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생에는 방향을 잃는 순간이 찾아온다. 커리어를 바꾸고 싶은데 혹시 내 선택이 틀리진 않을까 두렵고, 회사를 그만두고 싶지만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다. 나를 지치게 하는 관계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고, 힘겨운 결혼 생활에 마침표를 찍은 뒤에는 홀로 서야 한다는 두려움이 밀려온다. 이처럼 삶의 중요한 갈림길 앞에서 우리는 흔들리고, 때로는 주저앉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 천하이센은 18년간 8천 명이 넘는 내담자를 상담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이런 걱정과 두려움이 ‘더 나다운 나’, ‘더 나다운 삶’으로 나아가는 길을 막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이 새로운 인생의 문이 열리는 출발점일 수 있음을 일깨운다. 이 책은 우리 마음속에 공존하는 ‘떠나기 싫어하는 기존의 나’와 ‘새로운 삶을 갈망하는 나’의 갈등과 모순을 딛고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검은 숲’을 통과하는 여정을 소개한다. 그 길 끝에서 비로소 진짜 내가 원했던 나를 만나게 된다.
■ 저자 천하이센
저장대학 심리학 박사. 자아 성장과 가족치료 상담 분야를 꾸준히 연구해 온 중국을 대표하는 심리 전문가다. 18년간 심리상담 현장에서 8천 명이 넘는 내담자를 만나 왔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자기계발 심리학〉, 〈친밀한 관계 30강〉, 〈가족 관계 21강〉, 〈자아 전환 50강〉 등을 진행하며 35만 명이 넘는 유료 구독자와 만나고 있다. 복잡한 심리 이론을 삶의 언어로 풀어낸 그의 강연은 중국 최대 지식 플랫폼 ‘더다오(dedao.cn)’의 Top 5 심리학 콘텐츠에 속할 만큼 인기를 얻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위대한 나』 『사랑도 배워야 하나요』가 있으며, 국내에 소개된 책으로는 『그냥 나로 살아도 괜찮아』 『인생에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바꿀 수 없는 것을 바꾸지 않을 용기』 등이 있다.
그는 수많은 사람의 상실, 불안, 관계의 균열, 인생의 분수령을 함께 통과해 왔다. 이 책은 그 치열한 상담 현장에서 길어 올린 통찰과 사례를 바탕으로 쓰였다. 그는 오늘도 ‘검은 숲’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묻는다. “당신은 지금, 누구의 기준으로 살고 있는가?”
■ 역자 하은지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국제회의 통역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삼성전자 중국 법인에서 동시통역사로 일했으며, 국내 유수 기업에서 출강 및 기타 번역, 통역 업무를 담당했다. 사랑하는 남편, 두 딸과 긴 중국살이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중국어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주요 역서로는 『지리로 보는 세상의 비밀』 『AI 시대 강자로 살아남는 법』 『석가모니가 아들러를 만났을 때』 외 다수가 있다.
■ 차례
프롤로그 | 검은 숲을 지나서
자아 전환의 첫 번째 코스 | 부름에 응답하기
첫 번째 정거장(출발) |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무엇일까?
01. ‘내가 정말 원하는 것’에 귀 기울이기
02. 우리는 왜 내가 원하는 걸 잘 모를까?
03. ‘나’와 ‘타인’을 정확히 구분하기
04. 내가 원하는 것과 그것을 이루지 못한 현실
두 번째 정거장(부름) | 나의 가능성을 탐색하다
05. 현실에 순응할 것인가, 내면의 소리를 따를 것인가?
06. 가장 중요한 ‘핵심 자아’를 찾는 법
07. 자아의 핵심은 무엇인가?
세 번째 정거장(빈 그릇) | 새로운 나를 향해 나아가다
08. 새로운 나에게 어울리는 환경을 ‘창조’하라
09. 현재 상황에서 새로운 나를 탐색하는 방법
10. 버티기의 미학
네 번째 정거장(계기) | 분수령을 맞이하다
11. 인생의 중요한 결정은 언제쯤 내려야 할까?
12. 계기를 통해 나를 발견하라
13. 선택하지 않는 것 또한 하나의 선택이다
자아 전환의 두 번째 코스 | 과거의 자아와 이별하기
다섯 번째 정거장(상실) | 익숙한 나를 내려놓다
14. ‘목표’라는 눈가리개를 벗어 던져라
15. 이루지 못함에서 오는 아픔을 달래는 법
16.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불안에 대처하는 법
17. 관계가 끊어진 후 ‘버려진 아픔’을 받아들이는 법
18. 상실이 있어야 새로운 내가 탄생한다
여섯 번째 정거장(방출) | 익숙한 관계에서 빠져나오다
19. 관계에서 벗어나는 네 가지 단계
20. ‘이별’ 뒤에 찾아오는 또 다른 절망
21. 원가족에서 벗어나는 법
22. 물리적 새장, 심리적 새장
일곱 번째 정거장(작별) | 지나간 것은 보내 주기
23. 나는 왜 과거와의 이별이 이토록 힘들까?
24. 과거와 조용히 작별하는 법
여덟 번째 정거장(검은 숲) | 혼란 속에서도 나아가기
25. 앞이 보이지 않을수록 두려움은 더 깊어진다
26. 불확실함에 대응하는 세 가지 자세
27. 혼란을 넘어서서 ‘새로운 시작’으로
자아 전환의 세 번째 코스 | 새로운 여정의 시작
아홉 번째 정거장(유산) | 과거의 내가 미래의 나에게 남긴 자원
28. 과거의 능력을 빌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다
29. 중심 자아와 주변 자아의 자리 바꾸기
30. 삶을 관통하는 소중한 경험들
열 번째 정거장(수호자) | 새로운 세계의 신호들
31. 수호자 찾아 나서기
32. 새로운 무리 속에 안착하는 법
33. 낯선 관계에서 친밀한 관계가 되기까지
열한 번째 정거장(탐색) | 시행착오와 실천
34. 실천하며 생각하라
35. 작지만 확실한 한 걸음 내딛기
자아 전환의 네 번째 코스 | 새로운 자아의 탄생
열두 번째 정거장(새로운 신념) |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다
36. 새로운 신념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37. 더 넓은 세계로 향하는 문
열세 번째 정거장(나침반) | 평가 기준을 바꾸다
38. 자아 전환을 이끄는 나침반
39. 남이 원하는 내가 아닌 내가 바라는 나로 살기
40. 타인 중심의 삶에서 나 중심의 삶을 살기까지
열네 번째 정거장(연금술) | 새로운 현실을 창조하다
41. 자아와 현실을 분리하는 네 가지 단계
42. 현실에 순응하던 나는 이제 없다
43. 창조자의 신분으로 사는 삶
44. 길 위에서 만나는 자유
열다섯 번째 정거장(새로운 이야기) | 나만의 서사를 써 내려가다
45. 오직 당신에게만 주어진 삶의 이야기
에필로그 | 검은 숲을 지나,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까?
우리 마음속에 공존하는 ‘떠나기 싫어하는 기존의 나’와 ‘새로운 삶을 갈망하는 나’의 갈등과 모순을 딛고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검은 숲’을 통과하는 여정을 소개한다.
검은 숲을 지나 나를 만나다
부름에 응답하기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무엇일까?
‘내가 정말 원하는 것’에 귀 기울이기
지금의 당신을 만든 힘은 두 가지다. 하나는 과거의 경험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의지이다. 과거의 경험은 세상과 부딪히고 타인과 접촉하며 켜켜이 쌓인 한 사람의 역사이자 익숙한 행동 방식이다. 반면 자신의 의지는 이러한 경험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경험과 자아를 만들도록 돕는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넘어서는 또 하나의 힘이 있다. 바로 ‘무엇을 하기 원한다’라는 내면의 목소리다. 이는 변화의 근본적인 동력이자, 출발점이기도 하다. 따라서 변화의 첫 번째 여정은 ‘내가 원하는 것’을 이해하고 그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에도 여러 가지 결이 있다. 먼저 먹고 싶은 것, 마시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과 같은 삶의 소소한 것이 있다. 그보다 한층 더 무겁고 심오한 것은 내가 함께하고 싶은 사람, 하고 싶은 일 등이다. 그리고 그중 가장 중요한 핵심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하는 욕구이다.
사람마다 원하는 것을 대하는 태도가 다른 이유는, 두 개의 본능이 상충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스스로 성장하고 강해지길 바라고 잠재력을 실현하고 싶어 하는 본능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담담하게 대면하고 거기에 부응해야 한다.
그런데 이와 부딪히는 또 다른 본능이 있으니, 바로 타인을 만족시키고 현실에 순응하여 자기를 보호하고 살아남으려는 욕구이다. 이러한 본능은 우리가 안정적이고 확실한 것을 추구하도록 하는 경향이 있어서 무언가를 진정으로 원한다는 사실을 발견하면, 그것이 초래할 충돌이나 위협을 재빨리 머릿속으로 계산한다. 만일 그것이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하면, 조용히 감추거나 의도적으로 무시하려 든다. 이는 ‘나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존재’라고 인식하는 것과 다름없다.
두 본능의 충돌은 결국 ‘내가 중요한가, 아니면 타인이나 현실이 중요한가?’의 문제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답은 단순히 하나로 귀결되지 않고 흔히 세 가지 차원으로 나뉜다.
첫 번째 차원: 자아는 타인 혹은 현실의 배경이 된다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자신이 속한 사회나 관계 속에서 유리한 위치를 정한다. 이 과정에서 타인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법을 배우고, 사회의 규칙을 이해하고 준수하며, 집단이 원하는 모습에 맞춰 그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이때 중요한 것은 바로 타인의 수용과 인정이다. 관계의 종속물이라도 된 듯 타인의 시선, 외부의 기준을 지나치게 신경 쓴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관계에 복종하고 그들의 만족을 채워 주는 것이라 착각하며 수동적인 삶을 살아간다. 그럴수록 원하는 것을 자각하기 점점 더 어려워진다.
두 번째 차원: 자아와 타인 혹은 현실 사이에 갈등과 모순이 발생한다
나와 타인, 사회의 기대 사이에 갈등이 첨예해질수록 내면에서 점점 큰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특히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부피와 덩치를 키워 점차 존재감을 드러낸다. 여전히 타인의 기대와 요구를 충족하려 애쓰지만, 그럴수록 억울함과 상실감, 불만이 커진다.
억울함과 상실감 뒤에 있는 자아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현실과 충돌하는 ‘내가 원하는 것’을 타협과 회피의 방식으로 마주한다. 그러고는 ‘지금은 때가 아니야. 돈을 조금만 더 모으면, 시간이 조금만 더 지나면, 더 많이 희생하고 양보하면 갈등은 사라질 거야’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자아와 현실 사이의 충돌과 모순은 결국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의 목소리에 힘을 더 실어 줄 뿐이다. 그 목소리가 너무 크고 엄중해서 더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가 된다.
세 번째 차원: 주체는 자아, 타인·현실은 배경이 된다
자의식이 뚜렷해질수록 타인의 요구나 기대가 그다지 중요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이 단계에서는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을 신중하게 탐구하며 그것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내가 삶의 중심이 되려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직시하고 탐구하고 이해해 주어야 한다. 내면의 목소리가 뚜렷하고 명확해질 때 새로운 자아가 탄생한다.
물론 망설여질 수 있다. 타인의 지지와 응원을 받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두려움이 밀려오고, 그들의 반대에 어떻게 대응할지, 내가 원하는 것과 타인이 원하는 것의 간극을 어떻게 조율해야 할지 막막할 수 있다. 때로는 늘 그래 왔던 것처럼 희생하고 현실과 타협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아가 삶의 주체가 되면 더는 일방적이고 맹목적으로 타인에게 순응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등 떠밀려 하는 선택이 아니라, 온전히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선택을 하면서 점차 나의 존재감과 힘을 느끼고, 자아는 더욱 다채롭고 복합적인 존재가 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내가 원하는 것’이 자아 전환의 출발점이 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때로 자아의 변화는,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실현하고자 할 때 시작된다. 그리고 자아의 부름을 명확히 인식하면, 더는 외면할 수 없게 된다.
과거의 자아와 이별하기
익숙한 나를 내려놓다
‘목표’라는 눈가리개를 벗어 던져라
옛 자아에서 벗어나는 일은 대개 깊은 상실감을 동반한다. 실제로 많은 것을 잃기 때문이다. 흔히 겪게 되는 상실은 세 가지다. 옛 목표를 잃는 것, 옛 정체성을 잃는 것, 옛 관계를 잃는 것이다.
먼저, 목표를 잃는다는 것은 자아에게 있어 어떤 의미일까? 목표는 과거 경험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며, 미래에 대한 희망과 기대가 담겨 있다. 목표는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일종의 방식이자 살아가는 의미가 된다. 목표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역량을 확인하고 성취감을 맛보며, 그 과정을 통해 세상을 이해한다. 다시 말해 목표는 자아의 일부이자 현재 만들어지고 있으나 아직 실현되지 않은 자아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목표를 하나 상실한다는 건, 자아를 하나 상실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내 친구 매튜는 성공한 기업가로, 업계에서 꽤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훗날 시류에 따라 회사가 인수 합병된 뒤 은퇴했다. 그는 재정적 자유를 얻었지만, 마음은 자유롭지 않았다. 유일하게 편안함을 느끼는 일은 창업자 모임에 나가 경험과 노하우를 나누는 것이었다. 모임에서만큼은 여전히 ‘창업자’였지만, 자리가 끝나고 나면 다시 무료한 일상 속으로 돌아가야 했다.
나는 그의 인생에서 창업 경험이 어떤 의미였을지 생각해 보았다. 세속적인 성공이나 실패를 떠나, 그는 창업 말고는 자신을 정의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했던 것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살아가는 이유가 뭔지 알 수 없어 끊임없이 새로운 곳에서 자신을 찾으려 애썼다.
목표 하나를 잃어버렸을 뿐인데 그는 왜 인생의 방향마저 찾지 못할까? 목표가 일상과 인간관계를 만들고, 오로지 그 목표만을 향해 달리도록 채찍질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개인의 자아는 그가 추구하는 목표와 일맥상통한다. 그러므로 일단 목표가 없어지면, 거기에 상응하는 자아도 사라지는 것이다.
경마 경기를 본 적 있는가? 경주마들이 더 빨리 달릴 수 있도록 기수들은 시합 전에 말에게 특별한 눈가리개를 씌운다. 경주마들은 양옆을 볼 수 없게 시야가 가려져, 오직 앞만 보고 트랙을 신나게 달음질한다.
어떤 하나의 목표를 위해 미친 듯 노력한다는 건, 이런 눈가리개를 하고 달리는 것과 같다. 그런데 만일 목표를 상실하면 어떨까? 달리기를 막 마친 말들은 경주가 끝난 뒤에도 계속 앞만 보고 달려 나가려 한다. 목표를 잃어버린 우리의 모습도 이와 같다. 눈가리개를 벗지 않으면, 목표 외의 더 큰 세계를 볼 수 없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터널 시야’라고 한다. 하나의 목표가 지나치게 비대하거나 과중하면 목표와 관련된 일만 보이며, 목표와 관련된 일만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일상의 다른 부분은 아예 보이지 않는 것이다. 반대로 그 목표를 상실하면 목표 외에 자신에게 남은 걸 잘 보지 못한다. 다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확신이 없고 자아를 재건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다. 오로지 실패와 상실감에 젖어 살아간다.
목표의 상실은 우리에게 중요한 과제를 남긴다. 바로 ‘실패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이다.
제임스 카스(James P. Carse)는 『유한 게임과 무한 게임(Finite and Infinite Games)』이라는 책에서 인생은 유한 게임과 무한 게임으로 나뉜다는 개념을 제시한다. 유한 게임이란 규칙이 명확하고 시작과 끝이 분명하다. 반면 무한 게임은 승자와 패자가 명확히 갈리지 않는다. 시작과 끝도 정확하지 않다.
유한 게임은 목표의 실현 여부를 통해 확실하게 자아를 규정한다. 하나는 성공한 위너, 또 다른 하나는 실패한 루저다. 그러나 무한 게임은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으로 자아를 정의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그저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 이 자아는 일순간의 성공이나 실패로 규정되거나 변하지 않는다.
목표를 상실했을 때 대응하는 가장 좋은 방식은 자아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수정하는 것이다. 단순히 성공 혹은 실패의 개념으로 자신을 정의하지 말자. 특히 단 하나의 목표가 성공했느냐 실패했느냐로 자신을 규정하지 않아야 한다.
당신은 꿈을 좇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현실을 수용하는 사람이 될 수도, 현재 인생의 전환 한가운데 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시야를 가리는 안대를 벗어야 비로소 더 넓은 세계가 보인다. 수많은 가능성이 있으며, 그것들은 새로운 자아를 만들어 갈 힘이 된다. 목표를 잃었을 때 중요한 것은 그 목표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더 넓은 가능성을 바라보는 것이다.
새로운 여정의 시작
새로운 세계의 신호들
낯선 관계에서 친밀한 관계가 되기까지
관계의 변화란, 새로운 사람이 우리 삶에 들어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려면 상대를 ‘이상화’하여 매력을 느껴야 하며, 적극적으로 접촉하면서 ‘우리’라는 연대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은 기존의 관계에서 떨어져 나오면 외로움과 고독감을 느끼고, 이를 채우기 위해 또 하나의 친밀한 관계를 갈망한다. 그러나 알다시피 관계가 끊어지면 상처가 남는다. 이 상처는 방어기제가 되어 다른 누군가에게 감정을 쏟지 않도록 저지한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다. 과거의 상실이 일종의 자기 의심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스스로 ‘별로인 사람’이라고 여기며, 약한 모습을 들키기 싫어서 숨어 버리기도 한다.
현진 씨도 그랬다. 그는 어린 시절 부모와 떨어져 혼자 시골에서 생활했다. 엄마 품에서 가장 사랑받아야 할 때 그러지 못했다. 이러한 경험은 불안정 애착으로 이어졌고, 정상적으로 누군가를 만나 사랑하는 게 불가능했다.
“연애는 세 차례 정도했지만, 다 결혼 직전에 헤어졌어요. 너무 무서웠거든요. 그 사람을 사랑하는지 아닌지 확신이 서지 않았어요. 부부라는 그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자신이 없었어요.” 그는 잠시 멈추었다가 말을 이어 갔다. “그 사람을 만나기 전까지는요.”
네 번째 여자 친구는 특별했다. “저에게 호감을 보이면서 먼저 다가와 주었어요.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다가, 그녀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게 됐어요. 그녀도 저처럼 많이 외롭게 자랐더라고요. 그날 태어나서 처음으로 누군가를 지켜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보호에 대한 열망은 그를 새로운 세계로 끌어들였고, 진지하게 관계를 유지해 보고 싶다는 용기를 내게 했다. 하지만 결혼을 앞두고 그는 다시 주저했다. 하지만 여자 친구는 물러서지 않았고, 그를 이끌어 주민센터에 가서 혼인신고를 했다.
“여전히 불안했지만, 여자 친구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어요. 시간이 흐르며 신혼 생활에 빠져들었고, 책임지는 법도 점차 알게 되었어요. 그녀에게 감사한 게 너무 많아요.” 변한 그를 보며 진심으로 기뻤다. 이른바 불안정 애착은 변하지 않는 특성이 아니라 특정 상황에서 나타나는 일종의 행동 양식일 뿐이다. 이는 과거의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충분히 바뀔 수 있다.
“친밀한 관계는 충분히 감수할 가치가 있는 모험이다.” 이 모험은 단순한 관계 형성을 넘어 상대가 내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허용한다. 그 상대가 새로운 사람이라면, 영향 또한 새로운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상대의 영향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면, 그는 당신의 ‘수호자’가 되고 당신도 그의 ‘수호자’가 될 수 있다. 모든 변화는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새로운 자아의 탄생
나만의 서사를 써 내려가다
오직 당신에게만 주어진 삶의 이야기
인간에게 ‘이야기’는 낯설지 않다. 이야기는 언제나 우리와 함께 성장했다. 옹알이할 때는 부모가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글을 배운 뒤에는 우리 스스로 이야기를 읽었다. 더 자라서는 소설을 읽고 텔레비전을 보고 영화를 봤다. 그 속에 모두 이야기가 있었다. 우리는 주인공과 함께 그들의 인생을 살고, 그들과 함께 탄식하고, 그들과 함께 슬퍼했다.
이제, 나만의 새로운 이야기가 생겼다. 그중에서도 ‘전환’은 내 인생 서사의 클라이맥스다. 그 이야기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가? 나는 그 안에서 어떤 배역을 맡아 연기하는가? 전환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이 아니라, 체험이자 경험이다. 여러 갈래였던 인생의 여정이 하나의 완전한 길로 좌라락 엮이는 사건이다.
우리는 어떤 길을 지나왔는가? 어떤 목소리에 반응하여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 나선 ‘부름의 응답’으로 이 여정이 시작되었다. ‘헤어짐의 단계’에서는 과거의 목표, 과거의 신분과 작별하고 ‘검은 숲’에 들어가 새로운 자아를 탐색했다. ‘새로운 길에 올라서는’ 단계에서 과거의 자아가 남긴 자원을 돌아보고 새로운 공동체 안으로 들어가 새로운 경험을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자아의 탄생’ 단계에서 내 안에서 들리던 그 희미한 목소리가 새로운 자아였다는 걸 깨달았다. 우리는 상실 속에서 다시 새로운 평가 기준을 설정했다. 그것은 외부 세계나 타인의 것이 아닌 온전히 나에 속한, 나에 의한 좌표이다.
이 길은 당신의 이야기이자 나의 이야기이며, 전환을 경험한 수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모아 둔 집합체이다. 따로 보면 모든 이야기에는 각자만의 사연이 있으나, 모아 놓으면 결국 동일한, 하나의 이야기다.
그것은 평범한 현실을 초월하는 자아의 이야기이다. 잃어버리지만 얻는 이야기이다. 현실적인 제약을 뛰어넘어 ‘내가 진정 원하는’ 자아의 모습을 실현하는 이야기이다. 미혹과 방황 속에 다시 나를 찾게 되는 이야기이다. 끊이지 않고 반복되는 이 이야기는 인류의 가장 위대한 영혼의 역사다. 이제 당신의 전환 이야기를 들려줄 차례다.
이야기 중간중간에 ‘위험천만한’ 요소들이 등장해도 좋다. 좋은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신성한 외투’를 입혀 주어도 좋다. 익숙하고 편안했던 부족을 떠나 ‘검은 숲’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곳에 감춰 둔 아름다운 성배와 보물을 찾아내게 하자. 영혼의 시선에서 보면, 현실 속에서 출구를 찾아 헤매는 모든 사람은 괴물과 맞서 싸우는 영웅이다. 괴물은 현실 속 고난과 어려움도 되지만, 우리가 뛰어넘어야만 하는 인생의 약점기도 하다. 완벽한 이야기를 위해서는 이런 위험 요소들이 존재해야만 한다.
아직 전환 중이거나, 종점에 도착하지 않은 이들에게 당신의 이야기는 ‘참고서’가 되어 줄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에게 현재 자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다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방향을 제시할 것이다.
인간은 상실로 인해 쉽게 불안해하고, 무엇이든 붙잡고 싶어 한다. 변화의 이야기는 당신에게 붙잡을 수 있는 무언가가 되어 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붙잡았다 해도 끊임없이 의심하게 된다. ‘만약 이 이야기가 완성되지 않으면 어떡하지?’ ‘이대로 무너져 새로운 자아를 찾지 못하면 어떡하지?’ ‘계속 후회 속에 빠져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 하면 어떡하지?’
그러나 이러한 의심 때문에 당신의 이야기를 포기하지 않길 바란다. 의심이 클수록 변화의 이야기는 완성되어야 한다. 그 이야기가 당신의 모든 경험을 정리하고 나아갈 방향을 알려 줄 것이다. 이야기가 엉성하진 않을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처음부터 완벽한 이야기는 없다. 조곤조곤, 천천히 이야기를 이어 가다 보면 당신의 멋진 삶이 완성될 것이다.
전환은 종종 우리를 완전히 딴 세상으로 데려간다. 그때 당신의 이야기는 지도가 되어 줄 것이다. 전환을 지나온 당신의 그 이야기에 멋진 제목을 붙여 주길 바란다. 이야기는 반대 방향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따라서 당신이 그토록 많은 고비를 넘어야 했던 이유는 더 재미있는, 완성도 높은 이야기를 쓰기 위함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