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인생을 정리해드립니다
 
지은이 : 이지영
출판사 : 쌤앤파커스
출판일 : 2020년 10월




  • 공간의 변화는 충분히 우리 삶의 변화를 이끈다. 자기만의 휴식 공간이 생긴 아빠, 예쁜 홈카페에서 하루를 여는 엄마, 스스로 자기 공간을 정리하는 아이들, 비로소 혼자 사는 낭만을 즐기게 된 1인 가구, 수십 년간 쌓아둔 잡동사니 살림을 덜어내고 홀가분해진 부모님 등…. 아주 작은 변화로 물건도, 사람도 새 인생을 되찾을 수 있다. 하다못해 쓰기 편한 쪽으로 방향만 살짝 바꿔줘도 그동안 모르고 살아왔던 불편이 사라진다. 저자는 물건을 비우면 공간이 보이고, 공간이 보이면 비로소 사람이 보인다고 말한다. 공간을 나에게 맞게 효율적으로 바꾸고 채우는 방법을 알면 맥시멀리스트도 얼마든지 잘 정리된 편안한 공간에서 좋아하는 것들에 둘러싸여 행복해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당신의 인생을 정리해드립니다


    누구를 위한 집인가?

    계속 머물고 싶은 집

    집은 세상 어느 곳보다 편안해야 합니다. 여러분과 맞지 않는 공간, 맞지 않는 물건에 억지로 여러분을 끼워 맞추지 마세요. 그런 채로 시간이 지나면 몸도 마음도 아파집니다.


    코로나 시대에 집은 단순히 먹고 자고 씻는 공간이 아닙니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공간도 아닙니다. 집은 나와 가족에게 가장 편안한 공간, 오래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행복한 삶을 담는 캔버스와 같습니다. 그런 편안한 공간, 계속 머물고 싶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부터 시도해볼 수 있을까요?


    최근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와, 우리 집에 버려야 할 물건이 이렇게 많았어?’ 하고 놀라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기억조차 못하는 물건들을 끌어안고 살았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 사람도 많고요. 공간을 재구성하든 정리하든, 머물고 싶은 공간을 만들 때 제일 먼저 할 일은 ‘비우기’입니다. 불필요한 물건들을 비워내야 공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비워야 할 물건이 많다는 것은 후회와 불안이 많다는 것

    가족이 함께 지내든, 1인 가구로 혼자 살든 여러분의 공간은 ‘현재’입니다. 이 공간에서 행복을 느끼는 나는 ‘현재의 나’입니다. 과거의 나도 아니고 미래의 나도 아닙니다. 그런데 ‘현재의 나’의 행복을 심각하게 방해하는 ‘이곳’은 온통 과거와 미래로 가득 차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 많은 분들은 앞으로 쓸지 안 쓸지도 모르는 것들을 지나치게 많이 쟁여두고 삽니다. 반대로 과거가 너무 많은 집에는 추억, 후회, 집착이 물건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어지럽게 쌓여 있습니다.


    과거에 집착하느라, 혹은 미래가 불안해서 가지고 있게 된 물건들은 삶을 가둡니다. 짐 더미에 갇혀 사는 사람은 현재의 행복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현재의 삶에 충실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 아무리 비싼 동네, 좋은 집에 살아도 만족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여러분의 공간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일단 비우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후회 없이, 과감하게 잘 비우는 방법

    팁을 하나 알려드리겠습니다. 제가 만나본 수많은 의뢰인들에게도 효과를 본 방법입니다. 저는 먼저 짐을 모두 밖으로 꺼낸 후에 그 공간에서 만들 수 있는 ‘최상의 모습’을 눈으로 확인시켜줍니다. 그런데 짐을 꺼내는 데도 방법이 있습니다. 종류별로 한곳에 모두 모으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책이 많은 집에서는 방마다 들어찬 모든 책을 꺼내서 한곳에 모읍니다. 옷이 많은 집도 옷장, 붙박이장, 서랍장마다 흩어져 있는 모든 옷을 꺼내어 한 곳에 모읍니다. 그러면 1차로 ‘세상에! (책이/옷이/그릇이/장난감이) 이렇게 많았다니!’ 하는 충격을 받습니다. 그러고 나면 무엇을 비오고 무엇을 남겨야 할지 느낌이 옵니다. 아무리 비우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그 상태에서 다시 원래대로 되돌리고 싶어 하는 사람은 이제껏 없었습니다.


    자, 드디어 숨도 못 쉴 것 같던 공간이 바뀝니다. 왠지 좋은 기운이 흐를 것 같은 여유롭고 넉넉한 공간으로 재탄생합니다. 애프터로의 변화를 목격한 사람들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합니다. 그러면 후회 없이 과감하게 잘 버릴 수 있죠. 과거와 미래가 아닌 현재의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으니까요.


    내가 좋아하는 물건은 숨기지 말고 드러내자

    버리고 비워서 공간을 마련했다면, 이제부터는 무엇으로 어떻게 채울지 생각해야 합니다. 한때 미니멀리즘 열풍이 불었던 적이 있습니다. 가족이 셋이면 숟가락도, 물잔도 3개만 남기라거나, 2년 동안 안 입은 옷은 버리라거나 하는 조언들이 넘쳐났죠. 그런 정리법이 마음에 들고 몸에도 잘 맞으면 그렇게 하면 됩니다. 미니멀리스트든 맥시멀리스트든 각자가 지향하는 바에 맞게 살면 됩니다. 단, 그 기준 역시 누군가의 조언에 생각 없이 따르기보다는 ‘내가 가장 편안하고, 나에게(혹은 우리 가족에게) 최적화된 공간은 어떤 공간인가’를 고민해보고 세웠으면 좋겠습니다.


    오래 머물고 싶은 집을 만들기 위해서는 좋아하는 물건을 잘 보이는 곳에 두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먼저 내가 뭘 좋아하는지를 알아야겠죠?


    여러분이 좋아하는 물건은 집의 가장 큰 공간에 혹은 좋아하는 공간에 두어야 합니다. 그래야 집도 좋아지기 때문입니다. 책은 무조건 서재에, 와인은 반드시 주방에만 두어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고정관념을 깨는 순간, 집은 머물고 싶은 공간이 됩니다.


    한 가지 팁을 더 드리자면, 여러분이 가장 자주, 오래 머물러야 하는 공간에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부여하는 것도 좋습니다. 예를 들어, 어린아이가 있는 집은 엄마아빠가 아이들과 함께 있어주어야 합니다. 아이가 노는 방과 부모가 일이나 공부를 하는 공간이 떨어져 있으면, 결국 아이는 장난감들을 모두 끌고 나와 부모 곁에 펼쳐놓게 됩니다. 아이들이 주로 거실에서 논다면 거실에 테이블을 놓고, 엄마아빠도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면서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버리는 게 능사가 아니건만

    ‘미니멀라이프’도 좋지만, ‘미니멀’보다 ‘라이프’가 먼저

    방송이나 잡지, SNS에 나오는 집들은 어쩜 그렇게 하나같이 멋질까요? 그런 집들은 세트로 맞춰진 가구부터 벽지, 천장, 바닥의 조화도 완벽하고 소품들도 근사합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차이점은, 이런 집들은 일단 공간이 넓고, 자잘한 잡동사니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상을 사는 우리의 모습은 그렇지 않죠. 일반적인 가정집은 절대 그렇게 해놓고는 살 수가 없습니다. 아이라도 있다면 더더욱 그렇죠. 퇴근 후에 지친 몸을 소파에 누이면 옆에 테이블도 있어야 하고, 테이블 위에는 리모컨도 있어야 합니다. 어제 보다 만 책도 잘 보이는 자리에 있어야 하고, 출출할 때 집어먹을 간식거리도 손닿는 곳에 있어야죠. 단순한 삶, 궁극의 미니멀리스트..., 다 좋습니다. 하지만 그냥 생각 없이 ‘미니멀라이프’ 인테리어를 따라 하느라 일상생활을 불편하게 만들어서는 안 되지 않을까요?


    버릴 것인가, 말 것인가? 물건과 이별하는 데도 예의가 필요하다

    오랫동안 함께 지낸 고마운 물건들과 헤어지는 데도 예의가 필요합니다. 소중한 추억이 깃들어 있고, 과거 어느 시점의 우리 자신 혹은 우리 가족과 헤어지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잘못하면 필요한 것까지 다 버려서, 또 사서 채우고, 다시 엉망이 됩니다.


    인생관을 바꿔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겠다고 결심했더라도 무턱대고 다 버리는 대신 현명하게 버리는 법을 찾아야 합니다. 제 생각에는 남이 정해준 딱딱하고 이론적인 기준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찾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도저히 버리고 싶지 않은 물건까지 울며불며 버릴 필요는 없으니까요.


    앞에서 소개했듯이 정리하고 싶은 카테고리의 물건을 몽땅 꺼내어 한곳에 모읍니다. 책이면 책, 옷이면 옷, 전부 다 한눈에 보여야 합니다. 일단 다 꺼내서 펼쳐보고 전체를 파악합니다. 전체가 파악되면 우선순위가 매겨집니다. 우선순위가 생기면 다음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이 많은 물건을 버리지 못했던 이유는, 이것이 집에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가지고 있는 물건을 먼저 파악하고 한정된 공간 안에서 보관할 물건과 버릴 물건을 구분하는 것, 그게 바로 우리 삶은 우선시하는 미니멀리즘 아닐까요? 무작정 많이 버리고 적게 가지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은 덜어내고 좋아하는 것 위주로 편안하게 내 공간을 채우는 것, 비우기의 기준 역시 사람과 공간이 먼저입니다.


    소중한 추억을 어떻게 버릴 수 있나요?

    많은 이들이 추억이 담긴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그 물건이 하나뿐이고, 추억의 물건은 한번 버리면 영영 되찾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별한 연인의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것도, 모두 모아 그 즉시 버리는 것도 다 같은 이유 때문이죠. 물건을 사람처럼, 시절처럼 여기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추억의 물건을 무조건 다 버리고 비우라는 말이 아닙니다. 오랫동안 고민해봤지만 도저히 버릴 수 없는 물건들은 보관해야 합니다. 다만, 소중한 추억을 더 가치 있게 보관한 좋은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먼저, 추억의 물건을 사용, 전시, 보관의 카테고리 3개로 나누는 방법이 있습니다.


    ‘사용’ 카테고리에 담긴 물건들은 추억이 담겨 있으면서 지금 당장 사용도 가능한 물건들입니다. 옷이나 신발, 액세서리 같은 것들이겠죠. 이런 물건들은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공간에 보관해두고 열심히 사용하면 좋습니다.


    다음으로 ‘전시’ 카테고리에 담긴 물건들은 사용할 수는 없지만 잘 보이는 곳에 진열해두고 때마다 추억을 곱씹을 수 있는 것들입니다. 액자에 담긴 사진이나 트로피, 피규어 등이 이 카테고리에 속합니다. 이런 것들은 자리를 정해두고 한 공간에 모아서 수납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보관’ 카테고리입니다. 이 카테고리에 포함된 물건들은 품목별로 박스에 넣어서 네이밍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대표적으로 일기나 오래전에 사용했던 전자 기기, 레포트, 편지 등이 있습니다. 언제든 찾아보기 편하도록 차곡차곡 정리해서 베란다나 창고에 보관해둡시다.


    이렇게 버리지 못한 추억의 물건들을 다 정리했는데, 여전히 3개의 카테고리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물건이 있다면 이 물건은 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사용하지도, 전시하지도, 보관하지도 못하는 물건이라면 그 물건에 담긴 추억도 어쩌면 더 이상 가치 있는 것이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영영 돌아보지 않을 추억이라면 건강하게 이별하는 연습도 필요하죠. 



    당신의 인생을 정리해드립니다

    인생의 마지막을 정리하는 마음

    한 어머니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자녀가 셋인데 두 아이는 유학 가 있고 고등학생이 된 막내와 함께 산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암 진단을 받고 수술 날짜를 잡았다고 합니다. 수술을 앞두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자신이 언제 어떻게 세상을 떠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살림에서 손을 떼고 평소 하고 싶던 취미활동을 하면서 지냈는데, 그러다 보니 집은 점점 엉망이 되었고, 한번 손을 놓고 나니 다시 정리를 시작하는 게 너무 막막해진 것이죠. 그러던 중에 자신이 죽고 나면 엉망이 된 집을 아이들이 치워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용기를 냈다고 했습니다.


    그분 집을 정리해드리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자신의 마지막을 정리하는 의뢰인에게 물건을 버리라고 설득하는 일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분은 이미 마음의 정리를 마친 후였는지 꽤 많은 물건을 버리고 치우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렇게 작업을 마치고 난 후에도 가끔 그분이 생각났지만 선뜻 연락해보기가 어려웠습니다. 좀 두렵기도 했고요.


    그렇게 1년이 흐른 어느 날, 그분이 다시 연락을 해왔습니다.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고 새집으로 이사할 예정인데 한 번 더 컨설팅을 해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그때의 작업은 지금까지도 가장 뿌듯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분은 수술을 앞두고 자신의 물건을 하나하나 직접 만져보며 버릴 것을 가려내고, 더 알맞은 장소에 정리했던 일이 지쳐 있던 자신에게 큰 힘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단순한 정리수납이 아니라 이제까지 살아온 인생을 전부 다 펼쳐놓고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고, 우울하고 무기력했던 마음 대신 진짜 새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하던 그분의 표정이 믿을 수 없을 만큼 밝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살다 보면 별별 일이 다 생깁니다. 삶 전체가 휘청거리는 일도 가끔 벌어집니다. 이혼이나 실직을 할 수도 있고, 가족중 누군가가 아플 수도 있습니다. 어떤 이유로든 훅 들어온 사건사고에 충격을 받고 일상을 놓아버리면, 집을 정리하는 일도 소홀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한번 놓아버리면 연쇄적이고 모든 공간이 어수선해지고, 그 시간이 길어지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상황은 누구라도 겪을 수 있습니다. 평생을 깔끔하게 살아온 사람도 어떤 계기로 인해 얼마든지 정반대의 상황에 놓일 수 있습니다.


    저는 집이라는 공간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이 달라지는 것을 직접 목격했습니다. 우울하고, 자존감이 낮아지고, 무기력한 시간들이 너무 오래 지속되게 놔두어서는 안 됩니다. 과거의 후회와 미래의 불안을 덜어내고, 지금 이 순간의 행복에 집중해서 공간을 바꿔보는 일은 떨어졌던 자존감을 주어올리고 사라졌던 의욕도 되살아납니다. 변화하고 싶다면 주위를 둘러보세요. 무엇부터 시작하시겠습니까?


    나를 살게 해준 정리의 기적

    공간 크리에이터로 인생 2막을 열면서 제 삶은 아주 많이 바뀌었습니다. 제가 진짜 원했던 일이 무엇인지, 정말 잘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열정을 되찾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작업을 맡겨주시는 분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어쩌면 저보다 더 많은 것이 바뀌었을 것입니다. 사는 공간을 바꾸는 것이, 결국은 나를 살게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공간을 바꾸는 일은 때때로 누군가의 삶을 통째로 바꿔 놓기도 하고, 다른 누군가에게 잃어버렸던 삶을 되찾아주기도 합니다. 한번은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던 분이 저에게 집 정리를 부탁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분은 소위 말하는 엘리트에 인물도 좋고 재력에 명예까지 모든 것을 가진 분이었습니다. 그런 분이 뜻밖에도 자살을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마지막 순간에 아파트 난간에 서 있다가, 문득 자신이 여기서 뛰어내리고 나면 사람들이 모두 올라와 이 어수선한 집을 보게 될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죽는 것보다 남들에게 더러운 집을 보여주는 게 더 싫어서 집을 정리해놓고 나서 죽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공간 컨설팅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도 모르는 채로 저에게 작업을 의뢰했던 것이었습니다.


    처음 작업을 위해 집을 찾았을 때는 저희도 물론 그런 상황을 알지 못했습니다. 필요 없는 물건이니 모두 버려달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몰랐죠. 누가 봐도 좋은 집에 비싼 물건들이 많았고, 사진 속의 가족들은 모두 화목해 보였습니다. 어수선한 집이야 일하며 늘 봐왔던 것이었기 때문에 의뢰인이 생을 마감할 생각까지 했다는 것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그 집에서 저희 직원들과 3일간 작업을 했습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하루하루 의뢰인이 표정이 눈에 띄게 달라지는 게 느껴졌습니다. 마지막 날, 정리와 재구성을 마치고 최종적으로 스타일링 작업을 시작하려는데, 그분이 무언가 마음먹은 듯한 표정으로 저희 쪽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사실은 자신이 집을 정리해놓고 죽을 생각이었다고 고백했습니다. 죽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유품 정리하듯이 공간 컨설팅을 의뢰했는데, 3일 동안 그동안 살아왔던 공간이 180도 바뀌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다시 살고 싶은 의지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스스로가 너무 부끄럽고 죄송하다며, 정말 감사하다고 거듭 인사했습니다.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모든 것은 가진 분인데, 왜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요? 속상한 마음도 들었는데, 한편으로 제가 하는 일이 한 사람의 소중한 삶을 되찾아준 것 같아서 뿌듯하고 다행스러웠습니다. 공간을 바꿈으로써 삶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해갈 수 있다는 것, 그런 일이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다는 사실이 저에게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기쁨입니다.



    내 손으로 직접 해보는 우리 집 공간 컨설팅

    정리의 순서는 한 공간을, 집중적으로, 드라마틱하게

    여러분의 공간을 각각의 역하레 맞게 재구성하겠다고 마음먹었다면 무엇부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사실 처음 해보면 누구나 막막합니다. ‘아, 괜히 시작했구나’ 하며 그만두고 싶기도 하고요. 정해진 순서나 프로세스가 있는 건 아니지만, 저는 이럴 때 집 안 이곳저곳을 조금씩, 천천히, 띄엄띄엄 정리하는 것보다는 먼저 한 공간을 정해두고 그곳부터 ‘집중적으로, 빠르게’ 정리해보라고 제안합니다.


    예를 들어, 거실 한쪽에 작은 서재를 만들어 보려고 한다면 제일 먼저 공간에 맞는 적당한 가구를 배치하고 집 안 곳곳에 흩어져 있는 많은 책을 한데 모읍니다. 필요, 욕구, 정리로 나누어 ‘필요’로 분류한 책만 준비된 공간과 가구에 맞게 수납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가장 이상적인 거실 서재를 드라마틱하게 경험하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정해진 공간 하나를 집중적으로 빠르게 정리하는 것이 조금씩 천천히 정리하는 방법보다 훨씬 효과적입니다. 매일 조금씩 해나가는 것도 좋지만, 그런 과정에서는 변화가 한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때문에 ‘귀찮기만 하고 별로 달라지는 것도 없네’ 싶어 금방 지치기 마련입니다.


    집 안의 어느 한 공간이 순식간에 정리되는 것을 느끼고 나면 나머지 공간도 쉽게 정리될 수 있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일주일에 한 번, 될 수 있으면 주말에 가족 모두가 함께 공간을 재구성해보는 것입니다. 정리의 기쁨과 공간 재창조의 놀라움을 함께 맛보는 것은 가족 모두에게 특별한 경험이 됩니다. 게다가 쾌적한 공간이 주는 행복을 한 번 더 느끼고 나면 가족 모두가 불필요한 물건을 더 이상 쌓아두지 않게 됩니다.


    평소에 대대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기가 힘들다면 이사할 때야말로 최적의 타이밍입니다 큰 가구를 일부러 재배치할 필요가 없어 공간에 큰 변화를 주기에 훨씬 용이하죠. 물건을 비우기에도 아주 좋은 시기입니다. 새로운 집으로 이사하면서 이전 가구 배치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은 너무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사를 앞두고 있다면, 아이들이 성장하는 속도, 집의 크기 변화, 이전 집 가구 배치의 문제점 등을 충분히 고민해본 후에 더 좋은 구성으로 바꿔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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