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신화
 
지은이 : 엘리아스 뢴로트 (지은이), 서미석 (옮긴이)
출판사 : 현대지성
출판일 : 2026년 09월




  • 그리스·로마 신화와, 오딘과 토르로 유명한 북유럽 신화에 익숙한 독자에게도 『핀란드 신화』의 세계는 낯설고 신선하다. 여기서는 힘센 자보다 오래된 말과 노래, 사물의 기원을 아는 자가 강하다. 인간뿐 아니라 숲과 나무, 바람과 물, 동물과 정령까지 세계의 일부로 살아 움직인다.



    핀란드 신화


    그림·지도·인물 관계도로 먼저 읽는 『핀란드 신화』
    핀란드의 국민화가 악셀리 갈렌칼렐라(Akseli Gallen-Kallela, 1865-1931)는 「핀란드 신화」를 소재로 한 여러 점의 작품을 남겼다. 그는 핀란드가 러시아 제국의 지배 아래 있던 시절, 예술을 통해 민족 정체성과 독립 의식을 일깨우고자 했다. 그의 작품은 핀란드 자연과 신화를 결합한 상징주의와 민족주의 사조를 잘 보여준다. 핀란드 신화를 읽기 전, 회화 작품을 통해 주요 인물의 특징과 성격을 먼저 살펴보자(작가명이 따로 표기되지 않은 것은 모두 악셀리 갈렌칼렐라의 작품이다).

    1. 노래로 세상을 움직인 현자, 베이네뫼이넨 
    핀란드 신화의 중심 인물이자 최고의 현자, 칼레발라의 주인. 혼돈 속에서 태어나 세상의 질서를 세웠으며 칼보다 노래, 싸움보다 지혜로 적을 제압한다. 그의 노래에는 세상을 뒤집는 마법의 힘이 있다. 

    그는 노래와 마법으로 북방의 여왕 로우히에게 맞서며, 거대한 창꼬치의 턱뼈로 최초의 현악기 '칸텔레'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음악을 선물했다. 노래로 세상을 이끌고 끊임없이 여정을 떠나는 그는 마치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오르페우스와 오디세우스를 합쳐놓은 듯한 인물이다.

    2. 하늘을 만든 대장장이, 일마리넨 
    최고의 장인이자 대장장이.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는 손재주를 지녔다. 일마리넨의 가장 큰 업적은 모루와 망치를 두드려 둥근 천구(하늘)를 만들고, 곡식과 소금, 황금 등을 끊임없이 생산하는 신비한 물건 '삼포'를 만들어낸 것이다. 신화 속 인물들은 삼포를 차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대립한다. 

    일마리넨은 뛰어난 능력과 기술을 가졌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행복은 몹시 짧았다. 그는 북쪽 땅 포욜라의 여왕 로우히의 딸에게 구혼하고 독사가 드글거리는 밭을 가는 등 시련 끝에 결혼에 성공하지만 비극적 사건으로 부인을 잃고 나중에는 황금으로 신부를 만들기도 한다. 이 대목은 그리스 로마 신화의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그는 빼어난 기술과 인간적인 외로움을 보여주는 독특한 성격의 인물이다.

    3. 죽음에서 돌아온 전사, 레민케이넨 
    용감하지만 충동적이고, 잘생겼으나 무모한 영웅. 싸움을 좋아하고 모험을 즐기며, 위험에 처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종종 문제를 일으키고 파멸을 부르기도 했다.

    일례로 그는 로우히의 딸과 결혼하기 위해 죽음의 땅인 투오넬라에 사는 백조를 사냥하러 갔다가 목숨을 잃는다. 그의 시신은 산산이 조각나 강물에 가라앉지만, 레민케이넨의 어머니가 그 조각을 모아 지극정성으로 이어 붙여 다시 살려낸다. 죽음의 저편으로 갔다가 되돌아온 레민케이넨의 이야기는 핀란드 신화에서 가장 극적이고 모험적인 부분을 담당한다.

    4. 복수에 사로잡힌 비극적인 영웅, 쿨레르보 
    핀란드 신화에서 가장 기구한 운명을 타고난 인물. 쿨레르보는 두 가문 사이의 전쟁통에서 태어난다. 그의 일족은 운타모의 공격으로 몰락했고 그는 아버지의 형제인 운타모에게 끌려가 어린 시절부터 증오와 복수심 속에 노예로 길러진다. 

    그는 자신을 괴롭혔던 이들에게 잔혹하게 복수하고 가족을 되찾지만, 결국 자신도 비극을 피하지 못한다. 잃어버렸던 누이와 서로를 알아보지 못한 채 하룻밤 관계를 맺고, 진실을 알게 된 누이가 목숨을 끓고 스스로도 자결한 것이다. 그의 이야기는 핀란드 신화에서 비극적인 부분을 담당한다.

    5. 세상을 창조하고 운명을 개척한 여인들
    핀란드 신화에는 검과 창, 악기를 들고 모험을 떠난 영웅들뿐만 아니라 세상을 열고 전쟁을 일으키며 시대의 종말을 예견한 여인들도 등장한다. 세상을 창조한 여신 일마타르와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한 아이노, 북방의 여왕이자 마녀 로우히, 새로운 시대를 연 마르야타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6. 이야기 속 지명의 대략적 위치 
    핀란드 신화 속 주요 사건은 영웅들의 땅인 칼레발라와 신비로운 북쪽 땅 포욜라의 대립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칼레발라는 베이네뫼이넨, 일마리넨, 레민케이넨 등 영웅들이 살아가는 세계이며, 포욜라는 강력한 마녀 로우히가 다스리는 신비롭고 위험한 영역이다. 두 지역의 갈등은 신부 쟁탈, 삼포를 둘러싼 전쟁, 빛과 어둠의 대결로 이어지며 전체 서사의 중심축을 이룬다. 

    작품 속 지명은 실제 지리와 정확히 대응하지 않는다. 이 지도는 서사에 나타난 방위와 공간 관계를 이해하기 위한 개략도다.

    7. 인물 관계도 
    포욜라의 여왕 로우히와 칼레발라의 영웅들은 신부와 삼포를 둘러싸고 경쟁하고 대립한다. 한편 쿨레르보는 일마리넨의 부인에게 원한을 품고 복수한다. 마법의 노래와 주문으로 세계를 움직이는 이들의 이야기는 후대 판타지·마법 장르 문학에 간접적인 영감을 미쳤다.


    시작의 노래
    나는 숨길 수 없는 욕망과 강렬한 충동에 휩싸여
    과거로부터 전해 내려온 노래를 부를 준비가 되었네.
    우리 민족의 옛 민요를 부를 준비가 되었네.
    입에서 시구가 녹아내리고, 입술에서 선율이 흘러나오네.
    이가 벌어지고 입술이 열리자
    지혜와 슬기를 담은 옛 노래들이 망설임 없이 터져 나오네. 

    사랑하는 친구, 다정한 벗, 오랜 죽마고우여, 와서 함께 노래하세.
    각기 방랑하다 이렇게 한데 모였으니
    잊힌 시대의 전설을 함께 노래하세.
    이 황량한 변두리, 이 메마른 북쪽 지방에서는
    좀처럼 한곳에 모이지도, 서로 만나지도 못하니 말일세.
    손에 손 잡고, 손가락에 손가락 걸고,
    멋진 것들을 노래하세, 최고의 것들을 부르세.
    자라나는 세대 가운데
    아득한 옛 노래를 듣고 싶어 하는
    귀한 이들, 마음 열린 이들을 위해
    늙은 베이네뫼이넨의 허리띠에서,
    일마리넨의 용광로에서,
    무모한 레민케이넨의 검에서,
    요우카하이넨의 활에서,
    포욜라의 먼 들판과 칼레발라의 평원에서 얻은 노래들을 부르세.

    내가 부모님 슬하에 엉금엉금 기던 젖먹이 시절,
    아버지는 도낏자루 만들며 이 노래를 불러주셨고
    어머니는 물렛가락 돌리며 이 노래를 가르쳐주셨네.
    삼포를 두고 부르는 노래 넘쳐나고, 로우히의 마법의 주문 끊임없네.
    노래 속에서 삼포는 늙어가고, 주문 속에서 로우히는 사라졌네.
    노래 속에서 비푸넨은 죽고, 유흥 속에서 레민케이넨도 목숨을 잃었지.

    다른 노래들도 있다네.
    어릴 적 젖소 목초지, 꿀이 넘치는 야산, 아름다운 언덕으로
    검은 소 무리키를 따라, 얼룩무늬 소 킴모와 함께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길가와 황무지, 덤불과 묘목, 건초더미와 오솔길에서
    주워들은 마법의 언어들이 있다네.

    추위는 내게 시를 읊어주었고, 비는 노래를 가져다주었네.
    또 다른 노래, 바람이 불러주고 파도가 전해준 노래도 있네.
    새들이 지저귄 노래, 나뭇가지가 알려준 주문도 있네.
    이 노래들을 둥근 실뭉치처럼 감고, 한 타래로 곱게 묶었네.
    그 실뭉치와 타래를 썰매에 실었네.
    내 썰매에 실어, 오두막으로 가져가
    다락방의 서까래에 묶어 두고, 내 거처 입구에 매달았네.
    헛간의 구리 두른 상자에도 보관했네.

    나의 노래들은 아주 오랫동안 추위와 어둠에 묻혀 있었네.
    이제 그 시가(詩歌)들을 추위와 서리에서 끌어내야 할까?
    찬란한 시대의 전설이 담긴 이 상자들을 가져와야 할까?
    근사한 지붕 아래, 멋진 대들보 아래 탁자로 가져와야 할까?
    내 이야기 상자를 열고, 노래 상자를 풀어,
    옛 지혜가 감긴 실뭉치의 끝을 풀고, 노래 타래의 매듭을 풀 때가 되었나? 

    호밀 빵과 보리 맥주를 맛보았으니
    몹시 근사한 전설을 읊고 아름다운 노래를 부를 테요.
    거품 이는 잔을, 내 조상들이 빚은 보리로 만든 맥주를 주오.
    아무도 맥주를 가져오지 않아, 식탁에 맥주를 내오지 않아
    오늘 밤을 즐겁게 하고 이 좋은 날을 기리기 위해,
    내일의 즐거움과 새로운 아침의 시작을 위해
    메마른 입술로, 물만 마시며 노래하는 일이 없도록 말이오.

    밤은 홀로 찾아오고, 달은 홀로 빛나며,
    해도 홀로 세상을 밝힌다고.
    명성 높은 현자 베이네뫼이넨 또한
    공기의 딸 일마타르에게서 홀로 태어났다고.

     

    세상의 시작과 삼포의 등장
    베이네뫼이넨의 탄생
    태고의 시간, 허공을 떠돌던 공기의 딸 일마타르는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바다로 내려온다. 그녀는 바람에 의해 생명을 품고 물의 어머니가 된다. 만삭이 다가오자 그녀는 산고를 겪었으나 뱃속 생명은 태어나지 않았고, 기나긴 기다림 속에 오리 한 마리가 그녀의 무릎 위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는다. 둥지에서 굴러 나와 깨진 알 조각들이 하늘과 땅, 태양과 달, 구름을 형성한다. 물의 어머니는 바다의 곳과 만, 해안과 여울을 창조한다. 그 뒤에도 서른 해를 자궁 속에 머문 베이네뫼이넨은 스스로 몸을 빠져나와, 여덟 해 가까이 파도에 떠돈 끝에 황량한 해안에 오른다.

    베이네뇌이넨의 씨 뿌리기
    베이네뫼이넨은 풀 한 포기 없는 땅으로 올라와 경작의 정령 삼프사를 시켜 씨를 심는다. 그러자 참나무가 자라나더니 온 땅 위로 퍼져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무성한 잎이 달린 가지들에 가려 달과 태양이 보이지 않게 된다. 갑자기 바다에서 올라온 작은 남자가 참나무를 쓰러뜨리자 달과 태양이 다시 보인다. 새들은 나무에서 노래하고 풀과 꽃, 열매들이 자라나지만 보리는 자라지 않는다. 베이네뫼이넨은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보리 낟알을 발견한 뒤, 나무를 베고 땅을 개간해 자작나무 한 그루만 남긴다. 독수리 한 마리가 날아와 벌목지를 불태울 수 있도록 불꽃을 일으켰고, 베이네뫼이넨은 불태운 땅에 보리를 뿌리고 잘 자라긴 기원하며 머잖아 번영하리라는 희망을 품는다.

    굽은 잔등으로 나는 지금 씨를 뿌린다네.   
    이 번성하는 땅, 이 타오르는 개간지에,   
    신의 손을 통해, 창조주의 손가락 사이로,   
    땅 밑에 사는 여인, 토양의 오랜 지배자, 대지의 여왕이여!   
    이제 잔디를 자라게, 비옥한 토양이 풀을 밀어 올리게 하소서!   
    베푸는 이들이 은혜를 내리고 자연의 딸들이 허락한다면,   
    대지는 결코 생명력을 잃지 않으리.   
    대지여, 일어나라.   
    창조주의 풀이여, 잠에서 깨어나라!   
    줄기에서 줄기가 돋고, 가지에서 가지가 자라나게 하라.   
    내 쟁기질과, 씨 뿌리기와, 특히 내 노고의 결과로
    수천 개의 새싹을 틔워라. 수백 개의 싹을 퍼뜨려라.   
    오, 우코. 높은 곳의 신이자 천상의 아버지여!   
    구름을 주관하는 분이자 구름 조각을 다스리는 통치자여!   
    구름 회합을 소집하소서. 천상의 높은 계단에서 구름을 모으소서.   
    동쪽에 구름을, 북서쪽에 구름 둑을 일으켜주소서.   
    서쪽과 남쪽에서 다른 구름들을 몰아주소서.   
    솟아나는 새싹들에게, 살랑거리는 곡식들에게   
    천상에서 부드럽게 비를, 구름이 단비를 흩뿌리게 하소서!   

    그러자 천둥의 신이자 천상의 아버지 우코는 천상의 높은 계단에서 구름들을 불러모았다. 그는 동쪽에 구름을 일으키고, 북서쪽에 구름 둑을 일으켰다. 서쪽과 남쪽에서 다른 구름들을 몰아 보내 한데 응집시켰다. 구름들은 솟아나는 새싹과 살랑거리는 곡식에 부드럽게 비를 흩뿌렸다. 베이네뫼이넨의 노고와 구름이 내린 비로 싹이 돋아났고, 나무 그루터기처럼 황록색 빛을 띠는 곡식이 들판의 토양을 뚫고 자라났다. 

    베이네뫼이넨과 요우카하이넨
    베이네뫼이넨의 지식은 날로 깊어가고, 그럴수록 그의 명성도 높아진다. 요우카하이넨은 지혜를 겨루어 베이네뫼이넨을 꺾으려 했으나 이기지 못하자 칼로 다시 겨루자며 도전한다. 그의 도전에 화가 난 베이네뫼이넨은 마법의 노래를 불러 요우카하이넨을 늪지대로 밀어 넣는다. 늪에 빠진 요우카하이넨은 몇 번이나 빌다가 결국 베이네뫼이넨에게 여동생을 배필로 주겠다고 약속하고는 겨우 마법에서 풀려난다. 그는 곧장 집으로 돌아가 어머니에게 자신의 여정을 전한다. 어머니는 베이네뫼이넨을 사위로 삼게 되었다는 소식에 기뻐하지만, 여동생 아이노는 몹시 괴로워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아이노의 운명
    가여운 아이노는 하루 종일 걷고 또 걸었다. 다음 날도 슬픔에 잠겨 계속해서 길을 헤맸다. 그렇게 사흘째 되는 날, 아침부터 저녁까지 정처 없이 걷다가 갈대 무성한 바닷가에 다다랐다. 잔인한 밤이 되었고, 주변이 어두워졌다.   

    아이노는 커다란 만이 시작되는 해안, 물에 솟아오른 바위 위에서 추위와 어둠 속에 홀로 앉아 있었다. 그녀는 바람 소리와 파도 소리를 들으며 밤새 울었다. 

    그러다 동이 트고 세상이 밝아질 무렵, 주위를 둘러보았다. 바다 쪽으로 튀어나온 곳 끝에 세 명의 처녀가 있었다. 그들은 파도가 휩쓰는 바위에 앉았다가 물에 몸을 담갔다가 다시 바위 위에 몸을 눕혔다. 눈물을 흘리던 아이노는 그 아름다운 물의 정령들, 인어들 쪽으로 서둘러 움직였다.   

    그들 결에 도착한 아이노는 울면서 옷을 벗어 조심스럽게 옆에 내려놓았다. 비단옷은 오리나무에, 리본은 사시나무에, 황금 십자가는 해분에, 비단 양말은 바위 위에, 사슴 가죽신은 풀 위에, 빛나는 목걸이는 다른 보석들과 함께 모래 위에 떨어뜨렸다. 바다 저 멀리 떨어진 곳에 햇빛에 은처럼 반짝이는 무지개 빛깔의 바위가 있었다. 아이노는 바다로 뛰어들어 그 바위를 향해 헤엄쳤다. 그녀는 바위 위로 올라가 잠시 쉬려고 했다.

    그런데 그녀가 바위에 올라가 앉는 순간, 바위가 파도 사이에서 크게 흔들리더니 굉음과 함께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다. 아이노도 바위와 함께 깊은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그녀는 수면 아래 깊이, 푸른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몸부림칠 새도 없이, 불쌍한 아이노는 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 죽어가며 그녀는 이렇게 탄식했다.   

    나는 바다에서 헤엄치고 파도에서 놀고 싶었을 뿐인데,
    바위와 함께 깊고 끝없는 푸른 바다로 가라앉는구나.
    예쁘고 여린 새처럼 죽고 말았구나.
    내 아버지, 절대 이 바닷가에서 고기를 잡지 마시길!
    평생 절대로 오지 마시길, 당신의 딸을 사랑했다면.
    내 어머니, 이 바닷가에서 길어올린 물로 반죽을 만들지 마시길!
    평생 절대로 오지 마시길, 당신의 딸을 사랑했다면.
    내 오라버니, 이 바닷가의 물을 군마에게 먹이지 말길!
    평생 절대로 오지 마시길, 누이 아이노를 사랑했다면.
    내 언니, 절대 파도치는 이 바닷물에 얼굴을 씻지 말길!
    평생 절대로 오지 마시길, 동생 아이노를 사랑했다면.
    푸른 바다의 온 물이 곧 나의 피요, 모든 물고기가 나의 육신이며,
    바닷가의 모든 버드나무 가지가 나의 갈비뼈요.  

    베이네뫼이넨의 불운한 여정
    한편 요우카하이넨은 누이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베이네뫼이넨에 대한 원한에 휩싸여 그의 여정을 감시한다. 그는 바다 위를 달려오는 베이네뫼이넨을 발견하고 화살을 쏘지만, 고작 그의 말을 맞추고 만다. 말이 화살을 맞고 쓰러지자 베이네뫼이넨은 물속으로 떨어진다. 강한 바람이 불어와 그를 광활한 바다로 휩쓸어갔고, 요우카하이넨은 그 모습을 보며 크게 기뻐한다. 이제 베이네뫼이넨이 생을 다했고, 마법의 노래를 부르는 것도 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베이네뫼이넨과 로우히의 거래
    베이네뫼이넨은 넓게 트인 바다에서 며칠간 떠다니다 독수리를 만난다. 그 독수리는 베이네뫼이넨이 처음 개간지를 만들 때 새들이 머무를 수 있게 자작나무 한 그루를 남겨두었던 일에 은혜를 갚기 위해 그를 등에 태우고 포욜라의 바닷가로 데려다 준다. 포욜라의 여왕은 베이네뫼이넨을 자기 집으로 안내해 극진히 대접한다. 그러나 극진한 대접에도 베이네뫼이넨은 고향을 그리워한다. 포욜fk여왕은 그를 집으로 보내줄 것을 제안하며, 보물 삼포를 만들어주면 자기 딸도 신붓감으로 주겠노라고 약속한다. 베이네뫼이넨은 집에 도착하면 삼포를 만들 수 있도록 장인 일마리넨을 보내겠다고 약조하고, 포욜라의 여왕으로부터 고향으로 돌아간 말과 썰매를 받는다.

    삼포의 탄생
    상처를 치료한 베이네뫼이넨은 집으로 돌아온다. 그는 일마리넨에게 삼포를 만들고 구혼을 하러 포욜라로 떠나라고 재촉한다. 하지만 일마리넨은 결코 떠나지 않겠다고 맹세한다. 베이네뫼이넨은 그의 의지를 억누르고 포욜라로 보내버린다. 결국 포욜라에 도착한 일마리넨은 극진히 대접받고 삼포 만들기에 착수한다. 일마리넨이 삼포를 완성하자 포욜라의 여왕은 그것을 바위산으로 가져간다. 일마리넨이 삼포의 대가로 신부를 요구하자, 로우히의 딸은 난색을 표하며 집을 떠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허탕만 친 일마리넨은 배를 얻어 집으로 돌아와서는 베이네뫼이넨에게 삼포를 만들었으나 구혼에 실패한 일을 전한다.


    영웅들의 마지막 전쟁
    베이네뫼이넨의 항해
    베이네뫼이넨은 일마리넨을 설득해 삼포를 빼앗으러 포욜라로 함께 떠나고자 한다. 뜻을 모든 두 사람은 함께 배를 타고 항해에 오른다. 포욜라로 떠나는 그들을 발견한 레민케이넨은 어디로 가는지 묻더니 여정에 합류한다. 

    믿음직한 베이네뫼이넨이 키를 잡고, 일마리넨이 노를 젓는구려.
    이 배는 어디로 가는 겁니까?
    영웅들이여, 어디로 가는 길입니까?

    베이네뫼이넨이 대답했다.   

    우리는 북쪽 포욜라의 바위산, 구리 광산에서
    마법의 삼포를 되찾아오려고 하오.   

    레민케이넨이 말했다.
    오, 훌륭한 베이네뫼이넨!
    포욜라를 공격하고 삼포를 되찾으러 가는 길이라면,
    나도 함께 포욜라로 데려가, 세 번째 영웅이 되게 해주시오.
    만일 싸워야 한다면, 내가 용감한 전사임을 증명해내겠소.
    나는 전술에 아주 능하다오!

    칸텔레의 탄생
    삼포를 되찾으러 포욜라로 향하는 세 영웅은 어느 급류에 도달한다. 급류의 바닥에 이르자 배는 거대한 창꼬치의 등에 붙어버린다. 그들은 창꼬치를 죽여 그 고기를 배 위로 건져올리고 요리해 점심 식사를 한다. 베이네뫼이넨은 창꼬치의 턱뼈로 하프처럼 생긴 현악기, 칸텔레를 만든다. 많은 이가 그 악기를 다스리고 연주하려고 도전하지만, 누구도 성공하지 못한다. 

    사람들이 악기를 뜯을 때, 구석에는 한 맹인이 잠들어 있었다. 시끄러운 소리에 깬 그는 이렇게 투덜거렸다. 

    이 끔찍한 연주를 썩 멈추지 못할까!
    듣고 있자니 귀가 멀고, 골이 흔들려 감각이 없어지겠군!
    만약 이 악기가 수오미 사람에게 진정한 기쁨을 불러오지 못한다면,
    흥겨운 선율을 선사하지도, 노곤한 잠으로 유혹하지도 못한다면,
    그까짓 현악기는 물에 던져버려 바닷속 깊이 가라앉히란 말이다! 
    그것을 만든 이의 고향인 칼레발라,
    그것을 만든 무리들이 되가져가라고!

    그러자 칸텔레가 맹인에게 이렇게 노래하며 대답했다.

    물 위로 떨어져 바닷속에 가라앉지는 않겠어요.
    나를 만들어낸 이를 위해, 내 주인의 손가락에서
    조화로운 선율과 곡조를 부르고 노래할 거예요.

    그렇게 칸텔레는 자신을 만든 장본인이자, 창조자, 베이네뫼이넨의 손으로 조심스럽게 옮겨졌다. 그를 따르겠다는 듯이.

    삼포를 탈취한 영웅들
    포욜라에 도착한 베이네뫼이넨은 자신들의 몫으로 삼포의 절반을 내놓으라며, 순순히 내놓지 않으면 전부 빼앗아가겠다고 경고한다. 포욜라의 여왕 로우히는 삼포를 내주지 않고 베이네뫼이넨을 공격하고자 포욜라 사람들을 모두 모은다. 그러나 베이네뫼이넨이 칸텔레를 들고 연주를 시작하자 포욜라 사람들은 모두 잠든다. 베이네뫼이넨은 사람들이 잠든 틈을 타 동료들과 함께 삼포를 챙겨 집으로 출항한다. 

    선장 베이네뫼이넨은 노를 젓는 마법의 주문을 외웠다. 

    전함이여, 포욜라를 등지고 돌아서라.
    선미는 이방인의 땅으로, 앞은 머나먼 내 고향을 향해 돌리거라!
    바람아, 내 마법의 배를 흔들어다오.
    파도여, 내 배를 집으로 몰아다오!
    뱃사공에게 도음의 손길을 보내, 쉽게 노를 젓게 해다오!
    오, 아흐토, 그대의 노를 주시오. 파도의 왕이여, 도와주시오.
    노에 그대의 손길을 건네 우리가 무사히 집으로 향하게 해주시길!
    치솟는 파도 위, 흰 포말 이는 물살 위로 닻이 덜그럭거리게 해주오!

    베이네뫼이넨의 예언과 새로운 시대
    한편 베이네뫼이넨은 세월이 흐를수록 쇠약해짐을 느꼈다.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결심한 그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빈손과 무거운 마음으로 베이네레 사람들에게 작별의 노래를 불렀다. 곧이어 마법의 노래로 구리 배를 불러, 키를 잡고 앉았다. 베이네뫼이넨의 배는 푸른 망망대해에 떠서 너른 바다 쪽으로 향했다. 베이네뫼이넨은 애조를 담아 이런 노래를 불렀다.   

    수오미에서 태양은 떠오르고 지리라, 수 세대에 걸쳐 뜨고 지리라.
    오랜 세월이 흐르면 다시 내가 필요하게 되리.
    나의 지혜로운 금언들, 진실한 믿음에 목말라하리.
    그때 비로소 수오미는 내가 노래하길 바라게 되리라.
    내가 삼포를 되가져오길, 기쁨의 칸텔레를 가져오길.
    황금 달빛을 가져오길, 은빛 햇빛을 가져오길.
    북쪽 땅에 평화와 풍요를 가져오길 기다리며.
    동틀 때마다 내가 나타나는지 지켜보리.   

    그렇게 나이 든 베이네뫼이넨은 구리 배를 타고 출렁이는 파도 위의 푸른 안개 사이로, 불타는 해질녘 저녁 어스름 사이로, 땅보다는 높고 하늘보다는 낮은 가장자리를 향해, 칼레발라를 떠났다. 그는 곧 머나먼 수평선, 붉은 항구에 도착했고, 그곳에 닻을 내렸다. 구리 배는 그곳에 안착했다.   

    베이네뫼이넨은 떠나며 칼레발라와 수오미에 기쁨이 지속되도록, 마법의 악기 칸텔레를 남겨두었다. 덕분에 베이네뫼이넨의 아름다운 노래와 위대한 금언들은 수오미와 칼레발라에 오래오래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