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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음악 교사입니다
 
지은이 : 박미지, 김경태, 강민지, 김광훈, 김근애, 김형국, 김혜숙, 오누리, 윤지훈, 윤진, 이화동 (지은이)
출판사 : 성안당
출판일 : 2026년 04월




  • 이 책은 11명의 음악 선생님들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한 생생하고 다양한 이야기로, 진로 및 진학에 대해 고민하는 청소년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내고 싶다는 바람에서 써 내려간 이야기다. 음악 선생님으로서 먼저 경험하고 알게 된 삶의 지식 중에서 ‘음악’을 통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나는 음악 교사입니다


    매일 즐거운 ENFP _ 윤진
    함께 자라 보자, 나 좀 키워 줘라
    음악수업은 즐거워야 제맛
    -노는 게 제일 좋아, 게이미피케이션 음악수업
    〈무한도전〉의 박명수 짤로 유명한 "꿈은 없고요. 놀고만 싶습니다."를 혹시 아시는지? 매일이 즐거웠으면 하는 파워 ENFP인 나에게 아주 적절한 표현이었다.

    일반고에 근무하며 학업에 지친 학생들을 많이 보았다. 음악실은 숨통이 트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주고 싶었다. "음악은 수능도 안 보는데, 왜 배워야 해요?"라며 심통 부리는 학생들이 스스로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는 음악수업을 만들고 싶었다. 너희를 위해서라면 내가 광대가 되어 보리라.

    대학 생활에 경험한 숱한 게임들과 예능 프로그램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음악 퀴즈 게임들을 많이 만들었다. 빙고, 스피드 퀴즈, 인물 퀴즈 등등 각종 게임에 음악수업 내용을 접목했다. 그렇게 파다 보니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이라는 용어가 있었다. 게이미피케이션이란 "게임(game)"과 "~화하다(~ification)"의 합성어로 게임의 매커니즘, 사고방식, 디자인 요소 등을 적용해 재미와 보상을 제공하는 기법이다. 이걸 그대로 수업에 가져온다면? 그것이 바로 게이미피케이션 교육인 거다. 게임 요소를 활용해 학습 흥미와 동기를 유발하고 집중력과 몰입도를 높인다. 약간의 보상이 있다면 보다 적극적인 참여가 가능하다. 또한 게임 진행을 위해 학생 스스로 공부하는 열정을 보이니 이보다 좋은 수업이 어디 있을까! 수업에 자주 쓰는 게임 몇 가지를 소개한다.

    1. 리듬 게임
    리듬 게임은 시계를 기준으로 1~12까지 시각에 맞춰 12가지의 4박 리듬을 익힐 수 있는 게임이다. 공격자는 4박에 맞춰 이름과 시각을 외치고 4박을 센다. 이름이 불린 사람은 해당 시각의 리듬을 박자에 맞춰 읽은 후, 공격자가 되어 게임을 이어 간다. 공격은 정각과 5분 단위로만 가능하다. 예를 들어 "내 친구 ○○아, 한 시 십오 분!"이라고 공격하면, 1과 3에 해당하는 리듬꼴 두 개를 연속해 읽어야 성공이다. 게임 진행을 위해서는 12가지 리듬꼴을 정확히 알아야 하며, 리듬은 "코다이 리듬법"으로 읽는다.

    2. 멜로디 게임
    멜로디 게임은 "부루마블"이라는 보드게임에서 착안한 게임이다. 사실 부루마블 그 자체라고 해도 무방하다. 게임 진행을 위해 게임판과 개별 학습지가 제공된다. 학습지에는 빈 오선지가 있고, 그 아래는 다장조의 주요 화음 기호들이 적혀 있다. 게임으로 획득한 리듬꼴을 주요 화음 구성음에 맞춰 입력해 음악을 완성해 가는 게임이다. 모든 말은 게임판의 "START"에서 시작하고, 주사위를 굴려 나오는 수만큼 말을 이동한다. 게임판에는 숫자와 공격, 교환, 무인도, 황금열쇠 등 게임 요소들이 섞여 있다.

    게임판에는 1~6의 숫자가 무작위로 섞여 있는데, 이 숫자는 리듬 게임에서 익혔던 12가지의 리듬꼴 중 6개를 선별해 번호를 매긴 숫자이다. 주사위 수만큼 말을 옮겨 게임판 위에 도착했다면, 게임판 위의 숫자에 해당하는 리듬꼴을 선택한다. 입력해야 할 마디의 화음 구성음을 찾아 악보를 채워 먼저 완성하는 사람이 승리한다.

    3. 데시벨 챌린지
    소음을 측정할 수 있는 무료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다. 가창수업 때 활용이 가능하고, 모둠별로 "최고 데시벨은 누구?" 혹은 "기준 데시벨을 넘겨라!" 등의 미션을 제시해 게임이 가능하다. 음악실에 나름의 무대를 꾸미고, 가운데 데시벨 측정 애플리케이션을 켜 놓는다. 모둠별로 순서를 정해 참여하고, 순간 최고 데시벨을 측정해 경쟁하는 간단한 게임이다.

    4. 장단 게임
    감사하게도 국립국악원에서 "국악놀이터"라는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하고 무료로 배포해 주었다. 민요의 다양한 장단을 익힐 수 있는데, 그중 "장단 게임"이라는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 장단 게임을 누르면 장구의 북편과 채편을 터치할 수 있도록 화면이 바뀌고, 민요에 맞춰 장단을 정확히 연주해 점수를 획득하는 게임이다.

    5. 교과서 음악 퀴즈
    tvN 예능 프로그램 〈신서유기〉에서 클래식 음악을 들려 주고 작곡가와 제목을 맞히는 게임이 인기를 끌었을 때, "바로 이거지!" 하면서 문제를 만들었다. 1단계는 음악을 들려 주면 작곡가와 제목을 빠르게 외쳐 점수를 획득하는 것이다. 2단계는 작곡가 사진을 보여 주면 빠르게 정답을 외쳐 점수를 획득하는 인물 퀴즈로 진행된다. 문제는 교과서에 나오는 제재곡으로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다. 정악과 민요, 가곡과 가요까지 교과서의 다양한 곡들을 섞어 어떤 장르가 나올지 모르게 긴장감을 유발할 수 있다. 3월 첫 만남 때 "자리 선정"에 활용해 보시라. 학생들의 반응이 폭발적이다.

    #3월 개학 #음악실 #첫인상 #재밌는데?

    이런 해시태그를 바로 완성할 수 있다.


    함께 배우는 김근애
    내가 꿈꾸는 교사의 모습
    소명인가 즐거움인가
    -다시 배우다
    운이 좋게 평소 존경하던 선생님들과 함께 음악 교과서를 집필하게 되었다. 나는 국악 분야를 맡아 집필하던 중, 국악수업에 대한 아이디어가 충분하지 않다는 한계를 느꼈다. 국악을 전공했음에도 ""국악수업은 이거다""라는 것을 선뜻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없었다. 판소리나 민요를 학생들과 함께 부르고, 국악기를 지도하는 것에는 큰 어려움이 없지만, 이를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교수법이나 수업 전략, 학습자료는 충분하지 않다고 느꼈다.

    이 생각은 국악수업에만 머물지 않았다. 음악을 전공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음악수업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 학교 음악교육만이 제공할 수 있는 경험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이미 이러한 고민을 연구와 수업 사례로 풀어내는 선생님들의 수업을 보며, 음악수업이 학생들의 지적 자산으로 확장되려면 어떤 경험으로 자리 잡아야 할지 고민하게 되었다.

    그 무렵, 학교를 옮기게 되었다. 산 위에 자리한 전교생 100여 명의 작은 중학교. 그동안 고등학생들만 접한 나에게 중학생들은 너무나 밝고 어리고 사랑스러웠다. 학생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새로운 교사를 바라보았고, 궁금한 점들을 끊임없이 질문했다.

    그들의 태도에 감동하여, 나는 더욱 열심히 수업 준비에 몰두했다. 그러나 어느 날 활동지에 적은 내용을 점검하던 중 학생들이 학습 내용을 절반도 따라오지 못한다는 것을 발견하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고등학생과 중학생의 간극은 컸다. 아이들에게는 내가 사용하는 말과 개념이 낯설어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어떤 반에서는 학생들의 이야기 욕구가 커 수업 진행이 쉽지 않은 날도 있었다. 마치 뾰로로 같은 이 아이들이 수업에 관심이 없는 듯 보일 때면 마음이 상하기도 했다.

    그러다가도 복도에서 마주칠 때마다 수업 시간에 부른 노래를 흥얼거리고 반갑게 인사하는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풀어졌다. 그리고는 내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음악수업을 통해 어떤 배움이 일어나야 하는지 다시금 스스로에게 물었다.

    실용음악과에 오래 근무하면서 대중음악과 전자음악에 대한 이해는 깊어졌지만, 그만큼 일반 음악 교과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졌다. 그래서 국악을 더 깊이 연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우연히 대학원 음악교육과 박사과정 모집 홍보글을 접했다. 결과를 알 수 없지만 도전해 보고자 준비했다. 다행히 합격 통지를 받았다.

    현재 박사 과정에는 초등학교 교사, 중학교 교사, 예술강사 등 다양한 배경의 대학원생들이 있다. 이들과 함께 수업을 들으며 음악교육에서 학교급간 연계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고 있다. 고등학교에 근무할 때는 ""중학교에서는 무엇을 배우고 왔기에 학생들이 이렇게 어려워할까?""라는 생각을 했고, 중학교에 와서는 ""초등학교에서는 어떤 경험을 했을까?""라는 질문이 이어졌다. 그 이유를 이 곳에서 알게 되었다.

    학교 업무와 대학원 공부, 육아를 병행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스트레스와 피로가 쌓여 체력적 한계를 느낄 때도 있고, 애써 준비할 일이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져 마음이 지칠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처음 이 길을 선택한 이유와 학생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다시 힘을 내본다. 내가 선택한 길이니, 그 과정에서 배움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자고 되뇌인다. 잘하려는 욕심 대신 배운다는 자세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음악으로 잇는 마음
    학교에 매일 출근하여 만나는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고민과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멀리서 달려와 인사를 건네며 "선생님, 제 이야기 좀 들어 보세요!"라며 하소연하는 1학년 아이들, "애근쌤~", "친근애쌤~", "포근애쌤~~~!!!" 등등 수많은 애칭으로 부르며 장난스럽게 반항하는 사춘기 2학년 아이들, 멀리서 눈빛을 보내고 씨익 웃으며 조용히 인사하고 지나가는 어른스러운 3학년 아이들까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제각각이지만, 그 안에는 모두 따뜻함과 반가움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이런 아이들에게 음악수업은 어떤 의미일까? 나는 음악이 아이들의 마음속 이야기를 표현하는 통로가 되기를 바란다.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과 세상의 다양한 변화를 음악을 통해 느끼고 공감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특히 국악수업은 아이들에게 특별한 경험이다.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우리의 소리를 통해 "나"와 "우리"를 새롭게 발견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국악은 단순한 전통이 아니라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정서적 자산이며,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이 자신의 뿌리를 이해하고 이를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소중한 도구가 될 수 있다.

    특히 평소 조용하던 아이가 음악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순간을 마주할 때면, 모든 아이가 저마다 보물 같은 감성을 지니고 있음을 다시금 깨닫는다. 그래서 악기 연주나 노래 평가에 앞서 학생들에게 늘 이런 말을 건넨다. 

    “지금 연주하는 이 순간은 누구보다 네가 최고의 연주자야. 그러니 자신 있게 노래하렴.”

    현재 근무하는 학교 역시 넉넉한 예산은 없지만 꾸준히 음악 발표회를 하고 있다. 교육청의 악기 대여 지원사업을 활용해 여러 악기를 음악수업에 도입했다. 학생들은 학기 말 발표회, 축제 등을 통해 무대에 서는 소소한 경험을 한다. 일상 속에서 무대 경험을 통해 박수를 받고 또 다른 사람에게 박수를 보내는 격려의 경험들이 아이들에게 따뜻하고 의미 있는 기억이 될 것이라 믿는다.

    학생들이 만나는 음악수업이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마음을 어루만지고, 서로를 이해하며 소통하는 도구가 되길 바란다. 그리고 우리의 전통 속에서 발견한 아름다움이 아이들의 삶을 더욱 풍족하게 만들어 주기를 소망한다.

    *국악놀이터
    국악놀이터는 국립국악원에서 개발하여 서비스하는 애플리케이션이다. 국악교육의 활성화를 위해 현장에서 활용하도록 구성했다. 이용 대상은 초등학교이나, 중학교에서도 활용 가능하다. 크게 가락 만들기, 장단 배우기, 합주 등의 학습 활동으로 구분된다.

    1. 가락 만들기
    토리, 장단, 민요를 차례로 설정하여 제시된 민요 가락 중 두 장단의 가락을 변형하는 형태이다. 가락을 만들고 나면 왼쪽의 악기 선택에 제시된 악기(소금, 단소, 가야금, 해금, 양금, 거문고, 피리) 중 원하는 국악기를 선택하여 작곡한 음악을 국악기의 음색으로 들어볼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음원으로 저장하여 공유할 수 있다.

    2. 장단 배우기 
    사물놀이 악기(장구, 꽹과리, 징, 북) 중에 하나를 선택한 후 장단을 익히는 기능과 장단꼴을 만드는 기능으로 나뉜다. 악기별로 자진모리 장단, 중중모리 장단, 굿거리 장단, 세마치 장단을 들어 보고 이를 태블릿으로 연주하도록 구성되었다.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기능이 있어 장단 게임을 하면서 재미있게 장단을 학습할 수 있다.

    3. 합주 혼자 연주하기 
    기능과 같이 연주하기 기능으로 설정되어 있다. 다만, 이를 실행하기 위해 로그인을 해야 하는 등 현재 서비스 제약이 있다.

    *국립국악원의 국악 디지털 음원 서비스
    대부분 디지털오디오편집 프로그램(DAW)에는 여러 서양 악기 기반의 음원들이 풍부하게 있으나, 국악 관련 디지털 음원은 현저히 부족하다. 이로 인해 국악 창작을 시도하는 작곡자들은 실제 작업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립국악원은 디지털 음원 샘플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홈페이지에서는 각 악기별로 단음, 악구, 확장 음원을 비롯해 연주법과 시김새까지 충실히 담은 자료를 다운로드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하여 질 높은 국악 사운드를 가지고 창작 활동을 할 수 있고, 디지털기기 교육활동에도 활용할 수 있다.


    소리로 빛나는 오누리
    음악 교사가 되다
    음악의 생활화를 꿈꾸며
    누군가 나에게 음악교육철학을 묻는다면, 학생들이 평생 음악을 곁에 두고 예술을 향유할 줄 아는 문화민주시민으로 성장시키는 것이라고 답한다. 너무 거창해서 누군가는 코웃음을 칠 수도 있지만 실제로 그러하다. 나는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 음악을 곁에 둠으로써 각자의 삶 속에서 음악이 그들의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일 년에 한 번쯤은 공연 관람에 들어가는 돈을 아까워하지 않으며, 음악을 통해 소통할 줄 알고 배려하는 마음을 배운 문화민주시민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렇듯 교사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교육철학이 가르침의 중심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 음악 교사들 역시 자신만의 교육철학이 수업을 비롯한 다양한 음악 활동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

    우리의 아름다운 음악이 때로는 주요 과목이 아니라는 이유로 무시당하는 일도 가끔 있다. 그렇기에 교사가 되기 전 그리고 학교 현장에 들어온 후 교사는 자신만의 교육철학을 반드시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것은 때때로 찾아오는 교직 생활의 어려움 속에서 나를 다시 일어나게 하는 아주 근본적인 힘이 되어 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야무진 꿈의 실현을 마음에 두고 학교에서 음악의 생활화를 위해 나름 애쓰고 있는 부분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런치 콘서트
    대부분 학생들은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길어야 중학교 1~2학년이면 음악과 관련한 과외 활동을 중단하게 된다. 대학 입시를 목표로 다녀야 할 학원이 많기 때문이다. 경제적·시간적으로 여유가 많다면 지속할 수도 있겠지만, 어느 이유에서이건 하나를 줄여야 한다면 예체능 과목을 줄여야 하는 것이 현재 상황으로는 맞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경우 학생들이 성인이 되어 다시 음악을 마주했을 때 음악이 낯설게 느껴질 가능성이 크다. 음악은 예술적인 부분과 더불어 기능적인 부분이 있기 때문에 잠시라도 손을 놓으면 그 감각을 찾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5학년까지 피아노를 쳤지만 (그 후로 개인적으로 연습을 하거나 연주한 경험 없이) 스무 살이 넘어 피아노 앞에 앉는다면, 아마도 초등학교 5학년 때 쳤던 그 악보는 연주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단지 음악을 배웠던 경험만 어렴풋이 남아 있을 것이다.

    정말 대부분 학생들이 그렇다. 학기 초, 학생들의 음악 경험을 질문할 때면 피아노학원은 대부분 다녀봤지만 합창제 반주를 할 학생을 찾기는 어려웠다. 그 외 다른 악기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입시를 준비하는 상황에서도 음악을 놓지 않고 음악을 생활화하는 성인으로 사회에 나갈 수 있게 할까 고민했다.

    점심시간을 활용해 학생들에게 지속적인 연주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다. 악기 연주를 하지 못하는 친구들에게는 직간접적으로나마 공연장 문화를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 매일을 바쁘게 사는 학생들이 공연을 보러 시내로 나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렇게 무대를 만들어 주면 악기를 배운 경험이 있는 학생들도 연주 활동을 지속함으로써 성인이 되어 음악을 다시 곁에 둘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 생각했다.

    곧바로 런치 콘서트 참가자들을 모집했고, 생각보다 반응은 좋았다. 런치 콘서트에 참가 신청한 학생들을 따로 불러 먼저 그 실력을 검증하고 최종적으로 출연자를 확정했다. 그리고 좌석도 미리 예약을 받았다. 좌석을 예매한 학생들은 의자에 앉아서 공연을 관람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언제든 입석으로 뒤에 서서 볼 수 있게 음악실 문을 살짝 열어 두었다. 실제 공연장처럼 좌석 번호도 지정하고 티켓도 만들었다.

    취미로 음악을 배운 학생들을 비롯하여 음대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도 무대를 제공했다. 런치 콘서트의 반응은 정말 좋았고 현재도 성황리에 진행 중이다. 음악 교사들은 이렇듯 점심시간을 문화 향유의 시간으로 전환하고 입시 위주 환경 속에서 음악 활동의 연속성을 유지하며, 건전한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공연문화를 자연스럽게 정착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있다. 각자의 상황 속에서 창의성을 발휘하여 학생들에게 음악 활동의 연속적 기회를 제공해 보자.

    -합창제를 하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는 이미 합창대회가 있었다. 합창대회를 위해 1, 2학년 전교생은 음악 시간에 합창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도 자연스럽게 합창을 음악 활동의 일부로 받아들였고, 나도 해를 거듭할수록 노하우가 쌓여 보다 계획적인 합창수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합창은 합주(오케스트라)와 다르게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의미에서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에 학급 합창은 누가 못한다고 해서 그 학생을 뺄 수도 없다. 무조건 다 함께 해야 하는 (전문가 입장에서는 극한의) 상황에서 하나의 완성된 음악을 만들어 무대에 서야만 하는 멋진 미션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미션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교사와 학생들은 소리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음의 높낮이와 소리의 색채를 조율해 나가며 "함께"의 가치를 몸소 배우고 느낄 수 있다. 또한 수십 명의 목소리를 섞어(blending) 하나의 소리로 만들어 가는 과정과 진지하게 무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음악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경험하게 된다. 학창시절의 추억은 덤이다.

    음악으로 소통하며 공동체를 경험하고 음악의 심미적 감성을 체험할 수 있으며 창의성을 발휘하여 학급이 주도적으로 무대를 준비하는 이 완벽한 행사는 대한민국의 모든 학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각 학교마다 상황이 다르겠지만, 가능하면 합창대회를 열어 학생들이 합창으로 하나 되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도와 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음악 교사를 꿈꾼다면 종교단체, 아마추어 합창단, 학교 합창단 등 가리지 말고 들어가 합창을 경험하길 바란다. 교사 본인이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학생들을 지도할 수 없다. 나중에 음악 교사가 되어 합창대회를 연다면 연락하시라. 노하우를 전수해 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