해져 있으니 아무것도 노력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늘이 정해둔 대로 따르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세계관을 가진 사람은 적지 않다. 하지만 두 세계관에는 문제가 있다. ""노력하면 성공한다""라는 세계관을 믿는 사람은 평소에는 긍정적이지만 좌절이나 난관에 부딪히면 쉽게 무력감에 빠진다. 게다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김씨의 펜션 운영이 차질을 빚은 것처럼 노력한다고 해서 반드시 모든 일이 잘 풀리는 것은 아니다.

    ""숙명론""에도 문제가 있다. 성공한 사람은 단순히 좋은 운명을 타고난 사람인 걸까? 우리는 때로 노력한 만큼 결실을 거두기도 한다. 그러니 과연 노력하는 것을 포기한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아무래도 이 두 가지 사이에서 균형을 맞춘 세계관이 가장 이상적이지 않을까? 나는 이것을 ""확률적 세계관""이라 부른다.

    노력을 통해 결과를 바꾸는 확률적 세계관
    확률적 세계관은 두 가지 핵심 관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우리는 일의 최종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둘째, 노력으로 해당 결과가 발생할 확률을 바꿀 수 있다.

    첫 번째 관점은 일이 발생할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미리 알 수 없는 만큼 결과를 단정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두 번째 관점은 미리 결과를 단정할 수 없지만 노력으로 결과가 발생할 확률을 바꿀 수 있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설명해 보자. 농부는 올해 수확이 좋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예기치 못한 악천후나 병충해로 한 해 동안 쏟아부은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일의 결과를 미리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농부가 부지런히 노력해 만반의 조치를 한다면 높은 수확을 기대할 수 있다. 게으른 농부가 풍작을 거둘 확률이 10%라면 부지런히 노력하는 농부는 90%까지 확률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결과를 미리 단정할 수는 없지만 결과의 확률을 바꿀 수는 있다.

    고3 수험생이 평소 아주 열심히 노력하고 모의고사 성적도 좋았다고 해도 수능 성적표가 나오기 전까지는 누구도 그가 좋은 대학에 합격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그 이유는 시험 상황, 시험장에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등 결과에 영향을 미칠 중요 요소들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상시 성실히 준비한 학생이라면 좋은 성적을 받을 확률이 공부하지 않은 학생보다 훨씬 높아진다.

    로켓 발사도 마찬가지다. 발사하기 전까지 누구도 발사가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단정하지 못한다. 하지만 참여한 엔지니어들이 모든 과정을 착실히 이행하여 아주 사소한 문제까지 놓치지 않고 처리한다면 일반적인 준비 때보다 발사 성공 확률은 훨씬 높아질 것이다.

    확률적 세계관은 ""일을 꾸미는 것은 사람이지만 성사 여부는 하늘에 달려 있다(謀事在人 成事在天)""라는 고사성어와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우리는 확률로 이 고사성어를 더욱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일을 꾸미는 것은 사람이다.""라는 것은 ""노력으로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성사 여부는 하늘에 달려 있다는 것""은 ""열심히 노력해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고 해도 확률상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의미이다.

    또 앞에서 언급한 ""노력하면 성공한다""와 ""숙명론""을 확률적 세계관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두 가지 세계관이 가진 문제점을 더욱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난제를 해결하는 전략과 기교_방법 편
    본질을 포착해 제약에서 벗어나라
    장난감 돋보기의 혁신적인 기술
    어느 일요일 아침, 나는 딸아이가 침대 위에서 돋보기를 가지고 놀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딸아이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 돋보기는 내가 알고 있는 돋보기와는 조금 모양이 달랐다. 장난감 돋보기는 플라스틱을 사용해 만들어서 일상에서 흔히 보는 볼록 렌즈 돋보기보다 얇았고 표면에는 빙글빙글 동심원이 있었다. 하지만 글자를 비춰보니 실제 돋보기처럼 글자도 제법 크게 보였다. 나는 이후 그것이 프레넬 렌즈(Fresnel Lens)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프레넬 렌즈는 볼록 렌즈와 형태가 많이 다름에도 글자를 크게 확대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뭘까?

    물리학의 관점에서 평행으로 들어오는 광선을 멀리 떨어진 어떤 부분에 모으면 확대해 볼 수 있다. 전통적인 돋보기인 볼록 렌즈는 유리의 형태를 통해서 이와 같은 일을 한다. 평행으로 들어오는 광선이 렌즈의 곡면을 거쳐 굴절되어 초점이 모이면 확대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진정으로 역할을 하는 것은 볼록 렌즈의 굴절된 면뿐이다. 볼록 렌즈의 왼쪽 평면이나 내부 부분같이 다른 부분은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필요 없는 부분은 제거하고 곡면 부분만 남길 수 있다. 이 경우 아주 얇으면서 매끈한 곡면을 가진 볼록 렌즈가 된다.

    우리는 이 볼록 렌즈를 한번 더 개선해 볼 수 있다. 평행으로 들어오는 광선을 모으는 데 반드시 매끈한 곡면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렌즈의 곡면 부분의 곡률이 같기만 하면 된다. 이렇게 우리가 나머지 부분을 돌려 렌즈 밑부분이 위로 향하게 하면 딸아이가 가지고 놀던 프레넬 렌즈가 된다. 일반 볼록 렌즈와 비교했을 때 프레넬 렌즈는 더 얇고 가벼우면서 가격도 저렴하다.

    이렇게 일반 볼록 렌즈에서 출발해 하나하나 필요 없는 부분을 제거하자 마지막에는 똑같은 기능을 하면서 어떤 방면에서는 더 뛰어난 프레넬 렌즈로 변했다. 평행으로 들어오는 광선을 멀리 있는 어느 부분에 모으는 게 돋보기의 핵심이다. 볼록 렌즈는 유리의 형태를 활용해 이를 실현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리하 반드시 볼록 렌즈의 형태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불필요한 제약이다. 만약 멀리 있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데만 집중한다면 우리는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탄생한 것이 프레넬 렌즈이다. 

    프레넬 렌즈는 볼록 렌즈를 모방, 개선했다고 볼 수 있다. 일상에서 이미 있는 사물을 기반으로 개선과 혁신을 진행하는 것이 자주 볼 수 있는 창조 과정이다. 이런 개선 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법칙을 발견할 수 있다. 

    기존의 어떤 사물을 모방해서 혁신을 진행하고 싶다면 먼저 사물이 가지고 있는 역할을 분명히 이해해야 한다. 사물의 핵심 요소와 불필요한 제약이 무엇인지 파악한 뒤 핵심 요소만 추출하고 불필요한 제약을 제거한다면 더 좋게 개선할 수 있다.

    단순 모방을 벗어난 획기적인 창조
    일상의 많은 영역에서 이런 혁신적인 사고가 응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비행기가 발명되기 전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를 비롯한 사람들은 새의 비행을 모방하면 사람이 하늘을 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새의 날갯짓을 모방한 많은 장치가 설계되었지만 전부 실패했다. 그 이유는 인류는 체중과 가슴 근육의 힘이 새와 달라서 날갯짓으로는 하늘을 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새의 비행 과정에서 어떤 부분이 비행기를 발명하는 데 영향을 준 것일까?

    새가 하늘을 날 수 있는 원리에는 공기 역학(Aerodynamics)이 숨겨져 있다. 새가 날 수 있는 핵심 중 하나는 위로 향하는 양력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공기 역학을 이해한 뒤 날갯짓이 양력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아울러 날갯짓이 양력을 얻는 여러 방법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날갯짓으로 양력을 만들어내는 것은 가벼운 뼈대와 발달한 가슴 근육, 유선형 체형을 가진 새에게는 적합한 방법이었지만 사람에게는 아니었다.

    공기 역학의 새로운 방면을 개척한 조지 케일리(George Cayley)는 새의 비행 원리를 이해한 뒤 고정 날개 형태로 위로 향하는 양력을 만들어낼 수 있는 원리를 제시했다. 그리고 이후 라이트 형제가 해당 원리를 발전시켜 인류는 마침내 하늘을 나는 꿈을 실현할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본질을 포착하고 제약을 제거하는 사고이다. 인류가 새의 비행을 모방해 하늘을 날기 위해서는 먼저 새의 비행 원리, 즉 공기 역학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공기 역학에 근거해 비행에 필요한 양력을 만들어내야 한다. 공기 역학을 이해하면 날갯짓은 양력을 만들어내는 하나의 방식일 뿐이며 새에게는 적합한 방법이지만 사람에게는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본질을 포착하면 ‘날기 위해서는 퍼덕퍼덕 날갯짓해야 한다’라는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고, 고정 날개를 가진 비행기를 설계해낼 수 있다. 이렇게 인류는 고정 날개의 형태를 이용해 양력을 만들어냄으로써 하늘을 나는 꿈을 실현할 수 있었다.

    우리는 ‘본질을 파악하고 제약을 제거하는’ 사고가 먼저 ‘아래에서 위로’ 향한 다음 다시 ‘위에서 아래로’ 향하는 과정을 거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것은 ‘현상에서 본질과 원리를 추출하는 것’이고, 위에서 아래로 향하는 것은 ‘본질과 원리를 실제 상황과 결합해 제약에서 벗어난 새로운 제품을 설계하는 것’이다.

    비행기 발명 과정에서 우리는 먼저 새의 비행 모습을 관찰하고 그 원리를 이해해 공기 역학을 추출했다. 이것은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추상적인 과정이다. 그리고 공기 역학에 대한 이해를 통해 날갯짓이란 제약에서 벗어나 고정 날개를 가진 비행기를 설계해냈다. 이것은 위에서 아래로 향하는 실현과정이다. 

    사고 배후의 핵심 요소를 이해하라
    2018년 튜링상의 주인공이자 인공지능 영역의 대표 인물인 랸 르쿤은 과거 인공지능 발전 방향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자연을 모방하는 것은 좋지만 모방할 때 어떤 디테일이 중요한지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디테일이 자연 진화의 결과인지 아니면 생물, 화학 등 제약 조건으로 얻어진 산물인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비행 영역에서 인류는 공기 역학과 유체 역할을 발전시킴으로써 비행에 깃털과 날개의 퍼덕임이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영역에서 ‘공기 역학’에 해당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얀 르쿤의 이 말은 인공지능의 발전 방향이 단순히 인간의 두뇌를 모방하는 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이유는 인간의 지능은 인간이 가진 두뇌의 작용방식에 제한받아 생겨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류 지능, 사고 배후에 있는 핵심 요소를 이해해 인공지능의 ‘공기 역학’을 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며, 컴퓨터의 특징을 결합해야 비로소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 


    잘 배우고 명확하게 표현하기_학습 편
    주동적 예측과 편차를 통한 학습법
    남들과 다른 특별한 드라마 시청
    오랜 시간 함께 일해 온 동료 중 A는 늘 문제에 대해 명철한 생각을 하는 편이다. 그는 늘 빈틈없이 일을 처리하고, 대화를 나누다가 생각지도 못했던 관점을 제시하며 교훈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어느 날 내가 그에게 물었다.

    "깊은 생각을 가지게 된 비결이 뭐야?“

    그러자 그는 웃으며 대답했다.

    "아내와 함께 드라마를 자주 보거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세상 보는 법을 알게 되더라고."

    평소 편하게 즐기며 드라마를 보는 나는 동료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사실 대부분 파란만장한 줄거리 흐름에 따라 흥분하고 긴장하며 ""편안한""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드라마를 본다. 그래서 지금껏 드라마를 통해 세상 보는 법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내가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하자 동료는 웃으면서 말했다.

    "나는 드라마 보는 방식이 다른 사람들과는 달라. 예를 들어 드라마를 볼 때 아내와 나는 주인공이 위기를 만날 때마다 잠깐 드라마를 멈춘 뒤 주인공의 입장에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를 두고 토론해. 그리고 토론이 끝나면 다시 드라마를 틀고 주인공이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는지 확인한 뒤 우리가 생각해낸 방법과 드라마 속 주인공의 방법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보는 거야. 이렇게 토론과 비교를 여러 차례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문제를 처리하는 수준이 향상되더라고."

    그의 말을 꼼꼼히 분석해 보면 그가 아내와 함께 드라마를 보는 방식에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는 주동적인 예측이다. 그는 아무 생각 없이 시나리오의 전개에 끌려가지 않고 주동적으로 드라마에서 등장한 문제를 고민하고 자신만의 해결 방법을 생각해낸다. 둘째는 편차를 통한 학습이다. 그가 생각해낸 해결 방법은 드라마 주인공의 실제 방법과 다를 수 있지만 이런 편차에 근거해 자신이 생각해낸 해결 방법의 부족한 점을 살펴보고 사고 능력을 발전시킨다. 

    여기서 두 번째 특징이 첫 번째 특징을 바탕으로 이뤄진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주동적으로 자신만의 해결 방법을 생각해낼 수 있어야 드라마 주인공의 방법과 비교해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다. 

    물론 나를 포함해서 대부분은 편안하게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드라마를 본다. 하지만 ‘편안함’, 스트레스 해소용은 ‘수동적’이라는 면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항상 드라마 시나리오 전개에 그대로 끌려가면서 줄거리가 어떻든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사람을 참 편하게 만들어 드라마를 다 본 뒤에는 개운한 감정까지 느껴진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편안하게 스트레스를 푸는 것’ 외에 인식 수준이나 사고 측면에서 발전은 이뤄지지 않는다. 아마도 ‘드라마는 스트레스를 풀려고 보는 거 아닌가? 굳이 그 동료처럼 피곤하게 드라마를 볼 필요가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실 그 말도 일리는 있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편하게 드라마를 보는 게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면 독서의 경우는 어떨까? 물론 편안하게 긴장을 풀려고 독서를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책 속에 담긴 지식을 얻어 발전하고 향상하기 위해서 독서를 하지 단순하게 스트레스를 풀려고 하지는 않는다. 

    만약 연구자나 과학자라면 이 문제를 더욱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과학 연구를 하려면 먼저 많은 양의 학술 논문을 읽어야 한다. 학술 논문을 읽는 목적은 절대 편안하게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가 아니다. 게다가 학술 논문 중 대부분은 읽는 과정이 결코 편치 못하다. 그러니 만약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아무 생각 없이 편안하게 논문을 읽는다면 저자의 명석함에 감탄하며 자신은 저자만큼 영리하지 못하다고 좌절만 하다가 끝날 가능성이 크다. 

    지루한 학술 논문 흥미롭게 읽는 법
    홍콩에서 근무했을 때 우리팀의 지도 교수는 항상 우리와 대화를 나누기를 좋아했다. 주요 주제는 우리가 종사하는 분야에서 뛰어난 활약을 하는 사람은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하는지와 같은 것들이었다. 한번은 유명 회의나 학술지에 연구 결과를 매년 꾸준히 발표하는 해외 교수에 대해 이야기한 적 있다. 누군가가 다작을 할 수 있는 이유를 물었을 때 그 교수는 자신의 업무처리 방식을 다음과 같이 자세히 설명했다고 한다. 

    외국에서는 매년 한 달 정도 휴가를 떠난다. 그래서 휴가를 가기 전에 교수는 그해 자신의 분야와 관련된 학술 논문을 전부 인쇄한 뒤 깊은 산 속에 있는 리조트에서 매일 인쇄해 간 논문을 읽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교수가 논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쭉 읽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읽는 논문이 다루는 문제를 파악하면 곧장 논문을 덮은 뒤 해당 문제를 고민했다. 그리고 하얀 종이에 자신만의 해결 방안과 과정을 적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답안과 논문에서 제시한 방안을 서로 비교해 보며 영감과 깨달음을 얻었다. 자신의 해결 방안이 해당 논문이 제시한 방안보다 좋으면 해당 부분을 정리해서 회의나 학술지에 발표했다. 

    해당 교수가 학술 논문을 읽는 방식은 내 동료가 드라마를 보는 방식과 본질적으로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해당 교수 역시 다른 사람의 해결 방법을 보기 전 자신만의 방법을 고민한 만큼 ‘주동적 예측’을 할 줄 안다. 이처럼 자신이 생각해낸 방법과 논문에서 제시한 방법을 서로 비교해 자신의 수준을 발전시키는 것을 ‘편차를 통한 학습’이라 할 수 있다. 

    이럴 통해서 ‘주동적 학습 + 편차를 통한 학습’이 얼마나 효과적인 방식인지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