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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들수록 매달려야 하는 것들
 
지은이 : 김희재 (지은이)
출판사 : 매일경제신문사
출판일 : 2025년 03월




  • 인생을 살아가면서 ‘내려놓기’, ‘붙잡기’, ‘중심 잡기’를 잘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운동으로 몸의 근육을 키우듯, 도전으로 마음의 근육을 키우라”고 항상 새로운 시도를 독려합니다.


    나이들수록 매달려야 하는 것들


    놓아주기_ 내려놓아야 잡을 수 있는 것들

    인생에서 필요한 용기_ 관계 내려놓기

    인생에서 가장 큰 용기가 필요했던 순간은 내 죽마고우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어렵게 올라간 영업총괄 임원 자리를 내놓고 회사를 퇴직하기로 결정했을 때였다. 대학을 갓 졸업한 나는 젊은 패기와 호기심으로 대기업에 입사했다. 그 후 10년을 다니며 조직의 중요한 일원으로 자리잡았지만, 그 회사와 작별을 고했다. 그 당시 퇴직을 결심했을 때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결정이 제법 작게 느껴지고, 당시의 불안감은 이제 그저 청춘의 작은 기억 정도로만 남아 있다. 그러나 임원을 그만두기로 한 결정은 당시 내게 완전히 다른 차원의 어려움을 안겨주었다.


    첫 직장을 그만두고 새롭게 도전했던 사업이 실패하는 커다란 시련을 겪고 난 뒤, 노력과 행운이 맞아떨어져 찾아온 기회는 마치 구원의 손길처럼 느껴졌다. 새로운 회사에서 내가 쏟은 열정과 수많은 밤을 지새우며 고민한 결과를 떠올리면, 그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게 너무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조직개편안을 제안하고 회사의 영업조직을 손수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협력 부서와 끊임없이 협상하며 조직을 재편성했다. 나의 비전을 바탕으로 채용하고 키워낸 팀장들, 그리고 이들이 만들어내고 있고 또 앞으로 만들어낼 성공담들에 대한 생각은 내가 사직하는 결정을 머뭇거리게 했다.


    내가 손수 구축한 조직과 그 구성원들을 남에게 넘겨야 한다는 생각은 내게 큰 내적 갈등을 안겼다. 또한 당시에 나는 한국지사 대표이사 후임자 교육을 받으며, 큰 이변만 없다면 미래의 어느 시점에는 사장 자리까지 오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런 전통적인 경로가 내 인생의 목표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내 삶의 가치가 단순히 사회적 지위나 직책에서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고, 매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절감했다. 특히, 내가 사랑하는 이가 나를 가장 필요로 할 때 곁에 있어줄 수 없다는 것은 그 어떤 것으로도 보상할 수 없는 잘못이라는 걸 깨달았다.


    모든 일에는 적절한 시기가 존재한다. 시기를 놓치면 예상보다 더 큰 어려움이 따르거나, 아무리 노력해도 원하는 결과를 얻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적절한 시점을 놓치면 그에 따른 기회를 다시 얻기는 쉽지 않다. 이 깨달음은 결국 내 인생의 중요한 결정에 영향을 줬다. 그래서 나는 기존의 궤도를 벗어나 전혀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로 결심했다.


    그 당시 나는 안정된 상황을 떠나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것을 많이 망설였었다. 안정된 직장과 지위 그리고 잘 짜여진 계획들이 있었지만, 내가 그대로 계속 머물러 있다면 앞으로 더 큰 기회를 놓칠 것이라는 불안감이 더 컸다. 그리고 새로운 도전이 주는 기대감이 나를 크게 동요하게 했다. 기존의 길을 계속 가는 것이 얼마나 편한 일인지, 그 길이 얼마나 익숙하고 안전한지를 잘 알고 있었기에, 새로운 길을 가는 결정은 내게 엄청난 용기와 결단을 요구하는 일이었다.


    어쩌면 당연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나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했고, 심지어 일부는 그 결정을 질책하기도 했다. 그들은 내 결정이 지나치게 위험하고 불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모험을 선택하는 것이 무모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내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오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이제 거의 10년이 지난 현재, 나는 그때의 결정이 얼마나 옳았는지를 매일 실감하고 있다. 당시의 결정을 통해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배웠고, 그 선택이 내 삶의 방향을 얼마나 크게 바꾸었는지를 깨닫는다. 내가 스스로 일상과 미래를 직접 설계하며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경험은 그 어느 때보다도 보람차고 의미가 깊다.


    이제는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를 명확히 이해하고 있다. 특히,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야말로 내가 추구하는 삶의 본질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그들이 필요할 때 곁에 있는 것, 그들과 소중한 순간을 함께하며 지내는 것, 그것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무엇이 진정으로 중요한지, 그리고 어떻게 내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나갈 수 있는지 깨달았다. 이 모든 것은 그 당시의 용기 있는 결정덕분에 가능했으며, 나는 그 선택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 중 하나였다고 확신하고 있다.


    주변에 고위직에서 퇴임한 선배들이 격은 허망함을 목격한 적이 있다. 높은 지위와 책임을 지니고 있던 이들이 마지막 순간에 겪는 공허함과 실망감은 참으로 큰 충격이다. 인간의 본능적인 착각일까. '나는 예외일 것이다'라는 생각이 그들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누구나 자신이 특별하다는 믿음은 깊고도 강력하다. 다행히 나는 죽마고우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그로 인한 후유증을 경험하면서, 스스로의 길을 찾아가야 한다는 강한 용기를 얻게 되었다. 그 친구의 죽음은 나에게 인생의 덧없음과 불확실성을 뼈저리게 느끼게 했고, 동시에 자신만의 길을 가야 한다는 결심을 더욱 확고히 했다. 나에게 인생의 본질과 의미를 깊이 고민하게 만들었고, 어떤 길이 나에게 진정으로 중요한지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해서 나는 하고자 하는 일을 선택하고 실행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그동안의 사회생활에서 쌓인 수많은 인간관계와 사회적 네트워크도 중요한 것이지만, 그중에서 의미 없는 관계는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는 것 역시 이해하게 되었다. 30년의 사회생활 동안, 나는 많은 사람들과 만났고, 다양한 인간 관계를 경험했다. 하지만 그 관계 중 일부는 실질적인 의미가 없거나, 내가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관계들은 에너지를 소모시키거나, 내 삶의 진정한 가치를 흐리게 만든다.


    결국, 진정한 인간적 친분은 의미 있는 관계에서만 찾을 수 있었고, 그 외의 관계들은 자연스럽게 끊어졌다. 이 과정을 통해 나는 무엇이 진정으로 중요한지 조금 더 명확히 알게 되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누구와 함께하며,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가 하는 것이며, 그것이 내 삶의 진정한 의미를 결정한다. 나는 이제 사회적 지위나 외적인 성공보다 내면적인 만족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욱하는 감정은 10분이면 사그라든다

    분노를 다스리면 인생이 바뀐다.

    단 한 번의 분노가 인생을 무너뜨린다.

    욱하는 성질, 순간적인 짜증이나 신경질, 서운함과 분함.

    순간의 감정 폭발로 우리는 소중한 관계를 잃고, 귀한 기회를 놓치며, 평생 후회할 상처를 만든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분노도 10분만 참으면 사라진다.

    마치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듯,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는 잠시 멈춰야 한다.

    그 자리에서 벗어나라.

    산책을 하거나 깊게 숨을 쉬어라.

    격렬한 운동 후에는 스트레칭으로 긴장을 풀어야 한다.

    격렬한 감정이 요동치면 숨을 한 번 크게 쉬면서 마음을 가다듬고 풀어야 한다.

    그리고 10분만 기다려라.

    감정은 차분해지고 더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감정은 칼날과 같다.

    잘 다스리면 도구가 되지만, 통제하지 못하면 나를 찌르는 무기가 된다.

    인생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바로 이 순간의 감정을 다스리는 것이다.

    10분의 인내가 미래를 바꿀 수 있다.


    50대, 이제부터 시작이다_ 후회 내려놓기

    최근 통계를 보면, 우리가 가장 오랜 시간 일한 직장에서 퇴직하는 나이는 평균 50.5세라고 한다. 100세 시대에 이 나이는 정말 빠르다. 주변을 둘러보면 은퇴를 했거나 준비 중인 이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그들의 표정에서 "이제 내 인생은 끝난 건가?" 하는 깊은 고민과 불안감이 묻어나는 걸 종종 목격한다. 그 모습을 보면 가슴 한켠이 먹먹해지고는 한다. 사실 나도 그런 기분을 겪어본 적이 있다.


    나는 매우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퇴직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새롭게 벌린 사업이 "계속 잘될까?" 하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을 저축하고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는 어떤 것에 투자해서 화려하지는 않지만 편안한 은퇴생활을 그리던 나에게는 너무도 큰 변화였다. 마치 잘 닦인 등산로를 벗어나 발길이 닿지 않은 숲이 우거진 곳으로 뛰어든 느낌이었다. 30대에 도전했던 개인사업에서 느꼈던 실패의 쓴맛이 다시 한번 혀끝을 괴롭혔다. 그때의 좌절감, 무력감 그리고 주변의 시선들이 다시 떠올랐다. 그 당시에 열심히 저축해 모았던 돈의 거의 대부분을 새 사업에 투자한 만큼, 처음에는 뭔가 돌이킬 수 없는 큰일을 저질러버린 듯한 느낌이었다. 밤잠을 설치며 "내가 과연 선택을 잘한 걸까?" 하는 의문이 끊임없이 들었다. 앞으로 어떻게 이 상황을 헤쳐나가야 할지 막막하기도 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전쟁에 내가 스스로 뛰어든 것이었다. 총도 투구도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맨몸으로 말이다.


    때로는 아침에 눈을 뜨는 것조차 두려웠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나를 옥죄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게 사실 새로운 시작의 신호라는 걸 깨달았다. 나는 내 열정을 다시 한번 불태울 수 있는 새로운 도전을 찾았던 것이다. 매일 아침 일어나면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떠올랐고,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물론, 이 열정 때문에 실수도 많이 했다. 때로는 너무 성급하게 결정을 내려 후회하기도 했고, 때로는 필요 이상으로 신중해져 기회를 놓치기도 했다. 쉽지는 않았지만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가족들과 의견 충돌도 있었고, 돈이 없어 압박감에 시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내 자신과 더 깊이 마주하게 됐고,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됐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조금씩 터득해가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 새로운 나를 찾는 일'은 필연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새로운 내가 어딘가에 숨어서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그것은 분명 무척 흥미로운 일이다. 마치 보물찾기를 하는 어린아이처럼 매일매일이 새로운 발견의 연속이었다.


    얼마 전에는 오래된 사진 앨범을 정리하면서 내 젊은 시절의 꿈들이 다시 떠올랐다. 대학 시절 친구들과 밤새 술 마시며 나눴던 미래에 대한 이야기들, 첫 직장에 입사했을 때의 포부, 결혼할 때 꿈꿨던 가정의 모습. 그때 드는 생각은 '내가 뭐 했었지?' 보다는 '앞으로 뭐 해볼까?'라는 기대감이 더 컸었다. 과거의 꿈들 중 일부는 이뤘고, 일부는 포기했지만,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다는 게 나를 가슴 뛰게 만들었다.


    퇴직은 단순히 끝이 아니라, 새로운 장을 여는 기회다.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과 지혜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데 큰 자산이 된다. 수십 년간의 직장 생활에서 얻은 노하우 그리고 실패의 경험들이 새로운 도전의 밑거름이 된다. 물론, 오랜 회사생활을 하며 쌓인 소중한 경험들이 오히려 걸림돌이 되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너무 익숙한 방식에 얽매여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때도 있다. 분명한 것은 스스로 경험하며 길을 찾아가야 하는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소셜미디어에서 또는 주변에서 '이렇다', '저렇다' 하는 조언들이 많을 것이다. 성공한 은퇴자들의 화려한 일상이 부럽기도 하고, 때로는 위축되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은 본인이 하나하나 경험하며 자기만의 길을 만드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나만의 가치관과 속도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퇴직은 분명 새로운 기회를 준다. 하지만 과거를 회상하며 현재를 바라볼 때 우울감이 몰려오기 쉽다. 미래를 생각하면 매우 불안할 것이다. 괜찮다. 나 역시 그러했다. 때로는 세상과 단절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마음은 그저 잠깐의 감정일 뿐이라는 것을 지금 나는 안다. 인생은 여전히 계속되고 새로운 가능성은 언제든지 열려 있기 때문이다. 퇴직 후의 삶은 마치 새로운 모험을 떠나는 것과 같다.


    두렵고 불안하겠지만, 동시에 설레고 기대되는 순간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쌓아온 경험과 지혜는 새로운 여정에서 든든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중요한 건 자신을 믿고 한 걸음씩 나아가는 용기다. 50대, 60대 아니 그 이후에도 우리의 인생은 여전히 빛나고 있다는 걸 기억하자. 새로운 꿈을 꾸고 그 꿈을 향해 나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방법이 아닐까?


    인생의 2막 아니 어쩌면 3막이나 4막을 시작하는 지금, 우리에겐 무한한 가능성이 놓여 있다. 그동안 미뤄뒀던 취미를 시작해볼 수도 있고, 새로운 기술을 배워 제2의 직업을 가질 수도 있다. 또는 가족과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누릴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선택을 통해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붙잡기_ 매달려야 힘이 되는 것들

    나는 이제 50대 중반이 되었다_ 도전 붙잡기

    만 53세가 되던 날, 나는 소셜미디어에 간단한 메시지를 남겼다. 그 글에는 내 삶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건강과 일상의 소중함, 그리고 나이를 초월한 도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매일 아침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꾸준한 운동으로 몸과 마음을 단련하고, 일상 속 작은 도전들을 통해 삶의 활력을 찾아갑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 이제야 진정 이해하게 됩니다. 여러분도 오늘 하루, 자신만의 작은 도전을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어떻게 보면 굉장히 당연한 말이었다. 이 짧은 글이 예상치 못한 반향을 일으켰다. 댓글이 폭발적으로 달리기 시작했고,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단어는 바로 '무천도사'였다.


    많은 이들이 내 일상적인 노력과 태도에서 만화 드래곤볼의 전설적인 스승, 무천도사의 모습을 떠올린 것이다. 처음에는 그저 과분한 칭찬으로 받아들였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쩌면 내 삶의 여정이 무의식중에 무천도사의 철학을 닮아가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천도사, 즉 로시 선생님은 드래곤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전투가이자 지혜로운 스승이다. 그의 삶은 단순한 무술의 달인을 넘어 건강과 장수, 그리고 끊임없는 자기계발의 상징이었다. 300살이 넘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젊은 전사들 못지않은 활력을 지닌 무천도사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 모두가 동경하는 이상적인 노년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때로는 심하게 장난스럽기도 하지만, 그의 지혜와 힘 그리고 삶을 대하는 태도는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그리고 나 역시 모르는 사이에 그의 모습을 동경하고 있었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마흔 중후반에 접어들 무렵 내린 과감한 결정의 배경에도 이러한 무의식적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 잘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운동을 지도하는 직업으로 바꾸는 터무니없어 보이는 선택을 했을 때, 주변에서는 모두가 "미쳤다"고 말렸다. 하지만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이것이 바로 내가 가야 할 길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비록 늦은 나이에 시작한 운동이었지만, 그 속에서 나는 새로운 나를 발견했다. 강해지는 것에 대한 매력을 느꼈고, 운동을 하면서 조금씩 내 자신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졌다. 자연스럽게 목표는 상향조정돼 갔고, 나는 점점 더 큰 도전을 갈망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평범한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시작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더 자극적이고 성취감이 높은 '크로스핏'을 만나게 되었다. 인간이라면 한 번쯤은 상상해볼 만한 '강한 존재', 즉 나의 한계를 넘어서는 강인한 정신력을 바탕으로 엄청난 체력을 길러내는 콘셉트는 정말이지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마침 크로스핏이 한국에 상륙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여서 전문 체육관이 많지 않았다. 그러던 중 회사 근처에 일명 홍슈스(홍대 슈퍼스트렝스 리복 공식 크로스핏 박스)라는 곳이 문을 열게 되었고, 그곳에서 나의 새로운 여정이 시작되었다.


    그때부터 나의 일상은 완전히 바뀌었다. 업무상 한두 번의 저녁 약속을 제외하고는 퇴근 후 항상 체육관으로 향했다.


    땀으로 범벅이 되어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순간에도, 나는 행복했다. 한계에 도전하는 그 순간이 나를 살아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토요일은 또 다른 의미의 '출근일'이 되었다. 평소와 같이 일찍 일어나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하루를 시작했다. 그리고 체육관에서 2~3시간 동안 개인 운동을 했다. 정규 수업이 없는 토요일이었기에, 나만의 페이스로 역도 스타일의 바벨을 사용하는 스트렝스 훈련부터 다양한 모빌리티 훈련까지 집중적으로 할 수 있었다. 운동이 끝나면 근처 맛집에서 단백질이 풍부한 식사를 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일요일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몸을 움직였다. 집 근처 올림픽공원에서 1시간가량 걷거나 가볍게 뛰었다. 때로는 시외로 드라이브를 나가 적당한 거리의 등산로를 찾아 자연과 교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러한 루틴은 단순히 육체적인 건강을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매일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햇살을 받으며, 새로운 자극을 찾아가는 것이 내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방법이었다.


    그러나 나는 어렸을 때부터 늘 하던 것을 반복하고 지속하는 것에는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업무에서든 개인 삶에서든 '현상유지'라는 단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나에게 있어 성장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은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원동력이다.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면 나를 기다리고 있을 새로운 도전을 생각하며 설렌다. 살짝 긴장감이 도는 가운데하루를 시작한다. 이런 긴장과 설렘이야말로 내가 진정으로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순간이다.


    무천도사의 명언이 떠오른다.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놀고, 열심히 먹고, 푹 쉬는 것, 이것이 바로 거북선인류의 수련방식이야."


    이 말은 단순한 만화 속 대사가 아니다. 그것은 삶의 균형과 지속가능한 성장에 대한 깊은 통찰이다. 나는 이 철학을 나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고 실천해나가고 있다. 어쩌면 우리 모두의 마음 한구석에는 이런 삶에 대한 동경이 자리잡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이와 상관없이 끊임없이 도전하고 배우며 성장하는 삶. 그것이 바로 진정한 인생의 묘미가 아닐까?


    50대 중반인 지금도 나는 여전히 새로운 꿈을 꾼다. 더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더 지혜로운 생각으로, 매 순간을 충실히 살아가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가 나를 보며 "저 분, 꼭 무천도사 같아요"라고 말해줄 그날을 기대하며 오늘도 열심히 살아간다.


    우리 모두의 내면에는 각자의 '무천도사'가 잠들어 있다. 당신의 무천도사는 언제 깨어날 준비가 될까? 오늘, 바로 지금 그 첫걸음을 내딛어보는 건 어떨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진정한 젊음은 마음가짐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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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