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학교
 
지은이 : 테드 딘터스미스(역:정미나)
출판사 : 예문아카이브
출판일 : 2019년 05월




  • 이 책은 던바 인터미디엇스쿨, 찰스턴 컬리지에이트스쿨, 뉴테크웨스트고등학교, 올림픽고등학교, 액톤아카데미 등 PEAK 학습 환경으로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학교 사례뿐 아니라 빅픽처러닝, 원스톤, 노블임팩트, 센트럴시티컨선(CCC)과 같은 혁신적인 비영리단체와 기업의 성공 사례들까지도 공유하며 앞으로 학교가 나아가기 위한 현실적이면서도 희망적인 로드맵을 제시한다. 


    최고의 학교


    바람직한 학교상은 어떤 모습인가 _ 가짜들 사이에서 진짜 황금 찾기

    대다수 지역사회에는 지역 잡지에 표준화 시험 성적이나 AP과목과 연계된 연간 학교 순위가 발표되고 있다. 이런 순위를 참고하면 미국 교육계의 빛 좋은 개살구들은 쉽게 찾아낼 수 있다. 그에 비해 진짜 황금, 즉 아이들을 학습에 적극 참여시켜 미래에 대비시켜주는 그런 곳을 찾기는 힘들다. 나는 탐방을 계획하면서 이곳저곳에서 우수한 사례들을 많이 찾을 것이라고 다짐했건만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학습 의욕을 높이는 수업 방식_인디애나주

    자레드 크니퍼는 프로미식축구팀인 인디애나폴리스 콜츠의 공격적인 라인맨을 연상시킬 만큼 거구인 인물이었다. 내가 진행했던 어느 지역사회 포럼에서 그가 질문을 하려고 손을 들었다. 겉모습만 보면 “학교에 대한 당신의 견해는 쓸데없는 헛소리라고 봅니다”라며 단호하게 말할 것 같았지만, 그가 꺼낸 말은 예상 밖이었다.


    저는 10년 동안 경찰로 일했습니다. 그러다 4년 전에 그만두고 유치원생들을 가르치게 됐습니다. 이곳 주에서는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의 유아들조차 엄격한 스케줄과 커리큘럼에 따라 배우도록 하지만, 저는 그 지침을 따르고 싶지 않았어요. 운이 좋게도 저를 지지해주는 원장을 만난 덕분에, 제가 맡고 있는 유치원생들은 로봇을 조립하고, 3D 프린터의 사용법을 익히고, 이것저것 만드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서, 아이들에게 “지금부터 이걸 해볼 거야. 그런데 너희들 힘으로 해야 해.”라고 말했어요. 한 아이는 ‘인공 손’을 만들었는데, 처음에는 영 엉성했지만 그래도 끈기 있게 매달리더군요.


    3월 어느 저녁에 아이들의 작품을 모아 전시회를 열려고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도 잔뜩 기대하고 있어요. 지금은 몇몇 교사들과 학부모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지만, 언젠가 그분들의 생각도 달라질 거라고 믿어요. 이 자리를 빌려 아이 스스로 뭔가를 할 수 있도록 믿고 맡기면 얼마나 잘해내는지를 말하고 싶었습니다.


    포럼이 끝나자마자 나는 곧장 그에게로 다가갔다. 그의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과 동영상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가 말했던 ‘인공 손’은 연동 부분들이 여러 개나 되어 생각보다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다른 작품들도 그에 못지않게 인상적이어서 그의 이야기를 더 듣게 됐다.


    아이들을 가르치기 전, 크니퍼는 경찰 생활 중에 지역 학교에서 무단결석 학생 지도교사 겸 교감 역할을 맡게 된 적이 있었다. 그때 학교 수업을 따분해하는 아이들이 비교적 잘 배우지 못하는 모습을 눈여겨보게 됐다. 그러다 교사로서 변화를 이끌어보고 싶다는 확신이 생기면서 14개월을 투자해 교사 자격증을 땄다. 유아원 임시 교사가 됐지만 현실의 벽은 두터웠다. 막상 교육 지침을 따르려니 짜증이 났다.


    “수업 진행 방식에 대해 나름의 비전을 품고 있었는데, 실제 학교에서 시행되고 있는 수업 진행 방식은 그런 제 비전과 거리가 매우 멀었어요.”


    2012년, 시러큐스초등학교에서 유치원생을 가르칠 기회가 생겨서 그는 직접 복잡하면서 흥미진진한 것들을 만들어보는 체험학습 수업을 이끌고자 했다. 아이들, 학부모들, 다른 교사들, 그리고 크니퍼조차 그 누구도 앞으로 일이 어떻게 전개될지 몰랐다. 몇몇 사람은 엉망진창의 결과를 맞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크니퍼의 말대로 때로는 무모하게 뛰어들어 어떤 것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학생들 앞에서 선생님도 모르는 게 있다는 것을 내보일 용기가 필요하다. 또한 그는 아이들을 가르치며 자신도 함께 배워가는 순간을 인생에서 가장 흡족했던 경험 중 하나로 꼽았다.


    아이들에게 기초 수학과 읽기 능력을 어떤 식으로 가르치는지 물어봤더니, 그는 수학의 경우에는 ‘만들기’를 통해 가르친다고 답했다. 블록 10개를 쌓은 다음, 그중 6개를 빼서 로봇을 만들고 나면 블록이 몇 개가 남는지 알아내는 식으로 말이다. 한편 읽기 수업의 경우에는 원래 지침대로라면 90분 동안 쉬는 시간 없이 수업 시간을 짜야 한다. 그는 이 대목에서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런 수업 스케줄대로, 한 반에 5세와 6세 아이들을 모아놓고 90분 동안 진득이 앉아 있게 하는 게 과연 가능할까요?”


    학년이 끝나갈 무렵, 크니퍼의 반은 계획했던 대로 ‘전시회의 밤’ 행사를 열었다. 300명이 행사에 참여해 아이들이 만든 작품을 구경했다. 이 작품들 중에는 믿기 힘들 만큼 잘 만든 것들도 있었고 굉장한 것들도 눈에 띄었다. 한편 이런 수업 방식이 퍼지면서, 그의 반 아이들 24명과 다른 아이들이 함께 작품 발표회를 가지기도 했다. 그 이후, 학부모, 교사, 사업가, 유치원생들이 서로 힘들 모아 더 많은 교구 마련을 위한 모금활동을 벌였다. 지역사회에서는 이 유치원생들이 창의적 문제해결, 협력, 복잡한 문제 이해하기를 통해 ‘기초수학’과 ‘읽기’에서 중요한 재능을 터득해낸 점을 높이 평가했다. 크니퍼는 이 아이들에게 스스로 탐구할 시간을 줬고, 아이들은 그 기회를 통해 재능을 발휘했다. 그의 학습에는 ‘제대로 기능하는 인공보철물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실력 터득하기’와 같은 실질적 목표가 있었다.


    크니퍼는 아이들이 나중에 학교에 입학해서 다시 획일화된 수업을 듣게 되면 자신에게 받은 좋은 영향들을 잃게 될까 봐 걱정했다. 하지만 코치 경험과 경찰 생활의 경험을 통해 독자적 사고, 해결책 구상, 실패의 직시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충분히 알려줬으며, 자신의 반 유치원생들이 그런 자세를 갖추고 있으리라고 믿는다면 다음의 말로 말을 맺었다.


    “저도 학교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 되고 싶어요. 저 역시 학교에서 배운 것들 중에서 아직까지 기억나는 것들이 있는데, 주로 직접 만들어본 것들과 사람들을 위해 했던 것들이에요. 부디 바라건데 우리 아이들도 제 수업을 오래 기억해줬으면 좋겠어요.”


    마인크래프트 수업_알래스카주

    신디 던컨은 매력적인 도시 알래스카주 싯카의 킷구시힌 초등학교의 교사다. 2학년 수업이 한창이던 그 교실 안으로 발을 들여놓는 순간, 나는 범상치 않음을 느꼈다. 아이들 모두 호기심을 드러내며 수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었다. 몇 분이 지나서야 던컨의 모습을 겨우 발견했는데, 한편에 비켜서서 세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었다. 그녀의 웹사이트의 타이틀인 ‘학습 의욕이 꺾이지 않게 이끌어주기’에 제대로 들어맞는 수업이었다.


    던컨의 학생들은 마인크래프트(네모난 블록 세계에서 집을 짓거나 무기 등을 만들어 자신의 것을 확장해가는 게임. 사물의 조합 방식이 끊임없는 연구와 창의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마인크래프트는 교육적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_옮긴이)에 몰입해 원주민 마을을 설계하거나 클론다이크에서의 채광 탐험 계획을 세운다. 그녀의 학생들은 서로의 진전 상황을 핸즈온 러닝으로 보완하고 있다. 그녀의 학생들은 서로의 진전 상황을 응원하고 비평하는가 하면, 자주 팀을 짜서 협력하기도 한다. 교실에 감도는 활기를 통해 확실히 알 수 있듯, 아이들은 그녀의 수업을 빼먹지 않으려고 하며, 그 덕분에 출석률이 높아지고 지각도 줄었다고 한다.


    이런 식의 수업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던컨은 마인크래프트, 코딩, 설계가 뭔지도 잘 몰랐지만 그럼에도 일단 학생들과 함께 뛰어들었다. 다행히 소속 교육구는 이 프로그램에 착수하는 그녀에게 지지를 보냈고, 그녀는 정기적으로 학부모, 교육자, 지역의 지도층들을 수업 참관에 초대해 자신의 수업 방식을 전파하는 일에 힘썼다. 그러면서 참관하는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한번 생각해보세요. 재미있거나 흥미로운 일이라면 해보고 싶은 의욕이 더 생기지 않을까요? 여기에는 거의 누구나 ‘그렇다’고 대답할 겁니다. 흥미는 성취를 북돋아주니까요. 이것은 어른만이 아니라 아이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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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체로 어떤 일을 잘하게 되려면 시간을 두고 많이 해봐야 한다. 하지만 학교에서의 학습은 그런 식이 아니다. 어린 학생들은 초고속으로 배운다. 그러다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학습속도가 점점 느려진다. 아이러니하게도 학습내용이 심화될수록 학생들의 학습이 둔화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고등학교 수업을 학령기 초반 때와 더 비슷하게 진행해볼 만도 한데, 우리는 오히려 그 반대로 가고 있다.


    이번 탐방 기간 중에 나는 아주 어린아이들이 특히 신기술 분야에서 굉장한 능력을 터득해내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 가르쳐줄 필요도 없이, 아이들은 적절한 도전 과제와 전자기기만 주면 스스로 배웠다. 이렇게 싹튼 재능들은 졸업 후 인공지능을 잘 활용할 만한 수단을 갖춰주게 하고 삶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하지만 상급 학년으로 진학했을 때 수업과 시험에서 신기술을 배제시킨다면 인공지능을 최대한 활용할 준비를 갖추고 졸업할 잠재력을 잃게 된다.



    부모의 간섭이 아이의 행복을 앗아간다 _ 놓아주기의 필요성

    미국에서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있는 학부모들은 약 8,000만 명에 이른다. 그중 약 4,000만 명은 아이의 교육에 지나치게 간섭하고 약 4,000만 명은 지나치게 무심하다. 딱 정당한 수준은 몇 십 명 정도에 불과하다. 진로의 문제에서 가족들은 늘 어려운 선택에 놓인다. 아이가 전통적 길을 가도록 밀어붙일 것인가, 아니면 다른 길을 개척해나가도록 놓아줄 것인가? 쉬운 선택이 아닌 만큼 학부모들로서는 고심이 될 만하다.


    부모라면 맥 블레드소의 《위엄 있는 자녀양육》을 꼭 읽어보길 권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부모들이 의사결정의 책임을 차근차근 양도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갓난쟁이 때는 부모가 아이의 결정을 100퍼센트 대신해주다가 그 비율을 차츰 줄이면서 18세 때는 0퍼센트가 되게 해야 한다. 그것도 사소한 결정뿐이 아니라 모든 결정을 아이에게 전적으로 맡겨야 하며, 아이 스스로 재능, 경험, 타당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자신감을 갖추고 성인기에 들어서도록 준비시켜야 한다. 


    이것은 교육자들도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학교는 스스로의 힘으로 배울 수 있는 ‘자기주도적 학생’을 키워내는 역할이어야 한다. 하지만 학교마저 여느 부모들처럼 아이들 옆에 착 달라붙어, ‘아이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남길 바란다.


    자기주도형 아이로 키우다_델라웨어주

    탐방을 다니면서 지나치게 간섭하는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여러 고용주, 교수, 총장들에게 심심찮게 들었다. 그중에는 ‘설마’싶은 이야기들도 있었다. 어떤 학부모는 고등학교 입학 초기부터 내내 아이에게 더 좋은 성적을 달라고 교사들을 끈질기게 회유하고, 또 어떤 학부모는 아이의 과외활동과 운동활동까지 직접 나서서 정했다.


    대학 입학 과정에 일일이 끼어들어 간섭하는 학부모들도 있었다. 아이를 대학에 입학시킨 학부모 중에는 수시로 문자를 보내 이것저것 챙겨주고, 과제를 검토하거나 수정해주고, 성적에 불만이 있으면 교수들에게 심지어 총장에게까지 전화를 걸어 항의하는 경우들도 있었다. 대학생이나 된 자식의 취업 면접 자리에까지 같이 참석하게 해달라고 요청하는 학부모들도 있었다. 어떤 학부모는 지원서를 냈다가 퇴짜 맞은 기업의 고용주에게 전화를 걸어서는, “내 아이는 자기주도성이 매우 뛰어나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소리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학부모도 또 다른 학부모에 비하면 약과다. 고용주에게 전화를 걸어 “아이가 면접시간에 맞춰 갈 수가 없다”며 자신이 대신 가면 안 되겠느냐고 했을 정도니까.


    도버는 내가 이번 해에 방문했던 델라웨어주의 주도이자 주 의사당 소재지 42곳 중 한 곳이었다. 탐방 중에 느낀 바지만, 부모들에게 주도는 내가 예상치 못했던 의미를 띠고 있었다. 놀랄 정도로 많은 부모들이 이런 말을 했다. “아이가 50개 주의 주도를 모두 외워야 하는 것은 좀 잘못된 것 같아요.”


    확실히 주도를 암기하는 일은 신경질 나는 일이다. 부모들도 학창시절에 견뎠던 일이지만 그렇게 외워봐야 쓸 데도 없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다. 나는 그런 학부모를 만나면 방법을 달리 해보면 어떻겠냐고 권해준다. 학생들에게 주도가 그곳으로 정해진 이유를 조사하게 해보거나, 델라웨어주의 주도가 월밍턴이 아닌 도버에 위치한 것의 장점을 토론시키거나, 1849년에 캘리포니아주가 주도를 먼터레이에서 새크라멘토로 옮긴 결정에 대한 의견을 내보게 하는 식으로 말이다. 기계적으로 암기할 게 아니라, 주도의 위치에 얽힌 이유와 관련해서 생각거리를 자극하는 분석을 해보는 것이다.


    교사, 학생, 학부모들이 이런 작은 변화를 활용하면 아무 생각 없이 외우는 식이 아니라 흥미진진한 학습활동으로 전환시킬 수 있을 것이다. 덤으로, 이렇게 얽힌 이야기를 생각하다 보면 각 주도를 외우기도 쉽다.



    혁신 교육자로서 기꺼이 해야 하는 일 _ 더 바람직한 일에 집중하기

    표준화 교육에 맞서다_워싱턴주

    랜디 돈은 두 차례 워싱턴주의 공교육감을 지낸 인물이다. 지금까지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사, 교장, 공립학교 교직원 단체의 수장, 주 의회 의원을 거쳐 왔는가 하면, 6년간 동기부여 강사로 활동해온 그는 학교에서의 표준화 시험의 역할을 축소시키고, 학교 재정을 늘리고, 빈곤층의 취학 전 프로그램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 투쟁해왔다.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익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여러 기업체와 생산적인 협력을 펼치기도 했다.


    ‘그는 인턴십’과 ‘견습근무’가 학생들이나 교사들 모두에게 가치 있는 일이라고 확신한다. 수학 교사들에게 (보잉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현지 기업체들의 엔지니어들을 만나 현장에서의 수학을 관찰해보게 하는 것 역시 유익할 일이라고 강조한다.


    돈은 자신의 주 소재 학교들의 잇단 성공 스토리를 써내고 있다. 그것도 항공고등학교, 델타고등학교, 타코마의 예술학교 등 저마다 다양한 성공 스토리를 말이다. 그는 특히 타코마 소재의 수학과학학교의 얘기를 자세히 들려줬다. 포인트 디파이언스 동물원 및 아쿠아리움 옆에 위치한 학교라고 설명하며 말문을 뗐다.


    “그거 아세요? 타코마 아이들의 62퍼센트가 동물원에 가본 적이 없다는 것을요? 그런 아이들에게 영장류를 주제로 수업을 해주면 흥미로워하지 않을까요?”


    모든 성공 스토리에는 공통분모도 있다. 바로 ‘배우고 싶은 학습욕구를 느끼는 아이들’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고 있는지 생각해보세요. 성적이 낮은 학생에게는 재미있어 하는 수업은 못 듣게 하고 기계적인 수학 문제 풀이를 더 시키고 있어요. 그래도 성적이 좋아지지 않으면 여름방학 보충수업까지 듣게 하죠. 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돈은 교육의 최대 문제점 한 가지를 지적했다. “우리 아이들은 대학 진학 말고는 교육을 받아야 하는 다른 이유를 느끼지 못하고 있어요.” 학교들이 본질적 동기의 역할을 완전히 놓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돈의 주 소재 학교 중에는 ‘표준화 시험 거부 운동’의 진원지인 가필드고등학교도 있다. 나는 가필드고등학교를 방문했다가 몇몇 학생에게 표준화 시험 거부 운동에 참여한 이유를 물었더니 대부분 이렇게 대답했다. “부모님이 그러라고 해서요.”


    그런 식으로는 도움이 안 된다. 학생들에게 시험과 관련된 쟁점을 조사해보고 운동에 동참할지 말지를 스스로 결정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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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신에 큰 걸림돌이 놓이게 되는 경우로는 학교 지도부에서 변화가 불가능하다고 지레짐작하는 탓도 있다. 넬리매재단에서는 교장들이 어떤 것을 변화의 걸림돌로 여기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조사를 의뢰한 바 있다. 조사 결과, 교장들이 언급한 방해 요소 중 약 69퍼센트는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것들이었다.


    주 정부와 연방정부가 정한 의무사항과 관계없이, 적절한 리더십이 갖춰진 학교에서는 혁신이 가능하다. 적극 참여하고 동기가 부여된 학생들은 시험 준비를 따로 시키지 않아도 의무화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낸다. 고등학교 학생들은 흥미를 돋게 하는 학습을 하면 대학 진학 과정이 고통스러운 과정이 될 일도 없다. 학교의 문화와 수업을 변혁시킨다는 것이 엄두가 안 나는 일처럼 벅차게 여겨질 테지만, 모든 것은 사고방식의 변화에서부터 시작된다. 


    학생과 교사가 만들어가는 교실_뉴햄프셔주

    뉴햄프셔주는 인상적인 리더십이 발휘된 8년 동안 미국의 교육 변혁에서 단연 최고로 뽑힐 만한 사례를 만들어내며, 신중하고 체계적이며 사기를 북돋아주고 효율적인 그런 변혁을 이뤄냈다.


    최근 뉴햄프셔주의 올해의 교육감으로 뽑힌 브라이언 블레이크 박사와 그의 커리큘럼 담당 책임자인 엘렌 흄 하워드는 ‘역량교육 수행평가’가 샌본 공립학교 교육구에서 아주 큰 효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들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아울러 전체 학교를 학생 중심 환경으로 바꿔왔다. 이곳 교육구에서는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 시간표를 짜며, 교실에서 한 번에 몇 시간씩 쉬지 않고 프로젝트에 몰입할 때도 많다. 또 많은 과목들이 전통적인 과목별 경계를 넘어서 통합돼 있다. 전통적인 수업조차도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줄 맞춰 앉아 수동적으로 듣기만 하는 학생은 단 한 명도 없다. 학생들은 다음 단계로 올라서려면 해당 주제를 깊이 있게 통달했다는 것을 증명해보여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 홈 하워드는 이렇게 설명했다.


    “저희는 4단계 등급으로 평가하며, 수치보다는 서술 평가를 중시하고 있어요.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아이들에게 빨간 글씨로 표시해줘요. 저희가 보는 것은 학생들의 성과입니다.”


    학생들은 등급으로 평가를 받으면서 이따금씩 확인차 선별적으로 표준화 시험도 본다. 여기에 대해 그녀는 자세한 설명을 덧붙여줬다.


    “아이들이 3학년이 되면 독해 수준이 되는지를 확인해봐야 해요. 그래서 영어 평가를 통해 교사들은 아이들의 독해 수준을 확인하죠. 4학년은 수학 실력을 테스트하기 좋은 시기인데, 그 나이에서의 성적이 이후에 수학을 잘하게 될지를 가늠하는 예측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교사들이 시험을 무조건 질색하는 건 아니에요. 단지 올바른 평가 체계를 통해 우리 아이들이 자신에게 가치 있는 활동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여기고 있을 뿐이에요.”


    현재 이곳의 저학년 교사들은 시험 평가에서 컴퓨터 온라인 테스트인 스마터 밸런스드 시험을 활용하고 있다. 블레이크는 역량교육 수행평가가 단순히 평가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교사들을 믿으면서 교사 자신이나 학생들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정하도록 맡겨주는 문제이기도 하다.


    샌본 교육구는 뉴햄프셔의 다른 역량교육 수행평가 교육구들과의 연례 회의에서 서로의 역량기반 표준을 비교, 검토하기도 한다. 최근의 회의에서는 일관성에 확신을 기하는 차원에서, 무작위로 뽑은 학생 성과의 표본들을 역량평가 점수와 함께 검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때 수백 개에 이르는 표본 가운데 겨우 6건만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곳 교사들은 스스로 목표를 세우면서 견제와 균형의 제도에 일조하고 있다. 사람들은 스스로 목표를 세우도록 믿고 맡겨주면 그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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