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전쟁: 희토류가 불러올 미래의 패권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원광 생산의 50% 이상, 정제 공정의 87%를 ...



  • 보이지 않는 전쟁: 희토류가 불러올 미래의 패권

    전략광물 정의와 현대 기술에서의 중추적 역할
    희토류와 전략광물은 21세기 산업의 ‘신혈관망’이다. 전기차, 반도체, 풍력 발전, 방위 산업 기술의 모든 고도화는 이들 원소를 정점으로 한다.

    희토류 원소(란탄계 원소 17종)와 함께 리튬ㆍ코발트ㆍ니켈ㆍ텅스텐 등은 첨단기술의 필수 요소로, 이제 단순한 자원을 넘어 국가 안보 전략 자산으로 승격했다. 따라서 이 자원들이 실제로 어떻게 채굴되고, 누가 수요를 견인하며, 지정학적 갈등 속에서 어떤 전략이 펼쳐질지를 각 국가들은 명백하게 분석하고 대처해야 한다.

    중국의 희토류 패권과 글로벌 의존 체제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원광 생산의 50% 이상, 정제 공정의 87%를 장악하며, 사실상 희토류 공급망 전체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1990년대부터 정부 주도로 추진된 자원 전략과 인프라 투자는 글로벌 경쟁자들의 접근을 차단하며 중국 중심 구조를 공고히 했다. 이로 인해 미국, EU, 일본 등은 희토류 시장에서 기술적, 경제적 자립을 놓친 상태다.

    네오디뮴, 디스프로슘, 프라세오디뮴 등 중희토류는 고성능 모터와 영구자석 등에 필수적이며,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글로벌 수요는 2040년까지 현재의 6~40배 수준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한 노력은 곧 ‘글로벌 지정학과 환경 보호의 균열’을 의미한다.

    채굴 현장의 그림자: 사회·환경적 비용
    전략광물의 가치는 그 이면에 존재하는 ‘숨은 대가’로 측정될 수 있다. 콩고의 코발트는 채굴자 30만 명, 그중 3만 명이 18세 미만인 환경에서 하루 2달러 임금에 맨손 채굴되고 있으며, 미국 NIH-하버드 공동연구는 이들이 폐질환과 납 중독에 시달린다고 경고한다.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는 수천 km² 규모의 염수 증발지가 조성되어 토착 생태계가 붕괴되고, 인도네시아 니켈 채굴 지역에서는 해양오염과 주민 건강 악화가 이어진다. 따라서 "친환경 기술"마저 이러한 대가 위에 세워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미중 갈등 속 희토류의 전략적 무기화
    2018년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였고, 이에 중국은 희토류 수출을 제어하겠다고 위협했다. 이는 곧 희토류가 경제·외교·안보의 삼중 레버리지로 작동함을 보여준 사건이다. F‑35 전투기 한 대당 약 420kg의 희토류가 필요하며, 중요한 군수 장비는 모두 이 자산 없이는 작동할 수 없다.

    미국은 이에 대응해 2022년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를 도입했고, ‘광물안보파트너십(MSP)’ 출범, 유럽과의 공급망 연대 등 강력한 공급망 재편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을 완전히 대체한 사례는 아직 없으며 ‘탈중국’은 요원한 과제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탈중국과 다변화 흐름
    마운틴 패스 광산을 비롯해 복수의 프로젝트가 추진 중이지만 ‘정제 기술’의 부재는 큰 장애다. EU는 전략자원법(CRMA)을 통해 채굴·가공·재활용 목표를 설정했지만, 환경 규제와 사회적 반발로 진도가 더디다. 한편, 호주(이늬보·노랜스 프로젝트), 캐나다, 브라질, 아랍에미리트, 사우디,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이 공급망 다변화의 열쇠로 떠오르고 있으며, 이들 국가마다 ‘정제·자립 기술 확보’가 관건으로 대두되고 있다.

    또한 일본과 유럽 일부는 도시광산이나 재활용 기술에 집중하며 자원 순환 체계를 구축해서 공급 안정과 ESG를 동시에 잡으려 하고 있다.

    한국의 전략광물 정책과 과제
    한국은 희토류, 리튬, 니켈 등 전략광물 10개 중 8~9개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핵심광물 확보 전략’을 수립했고, 포스코·LG·SK 등이 호주·아르헨티나·인도네시아 등에서 광산 지분을 확보하는 적극적인 자원외교에 나섰다. 하지만 실제 정제 시설은 확보되지 않았다.

    현재 한국 모델은 ‘미일 주도의 공급망 연대형 구조’로, 단기적으로는 안정적일 수 있으나, 자립적 생태계 구축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정제 공정 기술, 재활용 체계, 환경 안전 관리 능력까지 통합적으로 강화하는 ‘전 과정 전략’이 중요하다.

    트럼프의 복귀 전략과 희토류 대응 정책 변화
    2025년 재선 후 트럼프는희토류 전략에 다음과 같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 Section 232 조사 확대: 행정명령으로 전략광물 수입이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 조사하도록 지시했다.

    * DPA 활용·수급 안정화: DOD와 DoE 예산을 동원해 국산 희토류 프로젝트에 지원금을 투입하고, 설비 건설과 연구를 가속하고 있다 .

    * 중국과 협상 재개: 트럼프는 시진핑과 통화 접촉 후 “희토류와 자석 수출을 미국에 재개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55% 관세와 맞교환했다 .

    * Pentagon·민간 합작 투자 가속화: 최근 국방부는 희토류 리더 기업 MP Materials에 지분 15%를 매입하고, 텍사스 테크 시설과 포트워스 자석 공장을 2028년까지 완공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러한 전략은 기술패권을 뒷받침하려는 ‘국산화 바람’을 분명하게 보여주며, 트럼프 행정부가 희토류를 경제·외교·안보의 삼각 전략 자산으로 채택했음을 시사한다.

    윤리·환경 기준 강화와 글로벌 규제 변화
    현대 전략광물 시장은 단순한 공급량 경쟁을 넘어, 윤리성과 투명성이 평가 기준이 되고 있다. EU는 CSDDD(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로 공급망에 대한 환경·인권 책임을 규정하고 있으며, 미국은 Dodd‑Frank법과 IRA로 공급망 추적과 투자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소비자는 제품 자체를 넘어 제품이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졌는지까지 묻고 있다.

    이같은 기준은 한국 기업의 자원 조달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며, 향후 글로벌 조달에서는 도덕적 정당성이 경쟁력의 핵심이 된다.

    2025년 전략광물 전환점
    2025년은 희토류 시장의 전환점이 되는 해다. 단순한 지역 다변화가 아닌, 기술독립, 윤리·환경 준수, 공급망 투명성 등이 합쳐진 공급망 총체 전략이 요구된다. 트럼프의 재선 이후 정책들은 국민 감정과 경제 논리, 안보 전략이 얽힌 종합적 국정 아젠다로 전환되고 있다.

    글로벌 희토류 시장은 이제 ‘어디서 채굴할까’가 아니라, 누가, 어떻게, 어떤 조건으로 이 자원을 관리하고 분배하느냐가 핵심이 된다.
    한국은 어떠한 협력과 기술투자를 통해 이 새로운 기준의 공급망 파트너로 올라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향후 전망: 전략광물의 미래를 예측하다
    2025년을 기점으로 전략광물 시장은 새로운 전환점에 진입했다. 향후 10년간의 변화는 단순한 수요 증가에 그치지 않고, 지형적 갈등과 기술 진보, 정책 변화, 윤리적 기준 강화 등 다면적 요소에 의해 좌우될 전망이다. 이러한 미래를 다음과 같이 4가지 시나리오로 구분해 예측할 수 있다.

    1. 기술주도형 낙관 시나리오에서는 미국, EU, 일본이 기술 독립을 가속화하고 재활용 기술 및 대체소재 개발이 상용화되면서 중국 의존도를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전기차 배터리에서 희토류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LFP나 고체전지 기술의 상용화는 전체 수요 구조를 바꿀 수 있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도시광산(urban mining), AI 기반 광물 추적, ESG 블록체인 인증 등도 보편화될 가능성이 높다.

    2. 지정학 심화형 경고 시나리오에서는 미중 갈등이 심화되고, 중국이 전략광물 수출을 무기화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반복적으로 마비된다. 트럼프 재선 이후 중국산 희토류에 55% 관세가 유지되고, 중국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희토류 수출을 일부 차단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가격이 급등하고, 전략자산으로서 희토류의 군사적 비중이 확대될 것이다. 각국은 ‘전략광물 비축제도’를 확대하며, 희토류가 국제 외교의 지렛대가 되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

    3. ESG 중심 전환 시나리오는 공급망 투명성과 윤리적 채굴 기준이 국제 통상규범으로 정착되면서, 인증받은 공급망만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체제가 형성된다. 이 과정에서 중국 중심의 저가-저환경 모델은 쇠퇴하고, 북미·EU·호주 등이 신뢰 가능한 공급처로 재편된다. 윤리 채굴 인증, 인권보고 의무, 제3자 감시 등이 의무화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이 자원 확보의 전제 조건이 된다.

    4. 혼합 전이형 현실 시나리오에서는 기술 혁신, 지정학 갈등, ESG 규범이 동시에 작동하며 지역·산업별로 상이한 미래가 펼쳐진다. 특정 광물(예: 리튬)은 재활용이 활발해지고, 일부는 여전히 중국 중심 공급망에 묶이는 혼재된 구조가 될 수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다층적 전략을 펼치고, 국가들은 이중·삼중의 공급망을 병렬로 운영하게 될 것이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자원외교, 기술혁신, 정책조율의 속도와 균형이 승부를 좌우한다.

    전략광물의 미래는 단일한 방향이 아닌 다중 트랙에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각국 정부와 기업은 이 불확실성을 감내하며 복수의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시대를 맞고 있다. 희토류 전쟁은 끝나지 않았고, 이제 막 ‘2막’이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