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AI의 생산성 상승과 동기 저하라는 역설
생성형 인공지능은 일을 더 빨리 끝내게 해준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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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nAI의 생산성 상승과 동기 저하라는 역설
    - 더 빠르게 만들지만 왜 더 하기 싫어지는가

    생성형 인공지능은 일을 더 빨리 끝내게 해준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속도감이 아니라, AI가 빠르게 만든 다음에도 사람이 계속 일하고 싶어지는지다. 네 번의 무작위 실험은 바로 그 질문에 성과와 심리 지표로 답을 내놓았다.

    속도가 만든 착시
    생성형 인공지능은 일을 빠르게 만드는 도구로 자리 잡았다. 글을 정리하고 이메일을 다듬고 아이디어를 뽑아내며, 때로는 사람보다 더 그럴듯한 문장을 만든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이런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AI를 쓰면 일이 술술 풀린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AI가 없는 구간으로 돌아오는 순간, 같은 일이 갑자기 무겁고 지루하게 느껴진다는 경험이 반복된다. 이게 단순한 기분 변화인지, 아니면 구조적인 부작용인지가 중요하다. 우연이라면 시간이 해결하지만, 구조라면 도입 방식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이 역설은 기술의 성능보다 사람의 심리와 더 가까이 닿아 있다. 사람은 결과만으로 일하지 않는다. 내가 이 일을 통제하고 있다는 감각,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감각, 내가 선택하고 있다는 감각이 남아 있어야 오래 간다. 그런데 생산성 도구가 재미있는 구간을 대신 처리해 버리면, 성과가 올라도 과정의 손맛이 사라질 수 있다. 그러면 일의 속도는 빨라지는데, 일의 의지는 약해지는 이상한 상황이 만들어진다.

    전환을 실험으로 끌어들인 설계
    이 주제를 설득력 있게 만드는 건 관찰이 아니라 실험이다. 중국 저장대학교 경영대학 연구진은 온라인 실험 네 번을 이어서 진행했고, 전체 참여자는 3562명 규모였다. 단일 과제가 아니라 연속된 두 과제를 설계한 점이 핵심이다. 첫 번째 과제에서는 한 집단이 생성형 인공지능과 협업하도록 하고, 다른 집단은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하도록 했다. 그리고 두 번째 과제에서는 모두가 같은 조건에서, 즉 AI 없이 혼자 과제를 수행하게 만들었다.

    이 구조는 현실을 그대로 닮았다. 실제 업무에서도 어떤 일은 AI와 함께 처리하고, 어떤 일은 결국 사람이 혼자 마무리해야 한다. 중요한 건 AI가 들어간 구간 자체가 아니라, 그 다음에 남는 인간 단독 구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다. 연구는 바로 그 전환을 실험 안으로 끌어들였다.

    과제는 실제 사무 환경에서 흔한 텍스트 기반 업무를 모델로 삼았다. 업무 이메일 작성, 문서 초안 작성, 아이디어 브레인스토밍, 문제 해결형 글쓰기 같은 형태다. 연구진은 과제 결과물의 품질을 평가하는 동시에, 과제 수행 이후 참여자들이 느낀 통제감, 내재적 동기, 지루함 같은 심리 변수를 함께 측정했다. 속도를 올리는 도구가 마음의 속도에는 어떤 영향을 주는지까지 보겠다는 설계였다.

    첫 번째 결과, 성과는 오르지만 실력은 자동으로 남지 않는다
    연구가 반복해서 확인한 첫 번째 결과는 직관과 맞닿아 있다. AI와 협업한 조건에서 첫 번째 과제의 성과는 좋아졌다. 같은 시간 안에 더 완성도 있는 문장을 만들고, 더 정돈된 구조로 내용을 배열하고, 더 설득력 있는 톤을 만드는 경향이 나타났다. 실제로 AI 도움을 받은 문서가 더 길고 더 분석적이며 더 친절한 어조를 띠는 식의 차이가 관찰되기도 했다.

    하지만 두 번째 과제에서 중요한 질문이 나온다. AI와 함께했던 경험이 인간의 실력으로 남아, 다음 과제까지 자동으로 끌어올려 주는가. 연구는 이 부분에서 기대를 낮추라고 말한다. 전반적으로 보면, AI 협업의 성과 증대가 다음 인간 단독 과제의 성과로 그대로 이어진다는 증거는 강하지 않았다. 즉, AI가 만든 좋은 결과물이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내재화되어 다음 과제까지 계속 이득을 주는 구조는 쉽게 성립하지 않았다.

    다만 흥미로운 예외도 섞여 있다. 예컨대 창의성 과제에서 AI 협업 경험이 이후 아이디어의 질적 평가에서 일부 긍정적 신호로 나타난 부분이 있었지만, 이런 결과는 전체적으로 안정된 상승으로 굳어지지 않았다. 결론은 분명하다. AI가 당장의 성과를 올려줄 수는 있어도, 다음 과제까지 알아서 끌고 가는 성장 엔진으로 작동한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두 번째 결과, 동기가 꺼지고 지루함이 늘어나는 순간
    두 번째 결과가 이 연구의 핵심이다. AI와 협업한 다음, 곧바로 인간 단독 과제로 전환될 때 심리적 비용이 나타났다. 내재적 동기가 떨어지고 지루함이 올라가는 경향이 여러 실험에서 반복됐다. 여기서 내재적 동기는 보상이나 압박 때문이 아니라, 그 일을 하는 과정 자체가 흥미롭고 의미 있다고 느끼는 힘이다. 지루함은 단순히 재미가 없다는 기분이 아니라, 일을 지속시키는 에너지가 빠져나가는 신호다.

    이 변화는 심리가 상대 비교로 작동하기 때문에 생길 수 있다. AI와 함께하는 구간이 너무 매끄러우면, 그 다음 혼자 해야 하는 구간이 더 거칠게 느껴진다. 같은 업무라도 난도가 갑자기 올라간 듯한 감각이 생긴다. 또 AI가 정돈과 표현을 대신해버리면, 사람은 과정에서 얻는 성취감과 통제감을 덜 경험할 수 있다. 결과물은 좋아졌는데 내가 이 일을 해냈다는 감각은 약해질 수 있다. 이후 혼자 해야 하는 과업은 상대적으로 더 밋밋하고 더 무겁게 느껴질 수 있다.

    연구는 통제감이라는 변수를 함께 본다. 흥미로운 점은 전환의 방향과 순서에 따라 통제감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조건에서는 AI와 협업하다가 혼자 하는 구간으로 넘어오면서 통제감이 부분적으로 회복되는 양상이 관찰되기도 했다. 반대로 혼자 하다가 AI 협업으로 넘어갈 때 통제감이 줄어드는 흐름도 보고된다. 즉, 통제감은 AI의 유무만이 아니라 작업 순서와 역할 배치에 민감하다. 그럼에도 내재적 동기와 지루함의 변화는 더 거칠게 남는다. 속도는 올라가도, 일의 지속성은 따로 설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속도와 의욕을 동시에 지키는 도입 설계
    이 결과는 AI 도입을 멈추자는 메시지가 아니다. 오히려 도입을 더 정교하게 하자는 메시지다. 핵심은 역할을 나누는 방식이다. AI를 쓰는 구간과 쓰지 않는 구간을 무작정 섞어두면 전환 충격이 커진다. 반대로 구간을 의도적으로 설계하면 속도와 동기를 함께 지킬 수 있다.

    첫째 AI가 맡는 일을 명확히 제한하는 편이 좋다. 초안 정리 분류 문장 다듬기처럼 속도가 중요한 구간을 AI에게 주되, 기준 설정과 최종 판단은 사람이 맡도록 고정한다. AI가 초안을 만들었다면, 사람은 문제 정의를 다시 확인하고 핵심 기준을 세우고 근거를 점검하고 마지막 문장을 책임지는 구조로 가야 한다. 사람의 역할이 판단과 책임으로 선명해질수록 통제감이 유지될 가능성이 커진다.

    둘째 AI를 쓴 다음에는 반드시 사람의 손이 남는 과업을 붙이는 편이 좋다. AI로 초안을 만든 뒤 사람이 반례를 찾고 오류를 잡고 논리를 재배치하고, 최종 결과물을 누군가에게 설명하는 단계로 넘어가는 방식이다. 이 구간이 없으면 AI가 재미있는 부분을 다 가져가고 사람은 마무리 노동만 남게 될 수 있다. 그러면 속도는 올라가도 동기는 빠진다.

    셋째 성과관리의 기준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 AI가 만든 속도를 기준으로만 평가하면 사람은 더 쉽게 무의욕과 번아웃 사이를 오간다. AI가 줄인 시간을 학습과 개선과 검증에 쓰도록 제도가 밀어줘야 한다. 평가 지표가 속도 일변도일수록, 사람은 AI의 도움을 받는 구간에서만 일이 된다는 감각을 가지게 되고, AI 없이 해야 하는 구간은 더 무력하게 느껴질 수 있다.

    넷째 전환을 줄이는 것도 방법이다. 하루 안에서 AI 협업과 단독 작업을 촘촘히 오가면 심리적 마찰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오전은 AI와 함께 정리하고 오후는 단독으로 판단과 설득과 검증을 하는 식으로 리듬을 묶어주면 전환 충격이 약해질 수 있다. 전환은 기술 문제가 아니라 운영 문제다.

    현실에 옮길 때 남겨야 할 단서
    이 연구는 온라인 실험 기반이고, 두 개의 연속 과제라는 비교적 단기 구성을 갖는다. 실제 조직에서는 팀 협업, 상호 의존, 보상 체계, 마감 압력, 상사의 피드백 같은 변수가 훨씬 복잡하게 얽힌다. 그래서 이 결과는 모든 직장에 그대로 복사할 결론이 아니라, 설계가 필요한 위험 신호로 받아들이는 편이 정확하다.

    그럼에도 교훈은 명확하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생산성을 올리는 기술이면서 동시에 일의 경험을 재구성하는 기술이다. 도입의 성공을 도구의 채택률만으로 판단하면, 속도 뒤에 남는 의욕의 구멍을 놓칠 수 있다. 업무의 순서, 역할의 경계, 평가의 기준, 전환의 리듬을 함께 바꿔야 한다. 빨라진 만큼 사람의 동기가 빈자리를 만들지 않도록, 일의 구조를 다시 짜는 것이 다음 단계다.

    Reference
    Wu, Suqing; Liu, Yukun; Ruan, Mengqi; Chen, Siyu; Xie, Xiao-Yun. (2025). Human-generative AI collaboration enhances task performance but undermines human’s intrinsic motivation. Scientific Reports.