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말하기 수업
 
지은이 : 테리 수플랫 (지은이), 정지현 (옮긴이)
출판사 : 현대지성
출판일 : 2025년 08월




  • 오바마 임기 8년 내내 연설비서관을 지내며 3,477건의 연설문과 성명을 쓴 저자가 대통령과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생생하게 깨우친, 사람을 설득하고 마음을 움직이는 말의 비밀을 공개한다. 


    백악관 말하기 수업


    언제까지 말하기를 두려워하며 살 수는 없다
    절대로 말할 자격을 의심하지 말라
    말하기에 대한 두려움은 본능이다 
    사람들 앞에 말할 때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전 세계인이 공통적으로 겪는 현상이다. 일부 설문조사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상황을 뱀보다, 비행기를 타는 것보다 무서워하는 사람도 있다.

    도대체 사람은 왜 말하기 전에 두려움을 느낄까? 나는 그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보스턴대학교의 불안 및 관련 장애 센터에 연락했다. 엘런 헨드릭슨 발사가 내 문의에 답해주었는데, 헨드릭슨 박사는 여러 사람 앞에서 말하는 상황을 앞두고 온몸이 얼어붙는 듯한 공포를 포함해 다양한 사회적 불안감을 가진 사람들을 치료하는 임상 심리학자로 유명하다. 

    박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서 안전, 사랑, 소속감의 욕구가 충족되어야만 합니다. 거절은 생존에 치명적이었어요. 가족이나 부족에서 쫓겨나면 곧바로 늑대 무리에 던져지는 셈이니까요. 말 그대로 목숨을 잃을 수 있었죠. 그의 연구에 따르면 자신의 말이 듣는 사람들에게 거절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생존 본능에 뿌리를 두고 있는 듯하다. "사회적 거절은 죽음으로 가는 급행열차처럼 느껴질 수 있죠." 설명을 듣자 내가 성인이 된 후 대중 연설에 대해 느끼는 불안감의 이유가 분명하게 이해되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는 헨드릭슨 박사가 설명한 안전감과 사랑, 소속감을 느꼈다. 워싱턴 DC에서 대학 생활을 시작한 후에 친구들이 많이 생겼고 자신감을 견고하게 지킬 만한 기회가 많았다. 대학생 인턴으로 백악관에서 일할 때는 빌 클린턴의 연설문을 준비하며, 처음으로 대통령의 말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기도 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국방부에서 연설문 작성 업무를 하게 되었고 국방부 장관의 수석 연설문 작성자가 되었다.

    연설 천재 오바마도 수없이 실패했다 
    그는 백인 어머니와 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백인 조부모의 손에서 자라오며 자신의 정체성과 끊임없이 씨름했다. 그는 여전히 확신을 가지지 못했고, 자신의 위치가 세상의 어디인지, 자신의 목소리가 변화를 만들 수 있을지 의심하고 있었다.

    한편 오바마는 정반대의 문제, 즉 자신감 부족이 아니라 오히려 지나친 자신감으로 문제를 겪기도 했다. 대학을 마친 후 그는 시카고 사우스 사이드 지역의 여러 교회에서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해 주민들을 조직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날, 자신만만함이 그에게 끔찍한 좌절을 안겼다. 낯선 환경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 앞이었던 데다가, 지역사회 프로젝트를 위해 상당한 자금을 끌어와야 한다는 압박감에 그만 얼어붙어버린 것이다. 그는 우물쭈물하며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식은땀을 흘리며 두서없이 말하느라 이야기의 논리도 사라졌다. 그때의 느낌을 기억하는지 물어보자 오바마는 이렇게 말했다. "당연히 기억에서 싹 지워버렸지. 그때의 기분이란… 바보가 된 것 같았거든. 정말 창피했지." 그렇다면 오바마는 어떻게 지금의 놀라운 연설 실력을 갖출 수 있었을까?

    진짜 하고 싶은 말을 찾으면 달라진다
    청중 앞에서 완전히 얼어붙는 경험을 한 후에도 오바마는 커뮤니티 조직자로서 활동을 계속했다. 덕분에 뛰어난 연사로 거듭나게 된 첫 번째 기회를 만난다. 바로 교회 지하실에서였다. 처음에는 청중이 열두 명뿐일 때도 있었지만, 오바마는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경험을 반복하면서 차근차근 자신감을 쌓아나갔다. 

    그 후 그는 스물여덟 살 때 하버드 로스쿨에서 배운 것을 제대로 펼칠 기회를 만난다. 당시 오바마는 하버드 로스쿨의 법률 학술지 「하버드 로 리뷰」의 회장이었는데, 연례 만찬에서 하원의원 존 루이스를 소개하는 일을 맡았던 것이다. 론 루이스는 흑인 민권 운동의 아이콘이었고, 오바마는 그를 어릴 때부터 동경해왔기에 그를 제대로 소개하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

    그는 몇백 명 앞에서 5~7분 정도의 간단한 연설을 했다. 오바마는 법치주의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를 수호하는 변호사, 교수, 학생들에게 경의를 표했다. 또한 흑인 민권을 위해 과감히 일어섰다가 잔혹한 구타와 투옥을 당한 존 루이스에게 진심 어린 헌사를 전했다. 연설은 성공적이었다. "그때 처음 느꼈어. '사람들이 나에게 집중하고 있구나, 내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구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구나'라고 말이야. 내용, 순간, 전달의 삼박자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거야." 오바마는 점차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아가기 시작했고, 그 후 10여 년 동안 목소리를 다듬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다. 

    그로부터 4년 후인 2004년, 오바마는 그를 전국적인 스타로 만드는 결정적인 기회를 맞이한다. 보스턴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의 기조연설을 맡은 것이다. 군중은 그의 연설에 열광하며 환호했다. 16분 동안 이어진 연설에는 오바마가 수년간 터득한 스피치의 교훈이 전부 담겨 있었다. 그는 교회 설교단에서 배운 말하기의 리듬으로 일리노이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했으며, 일방적으로 말하는 대신 청중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려운 용어나 정보를 나열하는 대신 더 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처럼 놀라운 오바마의 말하기에 대해 그의 보좌관을 지낸 데이비드 액설로드는 수년 뒤 이렇게 평했다. "오바마가 오랜 세월 동안 자기 정체성에 대해 깊이 숙고하지 않았다면 절대 그런 연설을 할 수 없었을 겁니다.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분명히 알고 있었고, 자신이 살아온 궤적도 깊이 이해하고 있었죠. 결국 오바마가 훌륭한 연설을 해낼 수 있었던 비결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아는 데 있었다.

    말하기의 본질을 파악하라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말하라
    연극을 포함한 다른 모든 퍼포먼스와 마찬가지로 연설에도 주인공이 있다. 바로 말을 하는 당신이다. 그 역할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은 바로 당신이니 완벽한 캐스팅이라고 할 수 있겠다. 관객은 당신이 오직 당신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오직 당신만이 가능한 방식으로 들려주기를 원한다.

    말하기 관련 책을 읽다 보면 역사적으로 위대한 연사들을 본보기로 삼으라는 조언이 자주 나온다. 이를 액면 그대로 이해한 사람들은 대통령 같은 정치인처럼 연설해야 한다는 착각에 빠진다. 심지어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특정한 사람, 이를테면 오바마처럼 말하려고 하는 식이다. 그러면 자신다움을 잃게 되고, 결과적으로 신뢰도가 떨어진다. 청중이 공감하거나 지지를 보내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놀랍게도 오바마도 자신답지 않은 방식으로 말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낀 적이 있었다. 한번은 연설을 준비하면서 그가 이렇게 말했다. "참모들은 내가 좀 더 정치인처럼, 민감한 문제는 외교적으로 에둘러 말하는 것이 좋겠다고 자주 조언했지. 하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어. 설령 일부 유권자의 표를 잃더라도 그는 냉혹하고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고자 했다. 특히 인종 문제 같은 주제가 그랬다. 그는 말했다. "남들 앞에서 말할 때는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해." 이것이 우리가 알아야 할 말하기의 황금 법칙이다. 그 누구도 아닌 자신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말해야 한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말하기 기술
    쉽게, 더 쉽게 말하라
    중학생도 이해할 수 있게 말하라 
    말을 잘하는 사람들은 청중에게 일방적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대화를 나눈다. 오바마는 연설이 사랑하는 사람, 가장 친한 친구 또는 동료와 대화하는 것과 같다고 표현한 적이 있다. "다들 정말 즐거워하고 있어. 아이디어가 마구 쏟아지고, 서로 하나가 되고 있잖아."

    미셸 오바마 역시 지나치게 형식적인 표현이나 전문 용어를 싫어했다. 미셸의 연설문을 담당했던 데이브 캐벌은 이런 일화를 알려주었다. "미셸은 언제나 평범한 사람처럼 말했습니다. 아동 비만 퇴치 캠페인의 이름을 지을 때도 '영부인의 청소년 운동 및 건강한 식습관 장려 정책' 같은 딱딱한 표현 대신 '렛츠 무브 '라는 이름을 골랐죠. 청소년들에게 말할 때는 딸의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듯 말했어요."

    대통령의 연설이 대체로 중학생 수준으로 작성되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이는 평균적인 미국인의 독서 수준을 고려한 것이고, 발표 내용을 이해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그 효과도 커지기 때문이다. 단어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보라. 듣는 사람 중 일부라도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 용어나 표현이 있다면, 더 인간적인 표현으로 바꿔야 한다.

    훌륭한 연사는 청중과 대화한다
    우리가 사람처럼 말하는 데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너무 멋있게 말하려고 애쓰는 데 있다. 이유도 짐작이 간다. 훌륭한 연설은 고상해야 한다고 배워왔기 때문이 아닐까? 링컨은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시기 두 번째 취임 연설에서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을 끝내기 위해 힘씁시다"라고 말했다. 

    케네디는 취임 연설에서 "이 순간, 이곳에서 친구와 적 모두에게 알리노니, 횃불이 넘어갔음을"이라고 했다. 훌륭하다! 음율이 살아 있고, 마치 비상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대통령의 취임 연설에 딱 어울린다. 하지만 우리는 취임 연설을 하는 대통령이 아니다. 따라서 지나치게 거창한 표현을 쓸 필요가 없다.

    게다가 오바마는 대통령이지만 늘 평범한 언어를 최우선으로 사용했다. 흑인 참정권 투쟁 운동의 시작점인 앨라배마주 셀마에서 한 연설이 좋은 예다. 흑인 민권 운동 기념 행진 50주년을 기리는 역사적인 자리였지만 아주 엄숙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한껏 들떠 있었고, 미국의 발전을 기념하는 열광적인 축제 분위기에 가까웠다. 오바마는 자신의 말이 사람들의 마음에 진정으로 전해지기를 원했다.


    세상을 바꾸는 말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많은 사람들을 한 번에 움직이려면
    인생의 교훈이라는 선물을 주라 
    윌리엄 맥레이븐 제독이 텍사스대학교 졸업식에서 한 축사는 최근 수십 년을 통틀어 손꼽히는 명연설로 평가받는다. 로버트 캐슬런 총장이 그의 연설을 가져다 쓰고 싶었던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맥레이븐의 연설에는 훌륭한 연설이 갖추어야 할 요소가 전부 다 들어가 있다.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짧고 간결하게, 생생한 언어로 표현했다. 젊은 시절 네이비실에서 훈련받은 경험을 나누었고, 복장 점검을 통과하지 못한 훈련생들 이야기를 할 때는 "ユ 학생들은 훈련을 끝까지 마치지 못했습니다. 훈련의 목적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처럼 단순하게 말했다. 또한 진흙탕에서 밤을 지새운 일을 이야기할 때는 "뼛속까지 파고드는 추위, 덜덜 떨리는 이, 신음하듯 흐느끼던 훈련생들"이라고 자세히 묘사했다.

    무엇보다 맥레이븐 연설의 진가는 듣는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선물'을 주었다는 데 있다. 그는 졸업생들에게 "네이비실 훈련에서 배운 10가지 교훈"을 전했는데,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었지만 누구나 듣고 실천해볼 수 있는 보편성도 지니고 있었다. 매일 아침 이부자리 정돈처럼 간단한 일부터 완료하기, 나를 도와 함께 노를 저을 수 있는 사람들과 어울리기, 때로는 장애물에 정면으로 부딪치는 위험을 감수하기, 무시무시한 상어를 보고도 두려움에 맞서서 물러서지 않기 등이었다.

    사람들 앞에서 말할 내용을 준비하고 있다면 자신이 살면서 얻은 깨달음 중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있는지 생각해보라. 스스로에게 이렇게 질문해보라.

    · 당신이 부모라면 자녀를 키우며 무엇을 배웠는가?
    · 당신이 사업가라면 사업을 일구며 무엇을 배웠는가?
    · 당신이 시민권을 취득한 이민자라면 새로운 나라에서 자리 잡으면서 무엇을 배웠는가?
    · 당신이 사회운동가라면 지속적인 변화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무엇을 배웠는가?
    · 당신이 어떤 길을 걸어왔든 그 과정에서 자부심과 성취감을 느끼게 해준 깨달음은 무엇인가? 아침에 이부자리를 정돈하는 것처럼 사소한 것일 수도 있다.

    앞장서서 행동하라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하라고 요청하는 일 자체는 간단하다. 당신이 말하고, 사람들이 그대로 실행하면 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은 경우가 많기에 사람들의 행동을 더욱 강력하게 촉구할 수 있는 방법을 몇 가지 소개하려고 한다. 이것들의 핵심은 단순하다. 당신이 한 말을 당신부터 직접 행동에 옮김으로써 주장을 탄탄히 뒷받침하는 것이다.

    * 먼저 본보기를 보일 것
    다른 사람을 움직이게 만들고 싶다면 "내 말대로 하라" 고 말하는 대신 "내가 하는 대로 하라" 고 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다. 오바마가 유색 인종 청년들의 성공을 돕기 위해 국민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요청하면서 직접 청년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데 시간을 할애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만약 다른 사람들에게 자원봉사를 요청한다면 당신도 일정 시간을 봉사활동에 쏟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기업 임원으로서 직원들에게 프로젝트에 시간을 더 쏟아달라고 요청한다면 당신도 추가 근무를 하겠다고 공언해야 한다. 급여를 삭감하거나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자신의 급여도 삭감하고 그 사실을 함께 발표하는 것이 좋다. 다양성을 중시하는 행사에서 발언한다면 업계에서 충분한 기회를 얻지 못하는 집단에 채용, 멘토링, 승진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선언해보라.

    * 돈을 투자할 것
    어느 봄날,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흑인 억만장자 로버트 스미스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미국 유일의 흑인 남성 인문대학인 모어하우스칼리지 졸업식에서 축사를 했다. 그는 졸업생들의 성취를 칭찬하고, 자신의 가족이 8대에 걸쳐 지나온 감동적인 여정을 들려주었으며, 자신이 지키는 삶의 원칙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축사의 끝자락에 모두를 깜짝 놀라게 만드는 발표를 했다.

    "이 땅에서 8대를 이어온 우리 가문을 대신하여, 저는 여러분이 미래로 나아가는 버스에 약간의 연료를 보태주려고 합니다. 2019년 졸업생 여러분, 우리 가족은 기금을 조성해 여러분의 학자금 대출을 대신 갚아줄 것입니다."

    갑작스러운 발표에 졸업생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기쁨에 겨워 껑충껑충 뛰었다. 스미스는 약속대로 약 400명의 졸업생의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3,400만 달러를 기부했다. 덕분에 졸업생들은 대출 상환에 쓸 돈을 가족을 돌보는 일, 창업, 지역사회를 위한 비영리단체 설립 등에 사용할 수 있었다.

    스미스는 이를 단발성 기부로 끝낼 생각이 없었다. 그는 자신의 기부를 계기로 더 많은 사람들이 행동에 나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의 이례적인 기부는 전국적인 논의를 불러일으키면서 젊은이들을 짓누르는 막대한 학자금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었다. 

    * 비전을 제시할 것
    시대를 막론하고 사람들을 움직이는 방법은 단순하다. 바로 목표를 알려주는 것이다. 사람들이 마음속으로 그려보고, 가슴에 품고, 굳은 의지로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비전을 제시하라. 당신이 말하는 대로 행동하면 삶이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보여주는 것이다. 많은 종교가 지닌 교리의 핵심 또한 더 나은 세상에 대한 비전이다. 기독교든 이슬람교든 신앙과 선행을 실천하면 영원한 천국에서 보상받으리라는 믿음에 의해 이어져왔다.

    미국 독립선언서도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되었다"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미국인들은 그로부터 2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노예제 폐지론자들은 노예 없는 미국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위해 목숨을 걸었고, 수전 앤서니같은 여성 참정권 운동가들은 여성이 투표할 수 있는 미국을 만들기 위해 나섰다가 투옥되기까지 했다. 

    비즈니스에서도 비전의 역할은 중요하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을 단순히 새로운 기기로 소개하지 않았다. 그는 "휴대전화를 새롭게 발명하겠다"라는 비전을 지니고 있었다. 나이키 경영진은 "모든 운동선수에게 영감과 혁신을 제공한다"라는 비전을 내세운다. 테슬라 직원들은 단순히 자동차를 조립하는 것이 아니라 "태양 에너지로 움직이는 세상"을 만든다는 목표를 가지고 일한다.

    더 나은 미래에 대한 비전은 사회운동가들과 옹호자들이 매일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게 만드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국제 비영리단체 해비타트는 "모든 사람에게 안락한 집이 있는 세상"을 꿈꾼다. 온라인 교육 플랫폼 칸 아카데미 Khan Academy 는 "언제 어디서든 누구에게나 세계 수준의 교육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핵무기 폐기를 지지하는 운동가들은 "핵무기 없는 세상"을 위해 싸운다.

    당신은 어떤 비전으로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가? 크고 대담하게 생각하라. 그 다음에 단순화하라. 목표는 구체적이고 귀에 쏙 들어와야 한다. 

    희망이라는 완벽한 본능
    기꺼이 희망을 파는 사람이 되어라
    HOPE 연대 Alliance for HOPE 의 공동설립자 케이시 그윈과 오클라호마대학교의 심리학 교수 챈 헬먼은 저서 『호프 라이징』(2018)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희망은 단순한 개념이 아니다. 희망은 단순한 감정도 아니다. 희망은 목표이자 의지이며 경로, 즉 희망을 실현하기 위해 밟아나가는 단계를 의미한다.”

    헬먼 교수는 희망이 삶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성공을 예측하는 중요한 지표"라고 주장한다. 희망의 과학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수많은 연구들이 그 주장을 뒷받침한다. 희망을 느끼는 학생일수록 수업 출석률이 높고 성적이 우수하며 졸업할 가능성이 더 크다. 희망을 느끼는 직원들은 결근이 적고 번아웃에 빠질 확률이 낮으며 업무 성과도 뛰어나다. 희망을 느끼는 사람일수록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며 실제로도 더 건강하다. 즉, 만성 질환이 적고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가 높다. 한마디로 희망이 있는 사람들은 더 행복하고 더 많은 성취를 이루며 더 오래 산다.

    얼핏 생각해봐도 당연한 일이다.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몰라 절망에 빠져 있다면 원하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가능성도 줄어들 것이다. 이에 대해 신경과학자 탈리 샤롯도 "희망은 내면에서 우러나든 외부에서 주어지든 사람들이 목표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도록 만든다"라고 부연한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말을 통해 희망을 전달할 수 있다면 목표가 이루어질 가능성도 커진다. 이 책에서 다룬 연설들을 떠올려보자. 하나도 빠짐없이 결국 모두 희망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레타 툰베리는 세계 지도자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저는 여러분의 희망을 원하지 않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제가 매일 느끼는 두려움을 여러분도 느끼는 것입니다." 하지만 결국 툰베리의 말속에도 지도자들이 기후변화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를 바라는 희망이 담겨 있었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