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은 사랑하지만 경기가 잘 읽히지 않았던 ‘직관 팬’을 위한 입문서로, 관람의 질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응원과 분위기를 즐기면서도 그라운드 위 수 싸움을 이해하지 못해 느꼈던 답답함에 답하며, 기록이나 이론 중심이 아닌 실제 관람 경험에 밀착한 해설을 제시한다.
전광판 숫자 읽기부터 투수 교체 타이밍, 수비 시프트와 볼카운트 심리까지 경기의 흐름을 이해하는 핵심을 짚어 준다. 짧고 경쾌한 구성과 친근한 설명으로 부담 없이 읽히며, 규칙과 포지션, 전략을 단계적으로 익히도록 돕는다.
최신 KBO 규정과 실제 선수 사례를 바탕으로 경기의 맥락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하며, 응원을 넘어 흐름을 읽는 팬으로 나아가게 한다. 야구를 보는 눈을 바꾸고, 경기의 긴장과 재미를 한층 깊게 체감하게 만드는 실용적인 안내서다.
■ 저자 박정호
국문학을 전공하고 출판사에서 기획자로 일하며 스포츠를 비롯한 다양한 취미 실용서를 만들어왔다. 야구장 직관을 가장 좋아하는 야구 팬으로, 사회인 야구 2부 리그에서 선발투수로 활약하며 직접 그라운드를 경험해왔다. 지금도 매일 밤 TV 중계를 챙겨보고, 틈나는 대로 야구장을 찾는다.
야구를 좋아하지만 경기를 잘 읽지 못하던 가족들과 함께 야구장을 찾은 경험을 계기로 이 책을 쓰게 되었다. 규칙을 설명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옆에서 흐름을 짚어주는 ‘야구 선배’ 같은 책을 만들고자 했다.
■ 차례
추천사
들어가며 _ 전광판이 말을 걸어오는 날이 있습니다
1장 야구장은 가봤지만 야구는 모르는 당신에게
전광판이 말을 걸어온다
- B?·?S?·?O, 이닝 숫자, 타순을 읽는 법
1루 쪽 응원석? 3루 쪽 응원석?
- 홈팀 응원석과 원정팀 응원석의 차이
선수의 등번호를 외우는 날이 오면
- 진짜 야구 팬이 되는 순간
직관 전날 밤, 이것만 미리 알아두자
- 내일 경기를 예습하는 10분 루틴
혼자 야구장에 가도 괜찮아
- 혼직관의 세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2장 야구 규칙, 외우지 말고 이해하자
야구의 뼈대
- 3아웃, 9이닝, 그리고 다이아몬드
스트라이크?·?볼?·?파울
- 헷갈리는 세 가지를 한 번에 정리
타자가 아웃되는 세 가지 길
- 삼진?·?뜬공?·?땅볼
주자가 살고 죽는 법
- 베이스를 둘러싼 긴장의 규칙
도루는 언제, 왜 하는 걸까
- 발로 만드는 작전의 세계
희생번트와 희생플라이
- 나를 버려 팀을 살리는 플레이
비디오 판독은 왜 하는 걸까
- 심판과 기술이 만나는 순간
몰아서 보는 특수 규칙들
- 보크, 인필드플라이, 고의사구
3장 9명의 역할을 알면 경기가 보인다
투수는 팀의 얼굴이다
- 선발?·?중간?·?마무리의 역할 분담
포수는 팀의 두뇌다
- 사인을 주고 경기를 설계하는 사람
1루수?·?3루수
- 내야의 양 끝을 지키는 두 스타일
유격수와 2루수
- 내야 수비의 심장부 콤비
외야수 3인방
- 넓은 들판을 커버하는 발과 눈
지명타자(DH)는 왜 존재하는가
- 타격만 하는 선수의 존재 논리
타순의 원칙
- 1번부터 9번까지 각 타순의 역할
수비 시프트의 비밀
-“왜 저 선수 저기 있어요?”에 답하다
대타?·?대주자?·?대수비
- 교체 한 번에 경기가 뒤집힌다
감독은 무슨 생각을 할까
- 더그아웃에서 이루어지는 결정들
4장 투수와 타자, 0.4초의 심리 게임
18.44미터의 거리
- 투수와 타자 사이에 흐르는 긴장
슬라이더?·?커브?·?체인지업
- 구종별 움직임과 용도
볼카운트로 읽는 주도권 싸움
- 누가 더 유리한 상황인가
타율?·?출루율?·?장타율
- 타자를 평가하는 세 가지 숫자
방어율(ERA)과 WHIP
- 투수를 평가하는 숫자의 의미
번트와 히트앤런
- 작전 야구를 읽는 눈
클러치 상황의 심리
- 9회말 2아웃에 믿음이 가는 타자
선수의 루틴과 징크스
- 그 선수가 그러는 덴 이유가 있다
5장 즐기는 야구 팬이 된다는 것
응원가를 몰라도 신나는 응원석
- KBO 응원 문화 입문
상대 팀 팬과도 사이좋게
- 알아두면 좋은 관전 에티켓
10개 구단 성격 해설
- 나는 어떤 팀과 잘 맞을까
시즌의 흐름 읽기
- 스프링캠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가을 단기전, 무엇이 다른가
- 정규시즌과 단기전의 차이
올스타, 골든글러브, MVP
- 시즌의 별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야구를 더 즐기는 법
- 중계?·?커뮤니티?·?직관의 조합
흥미로운 야구 상식
- 나 이제 야구 좀 아는 사람
나오며 _ 두 번째 야구장은 첫 번째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단순히 야구를 처음 접하는 입문자가 아니라, 야구장이라는 공간을 이미 사랑하게 된 ‘반쪽짜리 직관 팬’들을 위해 기획된 책. 야구장 티켓을 사고 치맥을 즐기며 응원가를 따라 부르지만, 경기의 흐름이 읽히지 않아 답답했던 이들에게 확실한 해답을 제시한다.
야구장은 가봤지만 야구는 모르는 당신에게
야구장은 가봤지만 야구는 모르는 당신에게
전광판이 말을 걸어온다
야구장에 처음 앉으면 멀리 보이는 큼직한 전광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런데 B가 뭔지, S가 뭔지, 저 숫자들이 왜 저렇게 바뀌는 건지 모르면 답답합니다. 옆 사람은 전광판을 보면서 “아!” 하고 반응하는데 나만 멍하니 앉아 있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사실 전광판의 기본 구조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딱 세 가지만 알면 전광판이 말을 걸어오기 시작해요. B·S·O, 이 세 글자가 핵심입니다.
지금 상황이 보입니다
전광판 한가운데를 보면 B, S, O라는 세 글자가 있어요. 그 옆에 숫자가 붙어 있습니다. B는 볼(Ball), S는 스트라이크(Strike), O는 아웃(Out)이에요. 일단 이것만 알아도 전광판을 보면서 지금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느낄 수 있어요.
볼은 투수가 던진 공이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난 경우입니다. 스트라이크는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했거나 타자가 헛스윙한 경우입니다. 아웃은 그 이닝에서 지금까지 공격 팀의 몇 명이 아웃됐는지를 나타냅니다.
B 옆 숫자가 3이 되면 타자는 볼넷으로 1루에 출루해요. S 옆 숫자가 3이 되면 삼진 아웃입니다. O 옆 숫자가 3이 되면 공격이 끝나고 수비와 공격이 바뀝니다.
이닝 숫자를 보세요
전광판 위쪽에는 이닝 숫자가 있어요. 1부터 9까지 표시되는데, 지금 몇 회가 진행 중인지 알 수 있어요.
야구는 9이닝으로 구성됩니다. 9회말까지 동점이면 연장전을 합니다. 1이닝은 두 팀이 한 번씩 공격하는 단위예요. 원정팀이 공격하면 초, 홈팀이 공격하면 말이라고 불러요. 1회 초는 원정팀 공격, 1회말은 홈팀 공격이에요. 9회말 동점 상황이 되면 전광판의 숫자 하나하나가 심장을 두드리기 시작합니다.
1회부터 9회까지 각 이닝에 몇 점을 냈는지 득점판에서 한눈에 보입니다. 적시타가 터져 결정적인 타점을 올리는 순간, 득점판의 숫자가 바뀌는 걸 보세요. 롯데와 삼성의 경기, 3회에 롯데가 2점을 냈다면 득점판 3번 칸에 2가 찍혀 있어요. 득점판의 숫자 하나가 바뀌는 순간이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순간입니다.
타순을 확인하세요
전광판에는 현재 타자가 몇 번 타자인지도 표시돼 있어요. 1번부터 9번까지 타순이 있고, 지금 몇 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 있는지 알 수 있어요.
타순은 단순한 번호가 아니에요. 타순의 의미를 알면 지금 타석에 누가 들어서 있는지에 따라 기대감이 달라지기 시작해요.
처음엔 전광판의 숫자들이 그냥 숫자로만 보여요. 그런데 B·S·O의 의미를 알고, 이닝과 득점판을 읽기 시작하면 전광판이 말을 걸어오기 시작합니다. B가 3이 됐을 때 “아, 투수가 지금 힘들겠구나”, O가 2가 됐을 때 “이제 한 명만 더 아웃시키면 되는데”, 이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런 과정을 거쳐 전광판은 단순한 숫자판이 아니라 경기의 심장 박동을 보여주는 창이 됩니다. 전광판을 술술술 읽을 수 있게 된 날, 야구장은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공간이 되어 있을 거예요.
이닝, 타순, 득점 _ 흐름을 파악하는 최소한의 숫자 언어
야구를 처음 보다 보면 이런 순간이 옵니다. 점수가 6대 2인데 이게 많이 차이 나는 건지 별로 안 나는 건지도 감이 안 오고, 지금 몇 회인지도 헷갈려요. 경기를 보고 있는데 경기를 읽지 못하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그런데 사실 야구의 뼈대는 아주 단순합니다. 다이아몬드를 한 바퀴 돌면 점수, 3아웃이 되면 공격 종료, 9이닝이 끝나면 경기 종료, 이 세 가지가 전부예요. 나머지 규칙들은 전부 이 뼈대에서 파생됩니다.
이닝 - 경기의 시간 단위
야구는 9이닝으로 구성됩니다. 1이닝은 양 팀이 한 번씩 공격하는 단위예요. 원정팀이 먼저 공격하는 게 초, 홈팀이 공격하는 게 말이에요. 3아웃이 쌓이면 공격이 끝나고 공수가 바뀝니다.
야구는 농구나 축구와 달리 시간 제한이 없어요. 마지막 아웃이 나오기 전까지 어떤 역전도 가능해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명언이 야구에서 나온 이유가 바로 이 구조예요.
이닝 숫자가 중요한 이유는 경기의 긴장감이 이닝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1회는 아직 여유가 있어요. 양 팀 모두 탐색하는 느낌이 있거든요. 반면 9회는 달라요. 특히 9회말 동점이나 역전 상황이 되면 경기장 전체의 온도가 올라갑니다. 두산의 강타자 양의지가 9회말 동점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서는 장면을 상상해보세요. 같은 타석인데 1회와 9회 무게가 완전히 다르거든요. 이닝을 알면 그 무게감이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타순 - 선수 배치의 이유
야구는 9명이 순서대로 타석에 들어섭니다. 1번부터 9번까지 타순이 정해져 있고, 그 순서대로 돌아가며 한 명씩 타석에 서요.
타순은 단순한 번호가 아니에요. 각 자리마다 역할이 있습니다. 1번 타자는 팀의 리드오프입니다. 발이 빠르고 출루율이 높은 선수가 맡아요. 경기 첫 타석에서 출루해 팀의 분위기를 만드는 게 임무입니다. SSG의 박성한이 1번 타자인 이유가 여기 있어요. 빠른 발로 출루하고, 도루로 상대를 흔드는 게 그의 역할이거든요.
3번, 4번은 팀에서 가장 강한 타자가 맡습니다. 클린업 트리오라고 불러요. 한화의 노시환이 중심 타선에 자리 잡고 있는 건 그 이유예요. 앞선 타자들이 출루했을 때 한 번에 점수를 뽑는 게 임무입니다.
9번 타자는 타순의 마지막이지만 끝이 아니에요. 9번 다음은 다시 1번으로 돌아오거든요. 9번 타자가 출루하면 1번 타자가 다시 타석에 서고, 그 흐름이 이어지면서 빅이닝이 만들어지기도 해요. 타순을 알면 지금 타석에 서는 선수가 어떤 역할을 하는 사람인지 알 수 있어요. 그게 보이기 시작하면 타석 하나하나가 다 다르게 느껴집니다.
득점 - 숫자 하나가 바꾸는 흐름
야구의 점수는 축구와 다르게 한 이닝에 여러 점이 한꺼번에 나올 수 있어요. 1점 차 경기가 순식간에 5점 차로 벌어지는 게 야구거든요. 그래서 점수 차이가 작다고 안심하면 안 되고, 크다고 포기하면 안 돼요.
3점 차는 야구에서 아주 중요한 기준이에요. 홈런 한 방이면 단번에 동점이 될 수 있는 점수 차거든요. 반대로 1점 차 경기는 끝날 때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어요. 안타 하나, 실수 하나가 경기를 바로 뒤집을 수 있거든요.
이닝, 타순, 득점.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읽히기 시작하면 경기의 흐름이 보입니다. 지금 7회말, LG가 1점 뒤진 상황에서 3번 타자 문보경이 타석에 들어섭니다. 이 상황을 읽을 수 있다면 그 타석이 얼마나 중요한지 자연스럽게 느껴져요. 이때 관중석이 왜 술렁이는지, 왜 상대 팀 감독이 투수를 바꾸는지도 이해가 됩니다.
숫자를 아는 것과 흐름을 읽는 것은 달라요. 이닝, 타순, 득점을 숫자로 보는 게 아니라 이야기로 읽기 시작하는 순간, 야구는 단순한 공놀이가 아니라 매 이닝 새로운 드라마가 펼쳐지는 경기가 됩니다.
1루 쪽 응원석? 3루 쪽 응원석? - 홈팀 응원석과 원정팀 응원석의 차이
야구장 티켓을 사고 나서 뒤늦게 이런 생각이 드는 경우가 있어요. “잠깐, 나 지금 어느 팀 응원석에 앉은 거지?” 막상 앉았더니 주변 사람들이 전부 상대 팀 응원가를 부르고 있는 상황은 생각보다 자주 일어납니다.
야구장은 크게 홈팀 응원석과 원정팀 응원석으로 나뉩니다. 이 차이를 알고 가면 티켓 한 장을 사더라도 훨씬 현명하게 고를 수 있어요.
홈팀과 원정팀이 뭔가요
야구는 10개 구단이 각자의 홈구장을 가지고 있어요. 잠실은 LG와 두산, 수원은 KT, 인천은 SSG, 광주는 KIA, 대전은 한화, 창원은 NC, 사직은 롯데, 고척은 키움, 대구는 삼성의 홈구장이에요.
대부분의 KBO 구장은 홈팀이 1루 쪽 더그아웃을 쓰고, 원정팀이 3루 쪽 더그아웃을 씁니다. 다만 고척처럼 반대로 사용하는 구장도 있습니다.
각 프로야구 팀의 홈 구장에서 홈 응원석 위치는 팀별, 구장별로 조금씩 다르기는 합니다. 대체로는 홈팀 응원석은 1루 쪽에, 원정팀 응원석은 3루 쪽에 자연스럽게 형성돼요.
홈팀 응원석의 분위기
홈팀 응원석은 그 구장에서 오랫동안 응원해온 열성팬들이 모이는 자리예요. 응원단장과 치어리더들도 홈팀 응원석 쪽에 배치됩니다. 처음 야구장을 간다면 홈팀 응원석을 선택하세요.
홈팀 응원석은 KBO 특유의 열광적인 응원 문화를 가장 풍성하게 경험할 수 있는 자리예요. 오지환이 유격수로 나와 결정적인 수비를 해낼 때, LG 홈팀 응원석의 사람들이 일제히 일어나며 터뜨리는 함성은 경기장 전체를 뒤흔들어요.
원정팀 응원석의 매력
원정팀 응원석은 소수지만 더 뜨겁습니다. 좁은 공간에 모여 더 크게, 더 목 터지게 응원하는 게 원정팀 응원석의 문화예요. 노시환이 한화 원정팀 응원석 앞에서 홈런을 터뜨리는 순간, 터져 나오는 함성은 홈 응원석보다 오히려 더 강렬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처음엔 홈팀 응원석에서 경험을 쌓고, 나중에 내 팀이 생겼을 때 원정팀 응원을 가보세요. 야구 팬으로서 완전히 다른 세계가 열립니다.
중립 구역도 있어요
내야 중앙 좌석과 외야 좌석은 사실상 중립 구역 역할을 해요. 응원보다는 경기 자체를 조용히 보고 싶은 분들이 주로 앉는 자리입니다.
이 중립 구역에는 두 팀 팬이 섞여 있어서 특정 팀 응원가가 크게 들리지 않아요. 처음 야구장에 가는데 아직 응원할 팀이 없는 분들, 혹은 조용히 경기에 집중하고 싶은 분들에게 맞는 자리예요.
티켓 앱에서 좌석을 고를 때 내가 응원하는 팀이 홈팀이면 1루 쪽을, 원정팀이면 3루 쪽을 예매하면 됩니다. 모르겠으면 티켓 앱에서 ""홈 응원석""이라고 표시된 구역을 선택하세요. 처음 가보는 야구장이라면 홈팀 응원석이 가장 안전하고 가장 신나는 선택이에요.
물론 어느 자리에 앉든 야구장의 공기는 같습니다. 초록 잔디, 찰진 타구 소리, 관중의 함성 등 그 안에 있는 것만으로 이미 충분히 특별한 경험이에요.
한 명부터 시작하세요
처음부터 그라운드에 있는 양팀 선수 18명의 이름과 등번호를 모두 다 외울 필요는 없어요. 딱 한 명만 알고 가세요.
내가 응원하는 팀의 에이스 투수, 혹은 가장 인기 있는 타자 한 명.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그 한 명의 타석이 오면 집중하게 되고, 그 집중이 경기 전체로 번져나가거든요.
KIA 팬이라면 김도영, LG 팬이라면 문보경이나 오지환, 한화 팬이라면 노시환, NC 팬이라면 박민우, 롯데 팬이라면 황성빈 등 이런 식으로 딱 한 명만 골라서 그 선수의 등번호를 외우고 가세요. 그 선수가 타석에 들어서는 순간, 야구장이 갑자기 다른 공간이 됩니다.
유니폼을 사는 날이 오면
야구 팬이 되는 과정에는 여러 단계가 있어요. 처음엔 그냥 경기를 봐요. 그다음엔 좋아하는 선수가 생겨요. 그다음엔 그 선수의 유니폼을 사게 됩니다. 유니폼을 입고 야구장에 가는 날, 그날이 진짜 야구 팬이 되는 날이에요.
등번호를 외우게 되는 건 최애 선수가 생겼다는 신호예요. 특별히 눈에 가는 선수가 생겨요.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기대가 되고, 안타를 치면 더 기쁘고, 아웃이 되면 너무나 아쉬운 선수. 그 선수의 등번호가 제일 먼저 외워지거든요.
최애 선수가 생기면 야구장 가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겨요. 오늘 그 선수가 잘할지 보러 가는 거거든요. 경기 결과보다 그 선수의 타석 하나가 더 중요하게 느껴지는 날도 옵니다. 바로 그게 팬심이에요.
좋아하는 선수의 등번호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응원석에 앉는 순간, 그 선수와 나 사이에 뭔가 연결되는 느낌이 생겨요. 김도영의 유니폼을 입은 KIA 팬이 김도영의 타석을 바라볼 때의 그 감정은, 야구 직관을 시작한 사람만 알 수 있는 감각입니다.
유니폼 등번호 하나가 당신을 야구 팬으로 만드는 출발점이 될 수 있어요. 등번호를 외우는 선수가 한 명씩 늘어날수록, 야구장은 점점 더 익숙하고 따뜻한 공간이 됩니다. 그게 야구 팬이 되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이에요.
즐기는 야구 팬이 된다는 것
시즌의 흐름 읽기- 스프링캠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야구는 1년 내내 이어지는 스포츠예요. 봄에 시작해서 가을에야 마침내 끝납니다.
그 긴 여정에는 흐름이 있어요. 스프링캠프, 개막, 시즌 중반, 가을야구, 한국시리즈. 이렇게 각 시기마다 야구가 다른 얼굴을 보여줘요.
이 1년 동안의 흐름을 알고 나면 야구를 1년 단위로 따라가는 각별한 재미가 생깁니다. 시즌 전체가 하나의 긴 이야기예요.
스프링캠프 - 새 시즌의 시작
매년 1월에서 2월, 선수들이 해외의 훈련지로 떠납니다. 스프링캠프예요. 일본 오키나와나 미국 애리조나 같은 따뜻한 곳에서 체력을 끌어올리고 새 시즌을 준비합니다. 신인 선수들이 처음 1군 캠프에 합류하는 시기이기도 해요.
팬들이 스프링캠프 소식을 유독 반기는 이유가 있어요. 기나긴 비시즌이 끝나고 야구가 드디어 돌아온다는 신호거든요. 캠프 현장 사진이나 연습 영상이 올라오면 팬들 사이에서 새 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달아오르기 시작합니다.
개막 - 봄의 설렘
3월 말에 KBO 정규시즌이 드디어 시작됩니다. 개막전은 야구 팬들에게 특별한 날이에요. 모든 팀이 같은 출발선에 서는 날이거든요. 작년의 꼴찌 팀도, 올해의 우승 후보도 개막일에는 0승 0패로 시작해요. 새 시즌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가장 큰 순간이에요.
개막전 티켓은 경쟁이 너무나 치열해요. 일찍 매진되는 경우가 많아서 팬들이 오픈런을 하기도 합니다. 개막전 직관은 야구 팬이라면 한 번쯤 경험해볼 만한 아주 특별한 날이에요.
정규시즌 - 길고 긴 144경기
KBO 정규시즌은 팀당 144경기예요. 3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이어지는 긴 여정이에요. 7일 중 6일은 경기를 하는 빽빽한 일정이에요.
그래서 야구는 컨디션 관리와 선수층이 중요한 스포츠예요. 한 경기에 모든 걸 쏟아붓기보다 긴 시즌을 잘 관리하는 팀이 결국 살아남거든요.
시즌 초반에는 분위기를 타는 팀이 있어요. 여름이 되면 더위와 싸우면서 체력이 중요해지고, 9월에는 포스트시즌 진출을 놓고 치열한 순위 싸움이 벌어져요. 시기마다 야구의 맛이 달라요.
가을야구 - 진짜 싸움의 시작
정규시즌이 끝나면 포스트시즌이 시작됩니다. 이걸 ""가을야구""라고 부르기도 해요. 정규시즌 상위 5개 팀이 토너먼트 방식으로 맞붙어요. 와일드카드 결정전,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 순으로 이어집니다.
가을야구는 정규시즌과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요. 단판 혹은 짧은 시리즈로 진행되기 때문에 한 경기 한 경기가 목숨을 건 싸움이에요. 정규시즌 내내 강했던 팀이 가을야구에서 허무하게 무너지는 경우도 있고, 겨우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이 돌풍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어요. 야구의 묘미가 가장 극적으로 펼쳐지는 시기입니다.
한국시리즈 - 모든 것의 종착점
가을야구의 마지막이 한국시리즈예요. 정규시즌 1위와 플레이오프 승자, 이렇게 최강 두 팀이 7전 4선승제로 챔피언을 가립니다. 10월에서 11월 초까지 이어지는 한국시리즈는 KBO 시즌 전체의 클라이맥스예요.
한국시리즈 티켓은 구하기가 가장 어려운 티켓이에요. 경기장 분위기도 정규시즌과 차원이 달라요.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평생 기억에 남는 경험이 됩니다.
우승 팀이 결정되는 마지막 경기, 마지막 아웃이 잡히는 순간 선수들이 마운드로 뛰어가지요. 그 장면을 직접 보는 게 야구 팬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예요.
한국시리즈가 끝나면 비시즌이 시작돼요. 11월에서 다음 해 3월까지예요. FA 계약 소식, 트레이드, 신인 드래프트 등 경기는 없지만 야구 뉴스는 계속 나와요. 비시즌에 어떤 선수가 어느 팀으로 이적하는지, 새 외국인 선수가 누구인지 등 그 소식들을 따라가는 것도 야구 팬의 즐거움이에요.
비시즌이 길게 느껴지는 날이 오면 그때는 이미 진짜 야구 팬이 된 거예요. 야구가 없는 겨울이 허전하게 느껴지기 시작하거든요. 스프링캠프 소식이 들려오는 날, 그 반가움이 야구가 당신 삶의 일부가 됐다는 증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