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기부와 MMI를 준비하려면 독서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왜 그럴까?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서 지필고사와 수행평가뿐만 아니라 생기부 세부능력특기사항(소위 ‘세특’) 기재도 신경 써야 한다. 수행평가뿐만 아니라 생기부 세특에서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진로와 연계해 자신의 꿈을 펼치겠다는 내용을 담아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독서다.
MMI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독서가 필요하다. 서울대 등 전국 40개 의대의 입시는 최상위권 수험생들의 격전장으로 불리는데, 구술면접고사인 MMI가 의대 합격의 당락을 좌우하는 변수가 되었다. MMI는 이름처럼 ‘여러 개로 구성되는 면접’이다. 보통의 면접은 1곳의 면접실에서 진행되지만 MMI는 소규모 면접이 여러 곳의 면접실에서 연달아 이어진다. 인간관계에서의 의사소통과 딜레마, 인간과 제도, 과학기술, 윤리, 노동, 사회관계 등과 관련된 제시문을 텍스트와 그림, 도표 등 다양한 형태로 출제하고 그와 관련된 질문을 받는데, 질문에 긴장하지 않고 차분히 답변할 수 있으려면 제시문을 빠르게 이해하는 독서 능력을 길러야 한다.
■ 저자 여성오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국사학과 재학 시절 서울대 총학생회장을 역임하고, 공인노무사로 민주노총 서울본부에서 활동했다. 2005년부터 대치동 무지개논술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했으며, 서울대 통합교과형 논술과 연세대 다면사고형 논술 등 대입 논구술 기출문제 자료집을 제작하고, 대일외고, 명덕외고, 과천외고, 양서고 등에서 방과후학교 특강을 진행하며 대입 논구술 및 학생부 세특, 독서 수업 모델을 개발해 왔다.
현재 (주)씨앤에이논술 대치본원 원장으로 대치, 서초, 목동, 강동, 일산, 평촌, 동탄 등 직영 배움터와 전국 80여 가맹 배움터에서 초중고 독서토론논술 수업을 대중화하고 있다. 저서로는 『대치동 독서법』, 『대치동 초등독서법』, 『대치동 글쓰기』, 『초등교과서 어휘 일력 365』 등이 있다.
■ 차례
들어가며 의대입시의 최대변수로 떠오른 독서,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1주 차 《이토록 다정한 개인주의자》
2주 차 《넥서스》
3주 차 《미술관에 간 의학자》
4주 차 《괴짜 경제학》
5주 차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6주 차 《논리는 나의 힘》
7주 차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8주 차 《1984》
9주 차 《마르크스라면 어떻게 할까?》
10주 차 《결정력 수업》
11주 차 《1795년, 정조의 행복한 행차》
12주 차 《노명우의 한 줄 사회학》
13주 차 《필립 짐바르도 자서전》
14주 차 《왕이 절박하게 묻고 신하가 목숨 걸고 답하다》
15주 차 《내가 만난 데미언 허스트》
16주 차 《완벽에 대한 반론》
17주 차 《온전히 평등하고 지극히 차별적인》
18주 차 《소음공해》
19주 차 《미학 스캔들》
20주 차 《장애인을 만난 AI》
21주 차 《선량한 차별주의자》
22주 차 《우리 몸이 세계라면》
23주 차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24주 차 《이타적 인간의 출현》
25주 차 《90년생이 온다》
26주 차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
27주 차 《팩트풀니스》
28주 차 《현재에서 바라본 10년 전, 황우석 사건》
29주 차 《문학으로 다문화 사회 읽기》
30주 차 《헬렌 켈러, 나의 이야기》
31주 차 《우상의 눈물》
32주 차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33주 차 《과일로 읽는 세계사》
34주 차 《인구는 내 미래를 어떻게 바꾸는가》
35주 차 《위기 관리 커뮤니케이션》
36주 차 《생명의료윤리》
37주 차 《뱅크시, 월 앤 피스》
38주 차 《철학카페에서 문학 읽기》
39주 차 《이상한 정상가족》
40주 차 《창백한 푸른점》
41주 차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42주 차 《랩 걸》
43주 차 《허위정보와 팩트체크 저널리즘》
44주 차 《스틱!》
45주 차 《칼의 노래》
46주 차 《근대 의료의 풍경》
47주 차 《바리데기》
48주 차 《로봇 시대, 인간의 일》
49주 차 《새빨간 거짓말, 통계》
50주 차 《고정관념은 세상을 어떻게 위협하는가》
51주 차 《찬란한 멸종》
52주 차 《도덕경제학》
교학점제가 시행되면서 지필고사와 수행평가뿐만 아니라 생기부 세부능력특기사항(소위 ‘세특’) 기재도 신경 써야 한다. 수행평가뿐만 아니라 생기부 세특에서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진로와 연계해 자신의 꿈을 펼치겠다는 내용을 담아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독서이다.
이토록 다정한 개인주의자
‘이토록 다정한 개인주의자(함규진)’는 2024년 8월 발간된 244페이지 분량의 도서입니다. ‘정의란 무엇인가(마이클 샌델)’로 유명한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을 번역한 서울교대 윤리교육과 함규진 교수님의 책입니다.
정약용에 대한 논문을 준비하면서 한국사상과 한국사, 한국정치 사이의 연관성에 대해 깊이 공부하고, 생각하며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진보와 보수 등 서로 대립하고 외면하는 것들 사이의 화해와 연결을 모색하고자 하는 저자의 고민은 내신과 수능, 구술면접을 준비하기 위해 2022 개정교육과정에 맞춘 새로운 교과서로 통합사회 과목을 공부하는 수험생들에게 필요한 내용을 담은 책이기도 합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개인주의’는 사회의 모든 제도에 있어서 개인의 가치를 존중하는 태도로 정의됩니다. 저자는 개인이 ‘한 명의 시민으로서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합리적으로 수행하는 자’를 뜻한다고도 말합니다. 즉, 자신의 자유와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타인도 역시 나와 똑같이 그러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사람이 개인주의자입니다. 그러나 개인주의자를 ‘이기주의자’로 잘못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기주의자는 자기만의 이익과 행복만을 추구하며, 다른 사람을 전혀 돌보거나 생각하지 않는 태도를 지닌 사람을 의미합니다. 이들은 언제나 자기 자신이 먼저이기에, ‘내 생각대로 행동할 자유’만을 강조하며 남의 일에는 귀를 닫고 살아갑니다.팍팍한 현실에 지치고 ‘나 하나 살기도 벅찬데 남을 어떻게 신경 써’라는 생각이 들면서 점점 냉소적이고 이기적인 태도가 자연스러워지기도 하는 것이 오늘의 한국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고대 로마의 신학자이자 철학자인 아우렐리우스 아우구스티누스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이 세상 어느 것 하나도 나와 관계없는 것은 없다. 인류, 도덕의 문제도 나의 일이며, 진리와 자유와 인도와 정의의 문제를 추구함도 나의 일이다.” 의대면접을 볼 때 뿐만 아니라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절대로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와 마주하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자신이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부릅니다. 다른 사람들과 공존하기 위해 최소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문송(문과라서 죄송합니다)’의 시대라지만 철학과 윤리학은 오늘날과 같이 분노와 갈등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올바른 기준으로 스스로를 지키며, 이 세상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길을 제시합니다. 저자는 플라톤의 정의론부터 마이클 샌델의 공동체주의까지 다양한 학자들이 제안하는 가장 현명한 삶의 태도가 바로 ‘다정한 개인주의자’라고 결론 내리며 ‘이토록 다정한 개인주의자’를 책의 제목으로 정했습니다.
한 개인으로서 자기 삶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전쟁같이 힘든 세상입니다. 입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취업 관문을 뚫기 위해, 직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현대인은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삶을 견디며 살아갑니다. 이처럼 서로가 서로를 보듬고 배려하기 힘든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인류는 서로를 위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통합사회 교과서에서 등장하는 주요 학자들의 이론과 부합합니다.
‘남에게 폐 끼치지 않으면서 자유롭고 행복하게 사는 삶’은 요즘 세상을 사는 이들이 바라는 삶의 방식일 것입니다. 그런데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과 자유롭게 사는 것 사이의 균형은 어떻게 맞추어야 할까요?
고속버스에서 좌석 등받이를 뒤로 젖히는 문제로 승객 간에 싸움이 벌어졌고, 여러 언론에서 이 사건을 크게 다루었습니다. 소위 ‘고속버스 좌석 등받이 논란’은 각종 커뮤니티에서 치열한 찬반 논쟁이 이어지는 등 한동안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는데, 단순한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배려’와 ‘자유’ 등 윤리와 관련한 문제로까지 갈등이 확대되었기 때문입니다.
비단 좌석 등받이 문제뿐만 아니라 인터넷 포털에는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사건사고 소식이 매일 끊임없이 올라옵니다. SNS와 유튜브에서는 다양한 비판과 비난이 쏟아지며 찬반 여론이 격렬하게 충돌하지만, 사건은 금세 잊히고 상처와 분노의 흔적만 남는다는 점에 저자는 주목합니다. 이런 모습이 이제 우리에게 익숙해졌다는 점에서 비판적이고도 대안적인 논의의 필요성이 대두됩니다.
논리적 혹은 윤리적 혼란 속에서 우리는 각자의 경험과 가치관에 근거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문제에 여러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무엇이 정말로 옳은지 명확한 기준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더욱이 AI 등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우리가 지켜온 기존의 가치들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고, 세계 경제가 저성장의 길에 접어들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 역시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불안은 점점 타인을 향한 분노와 혐오로 번져가고 있고, 이 때문에 올바른 도덕적 기준과 공존을 위한 태도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이 책은 살면서 한 번은 만나게 될 공자, 애덤 스미스, 데이비드 흄, 리처드 브란트, 필립 페팃, 정약용, 칼 포퍼, 플라톤, 제러미 벤담, 피터 싱어, 주희, 슬라보예 지제크, 발터 벤야민, 이사야 벌린, 로버트 달, 한스 요나스, 소피아 모로, 아마르티아 센, 마사 누스바움,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등 동서고금 20여 명의 주요 학자들의 핵심 개념과 이론들을 소개하므로, 면접뿐만 아니라 생기부 작성, 수능 국어 비문학(독서) 지문 독해와 통합사회에 대비하는 데도 유용합니다.
소음공해
1993년 발표된 단편 소설 ‘소음공해(오정희)’는 심신장애인들을 위해 봉사를 하고 클래식을 즐길 줄 아는, 교양 있다고 여겨지는 여성이 윗집에서 들려오는 정체 모를 소음 때문에 겪게 되는 하루를 담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다른 사람의 사정을 이해하려고 하기보다는 자신의 시간과 자유가 침해되는 상황을 참지 못하고 쉽게 예민해지고 분노하는 우리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지극히 현실적인 설정과 인물로 독자들의 공감을 끌어내고, 극적인 반전을 통해 주인공이 자신도 몰랐던 이중적인 태도를 스스로 직면하게 하여 독자들이 끝까지 책을 놓지 못하게 합니다.
아파트나 빌라와 같은 공동주택에 살다 보면 쓰레기 문제, 주차장 및 공동현관 사용 문제 등 이웃과 의견이 충돌하는 다양한 상황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특히, ‘층간 소음’은 가장 흔하게 벌어지지만 때때로 무서운 강력 사건으로 번지기도 하는 아주 심각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층간 소음은 사람이 집 안에서 생활하는 동안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생활 소음이므로 이로 인한 갈등을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바로 이웃 간의 이해와 배려, 양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서로가 양보하고 배려를 해도 때로는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소음들이 있습니다. 또 이해하고 참아보려고 해도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순간도 있지요. 바로 소설 속에 나오는 주인공과 윗집 여자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힘들게 봉사활동을 하고 온 뒤 오롯이 혼자만의 휴식을 즐기던 주인공은 윗집에서 들려오는 “드르륵드르륵” 소리에 방해를 받습니다. 소중한 시간을 빼앗겼다는 사실에 신경이 예민해진 주인공은 윗집에 어떤 사정이 있는지 궁금해하거나 들어보려 하지 않고, 그저 이 소음을 멈춰 달라고 요청합니다. 그리고 어처구니없게도, 되레 윗집 여자에게 항의의 말을 듣습니다. 여자의 말에 주인공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이제 직접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기로 하면서, 갈등은 최고조에 달합니다.
소설은 ‘층간 소음’이라는 익숙한 소재로 이해와 배려보다 타인에 대한 경계와 배척이 점점 더 흔해지는 각박한 현대 사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려 내고 있습니다. 모범적이고 교양 있는 주인공이 타인의 존재를 공해로 느끼는 모습은 우리에게도 낯설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마치 상대를 이해하는 것을 내가 손해를 보고 희생을 당하는 것처럼 느끼며, 당장 내가 입은 피해에 분노하는 모습은 이제 우리 사회에 너무나 흔한 장면이 되었습니다. 독자들은 책을 읽으며 서로가 서로에게 공해가 되어버린 우리 사회의 민낯을 마주하고, 나아가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한 걸음을 내딛게 됩니다.
이 소설에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평범한 가정주부로서 선하게 살고자 하는 주인공, 공동생활의 수칙을 어기는 이웃을 보며 가족들에게 험담을 하는 주인공의 남편, 잦은 부부싸움으로 충고 아닌 충고를 들은 후로 주인공을 피해 다니는 아랫집 여자 등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우리와 우리 주변의 모습을 지극히 현실적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매주 목요일 시간을 내어 심신장애인 시설에서 자원봉사도 하고 클래식도 즐길 줄 아는, 스스로 교양 있다고 여기는 중년 여성입니다. 하지만 선하게만 비춰졌던 모습 뒤에는 아랫집의 부부싸움 소리를 엿듣고 인생 선배라며 아랫집 여자에게 훈수를 늘어놓기도 하며 남의 일에 간섭을 하는 모습도 있습니다. 또 층간 소음으로 괴로워할 다른 피해자들을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경비실에 전화를 걸어 공동생활의 수칙을 지키지 않는 것이 얼마나 무교양하고 몰상식한 짓인가 등을 일깨우면서 의도치 않게 갈등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누구보다 공동생활 수칙을 잘 지킨다고 자부하는 주인공에게 끊임없이 “드르륵드르륵” 소리가 들려오자 자신이 나서서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소리를 들은 주인공은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보태 ‘아이를 집 안에서 자전거나 스케이트를 타게 하는 상식 없는 젊은 엄마일 것’이라고 윗집 여자에 대해 자기 나름대로 정의해 버립니다. 사실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일부 정보만으로 상황을 판단하는 우리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윗집에 찾아간 주인공이 현관문 너머로 휠체어를 탄 윗집 여자의 허전한 하반신을 보며 어찌할 바를 모를 때, 어느새 우리의 얼굴도 함께 뜨거워지게 됩니다. 주인공의 심리에 온전히 공감하고 집중하다 극적인 반전을 마주하는 순간, 독자들은 스스로를 돌아보고 많은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세계적인 경영컨설턴트이자 IT 미래학자가 쓴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니콜라스 카)’은 인터넷이 인간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주장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이 책은, 인류가 인터넷이 주는 풍요로움을 즐기는 동안 ‘생각하는 능력’을 잃어가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2;저자는 2008년 <애틀랜틱(Atlantic)>에 ‘구글이 우리를 바보로 만드는가’라는 글을 발표했는데, 이 글을 통해 ‘인터넷이 깊이를 잃어버린 지식을 양산한다’고 지적하며 디지털 시대에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오랫동안 기술 분야에서 전문가로 활동한 저자의 이와 같은 역설적 정의는 기술과 인간 사회에 관한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인류가 정보를 다루는 도구의 변화에 따라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인터넷과 스마트 기기로 압축되는 오늘날의 기술 변화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성찰하게 합니다.
나는 책이나 긴 기사에 쉽게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나의 사고력은 일부러 꼬아놓은 서사 구조나 논거의 변화 등을 쉽게 따라갈 수 있었고, 수 시간 동안 긴 산문 속을 헤매고 다닐 수도 있었다. 그러나 요즘 들어서는 그러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한두 쪽만 읽어도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시작한다. 그러다 안절부절못하고 문맥을 놓쳐버리고 곧 다른 할 일을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 나는 다루기 어려운 뇌를 잡아끌고 다시 글에 집중하려 애쓴다. 예전처럼 독서에 집중하는 행위는 어느새 투쟁이 되어버렸다.(25쪽)
니체가 타자기에 끼워진 종이 위에 단어를 칠 때 깨달은 것은 우리가 쓰고, 읽고, 정보를 조작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는 우리 사고가 그 기계에 영향을 주는 것처럼 우리 사고에도 모종의 작용을 한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지적·문화적 역사에 있어 핵심이 되는 주제였다.(85쪽)
현대인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않습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없는 세상은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오늘날 사람들은 필요한 정보나 지식을 도서관에서 찾지 않습니다. 인터넷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몇 번의 검색으로 손쉽게 정보를 습득할 수 있게 되었고, 자연스레 지식의 깊이보다는 효율성과 속도를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정보 기술이 발전한 만큼 자신이 더 똑똑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가 정말로 더 ‘스마트’해졌을까 질문합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쉽고 빠른 검색을 가능케 한 링크 덕분에 인쇄 미디어에 비해 디지털 문서 사이를 건너뛰어 다니기가 더욱 간편해졌다. 문서에 대한 집중력은 더욱 약해지고 일시적인 것이 되었다. 검색 또한 온라인 저작물의 분절화를 초래했다. 검색엔진은 종종 우리가 그때그때 찾는 내용과 깊이 연관 있는 문서의 일부분이나 문장의 몇몇 단어를 보여주며 우리의 관심을 끌지만 이 저작물을 전체적으로 파악할 만한 근거는 거의 제공하지 않는다. 웹에서 검색할 때는 숲을 보지 못한다. 심지어 나무조차도 보지 못한다. 잔가지와 나뭇잎만 볼 뿐이다.(155쪽)
인터넷 시대가 시작된 이래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집중력 저하와 건망증을 호소합니다. 이 책은 우리가 인터넷과 유튜브의 알고리즘을 떠도는 동안 깊이 사고하고, 분석하고, 통찰하는 능력이 점점 감소하고 있음을 뇌과학 이론을 통해 세밀하게 진단합니다. 디지털 기술이 발달할수록 우리는 인터넷을 통한 맥락 없는 정보만 추구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인터넷은 정보나 의사소통 자체를 단순화하고 분절하여 우리에게서 깊이 생각하는 방법을 빼앗고 있습니다.
나는 글을 읽기 시작하면서 이 책이 서술 방식이 매우 뛰어난 것은 물론 풍부한 정보를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집중하기가 매우 어려움을 알아차렸다. 나는 앞뒤로 스크롤하며 키워드를 찾았고 평소보다 더 자주 커피를 가지러 들락거리도 이메일을 확인하고 뉴스를 확인하고 책상 서랍의 파일을 다시 정리하느라 독서를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결국 나는 책을 다 읽었고, 결국 해냈다는 데 기뻤다. 그러나 일주일 뒤 깨달은 것은 읽은 내용을 기억해내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175쪽)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문명의 발달을 추적하며 인류의 사고 능력이 변화하는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설형문자, 상형문자, 그리스 알파벳에 이르는 문자의 발전이 우리의 읽기와 쓰기 방식에 미친 영향, 지도와 인쇄 매체의 발달이 추상적인 사고를 형성하는 과정, 시계의 발명이 개인주의 사상의 주된 동력이 된 역사를 한 권에 담았습니다. 이어서 오늘날 정보 기술이 가져온 놀라운 지적 변화를 진단하며 인터넷이 우리에게 선사한 놀라운 편의성은 물론 그 폐해까지도 적나라하게 밝혀냅니다. 이 책은 새로운 기술이 계속해서 생겨나는 오늘날,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통찰을 제시합니다.
100억 개 이상이 팔려나간 스마트폰의 확산과 그에 따른 소셜미디어의 성장은 우리 삶과 문화의 거의 모든 부분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쳤다. 스마트폰은 우리의 삶에 새로운 질감과 속도를 선사했다. 사회적 규범과 관계를 뒤집어놓았다. 공론장과 정치의 장 역시 재편했다. 더불어 스마트폰의 확산은 몇몇 기업들이 우리가 보고, 행동하고, 의견을 표현하는 방식을 지배하도록 했다.(359쪽)
2020년 기준 한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95%입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은 우리와 더욱 밀접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바로 지금도 거대 인터넷 기업들은 ‘기기에 머무는 시간을 최대화하도록’ 우리를 프로그래밍하며 인간의 사고와 선택을 교묘하게 조종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이 우리 뇌의 구조를 바꾸고 깊이 사고하는 능력을 감소시킨다는 다양한 연구 결과와, 지금의 디지털 환경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가 자녀들의 스마트 기기 사용을 엄격하게 통제한다는 역설적인 사실은 많은 고민을 시사합니다. 2;
인터넷이 인류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앞으로도 점점 더 커질 것입니다. 디지털 문화가 무해하다고 생각한다면, 스마트 기기의 발전과 더불어 인간이 점점 더 똑똑해진다고 믿는다면, 끝없는 하이퍼링크와 알고리즘의 흐름에 정신을 맡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면 반드시 독서다운 독서를 해야 합니다.
바리데기
‘바리데기(황석영)’는 중국대륙과 대양을 건너 런던에 정착한 탈북 소녀 ‘바리’의 여정을 그린 소설입니다. 작가는 소설 속에 ‘바리데기’ 신화를 차용해 환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21세기 현실을 박진감 있게 녹여냈으며, 주인공의 여정을 통해 한반도와 전 세계에 닥쳐 있는 절망과 폭력, 전쟁과 테러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우리 바리가 용쿠나! 가엾은 걸 알문 대답을 알게 된다니까니.
할머니는 다시 손을 내저었고 구름 같은 것이 하얗게 정자 주위를 덮는다.
넌 이제 장승이와 인연을 맺는구나. 앞으로 그 사람하구 살멘 생명수를 찾아내야 하지비.
할머니, 다른 고장 사람들두 나처럼 저희 조상 혼들이 있나?(204쪽)
북한 청진에서 지방 관료의 일곱 딸 중 막내로 태어난 주인공은 아들을 간절히 원했던 부모에 의해 숲속에 버려집니다. 그런 그녀를 풍산개 ‘흰둥이’가 다시 데려다놓고, 버린 아이라고 하여 ‘바리’라는 이름을 얻게 된 주인공은 심하게 앓고 난 뒤부터 영혼, 귀신, 짐승, 벙어리 등과도 소통하는 능력을 지니게 됩니다.
희망을 버리면 살아 있어도 죽은 거나 다름없지. 네가 바라는 생명수가 어떤 것인지 모르겠다만, 사람은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해서도 남을 위해 눈물을 흘려야 한다. 어떤 지독한 일을 겪을지라도 타인과 세상에 대한 희망을 버려서는 안 된다.(286쪽)
시간이 흘러 소련이 무너지고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면서 북한의 정치경제는 급속히 나빠지고 홍수로 죽는 이들이 늘어납니다. 중국과 무역업을 하던 외삼촌은 결손이 나자 몰래 탈북해 남한으로 들어갔다는 소문이 들립니다. 외삼촌 때문에 아버지는 모진 고초를 당하고, 어머니와 언니들도 다른 지역으로 강제 이주되면서 식구들은 뿔뿔이 흩어지게 됩니다.
우리 모두가 철없는 것들이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잠깐 고개 숙여 기도하고 나서 덧붙였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전쟁은 힘센 자의 교만과 힘없는 자의 절망이 이루어낸 지옥이다. 우리가 약하고 가진 것도 없지만 저들을 도와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세상은 좀 더 나아질 거다.(290쪽)
전통 설화에서 ‘바리데기’는 오귀대왕의 일곱째 공주로 태어나 버려집니다. 하지만, 부모가 병이 들자 나머지 딸들은 약을 구해 오기를 거절하고 바리데기만 저세상으로 가서 온갖 고생 끝에 서천의 영약(생명수)을 구해 죽은 부모를 살립니다. 이후, 바리데기는 사자를 저승으로 인도하는 오구신으로서 무당의 원형으로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이 소설은 전쟁과 국경, 인종과 종교, 이승과 저승, 문화와 이데올로기를 넘어 신자유주의 체제의 그늘을 해부하는 동시에, 분열되고 상처받은 인간과 영혼들을 용서하고 구원하는 대서사를 펼쳐 보입니다. 한겨레신문에 연제된 내용을 한 권의 책으로 모아 엮어 속도감 있는 문장과 감동적인 내용이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1943년 만주 장춘에서 태어나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습니다. 고교 재학 중 1962년에 소설 『입석부근』으로 신인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이후 한일회담반대시위에 참여했다가 경찰서 유치장에 갇히게 되고 그곳에서 만난 일용직 노동자를 따라 전국의 공사판을 떠돕니다. 공사판과 오징어잡이배, 빵공장 등에서 일하며 떠돌다가 승려가 되기 위해 행자생활을 하기도 했습니다.
해병대에 입대해 베트남전에 참전하여 이때의 체험을 담은 단편소설 ‘탑’이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다시 문학으로 돌아옵니다. 이후 ‘객지’, ‘한씨연대기’, ‘삼포 가는 길’ 등을 차례로 발표하면서 한국 리얼리즘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특히 1974년부터 1984년까지 한국일보에 연재한 ‘장길산’은 지금까지도 한국 민중의 정신사를 탁월한 역사적 상상력으로 풀어낸 대작으로 평가받습니다. 1989년 방북 후 독일 미국 등지에서 체류했으며 1993년 귀국하여 방북사건으로 5년여를 복역하고 1998년 석방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