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Praise of the Office
사무실의 재발견: 하이브리드와 원격근무의 한계
 
지은이 : Peter Cappelli 외
출판사 : Wharton School Press
출판일 : 202509








사무실은 왜 여전히 필요한가

- 원격근무 이후 다시 발견한 공간·관계·학습의 가치

팬데믹은 사무실 없이도 많은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그러나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는 것과 조직이 건강하게 운영된다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화면을 통해 일하는 동안 출퇴근 시간은 줄고 개인의 자율성은 커졌지만, 관찰과 대화로 배우는 기회, 동료와의 관계, 조직에 대한 소속감은 서서히 약해졌다. 이제 필요한 것은 출근과 재택근무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일이 아니라, 사무실이 담당해 온 기능을 정확히 이해하고 일하는 방식을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Key Message]
* 사무실의 진정한 가치는 출근 자체가 아니라 관계 형성, 지식 공유, 관찰 학습, 공동 문제 해결에 있다.

* 원격근무는 개인의 집중력과 자율성을 높일 수 있지만, 조직의 장기적인 학습과 신뢰, 문화 형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

* 신입사원 교육과 멘토링, 경력 기회는 비공식적인 만남과 반복적인 대면 접촉을 통해 더욱 효과적으로 이루어진다.

* 하이브리드 근무는 단순한 절충안이 아니라, 일정·공간·회의·평가·형평성을 세밀하게 조정해야 하는 복잡한 운영 체계다.

* 미래의 일터는 출근 횟수가 아니라 업무의 목적에 따라 시간과 공간, 관계를 설계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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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원격근무 실험
2020년 팬데믹은 기업과 직장인을 세계 최대 규모의 원격근무 실험에 참여시켰다. 오랫동안 일부 직종과 기업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됐던 재택근무가 순식간에 보편적인 업무 방식으로 확산됐다. 조직은 화상회의와 협업 도구를 도입했고, 구성원은 집 안에 업무 공간을 마련했다. 출근하지 않아도 이메일을 보내고 회의를 열며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초기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기업이 우려했던 대규모 업무 마비는 발생하지 않았고, 일부 구성원은 사무실에서보다 높은 집중력을 경험했다. 출퇴근에 사용하던 시간을 줄일 수 있었고, 거주지와 직장의 거리를 따지지 않고 인재를 채용할 가능성도 열렸다. 사무실 임차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기대도 커졌다. 오랜 시간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던 출근 중심의 조직 운영이 근본적인 도전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의 성공을 원격근무의 장기적인 효과로 곧바로 해석하기는 어려웠다. 팬데믹 이전에 형성된 관계와 조직문화가 원격근무의 초기 성과를 떠받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구성원들은 이미 동료의 성격과 업무 방식을 알고 있었고, 누구에게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도 이해하고 있었다. 사무실에서 축적한 신뢰와 경험을 바탕으로 화면 속에서 협업한 것이다.

원격근무가 장기화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새로운 구성원이 들어왔고, 기존 인력의 이동과 퇴사가 이어졌다. 한 번도 직접 만나지 않은 동료들이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했고, 조직에 대한 기억과 관계의 기반도 점차 희미해졌다. 처음에는 원활하게 작동했던 업무 방식이 시간이 흐를수록 다른 문제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구분해야 할 것은 개인이 맡은 일을 수행하는 능력과 조직 전체가 지속적으로 역량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다. 이미 업무를 잘 알고 있는 숙련자가 혼자 집중해 보고서를 완성하는 데에는 원격근무가 효과적일 수 있다. 반면 새로운 구성원을 교육하고, 복잡한 문제를 함께 해결하며, 서로 다른 부서의 지식을 결합하는 과정에서는 대면 상호작용의 가치가 커진다.

원격근무에 대한 만족도 역시 업무 성과와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 출퇴근 시간이 사라지고 생활의 자율성이 높아지면 구성원의 만족도는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개인이 편안함을 느끼는 업무 방식이 동료의 학습이나 팀의 협업, 조직의 장기적인 역량 형성에도 항상 유리한 것은 아니다. 근무 방식의 효과를 평가하려면 개인의 편의뿐 아니라 조직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살펴야 한다.

화면 밖으로 사라진 조직의 기능
사무실은 단순히 책상과 컴퓨터가 놓인 장소가 아니다. 조직 안에서 필요한 정보와 관계가 끊임없이 오가는 일종의 사회적 기반 시설이다. 정해진 회의나 공식 보고만으로는 전달되지 않는 수많은 지식이 복도, 휴게 공간, 점심 식사, 회의 전후의 대화를 통해 이동한다.

원격근무 환경에서는 대화에 뚜렷한 목적이 필요하다. 누군가에게 질문하려면 메시지를 보내거나 화상회의를 요청해야 한다. 질문이 사소하다고 느껴지면 연락을 미루게 되고, 어떤 사람에게 물어야 하는지 모르면 문제를 혼자 붙들고 있게 된다. 반면 같은 공간에서 일하면 옆자리의 대화를 우연히 듣거나, 지나가던 동료에게 짧게 질문하면서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

이러한 우연한 접촉은 겉으로 보기에는 비효율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업무와 직접 관련 없는 대화가 오가고, 누군가의 질문 때문에 집중이 끊기기도 한다. 그러나 조직의 관점에서는 이런 느슨한 상호작용이 정보의 이동 경로를 넓힌다. 다른 부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게 되고, 공식 조직도에는 나타나지 않는 경험과 전문성을 발견할 수 있다.

혁신 역시 계획된 회의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서로 다른 지식과 관점이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만날 때 등장한다. 온라인 회의는 이미 정해진 의제에 따라 정보를 전달하고 결론을 내리는 데 유용하지만, 의제 밖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발언 순서가 정해지고 침묵이 불편해지면서 대화는 자연스럽게 과업 중심으로 좁아진다.

화상회의에서는 화면에 보이는 표정과 목소리만으로 상대의 반응을 파악해야 한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말하기 어렵고, 작은 몸짓이나 분위기의 변화를 읽기도 쉽지 않다. 회의가 끝나면 사람들은 각자의 화면에서 즉시 사라진다. 대면 회의라면 회의실을 나서며 “아까 그 이야기는 무슨 의미였느냐”고 물을 수 있지만, 온라인에서는 그 짧은 후속 대화가 생략되기 쉽다.

신뢰 형성에도 차이가 나타난다. 신뢰는 업무 능력을 확인하는 것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상대가 압박을 받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 약속을 지키는지, 동료의 어려움에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 반복적으로 관찰하면서 형성된다. 비공식적인 접촉이 줄어들면 사람들은 서로를 구체적인 인물이 아니라 업무를 주고받는 계정이나 화면 속 얼굴로 인식하기 쉽다.

조직문화도 비슷하다. 문화는 사내 규정이나 핵심가치를 적은 문구만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어떤 행동이 실제로 인정받는지, 관리자가 실수를 어떻게 다루는지, 구성원들이 의견 충돌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는지를 관찰하면서 학습된다. 온라인 환경에서는 공식적으로 편집된 모습이 주로 노출되기 때문에 조직의 암묵적인 규범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사무실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호작용이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불필요한 회의, 과도한 보고, 위계적인 문화, 집중을 방해하는 소음은 사무실 근무의 분명한 문제다. 중요한 것은 사무실 자체를 이상화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공간이 제공할 수 있는 관계와 학습의 기능을 구분해 보는 일이다. 낡은 업무 관행을 유지하기 위해 출근을 요구한다면 구성원의 반발만 커질 수 있다.

신입사원과 경력개발의 보이지 않는 손실
원격근무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집단 가운데 하나는 조직생활을 처음 시작한 신입사원이다. 숙련자는 업무의 맥락을 이해하고 필요한 정보를 찾는 방법을 알고 있다. 그러나 신입사원은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공식적인 교육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지식이 훨씬 많다.

사무실에서는 선배가 고객과 통화하는 방식, 회의에서 질문하는 순서, 보고서가 수정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관찰할 수 있다. 누군가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업무의 기준을 배운다. 이런 학습은 별도의 교육 일정에 포함되지 않으며, 대부분 기록으로 남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직무 역량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원격 환경에서는 모든 배움이 의도적으로 설계돼야 한다. 신입사원이 질문할 시간을 마련하고, 작업 과정을 공유하며, 정기적으로 피드백을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관리자는 눈앞에 보이지 않는 구성원이 어느 지점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알아차리기 어렵다. 신입사원 역시 바쁜 선배에게 사소한 질문을 반복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질문을 많이 하고 관계를 적극적으로 만드는 일부 구성원은 성장하지만, 조용히 혼자 해결하려는 사람은 뒤처질 수 있다. 자율성을 강조한 근무 방식이 오히려 개인의 성격과 사회적 능력에 따른 학습 격차를 확대하는 셈이다. 조직이 체계적인 지원을 제공하지 않으면 원격근무는 이미 경험과 관계를 갖춘 사람에게 더 유리하게 작동한다.

멘토링도 약해질 수 있다. 공식적인 멘토 제도를 만든다고 해서 실질적인 조언과 후원이 자동으로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경력에 도움이 되는 관계는 반복적인 접촉을 통해 형성된다.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식사하며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관리자는 구성원의 능력과 관심사를 이해하고, 적절한 프로젝트나 기회를 연결한다.

경력개발에는 업무 성과뿐 아니라 가시성도 영향을 미친다. 누가 어려운 상황에서 팀을 도왔는지, 누가 회의 밖에서 갈등을 조정했는지, 누가 잠재력 있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는지는 숫자만으로 측정하기 어렵다. 관리자와 자주 대면하는 구성원의 기여가 더 쉽게 인식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원격으로 일하는 사람의 성과는 최종 결과물 외에는 잘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

하이브리드 환경에서는 이러한 가시성의 차이가 형평성 문제로 이어진다. 사무실에 자주 나오는 사람과 원격으로 일하는 사람이 같은 기준으로 평가받는다고 하더라도, 실제 기회는 다르게 배분될 수 있다. 관리자가 의도적으로 차별하지 않아도 가까이에서 자주 만나는 사람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중요한 업무를 맡기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돌봄 책임이 있거나 장거리 통근을 해야 하는 구성원은 원격근무를 더 많이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들이 승진과 핵심 프로젝트에서 불리해진다면 유연근무는 복지 제도처럼 보이면서도 장기적으로 경력 격차를 키울 수 있다. 근무 장소의 선택권을 제공하는 것만으로 형평성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선택에 따라 어떤 기회와 비용이 발생하는지까지 관리해야 한다.

사무실은 단순히 업무 결과를 생산하는 공간이 아니라 구성원이 전문성을 쌓고 조직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만들어 가는 무대이기도 하다. 이 기능을 무시하면 당장의 생산성은 유지되더라도 미래의 관리자와 전문가를 길러 내는 조직의 능력은 약해질 수 있다.

하이브리드 근무의 구조적 모순
완전한 사무실 근무와 완전한 원격근무 사이의 타협안으로 하이브리드 근무가 빠르게 확산됐다. 일주일 중 일부는 사무실에서, 나머지는 원하는 장소에서 일하는 방식이다. 구성원에게는 유연성을 제공하고 조직에는 대면 협업의 기회를 남겨 둔다는 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해법처럼 보인다.

문제는 하이브리드 근무가 두 방식의 장점만 결합하는 것이 아니라 단점까지 함께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구성원이 각자 원하는 날 출근하면 같은 팀이 사무실에서 만날 가능성이 낮아진다. 출근했는데 협업해야 할 동료는 집에서 일하고 있다면, 사무실 책상에 앉아 다시 화상회의를 하게 된다. 출퇴근의 비용은 지불하면서 대면근무의 이점은 얻지 못하는 상황이다.

조직이 공통 출근일을 정하더라도 문제가 모두 해결되지는 않는다. 모두가 같은 날 출근하면 사무실 공간과 회의실이 부족해질 수 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사무실 규모를 축소하거나 지정 좌석을 없앤 기업에서는 더욱 그렇다. 자리를 예약하는 과정이 번거롭고, 팀원들이 서로 떨어져 앉으면 자연스러운 대화도 줄어든다.

공통 출근일이 회의로 가득 차는 현상도 나타난다. 어렵게 모였으니 모든 회의를 그날 처리하려 하고, 구성원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회의실을 이동한다. 정작 관계를 형성하거나 비공식적으로 대화할 시간은 사라진다. 사무실에 나왔지만 화면보다 더 빽빽한 일정에 갇히는 것이다.

하이브리드 회의의 품질도 중요한 문제다. 일부는 회의실에 있고 일부는 화면으로 참여하면 정보와 영향력의 차이가 발생한다. 회의실에 있는 사람들은 눈빛을 교환하고 즉석에서 대화하며 분위기를 파악하지만, 원격 참여자는 발언 기회를 얻기 어렵다. 회의가 끝난 뒤 이어지는 대화에서도 배제될 수 있다.

관리의 복잡성도 커진다. 관리자는 누가 어디에서 일하는지 파악하고, 업무 진행 상황을 확인하며, 대면 구성원과 원격 구성원에게 정보를 동일하게 전달해야 한다. 사무실 근무와 원격근무를 동시에 운영하면서 업무 절차를 이중으로 마련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관리 역량과 시간이 충분하지 않으면 하이브리드는 자율적인 근무 방식이 아니라 혼란스러운 근무 방식이 된다.

규칙이 모호하면 갈등이 생긴다. 회사는 주 3회 출근을 요구하지만 어떤 팀은 엄격하게 적용하고 다른 팀은 사실상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구성원들은 규칙의 필요성보다 불공정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출근 여부가 상사의 성향이나 개인적인 협상 능력에 따라 달라지면 제도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다.

출근 명령의 목적이 분명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경영진은 협업과 문화를 이야기하지만, 구성원은 사무실에 나와 혼자 이메일을 처리하고 온라인 회의에 참석한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사무실 복귀 정책은 조직의 필요가 아니라 통제권을 회복하려는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출근을 요구하려면 그날 같은 공간에서 무엇을 함께 해야 하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하이브리드 근무는 저절로 작동하는 중간 지대가 아니다. 누가 언제 모이고, 어떤 업무를 대면으로 수행하며, 원격 참여자를 어떻게 보호할지 세밀하게 설계해야 하는 운영 체계다. 유연성을 제공한다는 선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오히려 완전한 사무실 근무나 완전한 원격근무보다 높은 수준의 관리 능력이 필요하다.

출근이 아니라 목적을 설계하는 조직
사무실의 가치를 인정한다고 해서 모든 구성원이 매일 출근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개인의 집중이 필요한 업무,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전문 업무, 결과가 명확하게 측정되는 업무는 원격 환경에서도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장거리 통근을 줄이고 개인의 생활 조건에 맞게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는 장점도 포기할 필요가 없다.

반면 새로운 팀을 구성하거나 신입사원을 교육할 때, 불확실성이 큰 문제를 해결할 때, 여러 부서의 지식을 결합해야 할 때에는 대면 상호작용이 유리하다. 갈등을 조정하고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같은 공간에서 나누는 대화가 중요하다. 근무 장소는 일률적인 복지나 규율이 아니라 업무의 성격에 따라 선택해야 한다.

첫 번째 원칙은 출근일보다 출근 목적을 정하는 것이다. 단순히 주 2일이나 주 3일을 사무실에서 보내라고 요구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대면근무가 필요한 활동을 먼저 구분하고, 그 활동에 참여해야 하는 구성원이 같은 시간과 장소에 모이도록 해야 한다. 출근한 날에는 협업, 피드백, 멘토링, 관계 형성처럼 대면 효과가 큰 활동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

두 번째 원칙은 팀 단위의 조정이다. 조직 전체에 하나의 규칙을 적용하면 단순하고 공정해 보이지만, 영업·연구개발·재무·고객지원 등 업무 특성의 차이를 반영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팀마다 완전히 다른 규칙을 적용하면 혼란과 불신이 생긴다. 조직 차원의 기본 원칙을 세우고, 그 범위 안에서 팀이 업무에 맞는 방식을 설계하도록 해야 한다.

세 번째 원칙은 관리자에게 책임과 역량을 함께 부여하는 것이다. 하이브리드 팀을 운영하려면 업무 목표를 명확히 정하고, 결과를 기준으로 성과를 평가하며, 구성원의 학습과 관계 상태를 지속적으로 살펴야 한다. 관리자가 대면 구성원에게만 정보를 제공하거나 원격 구성원을 방치하지 않도록 별도의 훈련도 필요하다.

네 번째 원칙은 경력 기회의 차이를 점검하는 것이다. 중요한 프로젝트, 교육, 멘토링, 승진 기회가 사무실에 자주 나오는 사람에게만 집중되고 있지 않은지 확인해야 한다. 원격근무자에게 동일한 회의 링크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발언권과 정보 접근, 비공식적 관계 형성의 기회까지 살펴야 한다.

다섯 번째 원칙은 사무실 공간을 새로운 목적에 맞게 바꾸는 것이다. 집중 업무를 위해 출근했는데 소음과 방해만 늘어난다면 구성원은 집을 더 효율적인 일터로 선택할 수밖에 없다. 협업을 강조하면서 회의 공간이나 공동 작업 공간을 충분히 제공하지 않는 것도 모순이다. 사무실은 모든 업무를 수행하는 고정된 장소가 아니라, 만남과 협력의 밀도를 높이는 공간으로 재구성될 필요가 있다.

사무실 복귀를 둘러싼 논쟁에서는 종종 경영진과 구성원의 이해관계가 충돌한다. 경영진은 협업과 조직문화를 강조하고, 구성원은 출퇴근 비용과 삶의 질을 이야기한다. 어느 한쪽의 주장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해법을 만들기 어렵다. 기업이 대면근무의 필요성을 요구하려면 그 필요가 실제 업무 과정에서 확인돼야 하고, 구성원 역시 개인의 편의만이 아니라 동료와 조직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성과 측정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사무실에 오래 앉아 있는 시간을 성과로 간주하면 불필요한 출근과 보여 주기식 근무가 늘어난다. 반대로 단기적인 산출량만 평가하면 멘토링, 지식 공유, 문화 형성과 같은 장기적인 기여가 사라질 수 있다. 개인의 결과와 함께 팀의 학습, 협력, 후속 인재 육성까지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근무 방식에는 모든 조직과 모든 구성원에게 적용되는 하나의 정답이 없다. 완전한 원격근무가 효과적인 조직도 있고, 지속적인 대면 협력이 필수적인 조직도 있다. 같은 기업 안에서도 업무와 경력 단계에 따라 적합한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유행이나 경영진의 취향, 구성원의 선호만으로 결정을 내리지 않는 것이다.

팬데믹은 사무실이 없어도 업무가 지속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었다. 그 경험은 출근 중심의 낡은 관행을 돌아보게 했고, 구성원에게 더 많은 자율성을 제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었다. 동시에 시간이 흐르면서 조직이 단순한 업무 배분 시스템이 아니라 관계와 학습을 통해 유지되는 공동체라는 점도 드러냈다.

사무실의 진정한 가치는 출석 자체에 있지 않다. 사람을 만나고, 질문하고, 관찰하며,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이런 기능이 필요하지 않은 날까지 출근을 강요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그 기능을 온라인 도구가 자동으로 대신해 줄 것이라고 기대해서도 안 된다.

앞으로의 일터는 사무실과 원격근무 가운데 승자를 가리는 방식으로 설계될 수 없다. 조직은 어떤 활동이 혼자 할 때 더 효과적인지, 어떤 활동이 함께 있을 때 더 나은 결과를 만드는지 구분해야 한다. 구성원이 사무실에 나오는 횟수보다 함께 있는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사무실은 과거의 유물이 아니며, 원격근무도 일시적인 예외가 아니다. 두 방식은 서로를 완전히 대체하는 경쟁자가 아니라 서로 다른 기능을 담당하는 업무 환경이다. 사무실을 되살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출근 횟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굳이 찾아올 만한 이유를 만드는 것이다. 유연성은 장소를 자유롭게 선택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사람과 조직이 가장 잘 일할 수 있도록 시간·공간·관계의 조합을 목적에 맞게 설계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