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제 임금 유지가 던진 생산성의 질문
보스턴 칼리지와 유니버시티 칼리지 더블린 연구진이 참여한 연구는 4일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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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제 임금 유지가 던진 생산성의 질문
    - 하루를 빼는 제도가 아니라 일을 다시 짜는 제도

    시간 공포
    4일제를 말하면 조직은 먼저 겁부터 낸다. 임금을 그대로 주고 근로시간을 줄이면, 줄어든 시간만큼 성과도 비어버릴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은 늘 시간에 비례하지 않는다. 같은 8시간이라도 회의와 결재와 보고가 끼어 있으면 실제로 손에 쥐는 결과는 얇아진다. 반대로 불필요한 절차가 줄어들면 짧은 시간에도 일이 밀도 있게 나간다. 그래서 4일제의 핵심은 하루를 쉬게 해주는 복지가 아니라, 그동안 당연하게 굴리던 일의 방식이 얼마나 비효율적이었는지 조직이 더 이상 외면하지 못하게 만드는 장치다.

    이 관점으로 보면 4일제는 하루를 빼는 정책이 아니라 평일을 다시 설계하게 만드는 압력으로 작동한다. 회의가 많았던 조직은 회의를 줄여야 하고, 승인 단계가 많았던 조직은 결재를 단순화해야 한다. 결국 성패는 쉬는 날이 아니라 남은 나흘을 어떻게 쓰느냐에 달려 있다.

    비교가 만든 신뢰
    4일제를 둘러싼 논쟁은 말이 많지만, 설득력을 만드는 건 결국 비교 가능한 데이터다. 보스턴 칼리지와 유니버시티 칼리지 더블린 연구진이 참여한 연구는 4일제를 단순한 유행이나 만족도 이슈로 다루지 않고, 조직이 실제로 개입을 했을 때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살폈다. 호주 캐나다 아일랜드 뉴질랜드 영국 미국의 141개 조직이 참여했고, 2,896명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시행 전과 후의 변화를 비교했다. 여기에 4일제를 시행하지 않은 12개 통제 조직도 함께 두어,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생길 변화나 기대감의 착시를 가능한 한 분리하려 했다.

    중요한 지점은 준비 과정이다. 참여 조직들은 곧바로 주 4일로 들어간 것이 아니라, 먼저 업무를 정리하고 줄이는 단계를 거쳤다. 불필요한 회의를 줄이고, 프로세스를 단순화하고, 집중 시간을 확보하는 준비를 하고 나서 4일제를 시행했다. 다시 말해 이 연구가 보여주는 장면은 그냥 하루를 빼는 실험이 아니라, 하루를 빼기 위해 일을 다시 배열하는 현실의 과정에 가깝다.

    웰빙이 성과를 받치는 이유
    결과는 웰빙 지표에서 뚜렷했다. 번아웃이 줄고, 직무 만족이 오르고, 정신 건강과 신체 건강 지표가 좋아졌다. 통제 조직에서는 같은 방향의 변화가 상대적으로 약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개인별로 실제 근로시간이 얼마나 줄었는지에 따라 변화 폭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개인 차원에서 시간이 더 크게 줄어든 사람일수록 개선 폭이 더 커지는 경향이 관찰됐다.

    이 변화는 막연한 기분이 아니라 경로로 설명된다. 업무를 해낼 수 있다는 감각이 좋아지고, 수면 문제가 줄고, 피로가 낮아지는 요인이 주요 연결 고리로 제시됐다. 여기서 생산성 논쟁과 맞닿는다. 사람의 피로와 수면은 집중과 판단의 바닥이다. 피로가 쌓이면 실수가 늘고, 재작업이 늘고, 소통 비용이 늘어난다. 반대로 회복이 되면 같은 시간에도 결과가 더 안정적으로 나온다. 4일제가 성과를 지키는 방식은 단순히 덜 일해서가 아니라, 회복이 가능한 상태를 만들어 나흘의 밀도를 올리는 데서 생길 수 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이 연구의 중심은 노동자 웰빙이며, 모든 조직에서 동일한 객관 성과 지표를 같은 방식으로 측정해 생산성을 한 줄로 단정하는 종류의 연구와는 결이 다르다. 그래서 더 현실적인 결론은 이것이다. 4일제가 성과를 무너뜨리느냐의 문제는 결국 운영과 측정의 문제로 남는다. 조직은 웰빙 변화뿐 아니라 산출, 품질, 오류, 재작업, 고객 대응의 안정성 같은 지표를 함께 세팅해 자신의 환경에서 확인해야 한다.

    성공 조건
    4일제를 현장에 옮길 때 가장 흔한 실패는 하나다. 하루만 빼고 나머지는 그대로 두는 것이다. 그러면 남은 나흘이 과밀해지고, 번아웃이 다른 형태로 옮겨갈 수 있다. 그래서 4일제의 핵심은 시간 압축이 아니라 업무 정리다. 회의는 줄이되 결정은 빨라져야 하고, 문서화는 늘리되 불필요한 상태 보고는 줄어야 한다. 고객 대응이 필수인 조직이라면 교대와 인수인계부터 단단해져야 한다. 인수인계가 약하면 하루가 비는 순간 구멍이 생기고, 그 구멍을 메우느라 나흘이 더 거칠어진다.

    도입 순서를 단순하게 잡으면 세 단계로 정리된다. 먼저 반복 회의와 중복 승인과 불필요한 보고를 줄여 시간을 되찾는다. 다음으로 집중 시간을 보호하는 규칙을 만들어, 되찾은 시간이 다시 회의로 새지 않게 한다. 마지막으로 성과 기준을 더 명확하게 다시 세운다. 무엇이 성과인지가 선명해져야 시간 감소를 곧바로 성과 감소로 연결하지 않는다. 산출만 보지 말고 품질과 재작업, 리드타임, 오류율 같은 지표도 함께 보는 편이 안전하다.

    결국 4일제는 하루를 줄이는 정책이 아니라 일을 다시 짜는 프로젝트다. 잘 설계되면 웰빙이 좋아지고, 그 웰빙은 피로와 수면 같은 바닥을 통해 장기 성과의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설계 없이 도입하면, 하루를 쉬는 대신 나흘이 무너질 수도 있다. 그래서 4일제의 결론은 늘 하나로 모인다. 성공의 열쇠는 휴무일이 아니라 운영이다.

    Reference
    Fan, Wen; Schor, Juliet B; Kelly, Orla; Gu, Guolin. (2025). Work time reduction via a 4-day workweek finds improvements in workers' well-being. Nature Human Behaviou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