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날이면 그림을 그렸다
 
지은이 : 나태주
출판사 : 열림원
출판일 : 2022년 10월




  • 1945년생. 해방둥이, 동갑내기. 임동식 화백과 나태주 시인이 만나 콜라보를 이뤘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그의 그림에서 시를 읽어내고 싶었다.” 임동식 화가의 그림 51점과 그 아름다움에 헌정하는 시 48편, 나태주 시인의 순수한 서정이 빛나는 애송시 6편이 수록되었습니다.


    그리운 날이면 그림을 그렸다


    서로 다른 계절의 두 사람

    화가 임동식

    나무를 사랑해

    나무를 그리다가

    끝내 나무가 되어버린 사람


    산과 들과 강물을 사랑해

    산과 들과 강물을 그리다가

    끝내 산과 들과 강물이 되어버린 사람


    그를 우리는 오늘

    화가라 부른다

    공주의 화가를 넘어

    대한민국 화가라 부른다.



    두 사람

    한 사람 곁에

    또 한 사람 있었네


    다른 길로

    돌아서 왔지만


    끝내는 

    한길에서 만난


    서로 다른 계절의

    두 사람


    꽃이 피는 일은

    꽃이 지는 일


    앞서거니 뒤서거니

    인생은 파노라마.



    우정 2

    그림은 때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기도 한다


    보아라, 수없이 많은

    저 나무 잎새 하나하나


    땅을 향하고 있는 것 같지만

    실상은 미세하게 조금씩


    하늘을 향해 고개 들고 있었음을

    그대 놓쳐서는 안 되리라.



    겨울 없이 어찌 봄일 수 있을까

    그리움 2

    가지 말라는데 가고 싶은 길이 있다

    만나지 말자면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하지 말라면 더욱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


    그것이 인생이고 그리움

    바로 너다.



    좋은 날

    바람 좋은 날

    구름 좋은 날

    사람도 좋아진다

    짐승까지도 좋아진다

    이런 날 좋아지지 않고

    어찌 배겨날 수 있으랴

    나무 좋다

    풀들도 좋다

    모두가 순해진다

    고른 숨을 쉰다

    멀리멀리 뻗어

    산을 넘는다

    마음의 고개를 넘는다.



    뒷짐 

    뒷짐을 지고 세상을 보면

    풍경이 잘 보인다

    길이 환하다

    오름기도 그다지

    숨차지 않다


    뒷짐을 지고 세상을 보면

    나 자신이 보이기도 한다

    나무 나무 나무

    나무가 나이고

    풀잎 또한 나이다


    무겁게 안고 있던 마음의

    근심 걱정들 내려놓고 싶어진다

    문득 세상과도 화해하고 싶어진다

    용서하지 못할 일들까지

    용서하고 싶어진다.



    고양이 함께

    할머니 할머니

    비단이 안 팔려

    어쩌면 좋아요


    그러게 말이다

    오늘도 종일

    사람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는구나


    너라도 내 곁을

    지켜줘서 고맙구나.



    결코

    정말로 화가는

    그림 속에 소리를

    담고 싶었을까?


    정말로 화가는

    그림 속에 냄새를

    담고 싶었을까?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디선가 들릴 듯한 소리

    이 세상에는 없는 소리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디선가 번져 나오는 냄새

    이 세상에는 결코 없는 냄새.



    친구

    겨울 없이 어찌 봄일 수 있을까

    고통 없이 어찌 기쁨일 수 있을까


    목말랐던 나무들 잠 깨어

    벌컥벌컥 물 마시는 소리


    땅속에서 군시러웠던 꽃들

    햇빛 속에 나와 웃고 있는 소리


    더는 참을 수 없어 나도

    지팡이 짚고 나왔단다


    이 동산에서는 누구나 친구

    보아라 눈을 들어 하늘을 보아라


    나무 수풀 가지가지 사이로

    흘러가는 바람의 맨살을 좀 보아라.


    * * *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