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일기 말고 엄마 일기
 
지은이 : 김지연
출판사 : 두시의나무
출판일 : 2021년 01월




  • 나를 잃어가는 느낌이 들 때, 다른 사람이 해주지 않는 위로의 말들을 스스로에게 해준다면 어떨까요? 엄마가 나다움을 잃지 않는 가장 쉬운 방법, 육아 일기 말고 엄마 일기! 저자가 지금까지 좌충우돌하며 얻어낸 일기 노하우를 차근차근 공유합니다!


    육아 일기 말고 엄마 일기


    나는 왜 힘들다고 생각했을까? _즐겁지 않은 엄마의 마음

    조언하는 사람 vs 간섭하는 사람 _불안함

    20대의 저는 정말 자기계발서를 매우 좋아했습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의 책이라면 전부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하며 조언을 얻기 위해 항상 옆에 놓아두었던 자기계발서는 마음의 위안이 되어주긴 했지만 당시의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해주지는 못했습니다. 조언을 구하고 싶었는데, 나에게 맞는 조언을 찾을 수는 없었어요. 뒤늦게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 스토리가 아닌 그들의 스토리를 따라가려 했기 때문인 것 같았습니다.


    사실 자기계발서를 읽지 않아도 조언은 어디서든 얻을 수 있습니다. 아쉽게도 대개 진짜 조언은 잔소리로 들립니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행동은 어른이 되어서도 하게 되지요. 그런데 조언을 흘려듣지 않고 진심으로 귀 기울여 들었다고 하더라도 늘 우려했던 곤경에 빠지곤 했습니다. ‘나만의’ 스토리 속에 펼쳐지는 ‘나만의’ 시행착오가 반드시 필요하더군요.


    또 다른 생명체를 제대로, 그리고 잘 키워내야 한다는 새로운 임무를 맡은 저는 자기계발서를 찾던 시절로 돌아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그 시절을 똑같이 답습하고 있었어요. 육아서와 육아 관련 콘텐츠들을 찾고 또 찾았지만 내 아이에게 꼭 맞는 해결책은 없었습니다. 아이가 보이는 행동의 원인은 엄마와의 관계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고, 아이와 만들어가는 관계는 모두가 다를 수밖에 없지요. 육아 또한 나만의 시행착오가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를 대하는 방법에 시행착오가 필요하다는 것은 불안한 일이기도 합니다. 엄마의 선택이 아이를 잘못되게 하지는 않을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지요. 이런 엄마의 불안함에 더 큰 불을 붙이는 것이 있으니, 바로 관심으로 포장된 ‘간섭’이었습니다. “그건 틀렸어.” “그렇게 하면 안 돼.” “아직도 안 했어?” 이렇게 말하며 엄마의 선택에 간섭하는 사람들 탓에 불안감은 더 커졌지요.


    조언을 제대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나만의 길로 걸어봐야 하고, 간섭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조언과 간섭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를 모두 해내기란 벅차기만 해요. 그만한 시간도 주어지지 않는 것 같고, 그만한 지식이나 경험도 없는 것 같고요.


    불안을 품은 채 보내는 엄마의 하루가 버겁다고 여겨졌습니다. 어쩌면 ‘엄마의 소신’이라는 것은 허상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듣고 싶었던 말 _사실 힘들었던 엄마는 이런 말이 듣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육아 일기 말고 엄마 일기

    나는 이렇게 힘든데, 그래서 힘이 되는 말을 듣고 싶은데, 내가 원하는 타이밍에 내가 원하는 말을 해주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리고 온종일 힘들다고 투정을 부리기에는 이미 다 큰 어른이 되었지요. 방법이 없다며 불만만 가득하던 어느 날, ‘내가 듣고 싶은 말, 차라리 내가 해주자’라는 심정으로 펜을 들었습니다. 일기를 써보기로 한 것입니다.


    일기를 쓴다고 했을 때, 대부분 이렇게 말했습니다.


    “육아 일기 쓰는구나.”

    “정말 육아에 지극정성이구나.”

    “나중에 아이에게 보여주려고?”


    엄마가 쓰는 일기는 모두 육아 일기라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사진도 붙이고 알록달록한 글씨로 꾸며진 그런 일기 말입니다. 부지런히 육아 일기를 쓰는 엄마들을 보며 부러워한 적은 있었지만, 아쉽게도 육아 일기를 써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수시로 스마트폰을 들이밀어 사진을 찍고, 아이의 재치 넘치는 표현들을 채팅 창에 혹은 SNS에 남겼습니다. 내가 들여다봐야 하는 시간이 모두 아이를 향해 있었어요. 그런데 혼자 조용히 앉아 펜을 드는 시간마저 육아의 시간으로 할당하기에는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과는 별개로 뭔가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육아 일기 대신 나의 일기를 쓰기로 했습니다. 결론을 내야 하는 것도 아니고 해결책이 필요한 것도 아닌, 그저 하루를 돌아보는 일기 말입니다.


    오늘 하루의 일들을 떠올려보면 감동받았던 일, 언짢았던 일 모두 생각날 것입니다. 그럼 그냥 다 적읍시다. 글로 적어 내려가면 기분이 변화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감동받았던 일은 적으면서 한 번 더 감동받을 수 있습니다. 언짢았던 일을 적으면 나를 위로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일기를 쓴 지 얼마나 지났을까요. 어느 순간, 오늘을 정리하고 새로운 내일을 설레며 맞이하는 나를 발견했습니다.


    나를 쳐다봐야 왜 내가 힘이 드는지, 어떻게 하면 힘든 상황을 좋게 극복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내가 나에게 해주는 일은 생각보다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엄마가 쓰는 자신의 일기를 ‘엄마 일기’라고 이름 지어보았습니다. 엄마 자신의 하루를 되찾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엄마인 나를 키워주는 일기니까요. ‘엄마 일기’와 함께 내 삶의 활기도 시작되었습니다.



    좌충우돌, 엄마 일기 시작하기 _엄마 일기 쓰기 워밍업

    내 마음이 하는 이야기, 들을 준비 되셨나요?

    부모는 아이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매일 아이와 함께 있는 부모도 잘 모르는 진짜 원인을, 잠깐 아이의 행동을 본 전문가는 잡아내지요. 어떻게 보면, 이것 참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루 종일 같이 있는 부모인데도 내 아이를 잘 알지 못한다니 말이지요.


    이 말은 엄마인 나에게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하루 종일 같이 있는 가족은 잘 모릅니다. 가족이 모르는데 가족 밖의 주변인들은 오죽할까요. 왜 가까운 내 사람들이 내 마음을 이렇게 몰라주는지 야속하기만 합니다. 그런데요. 아이 옆에 제일 오래 붙어 있는 나도 아이의 마음을 완벽하게 알아주지 못하면서 누군가가 내 마음을 정확하게 알아주기를 바란다는 것이 얼마나 비현실적인 일인지요.


    그렇다면 내 마음은 누가 알아주느냐고요? 힘들고 지친 마음, 누구와 터놓고 이야기하고 공감을 받을 수 있냐고요? 이제는 답이 금방 나오실 겁니다. ‘나’입니다. ‘나’는 ‘나’를 잘 관찰해야 합니다. ‘나’의 현재에 대한 ‘대응 방법’도 내가 정해야 합니다.


    ‘나’는 ‘나’를 어떻게 관찰할 수 있을까요? 내가 풀어내는 이야기를 잘 들을 수 있다면 나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오늘 하루의 이야기, 오늘 속상했던 이야기, 인정받고 싶었던 이야기를 잘 들어보세요. 내 감정이 어떤지, 내가 어떻게 행동하는지는 내 이야기를 잘 듣지 않고서는 제대로 알 수 없잖아요.


    이제 나 자신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셨나요? 그렇다면 엄마 일기를 쓸 준비도 되신 겁니다.



    엄마 일기를 오래도록 쓰는 비결 _그만두지 않기 위한 ‘생활 습관’

    시간 도둑을 잡으세요 _시간 확보

    엄마가 되고 난 후 가장 싫은 것이 바로 ‘시간 도둑’이었습니다. 지금이야 아이와 친구 같은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좀 수월합니다만, 아이가 누워만 있고, 안고 있어야만 하고, 언제 자고 언제 깰지 예측할 수 없던 시절에는 지인에게 안부 메시지를 보내는 것조차 오늘의 to do list에 올려 놓고 계속 인지하고 있어야만 실행에 옮길 수 있었지요. SNS 메시지 하나 보내는 것조차 적어놓지 않으면 다음 날로 미뤄질 수밖에 없는 벅찬 하루의 연속이었습니다.


    엉뚱한 곳에서 시간을 버리고 있지는 않은지 가능한 한 자주 확인해봐야 합니다.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과감히 하지 말고, 꼭 해야 하는 것으로 하루를 채우려고 노력하세요. 한껏 유행하고 있는 미니멀라이프는 물리적인 것에만 적용되지 않습니다. 책임과 의무, 관계에도 미니멀 라이프 마인드를 불러오세요. 정리하고 버리면, 소중하게 간직해야 할 것만 남게 됩니다.


    그렇게 남아 있는 것들에 집중하세요.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고, 시간을 붙잡을 수 있게 됩니다. 중요한 일을 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면, 일기 쓰기는 오래도록 유지하는 좋은 습관이 될 것입니다.


    유튜브는 듣기만 해도 됩니다 _집중력 기르기

    엄마 일기를 오래도록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집중력을 기를 수 있는 생활 속 실천법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보는 것’이 아닌 ‘듣는 것’으로 스마트폰과 가까워지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는 텍스트로 된 글을 검색해 정보를 얻곤 했지만, 최근에는 영상으로 정보를 얻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유튜브나 TED를 보지 않고 듣는다는 것입니다. 소리는 키워두고 스마트폰은 엎어둡니다. 그리고 듣습니다. 듣게 되는 경우, 내용을 받아들이기 훨씬 쉽습니다. 시각은 한 번에 여러 가지로 주의가 분산되지만 청각은 하나에 집중하기가 훨씬 용이했습니다.


    엄마 일기를 꾸준한 습관으로 가져가기 위한 방법으로 선택한 ‘듣기’였지만 이는 아이에게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우선 아이가 스마트폰에 큰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스마트폰에 흥미를 보이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일단 자주 보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놀고 싶고 말하고 싶은 엄마 아빠가 자기 대신 들여다보는 물건. 쳐다보면서 웃는 물건. 그래서 아이 앞에서는 되도록 스마트폰을 보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억지 노력보다는 현명한 활용법이 엄마를 더 편하게 해주더군요. 스마트폰을 스피커와 연결해서 엄마가 음악이나 이야기를 듣는 모습에 익숙해지기 때문에 아이도 영어 노래나 영어 동화, 한글 동화를 듣습니다. 영상을 본다면 그림과 함께 듣게 되니 알아듣지 못할 것도 없겠지만, 듣기로만 이야기를 이해하려면 정말 집중해야 합니다. 덩달아 아이의 집중력도 늘게 되었지요.


    스마트폰이 우리를 스마트하게 도와주는 것은 분명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활용 기법에 따라 우리는 ‘더’ 스마트해질 수 있습니다. 보지 말고 들으세요. 일기를 쓰기 위해 어렵게 준비한 짧은 시간도 충분히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과연 변화가 오기는 할까? 위기가 왔다! _그만두지 않기 위한 ‘마음 습관’

    어차피 최초는 내 것이 아닙니다 _최초가 아닌 최고

    ‘영재’라는 단어를 이렇게 많이 들어본 적도 없는 것 같습니다. 아이가 더 이상 사교육의 세계를 피해 가기 어려운 나이가 되자, 여러 학원들과 교육 매체들이 ‘영재’라는 키워드로 던지는 메시지를 무시하기 어려워졌거든요.


    모든 아이들이 영재 준비에 한창이었습니다. 가끔은 그 흐름에 발을 담그기도 했고, 때로는 중심을 잡아야 한다며 귀를 닫기도 했지요. 하지만 흔들리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발을 담그면 담글수록 눈에 띄는 부족한 점들에 불안해졌고, 귀를 닫으면 닫을수록 보폭 넓게 뛰고 있을 아이들 생각에 불안했습니다.


    ‘사교육은 절대 안 시키겠어’라는 허황된 다짐은 하지 않습니다. 저 역시 아이가 뒤처지기를 바라지 않는 평범한 한국의 엄마인 만큼 중간은 가기를 바라며 ‘본격적인’ 사교육 버스에 언젠가는 올라탈 것입니다. 지금은 속도 느린 트랙터에 탔다고나 할까요.


    ‘영재’라는 표현은 부모들의 마음을 흔드는 단어입니다. 우리 아이가 뛰어나다는 증명인 셈이거든요. 부모들은 내 아이가 영재라는 확인을 가능한 한 빨리 하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초등학교 들어가기 훨씬 전부터 지능 검사나 테스트를 받습니다. 영재원에 다니는 것도 부모의 훈장처럼 여겨져요.


    그런데 꼬마 영재들이 성장하면서 계속 영재라는 타이틀을 달고 살지는 않습니다. 마음이 자라는 만큼 방황의 시기도 거치고 잠시 쉬어가기도 해요. 누군가는 다시 영재의 자리에 올라서고, 누군가는 중압감을 견디지 못하고 주저앉습니다.


    부모 입장에서 영재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래서 장기전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 아이가 끝까지 영재이기를 바라는 것이 부모 마음이지, 어릴 때 영재였다며 과거형으로 회상하고 싶지는 않잖아요. 중요한 것은 빨리 영재가 되었다는 ‘시기’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최고의 자리에 올라섰다는 ‘결과’인 것 같아요.


    이렇게 아이를 키우면서 새삼 생각하게 된 것은 ‘최초가 아닌 최고’입니다. 지금 일기를 쓰고 있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도 ‘최초’가 될 수 없습니다. 새로운 다짐이라는 뜻은 품을 수 있겠지만, 일기 쓰기는 비교의 대상도 아니거든요. 대신, 일기 쓰기로 ‘최고’를 꿈꿀 수는 있습니다. 일기 쓰기는 더 나은 나를 만들기 위한 시도니까요.


    그래서 잠시 쉬고 싶을 때, 도대체 무슨 변화를 찾기 위해 이렇게 매일 일정 시간을 쏟아붓고 있나 싶을 eo, 과연 원하는 내적 성장을 얻을 수 있을까 의심이 들 때, ‘최고’를 떠올려봅니다. 더 나은 나를 만들 수 있다면, 최고의 나도 만들 수 있다는 믿음도 가지게 되지요. 더 나은 모습을 꾸준히 계속 이어가기를, 그리고 훗날 내 인생을 돌아봤을 때 최고의 모습으로 마침표를 찍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어차피 최초는 내 것이 아닙니다. 아이를 키우는 어른의 입장에서 어떤 분야에서 최초를 기록하기에는 이미 시기적으로 늦었습니다. 그래서 최초가 아닌 최고가 되기를 꿈꿉니다. 덕분에 일기 쓰기에 위기가 오더라도 다시 마음을 잡을 수 있게 됩니다.



    엄마 일기, 그 후 _엄마 일기를 쓰면서 생긴 변화

    내가 좋아하는 것은 내가 지켜냅니다

    “내가 너를 키우려고 얼마나 희생했는데!”


    이런 식의 말을 드라마에서 혹은 책 속에서 종종 발견하곤 합니다. 어마가 아이에게 던지는 진부한 멘트 중 하나이기도 하지요. 무엇을 희생했는지를 떠올리면 보상을 받고자 하는 마음이 생겨나고, 거기서부터 드라마의 비극이 시작되더라고요.


    아이를 위해 나의 많은 것을 희생하고 있어서 힘들다는 이야기, 직접 아이에게 해본 적 있으신가요? 아직 아이가 어려서 희생이라는 단어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엄마가 너를 키우느라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했다는 식으로 풀어서 말할 수도 있을 거예요. 저는 아직 해보지 않았어요. 가끔 아이에게 너무 화가 날 때면 그 말이 목 끝까지 차오르곤 했지만, 입 밖으로 꺼내지는 못했습니다. 엄마가 자신을 원망하고 있다는 느낌을 줄까 봐 걱정이 됐거든요.


    그런데 ‘너를 위한 희생’이라는 말을 내뱉기가 망설여지는 것은, 그 말이 상대방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은연중에 알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직접 이 말을 하는 대신, 만약 아이에게 이 말을 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상상해보기로 했습니다.


    아이는 엄마에게 고마워할까요? 아니면, 자기 때문에 엄마가 시키거나 부탁하지도 않은 희생을 했다는 사실에 미안한 마음이 들까요? 혹시, 부담스럽게 느끼지는 않을까요?


    저는 주로 후자이지 않을까 싶었어요. 내가 만약 다른 사람으로부터 이런 말을 듣는다면, 생각지도 못한 짐을 떠안은 듯한 기분일 것 같았거든요.


    엄마 일기를 쓰면서, 내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꿈꾸는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를 발견하면서 나 스스로와 친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나만의 것’도 무엇인지 알아냈고요.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것은 내가 지켜내기로 했습니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 혹은 다른 무언가를 위해 나를 희생시키지 않기로요.


    내 것을 아끼고 지킨다고 해서 다른 것들이 망가지거나 불행해지지는 않습니다. 사실 엄마이기 때문에 희생해야 한다고 ‘선택’한 사람은 엄마 자신입니다. 진짜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얻는 방법은 어떻게든 찾을 수 있습니다. 엄마 일기를 통해 나에게 수없이 ‘왜?’를 질문하며 시간을 쏟게 되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결국에는 방법을 알게 될 터니 말입니다.


    엄마 일기를 쓰는 시간과 책 읽는 시간, 글 쓰는 시간은 저에게 ‘꼭 지켜야만 하는 나만의 것’입니다. 이 시간을 자발적으로 희생한다면, 나의 몸과 마음도 불만족스러운 상태에서 지치게 될 것입니다. 아이와 가족을 대하는 태도에 부정적인 기운이 나타날 수밖에 없고요.


    계획을 세울 때를 떠올려보면 두 가지 스타일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쉬운 것부터 처리해나가는 스타일, 다른 하나는 쉽지는 않지만 해야만 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스타일 말이지요. 아이는 늘 1순위였지만, 1순위도 오랜 기간 반복하다 보니 ‘쉽지는 않지만 해야만 하는 것’에서 비교적 ‘쉬운 것’으로 바뀌어갔습니다. 자연스럽게, 그리고 당당하게 1순위에 해당하는 것을 ‘나’로 바꾸었지요.


    하루에 소화해 내야 할 일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큰 것도 작은 것도 모두 엄마의 소관인 것들이 많아요. 하지만 1순위의 시간을 먼저 배정한다고 해서 나머지 것들이 홀대받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가장 비중이 크고 부담스러웠던 1순위 업무를 끝내놓으면, 나머지 일들은 쉽게 해결되곤 했어요.


    1순위를 바꿀 수 있을 만큼 아이와 관련된 일이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면, 나를 0순위로 두세요. 확신하건대, 1순위와 0순위는 부딪히지 않습니다. 1순위도 중요하지만, 0순위도 놓칠 수 없다는 ‘마인드’만 있다면, 나의 것들과 주변의 것들을 조율하고 타협할 수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도 가능해요.


    하루에 한 시간 정도 집중이 필요한 일이 1순위 일 때문에 어렵다면, 0순위인 나의 일을 하루 30분 내외로 줄이고, 목표 달성의 기간을 넉넉하게 잡는 식으로도 할 수 있지요. 1순위 때문에 소홀히 하지 않기 위해 아침이나 새벽, 밤으로 시간을 계속 옮겨가며 일기 쓰기도 억척같이 해냈는걸요.


    이제는 나를 먼저 돌아보고, 나의 것들과 주변의 것들을 조율하고 타협할 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마인드의 문제임을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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