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함의 힘, 왜 우리는 간결한 설명과 효율적 행동을 선호하는가?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간결함을 선호한다. 이는 삶의 다양한 상황에서 반복적...


  • 단순함의 힘, 왜 우리는 간결한 설명과 효율적 행동을 선호하는가?

    단순함은 본능이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간결함을 선호한다. 이는 삶의 다양한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현상이며, 최근 워털루 대학교(University of Waterloo)의 인지심리학 연구는 이 직관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연구진은 “우리는 왜 단순한 설명에 만족하는가?”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7개의 실험을 진행했고, 2,820명의 참가자들은 예외 없이 단순한 설명과 효율적인 실행 전략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 연구 결과는 인간의 사고 체계에 내재된 일관된 원리를 드러낸다. 단순한 설명은 단지 이해하기 쉬운 것이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원인’을 전제로 한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드물고 복잡하며 예측 불가능한 원인보다는, 익숙하고 반복 가능한 원인을 설명의 기준으로 선호한다. 이는 결과를 예측하고 행동을 계획할 때 안정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설명과 행동, 뇌는 같은 구조로 판단한다
    연구의 핵심 통찰 중 하나는, 사람들이 설명을 선택할 때와 목표 달성 수단을 선택할 때 뇌가 유사한 기준을 적용한다는 점이다. 설명이 간결할수록, 그리고 그 설명이 흔한 원인을 포함할수록 사람들은 그것을 ‘합리적’이라고 느꼈다. 동일하게,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이 간단하고 재현 가능할수록, 사람들은 그것을 ‘효율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단순히 정보 처리의 문제를 넘어, 인지 경제성(cognitive economy)과 관련되어 있다. 인간의 뇌는 에너지를 적게 들이고도 많은 것을 해석하고, 결정하고, 행동하기 위해 설계되어 있다. 단순한 설명은 에너지 절약의 지름길이고, 효율적인 행동은 결과를 빠르게 얻는 전략이다. 이 두 가지는 인간이 환경에 적응해 온 진화적 산물이며,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판단 기준으로 작동한다.

    “단순하지만 신뢰할 수 있는”이 핵심
    이번 연구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단순함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단순하면서도 신뢰할 수 있는(common and reliable)’ 원인을 선호했다. 예를 들어, 어떤 현상의 원인을 설명할 때, 사람들은 드물고 복잡한 원인보다 흔하고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원인을 더 신뢰했다. 이는 인간의 사고가 단순히 최소한의 설명을 선호하는 것이 아니라, **예측 가능성과 재현성**이라는 신뢰의 기초를 요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성향은 설명뿐만 아니라 목표 달성 전략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복잡하고 특수한 도구나 절차보다, 흔하고 일반화된 방법이 사람들에게 더 선호되었다. 이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결과를 얻고자 하는” 인간의 효율 추구 본능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조직과 리더십에 주는 함의
    이 연구 결과는 단지 심리학적 발견에 그치지 않는다. 실무적으로는 조직관리, 리더십, 의사결정, 마케팅,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하다. 예를 들어, 리더는 구성원에게 변화나 전략을 설명할 때, 복잡한 프레임워크보다 직관적이고 단순한 원리를 제시할 때 설득력이 높다. 단순한 설명이 신뢰를 유도하고, 효율적인 실행 방식을 선호하는 인간의 본성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또한, 경영진이 조직의 목표를 수립하고 실행 전략을 제시할 때, 복잡한 KPI 체계보다는 핵심적인 지표 몇 가지에 집중하는 것이 직원들의 몰입도를 높이고 실행 가능성을 높인다. 이는 단순함이 곧 실행력이며, 실행력이 곧 성과라는 공식을 보여주는 사례다.

    단순함의 함정: 언제나 효과적인가?
    그렇다면 단순한 설명이 항상 더 나은가? 그렇지는 않다. 단순함의 선호는 확실히 강력한 경향성이지만, 때로는 현실을 과도하게 축소하거나 중요한 변수를 간과할 위험이 있다. 복잡한 현상을 지나치게 간략하게 설명하려 하면, ‘과도한 단순화(oversimplification)’라는 오류에 빠질 수 있다.

    예컨대, 경제 위기의 원인을 단 하나의 정책 실패로 환원한다거나, 조직 문제를 한 명의 리더십 실패로 설명하는 방식은 매력적일 수는 있어도 진실에 가까운 설명은 아닐 수 있다. 따라서 단순함은 ‘충분한 설명력’을 충족하는 선에서 유지되어야 하며, 그 바깥은 성찰의 영역으로 남겨야 한다.

    인공지능과 단순함: 알고리즘 설계의 과제
    이 연구는 인공지능(AI) 설계에도 중요한 함의를 준다. AI는 인간의 인지 패턴을 모방하려는 기술이며, 사람들의 ‘단순한 설명에 대한 선호’는 알고리즘의 출력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용자가 AI의 판단을 신뢰하려면, 그 결과가 복잡한 수학적 계산이 아닌 **간결하고 신뢰 가능한 방식**으로 설명되어야 한다.

    이미 ‘설명 가능한 AI(Explainable AI, XAI)’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연구는 사용자의 심리적 수용성을 고려한 인터페이스 설계에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AI는 단순한 설명을 제공해야 하지만, 동시에 정보의 왜곡이나 과잉 단순화는 피해야 한다는 이중 과제를 안고 있다.

    교육과 커뮤니케이션에 주는 교훈
    단순함은 교육과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원칙이기도 하다. 교사는 학생에게 새로운 개념을 설명할 때, 복잡한 전문 용어보다 간결하고 유비적인 설명을 사용할 때 학습 효과가 높다. 마찬가지로, 공공 커뮤니케이션에서도 국민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려면 짧고 명료한 메시지가 효과적이다.

    그러나 여기서도 단순함의 위험은 존재한다. ‘단순한 메시지’는 때로는 ‘정치적 왜곡’으로 악용되기 쉽기 때문이다. 예컨대 “경제는 정부가 망쳤다” 혹은 “문제는 외부 세력 때문이다” 같은 주장은 설명으로서는 단순하지만, 그 자체가 사실이 아닐 수 있다. 따라서 단순함은 전달 방식이 되어야 하지, 진실의 왜곡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단순함은 사고의 기본값이다
    워털루 대학교 연구팀이 확인한 바와 같이, 인간은 단순한 설명과 효율적인 실행을 본능적으로 선호한다. 이는 진화적 생존 전략이자, 현대 사회에서도 유효한 사고 습관이다. 그러나 단순함은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어야 한다. 설명은 명확하되 진실을 놓치지 않아야 하고, 행동은 효율적이되 윤리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

    궁극적으로 단순함은 인간 사고의 기본값(default)이다. 그리고 우리가 이 기본값을 얼마나 의식적으로, 전략적으로 활용하는지가 정보 과잉 시대를 살아가는 지적 태도의 수준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출처 - COGNITIVE PSYCHOLOGY, November 2024, Vol. 154, “Doing things efficiently: Testing an 
    Account of Why Simple Explanations are Satisfying,” by Claudia G. Sehl, et al.  © Elsevier B.V.  all rights reser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