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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되는 아이들
 
지은이 : 송지혜, 박소영, 김은주, 박성열, 김희연, 홍지선, 박민현, 이태엽
출판사 : 글항아리
출판일 : 2025년 05월




  • 요즘 부모들이 가장 고민하는 문제라면 의사들은 단연 이것을 꼽는다. “아이가 스마트폰에 중독된 것 같아요.” 때로 이런 질문이 덧붙여지기도 한다. 하루에 10시간씩 하는데 중독이 아닐 수 있나요? 미디어 때문에 틱이 발생하기도 하나요? 지금이라도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말라고 해야 할까요……. 아무리 고민해도 또렷한 답이 떠오르지 않는 건 정말로 정답이 없어서다. 


    중독되는 아이들


    진료실에서 엄마들이 죄책감에 대해 말하는 순간, 왜 부모들이 미디어 노출에 그토록 불안해하는지 깨달았다. 힘들어서 텔레비전을 많이 틀어준 것이 아이의 틱을 유발했는지 자책하는 마음은 단순한 위로로 해결될 수 없었다. 전문성은 틱의 원인과 예후를 논하지만, 가슴은 텔레비전 앞 아이를 원망하고 눈은 아이가 눈을 몇 번 깜박이는지 세는 것이 엄마들의 현실이었다. 이는 디지털 시대가 아이들의 뇌와 마음에 얼마나 깊은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그 불안이 얼마나 무거운 죄책감으로 이어지는지 보여준다.

    유아기 뇌 발달과 미디어의 영향
    우리 뇌에는 특정 자극을 받고 성장해야 하는 ‘결정 시기’가 있다. 특히 만 3세경부터 활발하게 발달하는 전두엽은 사고력, 자기 조절력, 문제 해결 능력을 관장한다. 이 중요한 시기에 미디어에 만성적으로 노출되면, 아이는 전두엽을 거치지 않고 직관적이고 즉각적인 자극을 흡수하게 된다. 이로써 아이는 곰곰이 생각하거나 주의 집중을 유지할 힘을 키우지 못하고 바로 만족감을 주는 자극만 쫓게 된다. 이러한 반복은 깊이 생각하여 실행에 옮기는 능력을 키울 기회를 잃게 만들고, 이는 결국 집중력과 문해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인지 능력과 과제 전환의 비효율성
    인간의 인지 능력은 매우 제한적이라 우리 뇌는 한 번에 한두 가지 생각밖에 하지 못한다. 어떤 아이가 공부하면서 자주 SNS 메시지를 확인한다면, 그 메시지를 보는 시간뿐 아니라 주의를 다시 공부로 전환하는 데 걸리는 시간까지 손실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제 전환’에 시간을 많이 쓰는 사람은 과제 수행 속도가 더 느리고, 실수가 잦으며, 창의성이 덜하고 자신이 하는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로 증명되었다.

    청소년기 뇌의 불균형과 미디어 사용
    청소년기에 나타나는 여러 변화는 전두엽 기능이 미숙해서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의문이 생기는데, 전두엽이 지속적으로 발달하고 있다면 왜 유소년기가 아닌 청소년기에 문제가 두드러지는 것일까. 그 이유는 뇌 영역마다의 발달 속도 차이에 있다. 감정을 담당하는 변연계가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데 비해, 전두엽은 다른 영역에 비해 발달 속도가 느려 상대적으로 미숙해진 것이다. 이성보다 감성이 앞서는 이러한 뇌의 불균형은 미디어 사용 조절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미디어 중독의 이면과 정서적 어려움
    일부만 보면 디지털 기기의 과도한 사용이 정신 건강 문제를 유발한 듯하지만, 전체를 보면 정서적 문제 때문에 디지털 기기 사용이 증가하고 그것이 다시 정신 건강 문제를 악화시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부 사례는 정서적 어려움이 생기자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고, 과도한 사용으로 문제가 악화되자 디지털 기기에 더더욱 의존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 SNS와 게임에만 주목해 그 시간부터 줄이는 것은, 그나마 그것들로 불편한 감정을 해소하며 버티고 있던 아이들의 마지막 보루를 제거하는 셈이 된다.

    SNS의 양면성과 디지털 범죄의 실체
    아이들은 SNS에서 자신과 타인 사이의 ‘상향 비교’를 자주 경험한다. 이러한 비교는 자기 비하와 부정적인 감정을 반복해서 되새기는 반추로 뻗어나갈 수 있다. 트위터의 ‘우울계’ 등은 아이들에게 공감과 위안이 되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감정 표현에 우울감이 정당화되거나 더 심해지는 악순환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처럼 SNS는 정서적 전염을 통해 심리적 고립을 강화하는 양면성을 가진다.

    한편 디지털 범죄 가해자 중 많은 수는 조작적 성향이 강했다. 이들은 어린 피해자를 조종하고 싶어하며, 심리적 결핍 및 성적 집착이 흔했다. 이들은 피해자의 심리 상태와 사회적 위치를 파악해 신뢰를 쌓아 성 착취나 금전적 욕구를 만족시켰다. 요구가 거부되면 협박과 심리적 압박으로 피해자를 굴복시키려 했다.

    디지털의 순기능과 사회적 대응
    디지털 기기가 무조건 해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된 ‘기능성 게임’은 단순 오락을 넘어 실질적인 문제 해결 및 학습을 지원한다. 인지적 훈련과 감정 조절을 지원하도록 설계된 터라 우울, 불안, 집중력 저하 등의 증상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정신의학 분야에서는 ‘엔데버Rx’라는 기능성 게임이 ADHD 치료용으로 FDA의 승인을 받았다.

    국내에는 아이들의 미디어 사용을 금지하는 법이 따로 없지만, 인권을 중시한다고 알려진 서구 국가들은 아동의 미디어 사용을 법으로 규제한다. 프랑스는 3~15세 학생의 학교 내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했고, 미국 플로리다주에서는 13세 이하의 소셜 미디어 가입을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이처럼 사회 전체가 아이들의 디지털 노출 문제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아이들의 뇌는 쉽게 변한다. 미디어에 영향을 더 쉽게 받지만, 그만큼 회복도 더 빠르게 한다. 무작정 통제하기보다 충분히 사랑해주며 미디어 사용 규칙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식사 때나 잠자리에서의 미디어 사용을 금하고, 부모부터 사용을 줄이는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변화는 아주 작은 곳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

    - 핵심 메시지
    아이들의 미디어 사용은 단순히 시간을 통제하는 문제가 아니다. 뇌 발달 단계에 따른 미디어의 영향과 그 이면에 숨겨진 아이의 정서적 어려움을 이해해야 한다. 무조건적인 금지보다는 사랑과 규칙을 바탕으로 아이의 마음을 먼저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 추천 글
    이 책은 막연한 불안과 죄책감에 사로잡힌 부모들에게 실질적인 해답을 제시한다. 뇌 과학 연구와 실제 사례를 통해 미디어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균형 있게 다룬다. 아이와 함께 현명한 디지털 생활을 하고자 하는 모든 부모에게 꼭 필요한 지침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