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달다. 어제는 지랄맞았지만
 
지은이 : 달다
출판사 : 21세기북스
출판일 : 2018년 07월




  • 행복은 목표가 아니다. 경쟁 끝에 성취해야 하는 보상도 아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같은 모양과 색으로 주어지는 물건도 아니다. 조금씩 찾아내 자신에게 딱 맞는 모양으로 다듬어가야 진짜 행복, 내가 원하는 행복에 다가갈 수 있다. 자주 미세한 나의 감정을 진찰하고 다정한 대화를 건네 보자.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어보자. “너는 어디로 가야 행복하니?”라고. 그 질문들에 하나씩 답을 할 때마다 행복이 내 앞으로 걸어올 것이다. 『오늘은 달다. 어제는 지랄맞았지만,』은 그 답을 찾아가는 소소한 일상의 순간들을 담았다. 때론 좌절하고, 실망하지만 저자는 어떤 일이 있어도 분명히 행복해질 나를 믿으며 또 한 발을 뗀다. 


    오늘은 달다. 어제는 지랄맞았지만,


    나는 나에게 서툴다

    ‘쓰다’를 숨기며 산다

    무수하게 스치는 당신의 순간들을 본다.


    부드럽게 곡선을 그린 옅은 눈웃음.

    일순간에 붉어진 귓불.

    미세하게 실룩이는 입꼬리.

    파뜩했다 흐려지는 미간 주름.

    눈동자가 흔들리는 방향.

    짧게 끊어내는 헛기침.

    손톱 끝을 매만지는 검지.

    주변을 감싼 공기까지도.


    흐르는 감정들이 일일이 흡수되어

    온 마음이 환해졌다가

    속절없이 허물어지기도 한다.


    지독하게 예민한 나는

    ‘달다’로 살길 희망하며

    어쩔 수 없는 ‘쓰다’를 숨기고 산다.


    나는 나에게 서툴다

    콘크리트 벽에 오른손을 꿍 찧었다.

    꽥 비명을 지르며 손을 감싸 쥐었다.


    충돌 직후 폭발적인 자극은 사라지고

    욱신거리는 잔여 통증이 남았지만

    며칠 지나면 괜찮겠지 싶어 내버려 두었다.


    며칠 후, 약지의 손톱 밑이 검붉게 변햇다.

    손가락이 부풀어 올라 접고 펴기 어려웠지만

    또 괜찮아지겠지 싶어 내버려 두었다.


    통증은 쉬 가시지 않았다.

    나는 왼손 오른손을 나란히 펴서

    틀린 그림 찾듯 면밀하게 비교했다.

    확실히 오른쪽 약지의 뼈마디가 툭 불거져있다.


    결국, 병원을 찾았다.

    골절이었다.


    의사 선생님은 왜 진작 병원에 오지 않았냐며

    미련한 사람 보듯 했다.


    철제 보호제를 감은 손가락을

    가만히 바라보다 짜증이 스민다.

    스스로에게 무신경한 인간인 게 싫다.


    “좀 더 자신을 아끼며 살아.

    난 이제 달라졌거든.”


    의기양양하게 잘도 훈계해놓고는

    사실은 한참 서툴다.

    의식하고 보살피지 않으면

    자꾸만 괜찮겠지 싶어 내버려 두고 만다.


    깊은 곳의 감정부터 손가락 끝마디까지

    챙길 것들이 이렇게나 많다.



    민감함은 사랑의 그림자였다

    너의 언어를 몰랐다

    고양이를 가족으로 들이고 첫 겨울,

    창밖의 눈부신 설경에 호들갑이 일어

    녀석을 안고 밖으로 나갔다.


    우리의 첫눈을 기념하자며

    타이머까지 맞추고 사진을 찍었는데

    지금 와서 당시 사진을 보면

    코미디가 따로 없다.

    질색하는 고양이와 좋아라 끌어안은 나.

    극렬하게 대조된 둘의 표정에 웃음이 난다.


    눈을 천천히 감았다 뜨는 애정 어린 너의 이사.

    가만히 다가와 코끝을 맞추는 다정함.


    꼬리 전체를 흔들어대는 짜증과

    편안할 때 꼬리 끝을 살랑이는 것.

    갸르릉과 으르릉 소리의 차리.


    수많은 너의 언어를 그때는 하나도 알지 못했다.

    너에게도 첫눈은 감동이겠거니

    자꾸자꾸 안아주면 사랑이라 알겠지

    제멋대로 오해한 채 거칠고 위협적이었다.

    서투른 사랑은 이기적이다.


    이런저런 반성으로 사진첩을 닫을 즈음

    곁에 있던 이들이 떠오른다.


    몹쓸 놈이라며 정리해 버린 사람들.

    몹쓸 놈이 나라며 떠나 버린 사람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옆에 남은 사람들


    그리고 이해라 착각했던 무수한 오해들로

    다쳤을 서로가 어렴풋이 스친다.


    서툴러서 그랬다.

    그렇지만 우리가 함께 사랑하며 살길 바랐음은 진심이었다.


    서로의 언어가 달랐을 뿐,

    그 속에 보드라운 연한 살은 별반 다르지 않았음을

    당신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그래만 준다면 바랄 것이 없겠다.



    내 눈에 예쁜 꽃이면 되었다

    내 눈에 예쁜 꽃이면 되었다

    나는 칭찬에 매달리곤 했다.


    부모님께는 그럴싸한 딸이고 싶었다.

    애인에게는 끊임없이 내가 예쁜지를 물었고,

    직장에서는 다재다능한 만능 사원을 꿈꿨다.


    돌아오는 답변에 거뜬히 힘이 나고 쉽게도 무너졌다.


    갈대처럼 흔들렸다.

    누군가의 인정이 목표가 되고 내 마음은 묵살되기 일쑤였다.


    의기소침해진 나는 자주 삐치고 서러웠다.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드는 생각.

    “나 좋으면 그만인 인생. 뭐 그리 복잡하게 살아?”


    그즈음부터 나는 조금씩 바뀌었다.


    거울을 보며 입술을 우- 하고 오므려

    앤젤리나 졸리같이 섹시하다고 한다.


    어려운 인연은 미루어 두고

    내 마음이 괜찮은지 우선으로 진찰한다.


    그럼에도 바르게 살려 노력하는 나라서 괜찮다고

    이쯤 하면 애썼다며 합리화도 곧잘 한다.


    내 눈에 예쁜 꽃이면 되었다.

    나는 결국... 행복하게 살면 그만이다.


    우리가 사랑에 실패하는 이유

    우리가 사랑에 실패하는 이유는

    갈증 나는 순간에만 절실해지기 때문.


    그래서 그토록 많은 사랑 노래들이

    호기심으로 설레는 사랑의 시작과

    이별 후의 그리움, 가슴 시린 짝사랑 같은

    목 타는 감정만을 읊조리나 보다.


    늘 충분해서 지극히 당연한 사랑은

    퇴색한 보석처럼 빛을 잃어 보인다.


    그 빛이 완전히 사라져야

    비로소 어둠이 아파진다는 것은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하여, 어리석은 우리는 또다시 사랑에 실패한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외롭다.


    주섬주섬 생각을 정리하며

    당장에 주머니를 뒤적거린다.


    ‘녹이 슨 것’을 꺼내 입김을 불어다가

    소매 끝으로 문지르고 닦아본다.


    그렇게 한참을 들여다보니 반짝하는 빛이 돈다.

    맞다. 틀림없이 맞다.

    지루하게 곁에 있는 당신은

    여전히 귀한 나의 보석이 맞다.



    누구나 꽃을 품고 산다

    어른 아이템

    살아보니

    인생은 너무나도 야박하여

    어느 것 하나 저절로 주지 않았다.


    매 순간,

    철없는 스스로를 무던히 달래어

    그럴듯한 어른이 되어야 했다.


    문득 두려웠다.

    ‘늙는다’는 어렴풋이 버거운 과정도

    순리적으로는 쉬울 리 없겠구나.


    무수한 성숙의 괒어을

    단단하게 앞서가신 부모님, 할머님.


    그들을 보노라면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존경을 표한다.

    태연하게 늙어간 세상의 어른들이 새삼 경이롭다.



    오늘은 달다

    영혼을 기다리는 시간

    나는 줄곧 휑한 무대에 덩그러니 나를 세웠다.

    관중들의 반응을 살피며 혼신의 히을 다해 연기했다.

    영악한 머리로는 적절한 타이밍을 살펴

    멋들어지게 폭죽을 터뜨려 박수를 받아내기도 했다.


    그러던 중 나의 무대는 위기를 맞았다.

    환호 없는 무대는 초조했고 흩어지는 연기처럼 무의미했다.

    그리고, 나는 달리기를 멈추었다.


    전부였던 회사부터 어설픈 자기계발까지

    끊임없이 휘두르던 채찍을 내려놓았다.


    돌아서 본다.

    무정하게 멀리도 왔다.

    질주해온 길 끝에 아스라이 점처럼 작은 내가 보인다.

    지금의 나는 두 팔을 벌리고 섰다.

    저만치 따라오는 내 영혼을 힘껏 안아주려고.


    끌어안은 그의 귀에다 속삭이듯 부탁도 해볼 참이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도 ‘나의 곁’을 지켜달라고.

    나의 ‘진짜 관객’이 되어달라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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