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ivity in the Age of AI: Toolkits for the Modern Mind
AI 시대의 창의성
 
지은이 : Jerry Wind
출판사 : De Gruyter
출판일 : 202510








AI 시대, 창의성은 어떻게 진화하는가


인공지능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전략을 제안하는 시대가 열렸다. 그러나 창의성의 위기는 인간의 상상력이 사라져서가 아니라, 창의성을 다루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데서 온다. 앞으로의 경쟁력은 AI를 쓰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AI와 함께 더 좋은 질문을 만들고 더 낯선 조합을 실험하며 더 설득력 있는 결과로 다듬는 능력에 달려 있다.

[Key Message]
* AI는 인간의 창의성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창의성의 기준을 끌어올린다. 평균적인 글쓰기, 디자인, 기획은 AI가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다. 그래서 앞으로 더 중요한 것은 더 깊은 문제의식, 더 좋은 질문, 더 책임 있는 판단이다.

* 창의성은 타고난 천재성보다 훈련 가능한 사고 방식에 가깝다. AI 시대의 창의성은 번뜩이는 영감만을 뜻하지 않는다. 질문을 바꾸고, 관점을 전환하고, 낯선 요소를 연결하며, 불완전한 아이디어를 반복해서 다듬는 능력이다.

* 좋은 답보다 좋은 질문이 더 큰 경쟁력이 된다. AI는 질문의 수준만큼 답을 내놓는다. 문제의 맥락, 대상, 목적, 제약 조건을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하느냐가 창의적 결과물의 품질을 좌우한다.

* AI는 창의성의 완성품이 아니라 실험과 반복의 도구다. AI가 만든 초안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중요한 것은 결과물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비교하고 수정하고 편집하며 인간의 판단으로 더 나은 형태를 만드는 과정이다.

* 인간 창의성의 마지막 기준은 책임이다. AI는 빠르게 만들 수 있지만, 왜 만들어야 하는지 판단하지는 못한다. 창의성은 새로움만이 아니라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하고, 그 결과의 의미와 방향을 책임지는 능력에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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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은 더 이상 천재의 번뜩임이 아니다
오랫동안 창의성은 특별한 사람에게만 허락된 재능처럼 여겨졌다. 예술가의 영감, 과학자의 직관, 기업가의 대담한 발상처럼 창의성은 평범한 일상과는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능력으로 이해되곤 했다. 누군가는 타고나고, 누군가는 그렇지 못한 것. 누군가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누군가는 이미 주어진 길을 따라가는 것. 이런 구분은 창의성을 신비롭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많은 사람을 창의성의 바깥으로 밀어냈다.

AI 시대가 던지는 첫 번째 충격은 바로 이 오래된 믿음을 흔든다는 데 있다. 인공지능은 이제 시를 쓰고, 광고 문안을 만들고, 제품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복잡한 데이터를 분석해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낸다. 과거라면 숙련된 전문가의 영역으로 보였던 일들이 몇 초 만에 화면 위에 나타난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불안이 생긴다. 기계가 이렇게 빠르게 결과물을 만든다면, 인간의 창의성은 더 이상 특별한 가치가 없는 것 아닐까. 인간이 해온 상상과 표현의 일까지 AI가 가져가 버리는 것 아닐까.

하지만 이 질문은 절반만 맞다. AI가 바꾼 것은 창의성의 필요성 자체가 아니라 창의성이 작동하는 환경이다. 과거에는 빈 종이 앞에서 무엇을 떠올릴 수 있는지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쏟아지는 가능성 속에서 무엇을 고르고, 무엇을 연결하고, 무엇을 버리고, 어떤 방향으로 밀고 나갈 것인지가 중요해졌다. 창의성은 더 이상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신비한 능력만을 뜻하지 않는다. 수많은 재료를 새롭게 조합하고, 기존의 관점을 의심하고, 익숙한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며, 불완전한 아이디어를 실제 해결책으로 바꾸는 과정 전체가 창의성의 영역이 되고 있다.

이 변화는 오히려 창의성을 더 민주적인 능력으로 만든다. 한 사람의 머릿속에서만 일어나던 발상은 이제 도구와의 대화 속에서 확장된다. 막연한 생각은 AI의 도움으로 빠르게 여러 가지 초안이 되고, 초안은 다시 질문과 수정과 비교를 거치며 더 나은 형태로 발전한다. 중요한 것은 AI가 답을 내놓는 속도가 아니라, 인간이 그 답을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고 어디까지 밀고 나갈 수 있는가이다. 창의성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더 노골적으로 훈련 가능한 능력이 되고 있다.

AI가 창의성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압박한다
AI 시대의 창의성 논쟁에서 가장 흔한 오해는 대체의 프레임이다. AI가 인간의 일을 대신하듯, 창의성도 대신하게 될 것이라는 식이다. 물론 일정 부분은 사실이다. 간단한 문안, 반복적인 디자인, 정형화된 기획안, 평균적인 보고서는 이제 AI가 훨씬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다. 특히 기존 자료를 바탕으로 요약하고, 재구성하고, 다양한 표현을 제안하는 작업에서 AI는 이미 강력한 생산성을 보여준다.

문제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AI가 평균적인 결과물을 빠르게 만들어낼수록, 평균적인 창의성의 가치는 낮아진다. 예전에는 무언가를 그럴듯하게 쓰고, 보기 좋게 만들고,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능력만으로도 차별화가 가능했다. 하지만 이제 그런 능력은 기본값에 가까워지고 있다. 누구나 AI를 활용해 깔끔한 초안과 보기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면, 시장과 조직이 요구하는 창의성의 기준은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그래서 AI는 창의성을 대체하기보다 창의성의 수준을 압박한다. 평범한 아이디어, 익숙한 표현, 안전한 조합은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 AI가 만들어내는 빠르고 매끄러운 결과물 사이에서 인간이 드러낼 수 있는 가치는 더 깊은 문제의식, 더 정교한 맥락 이해, 더 대담한 연결, 더 책임 있는 판단에 있다. 앞으로의 창의성은 단순히 새로운 것을 떠올리는 능력이 아니라, 무엇이 중요한 문제인지 알아보고, 왜 지금 그것을 다루어야 하는지 설명하며, 어떤 방식으로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지 설계하는 능력에 가까워진다.

이 변화는 개인에게도, 기업에게도 부담이다. AI 도구를 도입했다고 해서 조직이 자동으로 창의적이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더 많은 아이디어가 쏟아지면서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모르는 혼란이 커질 수 있다. 회의실에는 더 많은 제안서가 올라오지만, 정작 새로운 방향을 결정하는 힘은 약해질 수 있다. 콘텐츠는 많아지지만 메시지는 흐려지고, 실험은 늘어나지만 전략은 빈약해질 수 있다. AI가 만들어내는 풍요는 곧바로 혁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풍요를 판단하고 구조화하는 인간의 능력이 함께 성장해야 한다.

따라서 AI 시대의 핵심 질문은 “기계가 창의적인가”가 아니다. 더 중요한 질문은 “인간은 AI가 만든 가능성의 홍수 속에서 더 창의적으로 사고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이다. AI는 창의성의 종말이 아니라 창의성의 압박 장치다. 더 쉽게 만들 수 있는 시대일수록, 더 깊이 생각하는 능력이 필요해진다.

질문을 바꾸는 사람이 창의성을 지배한다
창의성의 출발점은 답이 아니라 질문이다. 많은 사람이 창의성을 멋진 아이디어를 내는 능력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 좋은 아이디어는 대개 좋은 질문에서 나온다.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 왜 지금 이 문제가 중요한지, 기존의 해법은 왜 충분하지 않은지, 다른 분야에서는 이와 비슷한 문제를 어떻게 풀었는지 묻는 과정이 창의성의 토대가 된다.

AI 시대에는 이 질문의 능력이 더욱 중요해진다. AI는 사용자가 던지는 질문의 수준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막연하게 “좋은 아이디어를 내줘”라고 요구하면 막연한 답이 돌아온다. 반대로 문제의 맥락, 제약 조건, 대상, 목적, 실패 가능성, 원하는 톤과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 훨씬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온다. 결국 AI와 함께 일한다는 것은 단순히 명령어를 입력하는 일이 아니라, 사고의 틀을 설계하는 일이다.

좋은 질문은 AI의 답을 끌어내는 기술을 넘어 인간 자신의 사고를 확장한다. 예를 들어 “신제품 아이디어를 내라”는 질문과 “고령화 사회에서 혼자 사는 사람이 매일 반복하는 작은 불편을 줄일 수 있는 서비스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든다. “회사 홍보 문구를 만들어라”는 질문과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신뢰가 부족한 신생 기업이 첫 고객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설득력 있는 약속은 무엇인가”라는 질문 역시 다르다. 창의성은 대개 질문의 해상도가 높아질 때 살아난다.

AI는 질문을 바꾸는 훈련에도 유용하다. 하나의 질문을 여러 관점에서 다시 쓰게 할 수 있고, 고객의 입장, 반대자의 입장, 미래 세대의 입장, 경쟁사의 입장에서 문제를 다시 보게 할 수 있다. 또 너무 좁은 질문을 넓히거나, 너무 넓은 질문을 실행 가능한 단위로 쪼개는 데도 도움을 준다. 이 과정에서 인간은 단순히 AI가 내놓은 답을 소비하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의 방향을 조정하는 편집자이자 설계자가 된다.

앞으로 창의적인 사람은 가장 많은 답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가장 좋은 질문을 가진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답은 점점 더 빨리 생산될 것이다. 그러나 어떤 답이 필요한지,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 어떤 맥락에서 답을 평가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인간의 몫으로 남는다. AI 시대의 창의성은 질문을 통해 시작되고, 질문을 통해 깊어진다.

낯선 조합이 새로운 가치를 만든다
창의성은 종종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일로 오해된다. 그러나 많은 혁신은 완전히 새로운 발명보다 기존의 것을 낯설게 연결하는 데서 나온다. 스마트폰은 전화, 카메라, 음악 플레이어, 인터넷, 결제 수단, 위치 정보 서비스를 하나의 손안에 결합했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오래된 중개 기능을 디지털 네트워크와 결합했다. 온라인 교육은 강의실, 영상, 데이터 분석, 커뮤니티를 새롭게 묶었다. 새로움은 무에서 튀어나온 것이 아니라 서로 떨어져 있던 요소들이 다른 방식으로 만나는 순간 발생했다.

AI는 이런 조합의 속도와 범위를 크게 넓힌다. 한 분야의 사례를 다른 분야에 적용해보게 할 수 있고, 특정 문제를 자연과학, 예술, 경영, 심리학, 도시계획, 교육의 관점에서 다시 보게 할 수 있다. 인간이 혼자라면 떠올리기 어려운 비유와 연결을 빠르게 제안한다. 물론 그중 상당수는 얕거나 부정확하거나 현실성이 부족할 수 있다. 하지만 창의성의 초기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완벽한 답이 아니라 사고의 이동성이다. 한곳에 고정된 생각을 다른 지점으로 움직이게 하는 힘이 필요하다.

이때 인간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AI가 제안하는 조합은 가능성의 목록일 뿐이다. 어떤 조합이 진짜 의미가 있는지, 어떤 연결은 단지 말장난에 불과한지, 어떤 아이디어는 현실의 제약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낯선 조합이 가치가 되려면 맥락이 필요하고, 맥락은 경험과 관찰과 책임에서 나온다. AI는 조합을 늘려주지만, 인간은 그 조합에 방향과 무게를 부여한다.

기업의 혁신에서도 이 관점은 중요하다. 많은 조직은 창의성을 새로운 아이디어 회의나 브레인스토밍 정도로 축소한다. 그러나 실제 혁신은 부서와 산업, 기술과 고객 경험, 데이터와 감정, 효율과 의미가 만나는 지점에서 일어난다. 마케팅 부서만의 아이디어, 기술 부서만의 아이디어, 경영진만의 아이디어로는 충분하지 않다. 서로 다른 언어를 가진 사람들이 같은 문제를 놓고 부딪칠 때, 창의성은 더 현실적인 형태를 갖는다.

AI는 이런 교차점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한 제품을 의료 서비스의 관점에서 보게 하고, 교육 콘텐츠를 게임 디자인의 관점에서 재해석하게 하며, 공공정책을 고객 경험 설계의 관점에서 다시 검토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도구가 아니라 태도다. 창의적인 조직은 익숙한 분류를 절대적인 경계로 여기지 않는다. 다른 분야를 빌려오고, 다른 언어로 번역하고, 다른 고객의 감각을 상상하며, 기존의 틀을 조금씩 흔든다. AI는 그 흔들림을 빠르게 확장하는 촉매가 될 수 있다.

창의성은 속도가 아니라 반복에서 완성된다
AI가 주는 가장 큰 착시 가운데 하나는 빠른 결과가 곧 좋은 결과라는 믿음이다. 몇 초 만에 문장이 나오고, 이미지가 생성되고, 기획안이 구성되면 우리는 무언가가 완성되었다고 느낀다. 하지만 창의성의 본질은 첫 결과물이 아니라 반복의 과정에 있다. 좋은 아이디어는 처음부터 완벽하게 태어나지 않는다. 대개 서툰 초안, 어색한 연결, 불완전한 가설, 지나치게 거친 상상에서 출발한다. 그것을 다듬고, 버리고, 다시 묻고, 다른 사람의 반응을 확인하고, 다시 구성하는 과정이 창의성을 완성한다.

AI는 이 반복의 속도를 크게 높인다. 예전에는 하나의 아이디어를 여러 버전으로 만들어 비교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제는 제목을 열 가지로 바꾸고, 고객군을 다르게 설정하고, 반대 논리를 붙이고, 더 쉬운 표현과 더 전문적인 표현을 나란히 놓는 일이 순식간에 가능하다. 창의적 작업에서 반복의 비용이 낮아진 것이다. 이것은 엄청난 변화다. 반복 비용이 낮아지면 더 많이 실험할 수 있고, 더 빨리 실패할 수 있으며, 더 다양한 가능성을 비교할 수 있다.

그러나 반복이 많다고 해서 자동으로 더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무작정 버전을 늘리는 것은 창의성이 아니라 산만함이 될 수 있다. 반복에는 기준이 필요하다. 무엇을 더 명확하게 만들 것인지, 누구에게 더 설득력 있어야 하는지, 어떤 감정을 남겨야 하는지, 어떤 현실적 제약을 통과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기준 없는 반복은 결과물을 풍부하게 만들지만, 판단을 흐리게 한다.

AI 시대의 창의적인 사람은 빠르게 초안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빠르게 고치고 깊게 판단하는 사람이다. 초안은 누구나 만들 수 있다. 차이는 수정에서 생긴다. 어색한 문장을 발견하고, 평범한 아이디어를 걷어내고, 핵심을 더 선명하게 드러내고, 불필요한 장식을 제거하고, 진짜 문제와 연결되지 않는 요소를 과감히 버리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창의성은 생성의 능력만이 아니라 편집의 능력이다.

이 점은 교육과 일터 모두에 중요한 메시지를 준다. 학생들에게 AI 사용을 금지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직장인에게 AI 도구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필요한 것은 AI가 만든 초안을 어떻게 평가하고, 어떻게 고치고, 어떻게 자기 생각으로 만들 것인지 가르치는 일이다. 앞으로의 창의성 교육은 정답을 맞히는 훈련보다 질문하고 수정하고 비교하고 판단하는 훈련에 더 가까워질 것이다.

창의적인 조직은 AI 도입보다 문화가 먼저다
많은 기업이 AI를 도입하면 곧바로 혁신이 일어날 것처럼 기대한다. 그러나 기술은 조직의 문화를 그대로 비춘다. 위계가 강하고 실패를 숨기는 조직에서는 AI도 안전한 답만 생산하는 도구가 되기 쉽다. 질문이 허용되지 않는 조직에서는 AI를 써도 질문의 수준이 높아지지 않는다. 부서 간 장벽이 높은 조직에서는 AI가 제안한 새로운 연결도 실제 실행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결국 창의성은 도구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이 생각을 다루는 방식의 문제다.

AI 시대의 창의적인 조직은 몇 가지 특징을 갖는다. 첫째, 문제를 빨리 정의하려 하지 않는다. 겉으로 드러난 증상만 보고 해결책을 정하지 않고, 문제의 뿌리와 맥락을 다시 묻는다. 둘째, 다양한 관점을 충돌시킨다. 같은 배경을 가진 사람들끼리 빠르게 합의하는 것보다, 다른 경험과 언어를 가진 사람들이 문제를 다르게 설명하도록 만든다. 셋째, 작은 실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완벽한 계획을 기다리기보다 작은 단위로 시도하고 배운다. 넷째, 실패를 처벌의 근거가 아니라 학습의 자료로 다룬다. 마지막으로, 아이디어를 낸 사람보다 아이디어를 키운 과정을 중시한다.

AI는 이런 문화 위에서 강력해진다. 조직 구성원이 자유롭게 질문하고 실험할 수 있다면 AI는 사고의 파트너가 된다. 반대로 구성원이 눈치를 보며 정답만 찾는다면 AI는 보고서를 더 빠르게 찍어내는 기계에 그친다. 같은 도구를 써도 어떤 조직은 혁신을 만들고, 어떤 조직은 업무량만 늘어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리더의 역할도 달라진다. 과거의 리더가 답을 제시하는 사람에 가까웠다면, AI 시대의 리더는 좋은 질문의 환경을 만드는 사람에 가까워진다. 구성원이 AI와 함께 실험할 시간을 주고, 결과보다 학습을 묻고, 다른 부서와의 연결을 장려하며, 빠른 실패를 조직의 자산으로 바꾸어야 한다. 창의성은 개인의 머릿속에서만 생기지 않는다. 회의 방식, 평가 방식, 보상 방식, 실패를 다루는 방식 속에서 자라거나 사라진다.

따라서 AI 도입의 성패는 기술 예산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조직이 얼마나 열린 질문을 허용하는지, 얼마나 다른 관점을 받아들이는지, 얼마나 반복과 수정을 존중하는지이다. 창의적인 조직은 AI를 많이 쓰는 조직이 아니라, AI를 통해 생각의 깊이와 폭을 넓히는 조직이다.

인간의 창의성은 책임에서 완성된다
AI는 놀라운 결과물을 만들 수 있지만, 책임을 지지는 않는다. 그것이 인간 창의성의 마지막이자 가장 중요한 차이다. 어떤 메시지를 세상에 내놓을 것인지, 어떤 기술을 어떤 목적으로 사용할 것인지, 어떤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고 어떤 사람을 소외시킬 수 있는지 판단하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창의성은 단지 새롭고 흥미로운 것을 만드는 능력이 아니다. 그것이 어떤 영향을 낳을지 생각하는 능력까지 포함한다.

AI가 만든 결과물은 종종 그럴듯하다. 하지만 그럴듯함은 진실과 다르다. 매끄러운 문장, 보기 좋은 이미지, 논리적으로 보이는 제안은 쉽게 신뢰를 얻는다. 그래서 더 위험할 수도 있다. 창의적 작업에서 인간은 단순한 사용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사실을 확인하고, 맥락을 따지고, 윤리적 영향을 검토하고, 결과물이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지 살펴야 한다. AI 시대의 창의성은 속도와 생산성만으로 평가될 수 없다. 신뢰와 책임을 함께 담아야 한다.

이 지점에서 인간의 경험과 감정, 공감 능력은 여전히 중요하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지만, 한 사회가 느끼는 불안의 질감이나 한 개인이 겪는 상실의 무게를 살아내지는 않는다. 고객의 불편을 데이터로 파악할 수는 있지만, 그 불편이 왜 모욕감으로 이어지는지, 왜 어떤 사람에게는 작은 변화가 큰 존중으로 느껴지는지 이해하는 데는 인간의 감각이 필요하다. 창의성은 결국 사람을 향해야 한다. 사람을 향하지 않는 새로움은 쉽게 장난이 되고, 사람을 고려하지 않는 혁신은 폭력이 될 수 있다.

AI 시대에 창의성이 더 중요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술이 강력해질수록 무엇을 만들 수 있는지보다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가 중요해진다. 가능성의 범위가 넓어질수록 선택의 책임도 커진다. 누구나 더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시대에는, 왜 만들어야 하는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더 귀해진다. 인간의 창의성은 결과물을 생산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그 결과물의 의미와 방향을 책임지는 데서 완성된다.


AI와 함께 생각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AI 시대의 창의성은 인간과 기계의 대결 구도가 아니다. 오히려 인간이 자기 사고를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의 문제에 가깝다. 계산기 때문에 수학적 사고가 사라진 것이 아니듯, 카메라 때문에 시각적 감각이 사라진 것이 아니듯, AI 때문에 창의성이 사라진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창의성을 발휘하는 방식은 달라진다. 더 빠른 초안, 더 많은 대안, 더 넓은 조합, 더 정교한 시뮬레이션이 가능해진 만큼, 인간에게는 더 높은 수준의 질문과 판단과 책임이 요구된다.

앞으로의 창의적인 사람은 AI를 무조건 숭배하지도 않고, 무조건 거부하지도 않을 것이다. 도구의 한계를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결과물을 그대로 믿지 않으면서도 실험의 재료로 삼을 것이다. AI가 내놓은 답을 끝으로 여기지 않고 시작점으로 삼을 것이다. 더 나은 질문을 던지고, 다른 관점에서 다시 묻고, 불필요한 것을 걷어내고, 사람의 삶과 연결되는 의미를 찾아낼 것이다.

결국 AI 시대의 창의성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을 낭만적으로 고집하는 태도에서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이 기계와 함께 일할 때 무엇을 더 잘할 수 있는지 냉정하게 살피는 데서 나온다. 기계는 빠르게 만들 수 있다. 인간은 왜 만들어야 하는지 물을 수 있다. 기계는 무수한 조합을 제시할 수 있다. 인간은 그중 무엇이 가치 있는지 판단할 수 있다. 기계는 가능성을 확장할 수 있다. 인간은 그 가능성에 방향을 부여할 수 있다.

창의성은 이제 더 이상 혼자만의 번뜩임이 아니다. 질문을 설계하고, 도구를 활용하고, 낯선 조합을 실험하고, 반복을 통해 다듬고, 사람을 향한 책임으로 완성하는 능력이다. AI는 그 과정을 위협하는 존재이면서 동시에 확장하는 존재다. 두려워해야 할 것은 AI가 창의성을 빼앗는 미래가 아니라, AI가 열어놓은 가능성 앞에서 인간이 여전히 낡은 방식으로만 생각하는 일이다. 창의성의 시대는 끝나지 않았다. 다만 창의성을 배우고 훈련하고 사용하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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