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은 사람의 학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이 한 문장으로 책을 시작한다. 수학은 누군가 반드시 완성해야 하는 임무도, 지적 수준을 판단하는 수단도, 완벽한 학문도 아니라는 선언이다. 사람에게 한계가 있듯 수학도 마찬가지이며, 사람과 수학은 서로의 한계에 마주하며 끊임없이 저항하고 진화한다는 통찰이 책 전체를 관통한다.
그렇다면 한계가 있는 수학이 어떻게 인류 문명과 과학 기술 발전의 핵심 역할을 수행했을까? 그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수학적 모델링이라는 렌즈를 제시한다. 수학적 모델링이란 단순히 실세계 문제를 수학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어떤 현상 이면에 있는 수학 구조를 찾아내고, 이러한 구조를 활용해 현상을 이해해 나가는 과정”이다. 피타고라스학파의 이념에서 시작해 미적분, 위상수학에 이르기까지 많은 수학적 개념이 실은 수학적 모델링의 산물이었다.
이 책은 호기심 많은 학생 수연, 전통적 사고를 대표하는 손 선생님 그리고 철학과 과학에 정통한 신세대 교사 주 선생님의 이 세 명이 나누는 대화로 펼쳐진다. 30개의 대화 주제를 통해 저자는 수학적 모델링의 전 과정을 입체적으로 보여 준다.
■ 저자 주하오난
베이징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한 수학 교육 전문가이자 청소년 수학 교육 분야의 대표적인 권위자.
수학을 단순한 계산 기술이 아닌 ‘세상을 해석하는 강력한 도구’로 정의하며, 수학적 모델링을 통해 학생들의 사고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확장하는 데 전념해 왔다.
주요 저서인 『수학적 모델링 33강』과 『모델링을 위한 수학』은 중국 고등학교 수학 교육 과정의 핵심 역량과 연계된 대표 도서로 추천되고 있다. 흥미로운 사례를 통해 일상과 과학, 사회 문제를 수학적으로 탐구하며, 학습자가 스스로 질문하고 가설을 세워 ‘과학자처럼 사고하는 법’을 익히도록 이끈다.
■ 역자 이지수
중앙대학교 국제대학원 한중 전문통번역학과를 졸업하고 현대자동차에서 전문 통번역사로 일했다. 문학, 인문, 실용, 아동서 분야의 전문 번역 작가로 원서의 배경과 문화를 잘 살피면서도 우리말로 자연스럽게 읽혀야 한다는 생각으로 번역에 임하고 있다. 현재는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 및 중국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좋은 사람이 이기는 인생 법칙』 『아인슈타인과 논쟁을 벌여봅시다』 『청소년이 꼭 읽어야 할 서양 철학』 『애니멀 위스퍼러』 외 다수가 있다.
■ 차례
추천사
들어가며_수학은 사람의 학문이다
대화 1 수학적 모델링 교육
대화 2 어떻게 문제를 선택할 것인가(1)
대화 3 어떻게 문제를 선택할 것인가(2)
대화 4 요인 분석
대화 5 기본 가설(1)
대화 6 기본 가설(2)
대화 7 데이터 수집
대화 8 관계 존재론, 가설과 검증, 다중 모델 사고
대화 9 목표-제약 쌍대성과 수학의 세 가지 모순
대화 10 대칭 보존 법칙과 측정 근사와 오차의 증폭 이론
대화 11 복잡계의 규칙 창발성과 재규격화 법칙
대화 12 최소 작용의 원리
대화 13 반복 진화와 엔트로피 증가 원리
대화 14 은유와 유추
대화 15 선형회귀
대화 16 보간다항식과 저차 스플라인
대화 17 매개 변수의 구조 설정
대화 18 모델의 최적화와 의사 결정
대화 19 수학적 모델링에 구현된 근대 과학의 3대 전통(1)
대화 20 수학적 모델링에 구현된 근대 과학의 3대 전통(2)
대화 21 과학자처럼 현상 바라보기
대화 22 과학자처럼 지식 계승하기
대화 23 과학자처럼 관념 활용하기
대화 24 과학자처럼 결과 이해하기
대화 25 측정에 대한 이해
대화 26 미분 동역학 시스템(1)
대화 27 미분 동역학 시스템(2)
대화 28 진법과 분류
대화 29 모델 검증
대화 30 감성이 이성을 이끌다
수학을 그렇게 오래 배웠는데 왜 현실에서는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까? 칸트가 인간을 도구로 삼는 행위를 경계했듯이, 수학이 시험 성적에 필요한 계산 기술에 머문다면 우리는 인생의 가장 소중한 기간인 10대를 헛된 공부에 투자하는 실수를 하는 셈이다. 따라서 진정한 수학 공부는 공식을 외우고 계산을 잘하는 기술이 아니라, 세상을 명확히 꿰뚫어 보고 도구화의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지켜 내는 ‘자유의 기술’이자 ‘도야(陶冶)’의 과정이어야 한다.
수학자의 생각 수업
수학적 모델링 교육
수연: 주 선생님, 안녕하세요? 최근 ""수학적 모델링""이 수학의 핵심 역량으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수학적 모델링이란 무엇인가요? 현실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들을 수학을 통해 해결하는 것을 수학적 모델링이라고 이해해도 될까요?
주 선생님: 꼭 그런 것만은 아니란다. 수학적 모델링은 고대 그리스 시대에 생겨나 수학의 모든 발전 과정에 함께해 왔어. 광범위하게 보면 정수, 유리수, 실수 같은 수 체계부터 방정식, 미적분학, 미분다양체, 위상수학, 가환대수학, 복소기하학, 조합론 등과 같은 수학 개념 모두 수학적 모델링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지.
그렇지만 만약 수학적 모델링을 단 하나의 문장으로 정리해야 한다면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어. ""수학적 모델링이란 어떤 현상 이면에 있는 수학 구조를 찾아내고, 이러한 구조를 활용해 현상을 이해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말이야. 여기서 말하는 ""현상""이란 현실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고, 추상적인 것일 수도 있어. 물론 어떤 학문을 연구하면서 나온 것일 수도 있지. 예를 들어, 두 기업이 한 분야를 두고 경쟁하는 상황은 사회 현상이고, 여러 곡면이 서로 같은 구조와 성질을 지녔다면 이는 수학 현상이라고 볼 수 있어. 또 우주 공간에서 빛이 유클리드 기하학에 따라 직선으로 이동하지 않는 것은 물리 현상에 해당해. 우리는 이러한 현상들 가운데서 여러 가지 수학적 모델을 찾아낼 수 있고, 이러한 모델은 다양한 측면에서 현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단다.
수연: 그런데 왜 교과 과정에서 배우는 수학적 모델링은 ""현실의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걸까요?
주 선생님: 그건 추상적인 현상 이면에 숨어 있는 규칙을 찾아내기에 아직 학생들의 학술적 역량이 충분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야. 현실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우리가 직접 보고 만질 수 있어서 감각으로 먼저 느낀 다음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거든. 그렇기에 사고의 방향이나 결과의 합리성, 검증 방식이 더욱 명확하고 직관적인 편이란다.
수연: 고등학교 과정에서 배우는 수학적 모델링 문제가 중학교 때 배우는 응용문제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나요? 그런데 응용문제의 경우 이미 알고 있는 정보와 요구 사항이 명확하게 나와 있는 반면, 수학적 모델링 문제는 스스로 가설을 세워야 하잖아요.
주 선생님: 흔히 그런 문제를 보고 ""불량 구조""를 가진 응용문제라고 하는데, 수학적 모델링과는 아주 동떨어진 문제라고 볼 수 있지. 고등학교 과정에서는 대부분 현실과 관련된 수학적 모델링을 접하기 때문에 ""불량 구조""를 가진 응용문제를 푸는 일은 거의 없을 거야. 실제로 현실 관련 문제에는 불량 구조가 있을 수 없거든. 문제의 모든 조건, 상태 그리고 요인들이 객관적으로 나열되어 있기 때문이지. 다만 그 내용이 방대하고 무궁무진한 방면에서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을 자세히 살펴보기는 어려워. 하지만 내용이 아무리 방대하다고 하더라도 그것들이 객관적으로 존재하고, 확실하며, 사람들이 마음대로 바꿀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단다. 이때 모델링을 하는 사람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이러한 요인과 현상 사이의 논리적 관계를 찾는 거야. 그리고 그중 가장 핵심적인 요인을 찾아 사물의 본질적인 문제를 파악하는 것이지.
수연: 하지만 한 가지 사물에 여러 가지 핵심 문제가 존재할 수도 있잖아요. 사람마다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서 핵심 문제에 대한 이해가 다를 수도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죠?
주 선생님: 그건 수학적 모델링에서 아주 중요한 ""기본 가설""과 관련이 있단다. 기본 가설은 문제를 간소화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관심 있는 방면에서 적절한 가설을 통해 문제를 추상화하고 분리해 내기 위한 거야.
수연: 그렇다면 기본 가설에는 모델링을 하는 사람의 다양한 관점과 경험이 반영되어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주 선생님: 맞아. 그렇다고 볼 수 있어.
수연: 기본 가설을 세우고 나면 수학적 모델링 문제가 응용문제로 변하는 건가요?
주 선생님: 그렇지 않단다. 우선 기본 가설에는 ""완성""이라는 표현을 잘 쓰지 않아. 수학적 모델링이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지는지 함께 살펴볼까?
문제의 발견과 제기
요인 분석과 기본 가설 세우기
수학적 모델 구축하기
수학적 모델 해석 및 해결하기
모델의 검증과 응용
중요한 건 이 과정이 일방적인 프로세스가 아니라는 거야. 수학적 모델링은 기본 가설을 세우고 모델을 만드는 과정에서 종종 기본 가설이 비합리적이거나 불충분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기도 하고, 혹은 모델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모델을 통해 도출한 결과가 현실에서 검증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해. 이런 경우에는 단계를 거슬러 올라가 ""기본 가설의 정확성""을 다시 검토해 봐야 한단다.
이는 과학 연구에서 사실을 검증하기 위해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끊임없이 개선해 나가는 과정과 비슷해. 영어에서 ""연구하다""를 나타내는 ""research""라는 단어는 ""찾다""라는 의미의 ""search""와 ""반복하다""라는 의미의 접두사 ""re""가 합쳐져 만들어진 단어야. 결국 ""반복해서 찾는다""라는 것은 한 곳에서 제자리걸음을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실수와 경험을 바탕으로 사실에 근접해 나간다는 의미인 셈이지. 한편 응용문제의 경우 기본 가설이 이미 주어져 있기 때문에 시행착오나 탐색의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어.
수연: 수학적 모델링 교육 과정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주 선생님: 인류 문명의 발전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국가의 발전, 특히 과학 분야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 우리는 다른 국가와의 발전 격차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이러한 격차는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는 대충 감출 수도 없고, 방치해서 저절로 해소되는 것도 아니야. 격차를 줄여 나가기 위해서는 각 산업 분야에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방법을 창조하며, 특허 장벽을 극복할 혁신적인 인재가 많아야 해. 다행히 이제는 많은 사람이 수학의 혁신이야말로 과학 혁신의 기반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게 되었어. 혁신 인재를 기른다는 것은 학생들이 어떤 문제에 대해 ""그렇게 된 까닭을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새로운 기회를 창조하고, ""그렇게 되지 않았을 때""의 경우를 생각하고 경험해 보게 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단다. ""이 수학적 모델을 이런 형태로 만들지 않았다면 또 어떤 형태로 만들 수 있을까? 더 좋은 방법은 없을까? 다른 사람들은 왜 저렇게 만들었을까? 내가 만든 수학적 모델과 어떻게 다를까? 이 두 가지 방법을 합쳐서 더 나은 수학적 모델을 만들 수 있을까? 새로운 수학적 모델의 한계와 적용 가능성은 어떨까?"" 이런 질문들은 수학적 모델을 만들 때 반드시 함께 생각해 봐야 할 것들이야. 수학적 모델링은 기존 수학 교육에 ""그렇게 되지 않았을 때""를 보완하기 위해 꼭 필요한 교육이라고 볼 수 있어.
수연: 저를 비롯해서 많은 친구가 과학자를 꿈꾸고 있는데요, 선생님 말씀을 들어 보니 수학적 모델링의 수준이 너무 높아서 저 같은 평범한 학생은 도달하기 힘들 것 같아요. 그렇다고 앞으로 저희의 수준이 단기간에 높아질 확률은 희박할 텐데, 그래도 선생님께서 앞에서 말씀하신 내용들을 모두 배우고 공부해야 하는 건가요?
주 선생님: 내 말을 조금 오해한 것 같구나. 원래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가장 좋은 것을 가르쳐 주려고 노력해. 그런데 그건 선생님들 스스로에 대한 요구일 뿐,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건 아니란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최고의 교육을 제공해서 모든 학생이 자신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까지 발전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야. 학생들을 수준에 따라 차별 대우하는 것도 아니고, ""개인의 능력에 따라 교육한다""는 그럴싸한 말로 포장하려는 것도 아니야. ""개인의 능력에 따라 교육한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는 ""너는 배울 자격이 없다""고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네 능력에 따라 네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학습 방식을 선택할게""라는 의미여야 해. 2;
우리는 학생들에게 최고의 교육을 제공하지만, 학생들에게 반드시 일정한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고 강요하지는 않아. 학생들은 저마다 흥미나 경험의 정도가 다르고, 심리적, 생리적 상황도 모두 제각각이야. 그래서 어떤 과목의 내용을 이해할 때 수준의 차이가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지. 하지만 이러한 수준의 차이가 있더라도 모든 학생이 최소 8시간에서 12시간 정도의 수학적 모델링 실제 과정을 경험해 봐야 한다고 생각해. 그래야만 나중에 사회에 나갔을 때 곳곳에 널린 진짜 혹은 가짜 수학적 모델링을 접하더라도 가짜에 속아 넘어가지 않을 수 있거든. 나는 교육의 근본이 아이들에게 올바른 곳에서 올바른 사람과 올바른 일을 하고, 남을 속이거나 남에게 속지 않도록 가르치는 것이라고 믿어.
데이터 수집
수연: 선생님, 수학적 모델링은 현실 속 실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셨는데요, 그럼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때 데이터 수집은 반드시 해야 하는 걸까요?
주 선생님: 그럼! 데이터 수집은 꼭 필요한 과정이야. 데이터의 수집 과정은 요인 분석과 기본 가설의 단계적 성과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데이터의 합리성은 모델의 유효성을 보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단다. 2;
주 선생님: 이 두 가지 문제에 대답하려면 먼저 데이터 수집의 목적을 살펴보아야 해. 데이터 수집의 목적은 다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어.
(1) 기존의 연구 전략과 프레임에 구체적인 내용 추가하기
(2) 핵심 요인의 양적 변화와 요인들 사이의 관계 변화 규칙 경량화하여 반영하기
(3) 데이터를 반영한 모델에서 연구 계획과 틀을 개선할 수 있는 영감 얻기
(4) 모델의 유효성 검증을 위한 자료 제공하기
(5) 새로운 관점이나 아이디어 제공하기
먼저 명확히 해야 할 점은, 데이터를 수집하기 전에 먼저 대략적으로라도 문제의 연구 전략과 전반적인 프레임을 수립해야 한다는 거야. 마치 요리를 하려고 시장에 장을 보러 가기 전에 무슨 요리를 할지, 어떤 식재료와 양념이 필요한지, 재료들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대략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과 같아. 이러한 계획이 없으면 요리를 하는 도중에 필요한 재료가 없거나 모자라 난감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수연: 하지만 인구 문제를 연구할 때는 데이터 수집이 반드시 필요하잖아요. 그런데도 데이터 수집 전에 이런 연구 전략이나 프레임을 세울 필요가 있을까요?
주 선생님: 물론 그렇지! 인구 문제는 여러 방면에서 연구할 가치가 있는 문제야. 총인구수의 변화를 연구할 때 총인구수에 대한 데이터 수집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하더라도 데이터 수집 전에 기본적인 연구 전략을 수립해야 해. 만약 연구 전략이 이산적 점화 수열을 이용해 인구를 연구하는 것이라면, 데이터 수집 이후에도 전년도 인구수와 다음 해 인구수 사이의 점화 관계를 주목해야 하거든. 그래서 이런 경우에는 연속된 연도의 인구 총량 데이터를 수집할 필요가 있어. 5년에 한 번 수집한 데이터로 연구한다면 전년도 인구수와 다음 해 인구수의 점화 관계를 관찰할 수 없어. 만약 연구 전략이 연속된 미분방정식 모델을 이용해 인구를 연구하는 것이라면, 가능한 한 짧은 시간 간격으로 인구 데이터를 확보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도함수의 정의를 통해 특정 기간의 인구 변화율과 인구 총량 사이의 관계를 관찰할 수 없어. 더군다나 연구하려는 문제가 총인구수가 아니라 연령대별 인구 분포나 지역 간의 인구 이동에 관한 것이라면 데이터의 구조적 특징을 먼저 정확히 파악해야 해. 이러한 준비 없이 맹목적으로 인구 데이터를 수집하다 보면 정작 필요한 핵심 정보를 놓치게 되고, 심지어 결과가 산으로 갈 수도 있어.
수연: 그렇지만 데이터를 수집하기 전에 문제와 관련된 경험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연구 전략과 연구 프레임을 생각해 내는 것은 다소 비과학적이지 않을까요?
주 선생님: 네 말이 맞아. 문제를 구체적으로 연구하기 전에 혼자 힘으로 효과적인 연구 전략과 프레임을 세우는 일은 쉽지 않아. 그렇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연구 전략이든 데이터 수집이든 단번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개선하고 보완해 나가야 한다는 점이야. 어떤 문제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을 때는 데이터의 관찰을 통해 규칙에 대한 기초적인 탐색이 필요하기도 해. 물론 그렇다 해도 데이터를 수집하기 전에 ""어떤 데이터를 수집해야 규칙을 더 잘 탐색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봐야 해. 달리 말하면 ""데이터를 수집한 다음에 어떻게 규칙을 탐색할까""에 관한 계획을 미리 세워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지. 데이터를 이용해 기초적인 탐색이 끝나고 나면 연구 전략과 프레임을 한 단계 더 보완하고, 보완된 연구 전략과 프레임을 통해 다시 한번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면 돼.
수연: 이건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 같아요. 과연 닭이 먼저일까요, 달걀이 먼저일까요?
주 선생님: 사실 이건 합리적인 문제라고 보기는 어려워. 왜냐하면 닭과 달걀은 이 과정에서 끊임없이 진화해 왔을 테니까 말이야. 데이터의 수집 과정도 마찬가지야. 우선은 문제에 대한 연구 욕구가 데이터 수집의 필요성을 불러일으켰다는 건 분명해. 이러한 필요성은 아주 모호할 수도 있고, 아주 구체적일 수도 있어. 어쨌든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건 데이터 그 자체가 아니라 데이터 이면에 있는 규칙이야. 그렇기 때문에 데이터를 수집하기 전에 연구 전략이 필요하다는 거야. 만약 이 연구 전략에 따라 수집한 데이터를 통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규칙을 찾아낸다면, 이를 통해 더욱 개선된 현실적인 방법을 얻을 수 있어. 그리고 이는 새로운 데이터의 수집으로 이어지지. 이것은 단순히 반복되는 과정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발전해 나가는 연구 과정이야. 이 과정에서 계속해서 더 중요한 정보를 발견하고, 연구 전략을 개선해 나가면서 문제에 대한 인식을 심화시키는 거란다.
수연: 그럼 데이터 수집 과정의 개선과 연구 전략의 개선이 동시에 이루어지며 서로 영향을 준다는 의미인가요?
주 선생님: 그래. 아주 잘 정리했구나.
과학자처럼 현상 바라보기
수연: 선생님, 어떤 문제를 마주할 때마다 그동안 배운 지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생각해 보지만, 결국 어떤 지식도 완벽히 적용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는 해요. 새로운 방법을 창조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답니다. 결국 손을 놓고 있거나 엉성한 수학적 모델을 만들어 시도해 보지만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해요. 선생님께서는 좋은 방법을 알고 계신가요?
주 선생님: 그건 네가 수학적 모델링 과정에서 진정한 생명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표면적이고 기계적인 모습으로 문제에 접근하기 때문이야.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 삶의 경험, 학문적 통찰, 인생에 대한 깨달음, 개성 등이 모두 뒷전으로 밀려나 있으니 깊은 통찰이 불가능한 거란다.
수학적 모델링은 기존 지식과 모델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과정이 아니라, 문제의 특수한 환경과 요구에 맞춰 창의적으로 학문적 관념과 소재를 동원하거나 새로운 방법과 지식을 발전시키는 과정이야.
수학 이론은 네 개인적 시각과 관점(기본 가설)을 바탕으로 구축해야 해. ""문제의 어떤 측면에 주목할 것인가? 요인 간의 구조적 관계는 어떠한가? 어떤 방향으로 분석과 연역을 진행해야 할까? 어떤 수학적 소재가 이론 구축에 적합할까? 수학적 소재 간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가? 왜 수학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어떤 수학적 사고와 관념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가? 그 역할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이러한 질문들은 생활 경험, 학문적 통찰, 인생의 깨달음, 개성이 없다면 답하기 어려운 것들이야.
수연: 하지만 저는 아직 고등학생인걸요! 방금 나열한 질문들은 평범한 고등학생이 답하기에는 너무 어려워요. 이런 건 과학자들이 고민하는 문제들 아닐까요? 저는 단지 수학적 모델을 만들고 싶을 뿐인데요….
주 선생님: 바로 그게 문제야. 너는 지금 수학적 모델링을 단순한 수학 문제처럼 생각하고 있어. 그래서 과학적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마음보다는 얼른 모델을 만들어 빨리 과제를 끝내야겠다는 마음이 큰 거야. 수학적 모델의 과학성과 유효성은 원하면서 방금 이야기한 질문들에 대한 사고를 거부한다면, 스스로를 양날의 검 위에 올려놓는 셈이야. 그러한 사고 없이는 모델의 과학성과 유효성을 보장할 수 없어 결국은 아무렇게나 끼워 맞춘 오류투성이 수학적 모델이 만들어지게 될 거야. 반면 과학적이고 효과적인 모델을 원한다면 과학자처럼 사고할 용기와 의지가 필요한 법이지.
수연: 그렇지만 저는 과학자가 아니잖아요. 먼저 과학자가 되어야만 과학자처럼 사고할 수 있다는 의미인가요? 아니면 과학자처럼 사고해야 과학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인가요?
주 선생님: 과학자처럼 사고하기 위해 반드시 과학자가 되어야 하는 건 아니야. 하지만 사실 과학자처럼 사고하는 습관을 먼저 기르지 않으면 과학자가 될 가능성은 희박해. 여기서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가 아니라, 기초와 표현의 문제야. 과학자처럼 사고하기가 ""기초""이고, 과학자가 되는 것이 ""표현""인 셈이지. 네가 말한 것처럼 과학자가 되는 것이 ""기초""이고, 과학자처럼 사고하기가 ""표현""이 되는 건 아니야.
수연: 과학자처럼 사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주 선생님: 과학자처럼 사고한다는 것은 과학자 수준의 실력이나 업적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야. 이러한 사고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측면을 포함하고 있어.
과학자처럼 현상 바라보기
과학자처럼 지식 계승하기
과학자처럼 관념 활용하기
과학자처럼 결과 이해하기
우선 자연과 사회는 물론, 학문 내부에도 무수히 많은 현상이 존재해. 하지만 그 모든 현상을 수학으로 해결할 수는 없어. 또한 각 현상은 다양한 측면을 지니는데, 그 모든 측면이 문제의 주요 모순을 가리키는 것도 아니야. 따라서 과학자처럼 사고하기의 첫 번째 단계는 바로 ""과학자처럼 현상 바라보기""란다.
수연: 예를 들어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주 선생님: 예를 들면, 축구 슈팅 궤적을 연구할 때 어떤 기본 가설을 세워야 할까?
수연: 음… 축구공을 하나의 질점으로 추상화하고, 골대를 직사각형 영역으로 단순화한 뒤, 중력과 에너지 보존 법칙을 적용해 3차원 직각 좌표계를 구축하면 될 것 같아요. 이를 통해 주어진 초기 속도와 방향을 고려해, 중력의 영향을 받은 질점의 운동 궤적이 골대 영역과 교차하는 지점을 분석할 거예요.
주 선생님: 아주 좋은 접근법이구나. 이렇게 하면 아주 멋진 수학적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거야. 게다가 계산된 축구공의 궤적은 표준적인 포물선이 되겠지. 하지만 여기서 뭔가 빠진 것 같지 않니? 실제 경기에서 선수들이 슈팅할 때 공이 포물선을 그리지 않고 ""바나나킥(즉, 휘어지는 회전 슛, screw shot)""처럼 휘어지는 걸 자주 볼 수 있는데, 이건 왜 그럴까?
수연: 실제 경기에서는 공이 회전할 테니까요! 축구공에 회전을 가하면 다양한 곡선 궤적을 만들어 낼 수 있어요.
주 선생님: 조금 전에 네가 만든 모델은 ""축구공의 궤적""이 아니라 ""회전하지 않는 축구공의 운동 궤적""에 관한 거야. 진정한 ""축구공의 궤적"" 모델을 만들려면 공의 회전을 반드시 고려해야 해. 이 회전이 궤적에 큰 영향을 미치며, 바로 주요 모순의 핵심 측면 중 하나이기 때문이야.
과학자는 기본 가설을 세울 때 단순화만을 목표로 하지 않아. 아무리 단순화하더라도 문제의 주요 모순을 없애서는 안 돼. 그렇지 않으면 원래 연구하려던 문제 자체가 변질되어 버리니까. 현상이 이론을 낳지, 이론이 현상을 낳는 건 아니야. 그러니까 이론을 구축하다가 막힐 때는 언제나 현상 관찰로 돌아가 새로운 영감을 얻어야 하고, 이론을 이해하고 발전시키는 최선의 방법은 더 풍부한 현상을 관찰하는 것이라는 걸 잊지 마. 방금 우리가 축구공의 회전을 고려한 것처럼 말이야.
수연: 하지만 이론은 대개 현상을 추상화한 기반 위에 구축되잖아요. 추상화의 목적이 바로 문제의 단순화 아닌가요?
추상화의 목적은 단순히 문제를 단순화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구체적인 사례를 포괄하는 데 있어. 추상화가 ""단순화""로 여겨지는 이유는 문제의 주요 모순을 부각시키고, 결과에 미미한 영향을 주는 부차적인 요인들을 배제하여 문제를 명료하게 만들기 때문이야.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 더 많은 구체적인 사례를 아우르게 돼.
주요 모순은 같지만, 부차적 요인이 서로 다른 구체적 사례가 존재할 수 있어. 이럴 때 주요 모순에 초점을 맞추면 모든 사례를 동일한 논의 범주로 통합할 수 있어. 보통은 추상화가 문제를 간소화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점층적인 복잡성을 생성해, 각 추상화 단계마다 구체적인 사례를 포괄하게 되기 때문이지. 즉, 추상화는 일반적인 구조를 범주화함으로써 연구가 의존할 수 있는 특이성의 비중을 점차 줄여나가는 거야.
현상의 주요 모순만을 연구 대상으로 삼는 것은 이론을 구축하기에 충분하지 않아. 물론 그것이 중요한 첫걸음인 것은 분명해. 연구 영역을 확립하려면 연구 대상 외에도 대상 간의 연결 관계와 허용된 연산도 함께 고려해야 해. 과학에서 범주란 이러한 대상, 대상 간의 허용된 변환 그리고 구조적 관계를 포괄하는 전체를 의미해. 범주적 사고는 과학자가 문제를 사고할 때의 기본적인 습관이야. 한편으로는 현상의 주요 모순을 대상의 실재성(물질의 존재와 그 독립성을 가리키며, 다른 어떤 성질보다도 우선하는 개념)으로서 중시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대상들 사이의 추상적인 공통점도 중요하게 여겨서, 그로부터 구조화된 인식과 개념을 형성하게 되지. 더 나아가 범주적 사고는 심층적 추상화 경로를 제공하는데, 이를 통해 대상 간의 허용된 변환을 새로운 대상으로 승격시키고, 이러한 새로운 대상 간의 변환, 즉 변환의 변환을 ""변환의 함수적 매핑""으로 해석해. 이 과정을 따라 추상화를 계속하면, 무한한 층위의 추상 구조가 파생될 거야. 수학에는 아주 흥미로운 현상이 있는데, 어떤 범주가 선형화되어 있다면, 즉 모든 대상의 변환이 선형 변환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허용된 변환의 허용된 변환""은 원래 대상과 동등해진다는 거야. 달리 말해, ""허용된 변환의 허용된 변환의 허용된 변환""은 단순한 허용된 변환과 동일하므로, 이러한 연속적 함수화 과정은 선형 구조에 대해 단 두 단계만으로 종결된다는 의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