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고전을 낯설고 딱딱하게 느끼는 초등 고학년과 중학생이 장자의 지혜를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구성한 청소년 고전 입문서이다. ‘장자’ 속 100여 가지 이야기 가운데 사고력과 인성 함양에 도움이 되는 16가지 핵심 장면을 선별해, 세상의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원하는 삶을 생각해 보도록 이끈다.
책은 짧은 원문을 만화와 스토리텔링으로 재구성해 아이들이 한 편의 동화처럼 고전을 읽을 수 있게 한다. 여기에 등장인물 소개, 토막 상식, 원문과 해설, 시대적 배경 설명을 더해 낯선 어휘와 개념을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돕고, 이야기 속 인물들의 선택을 따라가며 자신의 마음과 행동을 돌아보게 한다.
고전 읽기를 어려워하던 아이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장자의 가르침을 쉽고 재미있게 이해하고 생각하는 힘, 문해력, 바른 인성, 읽기에 대한 자신감까지 함께 키워 갈 수 있을 것이다.
■ 저자 돌핀미디어
저자 돌핀미디어는 교육과 고전 분야를 중심으로 활동해 온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콘텐츠 제작팀이다. 아동 문학 작가, 아동 교육 전문가, 고전 연구가, 시나리오 작가 등 다양한 영역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구성원들이 모여,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책과 교육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어 오고 있다.
고전을 재미있고 쉽게 풀어내는 데 그치지 않고, 아이들의 사고력과 올바른 가치관 형성에 도움이 되는 내용을 선별하고 재구성하는 데 주력했다. 또한 지식 전달을 넘어, 고전 속 사상과 이야기를 오늘의 삶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콘텐츠를 만들어 가고 있다.
■ 역자 권성지
역자 권성지는 부산교육대학교에서 영어 교육학을 전공하고 방송통신대학교에서 중국 문학을 공부했다. 중국어를 처음 배운 스무 살 이후 한문과 중국 문학의 매력에 푹 빠져 살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며, KT&G 상상마당의 ‘차이나는 출판 번역 과정’을 수료한 후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처음 읽는 논어’, ‘처음 읽는 맹자’, ‘지구 야옹족 탐구 보고서 1, 2’, ‘너도 고민이 있니?’, ‘동글동글 양배추가 궁금해’ 등이 있다.
■ 차례
옮긴이의 말_장자, 마음의 주인으로 자유롭게 살아가기
들어가기 전에_춘추전국시대와 제자백가
등장인물
곤과 붕 이야기_눈앞의 세계보다 드넓은 세계
요임금의 고민_자신에게 어울리는 것이 최고
신기한 박 이야기_상황에 맞게 자유자재로 변화하는 법
하백, 깨달음을 얻다_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기
포정과 저공_법칙을 발견하고 거스르지 않으면 무엇이든 순조롭다
외발 짐승 이야기_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으로 존재할 것
와각지쟁 이야기_우주의 넓음을 알고 자신의 작음을 깨닫기
문왕, 현자를 찾다_진정한 현자는 자신을 뽐내지 않는다
소년, 용 잡는 꿈을 꾸다_과녁을 잘 보아야 빗나가는 화살이 없는 법
오만한 원숭이와 겸손한 은자_빈 수레가 요란한 법
장자, 검술을 논하다_마음가짐과 생각이 사람의 품격을 결정한다
장자, 밤나무 동산에 가다_꿈 같은 세상에서 상처받지 않고 살아가기
말 잘 키우는 법?_타고난 본성대로 사는 것이 최고
장자, 양식을 꾸러 가다_먼 물로는 가까운 불을 끌 수 없다
거북이, 물고기, 봉황 이야기_자신에게 맞는 인생을 살아라
친구의 죽음_진정한 우정, 그리고 삶과 죽음을 대하는 자세
고전의 큰 흐름과 핵심을 한눈에 이해하고, 삶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도록 돕는 이야기들. 실천적 지향점과 지혜를 발견하여 하루의 말과 행동을 돌아보고, 관계 속에서 흔들리거나 선택의 기로에 설 때 소중한 멘토가 되어준다.
처음 읽는 장자
신기한 박 이야기_상황에 맞게 자유자재로 변화하는 법
장자와 혜시는 무슨 말이든 털어놓을 수 있는 친한 친구였어요. 장자의 단짝 친구로 알려진 혜시는 호감형 얼굴에 몸매는 통통했어요. 환한 미소에 볼은 발그레하고 웃을 때마다 귀여운 덧니 두 개가 살짝 보였답니다.
그날도 장자는 초대를 받아 혜시의 집으로 갔어요. 문에 막 들어서려는 찰나, 무언가 퍽 하고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어요.
소리가 나는 곳을 따라가 보니 바닥에 박 조각이 널브러져 있었어요. 혜시는 그 사이에 쪼그려 앉아 있었어요.
“젠장, 이 쓸모없는 박 같으니!”
혜시는 발을 쿵쿵 구르며 소리쳤어요.
“박이라니, 무슨 일인가?”
장자가 고개를 쑥 내밀고 물었어요.
“어휴, 됐네. 말도 꺼내기 싫어.”
혜시는 성질을 내며 너저분히 깔린 박 조각들을 가리켰어요.
“언젠가 위나라 왕이 진귀한 물건이라며 박씨를 내게 선물했다네. 난 그 박씨를 심고 정성으로 돌보았지. 그런데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거대한 박이 열려 버렸지 뭔가!”
“박 심은 데 박 난 것뿐인데, 화낼 게 뭔가?”
장자는 혜시의 반응을 단박에 이해할 수 없어서 아리송한 마음으로 물었어요.
혜시는 고개를 내젓고 두 팔을 허공에 휘저으며 설명했어요.
“여보게, 이놈의 박이 좀 커야지. 내가 두 팔로 감싸도 한 아름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라네. 너무 커서 화딱지가 날 지경이란 말일세! 무엇보다 이 정도 크기로 자란 박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네. 물을 담아서 그릇처럼 쓰려고 해도 박이 그리 견고하지도 않아. 만약에 물을 담으면 물이 가득 차기도 전에 박부터 먼저 쩍 소리를 내며 쪼개질걸세.”
장자가 풉 하고 웃음이 새어 나오는 것을 참지 못하고 크게 웃음을 터뜨렸어요.
“그럼 다른 데 쓰면 될 일 아닌가.”
혜시는 한숨을 뱉으며 설명했어요.
“처음에는 나도 그렇게 생각했지. 물통으로 쓰지 못하니 아예 쪼개어 표주박으로 쓰고자 했어. 그런데 웬걸? 표주박이 너무 커서 가장 커다란 물독에도 들어가지 않았네. 그뿐인가. 이 표주박을 어디에 놓을지도 문제였다네. 아무리 궁리해 봐도 적당한 장소를 찾을 수 없었어!”
벌겋게 달아오른 혜시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던 장자는 또다시 푸하하 웃음을 터뜨렸어요.
“참 안타깝게 됐군 그래. 위나라 왕의 성의를 몰라주다니 말이야. 자네는 아주 귀한 물건을 깨뜨린 걸세.”
“이 박 덩어리가 귀한 물건이라고?”
혜시는 장자가 자신을 일부러 놀리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장자가 무슨 말을 꺼낼지도 몹시 궁금했답니다. 혜시가 물었어요.
“그러면 한번 말해 보게, 박이 도대체 무슨 쓸모가 있단 말인가?”
장자는 손을 내저으며 느릿느릿 말을 끌었어요.
“예전에 송나라에 어떤 사람이 살았다네. 쉽게 ‘송냥이’라고 부르지! 송냥이에게는 특별한 연고를 만드는 비법이 있었어. 그 연고를 손에 바르면 아무리 추운 날씨에도 동상을 입지 않았지. 송냥이는 그 연고 덕분에 사계절 내내 따뜻하게 깨끗한 빨래를 하고 힘들지 않게 생선을 잡아서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었다네...”
장자의 이야기가 이어졌어요.
“그러던 어느 날, 그 연고의 소문을 듣고 송나라로 부리나케 달려온 사람이 있었다네. 그는 생선 백 상자를 주고 연고 제조법을 사들였지.”
“비법 하나로 생선 백 상자를 얻다니!”
혜시의 두 눈이 똥그래지자 장자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어요.
“생선 백 상자를 얻은 송냥이는 뛸 듯이 기뻤지. 그런데 그가 까맣게 모르는 사이, 연고 제조법을 산 자는 그길로 오나라에 달려갔지 뭔가. 그리고 오나라 왕에게 비법을 바쳤다네. 그해 겨울은 유난히도 추웠어. 오나라는 마침 월나라 침공을 준비하고 있었지. 오나라의 병사들은 특별한 연고 덕분에 동상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네. 반면 팔다리가 꽁꽁 얼어붙은 월나라 군대는 처참하게 박살나 버렸지.”
“맙소사, 그러면 그자는 적잖은 포상을 받았겠구만?”
장자의 이야기에 푹 빠져든 혜시는 저도 모르게 탄성이 터졌어요.
“승전보를 받아 든 오나라 왕은 쾌재를 불렀지. 통쾌한 기분에 연고 제조법을 바친 사람을 어느 땅의 영주로 삼았다네! 똑같은 연고 제조법으로 송냥이는 고작 빨래와 고기잡이를 했는데, 어떤 사람은 땅과 작위를 얻은걸세. 이처럼 같은 물건도 다른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네. 안타깝구만, 혜시! 자네에게도 이런 기회가 있었는데 말이야.”
그 말에 혜시는 한참 동안 멍하니 있었어요.
“그래서 이 박으로 도대체 뭘 할 수 있다는 건가?”
혜시가 재촉하자 장자는 창밖을 내다 보며 근처의 호수를 가리켰어요.
“이제 배도 든든히 채웠겠다. 커다란 박에 밧줄로 몸을 묶고서 드러누워 햇볕도 쬐고 호숫가에서 둥둥 떠다니며 노는 거지. 어떤가, 생각만 해도 즐거운 일 아닌가?”
장자의 말을 들은 혜시는 눈을 반짝이더니, 뒤뜰로 달려가며 소리쳤어요.
“박은 없지만 박 줄기는 남아 있네! 지금부터 물과 거름을 주면 다음에 자네가 을 때는 함께 호수에서 박을 타고 햇볕을 쬘 수 있을걸세!”
장자는 껄껄 웃음을 터뜨렸어요. 장자는 혜시가 자신의 말뜻을 이해했다는 사실을 알았답니다.
문왕, 현자를 찾다_진정한 현자는 자신을 뽐내지 않는다
전설에 따르면 주나라 문왕이 장 땅에서 노닐 때, 강가에서 낚시하는 흰 수염의 노인을 봤다고 해요. 신기하게도 그 노인은 낚싯대를 잡고는 있지만, 전혀 낚시를 하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어요.
정신을 집중하여 수면을 응시하다 입질이 오면 재빨리 낚싯대를 들어 올리는 것이 낚시의 기본이지요. 그러나 노인은 낚싯대를 들고만 있지, 고기를 낚겠다는 마음이라곤 없어 보였어요.
“어르신, 어째서 그런 방법으로 낚시를 하십니까? 그러면 고기가 낚입니까?”
흰 수염 노인은 고개를 가만히 저었어요. 그리고 손에 쥔 낚싯대를 천천히 흔들며 차분하게 되물었어요.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왕 노릇을 하는 자들은 하나같이 돈과 벼슬로 현자를 불러들이려 하지요. 그리하여 오히려 돈과 벼슬에 눈이 먼 자들만 낚을 뿐이고요. 그래서 저는 물고 싶은 놈만 물도록 내버려 두는 겁니다!”
노인의 말에 주문왕은 흠칫 놀랐어요. 이 사람은 틀림없이 보통 노인이 아니라고 생각했지요.
주문왕은 아예 자리를 깔고 앉아 흰 수염 노인과 깊은 대화를 나누었어요. 대화 끝에 이 노인이 지혜를 갖춘 비범한 현자라고 결론을 내렸답니다 왕은 노인을 재상 자리에 앉히고 싶었어요.
다른 대신들이 부정적인 의견을 내보이지 않자, 주문왕은 노인을 맞이하기 위해 직접 신하들을 거닐고 장 지역으로 출발했어요. 그리고 최고의 격식을 갖추어 정중하게 노인을 대접한 후에 나라의 중책을 맡겼답니다.
그러나 흰 수염 노인은 나랏일을 맡은 뒤로 법령과 제도를 단 한가지도 손보지 않았어요. 새로운 정책을 발표하는 일도 없었답니다. 주문왕과 대신들은 이를 의아하게 여겼어요. 점차 조정의 안팎도 시끌시끌해졌지요.
그로부터 3년이 흐르고, 주문왕은 온 나라를 순시하는 여정에 올랐어요. 동서남북을 두루 돌아다니며 나라를 살펴보았어요. 끼리끼리 뭉쳐 있던 당파들은 사라지고, 사리사욕에 눈먼 관리들이 더 이상 보이지 않았어요. 나라 안의 모든 사람들이 비로소 정해진 규정에 따라 도량형을 사용하는 일을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익숙해지게 되었답니다.
당파가 사라지니 정책이 순조로이 시행되었어요. 자기 명예와 이익을 고민하던 관리들이 온 힘을 다하여 업무에 매진하게 되었지요. 확실하게 자리 잡은 도량형 덕분에 각 지방의 무역도 점차 원활하게 성행할 수 있었답니다.
“이렇게 좋을 수가! 나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구나!”
주문왕은 흰 수염 노인이 나라를 맡아 이룬 성과가 마음에 쏙 들었어요.
그래서 노인을 천자를 보좌하는 자리인 태사로 임명하며 정중하게 가르침을 청했어요.
“선생님, 선생님의 통치 방식을 온 천하에 펼칠 수 있겠습니까?”
흰 수염 노인은 승낙도 거절도 않은 채 잠자코 있을 뿐이었어요. 주문왕의 두터운 신임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답니다.
주문왕은 같은 질문을 반복하며 제안의 대답을 재촉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노인은 밤 사이에 홀연히 떠나 버렸어요. 화들짝 놀란 주문왕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어요. 노인이 왜 떠났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어요.
사람을 보내 사방에 수소문해 봐도 노인의 소식은 들을 수 없었답니다. 마치 그 노인이 애초에 나타난 적이 없었던 것처럼 말이지요.
말 잘 키우는 법?_타고난 본성대로 사는 것이 최고
고대 중국의 말은 흔한 가축이자 중요한 교통수단이었어요. 말은 수레를 끌고 짐을 운반했으며 병사들과 함께 전쟁터에 나가기도 했어요.
말이 교통수단이 될 수 있었던 까닭은 빠른 속도와 강인한 힘뿐 아니라 길들였을 때 발휘하는 여러 장점 때문이었어요. 길들인 말은 유순하고 충성스러우며 인내심이 강하답니다.
하지만 야생마에게서는 이러한 특징을 찾아볼 수 없지요. 자연 그대로의 야생마는 발굽으로 눈과 서리를 밟고 털만으로 찬바람에 맞서는 동물이에요. 단단히 언 땅에서도 날아다니듯 내달릴 수 있고, 비바람이 불어도 두려워하지 않지요.
배고플 때는 물기를 머금은 풀을 뜯고, 목마를 때는 맑은 강물을 마시며, 발굽을 치켜들고 마음껏 내달리다 때때로 히히힝 울음소리를 내는 것이 말의 본성이랍니다.
먼 옛날에는 말들이 이러한 야성을 간직하고 있었어요. 야생마는 제왕이 관리하는 드넓은 목축장, 향긋한 풀로도 꼬드길 수 없었어요. 그래서 사람들은 말을 가축으로 삼을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당연히 말을 교통수단으로 타고 다니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했지요.
그런데 백락이라는 말 조련사가 나타나 사람들의 인식을 송두리째 바꿔 버렸어요. 백락은 이렇게 주장했어요.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이 말을 길들이는 것이라네.”
사람들은 백락의 자신감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했어요. 그래서 백락을 따라가 어떻게 말을 길들이는지 보기로 했어요.
백락은 인두를 시뻘겋게 달구어 말에 낙인을 찍고 날카로운 가위로 갈기를 다듬었어요. 단단한 끌로 발굽을 다듬고 말머리에 굴레를 단단하게 씌운 뒤, 마구간에 묶어 놓고 번호까지 매겼답니다.
“백락 아저씨, 너무 잔인한 거 아니예요?”
아이들은 겁에 질려 양손으로 눈을 가린 채, 슬쩍슬쩍 손가락 사이로 그 모습을 훔쳐보았어요.
“옳거니, 저렇게 하면 말의 야성을 통제하고 가축으로 타고 다닐 수 있겠군!”
하지만 나이가 있는 어른은 백락이 야생마를 길들이는 광경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며 침이 마르도록 백락을 칭찬했어요. 그렇게 백락은 말들의 본성을 잔뜩 억눌러 놓았어요.
말과 비슷한 일이 흙에게도 벌어졌어요. 흙은 본래 흩어져 일정한 모양이 없지요. 흙은 땅에 퍼져 햇볕을 쬐고, 내리는 빗방울을 마시며 느긋하고 편안하게 지냈답니다.
그런데 우연히 그곳을 지나던 도공이 그 흙을 마음에 들어했어요. 도공은 그 흙으로 음식이나 물을 담는 도자기를 만들려고 했어요. 도공은 자신만만하게 말했어요.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은 도자기를 빚는 거라네. 내가 둥그렇게 빚은 도자기는 그림쇠에 들어맞고, 각지게 빚은 도자기는 곱자에 들어맞지!”
도자기를 빚기 위하여 도공은 도구로 흙을 납작하게 눌렀어요. 심지어 이글거리는 불로 흙을 굽기도 했답니다.
결국 도공은 만들고 싶었던 도자기를 완성했어요.
하지만 이로 인해 흙은 자신의 본성을 잃고 딱딱하게 굳어 버렸어요. 원래 누렸던 여유로움도 잃고 말았답니다.
사람들은 이런 일들에 대하여 만족할 뿐이었어요. 말이 백락의 인정을 받아 천리마가 되고 싶었는지는 관심조차 없었어요. 흙이 그림쇠나 곱자에 들어맞고 싶었는지, 나무가 목재가 되고 싶었는지는 신경을 쓰지 않았어요.
이런 장면들을 바라보며 장자는 말없이 탄식할 뿐이었어요.
‘세상 만물이 탄생부터 소멸에 이르기까지 자기 본성을 지킬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주 먼 옛날, 본성이 비교적 잘 보전되어 있던 시대에는 사람들이 자연을 따르는 방식으로 살았어요. 빨리 이동하기 위해 말을 길들이지도 않았고, 생활의 편리를 위해 그릇을 굽지도 않았지요. 거주의 편안함을 위해 나무를 베는 일도 없었답니다.
사람들은 대자연이 주는 기쁨을 누렸고, 만물의 본성을 훼손하지도 않았어요.
다른 사람들은 장자의 안타까움을 이해하지 못하고 물었어요.
“선생님, 도무지 이해가 가지를 않습니다. 훌륭한 목축장과 정교한 그릇, 화려한 건축물을 두고 왜 이토록 언짢아하십니까?”
장자가 한숨을 쉬었어요.
“우리가 세상을 바꾸는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만물의 본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네! 어느 날 뒤돌아보았을 때, 자연이라고는 무엇도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될걸세. 그때가 되어서야 지금 일어나는 일들이 어떤 의미였는지 떠올릴지도 모르지!”
사람들은 장자의 충고에 어떻게 대답하면 좋을지 몰랐어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를 떠날 뿐이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