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를 영재로 바라보면 영재가 된다
 
지은이 : 신재은
출판사 : 한국경제신문
출판일 : 2019년 06월




  • 영재는 선천적으로 태어날 때부터 영재일까 아니면 후천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일까? 방송인 조영구·신재은 부부의 아들 정우 군은 방송에서 상위 0.3%의 영재로 밝혀져 많은 화제가 되었다. 그러나 저자인 신재은 씨는 본인의 자녀에 대해 절대 남들보다 특별히 뛰어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평범한 아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한 가지 차이점은 아이의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엄마가 먼저 결론짓지 않았다는 점이다. 저자는 모든 아이는 각기 특별하게 태어난다고 생각하고,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사랑의 눈으로 그 특별함을 발견하고 잘 자라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내 아이를 영재로 바라보면 영재가 된다


    모든 아이는 특별하게 태어난다

    내 아이를 알면 교육이 보인다

    아이가 1학년이면 엄마도 1학년이다

    정우가 초등학교 1학년 이름표를 달았을 때 나도 학부모로서 처음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제 막 시작된 대입까지 12년의 마라톤. 그땐 나도 아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서 어떤 속도로 달려야 할지 몰랐다. 다만 열정과 끈기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기에 정우 손을 잡고 무작정 달려 나갔다.


    정우가 미술대회에 참가한 일은 나를 돌아보는 첫 번째 계기가 됐다. 아이 인생의 첫 대회에서 작은 상이라도 타면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대회 전에 함께 그림 그리는 연습을 했다. 그런데 정우가 크레파스를 칠할 때 자꾸 밑그림 밖으로 삐져 나가고 색칠도 완성도가 없어 어째 예쁘지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육아 전문가들이 하지 말라는 말만 골라서 한 것 같다. “이게 뭐가 힘들어?”


    정우가 학교에 가고 난 뒤 나는 아이가 그리다 만 그림을 똑같이 그려보았다. 그런데 쉽지가 않았다. 팔에 힘이 많이 들어가고 허리도 아픈 데다 내가 생각한 대로 그려지지도 않았다. 겨우 1학년 아이가 그림 한 장을 완성한다는 게 얼마나 큰 도전이었을까? 그런데 엄마라는 사람이 팔이 아픈 것도 몰라주고 핀잔만 하니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미안함이 왈칵 몰려왔다.


    정우는 유치원 때 인라인스케이트를 탔고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엔 쇼트트랙을 했다. 정우네 학교가 스케이트에 특화된 곳이기도 했다. 그때 나는 열정이 넘쳐흘렀다. <SKY 캐슬> 예서 엄마가 따로 없었다. 처음엔 애가 잘하는구나 싶어서 뿌듯했고, 훈련을 받을수록 나아지자 점점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매일 지상 훈련을 받는 등 거의 선수처럼 생활했다. 재미로 시작한 스케이트였는데 훈련 강도가 세이지 정우도 힘들어했다. “몸을 더 숙여야지. 코치님이 그렇게 하지 말랬잖아!”


    나는 추위에 떨면서도 링크장을 지키며 정우에게 소리쳤다. 스케이트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아이는 점점 흥미를 잃었고 훈련을 의무처럼 여겼다. 그러다가 결국 스케이트를 그만 타고 싶다는 소리가 나왔다. 이유를 물어보자 정우는 이렇게 대답했다. “엄마는 스케이트 타본 적이 없잖아요. 다리가 얼마나 아픈데! 총을 ‘땅’ 하고 쏠 때 얼마나 긴장되는데!”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내가 또 실수를 저지른 것이었다. 이러다가 애를 그르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무조건 알았다고 했다. 그리고 12월에 나가기로 한 시합만 치르고 그만두기로 약속했다.


    인간은 정말 망각의 동물인 걸까. 왜 같은 실수를 몇 번이나 반복하고 나서야 깨달음을 얻는 걸까. 어른에게 쉬운 일일지라도 아이들에겐 그렇지 않다. 그만큼 낯설고 경험치가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무조건 아이 눈높이에서 생각하고, 아이에게 뭔가를 시킬 때는 나도 같이하겠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보자. 이 깨달음은 정말 많은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그날 이 다짐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이제 막 배움의 길에 접어든 1학년 아이처럼, 나도 학부모가 되는 길에 접어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취의 습관, 내 아이의 자존감이 되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열정이 무척 많고 최선을 다하는 성격이었지만, 항상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압박감은 성장의 원동력이 되지 못한다. 결과만 중시하는 분위기에서 자라다 보면 의미 있는 시도를 해볼 가능성도 막혀버린다. 그런 점에서 “부끄러운 성공보다 좋은 실패를 택한다”는 두산 창업주 박두병 회장의 말씀은 나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졌다.


    어디선가 재미있는 실험을 본 적이 있다. 피아노를 한 번도 쳐본 적 없는 아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몇 달간 피아노를 가르치고 실력을 비교해보았다. 매주 같은 시간 레슨을 받고, 그 외 시간엔 피아노를 치지 않았다. 그런데 실험 결과 한 그룹의 실력이 월등히 좋았다고 한다. 그 차이는 목표 설정과 관련이 있었다. 한 그룹은 지역 피아노대회 출전을 목표로 했고, 다른 그룹에게는 목표가 주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이렇게 같은 시간 동안 노력해도 목표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나는 항상 목표를 높게 설정하는 편이다. 물론 ‘좋은 실패’의 가능성도 늘 염두에 두고 있다.


    달리기를 할 때 5등을 목표로 달리는 것과 1등을 목표로 달리는 것은 결과적으로 차이가 있다. 5등을 목표로 하면 자신의 능력을 100퍼센트 발휘하지 못한다. 커다란 목표를 향해 달리다 보면 자신을 한 번씩 뛰어넘게 된다. 그리고 작은 성공의 경험들이 쌓여 자신감을 만든다. 일단 ‘나도 노력하면 할 수있구나!’ 하는 마음을 갖게 되면, 다음 목표를 설정해서 나아가기가 쉬워진다. 처음엔 달성하기 쉬운 목표부터 시작해 아이가 성취감을 경험하게 하는 것도 좋다. 성취감을 한번 맛본 아이는 자신감을 갖게 되고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달릴 수 있게 된다. 성취도 일종의 습관이기 때문이다.


    달리기, 피아노 치기, 수학 시험, 영어 듣기평가, 그림 그리기 등 무엇을 하더라도 목표가 있으면 결과가 달라진다. 목표를 달성하려는 의지가 발동하면 ‘이걸 어떻게 해야 더 잘할 수 있지?’라는 전략을 세우게 된다. 그 전략 덕분에 오히려 힘을 덜 들이고 큰 결과를 얻게 되기도 한다.


    나는 6~13세 아이들은 목표를 높이 잡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노력의 가치를 알게 되고 성취의 습관이 몸에 배 자신감을 얻게 된다. 또한 실패를 다루는 자세가 달라진다. 실패를 할 경우, 성취감을 맛본 적이 있는 아이는 “난 원래 할 수 있는 사람이야. 이번엔 이런 방법으로 더 노력해봐야지” 하고 생각하지만, 성취감을 느껴본 적이 없는 아이는 ‘역시 나는 안 돼’ 하고 자존감이 떨어진다. 이는 공부뿐 아니라 삶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기에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



    아이와 함께 완성한 엄마표 학습법

    최고의 공부 비법, ‘배워서 남 주자’

    정우가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설민석 강사의 강의를 자주 보여주었다. 드라마나 영화는 긴 호흡이 필요한 반면 유튜브 강의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하다.


    정우는 주로 차로 이동하는 시간에 강의를 보았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설민석 강사의 말투를 흉내 내면서 우리 부부를 웃기더니 화이트보드도 하나 사달라고 했다. 그리고 엄마 아빠를 앉혀놓고 강의를 시작했다. 사실 이것은 정우에게 공부라기보다 재미있는 놀이에 가까웠다. 초반엔 무게를 잡으면서 강의하는 모습이 마냥 귀여웠는데 이제는 제법 흡인력 있는 강의가 가능해진 것 같다. 우리 부부가 정우 이야기에 빨려든 게 한두 번이 아니니 말이다.


    재미로 시작한 이 ‘강의식 학습법’은 이제 우리 가족에게 일상적인 것이 됐다. 이는 역사뿐 아니라 수학, 과학 등 여러 과목에 활용할 수 있다. 나는 이를 아이가 자신이 읽은 책이나 공부한 내용을 얼만큼 이해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척도로 사용하기도 한다.


    학창 시절 발표 수업의 기억을 떠올려보자. 나는 전날 잠까지 설칠 만큼 긴장하곤 했다. 발표를 잘하려면 먼저 발표하려는 내용이 머릿속에 잘 정리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횡설수설하지 않고 핵심만 일목요연하게 전달해야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떨지 않게 마인드 컨트롤을 해야 한다. 시선과 팔의 위치도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공부한 것을 말로 표현하는 것은 전혀 새로운 경험이 될 수 있다. 처음 아이와 강의식 학습을 시도하면 아이가 긴장하거나 말이 꼬일 수 있다. 또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럴 땐 부모가 질문을 던지며 자연스럽게 다음 말을 유도하는 것이 좋다. 잘 못한다고 다그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그 시절 나는 어땠나?’ 하고 자문해본다면 아이의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


    강의식 학습법은 내가 배운 것을 자연스럽게 이해하여 암기하게 할 뿐 아니라 스피치 능력 향상이라는 보너스까지 준다. 반 회장 선거에 나가거나 영재원 등 아이가 목표로 하는 곳의 면접을 보려면 기본적인 스피치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래서 키즈 스피치 아카데미를 다니는 친구들도 더러 있다. 하지만 일상에서 내가 배운 것을 누군가에게 설명하는 연습을 하면 스피치 능력과 자신감이 저절로 길러진다.


    그러니 가끔은 아이의 학생이 되어보자. 실제로 수업을 하는 것처럼 몰입하고 질문도 던지는 것이 좋다. 만약 부모가 이렇게 하기 어렵다면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평생 공부 습관은 궁둥이 붙이고 앉는 10분에서부터

    나는 정우가 초등학교 졸업 전에 반드시 들여야 할 좋은 습관이 ‘자기주도적인 공부 습관’이라고 보았다. 평생 공부 습관의 기틀을 마련하는 시기가 6세부터 13세까지다. 이때 좋은 습관을 만들어야 중학교 진학 이후에 편해진다.


    아이들은 처음엔 얌전하게 궁둥이를 붙이고 10분도 앉아 있기 힘들어한다. 그러니 욕심을 버리면 연령대에 맞게 차차 시간을 늘려가야 한다. 또 아이를 혼자 두어서는 안 된다. 공부하라면서 방문을 닫아버리면 아이들은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른다. 어릴수록 더욱 그렇다. 처음에는 부모가 옆에서 지켜보며 자세를 바로잡아 주어야 한다. 매일 시간을 정해 실행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또 그냥 공부하라고 하기보단 과목과 목표량을 구체적으로 정해주는 것이 좋다.


    아이 옆에 앉을 때 명심할 점은 단순히 감시자가 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부모도 공부를 하듯 집중할 수 있는 것을 챙겨 와야 한다. 부모가 감시만 하고 있으면 아이는 부담을 느끼고 재미와 의욕을 잃는다. 엄마, 아빠도 자기처럼 뭔가 열심히 한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포인트다.


    나도 처음엔 정우 옆에 앉아서 공부하는 걸 지켜보기만 했다. 그러다 보니 졸음이 쏟아지기도 하고 핸드폰을 보게 되는 때도 있었다. 그러면 아이에게 똑바로 앉아서 공부하라고 할 면목이 없다. 그래서 할 일이나 책을 챙겨 왔고 문제집도 함께 풀게 됐다. 가끔은 아이가 문제집을 푸는 동안 밀린 집안일을 하거나 쉬고 싶기도 했지만, 지금의 공부 습관이 평생 간다는 생각을 하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공부를 하는 동안 아기가 모르는 것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런 문제들을 꼭 같이 풀어줄 필요는 없다. 대신 아이에게 진득하게 생각할 기회를 주자. 나도 정우가 푸는 문제들 중에 모르는 것이 있다. 그럴 땐 “엄마도 설명해주기 어렵네. 정우가 연구해보고 엄마에게 알려줄래?” 하고 말한다.


    그럼 일주일이든 보름이든 아이는 풀리지 않는 문제에 대해 생각한다. 당장 해결하려 하지 말고 시간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럼 결국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그때 큰 성취감을 느끼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문제의 답을 찾지 못하더라도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연습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대한민국의 교육 환경에서 아이들이 이런 여유를 가지고 한 문제에 매달릴 수 있는 시기는 초등학교 때가 유일하지 않을까. 그러니 좋은 공부 습관과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는 이 시기를 놓치지 말자.



    영재성을 깨우는 환경 만들기

    공부에 대한 좋은 기억을 만들어주라

    학교에 입학하면 이동 수업을 제외하고는 교실의 자기 자리에 앉아 있게 된다. 몇 시간씩 한 공간에 앉아 있다가, 학원이나 집에 가서도 책상에 앉아 공부한다.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지루하고 힘든 일이다. 어린 초등학생에겐 더욱 그렇다. 공부는 궁둥이 힘으로 한다는 것엔 동의하지만, 너무 일찍부터 질리게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정우는 3학년 때부터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숙제와 자율학습을 하려면 기본 2시간이 필요했다. 그런데 한 공간에 앉아 있다 보면 공기가 금세 탁해진다. 어느 날은 나도 졸음이 오고 집중력이 떨어져서 창문을 열어 환기를 했다. 그리고 아이에게 차 한 잔을 주면서 쉬게 한 다음, 서재로 자리를 옮겨 남은 공부를 하게 했다.


    현재 정우는 자기 방과 서재에 각각 2개, 총 4개의 책상을 두고 용도에 맞게 활용하고 있다. 공간을 바꾸면 아이가 산만해지지 않느냐고 물어보는 분도 계신다. 아이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정우에겐 이 방식이 훨씬 도움이 됐다.


    내가 이 방식을 선택하게 된 데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공간을 바꿈으로써 ‘refresh’하게 하고 공부에 질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한 공간에서 여러 과목을 집중력 있게 공부하는 것은 중학생이 된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유치원에 다닐 때를 떠올려보면 한 공간에 있지 않고 활동에 따라 블록놀이방, 학습방, 체육실 등 공간을 바꿔주지 않던가. 그때처럼 공간을 바꿔가며 공부하면 잠시 허리를 펴고 머리도 식히면서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다.


    공부는 마라톤과 같다. 대학 입시까지 속도를 잘 조절하며 달려야 한다. 지금 에너지를 다 써버리면 정말 중요할 때 흔들리게 된다. 정우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는데, 요즘 초등학생들은 할 일이 정말 많다. 하지만 아직은 수험생처럼 고 ㅇ부시키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스케줄을 짤 때 1시간 공부하면 잠시 책을 읽으면서 쉬고, 그 뒤에 다음 과목을 공부하게 한다.


    첫 타임 공부가 끝나면 아이가 좋아하는 차를 한 잔 준다. 핫초코, 카모마일, 루이보스티, 귤피차 등 아이용 차를 ㅇ러 가지 준비해두고 종류를 바꿔가면서 주고 있다. 그리고 독서를 할 때는 책 종류를 제한하지 않는다. 책은 독서 책상이 아닌 소파나 침대 등 어디서나 봐도 된다. 공부할 때는 정자세로 하지만 독서는 편한 대로 하게 놔두는 편이다. 그동안 나는 정우 방 환기를 하고 책상도 깨끗한 상태로 만들어놓는다.


    언젠가 교육컨설턴트이자 작가인 조승연 씨와 방송을 한 적이 있다. 그때 그분이 한 말씀이 인상적이었다. “아이가 공부를 좋아하게 하려면 어둡고 퀴퀴한 공간이 아니라 카페처럼 밝고 깨끗한 공간에서 하게 하세요. 그래야 공부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질 수 있습니다.”


    정우의 예만 봐도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학습 공간을 나누도 시간표를 짜서 중간에 힐링하는 시간을 주고 있지만, 이것이 꼭 정답은 아니다. 내 아이의 성향을 파악해서 그에 맞는 공부 공간과 루틴을 만들어주면 된다. 또한 학습 공간을 나누는 것에 부담을 가질 필요도 없다. 방이 하나뿐이라 해도 한 타임은 아이 책상에서, 그다음은 거실이나 식탁에서 할 수도 있다.


    사람은 성장기에 어떤 환경에 노출되느냐에 따라 다른 인생을 살게 된다고 한다. 공부 환경도 마찬가지다. 어린 시절 공부에 대한 좋은 기억을 만들어준다면, 대학 입시까지 비교적 수월하게 달려갈 수 있을 것이다.



    부모의 오늘이 아이의 행복을 결정한다

    후회하지 않는 엄마 되기

    엄마도 멘탈 관리가 필요하다

    <인사이드 아웃>은 정우와 내가 재미있게 본 영화다. 주인공 라일리 안에는 기쁨이, 슬픔이, 버럭이, 까칠이, 소심이 등 다섯 가지 감정이 산다. 영화는 우연한 실수로 기쁨이와 슬픔이가 라일리의 마음에서 사라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결혼을 해서 아이를 키우다 보면 기쁨이보다는 버럭이나 슬픔이가 될 때가 많다. 그래서 영화 속 기쁨이가 라일리로부터 슬픔이를 떼어놓으려고 한 것처럼, 부정적인 감정을 없애버리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슬픔도 기쁨과 마찬가지로 존중받아야 하는 감정이다. 슬픔과 같은 피하고 싶은 감정들도 제대로 느끼고 표현할 때 우리 마음이 다시 기쁨으로 채워지기 때문이다.


    정우의 여섯 살을 우리 부부는 반항의 시기로 추억한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당시 정우는 엄마 아빠 말을 잘 듣지 않고 사소한 일에도 화를 냈다. 한마디로 버럭이, 까칠이였다. 혼을 내야 하나 달래야 하나 갈등이 됐지만 전문가들의 조언대로 우선 아이 마음을 읽어주기로 했다. 그래서 방송 놀이를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용산구에 살고 있는 여섯 살 조정우 어린이를 만나러 왔습니다. 아까 장난감을 던졌다고 들었는데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나요?”


    내가 리포터가 되어 손을 마이크처럼 내밀면 아이는 자기가 화난 이유를 설명했다.


    “오늘 같이 피자 먹으러 가기로 했는데 엄마가 또 늦었습니다. 엄마 기다리다 배고파서 그냥 집에 있는 밥을 먹었거든요.”

    “맛있었습니까?”

    “그냥 보통. 저는 피자를 더 좋아해서 그걸 먹고 싶었어요.”

    “그랬군요. 섭섭할 만합니다. 신재은 씨 이야기를 들어보니 오늘 너무 바빠서 눈썹이 휘날릴 정도였다고 하는데요. 여기 보세요. 속눈썹 없어진 거 보이죠? 정우가 엄마를 용서해주면 내일은 꼭 같이 피자 먹으러 갈 거라고 합니다. 어떤가요. 용서해주시겠습니까?”

    “네. 이번 한 번만 용서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래도 엄마가 정우를 보러 뛰어왔는데, 장난감을 던진 건 좀 너무했다는 생각이 안 드십니까?”

    “그건 제가 잘못했습니다. 엄마, 죄송해요!”


    이렇게 약간의 웃음 코드를 장착해서 방송 놀이를 하고 나면 정우의 감정도 가라앉았다. 또 나도 아이를 야단치지 않을 수 있어서 좋았다. 방송 놀이를 하면서 부정적인 감정을 억압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것, 그것을 건강하게 표현하는 법을 알려줘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막상 내 일이 되니 머릿속으로 알던 이론은 모두 잊어버리고 감정의 꼭두각시가 되고 말았다. 나와의 방송 놀이가 필요할 판이었다. 아차 싶어서 정신을 차리고 정우에게 한 것처럼 내 감정을 읽고 토닥여주었다.


    “아까 남편과 말다툼한 게 신경 쓰이나 보구나. 남편도 일부러 그런 건 아닐 거야. 내가 마음이 우울하다 보니 더 확대 해석한 경향이 있어. 한숨 자고 내일 다시 생각해보자.”


    이렇게 혼잣말을 하거나 노트에 감정을 쏟아냈다. 그럼 격렬한 파도 같던 감정도 서서히 가라앉고 차분해졌다.


    엄마들은 감정노동자에 가깝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이의 감정을, 남편이 퇴근하고 돌아오면 남편의 감정을 받아준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돌보지 못한다. 그러다 갑자기 폭발하면 나만 손해다. ‘나는 부족한 엄마’라는 죄책감에 시달리게 되기 때문이다. 차라리 그 전에 내 감정을 돌보는 게 나은 것 같다. 물을 가득 채운 독은 언제든 넘치게 마련이다. 넘치기 전에 미리미리 덜어내는 것이 좋다.


    내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것 외에 멘탈 관리에 도움이 된 것은 동영상 강의와 책들이었다. 혜민 스님 강의처럼 마음에 위로가 되고 힐링이 되는 동영상들로 시작했다가 교육, 생활에 도움이 되는 정보, 인테리어, 요리 콘텐츠들로 관심의 범위를 넓혔다. 특히 평범한 주부들이 자기계발과 육아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모습을 보면 나도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튜브 방솽은 주로 약속장소에서 사람을 기다릴 때 또는 아이 학교나 학원 앞에서 기다릴 때 본다. 10분에서 30분 내외의 짧은 콘텐츠들이 많아 바쁜 주부들이 이용하기에 좋은 것 같다.


    그리고 책은 정우 학원 근처 서점에 갔던 일을 계기로 열심히 보게 되었다. 당시 나는 외출을 거의 하지 않았다. 가끔 어깨를 풀어주러 마사지숍에 가는 게 외출의 전부였는데, 책에서 도움을 얻은 뒤로는 서점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다.


    오랜만에 서점에 갔을 때 느꼈던 자유로운 기분이 지금도 떠오른다. 커피 한 잔을 뽑아 마시며 내키는 대로 서점을 둘러보다가 책 한 권을 골라서 선 채로 읽었다. 누굴 만난 것도 아니고 혼자서 책을 읽었을 뿐인데 서점을 나설 땐 마음이 밝아져 있었다. 낯모르는 저자에게 책을 통해 위로받고 고민에 대한 해답을 얻었기 때문이다. 마음이 조금씩 건강해지자 사람들을 만날 용기도 생겼다.


    나는 직업 특성상 사람들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런데 전업주부가 된 초기엔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잊을 만큼 폐쇄적인 사람이 됐다. 정우를 돌보는 일에만 열의를 쏟았고, 시간이 남으면 전기장판 위에 누워 쉬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 사람들에게 다가가지 못했고, 혼자서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엄마가 혼자면 아이도 혼자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용기를 냈다.


    내가 다시 사람들 틈으로 들어가자 정우도 세상과 연결됐다. 현재 아이가 주말마다 하고 있는 농구팀과 축구팀은 내가 주도해서 만든 것이다. 또 박물관 체험 등 단발적인 모임도 기회가 될 때마다 기획하고 있다. 정우와 내가 함께 바람직한 방향으로 접어들게 됐다.


    요즘도 나는 시간이 되면 엄마들과 브런치를 하고, 통화는 거의 매일 한다. 그리고 엄마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상단에 고정해두고 고민이 있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 제일 먼저 상의한다. 서로 믿고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그룹이 있다는 것이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


    힘든 마음과 희망에 부푼 마음을 오가며 하루하루를 살다 보니 귀염둥이 아들은 어느새 훌쩍 자라 5학년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나도 엄마 신입생에서 5학년이 됐다. 물론 아직 초등 레벨이고 갈 길이 멀지만 말이다. 정우에겐 미안한 것도 고마운 것도 참 많다. 내가 아이를 키웠다기보다 아이를 통해 성장했다는 생각이 든다. 실수투성이 엄마를 매번 용서해주고 믿어준 정우가 무척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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