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아 넌 누구니
 
지은이 : 박상미
출판사 : 한국경제신문
출판일 : 2020년 07월




  •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르겠어서 답답하고, 타인과 관계 맺기가 두려워 괜한 거리를 두는 경우 역시 많이 있을 것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고민에 응답했던 박상미 교수가 별일 없이 사는 것 같지만 왜인지 외롭고 쓸쓸한 우리가 듣고 싶은 위로와 공감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마음아, 넌 누구니


    치유의 시작, 가슴속 울고 있는 어린아이를 만나세요: 상처

    가슴속 울고 있는 어린아이를 만나세요

    성인들의 가슴속에는 울고 있는 어린아이 한두 명이 살고 있어요. 유년 시절의 상처를 위로하고 극복하지 못한 채로 어른이 되면, 몸만 어른이 됐지 마음속에는 여전히 상처 입은 어린아이가 살고 있는 거죠.


    나이 70이 되어도, 그 아이를 달래주지 않으면 내 안에서는 상처 입은 대여섯 살 어린아이가 울고 잇을 수도 있어요. 마음속에 이런 어린아이가 많을수록, 말로 내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더 힘들어요.


    저는 공감과 소통, 마음치유 강의를 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한집에 살면서도 가장 공감과 소통이 안 되고, 서로 상처 주는 말을 많이 나누는 사이가 저와 저희 엄마예요.


    엄마는 정말 가족을 사랑하고 가족을 위해 평생 희생해온 분이에요. 그런데 말로 표현할 줄을 모르십니다. 저는 엄마한테 칭찬을 받고 싶어서 어릴 때부터 애를 많이 썼어요. 제가 부족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해서 늘 배로 노력하고 긴장하며 살아왔어요. 하지만 엄마는 늘 칭찬보다 훈계를 많이 하셨어요. 저는 엄마 얼굴을 보고 같이 웃고 싶어 하는데 엄마는 걱정이 더 많았어요.


    “밖에서 책잡히지 않게 조심해라. 잘난 척하지 마라.”


    그런 엄마 앞에 서면 저는 항상 부족한 사람 같았고, ‘나는 왜 엄마한테 칭찬받기가 이렇게 힘든 걸까’ 하는 자괴감이 들곤 했죠. 제 마음속에도 그렇게 울고 있는 어린아이 하나가 생긴 거예요.


    마흔이 넘은 어느 날, 그 어린아이가 엄마 앞에서 폭발했어요.


    “엄마는 왜 맨날 훈계만 해요? 어떻게 사람이 웃으면서 칭찬 한 번을 안 해줘요? 제가 어릴 때부터 그게 얼마나 속상했는지 알아요?”



    밤에 퇴근을 했더니 늘 저를 기다리며 안 주무시던 엄마가 주무시고 계셨어요. 엄마 방에 불이 꺼져 있었어요. 그런데 새벽에 엄마한테서 문자가 왔어요.


    “딸아, 미안하다….”


    첫 문장을 읽고 통곡을 했어요. 태어나서 처음 듣는 말이었거든요. 가족끼리 사과한다는 게, 부모가 자식에게 사과의 말을 한다는 게 쉽지 않아요. 그런데요, 모든 자식은 부모님의 사과를 받으면 통곡할 준비가 되어 있어요. 저는 통곡하면서 죄송하다는 편지를 쓰며 새벽을 맞았어요.



    실컷 울어야 웃을 수 있어요: 치유

    눈물은 죽어가는 몸을 살려요

    분노와 죽음의 관계를 연구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의 달스트롬 교수는 스물다섯 살 청년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25년간 지켜봤습니다. 대인관계에서 분노를 많이 느끼는 그룹과 분노를 잘 느끼지 않거나 분노의 감정을 빨리 해소하는 그룹으로 나눴어요. 그들이 50대가 됐을 때 분노를 잘 느끼는 그룹이 반대의 경우보다 심장 질환자는 다섯 배나 많았고, 사망률은 일곱 배가 높았습니다.


    분노의 감정은 생겼을 때 즉시 배출해야만 해요. 우리는 흔히 ‘감정을 삭이다’라는 표현을 씁니다. ‘삭이다’의 사전적 뜻은 ‘화가 풀려 마음이 가라앉다’인데, 우리는 흔히 눈물을 참고, 내 감정을 외면하고 은폐하면서 ‘삭였다’고 믿어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분노를 삭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소리 내어 엉엉 우는 것입니다.


    속상하고, 화나고, 짜증 나고,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 사람들 앞에서 화를 내기보다 혼자 조용한 곳에 가서 실컷 울어보세요. 감정을 배출하며 흘리는 눈물에는 우리 몸에 쌓아두면 독이 되는 성분들이 다량 섞여서 배출되므로 해독작용이 뛰어납니다. 그뿐 아니라 부교감신경이 확장되며 면역력이 향상됩니다. 울음은 비뇨생식기‧심혈관계‧소화기계를 활성화하고 골격과 근육을 튼튼하게 하며, 장면역력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혈액순환이 원활해집니다.


    우울감을 활성화하는 망간을 배출하는 것도 눈물입니다. 해독작용과 더불어 내장과 골격, 혈관 모두 좋아지니 젊어질 수밖에 없어요. 노화가 느려지고, 피부도 건강하고 부드러워집니다.



    나의 가장 멋진 친구: 나

    어떻게 나이 들어야 하나 고민하는 나에게

    많은 사람이 나이 들수록 고집 센 노인으로 변합니다. ‘나이의 향기’를 풍길 수 있는 인생을 살아오지 못한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탐하는 것이 ‘나이의 권력’인 것 같아요. 꼰대로 태어나서 늙어가는 사람은 없어요. 누구나 나이 들수록 자기 생각이 완고해지고, 내 생각의 옳음을 증명하려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나이 어린 사람들에게 ‘훈장질’을 하게 되는 것 아닐까요? 하지만 젊은 시절부터 타인을 배려하고 열린 생각을 하는 훈련을 해온 어른들은 청년 때보다 더 멋진 모습으로 노년을 맞는 것 같아요.


    책을 많이 읽는 어른들과 대화를 하는 시간은, 풍요롭고 흥미로운 시간입니다. 일간지에 ‘박상미의 공감 스토리텔링’이라는 코너를 연재하면서 한 분야의 대가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었어요. 진정한 어른을 만나기 힘든 시대, 어른을 찾아가서 끊임없이 묻고 지혜를 구하고 싶었어요. 평생 한 우물을 파고, 그 분야의 대가가 되고, 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는 어른들의 공통점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그분들의 공통점은 청년들보다 더 참신한 생각을 하고, 늘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것입니다. 자기 말을 많이 하기보다는 젊은 사람들의 말을 존중해주며 귀 기울여 듣고, 말은 짧고 간결하되 받아 적고 싶은 얘기만 하셨어요. 짧은 말 속에는 농익은 삶의 지혜가 담겨 있어서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눌수록 삶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렇게 나이 들 수만 있다면 늙는 게 두렵지 않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분들은 누구보다 겸손하고 유쾌하고 온화한 표정을 지니고 계셨는데, 그 에너지의 원천은 ‘독서’와 ‘토론’이었습니다.


    나이가 든다고 누구나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걸 깨달은 후부터 내가 만난 ‘멋진 어른들’, ‘자주 만나고 싶은 어른들’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고, 그런 책들을 많이 찾아서 읽었어요. 야마다 레이지의 《어른의 의무》도 ‘멋지게 나이 드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책이에요.


    저자는 10여 년간 ‘성공한 인생’이라 인정받는 유명인 200여 명을 만난 후, 마음으로 존경할 만한 어른들의 공통점을 찾아서 책을 썼어요. 저자는 일본 사회에서도 나이 든 사람들이 존경받지 못하게 된 지는 오래라고 말합니다. 윗사람을 존경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젊은이들도 내심 노인을 귀찮은 존재로 치부하며 상대해주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해요. 어른들은 왜 존경받으려고만 하고 어른의 의무는 다 하지 않느냐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저자는 ‘멋지게 나이 드는 것은 우리 모두의 권리이자 의무’라고 말합니다. 불평하는 어른, 잘난 척하는 어른, 항상 무엇엔가 화가 나 있는 어른…. 이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로 어른들이 고쳐야 할 의무 세 가지를 제시해요. 첫째, 불평하지 않기, 둘째 잘난 척하지 않기, 셋째 언제나 기분 좋은 상태를 유지하기예요. 쉬운 일 같지만, 주변을 돌아보면 이런 어른을 찾기가 힘들어요. 그러던 중 저자가 제시하는 ‘어른의 의무’를 완벽하게 실천하며 살고 있는 어른 한 분이 떠올랐습니다.


    평론가 황현산 선생. 우리 문단을 대표하는 학자이자 문인입니다. 그는 2013년 한 남성잡지에서 뽑은 ‘Men of the Year’에서 여진구, 엑소, 추신수, 조용필 등과 함께 선정되어 화보 촬영을 하기도 했어요. 글 쓰는 70대 노인도 이렇게 강렬한 인기를 얻을 수 있다는 걸 말과 글, 몸으로 보여준 최초의 노인으로 기록될 만합니다.



    참 잘했어요, 내 인생: 삶

    나만의 비밀을 만드는 여행을 떠나세요

    삶은 길 위에서 만난 우연한 인연을 통해 답을 주기도 하고 지름길을 알려주기도 하죠. 여행을 하다 보면 나와 멀어질수록 내가 보일 때가 많습니다. 먼 곳으로 긴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겠지만, 하루를 온전히 나만을 위해 쓸 수 있다면 어디든 가까운 곳으로 혼자 떠나는 일일 여행을 자주 하는 것이 치유 효과는 더 큰 것 같아요. 혼자 하루를 걸으면, 생각할 시간도 많고, 나와 대화하는 시간을 충분히 누릴 수 있어요. 한 달에 한 번이라도 혼자, 낯선 사람들 속에서 혼자 걷는 여행을 해보는 거예요.


    장 그르니에의 《섬》에 이런 문장이 나와요.


    “나는 혼자서,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낯선 도시에 도착하는 것을 수없이 꿈꾸어봤다. 그러면 나는 겸허하게, 아니 남루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그렇게 되면 ‘비밀’을 간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문장에 밑줄을 그었을 때 내가 느꼈던 낯선 도시의 바람 냄새, 그곳에서 만든 나의 비밀들이 떠오르기 시작했어요. 그르니에가 말한 ‘비밀스러운 삶. 고독한 삶이 아니라 비닐스러운 삶’은 낯선 도시, 낯선 사람들 속에서 내가 만든 ‘섬’에 머물며 나 자신과 대화하는 삶을 말하는 것이겠죠.


    누구나 여행을 꿈꿉니다. 여행이라는 단어는 지금 내가 어디에 있건, 내가 경험한 여행의 추억을 호출하여 단시간에 나를 그곳으로 데려다 놓아요. 시간과 공간에 대한 나만의 비밀을 창조하는 여행의 다른 이름은 ‘설렘’이죠.


    자기 자신에게서 도피하기 위해서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여행은 나 자신을 찾고, 내가 몰랐던 진짜 나를 만나기 위해서 떠나는 거랍니다. 그곳에서 미처 몰랐던 ‘나’를 만나고 걷고 대화하면서 찾은 답을 가지고, 내일을 사는 힘을 얻을 수 있어요.


    몇 년 전, 해결되지 않는 고민을 안고 혼자 떠났던 제주 여행길에서 두 사람을 만났어요. 한 청년은 백혈병을 앓고 있었고, 한 아저씨는 서울의 삶을 접고 제주로 내려와서 걷고 걸으며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는 중이라고 했어요. 우리는 이름도 나이도 묻지 않고 이틀을 같이 걸었어요. 길에서 만난 인연들에게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고민을 꺼내놓기도 하고, 한 사람이 울면 침묵으로 그 시간을 함께해주면서 말이에요. 침묵이 길어지면 저는 노래를 불렀어요. 셋이 같이 노래를 부르며 걷다 보면 마치 전생에서 이 길을 우리가 같이 걸은 적이 있었던 듯한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누구도 서로의 고민에 답을 주지 않았는데, 내 속에서 답이 떠오르기 시작했어요. 누구도 먼저 이름을 묻지 않고, 끝내 아무도 묻지 않는 인연을 여행길에서 만나기도 하죠. 얼굴도 희미하게 잊혀가지만, 헤어질 때 굳게 잡았던 손의 온기는 여전히 기억나요.


    “달은 우리에게 늘 똑같은 한쪽만 보여준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의 삶 또한 그러하다. 그들 삶의 가려진 쪽에 대해서 우리는 짐작으로밖에 알지 못하는데, 정작 단 하나 중요한 것은 그쪽이다.”


    머리를 나부끼며 혼자 걸을 때, 인생은 문득 달의 반대편을 보여주기도 하죠. 하루여도 좋아요. 나만의 비밀을 만드는 여행을 떠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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